플레이오프가 하루 남았네요.
뭐 그닥 긴장되지는 않습니다.
늘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이었으니까요.^^

올해는 작년의 준우승을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작년에 다 잡았다 놓친 어이없이 물러났던 경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SK를 꼭 이겨주길 기원합니다. 그럴려면 첫 관문인 삼성을 넘어야 하는데요. 부분적으로는 고전을 하겠지만, 결국 시리즈 성적 4:1로 승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년이면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안경현, 전상렬 등은 은퇴의 기로에 설지도 모르구요. 홍성흔이야 당연히 두산에 남겠지만 어쨌든 FA로 풀립니다. 이혜천도 일본으로 갈지 모르겠네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정들었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어흑..) 그래서 대한민국 4번타자 김동주가 남아있을때 우승을 한번이라도 더 해야 하구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 포스트시즌이 기다려 집니다.
 
늘 해왔던 그대로만 뛰어준다면 이번 시즌 우승을 확신합니다.^^
이미 질주는 시작되었습니다. 두산베어스 V4!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에 이어 깜짝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또 한명의 선수가 이용찬입니다. 이용찬은 입단 당시 임태훈보다 더 높은 기대를 줬던 선수였기에 계약금도 더 높았구요. 기본적인 소양을 강조하는 장충고 출신이기에 신뢰감이 느껴지는 신인입니다. 고교 재학 당시 최고의 실력을 갖췄지만, 아쉽게도 프로 입단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인한 재활로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었죠.

하지만 오랜 재활 끝에 이용찬이 올 시즌 막판에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안쪽, 바깥쪽 낮게 파고드는 직구는 공끝이 살아있었구요. 변화구도 각도가 예리해서 왠만해선 치지 못할 수준의 공을 던지더군요. 너무 너무 기뻤습니다. 이용찬이 재기해준다면, 이용찬, 임태훈, 박민석, 이원재 등으로 최강의 마운드를 영건들로만 구축할 수 있거든요. 정말 다른 구단 하나도 부럽지 않은 라인업입니다.

저는 이용찬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쯤에 깜짝 선발등판했음 하는데요. 갑자기 '왠 선발?' 하시겠지만 이용찬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이고, 또 유사한 전례가 있어 희망해보는 겁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기억하시는 분 계실런지 모르겠는데요. SK와의 1차전에서 리오스가 극강의 피칭으로 2:0 완봉을 만들어냈었죠. 이에 경악한 김성근감독이 내놓은 필살기가 바로 '리오스가 나오는 경기는 버린다' 였습니다. 즉 리오스 선발경기는 신인급으로 내세워 져도 부담없는 경기로 만들어버리고, 나머지를 레이번과 채병용, 로마노로 잡는다는 계산이었죠. 이 신인급이 바로 김광현이었습니다. 이런 계략에 의해 리오스와 맞붙은 4차전에서 김광현은 7.1이닝 무실점으로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결국 김광현은 4:0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올해 국내 좌완 Big 2 중의 하나로 급성장하게 되었구요. 국대에서도 일본을 상대하는 킬러가 되었네요.

올해는 제2의 김광현이 이용찬이 되었음 하네요. 김경문감독도 은근히 비밀병기로 이용찬을 키우는 것 같은데 깜짝선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단 두산의 선발로 거론되는 김선우, 랜들, 김명제, 이혜천, 이승학 중에서 김선우와 랜들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지만, 김명제, 이혜천, 이승학은 각각 약간씩의 문제점을 안고 있죠. 시즌 막판에 부진했거나, 기복이 심하다는 등의...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는 선발진보다는 중간계투의 무실점행진이 중요해진 만큼 오히려 선발은 부담없는 신인급 선수로 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면 두산이 1, 2, 3차전을 승리로 이끌 경우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는 의미로 4차전 선발로, 혹은 의외로 잠실 2경기 결과가 안좋을 경우 분위기 반전용으로 이용찬을 3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막판 6차전 선발은 임태훈이었습니다.

어쨌든 이용찬의 구위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식으로든 쓰임새가 커질 것은 확실한데요. 다만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07년의 김광현처럼 혜성같이 나타나 별이 되어 버리는 2008년의 이용찬이 되었음 합니다.


단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작두탄 감독과 누구도 못말리는 선수. 일단 첫번째는 거의 검증이 되었고, 두번째가 문젠데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크레이지 모드로 돌입했으면, 아니 돌입해야 하는 선수를 적어봅니다. 왠지 느낌이 이 크레이지 플레이어에 의해 플레이오프가 간단하게 끝날꺼 같은데, 실제로는 어떨른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오재원입니다. 오재원은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인데요. 그만큼 오재원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고, 향후 오재원의 역할 여부에 따라 일본진출이 예상되는 김동주의 공백을 메울 수도 있는 선수이기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선수입니다. 일단 오재원의 활약이 중요한건 그에 의해 타순이 조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죠.

일단 오재원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일 때의 타순입니다.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오재원(1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고영민(2B) 7. 유재웅(RF) 8. 채상병(C) 9. 이대수(SS)

이 타순은 고영민이 6번으로 배치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기복이 심하지만 클러치 능력이 있는 고영민을 홍성흔 뒤에 배치함으로써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구요. 더불어 하위타선에서의 기동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영민에게 테이블 세터로서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타순인거죠. 물론 전제는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야 합니다. 이렇게 오재원을 2번에 기용하는 타순은 시즌 말미에 몇번 시도가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보여집니다.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가 왼손이기에 상대팀의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표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김현수가 왼손이라고 딱히 약하지도 않구요. 이보다는 오재원이 왼쪽 타석에 들어섬으로써 이종욱의 기동력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재원의 활약이 없을 때의 타순을 볼까요? 이 때는 오재원에게 공격보다는 수비를 더 기대하는 건데요. 왠지 타순이 파괴력이 떨어져 보이는건 어쩔 수 없네요.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고영민(2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유재웅(RF) 7. 이대수(SS) 8. 채상병(C) 9. 오재원(1B)

일단 이종욱에서 홍성흔까지는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재웅의 한방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유재웅으로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순이 불안하고 기동력도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상대팀에서는 5번까지만 잘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타순인거죠. 상하위타선의 불균형이 걱정됩니다. 그리고 고영민에게 과도한 역할이 갈 수도 있습니다. 고영민은 스타일상 어떤 타순에서도 잘할 수 있지만, 뜬금포를 기대할 수 있는 약간은 부담없는 6번이 어울릴 수 있다고 보여져요. 이런 면에서 고영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재원의 2번 기용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타순이죠.

게다가 이종욱-고영민보다는 이종욱-오재원의 조합이 보다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 이종욱이 1루에 있을 때 고영민이 타석에 있으면 왠지 서로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죠. 고영민은 커트해내면서 자기의 공을 기다리는 스타일이기에, 이종욱이 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는 않게 되거든요. 차라리 오재원으로 하여금 왼쪽 타석에서 포수를 견제하게 하면서, 진루타를 치게 하는게 투수를 더욱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오재원의 스타성인데요. 오재원은 얼마든지 큰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LG와의 경기였나요? 3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오재원의 입에서 '식빵'이라는 단어가 카메라에 잡혔죠. 그 이후 오재원에게 식빵이라는 별명이 추가되었는데요. 뭔가 중요한 타이밍에서 꼭 해내고 말겠다는 어떤 의지같은게 느껴지는 선수가 바로 오재원입니다. 수비에서도 허슬플레이를 잘하구요. 두산의 팀컬러와 잘 어울리는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한가지 불안한건 의욕이 넘치다보니 오재원이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한다는겁니다. 주루사를 한다든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약점이 있긴 하죠. 하지만 백업을 오래하다 보니 경기감각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구요. 최근에는 수비가 약한 최준석을 대신해 1루수 주전이 되고나서는 안정감은 높아졌습니다. 오재원의 똘끼가 약점을 커버해주리라 믿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아마 1루수로 오재원을 거의 점찍었을겁니다. 일단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요. 이대호처럼 수비폭이 좁은 선수는 단기전에서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기에 최준석은 대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이대호는 올림픽에서도 지명으로 주로 뛰었습니다. 또 오재원은 1, 2, 3루 및 유격수까지 수비가 가능하기에 선수활용폭을 넓히는데 적합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김재호, 정원석, 최준석, 그리고 안경현까지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가 있죠.(안경현이 뽑혔으면 좋겠는데...) 오재원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이런 상항에서 오재원이 공격과 주루에서 크레이지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김경문감독은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 그리고 두산은 어렵지 않게 삼성을 요리할 수 있을테구요. 경험이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쇠한 삼성의 내야는 오재원의 방망이와 발앞에 정신 못차리기를 기원해보면서 플레이오프를 기다려 봅니다.

덧글 1...
포스팅을 막 마치고 나니 오재원을 중용한다는 기사가 떳네요. 김경문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네요. "2번 타자에 대해 기존 고영민(24)과 전천후 내야요원 오재원(23)을 놓고 고민했는데 오재원을 2번에 놓고 고영민을 6번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재원의 타격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좌타자에 발이 빨라 병살을 막는 데도 유리한 편이다." 후덜덜...가끔씩은 저도 뭔가 신끼가 도는건 아닌지 스스로 놀랄 때가 아주 가끔씩은... 있답니다.


2008년 플레이오프는 두산과 삼성이 맞붙게 되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삼성이 적쟎이 껄끄러운 상대죠. 올라올 만한 팀이 올라온 만큼 후회없는 승부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올 시즌 상대전적은 8승 10패이구요. 삼성의 계투진에 많이 고전했더랬습니다. 결국 플레이오프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네요.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면...
1. 첫 2연전에서 두산이 잠실에서 2승을 가져갈 경우, 5차전 이내에 두산이 승리하고,
2. 첫 2연전에서 삼성이 잠실에서 한경기라도 가져갈 경우, 6차전 혹은 7차전에서 두산이 승리하리라 예상합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기전의 특성 때문인데요. 대개 홈경기를 먼저 치르는 팀이 유리하다고 보는데, 꼭 그런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첫 홈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서 게임을 그르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롯데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면 때문이지만 사직에서 첫 경기를 내주자 롯데는 자멸의 길로 들어섰죠. 지나친 홈경기 부담감이 선수드을 경직되게 만든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죠.

이런 홈경기 증후군은 두산에게 그닥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이 워낙 홈경기에 강한데다 큰 경기 경험 역시 삼성보다 우월하면 우월하지 열세는 아니기 때문이죠. 김동주 홍성흔은 말할 것도 없고,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의 주축은 이미 한국시리즈 및 각종 국제경험이 풍부합니다. 선동렬감독의 말대로 큰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이 바로 두산선수들이란거죠.

반면에 투수력은 상대적으로 달라집니다. 특히 선발진과 계투진의 무게감은 양팀이 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삼성이 선발보다는 마무리쪽이 강하다면, 상대적으로 두산은 마무리보다는 선발쪽이 강세를 보입니다. 두산으로서는 선발이 얼마나 버텨주는가, 혹은 깜짝 선발이나 깜짝 계투가 나오기를 기대해야 하고, 삼성은 선발이 어떻게든 5회까지 버텨주고 철벽계투가 준플레이오프의 컨디션을 유지해주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인데요. 어쨌든 투수력은 아무래도 삼성이 비교우위를 점한다고 봐야 되구요. 다만 중간계투진과 마무리의 체력관리가 안될 경우, 다시 말해서 출장이 잦을 경우 피로도가 누적되어 장기전으로 갈 경우, 위력은 점점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대상입니다. 아무래도 포스티시즌에서의 계투진과 마무리의 잦은 출장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거든요.

공격력은 두산이 우월합니다. 이종욱, 오재원의 테이블세터진,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의 클린업트리오, 고영민 유쟁웅의 하위타선은 삼성에 비해 짜임새가 있죠. 반면 삼성은 박한이, 양준혁, 진갑용, 박진만의 베테랑,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 등의 영건들의 조화가 관건이구요. 주루능력은 두산의 압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종욱, 오재원, 고영민에 김현수, 이대수까지 여차하면 바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두산의 강점은 주루플레이로 수비진을 흔들고 타격으로 마무리 짓는 승리공식인데요. 이를 진갑용이 어떻게 막느냐가 최대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재원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오재원이 똘끼를 발휘해서 내야를 휘젖고 다닐 경우 이종욱에 대한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까지 끌어낼 꺼구요. 오재원이 막힌다면 이종욱에 견제가 집중되어 작년 한국시리즈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비력은 양팀 다 견고합니다. 평소 수비가 약한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는 김경문감독의 지론대로 수비를 강조했구요. 선수들도 무난하게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삼성도 만만치 않죠.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증명했구요. 박진만의 내야는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수준입니다. 다만 김재걸의 출장여부에 따라 활용도는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조동찬이도 3루를 잘 지키긴 하지만 그래도 김재걸보다는 견고성이 떨어지니까요. 외야는 두산이 비교우위에 섭니다. 이종욱, 김현수, 유재웅은 안정성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수비범위에서 삼성보다는 낫다고 봐야죠. 아무래도 강봉규, 박한이, 최형우보다는 발이 빠른게 장점이겠네요.

결국 두산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플레이오프의 하이라이트구요. 두산은 주루능력, 삼성은 계투능력을 킬러로 삼을 것으로 보이고, 반면 두산의 마무리, 삼성의 미숙한 주루플레이가 양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서로 아킬레스건을 물기 위한 양팀 감독의 지략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질꺼구요. 

만약 누가 승패까지 묻는다면요. 전 과감히 두산이 잠실에서 2승을 거두고 대구에서 결정을 짓는 4승 1패에 걸겠습니다. 이건 순전히 감인데요. 두 팀이 페넌트 레이스에서 진검승부를 펼쳤던 막판 3연전을 복기해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집니다. 당시 삼성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데요. 악을 써도 두산에게는 힘에서 밀린다는걸 확실히 알 수 있었거든요. 막판 3연전은 2승 1패 두산의 우세로 끝났구요. 마지막 게임은 비록 두산이 졌지만, 김현수가 오승환에 홈런을 뽑아내며 10:9로 끝까지 따라붙었던 명승부였습니다. 이 게임마저 뒤집었다면 스윕했을 3연전이었죠.


어제 갔던 히어로즈전까지 해서 올해 얼마나 경기장에 직접 갔는지 세어보니 꽤 되는군요. 무려 12번입니다. 뭐 야구매니아들이 봤을 때는 겨우?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나름 격하게 시간을 냈던 것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하여간 작년에는 많이 못갔는데 정말 올해는 틈나는대로 다녀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건 승률이 후덜덜 9승 3패라는 점입니다. 가끔 팬들중에 자기가 갈 때마다 지니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분 가끔 뵙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제가 많이 가야 두산이 많이 이길 것 같습니다. 포스트시즌도 어떻게든 한번 가야되는데 말입니다.

4.11  LG전         - 승리 - 잠실
5.10  롯데전       - 패배 - 잠실
5.11  롯데전       - 승리 - 잠실
5.22  한화전       - 승리 - 잠실
6.10  롯데전       - 승리 - 잠실
7.06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7.08  LG전         - 승리 - 잠실
7.10  LG전         - 승리 - 잠실
9.13  기아전       - 승리 - 잠실
9.16  SK전         - 패배 - 잠실
9.23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10.3  히어로즈전 - 패배 - 목동

팀별로 보니 롯데와 LG, 히어로즈가 3번씩으로 가장 많이 갔네요. 기아, SK, 한화는 각 1번씩 갔구요. 삼성은 이상하게 1번도 못갔군요. 내년에는 전구단 직관이라는 기록도 세워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7월 8일 LG전이었는데요. 김동주의 끝내기와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죠. 몇년전 5월 5일 어린이날 홍성흔의 끝내기를 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시구 후 단상에 올라 공연한 것도 동영상으로 찍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나저나 바다 엄청난 두산팬이더군요.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8천원으로 느끼는 행복 흔하지 않죠?


어제 두산이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를 확정지었기에 오늘 경기는 부담없는 승부였습니다. 그래서 김동주, 홍성흔, 이종욱, 고영민, 이대수, 채상병 등을 모두 빼고 백업 멤버들 위주로 라인업을 짰더랬죠. 대개 이런 경기는 맥빠지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이번 경기가 기대가 되더군요. 그동안 못봤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특히 김재환선수의 선발출장 여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오래간만에 야구장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저는 자전거타고 목동야구장에 갔구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목동인지라 먼저 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아닌 회사에서 온 것이라더군요. 개천절까지도 출근을 한거 보면 바쁘긴 정말 바쁜 모양입니다.

목동야구장은 처음 왔는데요. 조금은 어설프긴 해도 야구장이 아담해서 경기 관전하기에는 잠실보다 낫지 싶습니다. 특히 선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보다 전용경기장에서 축구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경기장에 들어서자 포수 뒤쪽 중앙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게 참 반가웠습니다. 잠실은 기자들의 전용석이 되어서 왠지 심통이 났었거든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자리를 잡고 전광판을 살펴보니 김재환이 선발출장했더군요. 기뻤습니다. 인천고 시절의 포스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구요. 내년부터 상무 입대한다니 한동안 못본다는게 아쉬워서 더욱 그랬죠.

선발 라인업도 무척 생소하네요. 김재호, 오재원의 테이블 세터진에 유재웅, 최준석, 이성열의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정원석, 김재환, 최승환, 전상렬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마치 시범경기를 보는 듯하더군요. 특히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한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김경문감독이 홍성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공격형 포수로 키우고 싶은 의중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목동야구장이 특이한건 외야석이 없다는건데요. 그래서 그런지 불펜이 외야에 있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모습이 좀 웃겼습니다. 마치 단오에 처녀들의 널뛰기를 구경하는 동네 총각들처럼 보이더군요.

경기는 예상 외로 히어로즈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어제의 대패를 복수하는 듯 히어로즈 타자들은 신들린 방망이를 선보였구요. 선발 김선우는 5이닝 동안 8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김선우가 잘해야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보는데 하면서 연신 불안해했구요. 덩달아 저도 우울해지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꼬마가 즉석에서 격문을 작성해서 계속 들고 있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이쁘장하게 생긴 꼬마가 김선우를 열렬히 응원하더군요. 아쉽게도 김선우가 오늘 영 아니어서 꼬마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대신 꼬마의 격문은 '김선우 괜챦아' 였구요.

5이닝 마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저녁을 먹을겸 매점으로 갔습니다. 잠실 먹거리와 비교해서 목동은 어떤지 궁금했는데요.단연 인기품목은 구워먹는 닭한마리 입니다. 줄이 가장 길어서 맛있으리라 생각하고 얼른 줄섰죠. 한마리에 11,000원인데요.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그런대로 괜챦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소식가라 거의 혼자 다 먹느라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서두...

점수가 너무 벌어져서 이제 김재환의 활약으로 관심사를 포커싱했습니다. 김재환은 계속 잘 맞혔지만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가고, 삼진당하더니, 마지막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더군요. 오늘의 유일한 위안꺼리였습니다.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가 아웃되어서 타점까지는 올리지 못했지만, 어쨌든 김재환의 안타는 처음 봤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네요. 


목동야구장의 명물은 단연 턱돌이입니다. 적이지만 왠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지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호응이 괜챦더군요. 사진을 찍는 팬들도 많고 응원을 유도하는데 두산팬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춤추고 있는 두산 치어리더들이 뻘쭘해 보였다는...

턱돌이는 바쁩니다. 경기장을 고르기도 하고, 의상을 차려입고 선보이기도 하고, 투수의 투구모습도 봐주기도 하고,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양팀 응원을 혼자 주도하기도 하고... 하여간 히어로즈 최고의 히트상품입니다. 언론에서 하도 띄워주니 이젠 연예인 같은 필마저 느껴지더군요.

경기 끝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가까운 곳에서 맥주한잔 마셨습니다. 맥주집에 들어갈 땐 몰랐는데 화장실 가면서 확인해 보니 41층에 '스카이뷰'가 있는 현대41타워더군요. '스카이뷰'라면 걸쭉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화장실 나오면서 쓰윽 웃어줬습니다. 그 때 마시던 앱솔루트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오랫동안 얘기하고 술마시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바빠서... 쩝...

참고로 오늘 뛴 자전거 거리는 약 52km 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20분(20분)
마의 언덕       20분(40분)
광명대교        20분(60분)
목동야구장     20분(80분)


2006년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이때까지 손시헌이 날라다니다 군대에 입대했었죠. 당시에 10승 투수급 활약이라고 언론에서 떠들 때였구요. 김재박이 아시안게임에 선발하지 않아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리오스의 모습도 그립고, 랜들도 고맙고, 홍성흔도 멋있고, 김동주의 웃음도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이종욱의 흑백동영상도 감동적이고, 고영민의 허슬플레이, 임재철의 다이빙캐치 모두 눈에 밟히는군요.


그리고 눈물을 훔치는 여성 두산팬의 모습 참 가슴 한편 찡합니다. 작년에도 눈물을 흘리던 팬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참 슬펐는데요. 올해는 기필코 2006년, 2007년의 한을 풀어야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두산선수, 팬 여러분.
나도 목놓아 응원하렵니다. ^^


타이론 우즈가 주니치에서 방출되었다고 하네요. 이에 스포츠신문들은 국내로의 컴백 가능성에 대해 설레발 치고 있는데요. 그것도 직접적인 관계없는 국내 감독의 얘기를 전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기사만 쓰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주니치에서 방출되었다고 일본에서 방출되는건 아닌 듯 싶은데 말이죠. 올해 0.276에 홈런 33개면 나쁜 수치는 아니니까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우즈가 일본 프로야구에 남아 잘 되었으면 하구요. 만약 한국 프로야구로 컴백한다면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우즈라는 야구선수를 세상에 알리게 된게 두산시절이었고, 우즈에게는 친정과도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아직도 그립네요. 흰 막대풍선을 빙빙 돌리며 '우~~즈! 우~~즈!' 하고 외치던 그 시절의 그 기억이요. 정말 우동수 트리오만 나오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죠. 우즈, 김동주, 심정수면 뭐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들이었으니까요. 감히 프로야구사상 역대 최고의 클린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음.. 누군가 또 시비걸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다만 우즈가 끝끝내 일본에서 방출된다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은 커질껍니다. 몸값도 떨어질꺼구요. 아쉬운건 두산의 보유권은 이미 끝났다는건데요. 그렇다면 삼성, LG, 두산, SK, 한화가 입질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삼성은 이승엽이라는 그림자가 워낙 짙어서 쉽지 않을꺼 같구요. 나머지 두산, 한화, LG, SK 등은 몸값만 적정하다면 당장 스카우트전에 뛰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산은 우즈와의 옛추억을 곱씹기 위해, 한화는 클락을 대신할 강타자를 얻기 위해, LG는 두산을 이길 킬러를 뽑기 위해, SK는 스타부재의 아킬레스건을 해소하기 위해...

우즈가 옛정을 생각해서 두산에 돌아올꺼라는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만, 결과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동주가 일본가는 빈자리에 우즈가 온다면... 김현수, 홍성흔과 함께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푸힛..^^


두산이 LG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6:2로 졌군요. 매끄럽지 않은 공격으로 잔루도 많이 나왔습니다. 최근 십몇년간 LG와의 경기에서는 항상 쉬어가는 느낌, 혹은 충전하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약간 황당한 느낌이군요.

황당(荒唐)하다
: 품사(형용사)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 없다. 약팀에게 어이없이 졌을 때의 감정.
 ▷ 황당무계(荒唐無稽)하다
 ▷ 소문이 너무 황당(荒唐)하여 어이없다
 ▷ 황당(荒唐)하게 약팀에게 지고나니 어안이 벙벙하다

LG와의 경기에서 진건 그렇다치고,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행여나 승리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최근에 히어로즈에게도 지고, 한화에게도 지고, LG한테마저 졌거든요. 만약 롯데가 어제 오늘 SK에게 이겼다면 시즌 막판에 역전당할 뻔했습니다. 이번 패배를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시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올 시즌 LG전 마지막 경기의 패배는 내년 LG전에 방심하지 말라는 예방주사로 인식했음 합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은 13승 5패구요. LG도 이번 겨울에 좀더 강한 팀으로 리빌딩해서 내년에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 같이 해봤음 합니다. 이왕이면 포스트시즌 덕아웃 시리즈도 좋구요.

올핸 쫌 재미없었거든요?


어제 롯데가 9회말 투아웃까지 이기고 있다가 SK에게 끝내 역전당했다는군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보니 무척 아쉽게 졌네요. 롯데팬들 입에 거품물만 합니다. 롯데가 유재웅에게 홈런맞아 진 지난 두산과의 첫경기, 그리고 어제의 김강민의 끝내기로 진 경기를 만약 이겼다면, 현재 두산에 반게임차 앞서는 2위거든요. 역사에서 만약이라는게 큰 의미없지만 말이죠.

각설하고..

이 경기 덕분에 두산은 2위 수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수치 외에 롯데의 심리적 좌절감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2위 확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하지만 2위 확정보다 더 걱정스러운게 SK의 승리 청부사적 포스입니다. 어떻게든 뒤집고 마는 가공할 위력, 박수칠만 하더군요. 올해 두산이 우승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SK이기에 하이라이트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SK의 가장 큰 장점은 좀처럼 자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둑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만해선 뚫리지 않는 두터운 기풍이 강하듯, SK는 상대의 당일 컨디션이 좋아서 질지언정 지레 포기하고 무너지는 야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야구를 하지만, 질 때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는 점에서 양팀의 차이도 엿볼 수 있네요. 특히 작년 코리안시리즈 우승, 코나미컵, 올림픽 등으로 SK의 주축 선수들이 고기맛을 알았다는 점. 이게 큰 경기에서 더욱 자멸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SK에 맞선 두산이 창의적인 야구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야구적 상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SK가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두산이 작년 코리안시리즈에서 진건 한마디로 박경완 때문인데요. 박경완의 훌륭한 투수리드, 발야구를 묶는 견제능력에 무너졌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베이스 더 가는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 공을 잡아내는 허슬 플레이, 그리고 상식을 깨는 창의적인 야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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