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산은 힘들겠다...'

롯데팬 후배가 위로를 건네자 제가 답한 말입니다. 단순히 3패 때문이 아니라, 어린이날 매치는 3연전 이상의 파급효과를 갖고 있기에 그렇게 대답했죠. 굳이 따진다면 3패가 아닌 6패나 9패쯤 해당하는 충격이랄까요. 하여간 이 트라우마를 빨리 털어버렸으면 좋겠는데요. 언제 어떻게 이 슬럼프에서 벗어날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이럴 땐 안쌤, 두목곰, 홍포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말이죠.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습니다. 3연전 동안 2-22라는 스코어를 기록했는데요. 그중에는 완봉패 포함이구요. 이상하리만큼 두산 방망이는 물에 쩔은 듯 무겁게 돌아갔고, 두산 마운드는 철저히 털렸습니다. LG에게 스윕당한게 언제였는지 기록을 뒤적이지 않아 모르지만, 무척 치욕적인 패배인건 확실하고... 떠올리기조차 수치스럽네요. 삼전도의 굴욕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 한화랑 3연전 합니다. 일단 연패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하고, 어제 일은 지나간 일로 묻어버리는 놀라운 단순함도 필요하죠. 코칭스탭, 선수들, 팬님들 사흘간 모두 욕보셨습니다. 너무 야구만 보지말고 가끔씩은 하늘을 보는 것도 좋을듯 싶네요. ㅡㅡ;;


'허걱... 어.. 어떻게 저런 일이...?'

1회 박경수에게 3점 홈런을 맞고 한동안 멍해지더군요. 정재훈이 초반에 연타맞고 실점은 했지만, 그래도 꾸역구역 추가 실점은 하지 않겠거니 했었는데... 3점 홈런이라뇨? 충격과 공포는 이때 쓰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승부는 여기서 갈렸습니다. 2점차라면 그닥 어렵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5:0이라면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셈이었죠. 이후 두산선수들의 굼뜬 플레이와 LG선수들의 기세등등한 표정은 뭐... 참... 보기 힘든 장면이자, 계속 어려운 상황으로 끌려가더라구요. ㅜ.ㅜ

어떻게 보면 LG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대패를 당하는게 차라리 낫지 싶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구요. 두산선수들도 반성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저도 2회까지인가 보고서는 띄엄띄엄 보다가 6회 넘어가서는 아예 신경껐습니다. 혹시나 역전의 기미가 보일래나 싶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탄 LG는 바닷속 용궁에서 도망친 토끼마냥 이미 저 멀리 달아나 있었습니다.

굳이 승패의 책임을 묻자면 정재훈입니다. 오늘 전반적으로 공이 높더라구요. 정재훈의 주무기는 타자 배꼽에서 무릎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인데, 타자 가슴에서 배꼽으로 떨어질 정도로 제구가 안되었습니다. 결국 밋밋한 그 공만 노리던 LG선수들은 배팅볼 치듯이 신나게 휘둘렀구요. 휘두르는 족족 펜스까지 굴러가기 바빴습니다. 반면 심수창은 낮게 제구가 잘 되었구요. 물론 심수창이 오늘 소위 공이 긁히던 날이기도 했지만, 두산타자들의 성급한 승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초반에는 최준석 제외하곤 거의 3구 이내에 내야땅볼로 물러났습니다. 3만 5백명의 관중앞에서 좀더 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심수창은 분명 사냥 가시권에 들어왔을텐데 말이죠.

뭐 어쨌든 경기는 졌습니다. LG팬님들 축하드리구요. 우리 두산선수들 크게 개의치 말고 이왕 진거 화끈한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내일 분투해주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오늘 잠실구장에 갔던 어린이들은 인생이 늘 해피엔딩은 아니라는거... 깨달았을겁니다. 하지만 늘 화창한 날만 있을 순 없고... 가끔은 이렇게 폭풍우가 매섭게 치는 날도 있다능... 그리고 나도 소시적에 무참하게 깨지던 경기도 묵묵히 지켜봤었기에... 지금의 맷집(?)이 생겼노라고 위로해주고 싶네요. ㅡㅡ;;


롯데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1:5로 이겼습니다. 스코어 상으로는 시원한 대승인데요. 그닥 기분이 좋진 않네요. 롯데한테 이긴게 중요한게 아니라, 올시즌 우승하기 위해서는 에이스의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에이스 김선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4승을 챙겼지만, 방어율 4점대라는건... 쩝... 게다가 SK는 김광현이라는 특급 에이스가 서서히 위용을 찾아가고 있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네요.

김선우는 공이 나쁘지 않습니다. 140km 후반의 직구와 130km 대의 슬라이더가 있어서 리그 상위권인건 맞는데요. 정통파 투수이면서도 횡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꾸 김광현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김광현은 타점이 높아서 그런지 내리 꽂는다는 느낌인데, 김선우는 약간 밋밋해 보인다능...ㅡㅡ;;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지적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김선우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될 선수거든요. 두산이 올해 기필코 우승하기 위해서는 김현수보다는 김선우가, 이종욱보다는 이용찬이 잘해줘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김현수, 이종욱이 못해야 한다는건 아니구요. 단기전에서는 선발과 마무리가 강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어쨌든 오늘 김선우는 5이닝 4삼진 10안타(홈런 2 포함) 5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퀄리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닝이터도 아닌, 윤석환 투수코치에게 숙제만 잔뜩 안겨준 경기였네요. 내일은 홍상삼이 선발이라네요. 또라이 기질이 있는 홍상삼이 그간 2군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한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부디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탄생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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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 넘어간 연인 홍성흔이 부상으로 출전을 못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하여간 맘이 아프지만 허슬갈매기의 모습도 보고 싶네요. 인터넷에는 경기 끝난 그라운드에 홀로 달리기하는 홍성흔의 사진이 올라왔더라구요. 여전하네요. 그 열정은... 뭘하든 잘 해낼겁니다.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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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곰 유니폼 입은 이원석은 오늘 투런홈런 날리며 수훈선수가 되었네요. 두 사람의 명암이 이렇게 갈리는걸 보면 야구는 정말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최근에 회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데요. 야구? 정말 몰라요~ 인생? 정말 더더욱 몰라요~


이겨도 찝찝한 경기가 있다면 져도 기분좋은 경기가 있죠. 전자의 경우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진 경기일테고, 후자의 경우 지더라도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였을 때의 느낌일텐데요. 오늘 SK와의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그닥 기분 나쁘지 않은 경기였네요. 8회부터 경기를 봐서 그 전까지의 흐름은 모르구요. 8회부터 보면 두산이 상당히 탄탄한 경기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K에 대한 두려움없는 플레이가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우선 임태훈의 빵빵 내리꽂는 공은 속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요. 고창성의 담대한 모습도 맘에 드네요.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용찬의 윽박지르는 공도 좋았구요. 2안타 2볼넷 2타점의 민병헌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정수빈... 정수빈을 빼놓을 수 없죠. 정수빈의 침착성과 선구안은 도무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이승호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에 몰렸으면서도 볼 세개를 골라내서 기어이 출루하고 말았죠. 이승호의 유인구가 절대 컨트롤이 안된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수빈은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정수빈의 안정된 폼이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면, 선구안은 아무래도 선천적인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간 경기경험을 계속 샇는다면 이종욱의 대를 잇는 허슬플레이어 나올꺼 같습니다.

경기는 9회가 하이라이트였네요. 우선 9회초 SK가 2점 내면서 앞서 나갔는데요. 임태훈이 방심한 틈을 타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죠. 흔들린 임태훈은 정근우의 2루 도루에 이어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내주고 말았죠. 안타맞은건 그렇다치더라도 박재상에게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한건 중계플레이에 미스가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9회말 원아웃에서 김동주가 안타치고 나가자,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구요. 김현수의 안타와 에러를 틈타 1루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밟는 센스를 보여줬죠. 그리고 최준석의 볼넷 이후 유재웅의 동점타로 6:6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나주환의 호수비로 무산된게 아쉬웠네요.

경기는 12회 연장전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무승부지만 사실상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양팀 모두 패자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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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섰네요. 12회말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얼굴이 새까맣고 깡 말랐더군요. 에혀... 하여간 SK유니폼의 안쌤이 아직은 낯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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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말 금민철이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고창성 타석이었는데, 더이상 바꿔줄 선수가 없자,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금민철을 왼쪽 타석에 세웠는데요.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고등학교때 투수들이 타격연습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영훈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하여간 상당히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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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재홍에 대한 야유는 이어지네요. 개인적으로 공필성코치에게 사과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재홍의 무개념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팬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게 그 이유겠죠. 그런 박재홍이 이용찬에게 데드볼을 맞았습니다. 이용찬은 바로 모자벗고 인사했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용찬이 더 어른스러워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요새 프로야구를 잘 못봅니다.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런데요. SK전 같은 빅경기를 결과만 보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이 SK를 박살냈더군요. (이 대목에서 승리의 V와 함께 살짝 웃어주시고...^^) 다른 어떤 팀에서 얻어낸 승리보다 더 기쁩니다. 올해 두산의 주적은 당연히 스크이기에... 참... 프로야구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손시헌이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 LG를 꼽았더군요. LG의 조인성도 마찬가지고 두산을 뽑았구요. 손시헌한테 살짝 실망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갔다온 후유증이나 사제물을 덜먹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올 시즌 두산의 주적은 SK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올해는 준우승의 한을 푸는게 제1의 목표니까요.

한 경기 가지고 설레발 떠는게 부정탈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SK는 올해 두산에 각오좀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년에는 SK가 백업멤버가 강하고, 수비도 좋고, 끈질겼는데... 올해는 두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SK에게 꿇릴게 없죠. 그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게 최승환의 화려한 등장인데요. 사실 작년까지의 코리안시리즈는 박경완에게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플레이오프까지 날았던 이종욱, 고영민의 발야구 실종은 모두 박옹의 작품이었거든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채상병의 투수리드 실력... 하지만 올해 최승환의 활약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도루저지율은 뭐 이미 1위구요. 투수리드 뿐 아니라 경기 운영능력도 리그 최상위급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이런 최승환의 등장이 우모가 SK를 꺾을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지난 주말에 잠실로 출격하려 했는데 못갔고, 이번주도 쉽지 않네요. 어떻게든 핑크유니폼을 입고 있는 곰돌이들을 보고 싶은데... 그럴려면 이번주 목요일인데... 프로젝트는 계속 굴러가고... 빠져 나가기는 쉽지 않고... 흠... 참... 어렵네요. ㅎㅎ 하여간 궁즉통이라고... SK전에는 꼭 출격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두산이 기아를 이겼습니다. 9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지다 연장 10회에 3점을 내서 가볍게 스윕했습니다. 두산이 원정 3연전에서 스윕으로 이기니 뭐 당연히 기분좋긴 한데요. 기아의 부진이 예사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걱정이 되네요. 사실 오늘 경기는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지라 진야곱을 선발로 냈거든요. 기아는 로페즈였구요. 진야곱이 4이닝, 고창성이 3이닝, 이재우가 2이닝, 이용찬이 1이닝 무실점으로 기아타선을 셧아웃시켰습니다. 반면 기아는 한기주는 내놓지도 못하고 불펜에서 무너졌습니다. 기아의 투수진이 선강후약의 역삼각형 구조라 뒷심이 좀 많이 딸리네요.

진야곱을 선발로 낸건 다음 경기가 한화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화의 주력이 오른손 거포들인지라 불펜에서의 진야곱 용도가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부진한 김명제를 하루 쉬게 해주는 측면도 있었구요. 어쨌든 두산은 진야곱의 선전으로 왼손 투수에 대한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적인 시그널을 봤네요.

그리고 오늘 승리만큼 기분 좋은게 정수빈의 3루타입니다. 최준석 대신 들어와서 2타수 2안타에 결승 1타점 올렸는데요. 결승타점은 10회에 날린 3루타네요. 다른 팀 팬들은 정수빈이 낯설지 모르지만, 달감독은 이미 스프링캠프때부터 물건이라고 지목했었구요. 시범경기 때도 날라다녔죠. 다만 두산 외야가 워낙 탄탄해 헤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어서 그간 대주자, 대수비 등으로 간간히 명함만 돌렸을뿐... 그래서 두산팬들은 제2의 정수근, 이종욱의 후계자로 이미 점찍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수빈의 등장으로 두산 외야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네요. 이종욱, 김현수마저 여차하면 갈릴 수 있는 상태니까요. 민병헌, 임재철, 유재웅은 정말 바짝 긴장해야 할겁니다.

만약 정수빈이 기대만큼 올라와준다면, 즉 탄탄한 수비에 2할 7푼, 30도루로 신인왕급 활약만 해준다면, 두산은 SK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되겠죠. 타선도 후덜덜입니다.

1번 이종욱 CF
2번 오재원 1B
3번 김현수 LF
4번 김동주 3B
5번 최준석 DH
6번 고영민 2B
7번 손시헌 SS
8번 최승환 C
9번 정수빈 RF

이종욱과 10살 정도 차이나니까 정수빈이 꾸준히 이종욱을 보고 배워 성장해준다면, 두산의 리드오프는 향후 10년간 걱정 없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개인적으로 세계 축구 국가대표팀 중에서 한국과 북한을 제외하곤 가장 좋아하는 팀이 아르헨티나인데요. 혹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바티스투타를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 곱슬한 긴머리가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면서도 활발한 몸놀림으로 골에 대한 집념이 강했던 선수였죠. 개인기도 좋고 몸싸움도 능해서 이탈리아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바티스투타하면 떠오르는게 AS로마 소속으로 피오렌티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인데요. 환희의 순간에 세리머니 없이 눈물 흘린 이유는 바티가 너무나 사랑하는 친정이 바로 피오렌티나였기 때문입니다. 피오렌티나와 바티의 관계를 살펴보면... 피오렌티나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축구클럽으로 매년 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약팀이었죠. 그러다 신인이었던 바티를 영입한 이후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요. 그 후 리그에서 당당한 강호의 대열에 올려준 바티에 대한 피렌체 시민들의 열광은 뭐 당연한 수순이구요. 바티는 '여건만 된다면 피오렌티나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보답합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피오렌티나 팬들은 바티를 신처럼 떠받들었고 피렌체에는 바티 동상까지 세웠다고 하죠.

그러다 바티는 2000년 AS로마로의 이적을 깜짝 발표합니다. 당연히 팬들은 실망, 아니 분노했지만, 사실 바티는 이적을 두고 고민하느라 15kg이나 빠졌었구요.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보였죠. 끝까지 피오렌티나 팬들을 위해 고민했던 바티를 알고 피렌체 시민들은 눈물로 영웅을 보냈다네요. 바티의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우승할 수 있는 팀, 즉 AS로마로 옮긴 후 바티는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안게 됩니다. 하지만 운명처럼 친정팀과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구요. 결국 바티는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9년간 몸담았던 팀에 대한 예의였고, 팬에 대한 의리였고, 사랑하는 팀에 대한 비수를 꽂은 착잡함이었으니까요. 이 눈물로 바티스투타는 마지막 남은 로맨티스트로 알려졌고, 지금까지도 바티의 팀은 AS로마가 아닌 피오렌티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위의 동영상이 바로 그 골장면인데요. 눈물 흘리는 바티를 토티가 안아주죠. 토티는 한일월드컵 때 미운털이 박혀서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능...^^ 하여간 이 골을 보고 피오렌티나 팬들도 함께 엉엉 울었다고 하는데, 참... 행복한 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토록 팬을 사랑하는 선수와 그라운드에서 같이 숨쉴 수 있는 팬들은 지구상에  얼마 안되니까요. 

사실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선수보다 더 갖고 싶은 선수가 바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대전시티즌의 최은성 골키퍼나 한화이글스의 송진우, 기아타이거즈의 이종범, 두산베어스의 박철순같은... 그런 팀의 상징이면서 팬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 같은 선수... 참 보고 싶습니다. 두산에서는 안경현, 홍성흔선수가 그렇게 되어주길 바랬었는데 말이죠. 이 두선수가 두산전에서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궁금해지네요. 바티처럼 할지 아니면 평소대로 할지... 하지만 어떻게 하든 안경현과 홍성흔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은 끝까지 잃지 않을겁니다. 그들이 무슨 유니폼을 입든 우모 기억엔 두산선수니까요.


오늘도 역전승했습니다. 그것도 어제와 똑같이 9회초 기아 마무리를 상대로 블론 세이브를 이끌어냈네요. 데자뷰를 본 듯한...^^ 한기주만 올라오면 왠지 질꺼 같지 않은 분위기가 도는데요. 오늘도 어김없네요. 선두타자 민병헌의 내야안타가 나오자 그간의 분위기로 보아 사실상 블론 세이브는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발 빠르고 작전수행능력 좋은 이종욱, 오재원, 고영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김경문 감독은 상황을 즐기면 되는겁니다. 두산은 역시 뒷심이 있네요. (하지만 정작 번트 지시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능... 고젯... 다행히 안타를 쳐내긴 했지만... ^^;;)

오늘 우모의 관전 포인트는 조범현감독이었습니다. 한기주가 블론 세이브를 당하고도 바로 투수교체를 지시하지 않더군요. 계속 볼을 던지는데도 다독거려주지 않는 벤치가 조금 의아스러웠습니다. 한번 올라갈 법도 한데 말이죠. 해설하는 기아팬도 그 부분에 화가 난 모양인데요. 한편 조감독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다 잡은 경기를 이틀 연속 날린다는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더욱이 한기주는 10억 투수 아닌가요? 게다가 두산에게는 오늘까지 져서 4연패입니다. 이 상황에서 열받지 않는 감독이 있다면 부처님이라 칭할만 하겠죠. 하지만 중요한건 감독이 흔들리면 선수는 쓰러진다는 점이죠. 선수를 감싸지 않은 감독에게 선수들은 신뢰를 보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점수 다 내주고 최준석 타석에 가서야 손영민으로 교체했는데요. 기아팬이라면 속에서 천불이 타고 있지 않았을까요? 

색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조범현감독은 김경문감독에 대해 살리에리 증후군을 갖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두 사람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닌데요. OB 시절 주전 포수자리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었죠. 게다가 초대 김영독감독 밑에 있던 이광한 코치와 김성근 코치의 신경전을 김경문과 조범현이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감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구요.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팬들은 전병두를 SK에게 내준 조범현의 트레이드를 조공을 바쳤다고 표현하기도 하구요. 반면에 김경문 감독이 원한 트레이드, 물론 확인이 되지 않은 미확인 설입니다만, 양현종-이대수 트레이드는 조범현의 피해의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결국 김상현, 박기남-강철민이라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LG와의 트레이드로 귀착이 된 점도.... 미루어 짐작컨대 김경문 감독에게 좋은 일이 된다면 자기에게 좋은 케이스일지라도 하지 않는... 심리상태가 반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더구나 올림픽 금메달 감독이라는 언감생심 넘사벽이 되어버린 달감독에 대한 질투는 극에 달했을테구요. 물론 전적으로 우모의 직감일 뿐입니다.

어쨌든 경기는 이틀 연속 두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방화범 한기주는 기아팬의 역적이 되었고, 소방수 이용찬은 두산팬의 영웅이 되었네요. 덕분에 조범현은 한숨을 쉬었고, 김경문은 미소를 지었구요.

덧글 1..
방송사의 프로야구 중계는 아직 불방입니다. 그렇다고 그닥 불편하진 않네요. 팬들이 운영하는 방송과 해설이 꽤 볼 만 하거든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체 중계시스템으로 방송물을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팬들로서도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고, 편파중계까지 들을 수 있으니 동질감을 느낄테구요. 전투력도 상승하겠죠.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방송사가 싼 값에 낼름 먹겠다는 생각을 계속 고수한다면, 조만간 방송사를 배제한채 중계하는 팬 프렌들리한 구도가 그려질 수도 있지 않나 싶네요. 원년 골수 야구팬으로서 그런 구도도 나쁘지 않네요.

덧글 2...
프로야구 중계를 하겠다고 나선 디원TV가 갑자기 없던 일로 돌렸습니다. 이유는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기존 방송사들이 조폭처럼 보이기 시작하네요. 피해는 야구팬만 입고... 에혀...


싸대기 동맹 삼성에 1승 2패를 기록한 후 두산이 맞은 상대는 기아입니다. 기아는 최근에 타력은 몰라도 투수력은 상당히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터라 부담스러운데요. 손시헌의 재역전 투런홈런으로 승리했습니다. 경기는 후반부터 봐서 흐름은 잘 모르겠는데요. 인상적인 선수는 단연 최준석과 손시헌이네요.

최준석은 오늘 3타수 3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타석을 봤는데 정말 스윙이 가볍더라구요. 작년까지는 뱃살 때문인지 스윙을 다 돌리다가 멈춘 느낌이었는데, 그냥 가볍게 휙 휘두르네요. 김경문감독이 올해 최준석은 일을 낼 것이라고 칭찬했던데... 정말 올해 일 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복덩이 손시헌... 9회초에 한기주를 상대로 역전 투런홈런을 뽑아냈습니다. 한기주는 볼은 좋지만 왠지 한방 맞을꺼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기분좋은 투수인데요. 최준석에게 안타맞은 상황에서 이성렬을 삼진으로 잡더니 결국 손시헌에게 시원하게 한방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폭풍같은 두산타자들의 연속안타로 5점을 뽑았습니다. 겅기 내내 팽팽하게 이어지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버렸네요. 9:5 두산 승리로 올 시즌 기아전 3전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덧글...
요새 에이클라와 방송사 간의 신경전으로 중계방송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아팬 짱개토대왕이라는 분이 해설하는 자체 중계방송을 봤는데요. 상대팀이긴 하지만, 정말 해설 잘하더군요. 편파방송이면서도 중립적인 얘기도 해줘서 두산팬으로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2루심의 오심에 대해 오심이라고 얘기하는거 보고, 참 괜챦은 야구팬이구나 싶더군요. 그리고 야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해설하는게 여느 프로 해설자보다 훨씬 낫더이다.


어제부터 프로야구 중계가 TV에서 사라졌습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 4사와 KBO의 에이젼트인 에이클라의 중계권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인데요. TV를 시청하지 않는 우모는 어차피 인터넷에서 야구보기 때문에 그닥 불편하진 않지만, 어쨌든 해설자와 캐스터가 나란히 얘기하고 슬로우비디오와 반복화면을 보여주는 익숙한 중계환경이 없어 섭섭하긴 하더군요.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자체 중계로 봤는데요. 어쨌든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가 미쿡처럼 상호 공동발전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협화음을 내니 은근히 짜증나네요.

일단 네티즌의 여론은 SBS를 성토하는 분위기입니다. 4사의 협상대표를 맡고 있는 SBS는 사실 이승엽 중계에 수십억을 썼기에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 대해선 그닥 미온적인 태도였거든요. 게다가 중계권 협상을 둘러싸고 이쪽에는 이말하고 저쪽에는 저말하는 전형적인 사보타지 행태를 보여서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하일성총장도 이 부분에 대해선 안좋은 시선을 갖고 있구요.

사실 방송사가 수동적 협상 태도로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앞으로 방송사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대표적인게 IPTV 재판매건에 대한 시각 차이인데요. 방송진영에서는 거대통신과 맞붙는 상황을 가장 꺼려하는데, 킬러컨텐츠인 프로야구가 IPTV로 송출되면 거대통신을 키워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IPTV는 단지 송출만 할 뿐, 제작 및 편성은 하지 않는 채널에 불과한데, 뭘 그리도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오히려 원소스 멀티유즈로 이익극대화를 추구해야 할 방송사가 채널에 대한 거부전략을 편다는게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저 실현되지 않은 미래 피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과도하게 작용되는건 아닌지...

물론 케이블 SO들이 IPTV에 송출하면 채널편성에 불이익을 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핑계구요. 스포츠 컨텐츠는 케이블 SO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국민 컨텐츠라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구요. 오히려 방송사의 수동적인 전략이 IPTV 진영으로 하여금 스포츠 제작에 뛰어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할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청자들이 스포츠 전문방송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승엽 중계에는 수십억을 주면서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는 1/5 수준에서 더 깎으려고만 한다는 점은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모독이자, 한국시청자까지 우롱하는 패착이네요. 결국 방송사가 광고수익을 따먹는건 시청자가 있기에 가능한거니까요. 에이클라와는 싸울지언정 시청자와는 싸우면 안되지 말입니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의 진지한 자성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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