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텼던 곰이 결국 호랑이를 잡았네요. 전반적으로 윤석민에게 거의 완벽하게 눌렸던 경기였는데, 막판 집중력과 기아의 막장수비 덕분에 어부지리로 1승을 챙겼습니다. 승리투수는 8회부터 올라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임태훈이구요. 참고로 9승으로 다승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결승타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김진수인데요. 그동안 고생이 많았을 김진수... 역시 인터뷰에서도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네요. 그리고 김진수가 끝내기 안타쳤을 때 누구보다 더 격하게 기뻐하며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축하해주던 용덕한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로써 기아와의 상대 전적 8승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구요. 오늘 승리한 2위 SK와도 1게임차 1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승리가 다행이면서도 기쁘지 않은건 우리의 에이스 아니 1선발 김선우의 실망스러운 투구 때문이죠. 뭐 두산이 불펜이 강하다고 하는데, 물론 강하기는 합니다만, 선발이 상대적으로 안습입니다. 시즌 전에는 김선우, 랜들, 정재훈, 김명제가 든든하게 지켜주리라 기대했었으나, 랜들은 부상으로 내년을 기약해야 되고, 정재훈은 부상으로 2군 갔고, 김명제는 불펜이나 지키고 있고, 믿었던 써니 마저 에이스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홍상삼마저 없었으면 어쩔뻔 한겨... ㅡㅡ;; 반면 기아는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로페즈, 오늘의 윤석민, 그리고 내일의 서재응에다 구톰슨, 양현종에 이범석까지... 산너머 산이라는 표현은 이런데다 써야 적당하죠.

그리고 큰 경기에서는 정말 수비가 중요하다는거 또 한번 느끼게 해주네요. 에러 3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까지 합치면 4~5개 되구요. 실질적인 자책점은 김현수의 솔로홈런 한점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산은 수비에서는 압도적으로 깔끔했구요. 특히 오재원은 1루수 강습을 몸으로 막은 뒤 떨어진 공을 잡고 1루로 슬라이딩 태그아웃을 시키는 허슬플레이도 보여줬습니다. 타자와 1루수가 모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로 몸을 날리는 모습이 흡사 느와르 영화에서 떨어진 권총을 서로 잡기 위해 동시에 몸을 던지는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진기명기였습니다.

그나저나 두산과 기아의 경기는 최고로 재밌습니다. 7회까지는 선발이 좋은 기아가 우세하지만 8~9회는 뒷문이 든든한 두산이 뒤집으니 스릴 넘치네요. 두산의 승리공식은 (1) 기아 선발을 최대한 빨리 내린다. (2) 내릴 때까지 2점차 이내 유지한다. (3) KILL라인 출동시키면서 경기를 뒤집는다.

내일은 단군매치의 승자를 가리는 3차전입니다. 선발은 세데뇨와 서재응이구요. 불볕더위가 오기 전에 승수를 쌓아놔야 하기에 두팀 모두 중요한 경기입니다. 양팀 선수들 선전하기 기원합니다.

덧글...
한채영이 두산 열혈팬으로 시구했다고 하네요. 바비인형이 출동했으니 그라운드가 환했겠네요. 어떤 선수가 한채영에게 시구법을 가르쳤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떨려서 제대로 쳐다보기라도 했으려나... 만약 홍상삼이 했다면 아마 어버버버 했을 듯... 어쨌든 여자 연예인이 시구했을 때 승리해온 공식이 이번에도 유효했다는데 만족... 


간만에 야구장에 갔습니다. 회사가 잠실로 와서 좋은건 야구장이 가깝다는건데요. 정말 쫌만 서두른다면 경기 시작전에도 도착할 수 있겠더라구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잠실구장 안으로 들어오니 점수는 이미 1점을 주고 있더군요. 계속된 위기에 결국 2회에 2점을 줬구요. 우리의 지토 김상현이 안타를 좀 많이 맞더이다. 오늘은 박복한 승수를 챙기기 바랬는데... 자리잡고 눈여겨 구위를 보니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직구는 142km 정도구요. 커브와 슬라이더는 115km 내외였는데, 계속 맞는것만 봐서 그런가 직구가 좀 눅눅하더라구요. 좀더 빨랐으면 하는 바램... 그래도 5회까지 꾸역꾸역 2실점으로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 초반에는 정수빈의 3루타 이후 오재원의 내야땅볼로 1점 낸 것 외에는 그닥 찬스랄 것도 없는 밍밍한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로페즈가 두산에 강하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기아는 두산에 밥인데, 두산은 로페즈에 밥이네요. 엉성한 폼에 별로 힘들이지도 않는 것 같은데, 곰들은 사자에게 보여준 무한각목질은 어디 두고 올라온건지요. 그냥 예전 두점 베어스 보는 듯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로페즈의 호투가 눈부셨네요. 9회 끝까지 로페즈는 145km 직구 유지했구요. 9회 끝까지 곰들은 찬스를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아쉬웠던건 1사 3루에서 손시헌의 안타성 타구를 김상현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 홈에서 민병헌을 아웃시켰던 상황이네요. 그것만 빠졌더라면 동점만들고 1사 1루 찬스를 계속 이어갔을텐데... 인터넷에서는 민병헌이 굳이 홈 쇄도할 필요가 있었느냐, 어차피 강습타가 빠지면 걸어 들어오고, 잡히면 아웃될 확률이 큰데, 스타트가 애매했다고 비판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이 모든걸 판단하고 행동하기는 쉽지 않죠. 그리고 홈에서도 거의 세입에 가까워서리 심판이 세입을 줘도 무리 없었거든요. 뭐 두산이 못했다기 보다는 기아가 잘했습니다. 평소 돌글러브질 잘하던 김상현이 그 빨랫줄 타구를 잡아낼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래서 졌네요. 

그나저나 기아 포스트시즌에 올라오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선발투수진이 워낙 좋아서리 투수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단기전의 특성상 호랑이가 제대로 발톱 세울 것 같네요.

덧글...
다행히 SK도 히어로즈에게 져서 1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SK가 헤맬 때 좀 승차를 벌여야 할텐데 말이죠. 오늘은 호랑이도 잡고, 승차도 벌이고, 서울팀의 쌍끌이 이뤘으면 좋겠네요. 두산, 히어로즈 홧팅!


전에 올시즌 신인왕에 도전하는 아기곰 4인방에 대해서 포스팅했었습니다. 누구 하나 이쁘지 않은 선수 없는, 모두 새끼같은 존재들인데... 그중에서도 홍상삼은 참 요모조모 뜯어봐도 신통방통한 친구 같네요. 과거 충암고 시절에 워낙 똘끼넘치는 동영상이 떠돌았던걸 의식했는지, 아니면 원래 똘끼가 없던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홍상삼은 새색시 같은 과묵한 모습만 보여주더군요. 특히 인터뷰에서의 홍상삼은 똘끼의 홍삼으로 보기엔 많이 모자라죠. 좀 짬밥 좀 먹으면 본색을 드러내려나요.

홍상삼을 보면서 김광현을 떠올리는건 저 뿐만인가요?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도 그렇고, 슬라이더도 그렇고, 스플리터도 던지는 것 같은데, 다양하면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는 점... 참 기특합니다. 저번에 양준혁을 범타로 유도할 때 스플리터 연속으로 두번 던진 이유를 묻자 두번째는 무조건 배트가 나올꺼라 예상했다고 하더군요. 신인치곤 당돌한 얘기인데요. 어쨌든 그런 변화구 구사능력에 제구력까지 좋으니 선발로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실제로 홍상삼은 볼넷 비중이 참 적은 투수구요. 초반에 삼진은 많이 있었는데 요새는 거의 맞춰잡는 형으로 변했더라구요.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투구수를 줄여 이닝이터로 변신하려면 맞춰잡는 요령은 반드시 터득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홍상삼은 괜챦은 선발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쉬운건 188cm라는 큰키에서 정통 오버스로우로 내리찍는다면 직구의 위력이 배가될텐데, 약간 쓰리쿼터에 가깝더군요. 김광현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죠. 우모가 김광현과 비교한건 구위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유사성 때문입니다. 김광현은 신인 선발투수로서 김성근 감독의 관리를 받으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으로 성장했죠. 홍상삼도 김경문 감독의 투구수 조절을 받으면서 천천히 그 가능성의 한계를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몸에 무리도 안가면서 김명제의 부진을 훌륭히 메우고 있죠. 첫 풀시즌 등판이라 이런 배려가 없다면 홍상삼은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려울겁니다. 특히 더운 여름이 오면 체력적인 한계는 금방 올꺼구요.

요새 가끔씩 상상하는게 있습니다. 예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신인 김광현의 깜짝 선발 등판으로 리오스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한국시리즈 제패했던 김성근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을 김경문 감독이 홍상삼을 기용해서 복수하는 그런 장면인데요. 두산이 한국시리즈 가면 경험상 김선우, 정재훈, 김상현 등으로 3선발 체제를 유지하겠지만요. 상대의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 혹은 버리는 경기에 부담없이 홍상삼을 출전시켜 승리도 챙기고 두산 마운드의 10년을 이끌 거목도 발굴하는 양수겸장을 꼭 성공시켰으면 합니다. 홍상삼은 경험이 부족한 반면 승부욕이 강해서 충분히 그런 히든카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올시즌 너무 잘나가면 포스트 시즌 3선발에 바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서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홍상삼은 똘끼가 충만한 투수입니다. 우리나라 투수들은 너무 얌전하고 개성이 약해서 거의 비슷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마운드에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타자와 승부하다가도 덕아웃에서는 여러가지 재능으로 분위기 띄워주는 홍삼을 보기 원합니다. 충암고 시절 홍상삼이 추던 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뭐 두산에 전임 홍씨들은 다 그 역할을 해왔기에 우리 홍상삼도 충분히 해내리라 믿습니다.


두산이 잘나가는 배경에 신인왕을 노리는 4인방이 있죠.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덕분에 두산은 마무리 부재, 김명제 부진, 이종욱 부상, 중간 피로도 증가 등의 고민을 덜었습니다. 이 4명이 없었다면 두산은 틀림없이 시즌을 참 힘들게 끌고 갔을텐데요. 화수분의 전통은 이들이 이끌어갑니다. 두산 4인방 외 경쟁자라면 롯데의 김민성 정도가 유일하겠네요. 초반에 안치홍과 김상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밀리는 상황이구요. 올해 신인왕은 단연코 두산 집안잔치입니다. 참고로 우모가 생각하는 수상 가능성은 위에 적은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의 순서와 동일하네요.

아무래도 신인왕을 타자가 차지하기는 힘들죠. 타자가 차지하려면 기본 3할이 되지 않는한 쉽지 않구요. 타이틀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죠. 반면 투수는 중간에서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줘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임태훈이 중간에서 준수한 성적으로 김현수를 제치고 따낸 바 있죠. 그만큼 투수는 타자에 비해 임팩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정수빈이 신인왕을 차지하기란 만만치 않을겁니다. 이종욱이 곧 컴백한다는 것도 그렇고, 두산의 외야수 뎁쓰도 북극 빙산만큼 두터워서 변수가 많죠.

하지만 투수쪽은 성대적으로 넉넉치 않은 자원이기에, 홍상삼, 이용찬, 고창성이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지 않는한 역할이 줄어들진 않을겁니다. 그렇다면 타이틀의 무게감에 따라 갈리는데요. 예상컨대 홍상삼이 10승을 올린다면 이옹찬이 세이브왕을 차지하지 않는 한 신인왕은 홍상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발투수로서 10승을 거둔다는건 의미있는 수치거든요. 세이브 1위는 8명의 투수 중에서 경쟁하는거지만, 선발투수 10승은 각팀 5선발 즉 40명중에서 경쟁하는거니까 좀더 인상에 깊이 각인되죠. 하지만 홍상삼이 10승에 미달하고 이용찬이 세이브왕을 기록한다면 당연히 이용찬에게 영광은 돌아갈겁니다. 반면 고창성의 홀드 기록은 선발승이나 세이브에 비해 아무래도 임팩트가 딸리는게 사실입니다. 임태훈처럼 투수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호성적을 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여간 누가 받든 간에 우리 새끼들이니 맘 푹놓고 경쟁을 즐기면 되겠네요. 당연히 누가 받든 상관없구요. 임태훈과 김현수가 경쟁하면서 커나갔듯이 그런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보기만 해도 너무 배불러서...^^;;

덧글...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모두 휩쓸었네요. 싸대기동맹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무한 각목질을 해댔더군요. 그래서 기쁘면서도 좀 미안하네요. 고창성 기용도 선동렬감독이 추천했다고 하던데... 흠... 그래도 삼성에게는 4강본능이 있으니 곧 올라오리라 믿습니다.


두산베어스 팬들에게 FA란 Fade Away 혹은 Fly Away라는 말이 있습니다. FA를 통한 전력보강은 그저 남의 집 일인지라, 이번엔 누가 나갈까 싶어 스토브리그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죠. 그래도 신은 공평하셔서 두산에게 화수분의 전통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나마도 없었다면 두산의 올해는 정말 암흑이었을겁니다.

그간 두산의 FA 선수들을 뽑아보니 아래와 같네요. 인터넷에서 뒤진거라 틀릴 수도 있으니 만약 사실과 다른게 잇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두산 -> 두산
2000 조계현 2.8억/1년
2002 안경현 15억/4년
2003 장원진 5.5억/2년
2005 전상렬 4억/2년
2006 홍원기 0.8억/1년
         김창희 1억/1년
2008 김동주 9억/1년

두산 -> 타팀
2004 정수근 롯데 40.6억/6년
2007 박명환 LG 40억/4년
2009 홍성흔 롯데 2,79억/1년
         이혜천 야쿠르트 400만달러/2년

타팀 -> 두산
全無

위의 내용을 얼핏보면 두산이 FA 선수를 많이 잡은 것 같지만. 타팀의 FA 선수 영입한 케이스는 한명도 없었구요. 내부 FA 잡은 선수도 김동주와 안경현, 장원진을 제외하면 솔직히 대어급은 아니었습니다. FA라고 하기에도 머쓱한 금액도 있었구요. 반면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이탈은 심했습니다. FA로만 봐도 정수근, 박명환, 홍성흔, 이혜천이 떠났구요. FA는 아니었지만 최일언, 김형석, 이명수, 김경원, 김상진, 심정수, 진필중, 안경현 등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거나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죠. 

이런 아픔의 역사가 있었기에 두산팬들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애착은 유독 강했습니다. 박철순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식을 하고 영구결번하는 선수가 탄생하길 손꼽아 기다렸죠. 그 가능성에 근접했던 안쌤, 홍포의 이탈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위야 어찌됐든 팬들의 실망감은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구요. 저도 안쌤, 홍포를 내보낸 달감독이 왠지 미웠습니다. 사실 홍포는 달감독이 내친게 아니었음에도...


하지만 2009 시즌이 중반에 치닫고 있는 지금 두산은 1위를 하고 있고, 세대교체를 가장 성공적으로 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용찬, 홍상삼, 임태훈 등의 주축 투수들은 19~21살 정도이고, 정수빈, 김현수, 민병헌, 고영민 등의 야수들도 20대 초반에 불과하죠. 다른 팀에 가면 중간급 정도 밖에 안되는 손시헌이 고참행세를 하고 있으니, 타팀의 부러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만큼 두산의 미래는 탄탄합니다. 덕분에 지금 두산팬들은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을 그리워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애정을 쏟게 되네요. 이원석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홍포의 보상선수로 와서 트레이드 대상으로 전락하더니 지금은 두산의 없어서는 안될 유틸리티 선수가 되었죠. 우윳빛깔 이원석이라는 쌔끈한 별명도 얻었구요. 홍성흔의 롯데행이 없었다면 이원석은 두산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겁니다.

이런걸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되나요? 아니면 새옹지마라고 해야 되나요? 김경문의 경쟁체제가 프랜차이즈의 퇴출로 이어졌지만, 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가져왔으니... 물론 모든게 결과가 좋으니 이렇게 얘기하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하일성 아저씨가 야구는 모른다고 했지 싶습니다. 어쨌든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공은 당연히 달감독입니다. 김현수, 정수빈, 홍상삼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죠? 이들은 시즌 전 달감독이 주목해야 할 선수로 언급했던 히든카드였죠. 그리고 보기좋게 성공했구요. 달감독이 선수를 볼 줄 아는 좋은 안목을 지녔다는데 이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한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홍성흔에게 포수마스크를 벗기려했던 것도 수긍이 가구요.

프랜차이즈의 이적이 아쉽긴 하면서도 쑥쑥 커가는 아기곰들을 보는 맛에 익숙해져간다는건... 떫은 차맛속에 담백한 단맛을 맛본 듯한 느낌입니다.

흠... 그러고보니 김경문도 두산의 자랑스러운 프랜차이즈였네요.


롯데와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8:7로 이겼습니다. 5:0에서 5:6으로 역전, 다시 6:6 동점 허용, 그리고 연장 10회에 7:6으로 끌려가다가, 7:7 동점, 마침내 연장 11회에 7:8로 끝내기 재역전승... 보기드문 명승부로 재미는 있었지만, 출혈이 크네요. 지토 김상현은 난타 당했구요. 여러 선수가 컨디션이 안좋고 부상당해서 주전 별로 없는 상태였죠. 특히 이원석이 홈쇄도하다가 강민호의 무릎보호대에 머리를 부딪쳐 엠뷸런스에 실려나가는 모습...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원석이 허슬두에 완전 녹아드는 플레이를 펼치니 이뻐 죽겠네요.

이 경기에서는 두산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선수들은 김현수와 용덕한 제외하곤 모두 후보선수들로 채웠는데도 5점차를 따라잡더라구요. 김동주는 팔꿈치가 안좋아서 막판에 대수비로 들어왔고, 최준석은 허벅지 근육통, 이종욱과 고영민, 최승환은 부상, 이원석은 오늘 중간에 실려나가고, 김재호도 이종욱과의 충돌 충격으로 2군행이죠. 이런 비상시국에 최주환, 이성렬은 정말 간만에 올라왔는데도 나름 잘해줬구요. 정수빈은 강력한 신인왕 포스 오늘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원석은 멀티 내야수로 든든했구요. 오재원도 제 몫은 다했네요. 그리고 오현택을 빼놓을 수 없죠.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고창성에 이은 또 하나의 사우스포 무기를 얻었네요. 2군에서 이강철처럼 뱀처럼 휘는 공을 가졌다고 팬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는데 역시 허튼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신고선수에서 선발까지 올라간 신화가 또 하나 터지지 않을까 싶네요.

두산의 힘을 보여준 또 하나는 11회말 무사 1루에서도 무사 1, 2루에서도 절대 번트를 대지 않더라는거죠. 아마 SK나 LG였다면 분명 번트싸인 나갔을겁니다. 그냥 힘대 힘으로 밀어붙이는 뚝심... 두산팬이지만 자랑스럽네요. 그리고 그런 감독의 배짱을 묵묵히 성공시키는 선수들도 칭찬받을만 하구요.

반면 롯데는 안습이었습니다. 나름 초반에는 잘했지만, 이대호의 알까기 하나로 한 순간에 5점차 승리를 뺐겼죠. 롯데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수비인데요. 수비가 약한 팀은 돌풍은 일으킬 수 있어도 강팀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습니다. 홍포도 어제까진 잘했는데 오늘은 5타수 무안타였네요. 가르시아도 그냥 그렇고... 하여간 오늘 경기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내일 선발은 세데뇨와 장원준이네요. 세데뇨가 가능성은 보이는데 좀 키우면 터질 것도 같습니다. 함 기대해보죠.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의 레젼드 박철순형님의 시구가 있다네요. 가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 못간다는게... 참... 쩝...

덧글...
종범형님의 500도루 1천 득점 축하드립니다. 다른 팀이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젼드로서 참 좋아하고, 또 노대통령 서거 애도기간 동안 500도루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강한 민주정신 고개 숙여 깊이 존경합니다. 형님 빼고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은퇴하기 전에 V10 이루고 싶다고 인터뷰 하셨던데... 음... 두산과 멋진 코리안시리즈 하고 싶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올해 꼭 코리안시리즈 올라오시길... 기원합니다.

기아 화이팅~ 종범신 화이팅~


김선우와 김광현... 제대로 붙었습니다. 
2008년 한국시리즈의 후속판이자 미리보는 2009년 한국시리즈이기도 했죠.

오늘 두산과 SK 양강의 에이스끼리 선발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1, 2위팀 답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줬네요. 최근 무박2일 경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잘해서라기 보다는 막장에 가까웠다는 야구팬들의 평이 많았죠. 하지만 두산과 SK의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 경기도 그렇고 야구의 묘미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진정한 명승부를 보여줬습니다. 경기 내내 심장이 잘근잘근 씹히는 느낌의 연속이었네요. 9회말 투아웃 만루에 투쓰리 풀카운트라는 보기 힘든 장면도 나왔죠. 그걸 임태훈이 9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김재현을 내야땅볼로 잡아냈구요. 오늘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봤으면 한마디 같습니다. "태훈아~ 니가 고생이 많다~"

결과는 두산의 4:2 역전승이었구요. 승리투수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기쁜건 꼬꼬마 정수빈이 연장 12회에 결승 홈런을 쳤다는건데요. 워낙 선구안 좋고 히팅 포인트 뒤에서 잘 받쳐줘서 언젠가 터뜨리리라 예상은 했었는데 SK 가득염을 상대로 밀어서 좌측 홈런을 뽑아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종욱 없으면 정수빈, 고영민 없으면 김재호, 손시헌 없으면 이대수, 김동주 없으면 이원석... 정말 두산의 뎁스 정말 깊네요. 그리고 비록 12회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세이브를 끝까지 지켜준 이용찬, 참 잘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포인트는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 그리고 포수싸움에서 누가 이기냐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K에게 2년 연속 발린 이유가 바로 박경완이었다 보구요. 박경완에게 완벽하게 털렸기에 SK투수들이 실력 이상의 구위를 보였고, 덩달아 두산의 빠른 발야구까지 죽었더랬죠. 올해도 투수와 포수 싸움에서 밀리는 한 두산은 SK를 제치고 우승하기는 힘들껍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죠.

우선 선발투수 싸움은 김선우도 잘 던졌지만 김광현이 더 잘 했기에 판정패라고 볼 수 있네요. 김선우는 5이닝 4안타 1실점을 기록했는데요. 1실점도 자책이 아닌 1루수 실책으로 내준 점수였죠. 최준석이 잡을 수 있는 공을 그만 놓치는 바람에... 음... 우리의 오똘 오재원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 두리번) 두산이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수비로 기를 죽이곤 했는데, SK만은 예외네요. 하지만 김선우의 피칭도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불안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습니다. 꾸역꾸역... 덕분에 후반에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구요.

김광현은 7회까지는 완벽했지만, 8회에 동점을 허용해서 승리투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김광현은 경기가 잘 안풀릴 때 얼굴이 상기된다거나, 심판이 안도와줄 때 멋적은 웃음을 짓거나, 에러가 나올 때 찡그리거나 하는 등의 감정변화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이럴 때 한번만 더 밀어부치면 김광현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역할이 이종욱에게 왔는데, 2사 1, 2루에서 그만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8구까지 끌고 갔음에도 아쉽네요. 그만큼 김광현이 잘 던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포수싸움은 용덕한이 선전했습니다. 투수 리드도 좋았구요. 인사이드 웍도 훌륭했습니다. 타격도 안타 2개나 쳐냈으니 이 정도면 준수했죠. 전 채상병, 최승환, 김진수, 용덕한 중에서는 용덕한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단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투수와의 호흡면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상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기에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하리라 봤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다는 점은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에겐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그래서 나름 용덕한의 별명으로 The Khan(더칸, 덕한)으로 지어줬는데요. 괜챦지 않나요...? 음... 아직 뭐 나만 부르는 별명이라는게 아쉽다능...

하지만 SK 박경완 역시 여전히 명불허전이더라구요. 수빈 어린이의 도루를 간발의 차로 저지했구요. 영리한 리드로 김광현의 구위를 더욱더 날카롭게 해줬습니다. 거의 20승급 포수라 불러도 손색없다능... 특히 가장 무서운 점은 발야구가 박경완 앞에서는 곰들의 빠른 야구가 꼬리 내리더란거죠. 좀 보란 듯이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 없나요? 정수빈은 두번이나 실패했구요. 물론 한번은 박경완이 아닌 투수 견제에 걸린거지만... 다른 선수들은 9회까지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걸려요. 악어는 사냥할 때 무조건 물속으로 끌고가죠. 이게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상대를 몰아가는거거든요. 이미 물속에 들어온 이상 게임은 끝나는거구요. 두산의 창조적인 베이스 러닝은 상대 팀에게는 완전 악몽일 뿐니다. 다행히 오재원이 10회에 도루 성공해서 이기긴 했습니다. 그나마 투수가 정대현이었기에 가능했구요. 역시 두산은 뛰어야 이깁니다.

덧글...
김현수가 3회 정근우의 평범한 안타를 쓸데없는 슬라이딩으로 놓쳐 2루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아무래도 타율 1위 경쟁을 벌이는 정근우였기에 잡으려는 의욕이 앞서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이걸 김경문감독은 놓치지 않고 지적했네요. 이종욱과 교체... 아마 김현수도 이걸 계기로 좀더 마음을 다잡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김광현한테 약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오늘도 2타수 무안타였구요.


"야 지금 홍성흔 타석이야. 빨리와~"
잠실운동장역을 막 뛰어 올라가는데 롯데팬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울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실망감이 철철 흘러 넘치네요.
"아~ 근데 초구에 파울 플라이 아웃이야~ 어휴..."

롯데팬 선배는 표를 끊어놓고 경기장 안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요. 우모는 회사에서 대충 일 마무리 짓고 뛰어 오면서 어디서 만날지 전화하는 통이었습니다. 그렇게 홍성흔의 두산전 첫 타석은 아웃으로 시작되었죠. 밖에서 치킨윙 사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홍포 생각만 맴맴 돌았습니다. '쩝... 이젠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오늘 경기는 시즌 전부터 점찍어 둔 꼭 봐야 하는 must have 였는데요. 이유는 뭐 다름 아닌 홍성흔 때문이었습니다. 갈매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을 적으로 만나는 게임인지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죠. 기분은 그닥 유쾌하진 않았구요. 홍성흔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 지, 그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바티스투타가 골 넣고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파묻었을 때 피오렌티나 팬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그 기분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했구요. 그런 일이 두산팬들에게 닥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홍성흔의 오늘 성적은 데드볼 한개 포함 3타수 무안타였네요. 예전의 날카로운 스윙, 파이팅 넘치는 손짓은 찾아볼 수 없고, 허공만 가르는 방망이가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통쾌하게(ㅜ.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도 홍포는 수비가 끝나면 덕아웃 앞에서 제일 먼저 선수들을 맞이하는 버릇... 여전하더군요. 이런 홍포의 마음 씀씀이가 항상 믿음직스럽게 했었는데요. 간만에 보니 미소가 절로 그려지구요. 다만 상대 덕아웃에 서있는 모습... 그건 왜 그렇게 어색한지요. 마치 일장기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서있는 손기정옹을 보는 듯 했습니다. 또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있기 미안했는지 틈나는대로 불펜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몸을 푸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안스럽기도 했구요. 혹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홍포를 몰라서 하는 얘기구요. 홍포를 오래 봐온 팬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죠. 성실하면서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홍포 아니 홍지명은 분명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습니다.

위의 사진은 모두 홍성흔을 찍은건데요. 이중 좌하단에 있는건 홍지명이 1루에 나가 있을 때 장면입니다. 나름 의미있는 그림이겠다 싶어 찍었던건데... 바로 1루수가 이원석이었거든요. 오늘 이원석은 선발 6번타자 1루수로 출장해서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습니다.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나는 이원석을 보면서 홍지명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어쨌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니까 홍지명도 더 분발하겠죠?


보너스로 불펜에서 이리저리 몸푸는 홍포 모습 올려봅니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글거리는 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런 눈빛이 10년간 두산의 덕아웃을 지켰는데... 에혀... 머지 않은 날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을 홍포를 기대해 봅니다. 성공한 갈매기로 돌아오길... 꼭~

덧글...
경기는 11:3으로 두산이 이겼습니다. 홍상삼이 잘 던졌는데 고비는 못넘겨 역전당한채 내려왔구요. 두산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질로 재역전시켰습니다. 김현수, 이원석의 홈런이 좋았구요. 손시헌의 적시타가 결정적이었네요.


시즌 전 두산의 1루수 주전 후보는 오재원, 최준석, 이성열이었습니다. 이 3명을 특징별로 나눈다면 공수주 3박자의 오재원, 수비는 떨어지지만 장타력이 돋보이는 최준석, 호타준족의 기대주 이성열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큰 경기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 오재원이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최준석과 이성열은 타격이 일취월장해야 주전입성을 이룰 수 있을꺼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고 난 후 뚜껑을 열고보니 최준석이 정말 열심히 했다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 랭크되어 있고, 확실한 두산의 5번타자가 되었죠. 반면에 오재원은 약간의 전투력만 상승했고, 이성열은 아직 물음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재원은 수비와 빠른 발이 있기에 주전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이성열은 선풍기의 오명을 털어내지 못하는 한 쉽지 않을꺼 같네요.

도대체 최준석과 이성열의 차이는 뭘까요? 둘다 거포로서의 신체적 장점은 갖고 있는데, 성적에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제가 보기엔 선구안으로 보이는데요. 최준석은 약점인 변화구 대처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거든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지는 볼, 혹은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그간 헛손질을 했었죠. 그러다보니 직구에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인구에 속지 않게 되면서 투수들이 던질 곳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치다보니 안쪽, 바깥쪽, 직구, 변화구 모두 약점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된거죠. 하지만 최준석... 아직은 부족합니다. 볼넷 보다 삼진 숫자가 아직은 더 많습니다. 14개와 18개니까요.

이에 반해 이성열은 선구안이 안습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시력이 안좋다고도 하는데, 그보다는 타격폼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죠. 타격시 고개가 좌상향으로 미리 올라가는 듯 한데요. 그러다보니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볼에 속수무책입니다. 오늘은 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것 같은데, 정말 시력이 문제라면 시즌 전에 어떻게든 교정을 했어야 하니까, 어쨌든 그 역시 핑계에 불과합니다. 이성열은 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2번타자로 선발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번번히 찬스를 날려먹기만 하고, 결국 1사 1, 3루 찬스에서 정수빈에게 대타 교체되고 말았네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정수빈과 비교하면, 정말 정수빈은 극강의 선구안을 갖고 있습니다. 고졸 1년차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침착하고 또 변화구에 속는 일도 거의 없더군요. 8회말 2사 만루에서 결승 밀어내기 뽑아낸거 보면 예사 솜씨는 아니죠. 타격폼도 이성열은 건들거리는데 반해 정수빈은 안정된 상태에서 당겨치는 타법이구요. 하여간 언젠가 포텐셜을 터뜨려주겠지 하고 기대는 하지만, 이성열은 늘 희망고문이네요. 달감독이 언제까지 기회를 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회는 주어질 때 잡지 않으면 지나고 나면 바람일 뿐이어서, 이성열은 정말 정신 바짝차려야 됩니다. 외야는 임재철, 민병헌, 정수빈에 밀리고, 1루는 오재원, 최준석에 밀리는게 현실이거든요. 그나마 왓슨이 이천에 내려갔기에 그나마 잠실 공기 마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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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는 1승 1패 했습니다. 누가 싸대기동맹 아니랄까봐 사이좋게 나눠가졌네요. 토요일 비가 온게 아쉽게도 두산 7연승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구요. 에이스라 하기엔 뭔가 쑥쓰러운 김선우의 부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두산이 강팀이지만 최강팀이 되기엔 2% 부족하구나 또 느끼게 해준 경기였네요. 확실한 에이스 없이 스크를 꺾는건 뭐...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천쌀밥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세데뇨에게 기대를 걸어햐 하나 봅니다. 에혀...

반면에 마무리 이용찬은 참 이쁘네요. 박빙의 승부에서 최형우, 양준혁을 삼진잡고 박진만을 내야땅볼로 셧아웃시켰습니다. 국내 최고의 152km 강속구, 종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자신있게 뿌리는 기세등등한 모습... 예전 김경원과 진필중을 보는 듯 하군요. (흐믓~)


두산에는 정재훈이 두명 있습니다. 한 때 정작가로 불리우다 지금은 원투펀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선발투수 정재훈. 그리고 주로 중간계투로 나왔던 작은 정재훈. 초등학교 때 이름이 같은 친구들을 큰 홍길동 작은 홍길동으로 구분했던 것처럼, 두산팬들은 이 두명을 그렇게 불렀죠. 백넘버도 41번과 40번이었던듯... 제 기억에 40번의 작은 정재훈은 구위가 뛰어나진 않지만, 제법 제구도 잘 잡히고, 가끔씩 떨어지는 포크볼인가요? 슬라이더인가요? 그런 볼도 잘 던졌던 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잠실보다는 이천에서 주로 생활했던 탓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작은 정재훈이 은퇴하고 미국으로 간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제 야구계를 떠나 제2의 삶을 사는구나 싶었죠. 야구밖에 모르고 나이만 먹은 선수들이 겪는 고생을 하겠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길 바라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관심권의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기사에 작은 정재훈이 미국에서 야구를 한다고 하네요. 확인해보니 미국의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고, 포트워스 캐츠(Fort Worth Cats)라는 구단 소속이네요. 캣츠에서의 정재훈 백넘버는 33번이구요

오랜만에 정재훈 선수 관련 기사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부럽더라구요. 대개 나이를 먹으면서 얻는게 고집이라면, 잃는게 꿈인데요. 나이에 반비례하는 꿈의 크기가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그래도 꿈을 쫓아 노력하는 모습은 참 아름다워 보이네요. 성공여부를 떠나서 말이죠. 사실 성공이란게 자신이 만족하느냐가 더 중요한거라고 보면 남들의 시선은 그닥 중요한게 아닐 수 있습니다.

작은 정재훈이 독립리그를 벗어나 마이너,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야구의 본고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모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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