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롯데가 9회말 투아웃까지 이기고 있다가 SK에게 끝내 역전당했다는군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보니 무척 아쉽게 졌네요. 롯데팬들 입에 거품물만 합니다. 롯데가 유재웅에게 홈런맞아 진 지난 두산과의 첫경기, 그리고 어제의 김강민의 끝내기로 진 경기를 만약 이겼다면, 현재 두산에 반게임차 앞서는 2위거든요. 역사에서 만약이라는게 큰 의미없지만 말이죠.

각설하고..

이 경기 덕분에 두산은 2위 수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수치 외에 롯데의 심리적 좌절감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2위 확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하지만 2위 확정보다 더 걱정스러운게 SK의 승리 청부사적 포스입니다. 어떻게든 뒤집고 마는 가공할 위력, 박수칠만 하더군요. 올해 두산이 우승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SK이기에 하이라이트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SK의 가장 큰 장점은 좀처럼 자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둑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만해선 뚫리지 않는 두터운 기풍이 강하듯, SK는 상대의 당일 컨디션이 좋아서 질지언정 지레 포기하고 무너지는 야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야구를 하지만, 질 때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는 점에서 양팀의 차이도 엿볼 수 있네요. 특히 작년 코리안시리즈 우승, 코나미컵, 올림픽 등으로 SK의 주축 선수들이 고기맛을 알았다는 점. 이게 큰 경기에서 더욱 자멸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SK에 맞선 두산이 창의적인 야구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야구적 상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SK가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두산이 작년 코리안시리즈에서 진건 한마디로 박경완 때문인데요. 박경완의 훌륭한 투수리드, 발야구를 묶는 견제능력에 무너졌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베이스 더 가는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 공을 잡아내는 허슬 플레이, 그리고 상식을 깨는 창의적인 야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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