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훨씬 넘은 무렵에야 끝난 SK전, 패했습니다. 잠실구장을 나오는 길이 그냥 터벅터벅이네요. 왠지 막을 수 있었던 순간에 이해 안가는 투수교체로 홈런 맞고, 뒤집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SK의 교묘한 시간 끌기로 타이밍을 빼기고... 뭐 진거는 다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참 허무합니다. 이번 경기 패배로 2위 자리도 쉽지 않아졌네요. 9월의 질주를 바랬지만, 일단은 멈췄습니다.

선발 금민철은 잘했습니다.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할 일은 다 했죠. 어이없는 1루 송구 에러만 안했어도 무실점이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나온 투수들이었습니다. 고창성은 2루타 맞고, 안경현에게 1-1 상황에서 홍상삼에게 교체됐는데요. 뭔가 달감독님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해서 교체한건지는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이런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거든요. 홍상삼의 빠른 공이 노장 안경현의 느린 뱃 스피드를 누를 수 있을꺼라 판단한걸까요? 하여간 홍상삼은 동점 투런을 맞아 달감독의 승부수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는 뭐 그냥 몰매 맞는 분위기였습니다. 막판에 우익수 조동화의 실수를 틈타 한점차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진 못했죠. 뭔가 2% 부족한, 아쉬운 경기였네요. 이기고 광주로 갔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투수는 다쓰고 진채로 내려가니 기아전에서도 그닥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아는 두산전에 또 에이스 투입하려고, 선발 등판순서를 조정했으니... 헐... 대단한 조뱀~

좀 화가 났던건... 6회인가요...? 윤길현에서 정우람으로 교체할 때였습니다. 9번 최승환이 볼넷으로 나가고 다음은 정수빈,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였으니 좌우놀이 좋아하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바꿀 타이밍이었겠죠. 근데 시간을 끌려고 그랬는지, 포수 정상호가 올라가서 한참을 얘기하더니 내려갈 때쯤, 코치가 어슬렁 올라와서또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야 투수를 교체하더군요. 여러 수법으로 맥을 끊는건 김성근, 김재박 감독의 특기인데요. 투수교체 시간까지 이용하는건 좀 너무하다 싶네요. 가뜩이나 시간이 늘어져서 짜증이 나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한가지 위로가 되는건 이용찬의 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비록 2.1이닝 동안 3안타 맞고 3실점 했지만, 그래도 공 자체는 참 묵직하더라구요. 2이닝은 잘 막았고 3이닝째 흔들리긴 했지만, 달감독이 마무리로 점지한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만 꾀한다면 참 괜챦은데 말이죠.

덧글...
두산베어스 팬인 정운찬교수가 총리로 내정되었습니다. 성향으로 볼 때 2mb와는 안어울리게 보이지만, 어쨌든 사회통합을 위해서 들어갔다고 하네요. 일단 뜻하신 바를 잘 이뤄주셨으면 하는데, 세종시를 무마하기 위해 충청인을 기용한, 즉 정권의 이용도구로만 쓰이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사실 한국의 총리란 실질적인 권력을 쥐었다기 보다는 얼굴마담에 가까워서리... 하여간 두산팬으로서 욕먹는 총리가 되시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3년 연속 50 도루 성공한 이대형에게 전준호가 축하인사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종욱은 이대형을 넘을 수 없다...' 이유는 4S 능력 외 컴백 능력에 대해 이대형이 국내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기사를 보는 순간 이종욱이 이대형을 넘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연히 가는 길이 다른 선수라서요. 정확하게 표현하면 도루에 대해서는 이대형을 넘기 힘들지 모르지만, 굳이 이종욱 정도라면 도루에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종욱은 더 큰 야구를 해야 할 선수라고 봅니다.

현재 기준으로 이종욱은 이용규와 함께 대한민국 1번타자 후보입니다. 1번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면... 우선 선구안이 좋아야 하구요. 더불어 컨택 능력, 빠른 발, 센스 등을 갖춰야 하는데요. 이종욱은 골고루 다 갖췄습니다. 컨택능력이 이용규에게 조금 뒤질지는 모르지만, 나머지는 이용규에 뒤질 항목은 없다고 보구요. 올해 성적은 턱부상의 후유증으로 평가하기엔 좀 거시기 하죠. 하여간 수비까지 합하면 이종욱은 국내 최고선수임에 분명합니다. (이런 선수 비교에 관한 글들은 대개 팬심이 잔뜩 묻어서리 그닥 객관성이 담보되진 않지만...)

어쨌든 이종욱은 정교한 타격에 장타율, 한방 능력까지 갖춘 1번타자구요. 이대형은 빠른 발로 내야안타를 만드는데 소질이 있는 선수입니다. 두 선수 모두 현재의 스탯에서 장단점을 잘 보완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했음 하네요. 다만, 이대형을 이종욱에 비교하는건 이종욱의 팬으로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기아가 과거 해태왕조가 영광을 부활시킬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8월 성적으로 보면 정말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러다 말겠지...', '그래봐야 몇경기야...', '두산만 만나면 깨질꺼야...' 라고 무시하기도 했었죠. 근데 SK를 스윕하더니, 두산까지 스윕하면서 기아는 저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게 이런 심정일까요...? 하여간 이제 순위싸움에서 기아는 제쳐두고 나머지 팀들끼리 주판알 튕기는 신세가 되었네요.

지난 금요일 직접 기아전을 관람하고서 느낀건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특히 김상현의 홈런 두방은 거의 패닉상태로 몰고 갔죠. 찬스상황에서 거침없이 초구를 휘둘러 담장을 넘겨버린 그 장면은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어떻게 저런 선수가 LG에서 후보나 2군 신세를 면치 못했는지... 이런거 보면 참 인생은 알 수 없고, 야구도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기아의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는 농담같이만 들립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요. 8월에만 20승을 따냈구요, 20승 4패로 83.3%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네요. 윤석민은 8월 5경기에 나와 전승, 마무리 유동훈은 0점대 방여율을 기록했구요. 김상현은 한술 더 뜨죠. 8월에만 0.409의 타율과 15홈런 38타점입니다. 이 정도면 왠만한 선수 한 시즌 기록과 맞먹는 수준을 한달 동안 거둬들인 셈이네요.

그렇다고 풀이 죽으면 두산팬, 두산선수라 할 수 없죠. 8월의 주인공이 기아였다면, 9월은 두산이 될 수 있도록 모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지난 1995년 9월에 역전의 드라마를 기록했던 전례도 있으니, 너무 상심말고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꺼구요. 맘 같아서는 고참중 한명이 삭발해서 분위기 일신했으면 하는데... 두목곰이 해주려나...?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기아에 3연패한건 자존심이 무지 상합니다. 잠실구장을 기아팬들에게 점령당한 것도 억울하고... 힘찬 응원 못보내줘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패배의 순간을 잠실에서 같이 해주지 못한게 아쉽고... 하여간 우울한 8월은 뒤로 하고 9월엔 곰들의 셉템버 러쉬(September Rush)가 되었으면 하네요.

닥치고 V4!


기아와 운명의 첫 대결이었던 금요일 경기 다녀왔습니다. 그간 폭풍질주를 해온 기아를 맞아 힘든 경기가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두산의 저력이 있기에 호락호락 무너지진 않으리라 믿었죠. 결과적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패했습니다. 정말 기아 무섭더군요. 특히 김상현... 지금까지 봐온 어느 선수보다 금요일의 김싱현은 위력적이었습니다. 쳐줘야 할 때 홈런으로 연결시켜주는 모습, 그것도 초구에 날리는 포스가 정말 베리 본즈가 따로 없네요.

금요일의 패배로 사실상 올시즌 1위는 힘들어졌습니다. 1위는 커녕 2위 자리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네요. SK에게마저 밀려 3위니까요. 잠실구장을 나서는 길이 참 착잡하더이다. 달도 왜 그리 처량해 보이는지...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아마 남은 두경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스윕의 예감이 짙게 깔리는데,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 투혼을 발휘해주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면 뭐... 그것으로도 만족하구요.

참고로 금요일 관중은 만원이었습니다. 평일 관중으로 잠실구장이 꽉 차기는 12년만이라고 하네요. 최근 기아의 무서운 연승행진을 반영하듯 기아팬들이 3루측은 물론 1루측 일부, 우익수 외야쪽 일부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구름처럼 몰려드는 기아 관중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그간 성적이 안좋아서 원정관중석이 다소 쓸쓸했거든요. 역시 전통의 명문 타이거즈의 부활이 반갑기는 합니다.


두산이 자랑하는 KILL 라인이 최근 부진에 빠졌죠. 우선 이재우는 컨디션 저하로 2군에 내려갔구요. 이용찬은 마인드 문제인지 뭔지 하여간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창성은 방어율은 좋지만 최근에는 많이 얻어맞고 있죠. 그나마 임태훈이 잘 버텨줬는데, 지금은 혹사로 인해 많이 지쳤네요. 한마디로 지.리.멸.렬. 상태입니다.

선발이 강한 팀이 좋으냐? 마무리가 강한 팀이 좋으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장기전에는 선발 강한 팀이 유리하고, 한국시리즈처럼 단기전에는 마무리가 강한 팀이 무섭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닝이터 선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로테이션이 원활하고, 중간 계투들의 체력을 덜 소비시키니까 리그전에서는 빛을 발하죠. 하지만 마무리는 초긴박한 순간에 한점을 지켜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에, 단기전같은 빅게임에서 절대 유리합니다. 현재 선발왕국인 기아가 1등을 달리는 것과 SK가 정대현이라는 특급 마무리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구분을 한다는거지 반드시 그런건 아니구요. 선발이냐 마무리냐 라는 질문 자체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반증입니다.


두산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는 여러가지가 있죠. Hustle DOO, 허슬플레이, 발야구, 우동수 트리오, 뚝심의 야구, 창조적 야구, 그리고 KILL 라인까지... 이 모든게 살아야 두산이 올해 우승할텐데요. 그중에서도 KILL 라인의 부활은 절대적입니다. 두산은 진필중, 김경원을 제외하곤 전통적으로 시원한 마무리를 가져본 적이 없죠. 덕분에 매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요. 이용찬이 그 전통을 깨주길 바랬습니다. 아직 희망이 깨진건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9회 마지막 순간에 과감하게 그를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주저스러운 것도 사실이네요. 뒷문의 화룡점정인 마무리가 확실해야 나머지 그림이 그려지는데 참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하여간 우리 중간 계투진들... 남은 기간 체력관리 잘하면서 동시에 순위도 올려줘야 하는데요. SK, 기아 등 강팀과 맞붙는 이번주 투혼을 발휘해주길 기원합니다. 위에 KILL 라인의 삼진 퍼레이드 보면서 부활의 소망을 걸어보죠. 생각 같아서는 삼계탕이라도 돌리고 싶건만...


2009년 최고의 빅매치가 두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중 SK와의 원정 3연전, 그리고 주말 기아와의 잠실 3연전. 아마 이 6연전에서 올시즌의 향방이 얼추 완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팀 중 어느 한 팀이 삐꺽하다가는 1, 2위 싸움이 아닌 3위... 아니면 4위싸움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그야말로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승부가 펼쳐질겁니다. 그 승자가 두산이 되었으면 하는데... 흠...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군요.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standing small...

지난 광주 3연전에서 SK가 기아와 대등 혹은 위닝시리즈를 가져가길 바랬는데, 기아의 벽이 너무나 높네요. 오심으로 인해 약간 얼룩이 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기아는 현재 최강의 전력을 갖고 있구요. SK를 가볍게 스윕했습니다. 도대체 구톰슨, 로페즈,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 등의 선발이랑 맞대결하는 팀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요? 산넘어 산이 아니라 아예 넘사벽같은 친구들입니다. 선발이 약한 곰돌이네로서는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네요. 

그렇다고 SK가 호락호락하냐? 절대 그렇지 않죠. 4강에서 멀어질 팀으로 우모는 SK를 지목했습니다만, 솔직히 희망사항이구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가는데 망하지도 않은 부자야 뭐... 모르긴해도 최소 김성근 감독이 SK에 남아있는 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4강 혹은 우승을 넘볼겁니다. 내일은 글로버와 니코스키가 붙는데요. 니코스키의 친정을 향한 분노의 위닝샷 기원합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분명 두산이 앞서지만, 야구는 정말 모르는게 악재가 겹치면 선수들을 응집하게 해서 평소에 없던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그래서 늘 야구를 보면서 느끼는건... 겸손하라... 입니다. 어쨌든 삼성에게 신승했던 모드를 유지해서 SK전에 2승 1패 기대하네요.

그리고 기아... 금토일 주말 3연전의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예약은 안했지만 현장판매분으로 어떻게든 가볼까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잠실벌의 함성이 귓가에 왱왱 거리네요. 기아는 주루실력으로 마운드를 흔들지 않으면 점수내기 힘들죠. 최강의 선발진을 연타로 무너뜨리기는 기대하기 어렵구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임재철 등의 발빠른 주자들이 감행하는 도루와 센스 플레이로 투수에게 심리적 타격을 가하는게 주요 포인트입니다. 이를 위해선 극강의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거나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죠. 투수진은 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막겠다는 각오로 덤벼서 2승 1패 희망합니다.
 
6연전에서 4승 2패만 거둔다면 남은 일정에서 역전시키는 것도 꿈꿔볼만 하죠. 과거 두산은 마지막 경기에서 8연승인가를 거두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스토리를 극적으로 만들어주려면 한화가 기아에 고춧가루 뿌리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죠. 내일 류현진과 서재응이 맞붙는데요. 최근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화고 선발이 대한민국 대표왼손인 만큼 청양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곰들의 곡갱이질에 곁들여진 꼴찌의 반란이라면... 시청률 상승은 따논 당상입니다.


서승화의 이병규 구타파문이 야구계에 이런저런 뒷말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발생한지 2주일 동안 쉬쉬했던 LG 구단도 한심하고, 뒤늦게 징계를 한 것도 왠지 이상하고,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구타했는지, 어떻게 화해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부족한게 영 마뜩챦습니다. 물론 타 구단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뭔 간섭이냐고 한다면 입 다물오야겠지만, 프로야구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케치프레이즈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지 싶네요.

우선 선배가 후배에 가하는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위 얼차려 혹은 군기잡기 형태의 폭력은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지역, 세대를 가리지 않죠. 이걸 혹자는 '맞아도 싸다', '전체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등의 말로 합리화하곤 하는데요. 때문에 희생자는 폭력에 대해 항거하기는 커녕 자책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는건데요. 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부 직업군에도 남아있구요. 심지어 군대 경험도 없는 초등, 여중, 여고생들까지 군기 운운하곤 하죠. 참...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답답합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합리화된 폭력 역시 폭력에 지나지 않다는거죠. 폭력을 가해야 개과천선한다는 것도 논리적이지 않구요. 어떤 것도 맞아도 싼 일이란건 없죠. 그저 폭력을 옹호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는 얼차려를 실시했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건 집단 폭력의 유혹을 끊지 못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후배에게는 별다른 잘못이 없는거구요.

폭력 뿐 아니라 술에 대해 관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크죠. 술주정에서 음주폭력, 음주운전까지... 이런 잘못된 관행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지금도 어디선가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젠 술과 폭력에 대해 단호히 'NO~!'라고 외쳐야 됩니다.

다시 논란의 중심인 서승화 사태로 돌아가면 사건이 유독 관심이 모이는건 가해자가 서승화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승화의 전력은 야구계에 유명하죠. 윤재국의 발을 고의로 걸어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었구요. 4년 선배인 이승엽과 멱살잡고 난투극을 했었죠. 그리고 2004년 한시즌 퇴장 4회라는 불미스러운 기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빈볼시비도 상당하구요. 소위 말썽꾸러기가 또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그간의 일을 비추어 자숙해야 할 선수가 군기잡기를 명목으로 후배의 머리를 배트로 때렸다는 점... 유감스럽네요.

그리고 행여나 이병규가 이번 사건으로 의욕저하나 집단왕따현상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폭력 피해자에 대한 앙갚음으로 은밀하게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또한 집단폭력의 다른 얼굴이죠. 1차 사태를 2차, 3차로 확산시키지 않으려면 LG구단의 단호하고도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요새 심심챦게 김현수가 1루를 봅니다. 좌익수로 뛰다가 대타작전으로 인해 외야수가 한명 넘쳐날 경우, 김현수가 1루로 보직변경되는데요. 1루에 서있는 모습이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그런대로 잘 막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현수가 '외야 + 1루수'의 옵션을 가질 경우, 김경문 감독은 좀더 쥘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게 되죠. 어떤 선수의 멀티포지션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큰게 바로 김현수의 1루 겸업입니다.
 
우선 민병헌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알다시피 외야 선발은 김현수, 이종욱, 임재철인데요. 워낙 탄탄한 멤버들이다 보니 두산 발야구 트리오의 주역인 민병헌이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중요한 승부처라면 대주자로 민병헌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죠. 민병헌을 대주자로만 쓰고 내리기에 아까운 수비력을 갖췄는데요. 이럴 때 김현수의 1루수 변경은 민병헌을 외야로 돌리면서 공격력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이 됩니다.

또 하나는 최준석, 오재원, 이원석의 파이팅을 유발하죠. 어느 팀 어느 선수든 김현수와 포지션이 겹치면 백업 전락을 각오해야 합니다. 근데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경쟁이 취약한 1루에 안주했던 최준석, 오재원, 이원석은 이제 긴장해야 할겁니다. 언제 민병헌의 포텐셜이 터져 좌익수를 꿰차면 엉겁결에 1루를 내줘야 할겁니다.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될지도 모르죠. 특히 오재원은 그 첫 희생자가 될 확률이 높구요. 최준석에게는 방망이에, 이원석에게는 글러브에 밀리거든요. 오재원이 2008년 한국시리즈의 위용을 회복하지 않는 한 두산 선발 라인업에 이름 올리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재원아... 형이 격하게 아끼니까 좀 열심히 해라~)

이래저래 두산에서 선수생활하기 참 힘듭니다. 지금으로서는 이종욱, 손시헌, 김동주 빼고는 아무도 포지션 붙박이 보장받지 못하죠. 국가대표 2루수 고영민마저 주전자리는 김재호에게 뺐긴 상황이니 뭐... 팬들은 좋습니다만, 선수들은 참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 같습니다.

덧글...
그나저나 1루 베이스에 키크고 덩치 좋은 김현수가 서있으니, 예전 OB베어스의 미남 스타 김형석을 연상케 하네요. OB의 우울했던 시절 그나마 중장거리포로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맡으면서, 1루에서 훤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주자의 기를 죽여줬던 김형석... 김현수의 1루 안착이 천부적인 타격감을 더욱 살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키워볼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김현수가 김형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되는건가요...?


올시즌 유난히 LG에게 약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LG에게 전적이 밀린 해가 올해입니다. 그간 두산에게 LG는 한의원, 보약 등으로 통했는데요. 올해는 두산이 LG의 보약 신세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전 구단 상대로 앞서는데, 유독 히어로즈와 LG에게만 상대전적이 밀리네요. 이유는 뭐... 알 수 없죠. 그런거 알면 스포츠가 재미가 없을겁니다. 아무도 예측을 못하기에 짜릿한 스릴이 있는거 아닐까요? 하여간 LG에 밀리는 기분은 그닥 유쾌하지 않습니다. 마치 예전 방콕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태국에게 불의의 일격으로 1:0으로 졌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네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황당한... 그 무엇...

이번 주중 3연전에서도 2연패를 이미 당한 후 3번째 게임이었는데요. 스윕의 불길한 예감은 이미 짙게 깔렸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까이에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에 잠실로 갔습니다. 마침 여의도에서 세미나가 있어 롯데팬 선배와 같이 야구장에 갔네요. 롯데 경기도 아닌데 같이 가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롯데가 히어로즈랑 할 때 같이 응원갈까 하네요.

경기는 시원하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스코어일 뿐... 참으로 어려운 경기했습니다. 확실히 올해 LG만 만나면 말리네요. 빚맞은건 안타로 이어지고, 신인 투수에게 초반 끌려다니기까지 하고, 뭔가 밸런싱이 무너져 보이더군요. 고영민이 에러했을 때는 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딘가 쫓기는 듯한 선수들의 동작 좋지 않네요. 지고 있던 경기 겨우 역전시켜 놨는데, 쉽게 동점을 내주는 시소게임이었구요. 고창성도 연타 맞고, 임태훈도 동점타를 맞는 등 KILL라인이 힘겨웠던 하루였네요. 그래도 후반 막판 잡은 찬스에서 대량득점에 성공해 이기긴 했구요. 공격에서는 이종욱이 3안타를 때렸고, 김현수는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기계의 위용을 떨쳤습니다.

이번 LG전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로 자숙하는 차원에서 단체응원도 치어리더도 없애, 마치 메이저리그 보는 듯 했죠. 덕분에 선배와 맥주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고 간만에 호젖하게 관전했습니다. 이번엔 우익수 외야쪽에서 앉았는데, 그럭저럭 볼 만 하네요. 임재철, 안치용 등 양팀 우익수들이 던져주는 공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많고,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었구요.

다른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고, 두산 Vs LG, 롯데 Vs SK 두경기만 열렸는데요. 두산과 롯데가 이기길 기원했건만 두산만 이기고 롯데는 연장에서 어이없이 졌네요. SK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싶었는데... 참 거머리같습니다. 하여간 기아가 3경기 차이로 2위는 유지됐구요. 주말 3연전은 싸대기 동맹 삼성과 잠실에서 격돌합니다. 주말의 하이라이트는 기아와 SK가 맞붙는 문학경기가 되겠네요. 욕심 같아서는 3무 해줬으면 좋겠건만... 일단 기아의 질주를 SK가 막아줬으면 싶네요.

덧글...
39번이 정면에 마킹된 두산베어스 모자를 구입했습니다. 이종욱의 배번이 달린 검은색 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골랐는데, 제일 작은 사이즈인 XS만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XS...? 한번 써보니 들어가긴 하길래, 또 더 이상 품절이라고 하길래 소장가치를 보고 샀습니다. 써지긴 하는데, 음... 오래 쓰고 있으니 머리가 띵하네요. 피가 안올라오는 듯... 아무래도 아기곰에게 줘야할 것 같습니다. 흠... 혹시 39번 이종욱 모자 M이나 L 사이즈 파실 분 없나요...?


성적은 레젼드급이면서도 나이가 40을 바라보거나 훌쩍 넘었고, 그러면서도 현역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주는 스타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한다면... 현재 프로야구에 살아있는 전설은 이종범, 양준혁, 전준호, 구대성, 그리고 송진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벅찬 감동을 안겨주죠. 특히 송진우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꾸준한 몸관리로 한화팬을 넘어 전 야구팬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 송진우가 오늘 은퇴를 선언했다고 하네요. 아쉬움과 함께 그간의 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프로야구 코치들은 롱런할 수 있는 투수로 폼이 예쁘면서도 부드러운 선수를 꼽습니다. 그중에서도 늘 첫째 혹은 둘째 손가락에 언급되는 선수가 송진우죠. 송진우의 폼은 참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폼도 예쁘구요. 그래서 큰 부상없이 지금까지 버텨온겁니다. 폼이 딱딱한 선수, 이제는 남의 팀 선수라 뭐라 하기 그렇지만, 박명환같은 경우는 잔부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투구폼이구요. 왼손으로 따진다면, 류현진이 유연한 폼이긴 하지만 송진우만큼 이쁘진 않죠. 김광현은 다이내믹하긴 하지만 역시 송진우처럼 부드럽다고 볼 순 없구요. 결국 지금 내로라하는 왼손투수 중에서 송진우를 능가하는 폼은 찾기 힘듭니다.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교과서라 할 만 하죠.

이런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의 기록은 화려합니다. 1989년 데뷔 이후 통산 210승 153패 103세이브, 방어율 3.51, 3003이닝, 64완투, 2048 탈삼진을 기록했는데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깨지겠지만, 210승은 10승씩 21년을 꾸준히 올려야 가능한 언터쳐블급입니다. 그리고 3000이닝도 1년에 200이닝만 던져도 혹사라고 하는데, 노예급 피칭 200이닝을 15년을 해야 근접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야말로 전설 그 자체입니다.

아쉬운건 이런 레젼드가 우승의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는겁니다. 99년인가요? 한화가 우승했을 때 마지막 투구를 송진우가 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한화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송진우와 구대성을 보유하고도 우승숫자가 많지 않은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한화팬들은 아마 송진우의 은퇴선언이 참 허탈할텐데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모도 세번의 두산 우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95년인데요. 그 이유가 레젼드 박철순의 눈물겨운 투혼이 함께 했기에 그렇습니다. 올해 한화가 꼴찌를 달리고 있어서 은퇴선언이 또 남다르겠죠. 다행히 한화는 오늘 SK에게 12회말 연장전에서 승리했네요. 송진우의 은퇴를 계기로 독수리들이 대오각성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합니다. 

송진우는 앞으로 은퇴 기자회견과 은퇴식 이후 해외연수를 간다고 하니, 이젠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컴백하겠네요. 모쪼록 코치로도 훌륭한 모습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덧글...
송진우 은퇴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장쌤 장원진의 은퇴식은 정녕 안하는건가요...? 이러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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