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찬이 마무리로서 올시즌 우승에 기여할까요?
못할까요?

이 질문은 두산팬에게는 절실한 문제인데요. 확실한건 이용찬이 없다면 우승은 어렵다는겁니다. 꼭 이용찬이 아니더라도 믿음직스러운 마무리가 없다면 우승은 요원한 얘기죠. 역대 우승순간을 보면 100% 강력한 마무리의 매조지가 있었습니다. 끝내기로 우승한 케이스는 단 한번도 없었죠.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최고의 순간을 차가운 심장으로 지켜내야 하는 냉철함과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를 지녀야 하죠. 지난 두번의 연속 준우승도 결국 포수와 마무리 열세가 불러온 참사였다고 봐야됩니다.

만약 이용찬이 마무리에서 안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줘서 실패한다면, 결국 이재우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하고, 이재우의 빈자리는 또 정재훈이 메워줘야 하는데, 이런 연쇄부도는 중간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고창성, 임태훈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되죠. 두산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지승민-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이 나오는 지킬(지-KILL)라인이 가동될 때입니다. 물론 그 핵심은 이용찬이구요.

그래서 올시즌 마무리 이용찬에 대한 기대는 차라리 염원에 가까웠죠. 부상경력이 있는 신인급 투수가 과연 그 힘든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용찬은 지금까지 잘 해줬습니다. 22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구요. 초반 페타지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던 악몽도 잘 이겨냈죠. 김경문 감독도 올시즌만 보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키워야하는 선수라고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를 보는 안목에 일가견이 있는 달감독이니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이용찬에게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올시즌 챔피언이 되기에 이용찬이 아쉬운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1점차 앞선 9회말 올라와서 안타 하나 없이 볼넷-땅볼-볼넷-땅볼-볼넷-볼넷으로 승리를 날렸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김시진 감독의 배짱 두둑한 작전...! 경기를 자세히 보면 볼넷 이후 땅볼이 두개 나왔는데요. 모두 평범한 유격수쪽이었죠. 그럼에도 주자가 살았던건 모두 히트앤런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김시진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 없었다면 이용찬은 병살로 터프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던거죠.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고 성공시킬 수 있었던 김시진 감독의 결단력... 참 대단하더라구요. 어쨌든 이용찬은 리그 마무리 1위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공은 짱짱하게 미트에 꽂혔지만, 너무 힘에만 의존하다보니 제구가 전혀 안됐네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휘어나가는게 이를 증명하죠. 박찬호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살아 있는데... 쩝... 하마터면 본의 아니게 데드볼도 두어번 나올 뻔 했습니다.

무릎에 문제가 있는건지, 마인드가 유약한건지,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올라와서 경기감각이 떨어진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용찬이 좀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으면 하네요. 기회는 감독이 제공하지만 기회를 잡는건 결국 자신이라는걸 명심하고 멋지게 해냈으면 합니다. 용찬아 형은 너를 격하게 믿는다...

덧글...
비록 히어로즈에게 9회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에서 손시헌의 싹쓸이 2루타와 고창성의 1.1이닝 무안타 호투로 8:5로 승리했습니다. 오늘 기아가 삼성에 졌으니 1위와의 게임차는 1.5로 줄었네요. 지금처럼 기아를 계속 추격권에 두기만 한다면, Shadow chaser 두산은 막판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기아는 롯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로써 두산이 기아에게 1.5게임차로 따라 붙었네요. 미친 듯 질주하는 기아에 주눅들 것 없이 두산은 페이스만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된 것같아 기쁩니다. 

퇴근하면서 3:0으로 이기고 있는거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잠실에 도착하니 3회말이더군요. 1회에 이어 4회에도 김동주의 석점홈런이 나와 승부는 일찍 갈렸습니다. 두목곰이 이 2개의 홈런으로 통산 900타점 돌파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네요. 이후의 상황은 뭐 두산의 일방적인 곡갱이질에 독수리는 힘도 못쓰는 상황이 쭈욱~ 이어졌죠. 오히려 한화가 안쓰러웠습니다. 전통의 명가 한화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진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이번 경기는 선발 니코스키를 주시했는데요. 괜챦은 투수인건 확실합니다. 우선 폼이 참 유연하네요. 무리가 안가는 폼이면서도 공은 힘이 있더라구요. 6회까지 147km를 빵빵 찍어대는거 보면 기본 바탕은 갖춘 선수입니다. 게다가 110km대의 느린 커브에서 130km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위를 가진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SK에서 버렸다는게 조급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두산으로서는 행운이구요. 두산과 궁합이 잘맞는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두산팬~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연습한 것 같더군요. 이에 7관중들 환호성으로 답했구요. 흐믓했습니다.

두번째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오재원입니다. 최근에 타석에서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는데요. 오늘도 교체로 출전해서 그닥 좋은 스윙은 못보여줬습니다. 다행히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포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타격폼이 좀 변했습니다. 처음엔 꼿꼿하게 서서 치는 이치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무릎을 굽히고 치더군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거겠지만, 프로 데뷔 때부터 폼이 자주 바뀐다는게 좋은건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신인인데요. 홍상삼처럼 키가 큰 35번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길래... 누군가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차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더군요.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아이처럼...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와서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폼은 몸집만큼이나 홍상삼을 연상케 하구요. 직구는 140km를 겨우 찍는 130km 수준이었습니다. 공이 그닥 위력적이진 않았는데, 호리호리한 몸을 좀 찌우면 쓸 만하지 않나 싶네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하자면... 불펜에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여유있게 자기 공을 다듬었으면 한다능...^^

재밌는 장면 보기
아기곰을 패는 두목곰 모습

한편 기아는 가르시아에게 홈런 맞고 11연승에서 멈췄습니다. 더불어 이대진의 100승 도전 게임이었는데,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쉬임없이 달려온 발자국보며 한템포 쉬어가라는 하늘 뜻이니, 너무 기아팬들 상심하진 마시고... 그나저나 갈샤 덕분에 게임차는 줄었네요. '그라시아~ 가르시아~'

덧글...
의외로 야구장에 혼자 오는 분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도 꽤 되구요. 방해받지 않고 야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괜챦죠. 응원할 때 혼자 소리 높이기는 좀 뻘쭘한거 빼고는...^^


오늘은 두산이 한화와, 기아가 롯데와 경기했습니다. 두산경기를 보면서도 관심은 광주로 향했는데요. 두팀 모두 이겨서 2.5게임차를 유지했습니다. 두산, 롯데가 이기기 바랬건만... 인생이 뭐 생각되로 되나요? 현실에서 생각대로 안되니까 CF에서 생각대로 한다고 떠드는거겠죠?

두산은 선발 김선우가 6.1이닝 5실점으로 그런대로 막아줬습니다. 5회까지 잘 막다가 6회에 꽃범호에게 쓰리런을 맞아 한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구요. 이후 점수차를 더 벌려서 승리를 지켰습니다. 김선우는 그간 정상급의 구위를 갖고도 그닥 미더운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데요. 최근에 스플리터를 장착한 이후에 쉽게 쉽게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쨌든 아직은 에이스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용덕한...! 칭찬이 전혀 아깝지 않네요. 투수 리드도 훌륭했지만, 2안타로 5타점 올리는 맹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최승환보다 나은게 블로킹 솜씨였는데, 그 외에도 타격도 무시못하겠네요. 풋워크도 좋구요. 곧 상무에서 김재환까지 돌아오면 정말 볼 만 하겠네요. 홍포, 채포 다 나가도 포수 풍년이 들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기아는 윤석민의 7이닝, 손영민의 1이닝, 곽정철의 0.2이닝, 유동훈 0.1이닝으로 팀 완봉승을 거뒀네요. 완벽에 가까운 마운드 높이로 11연승을 달렸구요. 김상현의 투런홈런이 결승타가 되었네요. 롯데는 4위싸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과연 누가 무한질주 기아차를 세울 수 있을지 시즌 후반기에 쓰나미로 등장했군요. 흠냘~

기아와의 승차를 좁히면 좋지만, 굳이 따라잡겠다고 지금 오버페이스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라톤에서도 선두보다는 선두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는 쉐도우 체이서(Shadow chaser)가 바람도 피할 수 있고,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어 좋으니까요. 다만 선두와의 간격을 놓치면 안되겠죠.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두산은 그저 두산의 경기 스타일만 유지하면 되구요. 계속 2~3경기차를 유지하다 8월말 기아와의 진검승부에서 뒤집으면 됩니다.

다만 이용찬의 무릎이 안좋다는게 마음에 걸리네요. 마무리는 시즌전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그나마 이용찬이 잘 막아줬거든요. 김경문감독이 투구수 조절해주면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최근 기아의 상승세가 너무 무시무시해서, 다들 호랑이의 날선 발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벌써 6연승 째인데요. 숫자로 표현되는 이상의 전력을 기아가 실제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경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 최강의 선발 라인업 파워 때문인데요. 작년만 해도 종이 호랑이였는데, 외국인 투수 2명이 최고의 커리어를 찍으면서 부쩍 힘이 붙었네요. 윤석민, 구톰슨, 로페즈의 원 투 쓰리 펀치에 양현종, 서재응까지... 예전 이상윤, 김용남,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문희수, 신동수 등이 활약했던 해태의 전성기보다 강해보입니다. 덕분에 지금 두산을 반게임차로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구요. 올해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 바로 지금의 기아입니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그리 무서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번 시즌은 끝까지 가봐야 정규리그 1위를 가릴 수 있구요. 2, 3주 반짝 뜨던 팀은 수도 없이 많았거든요. 기아가 꼭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불과 올스타 브레이크 전만 하더라도 쓰나미급 경보를 울렸던 팀은 롯데였습니다. 지금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했지만요. 지금 기아가 주목받는 것은 전력의 탄탄함도 있지만, 7년 만에 1위로 올라왔다는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구요. 시즌 내내 1, 2권에서 벗어나지 않은 팀은 바로 SK와 두산이었습니다.

勿令妄動 靜重如山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태산같이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

옥포해전에서 이순신장군이 내린 군령입니다. 기세가 등등해 보이는 왜적을 앞에 두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의 자리를 침착하게 지키고 기회를 엿보자는 뜻이죠. 지금의 두산에게 필요한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아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바람은 언젠가는 잠잠해지니 그 때를 기다리면 분명 기회는 올테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은 팀이 진정한 강팀이고, 사실 두산만큼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해온 팀도 드물다는 점에서 낙관합니다. 그간 주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만큼 두산의 힘을 믿습니다.

일정표를 보니 기아와 8월말 주말경기로 잠실에서 맞붙네요. 우모는 휴가기간이라 직접 가지 못한다는게 아쉽지만, 그때까지 기아가 폭풍질주를 계속해주기 바랍니다. 두산도 쉬임없이 전진하구요. 그래서 1위와 2위가 맞붙는 올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펼쳐보고 싶습니다. 

이른바 절대권력을 놓고 싸우는 곰과 호랑이의 단군매치!
커밍 쑤운~~


마산의 백전노장 갈매기가 그 운을 다하니 곰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구나.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베테랑 갈매기가 그간 전투에서 간당간당 목숨을 이어왔으나 홍삼먹은 젊은 곰의 힘에는 못당하도다. 마산벌의 3연속 전투가 원정곰의 뭇매질로 초장부터 이어지니 의외로 승부는 일찍 갈리게 된다. 곰매기의 자비만을 바라는 갈매기들은 내일을 기약하지만 첫날 꺾인 기세를 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잠실에서 궁지에 몰린 쥐가 사생결단으로 고양이를 무니 고양이의 기세가 꺾이게 된다. 욱일승천 승승장구하던 고양이가 보잘 것 없는 쥐를 만만하게 보고 방심하다 물린 탓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룻 고양이로 전락하고 마는구나. 더구나 햄종 고양이가 무명의 광수 쥐에게 당하니 충격이 더욱 크다. 싸움 막판 유격 고양이의 실수가 승패를 가를지니... 오호통재라...

한양의 턱돌이가 인천의 토룡을 제압하니 토룡의 3연속 중원제패의 꿈은 가물가물해지는구나. 인천 토룡 왼손잡이 장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물러난 분위기에 턱돌이에게 카운터 펀치까지 맞으니 그 충격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반면 턱돌이의 상승세는 4강을 위협하고도 남는다. 바다를 건너온 두 영웅의 파워는 막을 자가 없구나.

빛고을 고양이에게 당한 달구벌의 사자가 치킨에게도 당하니 미궁에 빠지게 된다. 치킨의 별명장수가 날린 포화는 조그만 달구벌을 능란하고 꽃치킨의 화려한 개인기에 사자들은 정신을 못차린다. 어두웠던 인식옹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고, 썬감독 얼굴의 멍게꽃은 더욱 만발하는데...


두산 장원진을 흔히 소리없는 강자라고 합니다. 수상경력도 많지 않고,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늘 묵묵히 팀이 원할 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에, 팬들은 그렇게 부르죠. 굳이 타격성향을 따지자면 장거리는 아니고, 중거리형 교타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해인가 이병규와 최다안타왕을 다투기도 했었습니다. 장원진의 장점은 야구실력만큼이나, 팀의 후배로서 또는 선배로서 조화를 잘 이루는 성격으로 유명하죠. 덕분에 현재 구단 지원 하에 소프트뱅크에서 코치 연수 중입니다. 끝나면 두산 프런트에서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을 맡는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장원진하면 떠오르는 경기는 LG와의 507대첩에서 동점타를 날렸을 때입니다. 507대첩이야 뭐 워낙 유명한 역사이기에 딱히 긴 설명은 하지 않지만요. 10:5로 지고 있다 9회초 주자없는 투아웃 이후 무려 5점을 뽑아 연장전으로, 그리고 연장전에서 1점을 뽑아 역전시켰던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만화속에서나 나오는 경기였습니다. 여기서 장원진은 동점타를 만들었죠. 당시 장원진의 붉게 상기되면서도 앳된 얼굴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이 경기 이후 LG팬들의 원망은 은퇴할 때까지 끊이지 않았구요.

이렇게 한번도 다른 팀으로의 이적없이 두산맨으로 은퇴한 장원진에게 은퇴식이 없다는건 좀 의아합니다. 만약 그동안 코치 연수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면, 그가 복귀하면 서둘러 은퇴식을 치러주는 것이 두산에 젊음을 바친 열정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네요. 적어도 은퇴식을 하려면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여야 하구요. 뛰어난 기록을 갖고 있어야 하구요. 가급적 두산구단에 뼈를 묻어야 합니다. 히어로즈 정민태 코치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어쨌든 이적 후 다른 팀에서 은퇴했다면 조금 망설여지기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원진은 이런 조건들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죠. 프랜차이즈 스타인데다, 각종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고, 뼈속까지 두산맨이거든요. 다만, 기존의 두산 코치진들, 가령 김광수코치도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은퇴식이 없었기에, 선배들 앞에서 밥그릇 챙기기가 쑥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두산이라면 티켓을 파는게 아니라 추억을 파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에서, 장원진 은퇴식은 꼭 실현되어야 합니다.

우모 기억에는 박철순, 윤동균만이 두산구단 공식 은퇴식의 주인공이었는데요. 원년 우승의 명문구단에서 두명 정도만 은퇴식을 했다고 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김형석, 안경현, 홍성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대우가 소홀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이미지 쇄신도 하고 팬 프렌들리한 구단이 되었으면 하네요. 장원진 은퇴식한다고 하면 아마 구름떼처럼 관중들이 몰려들겁니다. 특별히 두산 올드유니폼데이와 맞추면 금상첨화겠구요. 지난 한국시리즈 때 김장훈 형님이 깜짝 등장해서 공연할 때 입은 져지가 바로 37번 장원진이었습니다. 아마 장훈형님도 오지 않을까요? 

예전 박철순 은퇴식에서 흐르던 My way의 벅찬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그 때의 짜릿함이 가슴에 새겨진 우모로서는 장원진 은퇴식 또한 가벼이 넘기기가 어렵네요. 대한민국의 명문답게 두산구단이 앞으로 어떤 기준을 설정해서 은퇴식을 팬들과 함께 하는 전통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두산 핑크모자 쓰고 야구장가자던 쌍둥이들과의 약속을 지난 주말 지켰습니다. 자형과 쌍둥이, 아기곰과 우모, 모두 5명이 갔는데요. 경기는 허무하게 졌습니다. 쌍둥이들의 첫 출격을 승리로 장식해주고 싶었는데... 쩝... 이원석이 김광현으로부터 역전 3루타 쳐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정말 좋았는데, 임재철의 공 빠뜨리는 실수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역시 야구는 겸손하게 몸을 굽혀야 되는 스포츠네요. 아쉽습니다. 올시즌 우모 직관은 4승 3패네요.

원래 일요일에는 관중이 그닥 많지 않은데, 어제는 정말 많더라구요. 주차장이 꽉차서 잠실야구장 진입하는데만 거의 20분 동안 도로에 서있었습니다. 집계수로는 20,061명인데 글쎄요... 체감으로는 25,000명은 너끈히 되어 보이던데요. 잠실구장에 들어갔을 때 이미 두산 관중이 1루쪽과 본부석 뒤쪽, 그리고 3루쪽의 일부를 아예 점령했구요. 우익수 뒤 외야도 거의 찼었죠. 3루측 내야와 외야만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자리가 없어 3루쪽에서 봐야 했습니다. 그나저나 상대팀 응원석에서 응원하는건 좀 불편하더군요. 소리지를 때도 좀 조심하게 되고, 주위의 시선도 의식하게 되고... 어제는 SK 관중석의 상당수는 두산팬들이어서 덜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건 매한가지입니다. 햇빛이 너무 강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외야로 옮기긴 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박민석을 얘기안할 수 없네요. 스코어가 재역전당하자 김경문감독은 박민석을 올리고선 내리지 않더군요. 아마 패하는 경기에서 투수소모율을 낮추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우모가 볼 땐 박민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게 아닌가 싶어요. 불펜에 아무도 몸을 풀지 않았거든요. 강하게 살아남으라는 정글의 법칙 수업을 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박민석이 도무지 영점조준이 안되지라 보는 내내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어떻게 겨우겨우 막고는 넘어갔지만 아직 1군에 올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이더군요. 근데 작년만 해도 괜챦은 사이드암이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흐트러진건지 알 수가 없네요. 박태환처럼 뭔가 방심을 했던건가요...? 얼굴도 미끈해서 쫌만 해주면 팬클럽은 당장 불어날텐데 말입니다. 하여간 보는 내내 관중석에서 내리라는 소리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날도 더운데 우리 쌍둥이들은 아기곰과 야구장에서 잘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풍선방망이 휘두르면서 응원 열심히 하더니, 나중에는 계단 오르내리면서 나름 놀이꺼리를 찾더군요. 오는 차안에서도 재미있었다고 삼촌 고맙다고 하는데, 두산 열성팬 두명을 또 확보한 듯 싶습니다.

덧글 1...
주차장에 파킹하고 오는데 희한한 기상현상을 봤습니다. 소방서 근처였는데요. 소방서 옆은 소나기가 오고 있는데, 그 바로 옆은 비가 안오는 겁니다. 한동안 계속 되었는데요. 주위에 보던 사람들 야구장가는 발걸음 멈추고 구경했죠. 예전 공항 관제탑에서 있었을 때 유사한 현상을 봤었는데, 간만에 또 보네요.

덧글 2...
날은 화창한데 소나기가 오는, 소위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가 경기 내내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기아가 7년만인가 처음 정규리그 1위했습니다. 이럴려고 하늘이 그렇게 변덕을 부렸나 보네요.

쌍둥이 조카들에게 사준 핑크모자와 우모의 핑크모자를 사진으로 찍어봤습니다. 완전 간지 솔솔 풍기지 않나요? 조카들도 모자가 너무 이쁘다며 계속 쓰고 다닙니다. 그리고 빨리 야구장 가자고 조르는데... 음... 조만간 아기곰이랑 쌍둥곰들 잔뜩 데리고 잠실로 출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두산모자 쓰고 고고씽~


우리 집안은 대대손손 두산팬인지라 쌍둥이들도 뭐 당연히 두산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야구를 그닥 좋아라 하진 않았는데요. 모자를 보더니 완전히 필이 꽂혔네요. 하악~ 하악~ 하긴 우모도 제일 세련되었던 원년 OB 유니폼 보고 팬이 되었으니까요. 유니폼 간지는 야구 마케팅의 제1원칙입니다. 덕분에 요새 거리 나가면 두산 모자 쓰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 참... 많아졌어요. 야구장에 가도 여성팬들이 부쩍 늘었는데요. 다른 팀에 비해 여성팬 비율은 월등히 높은 것 같습니다. 환호성이 콘서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말에 아기곰과 우모, 쌍둥이 둘이 모두 두산모자 쓰고 다니니... 음... 흐믓하네요. 휴가 때도 가족 커플캡으로 두산모자는 쭈욱... 애용됩니다.


주적 SK와의 3연전 첫경기여서 회사 마치고 잠실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경기도 중요하지만 SK와의 경기는 왠지 지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응원의 목소리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찾았는데, 다행히 멋진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두산은 1위로 올라가고, 2위는 기아가 차지하고, 3위는 SK가 내려가고, 4위 롯데는 그대로... 네요. 그래봐야 1위와 4위는 승률 2푼 차이니까 그닥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고 봐야할겁니다.

경기는 4:0으로 끌려가던 6회 무사 만루에서 2번 이종욱의 1타점 적시타, 3번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5번 최준석의 3점 홈런으로 가볍게 6점을 뽑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네요. 최준석의 빨랫줄같은 홈런도 멋있었지만, 포문을 연 이종욱의 좌전안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김동주는 타석에 들어설 때 거의 다른 선수의 2배가 넘는 환호성이 나오는데요. 특히나 이종욱은 모든 관중을 열광케 하죠. 어려운 타석이었는데,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했습니다.

투수진은 선발 세데뇨가 5이닝을 4실점으로 막고 김상현, 임태훈, 이용찬이 차례로 막았습니다. 승리투수는 김상현, 홀드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이구요. 이중에서 임태훈은 2와 2/3이닝을 피안타없이 무실점으로 야무지게 막아냈습니다. 수훈선수 인터뷰도 어찌나 애교넘치게 하던지 잠실벌의 누나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더군요. 확실히 용찬이가 무뚝뚝한 장남이라면, 태훈이는 애교넘치는 막내딸 이미지입니다.


경기 중간에 안쌤이 1루수 대수비로 출장하더군요. 한회 막고 들어가서 타석에 들어서나 했더니, 김재현과 교체되었습니다. 그래도 타격치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안보는게 나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어디 가도 잘하는 모습 보고 싶네요. 홍포는 잘하고 있는데, 안쌤은 그닥 존재감이 없어서... 두산에서 코치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에혀...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잘하리라 믿습니다. 위 사진에서 1루주자는 고영민인데요. 두산에서 2루수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인지라 보는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2층 꼭대기에서 땡겨 찍어서 그닥 화질은 안습입니다.

덧글...
오늘 승리로 직관 4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직관승률이 꽤 좋았었는데 올해는 좀 안좋네요. 그래도 오늘 졌다면 5할로 떨어질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네이버 Live 토크에서 허구연과 박동희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이번 토크는 야구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는데요. 바로 얼마 전 있었던 허구연 해설위원의 편파해설 때문입니다. 허구연의 주체못하는 롯데사랑은 평소에 늘 느껴왔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지만, 지난 삼성-히어로즈 경기에서의 노골적 편파해설은 삼성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죠. 이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MBC-ESPN은 홈피에 사과문을 올렸구요. 하지만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때문에 야구팬들은 이번 네이버 Live 토크를 잔뜩 벼르고 있었더랬죠. 참고로 네이버 Live 토크는 네티즌들이 질문을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올리면 인터뷰이가 답하는 방식입니다. 질문의 대부분이 허구연의 편파판정에 대한 의견이었음은 당연한 결과였구요.

하지만 박동희기자는 전혀 편파판정에 대한 질문을 선택하지 않았네요. 기껏 물어본다는게 각 팀별 하반기 전망이었습니다. 하반기 전망 정도야 엠팍 게시판에서 둘러봐도 알 수 있는거구요. 허구연의 관점이 그닥 신뢰성 높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렇게 네티즌들이 원하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배제할꺼라면 왜 라이브 채팅 방식을 취한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일부 팬들은 평소 발로 뛰는 기사를 쓰는 박동희였기에 제대로 질문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한방 얻어맞은 기분에 빠졌습니다. 또 일부 야구팬들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막말하고, 호감가는 사람에게는 변명할 기회주는 행태가 정치판에서 많이 보던 것 같다고 쓴소리를 늘어놓기도 하네요.

하지만 우모는 처음부터 박기자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여느 스포츠 기자와 다를 바 없이 객관과 주관의 경계가 모호하거든요.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심각한 편견을 드러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팀 팬이 가장 수준이 높다는 얘기를 공석에서 자연스럽게 하더라구요. 그걸 보고 저 친구는 대기자가 되기는 글렀구나 싶었습니다. 그건 정치부 기자가 특정 지역 유권자의 수준이 가장 높다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떤 객관적인 수치로도 증명할 수 없는 모호한 개념에 기반해서 쓰여진 기사는 수준이하일 수 밖에 없구요. 자신의 편견을 미디어를 이용해서 널리 퍼뜨리려는 목적성이 느껴지는거죠. 결국 언론이 규정한 프레임 자체가 왜곡되어 있으면 올바른 언론의 관점이 나올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쨌든 허구연의 사과, 아니면 최소한 변명이라도 듣고 싶었던 야구팬들의 바램은 그냥 묵사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허구연이 해설에서 매일같이 인프라 타령해서 별명이 허프라이기도 한데요. 허프라가 까는 주요 대상 중에 하나가 공무원입니다. 인프라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해도 공무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뭐 그런 요지인데요. 우모가 보기엔 그 공무원이나 허구연이나 동격인 듯 싶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야구팬들이 공중파에서의 노골적인 편파해설을 중지하라고 요구를 많이 했었는데, 그냥 초지일관 무시하네요. 그럴 바에야 지방방송에서 특정팀 편애해설이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본인 정신건강에도 그게 더 좋을텐데 말이죠. 아시겠지만 부산의 성득옹에 대해서 어느 야구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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