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9연승 이후 충격의 5연패를 당했습니다. 야구가 원래 의외성의 스포츠라지만 좀 충격이 크군요. 특히나 지난 일요일 삼성에게 연장전까지 가서 진건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연장불패의 기록이 깨진 것도 그렇지만 무기력한 플레이가 혹시나 5연패에서 더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왠지... ㅜ.ㅜ

하여간 오늘 내일 푸욱 쉬고 올림픽 브레이크 전 마지막 관문을 잘 넘기기 바랍니다. 이번주 주중 3연전은 롯데와의 잠실혈전입니다. 부디 2승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그나저나 두산의 올시즌 과제는 1순위가 마무리입니다.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마무리 부실이 큰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에 가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근데 두산의 마무리 정재훈은 우승청부사로서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재훈의 구질입니다. 그의 구질은 마운드를 지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죠. 알다시피 정재훈은 파이어볼러는 아니고 제구력과 포크볼로 승부하는 마무리입니다. 과거 LG의 김용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포크볼은 구위가 여전히 살아있지만 직구 시속은 143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타자는 포크볼은 포기하고 바깥쪽 직구 혹은 실투성 직구만 기다리게 되구요. 볼카운트가 밀리니까 자꾸 어려운 승부를 하게 됩니다. 결국 정재훈이 직구의 위력을 올리기 전에는 리그 정상급의 포크불은 그냥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재훈은 수싸움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인데요. 타이밍을 뺏는 능력은 작년까지 그럭저럭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젠 타자의 눈에 읽혔다고 봐야됩니다. 수싸움에서 수세에 몰린다는걸 달리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저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죠. 그래서 제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풀카운트까지 몰리고 좀처럼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건 타자가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는걸 말합니다. 그만큼 정재훈의 수싸움이 밀린다는 얘기겠죠.

현상황에서의 정재훈의 장점은 마무리로서의 경험이 유일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한때 오승환급의 마무리 실력을 과시했고, 수많은 큰경기를 경험했다는 점이 두산의 다른 투수들을 능가하죠. 원래 2005년 서동환으로 마무리를 가려다 실패한 이후 쟁재훈이 등장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째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은 일시적인게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팬으로서는 답답해집니다. 경험이나 관록으로 경기를 꾸려나간다는건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특히 SK의 두터운 투수층을 보면서 한숨만 나오구요. 정재훈을 못미더워하면서도 그를 대체할 만한 투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한숨이 나옵니다. 내년엔 성영훈이라는 초고교급 투수가 마무리로 뛰어주기를 기대해보지만... 신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건 모험이기에 지금의 정재훈을 보면서 먹먹해 지네요.

진필중이 2000년 방어율 2.34에 4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두산 구단 역대 최고에 등극했었습니다. 이때의 진필중은 정말 필중필승이었는데요. 내년 두산의 마무리는 2000년의 진필중처럼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가 나와줬으면 합니다. 참고로 정재훈은 2006년 방어율 1.33에 38세이브였습니다.


LG전에서 또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올해 대 LG 전적 11승 3패구요. 6연승을 기록했네요. 완전히 LG는 말 그대로 두산의 보약입니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쑥스러운... 뭐 그런 사이가 되었죠.

이런 결과가 물론 기쁘기도 한데요. 측은지심이랄까 뭐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드네요. LG가 잘해야 박진감있는 경기를 볼텐데, 승패가 뻔한 경기를 보는 것이 그닥 흥미롭진 않네요.

오늘은 경기보다 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쓸까 합니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LG 응원석을 돌아봤는데요. 많지 않은 관중이지만 맨날 지는 팀을 응원하러 오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온 분들은 인내심이 대단하지 않나 싶네요. 혹시나 하는 설레는 마음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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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에는 LG의 투수조 중에 막내인 정찬헌, 이범준 투수가 물병을 정리하고 있길래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면서 일하는 모습이 사이좋게 보였는데요. 특히 사투리쓰는 정찬헌선수 귀엽더군요. 그리고 이범준선수에게 "사진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는데 바로 포즈를 취해주더군요. 고맙습니다.^^

이범준선수 얼굴이 참 착하게 생겼습니다. 몸매도 늘씬한게 여자팬 꽤나 꼬이게 생겼네요. 무럭무럭 성장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기 바랍니다.

오늘 경기는 이원재선수가 첫승을 거두어서 두산의 차세대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 줬습니다. 두산팬으로서는 기쁘기 그지 없는데요. LG는 에이스 봉중근에 이어 옥스프링까지 두산의 신예에 져서 참 우울한 날이 되었습니다.

동호회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LG는 참 두산에게 미운정 고운정 다든 팀이라 부진이 고소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조만간 LG의 부활도 기대해 봅니다. 두 팀간의 경기가 재미있을 정도까지만... ^^



LG와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차와 상관없이 은근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런 재미로 LG전을 기다리는데요. 이번 3연전은 에이스 봉중근이 첫번째 투수로 나온다기에 팽팽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LG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가 봉중근 아니겠습니까? 이에 맞서는 두산 선발은 차세대 에이스 김명제입니다.

시구자는 바다였는데요. 바다도 두산의 열혈팬인가 보네요. 시구 때도 열정적이더니 응원도 그렇고, 깜짝공연도 그렇고 온몸으로 두산팬임을 입증하더군요. 5회 끝나고 응원단상에 올라오더니 노래 한곡을 열창하는데요. 분위기를 한순간에 올리더군요. 역시 타고난 엔터테이너입니다.  



경기는 좀 어렵게 끌고 갔습니다. 봉중근에게 8회까지 1안타로 끌려갔구요. 시속 147km까지 나오는 강속구에 제구력까지 갖추니 참 쳐내기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산이 어디 그렇게 쉽게 물러가나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최강두산 아니겠습니까?

승부는 9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김재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이종욱의 2루타로 1점을 내고 고영민의 진루타로 1사 3루를 만든 상황에서 김현수의 동점 적시타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렸죠. 그야말로 두산 응원단은 말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구요. 3루측은 쥐죽은듯 조용해지더군요.



10회부터 LG는 봉중근이 내려가고 정재복이 올라왔구요. 반면 두산은 이재우가 철통같이 막아줬지요.

그리고 운명의 11회말. 11회는 1번 이종욱부터 시작하기에 충분히 역전을 예감했습니다. 왠지 어떻게 되든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느낌... 이게 바로 두산의 매력이죠. ㅋㅋㅋ

역시나 2번 고영민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분위기는 술렁대기 시작했구요. 고제트가 도루를 성공시켜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압박했습니다. 1사 2루에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의 두산 클린업 트리오로 이어진다면 이미 끝내기는 정해진게 아닌가 싶네요. 문제는 누가 치는가였죠.



이날의 주인공은 김동주였습니다. 김현수가 볼넷으로 나가고 나서 김동주는 정재복의 공을 밀어쳐 역전 끝내기를 이끌어냈죠. ㅎㅎㅎ 역시 김동주는 두산의 자존심입니다. 그리고 어찌나 환호성을 오래 질렀던지 목이 아플 정도였죠. 주위의 응원단도 완전 열광 자체였구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5년 5월 5일 홍성흔의 끝내기 이후 본 감격적인 끝내기였습니다. 상대가 LG였기에 기쁨은 더했구요. 오늘 승리를 발판삼아 이번 3연전 결과도 스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올해 두산은 9승 3패이구요, 연장전 6승 무패입니다. ^_^


오늘 아기곰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Hustle DOO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난생 처음 아빠랑 잠실야구장에 응원온거죠. 오늘이 2008년 7월 6일이니까 생후 약 28개월만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포함해서 두산베어스 팬 3대가 탄생한거죠. 진작에 아버지랑 같이 야구장에 왔다면 무...척... 좋았을텐데요. 아쉬울 뿐입니다.

아기곰의 첫 상대는 우리 히어로즈였습니다. 마침 Player's Day이기도 해서 김현수, 김선우, 김상현, 정원석 선수가 싸인을 해주는 행사도 했구요. 올드 유니폼을 입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기곰에게 유니폼을 사줄까 했었는데 제일 작은 치수가 5세용이라 어쩔 수 없이 일단 걸음은 돌렸습니다만... 다음에 올 때는 다시 고민좀 해봐야겠습니다. 헬멧이라도 사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뭔가 눈에 보이는 자기 야구용품이 있어야 확실하게 두산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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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구장에서 2대 Hustle DOO 가족들을 종종 봤는데요. 어찌나 부럽던지요. 언젠가 아기곰 데리고 야구장에 오리라 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풀이 했습니다. 아기곰은 그동안 아빠랑 응원가 연습을 많이 했답니다. 동요 대신 응원가를 불러줄 정도였으니까요. 어느덧 아기곰도 응원가 하나 정도는 부를 수 있는 실력을 갖췄죠.

근데 아직은 시끄러운 야구장 내야석 분위기에 적응하기엔 좀 무리인 것 같네요. 갑자기 큰 응원이 주위에서 방방대니 좀 어리둥절한가 봅니다. 연신 무섭다고 아빠품만 파고듭니다.

어쩔 수 없이 응원석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좀 안정을 찾긴 하더군요. 하지만 김동주와 홍성흔의 백투백홈런이 나오자 꼭대기도 시끄러워지고... 아기곰은 또 무서워라 하길래... 좀 더 있다가 아예 외야석으로 나갔습니다. 아참, 아기곰이 귀엽다고 뼈없는 치킨 주신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넓직한 외야 응원석은 아기곰 형아 뻘 되는 애들의 놀이터더군요. 응원소리도 작은데다 아이들이 춤추는 모습도 보자 아기곰은 비로소 평소의 개구쟁이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기있는 모습으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네요. 중간에 기저귀도 한번 갈았구요. 주먹밥도 어느 정도 먹였습니다.

5시간 넘게 야구장에 있었는데요. 아기곰이 잘 버텨줬습니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네요. 앞으로 처음부터 외야석에 자리를 잡으면 별 어려움 없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주말마다 날씨만 좋다면, 그리고 아기곰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계속 도전해볼까 합니다.

'김동주-홍성흔 랑데부포' 두산. 역전승으로 홈3연패 끝

경기는 두산이 4:2로 이겼습니다. 승리투수는 랜들이구요. 정재훈도 간만에 안정적인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아기곰의 데뷔전이 승리로 마감하니 더욱 기쁘네요.^^


어제 잠실 SK전에 갔었는데요. 평일 경기임에도 굳이 달려간건 경기의 중요성도 있지만, 아무래도 윤길현을 어떻게든 응징을 해야겠기에 서둘렀습니다. 안그래도 많은 팬들이 그를 보러 왔더군요. 거의 윤길현 매장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의 히어로 윤길현은 보이지 않더군요. 덕분에 정근우는 타석 때마다 우~~~ 하는 야유를 들어야 했구요. 외야석에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던 기아팬들은 구호를 외치며 항의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경기는 뭐 싱겁게 끝났는데요. 어제 경기는 윤길현이 포인트였기에 11:0 대패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온통 윤길현은 어디에 있느냐 였습니다. 5회까지 우익수 뒤쪽에서 구호 외치던 기아팬들이 6회부터는 좌익수 뒤에서 구호를 외치더니 아예 7회에는 밖으로 나가더군요. 어디 가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SK 선수단 버스에 진을 치고 앉았더군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듯 싶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현장에 가보니 SK 버스 앞에서 이미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한화, 롯데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었구요. 물론 두산 유니폼도 많았습니다. 당시 상황은 아주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구요. 잠시 SK팬들과 약간의 충돌이 있긴 했지만 비폭력을 외치는 다수의 야구팬들이 있어 물리적인 마찰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SK 선수단은 영리하게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이를 알게 된 기아팬들은 상당히 열받아 하더군요. 저도 여기까지만 보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야구선수 참 해먹기 힘들겠다 싶더군요. 대한민국 제1의 프로 스포츠인 만큼 관심도 많고 말도 많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프로야구 선수들은 좀더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제1의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사실 경기장에서는 선수와 팬은 펜스라는 경계선으로 구분이 되어 있지만 그 경계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팬들은 선수 혹은 구단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기에 선수끼리의 불경스러운 마찰도 사적인 관계를 넘어선 공적인 행위로 격상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윤길현은 야구인생에 있어 적지 않은 오점을 남긴 것만큼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죠.

오늘의 시위(?)에서 보듯 SK는 7개 구단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김성근감독의 인터뷰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윤길현이 그런 욕을 한줄 몰라서 9회에도 올렸다니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본 감독이 그런 말을 하니 어이 없네요. 그냥 솔직히 책임회피로만 느껴질 뿐이네요. 프로야구 팬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아팬들은 윤길현과 김성근이 직접 프로야구 팬들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지켜봐야 겠네요. 그나저나 어제 김광현에 철저히 밟혔는데 이를 어쩌면 좋나요. 포스트시즌에서 만날텐데 말이죠.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네요.


친한 선배와 두산과 롯데의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선배는 롯데팬이구요. 저는 뭐 당근 두산팬이죠. 팀이 엇갈리는 관계로 둘이 가면 항상 본부석 뒤쪽에 앉습니다. 그 선배랑 가면 항상 두산이 이겨서 전 늘 선배랑 잠실가는게 늘 행복하답니다. ^^

또 서로 깐죽대는 맛도 재밌구요. 예를 들면 두산 공격 때 선배가 "이거 뭐 6-4-3으로 딱 병살코스 날리겠네?" 하고 딴지 걸면, 저도 절대 지지 않습니다. "근데 중간에 2루수가 볼을 놓칠꺼 같은데 어쩌나?" 뭐 이런 식이죠. 그렇다고 뭐 얼굴 붉히거나 그러진 않구요. 워낙 친하니까...

어제도 선배는 두산불패의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1회말에 두산이 조성환의 에러, 홍성흔의 안타, 밀어내기 등으로 4점을 뽑아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죠. 선배는 울그락 불그락 그랬구요. 덕분에 전 야구는 편하게 봤지만 재미는 그닥 없었습니다. 야구란게 좀 밀고 땡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야 재밌거든요.

경기가 좀 일방적으로 흐르기에 중간에 부산갈매기 부를 때는 같이 일어서서 불러줬습니다. 롯데팬들 역시 노래 하나는 구성지게 부르네요. 세계 어느 구장에서 이렇게 노래를 신나게 불러댈까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역시 홍성흔 등장 때입니다. 홍성흔 응원가랑 롯데 응원가가 겹치는데요. 홍성흔 응원가는 데뷔 2년차에 만들었으니까 원조는 두산입니다. 근데 두산응원석에서 홍성흔 응원가를 부르려고 할 때마다 롯데 응원단장은 바로 롯데 응원가 음악을 앰프로 크게 틀더군요.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방해하더라구요. 원래 수비 때는 응원을 삼가는게 예의인데 말이죠. 좀 더 롯데팬들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배랑은 목요일에 또 가기로 했는데요. 역시 기대됩니다. 선배와 함께 라면 승부가 두렵지 않습니다. 선배와 관람할 때마다 두산불패의 신화가 있으니까요.


이번 현충일 주간에는 LG와 홈 3연전이 있었습니다. 마침 현충일날 강남에서 후배 결혼식이 있어 끝나고 바로 잠실로 향했죠.

지난 롯데전을 생각해서 좀 서둘렀는데, 롯데전에 비해 사람들이 그렇게 많진 않더군요. 이런 황금주말에 두산-LG전이면 잠실이 인산인해를 이뤄야 되는거 아닌가요? 내야에는 꽉찼지만 외야에는 1/3 정도가 비었다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LG팬들 정말 없더군요. 본부석 뒤 내야는 3루쪽으로도 두산팬들이 자리를 잡았구요. LG쪽 외야도 두산베어스 팬들이 자리를 차지했었습니다. 한 7:3 정도로 두산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구요. 관중은 총 25,892명이 왔다고 하네요.

이젠 관중동원을 생각한다면 LG전을 황금주말에 편성하는거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LG팬들은 관중동원마저 두산에 지는게 자존심 상하는지 절대 안오구요. 두산팬들도 LG전이 그닥 흥미가 없어져서인지 예전만큼 열기가 넘치진 않습니다. 이제 두산도 라이벌을 LG에서 벗어나 롯데나 삼성, SK로 돌리는게 낫지 않나 싶군요. 참고로 6월 8일 현재 두산베어스는 평균관중 17,154명이구요. LG는 13,877명입니다.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10:2로 두산이 승리했구요. 3회 터진 홍성흔의 선제 쓰리런 홈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역시 스타는 해줘야 할 때 해줍니다. 홍성흔 완전 든든하네요.^^ 조만간 좌익수로도 뛴다는데 기대됩니다. ^^

이날 경기에서 초점은 두산의 이성열, 최승환과 LG의 이재영이었죠. 이재영은 선발로 나와서 홈런에 안타 엄청 맞고 패전투수가 되었는데요. 이성열은 안타 하나에 타점 하나 쳐서 기본은 해줬구요. 최승환은 아주 빼어난 투수 리드로 복덩이로 등극했습니다.

최근에 랜들이 부진했는데 7 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구요. 무려 17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최승환효과죠. 랜들은 인터뷰에서도 최승환의 리드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채상병이 긴장해야 할 것 같네요. 이로써 두산-LG의 트레이드는 적어도 두산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LG팬들은 실망이 컸죠. 경기결과도 그렇지만 특히 이성열이 우규민을 노려보던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은 것 같네요. 가더니 두산스러워졌다는 반응이 대세네요.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근성있는 눈빛으로 변한게 너무 너무 흐믓하지만요.


두산과 LG가 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이재영과 김용의를 내주고 이성렬과 최승환을 받았죠. 모든 트레이드가 그렇듯 준건 커보이고 받은건 작아 보이네요. 하지만 김경문감독의 의도는 이해합니다.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트레이드로 보여지네요.

그건 포수가 현재 채상병 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백업포수 최승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구요. 그리고 민병헌과 유재웅이 부진에 빠진 상태에서의 대안찾기, 나아가 외야에 경쟁구도를 만들 필요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성렬의 영입도 고개 끄덕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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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동안 우리 식구였던 사람을 내보내는 마음이 짠하네요. 부디 LG에 가서도 잘 성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두산전만 빼고^^

이재영은 LG에서 바로 선발로 쓴다고 하는데, 그동안 군 제대 이후 위력이 떨어져 두산에서는 1군으로 올라오질 못했었죠. 하지만 전성기 때는 정말 묵직한 직구를 던져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였습니다. 어쨌든 LG에 가서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길 바랍니다.

김용의는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선수인데 안타깝네요. 개인적으로 김용의는 2군에 있는 최주환과 더불어 앞으로 두산을 이끌어 나갈 선수로 봤었거든요. 큰 키에 비해 타격자세가 괜챦았고, 센스있는 빠른 발도 쓸만 했습니다. 적어도 시범경기로 봐서는...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두산엔 너무 많습니다. 내야수만 하더라도 고영민, 오재원, 최주환이 있죠. 외야에는 이종욱과 김현수가 있습니다. 어쨌든 두산에서는 오재원과의 1군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김용의는 기회가 주어지는 팀으로 가는게 개인적으로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모쪼록 이성렬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두산에서 포텐셜을 맘껏 터뜨려줬으면 좋겠구요. 최승환도 김재환과 최재훈이 주전으로 클 때까지 백업을 성실히 메워줬으면 합니다. ^_^/


이번 한화전에서 두산 홍성흔선수의 딸이 화리양이 시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가봐야지 했습니다. 홍성흔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데다 1,000안타 시상식도 있다니 안가볼 수 없죠.^^ 회사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 잠실로 갔습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중이 모였더군요. 어림잡아 1만명은 넘게 오신 것 같네요. 흠... 확인해보니 12,674명이나 오셨군요.

화리양의 시구는 연령대를 감안해서 포수 바로 앞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나마 공을 거의 떨구다시피 하더군요.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엄마 아빠를 고루 닮은 것 같네요. 경기 전에 상도 받고 딸의 승리기원 시구도 있었고 해서 홍캡틴 무지 부담스런 경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가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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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혼자 간 김에 응원은 하지 않고 한적하게 경기장을 둘러봤습니다. 아이 세명이서 야구놀이를 하길래 흥미롭게 지켜봤죠. 투수, 포수, 심판 등 역할분담을 하면서 노는데 옛날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나도 초딩 때는 골목에서 저러고 놀았는데... ㅋㅋㅋ

또 외야에는 아예 응원단석에 털퍼덕 앉아서 맥주마시면서 보는 관중들도 있더군요. 직장동료들끼리 온 것 같은데 정말 싼 가격에 회식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드넓은 푸른 잔디와 선수들의 허슬플레이까지 봤으니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라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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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평일이라 그런지 가족끼리 온 관중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가족이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아들 둘 모두 네명이 응원온 가족인데요. 아이들은 두산 유니폼에 잠바에 OB 헬멧까지 썼더군요. 무척 부러웠습니다. 온 가족이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게 정말 큰 자산인데, 두산베어스를 통해서 가족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아기곰과... ^^

경기는 시소게임이었습니다. 두산이 한점 먼저 냈지만 한화가 두점을 내서 역전했구요. 이어 채상병의 투런홈런으로 재역전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이혜천을 구원등판한 이재우가 한점 내줘 3:3 동점인 상황에서 홍성흔의 멋진 안타로 4:3으로 이겼습니다.

동영상은 홍성흔이 결승타를 날리는 장면입니다. 앞에서 홍성흔 팬클럽이 열성적으로 응원하길래 그림이 되겠다 싶어 찍었는데 마침 안타를 치더군요. 역시 찬스에 강한 홍캡틴입니다.  



경기는 끝까지 박진감있었죠. 특히 정재훈이 등판한 9회초는 아슬아슬했습니다. 무사에 볼넷으로 주자를 모으길래 관중석에서는 한숨이 터지더군요. 그리고 보내기 번트로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삼진을 잡아 분위기는 잡았는데, 견제 에러로 3루까지 보냈죠. 아... 정작가 또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다행히 마지막 타자를 내야땅볼로 잡아 세이브 거뒀구요. 1차전의 방화죄를 조금이나마 씻었습니다.

아,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개인통산 300승까지 했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두산은 기념할 꺼리가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우리 히어로즈와 제주도 원정을 간다네요. 오늘밤에 비행기 탈지 내일 탈지 궁금해 지는군요. 화이팅~~


그게 1995년이니까 군대에 있을 때 입니다. 한창 쫄병 시절인지라 내무반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군기 바짝 든 상태로 일만 하고 있었죠. 그날도 그냥 마대자루로 바닥 밀고 걸레로 침상 닦고 있었습니다.

한 내무반에 고참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었는데요. 바로 두산(당시 OB)과 롯데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죠. 1995년의 챔피온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일병이 TV를 볼 수 있나요. 그랬다간 당장 집합 걸릴텐데요. 내무반 밖으로 들려나오는 고참들의 함성소리로 짐작만 할 뿐이었죠.


그러다 어렵사리 걸레로 침상을 닦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내무반은 후딱 닦고 TV가 있는 내무반에서 정말 광이 나게 닦고 또 닦고 했습니다. 다 닦아도 나가기 싫어서 눈치를 보며 밍기적 대고 있었죠.

그때 누구였는지 고참이 저를 보며 얘기하더군요.

고참 : "야 너 야구 보고 싶지?"

속에서는 "네!~~" 외쳤지만 그럴 수야 있나요.

쫄병 : (당황한듯) "아.. 아닙니다. 괜챦습니다."
고참 : "마 괜챦긴 뭐가 괜챦아. 보고 싶으면서 뭘~ 그냥 앉아서 봐"
쫄병 : (머뭇...)
고참 : "그냥 보래두~ 괜챦아. 내가 보라면 보는거야"
쫄병 : (긁적긁적) "아.. 예 알겠습니다!"

그 때 그 고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누가 면회오는 것보다 훨씬 더 반가운 말이었죠. 아쉽게도 그 고참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1995년의 우승은 좀 특별합니다. 박철순 형님이 13년을 기다려온 마지막 현역 우승이었거든요. 허리 디스크로 몇년을 재기했다 실패하고 다시 재기했는데, 현실적으로 95년이 형님에겐 거의 마지막 도전이었죠. 그런 까닭에 박철순은 우승한 후 그라운드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저도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속으로는 눈물을 엄청 흘렸구요.

아직도 마지막 투수 앞땅볼을 처리하던 권명철의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그라운드에서 뒤엉킨 선수들도 또렷이 기억하구요.^^

올해는 SK에 복수전으로 꼭 우승했음 싶네요. 그 때의 감격을 또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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