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작두탄 감독과 누구도 못말리는 선수. 일단 첫번째는 거의 검증이 되었고, 두번째가 문젠데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크레이지 모드로 돌입했으면, 아니 돌입해야 하는 선수를 적어봅니다. 왠지 느낌이 이 크레이지 플레이어에 의해 플레이오프가 간단하게 끝날꺼 같은데, 실제로는 어떨른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오재원입니다. 오재원은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인데요. 그만큼 오재원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고, 향후 오재원의 역할 여부에 따라 일본진출이 예상되는 김동주의 공백을 메울 수도 있는 선수이기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선수입니다. 일단 오재원의 활약이 중요한건 그에 의해 타순이 조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죠.

일단 오재원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일 때의 타순입니다.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오재원(1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고영민(2B) 7. 유재웅(RF) 8. 채상병(C) 9. 이대수(SS)

이 타순은 고영민이 6번으로 배치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기복이 심하지만 클러치 능력이 있는 고영민을 홍성흔 뒤에 배치함으로써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구요. 더불어 하위타선에서의 기동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영민에게 테이블 세터로서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타순인거죠. 물론 전제는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야 합니다. 이렇게 오재원을 2번에 기용하는 타순은 시즌 말미에 몇번 시도가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보여집니다.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가 왼손이기에 상대팀의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표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김현수가 왼손이라고 딱히 약하지도 않구요. 이보다는 오재원이 왼쪽 타석에 들어섬으로써 이종욱의 기동력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재원의 활약이 없을 때의 타순을 볼까요? 이 때는 오재원에게 공격보다는 수비를 더 기대하는 건데요. 왠지 타순이 파괴력이 떨어져 보이는건 어쩔 수 없네요.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고영민(2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유재웅(RF) 7. 이대수(SS) 8. 채상병(C) 9. 오재원(1B)

일단 이종욱에서 홍성흔까지는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재웅의 한방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유재웅으로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순이 불안하고 기동력도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상대팀에서는 5번까지만 잘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타순인거죠. 상하위타선의 불균형이 걱정됩니다. 그리고 고영민에게 과도한 역할이 갈 수도 있습니다. 고영민은 스타일상 어떤 타순에서도 잘할 수 있지만, 뜬금포를 기대할 수 있는 약간은 부담없는 6번이 어울릴 수 있다고 보여져요. 이런 면에서 고영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재원의 2번 기용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타순이죠.

게다가 이종욱-고영민보다는 이종욱-오재원의 조합이 보다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 이종욱이 1루에 있을 때 고영민이 타석에 있으면 왠지 서로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죠. 고영민은 커트해내면서 자기의 공을 기다리는 스타일이기에, 이종욱이 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는 않게 되거든요. 차라리 오재원으로 하여금 왼쪽 타석에서 포수를 견제하게 하면서, 진루타를 치게 하는게 투수를 더욱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오재원의 스타성인데요. 오재원은 얼마든지 큰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LG와의 경기였나요? 3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오재원의 입에서 '식빵'이라는 단어가 카메라에 잡혔죠. 그 이후 오재원에게 식빵이라는 별명이 추가되었는데요. 뭔가 중요한 타이밍에서 꼭 해내고 말겠다는 어떤 의지같은게 느껴지는 선수가 바로 오재원입니다. 수비에서도 허슬플레이를 잘하구요. 두산의 팀컬러와 잘 어울리는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한가지 불안한건 의욕이 넘치다보니 오재원이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한다는겁니다. 주루사를 한다든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약점이 있긴 하죠. 하지만 백업을 오래하다 보니 경기감각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구요. 최근에는 수비가 약한 최준석을 대신해 1루수 주전이 되고나서는 안정감은 높아졌습니다. 오재원의 똘끼가 약점을 커버해주리라 믿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아마 1루수로 오재원을 거의 점찍었을겁니다. 일단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요. 이대호처럼 수비폭이 좁은 선수는 단기전에서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기에 최준석은 대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이대호는 올림픽에서도 지명으로 주로 뛰었습니다. 또 오재원은 1, 2, 3루 및 유격수까지 수비가 가능하기에 선수활용폭을 넓히는데 적합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김재호, 정원석, 최준석, 그리고 안경현까지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가 있죠.(안경현이 뽑혔으면 좋겠는데...) 오재원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이런 상항에서 오재원이 공격과 주루에서 크레이지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김경문감독은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 그리고 두산은 어렵지 않게 삼성을 요리할 수 있을테구요. 경험이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쇠한 삼성의 내야는 오재원의 방망이와 발앞에 정신 못차리기를 기원해보면서 플레이오프를 기다려 봅니다.

덧글 1...
포스팅을 막 마치고 나니 오재원을 중용한다는 기사가 떳네요. 김경문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네요. "2번 타자에 대해 기존 고영민(24)과 전천후 내야요원 오재원(23)을 놓고 고민했는데 오재원을 2번에 놓고 고영민을 6번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재원의 타격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좌타자에 발이 빨라 병살을 막는 데도 유리한 편이다." 후덜덜...가끔씩은 저도 뭔가 신끼가 도는건 아닌지 스스로 놀랄 때가 아주 가끔씩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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