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는 이유는 단기전에서는 투수력과 수비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극강의 수비력에 비해 투수력에서 두산은 그닥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다는데 있습니다. 불펜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아서 많이 불안하죠. 더구나 한국시리즈의 마무리는 정규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이 따릅니다. 그 터프한 상황을 1년차 마무리 이용찬이 견딜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따라서 두산은 이용찬을 필두로 한 집단 마무리체제를 가동해야 하는데, 투수력의 소모가 크므로 2, 3, 4위로 겨우겨우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그만큼 확률은 줄어들죠. 결국 정규리그 1위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필수조건입니다. 지난 SK의 우승도 마찬가지였구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SK 또한 그닥 좋지는 않다는 겁니다.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정근우 인터뷰를 보니 요새 왠지 이상하게 방망이 감을 못잡겠다고 하더라구요.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거 십중팔구 연속 우승에 따른 목표상실 피로증세입니다. 우승 한번 하기도 어려운데 2회 연속으로 했으니 더 이상 올라갈데가 없지 싶죠. 그건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증상인지라 개개인의 정신상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거 보면 해태의 9회 우승은 정말 말도 안되는 전설이었죠. 어쨌든 SK가 올해 예전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기에 두산은 1위만 해준다면 우승 가능성은 쬐끔 더 올라갑니다.
그렇담 정규리그 1위를 하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두산의 아킬레스건인 선발투수가 안정되어야 할텐데, 써니, 세데뇨, 니코스키가 발군의 기량을 뽐내주기 바라는건 사실상 무리구요. 홍상삼이 잘 버텨주고 있긴 하지만, 언제 바닥이 드러날지 모르죠.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요. 따라서 지금 필요한건 눈에 보이는 전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튀어나와야 합니다. 두산 특유의 휘몰아치는 분위기, 두려움없는 허슬플레이, 혹은 소위 미친 선수가 필요한 시점이죠. 여기에 대역전극 한두경기 만들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바람만 타면 두산을 막기 어렵거든요. 그 키플레이어로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이었음 좋겠구요. 이들이 그라운드를 흔들어 놓는다면 가장 두산다운 야구를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중에서 고영민은 살아났으니, 한국시리즈의 경험이 있는 이종욱과 오재원만 살아나 준다면야 뭐 SK, 롯데, 기아가 무섭겠습니까? 흠... 특히 오재원... 많이 기대하고 싶네요. 아끼는 놈이기에...
아울러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롯데, 기아의 부진을 기원합니다. SK가 내려가고 삼성과 중간에서 물고 물려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너무 큰 욕심인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