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은 두산으로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입니다. 누구든 연패를 하면 치명적이지만, 두산은 2차전의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기에, 오늘까지 진다면 한국시리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봐야 되죠. 제가 달감독이라면 오늘 경기는 무조건 무조건 총력전입니다. 김광현이 올라오기 전 1승이라도 앞서야 하고, 잠실 첫 경기의 의미도 있고,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오늘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거든요.

3차전 SK 타선은 이혜천을 대비해 완전 성형수슬을 해버렸네요. 김재현은 아예 선발에서 제외했구요. 왼손은 이진영과 박재상만 남기고 모두 오른손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재원이 3번으로 올라온게 특이하네요. 반면 두산 타순은 오재원과 고영민의 타순을 서로 바꾸는 정도만 바꿨구요. 역시 양팀의 스타팅멤버에서도 팀색깔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감독의 '생각대로' 하는 야구와 선수가 '생각하는' 야구의 차이...

하지만... 경기는 졌네요. 3:1 상황에서 첼로레슨 받느라 못보다가 9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요. 마지막 김현수의 타구가 안타인줄 알았는데, 참 무심하게도 뻗지를 못하는군요. 멋진 끝내기 안타를 만들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로써 1승 2패가 되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연패를 하고 말았구요. 두산은 벼랑으로 몰렸습니다. 오늘 관전평은 제대로 경기를 못 보기도 했고 쓰기도 기분이 울적해서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1.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제가 한국시리즈 시작하기 전에 4승 1패 정도로 두산이 우승할꺼라고 했었죠. 이미 예상은 깨졌습니다. 2차전 패배 때 이미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요. 3차전까지 패배함으로써 작년의 악몽을 되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요. 참 우울합니다. SK가 강하구나 새삼 느꼈구요. 장점이 딱히 두드러지는 않지만, 단점 또한 없는 SK가 야구를 얄밉게 잘하는구나 싶네요.

3차전을 꼭 이겨야 한다고 했던건, 2차전의 패배로 승률 50%의 균형을 맞춘게 아니라, 50% 이하의 승률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3차전 패배로 우승확률은 이제 4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2차전의 패배는 뼈아팠습니다. 그걸 당당하게 승리로 만회해주길 바랬는데, 일단 무산되었네요.

내일은 랜들과 김광현이 맞붙을겁니다. 랜들의 1차전 투구내용이 평소의 90% 이상이었다면, 김광현의 투구는 80% 수준이었기에, 4차전에서는 김광현의 구위가 더 좋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역시나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구요. 내일 경기까지 밀리면 우승 확률은 20%대로 떨어질겁니다. 상대가 SK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대로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2. 이대로 물러날 곰들이 아니다
두산에게서 희망을 찾으려면 지난 플레이오프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거둔 이후 2연패, 그리고 다시 3연승했더랬죠. 1승 2패로 몰렸을 때 분위기를 바꾼건 4차전의 대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승의 이면에는 유재웅의 선발출전이 있었구요.

이제는 분위기를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나요? 김현수가 부진합니다. 전상렬의 체력이 부칠 때가 되었구요. 이대수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런걸 감안해서 선발 라인업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김현수를 5번이나 6번으로 내리구요. 전상렬 대신 유재웅을 선발카드로 쓰구요. 이대수 대신 김재호로 가는겁니다. 그렇게 되면 1~3번을 테이블세터진으로, 4~6번을 클린업으로 짜는게 가능해지구요. 왼손투수에 대비한 포석도 되죠.

1. 이종욱 CF
2. 고영민 2B
3. 오재원 1B
4. 김동주 3B
5. 홍성흔 DF
6. 김현수 LF
7. 유재웅 RF
8. 채상병 C
9. 김재호 SS

위의 라인업은 저만의 생각이기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광현과의 상대 전적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구요. 다만 1승 2패로 몰린 상황에서 김현수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타순조정은 불가피하지 않나 싶네요. 달감독도 어느 정도 변화를 꾀하지 않을까 싶구요.

만약 삼성과의 4차전에서 대승했듯이 SK와의 4차전에서 대승한다면, 그것도 김광현을 상대로 대량득점에 성공한다면, 분명 분위기는 또 달라질 겁니다. 이제는 그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미쳐주는 선수 한명이 필요합니다. 그게 누구이든 간에 한명만 나와준다면, 그 선수는 두산팬에게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3. 두려움없이 달려라
이번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기동력이 사라진 시리즈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도 이러다 패했구요. 이렇게 두산이 도루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참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인은 물론 박경완이기에 해결방법도 박경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박경완은 강견이기도 하지만 수를 참 잘 읽는 선수죠. 누가 이 때쯤 뛸 것 같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공을 빼기도 하구요. 투수에게 한템포 빠른 승부를 요구하기도 하죠. 그래서 천하에 이종욱도 박경완 앞에서는 과감하게 발을 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젠 두려움없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시도만이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에 주저해서는 안되죠. 단, 박경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단독도루가 아닌 더블스틸이라든가, 딜레이드 스틸이라든가, 페이크 번투 이후 도루라든가 하는 변칙적인 작전이 유효하리라 봅니다. 특히 두산의 육상부가 2명 이상 주자로 나가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인 작전지시로 베팅을 걸어봐야죠. 선수들은 과감한 작전이 걸리면 한결 부담없이 뛸 수 있을겁니다. 두산은 뭐니뭐니 해도 기동력이 살아야 경기가 풀리니까요. 이제 두려움없이 내쳐 달릴 때가 되었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글쎄요. 아마 KBO는 최정을 뽑지 않았을까 싶은데, 우리 팀은 김동주를 선정하고 싶네요. 팔꿈치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수비해준 점, 4타수 3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점 등은 그래도 김동주의 두산베어스라는걸 확인시켜줍니다.


어제 두산의 1차전 승리를 평가하는 전문가 및 언론의 반응은 그닥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SK가 몸이 덜 풀려서 졌을 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투더군요. 그저 의외의 SK 패배로 시리즈가 6~7차전까지 갈 정도로만 치부하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두산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주요 길목마다 변수가 돌출했습니다. 그래서 경기흐름이 좀 둔탁하게 이어졌는데요. 큰 경기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경기는 양팀 모두 그런 뻑뻑한 플레이가 나왔기에 장군 멍군으로 끝났습니다. 3차전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이번 경기에서 5점이면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지금까지 두산이 승리했던 경기는 모두 5점 이상을 냈고, 졌던 경기는 모두 5점을 넘지 못했거든요. 더욱이 이재우를 제외한 두산의 허리와 마무리가 1차전에서 휴식을 취한 것을 감안한다면, 5점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죠. 하지만 의외로 임태훈이 무너지면서 인천 원정경기는 1승 1패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어웨이에서 1승을 거뒀으니 실망스럽지는 않구요. 이제는 차분히 잠실대첩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박재홍과 김동주는 양팀의 베테랑이죠. 베테랑이라면 정규시즌보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인데요. 오늘만큼은 박재홍과 김동주가 스타일을 구겼네요. 신인급 선수가 벌벌 떨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혀 박재홍, 김동주 답지 않았습니다.

먼저 박재홍은 4회초 김동주의 장타를 잡았다 놓치면서 돌글러브의 서막을 알렸죠. 근데 이 타구는 실수라기 보다는 김동주의 타구가 워낙 좋았기에 박재홍을 탓하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다음 홍성흔 타석에서 박재홍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합니다. 홍성흔이 우익수 앞에 앝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이걸 무리하게 노바운드로 잡으려다 뒤로 빠뜨렸죠. 이에 홍성흔은 3루로 내달렸구요. 1점을 헌납하는 동시에 추가 1점도 거저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김동주도 만만치 않았죠. 3회말 정근우의 평범한 3루쪽 타구를 잡아 어이없이 송구하면서 무사 1루의 위기를 자초하죠. 다행히 점수로는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선우의 체력과 의지를 쓸데없이 소모시켰습니다. 4회말에도 김동주는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두산벤치는 김동주와 오재원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리죠. 허허허... 1루수 김동주와 3루수 오재원은 처음보는 포메이션입니다. 마치 콜롬비아 골키퍼 이기타가 중앙선에까지 공을 몰고 나왔을 때를 연상시키네요.

2. 역시 야구는 허리싸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역시 중간계투가 승리에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선발인 김선우와 채병용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양팀은 본격적으로 불펜가동을 했구요. 승부는 이들 어깨에 의해 갈렸습니다.

우선 김선우는 4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마감했는데요. 3실점 중에는 에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김선우가 그리 나쁜 투구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의 위상에는 많이 못미치는게 사실이죠. 특히 147km를 넘는 직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가졌으면서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쌈닭같은 김선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천성이 착한 선수인지라 얌전한 투구만 하네요.

채병용도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습니다. 4이닝 4피안타 2실점이네요. 구위는 아주 좋았죠. 구석구석 꽂히는 제구력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실전경험이 없었던 투수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제구력 덕분에 참 3회까지는 잘 막아줬는데요.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4회부터 조금씩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박재홍의 에러로 채병용은 5회를 넘기지 못했죠. 결국 양팀의 승부는 중간계투로 넘어갔습니다.

SK는 정우람과 윤길현으로 중반 계투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정우람은 오재원을 견제아웃시키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윤길현은 삼진을 잡으며 두산타자를 셧아웃시켰죠. 이승호도 강속구를 바탕으로 왼손 타자 3명을 깔끔하게 잡아냈구요. 마지막 정대현도 오른손 타자들을 잡으면서 게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려스러운건 두산은 SK계투진에게 안타 하나 뽑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3차전을 생각할 때 심히 우울하군요.
 
두산 계투진도 위력에서 뒤질게 없지만 홈런 한방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정재훈은 명성에 걸맞게 5회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플라이, 삼진, 땅볼로 추가실점을 막았구요. 이후 2.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습니다. 특히 7회 정근우를 견제사시킨 후 주먹을 불끈쥐는 세리머니는 왜 정재훈인가 보여주는 짜릿한 장면이었죠. 다만 아쉬운건 아기곰 임태훈이었습니다. 임태훈은 나오자마자 김재현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재현에게 허용했었죠. 어쨌든 임태훈은 올해 성장통을 지독하게 앓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어 올라온 김상현이 잘막아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건 막았구요. 이승학과 이용찬도 그럭저럭 역할은 해줬습니다.  

3. 1패보다 더 뼈아픈건...
2차전의 패배는 어웨이임을 감안하면 큰 탸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에서 불안한 점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있습니다. 일단 세가지인데요. 세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내내 두산을 괴롭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차전 한 경기를 통해 세가지의 아킬레스건이 나왔다는건 심히 못마땅하네요.

우선 수비불안입니다. 오재원이 3루를 맡으면서 안정을 꾀할줄 알았는데 오재원마저 에러를 범하면서 두산벤치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한 선수에 의한 실수는 그닥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선수가 실책을 반복하는건 왠지 꺼림칙하죠. 3루의 구멍으로 인해 투수들까지 덩달아 불안해졌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데요. 수비안정을 위해서는 김재호의 3루 투입까지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공격력이 약해지므로 최선은 김동주가 제 컨디션을 찾는겁니다. 김동주가 지금까지 수준급의 수비실력을 보여온 만큼 잘 이겨내리라 봅니다. 

두번째는 임태훈의 충격이 걱정되는군요. 한국시리즈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 그리고 그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은 임태훈에게 적지않은 정신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탈락 등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왔기에 기대를 해봅니다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겁니다. 주위 선배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죠.

세번째는 이종욱의 부진입니다. 작년을 떠올리기는 싫지만 1차전의 활약 이후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종욱이 올해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가 나간 삼진이었습니다. 이종욱의 부진은 두산 전체 공격력의 30%가 손실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입니다. 이종욱선수! 부디 부진했던 기억은 인천에 두고 잠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예전의 활기차고 폭발적인 플레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정재훈입니다. 정재훈이 있었기에 게임의 무게중심을 중반까지 놓치지 않았었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그가 있기에 한국시리즈 제패의 꿈이 눈앞에 있습니다. 다른 투수들도 정재훈처럼 분발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진검승부 '경인선 잔혹사' 시즌 2가 드디어 개봉되었습니다.
작년 시즌 1은 두산이 초반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으나, 집단 난투극 이후 어이없이 퇴각했던 비극으로 끝났구요.
올해 시즌 2는 두산의 대반격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시리즈는 플레이오프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플레이오프가 불꽃튀는 타격전이었다면, 한국시리즈는 팽팽한 투수전이었죠. 김광현은 여느 때처럼 명품투구를 이어갔고 랜들은 SK에 강했던 전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호투를 보여줬습니다. 삼성전에서는 툭하면 점수를 내곤 했는데, 역시 SK는 올시즌 1위팀답네요. 한점빼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결국 만날만한 팀들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두산이 서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습니다.

이른바 '경인선 잔혹사' 시즌2의 첫 경기 관전평을 시작합니다.  

1. SK의 '생각대로' 야구 Vs 두산의 '생각하는' 야구
SK는 감독 중심의 야구를 지향하구요. 반면에 두산은 선수 중심의 야구를 추구하죠. 한국 프로야구 스몰볼의 대명사 SK와, 빅볼의 상징인 두산의 야구는 그래서 팀컬러도 확연히 차이납니다. 한마디로 SK는 김성근 감독의 '생각대로' 하는 야구라면, 두산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한다고 볼 수 있죠.

1차전에서도 그런 차이가 드러났는데요. 갑자기 두산선수들이 번트를 많이 댔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패턴이었죠. 판단컨대 김광현의 위력적인 공을 공략하기 위한 선수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싶네요. 김경문감독의 작전과는 별개라는거죠. 그도 그럴 것이 홍성흔이 기습번트를 댔구요. 5회에는 무사 1루에서 전상렬이 의도적으로 번트를 했구요. 다음 타자 이종욱도 이어 스퀴즈를 시도했구요. 그 다음 타자 오재원도 역시 바로 번트를 시도했습니다. 전상렬부터 세타자 연속 번트 시도는 한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상당히 드문 일인데요.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자발적인 선택이 번트로 나타난겁니다. 결국 두산은 5회초 1점을 뽑아냈죠.

반면 SK는 작전야구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5회말 최정이 실책으로 나가자 바로 번트를 시도하죠. 비록 나주환이 실패했지만, 능히 김성근감독의 작전이었음은 말할 필요없구요. 이어지는 1사 1, 3루에서 김성근감독은 또 뭔가 작전을 냈습니다. 이를 눈치챈 랜들이 3루에 견제하는 척하며 1루를 보자 1루주자 조동화는 이미 스타트를 끊은 후였구요. 결국 런다운 플레이로 조동화는 아웃되고 3루주자는 홈으로 쇄도하지 못했습니다. 김성근감독의 작전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채 실패로 돌아간거죠. 이게 결국은 경기의 흐름을 뒤바꾼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2. 진정한 2008 MVP는 누구인가? 김현수 Vs 김광현
1차전 경기는 초반 김광현이 볼넷을 남발하면서 시작했는데요. 두산이 득점찬스에서 적시타 부족으로 점수를 못내면서 힘들게 경기를 이끌려 갔습니다. 반대로 국가대표 좌완 김광현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현수는 무사 1, 2루, 2사 1루의 찬스, 그리고 6회 선두타자로 나와 김광현에게 연속삼진을 거푸 먹으면서 명성을 퇴색시켰구요.

김광현이 참 좋은 투수라는게요.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면서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분명 어떤 위기에서도 의연한 에이스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죠. 김광현은 때로는 삼진으로, 때로는 평범한 땅볼로, 플라이로 두산타자들을 요리해 갔습니다. 하지만 김광현은 6회에 김동주의 2루타, 고영민의 볼넷 이후 대타 최준석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말았죠. 이대수와의 승부를 위해 고영민을 볼넷으로 보낸게 화근이었습니다. 최준석의 타구가 펜스를 맞히긴 했지만 좌익수 쪽이어서 1루주자가 홈에 들어오긴 무리가 아니었나 싶었는데요 결국 고영민의 두려움없는 질주가 2타점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김광현이 3차전에 나온다 해도 이번 경험을 중심으로 대처한다면 쳐내지 못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대신 김현수는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 제 컨디션을 찾았습니다. 7회 1사 2루에서 정우람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깨끗한 우전안타를 만든겁니다. 3연속 삼진의 수모를 털어내는,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에서의 화력을 예고하는 한방이라 평가하고 싶네요. 이 안타로 두산은 SK의 추격의지를 꺽어놨음은 물론이구요. SK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8회초 2사 만루에서는 이승호를 상대로 삼진을 또 당하면서 MVP 행방을 오리무중에 빠지게 했네요. 어쨌든 MVP 경쟁은 타격 3관왕 김현수와 투수 2관왕의 김광현의 향후 활약에 의해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3. 지명타자의 지존을 가리자! 홍성흔 Vs 김재현
이번 경기 또 하나의 대결은 홍성흔과 김재현의 지명타자 대결이었습니다. 두명 모두 팀의 고참으로서 공격에서 한방을 날려줄 미션이 주어졌는데요. 미션은 김재현이 먼저 성공했네요.

김재현은 첫 타석에서 랜들의 몸쪽 직구를 통타해 중월 홈런을 뽑아냈죠. 두산킬러답게 SK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과거 LG시절부터 이어온 두산에 강한 모습을 또 보여줬네요. 작년 한국시리즈 때도 김재현의 홈런으로 분위기가 갈렸었는데 말이죠. 그걸 잘 아는 김성근감독이 4번으로 기용한건 당연한 작전이었구요.


반면 홍성흔은 첫타석은 평범한 땅볼로 물러났지만 4회 기습번트로 두산의 첫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빅볼의 선두주자인 두산은 5회 이전에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선입견(?)에 쐐기를 박는 통쾌한 기습번트 안타를 만든거죠. 3루수 최정도 놀랐지만, 김광현도 의외의 상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역시 홍성흔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스타입니다. 

그리고 9회초 기세를 올리고 있던 이승호를 상대로 중월홈런을 날립니다. 홍성흔의 스타성은 뭐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날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신흥 간지맨 오재원의 상승세를 견제하는 듯한 심플하면서도 묵직한 세리머니, 정말 완전 초감격입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No.22 홍간지 한방' 이라는 격문이 보였구요. 홍성흔의 홈런으로 이제 김동주만 터져주면 시리즈는 정말 제 예상대로 의외로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답니다. 그게 분위기 탄 두산의 힘이니까요.  

4. 아버지의 이름으로! 랜들
1차전 선발 랜들은 부친상을 당한 상태였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랜들은 SK를 이기기 위해, 팀의 우승을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구요. 과거 리오스를 연상시키는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당시 리오스도 시즌 중에 부친상으로 출국하면서 공을 주섬주섬 챙겨 갔었죠. 그리고 다녀온 후 바로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따냈구요. 랜들 역시 리오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눈물겨운 호투를 펼쳐줬습니다.


랜들은 5.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SK 타선을 무력화시키며 승리를 낚았습니다. 그야말로 인천 앞바다에서 월척을 잡은겁니다. 아마 랜들은 공을 던지면서 아버지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하늘에서 아버지가 지켜보시며 흐믓해 하셨을거구요. 이런 랜들의 투혼은 시리즈 내내 선수단의 단결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껍니다. 고맙습니다. 랜들! 

5. 식빵 오재원, 오버 대신 희생을 택하다
오재원의 타격폼이 또 바뀌었습니다. 누가 오재원의 변천사를 동영상으로 비교분석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초기에 이치로같은 타격폼에서 타격 스탠스를 넓히는걸로 바꾸더니, 오늘은 배트를 한뼘이나 짧게 쥐고 치더군요. 아마 플레이오프와는 달리 진루타에 집중하려는 본인의 판단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는 뽑지 못했구요. 볼넷, 볼넷, 병살, 희생번트, 삼진으로 마감했습니다. 롱다리 간지의 대명사 오똘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를 못봐서 아쉽네요. 

하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희생정신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특히 4:2로 따라붙은 7회말 SK 박재상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으로 잡아 아웃시킨건 왜 오재원이 두산의 미래인가 보여주는 플레이였죠. 만약 빠졌다면 점수는 4:3, 그리고 분위기는 경기 종반 안개속에 빠질 뻔 했습니다. 이제는 안경현의 허전함을 오재원이 채워주고 있네요. 김경문감독의 안목과 결단력이 새삼 무섭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 그럼에도 아쉬운 우리의 안쌤... ㅜ.ㅜ)

6. 박경완에 묶인 발야구, 방향 선회 필요하다
지난 한국시리즈 패인 중에 하나는 박경완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의 도루를 연거푸 잡아내면서 두산의 발은 꽁꽁 얼어붙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의 첫 도루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고영민의 첫 도루는 실패했습니다. 정확히는 주심의 오심으로 아웃 판정되었습니다. 분명히 카메라로는 세입이었지만 말이죠. 오심은 뭐 더 이상 얘기하진 말구요. 이제는 주루전략을 수정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발야구라고 반드시 뛸 필요는 없습니다. 뛸 듯한 위협만으로도 충분히 투수를 흔들 수 있거든요. 진정한 발야구는 한 베이스씩 더가는 센스로 발휘하고, 박경완이 견제하는 동안에는 뛰는 시늉만 하는 전략으로 수정하면 분명 SK 배터리는 헷갈릴 겁니다. 볼넷은 부수효과로 얻으면 되구요. 그러다 방심하면 불시에 한번 뛰어주면 되죠.^^

반면 SK는 채상병을 상대로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니더군요. 아니 거의 유린 수준이었습니다. 채상병의 단점은 송구동작이 완만하고 송구하는 팔의 각도가 짧아 강한 공을 던질 수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겨우 2할대의 도루저지율을 보여줬는데요. 오늘도 어김없이 SK 주자는 채상병에게 땡큐를 연발했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채상병 대신 최승환을 기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경험탓인지 어쨌든 김경문감독은 채상병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SK도 두산 못지 않은 발빠른 선수들이 많으니까요.

뽀너스 #1. 오늘의 MVP
내맘대로 뽑는 1차전 MVP로 누구를 뽑을까 살짝 고민했는데요. 결국 랜들을 선택했습니다. 3.2이닝을 잘 막아준 이재우도 물론 훌륭했지만요. 선발투수가 열세인 상황에서 랜들의 선발승은 두산에게 희망 메시지나 다름 없습니다. 특히 부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타자를 막아낸 점, 김재현의 홈런 외에 실점을 하지 않은 점, 위기 속에서도 침착한 플레이로 극복해낸 점 등은 MVP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네요. 랜들사마의 4차전도 기대해 봅니다. 흠... KBO도 랜들을 MVP로 선정했군요. 간만에 KBO와 호흡을 맞췄네요.

덧글 1...
자꾸 작년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리오스가 2:0 완봉승을 기록한 이후 김성근감독이 김광현을 올리는 꼼수를 선택했었죠. 당시 가능성있는 정도의 신인급 투수를 올림으로써 리오스와의 경기를 버리는 경기로 과감히 격하시켰는데요. 결국 이 꼼수 하나가 시리즈를 바꿔놨었죠. 오늘 패배로 혹시나 야신이 뭔가 다른 수를 생각해내지 않을까 일말의 불안감이 있습니다. 물론 그걸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금메달리스트 달감독이 있지만서두...

덧글 2...
흠... 관전평을 쓰고 나서 보니 달감독이 번트작전을 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시한거라고 하네요. 저는 스스로 선택한줄 알았는데요. 1, 4회 찬스를 못이은 것이 번트작전의 이유라고 하네요.어쨌든 두산의 선수가 '생각하는 야구'는 시즌 내내 이어져왔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종욱의 스퀴즈 번트가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죠.


한국시리즈 예상을 하기 전에 플레이오프 예상을 되짚어 보면요. 제가 포스팅에서 '잠실에서 두산이 2승하면 5차전 이내에 두산이 이기고, 한번이라도 지면 6차전 이상까지는 가지만 결국엔 두산이 올라갈 것이다' 라고 전망했었죠. 두산이 올라가는건 의심할 여지없고 다만 어떻게 올라가는가만 남았다고 예상했던건데요. 결과적으로 딱 들어맞았습니다. (흐믓~)

그럼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주위의 야구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기아팬인 선배는 4승 2패로 SK가 우승하겠지만 두산을 응원하겠다고 하구요. 삼성팬인 동료는 SK가 4승 혹은 4승 1패로 우승할 것라고 하더군요. 롯데팬 후배는 두산이 4승 3패의 우승을 예상했습니다. 결국 대부분 SK가 이길 것이라고 보고 있고, 두산은 이기더라도 힘들게 우승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네요.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SK의 우승을 예견하고 있군요.

하지만 저는 조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일단 우승은 두산이 하구요. 그것도 오히려 상당히 쉽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4승 1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두산팬이기에 다소 편파적일 수는 있겠지만,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내린 판단입니다. 

두산 우승의 근거는 바로 '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너무 엉뚱하죠? 타력이 강하거나 투수력이 낫다거나 하는 등의 유형의 수치가 아닌 의지라는 무형의 정신력을 우승근거로 내세웠으니까요. 사실 수치적인 걸로만 본다면 두산은 SK에게 우위를 보이는게 많지 않습니다. 일단 투수력이 딸리구요. 타력은 비슷한 수준이고, 기동력은 근소한 우세 정도라고 봐야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5.5 : 4.5 정도로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두산은 올해 꼭 우승을 해야 한다는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이 예상되는 김동주와 이혜천, FA를 앞두고 있는 홍성흔, 그리고 전반적으로 SK라면 이를 갈고 있는 선수들까지 이번에는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생각들이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김경문감독의 김성근감독에 대한 투지도 빼놓을 수 없겠죠.

반면에 SK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작년만 못합니다. 두산이 올라와서 덤비면 상대해주겠다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에 가깝죠. 동기의식이 결여되면 플레이는 조금씩 쳐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과거 해태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전력을 지녔다고 봐야겠죠. SK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이번에는 두산에게 안될 것 같습니다.

또 쉽게 우승을 하리라는 예상은 두산의 하늘을 찌르는 전투력 모드에 기반합니다. 삼성이라는 강팀과 실전 예비고사를 치렀구요. 날씨가 추워진 야간경기 경험도 쌓았습니다. 비록 체력은 데미지를 안고 가지만 충분히 상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경기 분위기를 망치는 흥분은 분명히 자제되어야 합니다. 작년에 두산이 2승 이후 4연패를 했던건 김동주의 급흥분이 컸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두산은 팀의 기둥인 김동주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채병용에게 멱살을 잡힌 이후 평정심을 잃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김동주의 부진은 전체의 무기력으로 이어졌구요.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죠. 이번에는 그런 일이 나오면 안됩니다. SK가 또 도발을 하더라도 냉철한 인내심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잘 해주리라 믿습니다.

써놓고 보니 객관성을 유지하느라곤 했는데 미약한 부분도 보이네요. 하지만 수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분명히 두산의 우승의지가 체력소모를 상쇄할테니까요. 이 포스팅에 대한 결과는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또 포스팅으로 평가하겠습니다.


이번 경기는 아쉽게도 회사 일 때문에 제대로 못봤네요. 8회부터야 보기 시작했으니 경기의 흐름은 전혀 모르구요. 그냥 승리했다는 기쁨에 혼자 짜릿해하고 있습니다. 끄트머리만 보고 관람평을 남기는건 어불성설이니 간단하게 느낌만 적어보겠습니다. 

저녁에 회의하다 밖을 보니 비가 쏟아지길래 은근히 걱정되더라구요. 행여나 이게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50분 넘게 지연되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기를 뺏기지 않은 우리 선수들 감사합니다. 이젠 SK에 대한 복수만 남았습니다. 작년 인천에서 흘린 눈물을 올해는 꼭 되갚아주길 고대합니다. 벌써부터 흥분되는 곰들의 리벤지매치. 커밍쑤운이네요.^^ 

오늘 경기에서도 역시 이종욱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8회말 번트로 타점을 올리는 상황은 이종욱이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는걸 입증해줍니다. 작전이 아닌 본인의 판단이었다는게 참 돋보였구요. 덕아웃에서 이종욱을 하이파이브로 맞이하는 모습 또한 압권이었죠. 단결된 두산선수들의 모습, 누구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번 2008년 플레이오프는 명실상부한 이종욱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내맘대로 정하는 오늘의 MVP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선전했던 삼성에 대한 칭찬을 빼놓을 수 없네요. 선동렬감독이 스몰볼에서 벗어나 빅볼로 귀순(?)한게 이번 플레이오프가 재밌었던, 그리고 치열했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야구가 진정한 감독의 역할인데, 그런 면에서 선동렬은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보여지네요. 재밌게 잘 싸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삼성의 투혼은 기억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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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해설자는 유명한 두산 안티인데요. 오늘도 역시 편파해설 작렬하더군요. 공격이든 수비든 삼성 입장에서만 해설하는 버릇은 여전하구요. 삼성타자들이 아웃될 때마다 길어지는 장탄식... 그럴 때마다 왠지 진해지는 고소한 느낌... 그래서 때론 이용철의 자학적인 해설이 하일성보다 더 통쾌할 때도 있습니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5차전에 왔다면,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벼랑까지 온 셈입니다. 분위기상 5차전의 승자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봤을 때, 오늘 경기에서의 총력전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이번 플레이오프의 진검승부는 바로 5차전이었습니다. 역시 두 팀은 전통의 라이벌답게 명승부를 펼쳐줬네요.

오늘은 경기 전에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더군요. 1차전 때는 많이 긴장되었는데, 5차전은 그냥 페넌트레이스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두산 선수들도 가벼운 스윙을 보여 큰 경기 부담감에서 벗어난게 아닌가 싶구요. 경기가 누적되면서 이제 몸이 완전히 풀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모두 4차전 대승의 효과입니다.

오늘 라인업에서 주목할만한건 진갑용의 복귀였는데요. 현재윤이 아무리 화이팅이 넘친다해도 역시 진갑용의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하죠. 어제 현재윤이 3타수 무안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도 했구요. 이런 선동렬감독의 선택에 진갑용은 어긋나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1. 수비에서 갈린 양팀의 운명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7회말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였습니다. 6:4의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맞은 2사 만루 위기. 진갑용이 친 타구가 빗맞으며 바가지안타로 이어지지 않나 싶던 순간에, 우리의 이종욱은 멋진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냈죠. 만약 놓쳤다면 공은 뒤로 빠지고 2사였기에 주자들은 모두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수비는 3점짜리 수비였습니다. 과거 손시헌을 두고 10승급 투수와도 바꾸지 않을 유격수라고 했는데, 이종욱도 그에 필적하지 않나 싶네요. 국내에서는 수비범위로 보나 주력으로 보나 어느 외야수와도 비교를 거부합니다.


반면 삼성은 김재걸의 에러로 초반에 2점을 내줬죠. 박진만과 함께 가장 믿음직스러운 김재걸이 어이없이 평범한 볼을 놓치면서 초반 흐름은 두산으로 훌러덩 넘어가 버렸습니다. 삼성으로서는 다행히 그 상황에서 마무리 지었지만 만약 이 공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오늘 경기는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졌을겁니다. 게다가 박진만까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했죠. 4회초 무사 2루에서 고영민의 타구를 잡았다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는데요. 비록 안타로는 기록되었지만 박진만을 감안하면 잡아줬어야 했죠. 왠지 탄탄했던 삼성 내야가 갑자기 구멍이 커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2. 고영민과 진갑용의 배틀 2회전
4회초 무사 1, 3루에서 고영민과 진갑용은 다시 배틀 2회전을 갖습니다. 1루주자 고영민이 리드를 많이 하자 진갑용이 바로 견제구를 날리죠. 타이밍상 완전 아웃이었습니다. 박석민이 공을 잡고 난 후에야 고영민이 손을 뻗어 왔으니까요. 근데 고제트의 재치는 여기서 발합니다. 박석민이 터치하려고 뻗은 글러브를 넘어지면서 얼굴을 뒤로 젖혀 피했던거죠. 박석민이 당황해서 다시 태그를 해서, 결국은 아웃이 되었습니다만, 고제트는 절대 그냥 죽는 법이 없다는걸 또 보여줬죠. 솔직히 슬로우비디오로 봤을 때 터치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근데 1루심은 과감하게 팔을 휘둘러 버리더군요. 보고 휘두른건지 그냥 냅다 휘두른건지는 잘 모르겠자만... 하여간 세입되었다면 진기명기감이었는데 에구 야속해라...

고영민은 다른건 몰라도 야구센스 하나는 국내 최고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주루 플레이도 그렇고 타격도 그렇고 영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그래서 고제트라는 별명도 참 제격이라고 느껴지구요. 어쨌든 진갑용은 고영민과의 배틀 1회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습니다.

3. 나는 김현수다
김현수가 초반 부진했을 때 제2의 조성환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죠. 롯데의 패배는 조성환의 물먹은 타격이 컸고, 김경문감독도 이를 우려해 타순을 조정하기도 했었습니다. 박진만은 '김현수 시프트'로 안타성 공을 거푸 잡아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김현수는 역시 김현수더군요. '김현수 시프트'에 대비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빠질 때까지 그쪽으로 계속 치겠다고 했네요. 그런 도전정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맘에 듭니다. 도저히 스무살의 청년이라고는 믿기 어렵죠. 이런 김현수의 배짱이 있기에 두산의 미래는 밝습니다.

결국 김현수는 오늘 5타수 3안타 1홈런의 불방망이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배영수를 강판시키는 결정타가 되었구요. 중반 흐름을 확실히 두산으로 가져왔죠. 김현수는 예의도 바릅니다. 전날 차우찬 투수를 강타하는 타구를 날려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하네요. 늘 이번 시즌 목표가 전경기 출장이라고 말하던 김현수를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 싶구요. 참고로 김현수는 올해 유력한 MVP 후보입니다. 우리 현수좀 뽑아도~~

4. 아쉬운 이재우의 9회 등판
1이닝을 남기고 2점차로 이기고 있었다 해도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재우는 9회에 올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물론 김경문감독이 투수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겠지만, 이재우는 이미 50개에 육박하는 공을 던져 힘이 빠진 상태였거든요. 주자없는 깨끗한 상황에서 임태훈에게 물려주는 것과 무사 1, 2루에서 임태훈을 올리는 것은 느낌는 부담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래도 우리의 아기곰 임태훈이 박진만을 우익수 플라이로, 진갑용을 삼진으로, 김창희를 내야 플라이로 잘 처리하면서 게임을 매조지했습니다. 임태훈의 강철심장이 고마웠지만, 지켜보는 저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 했죠. 김경문감독의 경기는 언제 봐도 재밌다는 허구연해설자의 조크도 그닥 반갑지 않았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불안하지만 랜들도 잘해줬고, 홈런친 김동주도 훌륭했고, 김현수도 플레이오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종욱의 다이빙캐치를 넘지는 못하지 싶네요. 이종욱의 환상적인 수비가 여러번 나오면서 두산은 중반 이후 느슨해진 타선의 힘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건진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에 MVP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KBO는 김현수에게 MVP를 줬다는군요. 저랑은 한번도 맞질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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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감독이 오니손 투수 원용묵을 KS 대비 엔트리 명단에 넣었습니다. 원용묵이 요미우리 1군과의 경기에서 호투를 한게 픽업 이유라 하네요. 이승엽을 삼구 삼진으로 잡았던게 컸네요. 하지만 원용묵에 대한 기억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늘 1군 보다는 2군에 있었고, 1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이 별로 없었거든요. 어쩌면 그렇기에 원용묵이 SK를 상대로 깜짝 활약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너무 설레발인가요? 아직 삼성을 한번 더 이겨야 하는데 말이죠. 원용묵 대신 내려간 선수는 이성렬이군요. 아쉽겠지만 와신상담하며 좀더 기량을 가다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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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과 모레는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다고 하는데요. 안왔으면 합니다. 아니 오더라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았음 하구요. 하루빨리 플레이오프를 매듭지었으면 싶군요.


무기력증에 빠졌던 봄날의 곰이 하루만에 무서운 가을의 불곰으로 거듭났습니다. 찬스에서 약했던 어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거의 매회 점수를 내서 손쉽게 승리를 낚았네요. 2연패했다고 해서 두산이 호락호락 물러나리라 생각은 안했었기에, 오늘의 승리가 기쁘다기 보다는 2차전의 연장전 패배가 아쉬워지는군요.

4차전은 양팀 모두 타격전을 벌였습니다.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아무래도 14회 연장탓에 투수들의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이 된게 아닌가 싶네요. 체력이 소진될 때일수록 드러나는게 실력입니다. 체력이 비등했을 때는 실력차가 그닥 드러나지 않거든요. 하지만 기본기가 약한 선수는 체력소모전에서 금방 밑천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투수들의 옥석고르기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죠.

어제 포스팅에서 엔트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었는데요. 김경문감독과 필이 통했나요? 다행히 약간의 변화가 있었네요. 전상렬 대신 유재웅이 7번으로 배치되고 이대수가 9번으로 물러났죠.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늘의 관전평은 편안하게 쓸 수 있겠네요.

1. 이젠 오재원을 빼고 라인업을 짤 수 없다
이 블로그에 가끔 오셨던 분들은 오재원에 대한 저의 애정을 많이 느끼셨을텐데요. 그의 실력과 근성에 대해서는 이미 재론할 필요가 없구요. 다만 그 포텐셜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터질지가 관심꺼리였습니다. 잠재력은 크지만 의외로 큰 경기에서는 새가슴이 되는 선수들이 있기에, '혹시 오재원도?' 하는 일말의 불안감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 오재원을 빼고서는 라인업을 짤 수 없는 선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도 5타수 4안타에 1타점 3득점, 그리고 1도루입니다. 영양가 만점인 알토란같은 활약이었죠. 1회에는 이종욱의 안타를 잇는 단타, 2회에는 1사 후 단타, 3회에는 볼넷, 5회에는 1타점 안타, 9회에는 빠른 발로 내야안타를 만들었습니다. 도무지 멈출줄 모르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느낌입니다. 수비도 깔끔하게 매듭을 지었구요. 주루도 어제같은 실패없이 완벽했습니다. 이제 두산과 붙는 팀은 이종욱과 고영민을 능가하는 오재원이라는 만능 플레이어를 또 막아야 하는 부담이 추가된 셈이네요. 산넘어 산,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속담은 이런데 쓸 수 있지 않을까요?

2. 경기에 이기고도 불안한 김선우의 부진
4차전같은 타격전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양팀이 투수 소모율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입니다. 리드하는 팀이나 당하는 팀이나 똑같이 적용되는데요. 플레이오프가 7차전임을 감안하면 투수운용은 중요도가 높아지게 마련이죠. 더군다나 3차전까지 투수들은 혹사당했기에, 오늘같은 날 투수운용을 어떻게 하는가, 즉 적은 투수로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는 감독의 고민꺼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우는 실망스럽네요. 두산타자들이 1회에 5점을 뽑아줬기에, 김선우는 최소한 5회 이상 내심 퀄리티 스타트까지는 해줬어야 했습니다. 두산의 에이스라면 그래야만 합니다. 아무리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5점차 리드에서 3회를 넘기지 못한건 에이스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죠. 김선우의 피칭 내용이 우울한건 구위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에도 많이 맞았다는 건데요. 그건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 해도 희망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걸 의미하거든요. SK 타선을 고려하면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도 정재훈이 3.2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훌륭하게 해줬구요. 임태훈도 2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임태훈의 구위는 흐믓하게 하네요. 임태훈이 기특한건 조금씩 꾸준히 발전한다는건데요. 오늘은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위력적인 직구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었더군요. 7회 조동찬과 12구까지가는 접전에서 결정구로 선택한게 바로 각도 큰 변화구였습니다. 앞으로 상대 타자들이 직구만 노리고 나오지는 못할겁니다. 두산 마운드의 미래는 임태훈이 있어 든든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나온 금민철은 0.1이닝을 1실점으로 강판되었구요. 대신 김상현이 마무리지었습니다.

반면 삼성은 이상목이 1회에 5실점하며 물러났지만, 경기를 반쯤 포기한 탓에 점수만큼의 많은 투수를 소모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산보다 적은 세명으로 마무리지었구요. 그동안 많이 던지지 않았던 전병호와 조진호를 끝까지 이어 던지게 해서 1진들의 체력을 최대한 아꼈네요. 좀더 공격을 퍼부어서 한명쯤 더 나오게 했더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다른 투수들을 올리지는 않았을 선동렬감독이지만요.

3. 너냐? 잠자는 불곰의 콧털을 뽑은게..?
오늘 경기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클린업이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클린업만 폭발하면 SK도 두렵지 않은게 두산이기에, 오늘 홍성흔의 홈런은 눈물겹도록 고맙네요. 이제 불곰들이 긴 잠에서 깨어났으니 그들의 방망이질을 구경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잇츠 쇼타임~!"

우선 김동주가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타격시위를 했죠. 타점도 하나 기록했습니다. 두번째 안타는 잘맞진 않았지만 빚맞은 안타가 슬럼프 벗어나는데 직효약인건 아시죠? 김동주의 홈런을 보게될 날도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역시 두산은 두목곰이 방망이질을 해줘야 편안한 야구를 합니다.


홍성흔은 4타수 3안타에 3타점입니다. 물론 홈런도 쳐냈구요. 대구구장 가장 먼 중견수 뒷쪽으로 날렸는데, 아쉽게도 아퍼컷 세리머니는 안하더군요. 어웨이인데다 점수차가 많이 나서 그런지 그냥 손만 뻗더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꾸 밋밋하게 야구하다간 오재원에게 '간지작렬상'을 뺏길 확률이 높다는 것, 명심하기 바라구요. 좀더 분발해서 오버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김현수도 드디어 장타를 터뜨렸네요. 펜스를 맞히는 2루타를 뽑아냈고 5타수 2안타에 2타점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기록보다는 내용이 더 좋았는데요.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이나 방망이 휘두르는 자세나 자신감을 찾은게 완연하더군요. 어떤 코스의 공이든 보는대로 쳐낸다는 '현수신공'의 본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박진만 시프트에 몇번 막히긴 했지만 그건 뭐 상대가 잘한거니까 어쩔 수 없구요. 본인의 리듬대로 스윙했다는게 대견하네요.

4. 이제는 채상병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자
두산팬에게 본의 아니게 욕을 많이 먹는 채상병이 오늘 2루타 2개를 포함한 3안타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홍성흔의 포수은퇴가 채상병 탓은 아닐진대, 애꿎게 홍포팬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포수출신 김경문감독으로서는 홍성흔의 포수로서의 부진을 모를리 없고, 아마시절에도 수준급의 실력을 과시했던 채상병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웠을겁니다. 하여튼 홍포에 대한 애정이 채포에 대한 비난으로 마냥 쏟아진건 두산팬으로서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이적생 최승환에게도 밀릴 위기에 쳐하기도 했었죠. 아마 제대하는 용덕한까지 가세하면 내년 안방마님 자리는 경쟁이 치열해질겁니다. 채상병이 그 경쟁을 딛고 주전을 꿰찰지 궁금해지네요.

그동안 채포의 안정적인 리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요. 타격과 2루 송구능력은 아쉬움이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송구는 동작이 느린만큼 연습이 많이 필요하지만, 타격은 재능이 없는게 아닌만큼 기회를 주면 언젠가는 꽃피우리라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두산팬들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필요하구요. 음... 그리고 이제는 홍포를 놔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 내년엔 좌익수로 뛴다고 하니 홍좌수로 불러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흠... 홍캡틴이 낫네요.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은 모두 잘해줬습니다. 처음 선발로 나온 유재웅도 안타를 쳐냈구요. 오재원도 MVP급 활약을 펼쳤죠. 이종욱 역시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화이팅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홍성흔을 MVP로는 선정하고 싶네요. 그간의 활약이 미미했기에 오늘 상대적으로 부각되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홍캡틴의 부활이 반가운건 그가 부진한 상태에서는 두산의 우승을 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활화산같은 타격을 계속 이어주길 바라면서 선정해봅니다. 참고로 KBO는 정재훈에게 MVP상을 줬습니다. 사심없이 선정했군요.^^

덧글 1...
두산이 이길 때마다 혹은 질 때마다 주위에서는 저에게 축하나 위로를 해줍니다. 좋기도 하지만 이미지가 아예 그쪽으로 굳어지는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하고, 하여간 뭐 요새는 거의 야구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네요. 두산팬으로 보내는 가을이 행복한 이유입니다.

덧글 2...
5차전은 랜들이 배영수와 붙습니다. 내일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만큼 기선제압이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부담갖지 말고 늘 하던대로만 했으면 좋겠네요. 늘 얘기하지만 유연한 몸놀림에서 두산야구의 창의성이 발휘되니까요.


7전 4선승제에서 1승 1패라면 5전 3선승제로 다시 시작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5전 3선승제에서 먼저 승리를 거둔 팀이 최후에 웃을 확률은 꽤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구에서의 3차전은 양팀의 명운이 걸린 한판이라 할 수 있었죠. 선발은 이혜천과 윤성환이었구요. 두산의 타순은 김현수를 다시 3번에 배치하는 1차전으로 돌아갔습니다.

혹시 2001년에 양팀이 맞붙었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난타전이었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두산이 6실점한 이후 바로 12점인가를 뽑기도 했던 '투수들의 무덤' 시리즈였죠. 8점을 뽑은 후에도 박동희로부터 김동주가 만루홈런까지 터뜨리기도 했구요. 정말 잔인했죠. 정상적인 야구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만화같은 플레이가 시리즈 내내 계속되었구요. 결국 2001년 챔피언은 두산이었습니다. 호쾌한 타격전 덕분에 혹자는 화끈한 명승부로, 혹자는 투수력이 무너진 졸전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힘대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마치 코뿔소끼리의 싸움을 연상케 합니다. 번트도 거의 없고, 작전도 별로 안쓰고, 그냥 가진 힘을 겨루는 쩌렁쩌렁 쇳소리가 나는 시리즈입니다. 김경문감독이야 원래 그런 스타일이지만 선동렬감독까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한층 더 수준이 높아진 야구라고 하는것 같네요. 덕분에 2001년처럼 강한 폭발력은 없지만, 긴장도는 훨씬 더한 살얼음 승부가 계속되었구요. 양팀의 맞대결은 시대와 상관없이 늘 긴장감이 넘치는군요. 그리고 아쉽게도 3차전은 삼성의 완승으로 돌아갔습니다. 완승이라고는 하지만 두점 정도의 차이로 여겨질 정도의 접전이었구요. 두산은 좀더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로 몰렸습니다. 경기평 시작합니다.  

1. 롤러코스터 이혜천의 5이닝 2실점
전반적으로 이혜천은 기복이 심한 투수에 속합니다. 그래서 공이 긁히는 날엔 누구도 법접할 수 없는 공을 던지고, 그렇지 않은 날엔 자신도 어디로 공이 갈지 모르는 묻지마 제구력을 선보이곤 하죠. 그렇기에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것보다 선발이 그의 적성에 맞을런지 모릅니다. 이혜천은 2차전에서 릴리프로 나와 달랑 공 하나를 던지고 내려갔는데요. 그 공이 바로 데드볼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3차전 선발로 올라왔네요. 두산팬으로선 당연히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죠. 왜냐하면 이제 롤러코스터에 올라 탄 셈이니까요.  


이혜천이 위기를 맞은건 3회였습니다. 삼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3회 득점률이 높은데요. 1차전에서는 4점을 뽑았었죠. 아무래도 타순이 한바퀴 돌고나서 투수 공이 눈에 익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오늘도 역시 삼성은 3회말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3회초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가 타점을 올리지 못했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맞은 3회말 첫 타자를 이혜천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준건 어떻게든 위기가 찾아온다는 신호탄이었죠. 이후 두 타자를 플라이로 잡아 넘어가는 듯 했지만, 결국 박석민의 안타로 2점을 내줬네요. 그래도 이혜천이 잘한건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 도전없이 성공없다
흔히들 두산야구를 발야구라고 부르는데요. 개인적으로 두산을 발야구로 한정하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산야구의 핵심은 '사고의 틀을 깨는 도전정신'으로 표현하는게 더 정확하거든요.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플레이를,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허슬 플레이를 도전하고 성공시키는게 두산야구입니다. 예를 들면, 짧은 우익수 플라이 때 천천히 인계되는 볼을 보고 3루로 달렸던 2루주자 이종욱, 내야땅볼 때 3루를 거쳐 거침없이 홈을 파고들었던 2루주자 고영민같은 플레이가 바로 두산야구의 진면목이죠. 모두 실제 있었던 상황들입니다. 이런걸 두고 혹자들은 하기 쉬운 말로 발야구라고 하지만요.


하지만 창의적인 야구는 때론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합니다. 오늘의 경우 오재원의 주루사가 참 안타까웠죠. 1루에 있던 오재원은 내야땅볼 때 2루를 거쳐 3루로 돌진하려고 했는데요. 3루수 김재걸이 이걸 눈치채고 1루가 아닌 2루로 던져 오재원을 아웃시켰습니다. 결과론에 입각해서 얘기하면 오재원이 한템포 늦춘 후 3루로 뛰어도 괜챦았을 겁니다. 어차피 3루는 비어있었으니까요. 그래서 TV 해설자는 오재원의 본헤드플레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두산야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는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두산야구가 아니거든요. 또 과감한 도전없이는 성공이란게 존재할 리 없죠.

모르긴 해도 김경문감독은 스타일상 오재원을 책망하진 않았을겁니다. 오히려 상대인 김재걸의 침착한 플레이를 체크했겠죠. 오재원의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아쉬운건 3루수가 백전노장 김재걸이었음을 감안하지 못한 것일 뿐, 도전정신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네요.

3. 고영민이 날면 진갑용이 운다
비록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6회에 재밌는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고영민과 진갑용의 기싸움이었는데요. 안타치고 나간 고영민이 삼성 배터리의 신경을 건드리자, 진갑용이 원스트라이크 투볼에서 피치아웃을 시도합니다. 도루를 하려던 고영민은 진갑용의 피치아웃에 급거 귀루를 하게 되구요 간발의 차이로 겨우 아웃을 면했죠. 원투에서 왠만하면 빼지 않는데 진갑용은 과감한 피치아웃을 하더군요. 진갑용의 시도도 훌륭했지만, 고영민의 폭넓은 시야와 순발력이 압권이었습니다. 왠만하면 스타트 끊은 이후 몸을 되돌리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고제트의 센스가 주루사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진갑용은 다음 타자의 초구에서 두번째 피치아웃을 감행합니다. 이번엔 고영민이 딱 걸렸는데요. 다행히 진갑용의 송구가 원바운드로 가면서 신명철이 놓치고 말았죠. 타이밍상 완벽한 아웃이었습니다. 도루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고영민은 진갑용의 분석에 대비를 해야할 것 같네요. 두번에 걸치 피치아웃 성공은 그냥 우연만은 아니거든요. 진갑용의 노련함에 말려들면 자칫 시리즈를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고영민의 도발이 이어졌습니다. 채상병 타석에서 3루로 냅다 뛴거죠. 이번엔 진갑용도 예측하지 못한 스타트였기에 고영민은 여유있게 서서 들어갔구요. 결국 고영민은 진갑용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이게 두산 주루플레이의 힘인데요. 이런 식의 영리한 주루 플레이가 계속 된다면 삼성의 난공불락 계투진도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4. 아쉬운 중간 계투진 김상현과 이승학
이혜천에 이어 올라온 김상현은 첫 이닝에서 3점을 허용합니다. 첫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게 컸네요. 왜 이번 시리즈에서는 볼넷을 많이 내주는걸까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이후 박석민의 2루타를 맞고, 그리고 결국 최형우에게 쓰리런 홈런을 맞아 점수는 5:1로 벌어졌습니다. 패인이 짙게 드리워진 순간이기도 했죠.

김상현은 각도 큰 커브가 일품인 투수인데요. 홈런 맞은 공은 각도는 나름 예리했습니다. 하지만 화면상으로 본 김상현의 공은 자신감이 없어 보이더군요. 혼이 실리지 않았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큰 경기에서의 부담감, 첫 타자를 너무 쉽게 내준 이후 맞은 2루타가 심리적 타격을 가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 타자만 잘 잡았어도 2~3이닝은 끄떡없이 막아주는데 말이죠. 그리고 최형우도 칭찬할만 하네요. TV 해설위원은 늘 결과론에 의지해 해설하니까 공이 밋밋했다고 하는데... 글쎄요, 최형우가 잘쳤다고 하는게 맞지 싶네요.

더 아쉬운건 이승학입니다. 7회에 내준 1점은 뼈아팠습니다. 이승학은 1, 2차전을 던지지 않았기에 체력소모가 없었죠. 그런 그에게 기대하는건 롱릴리프입니다. 그것도 실점없는 롱릴리프. 하지만 신명철에게 2루타를 맞고 또 한점을 내줬네요. 두산으로서는 거의 카운터펀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이용찬이 무난히 2차전의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입니다. 비록 지고 있는 경기에 마지막 투수로 나와 부담감은 덜했지만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막아줬네요. 아직 이용찬의 깜짝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긴장하지말고 포수 글러브만 보고 투구했으면 합니다.

5. 홍성흔이 없는 두산은 너무 밍밍하다
오늘 경기에서 두산은 잔루가 너무 많았습니다. 무려 13안타 6볼넷으로 19명이 나갔지만 겨우 2명만 생환한 저조한 기록을 남겼네요. 선두타자가 나가더라도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죠. 그 후속타의 주인공은 홍성흔이었어야 했는데, 홍성흔은 오늘 침묵했습니다. '님의 침묵'은 아름답지만 '홍성흔의 침묵'은 전혀 아름답지 않군요.

'홍성흔의 침묵'이 아쉬운건 삼성투수들이 좀처럼 김동주에게 승부를 걸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워낙 홍성흔이 부진하니 김동주에게는 유인공 혹은 공하나 빠지는 코스로 승부를 피하게 되구요. 성질 급한 두목곰 김동주는 그 공을 건드려 동반 부진에 빠졌습니다. 어쨌든 두산의 클린업트리오는 김동주를 사이에 두고 김현수와 홍성흔이 든든히 지켜야 본 모습을 찾을텐데요. 홍성흔의 라이트 어퍼컷 세리머니가 빨리 나와주길 기대합니다.

다행히 오늘 마지막 타석에서 바가지 안타를 터뜨렸으니 내일부터는 정상 컨디션을 찾으리라 희망해보구요. 대구벌이 홍성흔의 포효소리로 메아리칠 것이라 믿습니다. 홍포는 늘 실망시키지 않았으니까요. 언젠가는 분명히, 반드시, 꼭, 포텐셜을 터뜨릴겁니다.

6. 누가 박진만을 한물갔다고 했는가
북경올림픽 선수 선발 이후 어느 기자는 TV에서 박진만의 기량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습니다. 요지는 그랬죠. 박진만이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을 처리하는 수비범위가 협소해졌다, 그래서 안타가 될 공은 아예 잡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론 그 기자의 말대로 수비범위가 좁아졌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유격수는 기능적인 면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닙니다. 유격수는 내야수비의 사령관으로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율하고 안정감을 꾀하는 역할이 크거든요. 농구에서 리바운드를 키큰 선수만 잡아내는게 아닌 것과 유사합니다. 데니스 로드맨은 키는 그닥 크지 않았지만 탁월한 센스와 자리뺏기로 리바운드 왕에 올랐었죠. 그런 면에서 박진만이 유격수의 역대 최고봉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구요. 오늘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대표적인게 김현수의 안타성 타구 두개를 극단적인 센터쪽 수비 포메이션으로 잡아낸거죠.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빠졌다면 오늘 경기는 정말 안갯속으로 돌입했을테구요. 호수비에 잡힌 김현수의 실망스러워하는 얼굴이 아직 눈에 선하네요. 오늘 경기중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3점홈런을 날린 최형우에게 돌아갔네요. 홈런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최형우가 차지하긴 했지만 박진만에게 줘도 무방했을것 같네요. 두산은 박진만에게 당했다는 이순철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뭐 삼성쪽은 그렇구요. 두산은 오늘 유일하게 3안타를 치고 윤성환을 괴롭혔던 이종욱이 MVP로 손색이 없습니다. 1차전부터 지금까지 톱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줘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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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1승 2패로 열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보구요. 두산이 이렇게 호락호락 쉽게 물러나리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중심타선이 살아나면 되는데요. 그냥 오늘 릴랙스하고 편안히 휴식을 취했으면 합니다. 예전에 포스트시즌 특별 동영상에 안경현을 소개하면서 이런 문구가 자막으로 나왔더랬죠. '아버지는 말하셨지. 야구를 즐겨라.' 멋지지 않나요? 그냥 그렇게 야구를 즐기듯 플레이했으면 합니다. 유연한 몸놀림에서 두산야구가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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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에는 선발라인업에 변화를 줬으면 합니다. 이제 할매 전상렬이 체력이 부칠 때도 되었으니 유재웅으로 가구요. 이대수 대신 김재호 기용도 고려해볼 만 하네요. 홍성흔은 프랜차이즈 스타이고 자기 몫은 해주는 선수니 계속 믿어보구요.


2차전은 잠실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고 왔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거의 만 하루가 지난 시간인데도, 목젖 부근이 아직도 칼칼하네요. 어찌나 함성을 질러댔는지 야구장에서 나올 무렵엔 극도의 피로감까지 몰려오더라구요. 이겼으면 모르겠는데 져서 그런가요. 허탈감까지 겹쳐 졸음까지 밀려오더군요. 이렇게 진이 빠지게 응원한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경기는 말 그대로 14회까지의 연장혈투 끝에 후련하게 패했습니다. 여기서 '후련하다'는 뜻은 잘했다기 보다, 정말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없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지 싶네요. 2차전 경기평은 직관 응원후기가 되겠네요.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1. 명불허전(名不虛傳) 랜들의 위기관리능력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는 처음 나오는 투수에 불과합니다. 양팀 감독이 승부에 물러섬이 없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교체 타이밍은 늘 한박자 앞섰죠. 랜들은 시즌 막판에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떨지 걱정을 갖게 했는데요. 2차전 내용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네요. 4이닝 1실점입니다.

가장 큰 위기는 4회였는데요. 안타없이 포볼 4개를 헌납하는 졸투를 했지만 다행히도 1점만으로 막아냈죠. 랜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차전과 다른 점은 김경문감독이 랜들을 빨리 내리기 보다는 한번 지켜보는 느낌을 주더군요. 1차전 승리의 여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하여간 랜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1점만으로 막고 마운드를 김상현에게 넘겨줬습니다.

2. 이제 여유마저 느껴지는 오재원
선취점은 오재원의 원맨쇼로 만들었습니다. 전상렬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오재원은 통쾌한 3루타를 뽑아내죠. 더불어 그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도 보여줬습니다. 항상 똑같은 세리머니인거 보면 따로 연습하는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지 싶네요. 참고로 두산의 홍성흔은 라이트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구요. 이종욱은 박수치는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죠. 이대수는 작은 키지만 폴짝 뛰어 때리는 배구선수 스파이크 세리머니구요. 두목곰 김동주는 두손을 번쩍드는 만세 세리머니입니다. 고영민은 상대의 하복부를 라이트로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인데요. 최홍만이 와서 좀 배웠으면 하는 타법이기도 하죠.


뭐 누구나 더 멋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지작렬상으로 홍성흔 다음으로 오재원을 꼽고 싶습니다. 선수들 사기도 높이고 관중들 엔돌핀도 콸콸 솟게 하는 오재원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는 그의 긴 팔과 다리에 참 잘 어울리네요. 덕분에 팬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고영민의 짧은 땅볼 때 3루에 있던 오재원은 득달같이 홈을 파고들어 3점째를 추가했죠. 홈에 쇄도하는 모습은 심장에 칼을 꽂으러 달려가는 무사를 연상시키더이다. 반면 박진만은 어제의 본헤드 플레이 여파인지 홈에 던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1루로 던졌구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오늘도 여유있게 이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초반에 3점의 리드를 하고 있었는데 연장까지 갈 줄은 누가 알았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3. 홍콩 할매귀신도 놀라는 전상렬의 완소 수비력
가을의 사나이, 아니 가을을 기다리는 할매 전상렬은 나이가 36세입니다. 올 시즌에는 그닥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두산에서 외야수 주전따기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죠. 리그 극강의 김현수, 이종욱 붙박이에 유재웅, 이성렬, 전상렬, 민병헌의 무한경쟁입니다. 이런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속에서도 늘 밀알같은 존재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전상렬은 두산의 든든한 자산이네요.

2차전에서도 두어번 정도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폴짝 뛰어 잡아내는 미기를 선보였습니다. 홍콩할매도 하기 힘든 뒤돌아 점프 캐치를 무리없이 해내는 할매 전상렬의 파인 플레이에 관중들은 전상렬을 연호했구요.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경기 내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편안하게 지켜봤네요.

생각해보면 그 흔한 개인 응원가 하나 없는 전상렬이지만, 팬들에게 괴성과 함께 싸인을 요청받는 스타도 아니지만, 두산의 고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가 참 고맙습니다.

4. 더블스토퍼의 진면목, 임태훈과 이재우
동점인 상황에서 올라와 임태훈과 이재우는 각각 3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이재우는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은 안했지만, 임태훈은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은근히 조마조마했었는데요. 다행히 과감한 정면승부로 삼성의 강타선을 무력화시켰죠. 특히 초반에는 직구에 비해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확연히 먼 곳으로 떨어져 두들겨 맞는거 아닐까 했는데, 잘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아기곰에서 점점 불곰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구요.


이재우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꽤 정확하게 제구해서 무리없이 3이닝을 막았습니다. 현재 두산 투수중에서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김경문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투수는 이재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과감성도 있구요. 제구력도 되구요. 경험도 있죠. 두산 불펜의 힘은 임태훈, 이재우의 더블 스토퍼가 있어 오승환이 부럽지 않습니다.

5. 부러져버린 날개 이용찬
김경문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명제를 임태훈보다 먼저 올린게 잘못이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볼 땐 이용찬을 가장 늦게 투입한게 더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14회 주자 1, 2루 상황에서 소방수의 임무를 맡긴건 이용찬에겐 너무 심한 압박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용찬 뒤로는 더 나올 투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이승학도 있긴 하지만 3차전 선발은 아껴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용찬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헉 지금 뉴스에서 보니 3차전은 이혜천이네요. 그럼 2차전에서도 결장한 이승학은 뭥미??)

초구가 볼로 잡히자 만루를 의식해 이용찬은 가운데 공을 던졌고, 상대적으로 노련한 신명철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4회 연장에서 신명철의 싹쓸이 3루타는 거의 사망선고였고, 김경문감독은 그냥 그에게 이닝을 맡겼습니다.

제가 전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과 함께 이용찬을 주목해야 한다고 포스팅했었는데요. 제가 바라던 시나리오는 이용찬의 선발등판이었습니다. 어차피 선발은 단기전에서 첫번째 나오는 투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덜하고, 의외의 카드가 오히려 파괴력이 클 수 있기에 그렇게 희망했더랬죠. 김경문감독과 제 생각이 달랐고 어쨌든 결과는 이용찬의 깜짝 활약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찬은 분명히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리라 믿습니다. 그의 포스를 믿기도 하지만,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개숙인 이용찬을 기다리며 격려해주는 선배선수들이 있기에 그 날은 반드시 올껍니다. (용찬아 힘내라! 승부에 연연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냥 야구를 즐기렴. 뒤는 선배들에게  맡기고~ 그리고 날개 부러진건 빨간약 바르면 바로 낫는다... ^^)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 아니 어제의 MVP를 뽑자니 좀 거시기 하네요. 이미 신명철은 뽑혀있으니 뭐 제가 뽑은들 큰 의미는 없겠죠. 하지만 두산선수로는 이재우와 임태훈으로 선정하고 싶네요. 무려 6이닝을 두 선수가 막아냈다는 점, 위력투로 투구로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땡긴 점, 향후 활약을 예고한다는 점 등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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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감독의 2차전 승리소감을 보니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고 하네요. 2패를 안고 대구에 갔더라면 다시 잠실땅을 밟긴 힘들었을테니 당연한 각오였겠죠. 인터뷰 사진을 보면 승리의 기쁨에 배시시 웃고 있군요. 하지만 진정한 2차전의 승자는 선동렬감독이 아닌 김성근감독일꺼 같은 느낌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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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응원단의 응원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봅니다. 관중석 가장 꼭대기에서 찍어서 그라운드는 좀 멀지만, 관중들의 열기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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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베어스 동호회 카페에서 2차전 표를 구했는데요. 표를 얻기 위해 이수역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먼 길이 수고스럽지 않았던건 표를 양도해주신 친절한 두산팬 덕분이었네요. 양도 받은 후에도 잘 보시라고 문자 넣어주신 이름 모를 4077님 감사합니다.


어제 꿈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요즘 포스트시즌이 되니 머리 속이 야구로 가득 차서 가끔 꿈에서도 상황별 작전을 짜곤 한답니다. 덕분에 자다가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나빠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제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두산이 4:0으로 지고 있는데, 만루찬스에서 김현수가 등장합니다.
김현수는 싹쓸이 3루타를 쳐서 역전시키죠.
그리고 나머지 타자들도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대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꿈을...

믿어지시나요? 오늘 플레이오프와 거의 유사한 장면을 마치 데자뷰처럼 꿈속에서 본겁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0:4에서 5:4로 뒤집는 순간 온 몸에 돋는 그 소름은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갑자기 달인의 말씀이 불현듯 스치는군요. '데자뷰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흠... 하여간 나도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한하기도 했답니다.

서론은 이만 각설하고 경기평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건 삼성은 역시 전통의 강팀이라는거죠. 초반이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더군다나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나 신인급이나 집중할 수 있다는건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앞으로 두산이 1승했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1.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
솔직히 '2루심의 오심으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분명 오심이었거든요. TV 카메라에 잡힌 슬로우비디로는 분명 이대수의 발이 먼저 닿았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고, 두산도 오심으로 득을 볼 수 있기에 굳이 오심으로 제목을 뽑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도루 실패로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죠. 저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박경완의 도루저지로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구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는 이어진 3회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었죠. 아무리 이대수의 도루실패가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선우였다는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네요. 게다가 만루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다면 김선우의 부진은 우울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혜천은 최형우를 밀어내기 데드볼로 실점한 이후 그럭저럭 잘 막아서 4점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그나마 기복이 심한 이혜천을 고려한다면 연타를 맞지 않은게 행운이라 할 수 있겠죠?

2. 천부적인 타격 DNA를 타고난 고영민
삼성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린건 4회 고영민의 3루타였습니다. 2사 1루에서 낙차큰 슬라이더를 커트하듯 쳐낸 것이 우익선상을 가른거죠. 휘둘렀다기 보다 컨택만 했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욕심없이 밀었구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은 또 다른 타격을 해야 한다는걸 몸소 보여준 셈이죠. 흡사 이치로의 컨택히트를 보여주는 듯 알흠다웠습니다.^^ 검객이 사과를 자르듯 춤추는 타법은 앞으로 고영민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하네요. 흔히들 고영민을 두고 '세계 최초의 2익수'다, '이종욱을 능가하는 도루센스를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젠 '천부적인 타격 DNA를 보유했다'는 수식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고영민의 안타가 오늘 경기에서 의미있는건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거의 이닝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볼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를 받아쳤죠. 예전에 LG와의 경기에서 옥스프링을 9회 내려버린 안타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두산은 흐름을 탔고, 배영수는 1점을 더 내준 후 정현욱으로 강판되었습니다.

3. 김경문의 숨겨둔 비수, 롱릴리프 정재훈
이혜천이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자 김경문감독은 이혜천을 내리고 정재훈을 투입하더군요. 정재훈이 누군가요? 아무리 작가라고도 놀림받지만 두산의 마무리입니다. 초강수를 둔거죠. 저는 정재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김경문은 선수파악이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더랬죠. 대신 선발에서는 괜챦은 기량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국 정재훈을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김경문은 그를 롱릴리프로 선택한겁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올려 정재훈을 배려했구요.

김경문의 히든카드는 성공했습니다.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구요.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마무리 이재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어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수훈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집단 마무리체제 첫 날 가동 이상무입니다. 뉴스에서는 돌려막기라고 하더군요. ^^

4. 이종욱의 발야구는 박진만도 춤추게 한다
두산팬들은 이종욱을 흙강아지라고 부르는데요. 늘 그라운드를 안방처럼 뒹굴고 허슬플레이를 펼쳐 팬들은 제발 안타 못쳐도 좋으니 살살하라고 부탁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흙강아지의 진면목을 발휘했네요. 특히 7회말의 플레이는 왜 이종욱이 허슬심장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구요. 김동주의 짧은 외야 플라이 때 허를 찌르는 언더베이스로 결승득점을 뽑아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한거죠.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재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구요. 다른 팀이었다면 그저 만루는 그대로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 삼성 수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단연 '이종욱 효과'입니다.


무너진 삼성 수비의 정점은 박진만이 찍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2루주자 김현수는 고영민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쇄도하는데요. 박진만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는 냅다 홈으로 뛴거죠. 박진만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아마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가장 아쉬워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이었기에, 그들의 영웅 박진만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겁니다. 아울러 김현수도 이젠 발야구의 기본을 마스터한 듯 보이네요. 물론 모두 허슬심장 '이종욱 효과'입니다.

5. 그리고 명실상부한 스타로 탄생한 오재원
제가 누차 포스팅에서 얘기했듯이 오재원이 살아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됩니다. 오늘 오재원은 그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네요. 많이 긴장했을텐데 동점 안타를 뽑아냈구요. 도루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견고한 수비는 물론이구요. 특히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한 환호동작은 그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도 쳐야 되지만,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터프한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적어도 두산에서는 그래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오재원은 홍성흔의 대를 이을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오재원이 잘 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안경현인데요. 우리의 안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건 오재원이라는 예비스타의 존재 때문이죠. 안쌤을 존경하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두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오재원은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하면 생길 내야의 공백도 오재원이 잘 메워줘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싸워줬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오재원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뽀너스 #1. 그래서 뽑은 오늘의 MVP는 이종욱!
오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묵묵히 안방을 지켰던 채상병, 가을의 사나이답게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대수, 큰 경기에 강한 할매 전상렬, 안타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김동주, 역시 안타는 없었지만 늘 화이팅이 넘치는 홍성흔, 부진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에이스인 김선우 등 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욱은 오늘의 MVP로 뽑히기에 손색이 없네요. 비록 실제로는 오재원이 뽑혔지만, 이종욱은 허슬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뽑았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삼성수비진을 농락했고, 4타수 3안타 1타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에 제 마음대로 이종욱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야구하는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종욱은 제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라고... 그래서 저의 두산 져지는 39번 이종욱입니다.

오늘 승리로 두산은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좀더 가까워졌죠. 하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삼성은 결코 그냥 물러나는 나약한 팀이 아니며,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방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는 그저 8승 중 1승을 챙겼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鬪魂 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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