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손꼽아보니 바쁜 가운데 야구장 꽤 갔네요. 회사 위치가 잠실로 옮기다 보니 한결 수월해진 덕도 있구요. 올해만큼은 꼭 우승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뭐 결론은 작년만 못한 3위라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야구를 보면 정말 인생과 어찌 그리 복사판이던지... 정말 될 듯, 이번엔 틀림없어 하지만... 공 하나에 기회는 날라가버리곤 하죠. 사람의 뜻대로 되는게 아닌게 인생이고 야구인가 봅니다. 그래도 야구 오늘 하루만 하는게 아니니까 내년을 기약해야겠죠? 내년엔 기필코 V4 이루기를 바래봅니다.

올해 직관을 정리하면요. 롯데전을 5번으로 가장 많이 갔고, 기아전이 4번, SK전이 2번이네요. 그리고는 한화, LG, 히어로즈가 각 1번씩 통 14번 갔습니다.직관 성적은 7승 7패로 부진하네요. 작년엔 9승 3패로 아주 준수했는데 말이죠

4.25  기아전       - 승리 - 잠실
5.19  롯데전       - 승리 - 잠실
6.16  기아전       - 패배 - 잠실
7.19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7.21  롯데전       - 패배 - 잠실
7.31  SK전         - 승리 - 잠실
8.02  기아전       - 패배 - 잠실
8.13  한화전       - 승리 - 잠실
8.20  LG전         - 승리 - 잠실
8.29  기아전       - 패배 - 잠실
9.04  SK전         - 패배 - 잠실
9.20  롯데전       - 패배 - 잠실
9.29  롯데전       - 패배 - 잠실
9.30  롯데전       - 승리 - 잠실

그리고 언젠가는 2군 경기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조용하게 야구볼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선수들도 가까이에서 기량 점검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텐데... 흠...


"그렇지~~!!!"

잠실구장 들어가기전 식당에서 두산팬 선배와 같이 저녁먹다 갑자기 소리질렀습니다. 고영민의 내야안타로 첫 득점을 뽑았거든요. 단기전에서 선취점과 투수가 만만치 않은 장원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영민의 빠른 발은 축복에 가까웠습니다. 덕분에 체할 뻔 했구요. 식당에서 터져나온 환호와 박수소리에 밖에서 서성이던 두산팬들도 들어와 TV 앞에 모였습니다. 사실 2차전은 암표를 사서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었는데요. 두산팬 선배가 지정석 2장을 기다리고 있는터라, 표를 가져다줄 사람을 기다리느라, 미리 식사를 하고 있었죠. 그때 고영민의 안타가 터진겁니다. 그 짜릿함이란... 이래서 두산야구에 자꾸 빠져들게 되네요.

사실 여유있게 기다렸던 1차전과는 달리 2차전은 초조했습니다. 자칫 3연패로 끝날지도 모르는 분위기였기에, 2차전 직관이 올시즌 마지막 직관이 될 수도 있었죠. 하지만 가장 두산다운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테이블세터는 달렸고, 클린업은 쓸어 담았고, 선발은 최고였고, 중간과 마무리는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오늘 승리는 단순히 1승이 아닌 1.5승의 가치를 지녔기에, 사직대첩에 희망을 걸게 하네요.

응원전도 최고였습니다. 경기중에도 물론이고 끝나고 나서도 응원가를 부르는데, 힘들기는 커녕 속에 묵은 찌끄레기들을 박박 긁어내는 기분이었네요. 롯데 관중석은 상대적으로 조용했구요. 사실 1차전에서는 롯데의 파도타기 응원이 좀 짜증났었습니다. 우리가 공격인데도 파도타기를 하니 좀 거슬렸죠. 그래도 받아주긴 했구요. 근데 2차전에는 두산 공격때 파도타기를 돌렸는데도 롯데팬들이 안받아주더라구요.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롯데가 그런데는 좀 여유가 없는 편이라...

중간에 카메라기자가 응원하고 있던 우모를 연신 찍더군요. 아마 입고있던 OB베어스 풀오버 때문이 아닌가 싶었는데... 어디에 실렸는지 혹은 안실렸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1. 금민철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두산 선발투수의 성적이라면 믿어지나요? 근데 골든보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가 말한대로 생애 최고의 피칭이었구요. 직구는 14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제구력이 좋았고 커터가 빛을 발했습니다. 그동안 주로 중간계투 혹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했는데, 이를 계기로 왼손 주계현이 되어줬음 하네요.

2. 이용찬
기계의 홈런보다 더 기쁜게 이용찬의 152km 강속구입니다. 이용찬의 직구는 다르빗슈를 연상케 하는 묵직함이 다른 투수와 차원이 다르죠. 제구만 제대로 되면 감히 국내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 돼호, 갈샤, 홍포도 방망이가 밀렸죠. 9회 올라와 삼진, 중비, 삼진으로 가볍게 셧아웃시켰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승을 위한 키는 이용찬입니다. 용찬아 믿는다!

3. 김현수
기계는 뭐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선수죠. 빛의 속도와 비견되는 성장속도, 스폰지를 능가하는 학습능력에 그의 나이가 21살이라는걸 감안하면 두산의 미래는 10년간 걱정없습니다. 이미 2000년대를 대표하는 김동주와 2010년대의 최고 타자가 있으니... 하하하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요. 준플레이오프 2게임 연속 홈런은 기계를 인증하는 악세서리에 불과합니다.

4. 김동주
두목곰은 홈런 하나 쳤다고 뉴스가 되지 않죠. 2차전에서 두목곰에게 놀란건 그의 놀라운 주루능력이었네요. 광돈의 2루타 때 1루에서 홈까지 단숨에 내달린 모습은 아니 이게 두목곰 맞아? 였습니다. 롯데의 우익수가 갈샤였던걸 감안하면 모험이었는데요. 질풍같이 내달려 홈에서 포수를 피한 슬라이딩까지... 두산 육상부원들 긴장해야겠네요.

5. 오재원
오늘 오똘은 뭐 수비빼곤 잘한거 없습니다. 대주자로 나와 도루 실패했구요. 유일한 타석에선 삼진 당했네요. 하지만 오똘을 아끼기에 제발 좀 잘하자는 의미에서 포스팅에 낑가줍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오똘이 3루타치고 세리머니하는 모습 꼭 보고 싶네요. 덧붙여 식빵 날려주는 센스도...^^


미리 예매한 표도 없었지만 친절한 두산팬 덕분에 직관을 할 수 있었습니다. 표를 양도해주신 보스베어님께 감사드리구요. 급하게 경기장에 뛰어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나눴네요. 명함이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다음에 뵙게 된다면 두산팬으로서 얘기도 나누고 싶군요.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깨지고 나니 여기저기서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제 겨우 한경기에 불과하다, 안됐다, 것봐라 너넨 안된다, 롯데나 같이 응원하자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게 되네요. 아침엔 상무님도 위로해 주시구요. 심지어 롯데팬 선배는 새벽 3시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경기 결과를 묻는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그걸 기상하자마자 답문을 보냈더니, 로마에 도착하는 중이라며 무지 통쾌해 하더군요. 얄미운데 가르쳐주지 말걸 그랬나요..? ㅋㅋ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터넷 사용이 1시간에 16유로라나 뭐라나... 하여간 준플에서 누가 이기든 이기는 팀 응원하자고 전에 약속했는데, 이거 이거 이러다 두산 유니폼입고 롯데 경기 응원가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제 경기 끝나고 집에 가는데 롯데팬 한명이 전철안에서 엄청 큰목소리로 떠들더군요. 일행이 두산팬이었던 것 같은데 한마디로 '너넨 안된다, 롯데가 3연승한다' 였습니다. 호기넘치는 목소리로 보아 술도 취한 것 같은데, 듣는 두산 원년팬은 심기가 좀 불편했네요. 그 롯데팬의 예언(?)처럼 두산은 지금 여건이 별로 안좋습니다. 니코스키는 부상으로 거의 접은 분위기고 롯데의 선발진은 산처럼 느껴지구요. 두산의 마운드는 턱없이 낮아 보이네요.

하지만 모든 드라마에는 기승전결이 있듯이, 지금의 두산은 기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곰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1. 조정훈
이 친구를 첫번째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네요. 기아팬 선배와 얘기할 때 조정훈이 볼은 좋을지 몰라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어서 금방 무너질꺼라고 했는데요. 무너지기는 커녕 엄청난 포스를 뽐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네요. 우리는 왜 저런 선발이 없는걸까...?

2. 김경문
니코스키를 내렸을 때 이해가 안가서 달감독을 속으로 욕했었는데요. 알고보니 어깨 통증으로 인한 자진강판이었네요. 욕한거 죄송하구요. 올해는 꼭 한을 푸시길 바랍니다.

3. 김현수
기계의 홈런 포함한 2안타가 참 고마웠네요. 혹시나 작년 한국시리즈의 망령을 떨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기계에겐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있는 한 두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겁니다. 홈런도 멋졌지만, 원포인트 릴리프 강영식을 상대로 날린 안타도 통쾌했습니다.

4. 이종욱
1차전의 패인은 종박이 그라운드를 흔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예상 포스팅에서 두산의 핵심 플레이어로 종박을 꼽았었는데요. 종박이 무안타로 출루 한번 못하니 두산의 발야구가 실종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대선수는 분명 자기 역할을 해주기에 2차전부터 폭발하는 흙강아지 종박의 모습... 믿습니다!

5. 정수빈
우쭈쭈가 대타로 나올 때 8회말 2사 만루였습니다. 두산으로서는 마지막 찬스였는데요. 민뱅 타석에서 임경완 투수였으니 당연히 좌타자로 바꿀 것은 예상했었죠. 근데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이블성열이 아닌 우쭈쭈였습니다. 이블성열은 한방은 있지만 변화구에 약하기에 극강의 선구안을 지닌 우쭈쭈를 내보낸거죠. 여차하면 밀어내기라도 노리는... 하여간 신인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기막힌 도박이었기에 정말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결과는 투볼에서 3구째를 휘둘러 3루 땅볼이었습니다. 패배를 직감한 순간이기도 했구요. 아쉽지만 믿어준 달감독과 최선을 다한 우쭈쭈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지인들과 19일 롯데와의 잠실경기에 갔습니다. 일행중에 롯데팬도 있어서 본부석 뒤쪽으로 자리잡으려 했지만, 빅게임이라 그런지 자리가 없더군요. 돌고 돌아 우익수 뒷편 외야에서 관람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롯데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구요. 두산에게는 이기면 좋지만 지더라도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간절한 승리를 원했던 롯데가 가져갔네요. 

히어로즈, 삼성, 롯데 중에서 준플 상대로 누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히어로즈가 되었으면 하구요. 재미를 위해서는 롯데가 올라왔으면 합니다. 삼성은 왠지 좀 껄끄러워서 이번엔 좀 쉬어줬으면 하네요. 그동안 수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은 단골손님이기도 했죠...? 그리고 왠지 롯데에게는 지고 있어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롯데가 바람의 팀인지라 한번 몰아치면 무섭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세밀한 부분에서 구멍이 많아서요. 작년 9월 19일 유재웅이 코르테스를 상대로 날린 일격도 있구요. 날짜까지 똑같네요. 하여간 롯데에는 이유없는 자신감이 있죠. 사실 19일 경기도 막판에 뒤집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임태훈만 나왔어도 경기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다능... ^^;;

아쉬운건 홍성흔이었네요. 비록 적이지만 타격왕을 다투는만큼 안타 하나쯤은 줘도 되지 싶었는데, 홍포도 친정에 매몰차지 못했구요. 두산투수들도 인정사정 없었네요. 하지만 박용택이 더 죽을 쒀서 타율 1위를 다시 차지했습니다. 홍포 올해는 타격왕 꼭 차지하기 바래요.

덧글 1...
충격적인 장면 하나... 아니 외야에서 펜스에 기대어 담배를 피는 무뇌충들이 아직 있더군요. 한번은 두산팬 두명이, 나중엔 롯데팬 두명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댔습니다. 나중에 두산관중들이 담배 끄라고 연호해서 끄긴 했지만, 두산팬이건 롯데팬이건 정말 상판대기 주먹으로 날려주고 싶었네요. 펜스에 기대어 담배피고 그라운드에 재를 터는건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선수와 팬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덧글 2...
매번 느끼지만 임재철의 응원송은 바꿀 수 없나요? 찬송가를 응원송으로 하는건 좀 거시기 하네요. 본인이 원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왠지 응원가를 부르지 않게 되는 이 느낌... 그닥 좋진 않습니다.

덧글 3...
주차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지만 나오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특히 잠실주경기장 깊숙이 파킹한 차들은 트랙이 좁아 뒤로 돌리기 어려웠죠. 파킹할 때는 제법 있던 안내요원이 퇴근했는지, 한명도 없어 더 혼란만 가중시켰네요.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야구장을 찾는 팬들만 불쌍합니다.

덧글 4...
끝나고 간만에 목동 스카이뷰에서 데낄라 마셨습니다. 멀리 서해까지 보이는 그 자리에서의 그 날... 잊을 수 없죠. 벌써 3년이 흘렀나요? 앱솔루트와 데낄라로 무아지경이 되었던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옛날 얘기하면서 유쾌하게 마셨습니다. 더불어 늦은 밤에 불렀는데도 나와준 후배... 고마웠네요.


10시가 훨씬 넘은 무렵에야 끝난 SK전, 패했습니다. 잠실구장을 나오는 길이 그냥 터벅터벅이네요. 왠지 막을 수 있었던 순간에 이해 안가는 투수교체로 홈런 맞고, 뒤집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SK의 교묘한 시간 끌기로 타이밍을 빼기고... 뭐 진거는 다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참 허무합니다. 이번 경기 패배로 2위 자리도 쉽지 않아졌네요. 9월의 질주를 바랬지만, 일단은 멈췄습니다.

선발 금민철은 잘했습니다.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할 일은 다 했죠. 어이없는 1루 송구 에러만 안했어도 무실점이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나온 투수들이었습니다. 고창성은 2루타 맞고, 안경현에게 1-1 상황에서 홍상삼에게 교체됐는데요. 뭔가 달감독님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해서 교체한건지는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이런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거든요. 홍상삼의 빠른 공이 노장 안경현의 느린 뱃 스피드를 누를 수 있을꺼라 판단한걸까요? 하여간 홍상삼은 동점 투런을 맞아 달감독의 승부수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는 뭐 그냥 몰매 맞는 분위기였습니다. 막판에 우익수 조동화의 실수를 틈타 한점차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진 못했죠. 뭔가 2% 부족한, 아쉬운 경기였네요. 이기고 광주로 갔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투수는 다쓰고 진채로 내려가니 기아전에서도 그닥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아는 두산전에 또 에이스 투입하려고, 선발 등판순서를 조정했으니... 헐... 대단한 조뱀~

좀 화가 났던건... 6회인가요...? 윤길현에서 정우람으로 교체할 때였습니다. 9번 최승환이 볼넷으로 나가고 다음은 정수빈,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였으니 좌우놀이 좋아하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바꿀 타이밍이었겠죠. 근데 시간을 끌려고 그랬는지, 포수 정상호가 올라가서 한참을 얘기하더니 내려갈 때쯤, 코치가 어슬렁 올라와서또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야 투수를 교체하더군요. 여러 수법으로 맥을 끊는건 김성근, 김재박 감독의 특기인데요. 투수교체 시간까지 이용하는건 좀 너무하다 싶네요. 가뜩이나 시간이 늘어져서 짜증이 나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한가지 위로가 되는건 이용찬의 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비록 2.1이닝 동안 3안타 맞고 3실점 했지만, 그래도 공 자체는 참 묵직하더라구요. 2이닝은 잘 막았고 3이닝째 흔들리긴 했지만, 달감독이 마무리로 점지한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만 꾀한다면 참 괜챦은데 말이죠.

덧글...
두산베어스 팬인 정운찬교수가 총리로 내정되었습니다. 성향으로 볼 때 2mb와는 안어울리게 보이지만, 어쨌든 사회통합을 위해서 들어갔다고 하네요. 일단 뜻하신 바를 잘 이뤄주셨으면 하는데, 세종시를 무마하기 위해 충청인을 기용한, 즉 정권의 이용도구로만 쓰이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사실 한국의 총리란 실질적인 권력을 쥐었다기 보다는 얼굴마담에 가까워서리... 하여간 두산팬으로서 욕먹는 총리가 되시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기아와 운명의 첫 대결이었던 금요일 경기 다녀왔습니다. 그간 폭풍질주를 해온 기아를 맞아 힘든 경기가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두산의 저력이 있기에 호락호락 무너지진 않으리라 믿었죠. 결과적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패했습니다. 정말 기아 무섭더군요. 특히 김상현... 지금까지 봐온 어느 선수보다 금요일의 김싱현은 위력적이었습니다. 쳐줘야 할 때 홈런으로 연결시켜주는 모습, 그것도 초구에 날리는 포스가 정말 베리 본즈가 따로 없네요.

금요일의 패배로 사실상 올시즌 1위는 힘들어졌습니다. 1위는 커녕 2위 자리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네요. SK에게마저 밀려 3위니까요. 잠실구장을 나서는 길이 참 착잡하더이다. 달도 왜 그리 처량해 보이는지...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아마 남은 두경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스윕의 예감이 짙게 깔리는데,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 투혼을 발휘해주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면 뭐... 그것으로도 만족하구요.

참고로 금요일 관중은 만원이었습니다. 평일 관중으로 잠실구장이 꽉 차기는 12년만이라고 하네요. 최근 기아의 무서운 연승행진을 반영하듯 기아팬들이 3루측은 물론 1루측 일부, 우익수 외야쪽 일부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구름처럼 몰려드는 기아 관중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그간 성적이 안좋아서 원정관중석이 다소 쓸쓸했거든요. 역시 전통의 명문 타이거즈의 부활이 반갑기는 합니다.


올시즌 유난히 LG에게 약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LG에게 전적이 밀린 해가 올해입니다. 그간 두산에게 LG는 한의원, 보약 등으로 통했는데요. 올해는 두산이 LG의 보약 신세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전 구단 상대로 앞서는데, 유독 히어로즈와 LG에게만 상대전적이 밀리네요. 이유는 뭐... 알 수 없죠. 그런거 알면 스포츠가 재미가 없을겁니다. 아무도 예측을 못하기에 짜릿한 스릴이 있는거 아닐까요? 하여간 LG에 밀리는 기분은 그닥 유쾌하지 않습니다. 마치 예전 방콕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태국에게 불의의 일격으로 1:0으로 졌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네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황당한... 그 무엇...

이번 주중 3연전에서도 2연패를 이미 당한 후 3번째 게임이었는데요. 스윕의 불길한 예감은 이미 짙게 깔렸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까이에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에 잠실로 갔습니다. 마침 여의도에서 세미나가 있어 롯데팬 선배와 같이 야구장에 갔네요. 롯데 경기도 아닌데 같이 가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롯데가 히어로즈랑 할 때 같이 응원갈까 하네요.

경기는 시원하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스코어일 뿐... 참으로 어려운 경기했습니다. 확실히 올해 LG만 만나면 말리네요. 빚맞은건 안타로 이어지고, 신인 투수에게 초반 끌려다니기까지 하고, 뭔가 밸런싱이 무너져 보이더군요. 고영민이 에러했을 때는 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딘가 쫓기는 듯한 선수들의 동작 좋지 않네요. 지고 있던 경기 겨우 역전시켜 놨는데, 쉽게 동점을 내주는 시소게임이었구요. 고창성도 연타 맞고, 임태훈도 동점타를 맞는 등 KILL라인이 힘겨웠던 하루였네요. 그래도 후반 막판 잡은 찬스에서 대량득점에 성공해 이기긴 했구요. 공격에서는 이종욱이 3안타를 때렸고, 김현수는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기계의 위용을 떨쳤습니다.

이번 LG전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로 자숙하는 차원에서 단체응원도 치어리더도 없애, 마치 메이저리그 보는 듯 했죠. 덕분에 선배와 맥주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고 간만에 호젖하게 관전했습니다. 이번엔 우익수 외야쪽에서 앉았는데, 그럭저럭 볼 만 하네요. 임재철, 안치용 등 양팀 우익수들이 던져주는 공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많고,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었구요.

다른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고, 두산 Vs LG, 롯데 Vs SK 두경기만 열렸는데요. 두산과 롯데가 이기길 기원했건만 두산만 이기고 롯데는 연장에서 어이없이 졌네요. SK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싶었는데... 참 거머리같습니다. 하여간 기아가 3경기 차이로 2위는 유지됐구요. 주말 3연전은 싸대기 동맹 삼성과 잠실에서 격돌합니다. 주말의 하이라이트는 기아와 SK가 맞붙는 문학경기가 되겠네요. 욕심 같아서는 3무 해줬으면 좋겠건만... 일단 기아의 질주를 SK가 막아줬으면 싶네요.

덧글...
39번이 정면에 마킹된 두산베어스 모자를 구입했습니다. 이종욱의 배번이 달린 검은색 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골랐는데, 제일 작은 사이즈인 XS만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XS...? 한번 써보니 들어가긴 하길래, 또 더 이상 품절이라고 하길래 소장가치를 보고 샀습니다. 써지긴 하는데, 음... 오래 쓰고 있으니 머리가 띵하네요. 피가 안올라오는 듯... 아무래도 아기곰에게 줘야할 것 같습니다. 흠... 혹시 39번 이종욱 모자 M이나 L 사이즈 파실 분 없나요...?


두산은 한화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고, 기아는 롯데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로써 두산이 기아에게 1.5게임차로 따라 붙었네요. 미친 듯 질주하는 기아에 주눅들 것 없이 두산은 페이스만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대로 된 것같아 기쁩니다. 

퇴근하면서 3:0으로 이기고 있는거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잠실에 도착하니 3회말이더군요. 1회에 이어 4회에도 김동주의 석점홈런이 나와 승부는 일찍 갈렸습니다. 두목곰이 이 2개의 홈런으로 통산 900타점 돌파한 10번째 선수가 되었다네요. 이후의 상황은 뭐 두산의 일방적인 곡갱이질에 독수리는 힘도 못쓰는 상황이 쭈욱~ 이어졌죠. 오히려 한화가 안쓰러웠습니다. 전통의 명가 한화가 왜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진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이번 경기는 선발 니코스키를 주시했는데요. 괜챦은 투수인건 확실합니다. 우선 폼이 참 유연하네요. 무리가 안가는 폼이면서도 공은 힘이 있더라구요. 6회까지 147km를 빵빵 찍어대는거 보면 기본 바탕은 갖춘 선수입니다. 게다가 110km대의 느린 커브에서 130km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위를 가진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SK에서 버렸다는게 조급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간 두산으로서는 행운이구요. 두산과 궁합이 잘맞는 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두산팬~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연습한 것 같더군요. 이에 7관중들 환호성으로 답했구요. 흐믓했습니다.

두번째 언급하고 싶은 선수는 오재원입니다. 최근에 타석에서 자신없는 모습으로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는데요. 오늘도 교체로 출전해서 그닥 좋은 스윙은 못보여줬습니다. 다행히 내야안타를 만들어 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의 포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타격폼이 좀 변했습니다. 처음엔 꼿꼿하게 서서 치는 이치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무릎을 굽히고 치더군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거겠지만, 프로 데뷔 때부터 폼이 자주 바뀐다는게 좋은건 아닐겁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신인인데요. 홍상삼처럼 키가 큰 35번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길래... 누군가 했습니다. 근데 왠지 차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더군요.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아이처럼...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와서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폼은 몸집만큼이나 홍상삼을 연상케 하구요. 직구는 140km를 겨우 찍는 130km 수준이었습니다. 공이 그닥 위력적이진 않았는데, 호리호리한 몸을 좀 찌우면 쓸 만하지 않나 싶네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부탁하자면... 불펜에서 두리번 거리지 말고 여유있게 자기 공을 다듬었으면 한다능...^^

재밌는 장면 보기
아기곰을 패는 두목곰 모습

한편 기아는 가르시아에게 홈런 맞고 11연승에서 멈췄습니다. 더불어 이대진의 100승 도전 게임이었는데,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지금까지 쉬임없이 달려온 발자국보며 한템포 쉬어가라는 하늘 뜻이니, 너무 기아팬들 상심하진 마시고... 그나저나 갈샤 덕분에 게임차는 줄었네요. '그라시아~ 가르시아~'

덧글...
의외로 야구장에 혼자 오는 분들 많습니다. 특히 여자분들도 꽤 되구요. 방해받지 않고 야구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괜챦죠. 응원할 때 혼자 소리 높이기는 좀 뻘쭘한거 빼고는...^^


두산 핑크모자 쓰고 야구장가자던 쌍둥이들과의 약속을 지난 주말 지켰습니다. 자형과 쌍둥이, 아기곰과 우모, 모두 5명이 갔는데요. 경기는 허무하게 졌습니다. 쌍둥이들의 첫 출격을 승리로 장식해주고 싶었는데... 쩝... 이원석이 김광현으로부터 역전 3루타 쳐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정말 좋았는데, 임재철의 공 빠뜨리는 실수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역시 야구는 겸손하게 몸을 굽혀야 되는 스포츠네요. 아쉽습니다. 올시즌 우모 직관은 4승 3패네요.

원래 일요일에는 관중이 그닥 많지 않은데, 어제는 정말 많더라구요. 주차장이 꽉차서 잠실야구장 진입하는데만 거의 20분 동안 도로에 서있었습니다. 집계수로는 20,061명인데 글쎄요... 체감으로는 25,000명은 너끈히 되어 보이던데요. 잠실구장에 들어갔을 때 이미 두산 관중이 1루쪽과 본부석 뒤쪽, 그리고 3루쪽의 일부를 아예 점령했구요. 우익수 뒤 외야도 거의 찼었죠. 3루측 내야와 외야만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자리가 없어 3루쪽에서 봐야 했습니다. 그나저나 상대팀 응원석에서 응원하는건 좀 불편하더군요. 소리지를 때도 좀 조심하게 되고, 주위의 시선도 의식하게 되고... 어제는 SK 관중석의 상당수는 두산팬들이어서 덜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건 매한가지입니다. 햇빛이 너무 강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외야로 옮기긴 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박민석을 얘기안할 수 없네요. 스코어가 재역전당하자 김경문감독은 박민석을 올리고선 내리지 않더군요. 아마 패하는 경기에서 투수소모율을 낮추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우모가 볼 땐 박민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게 아닌가 싶어요. 불펜에 아무도 몸을 풀지 않았거든요. 강하게 살아남으라는 정글의 법칙 수업을 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박민석이 도무지 영점조준이 안되지라 보는 내내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어떻게 겨우겨우 막고는 넘어갔지만 아직 1군에 올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이더군요. 근데 작년만 해도 괜챦은 사이드암이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흐트러진건지 알 수가 없네요. 박태환처럼 뭔가 방심을 했던건가요...? 얼굴도 미끈해서 쫌만 해주면 팬클럽은 당장 불어날텐데 말입니다. 하여간 보는 내내 관중석에서 내리라는 소리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날도 더운데 우리 쌍둥이들은 아기곰과 야구장에서 잘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풍선방망이 휘두르면서 응원 열심히 하더니, 나중에는 계단 오르내리면서 나름 놀이꺼리를 찾더군요. 오는 차안에서도 재미있었다고 삼촌 고맙다고 하는데, 두산 열성팬 두명을 또 확보한 듯 싶습니다.

덧글 1...
주차장에 파킹하고 오는데 희한한 기상현상을 봤습니다. 소방서 근처였는데요. 소방서 옆은 소나기가 오고 있는데, 그 바로 옆은 비가 안오는 겁니다. 한동안 계속 되었는데요. 주위에 보던 사람들 야구장가는 발걸음 멈추고 구경했죠. 예전 공항 관제탑에서 있었을 때 유사한 현상을 봤었는데, 간만에 또 보네요.

덧글 2...
날은 화창한데 소나기가 오는, 소위 호랑이 장가가는 날씨가 경기 내내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기아가 7년만인가 처음 정규리그 1위했습니다. 이럴려고 하늘이 그렇게 변덕을 부렸나 보네요.

주적 SK와의 3연전 첫경기여서 회사 마치고 잠실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경기도 중요하지만 SK와의 경기는 왠지 지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응원의 목소리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찾았는데, 다행히 멋진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두산은 1위로 올라가고, 2위는 기아가 차지하고, 3위는 SK가 내려가고, 4위 롯데는 그대로... 네요. 그래봐야 1위와 4위는 승률 2푼 차이니까 그닥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고 봐야할겁니다.

경기는 4:0으로 끌려가던 6회 무사 만루에서 2번 이종욱의 1타점 적시타, 3번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5번 최준석의 3점 홈런으로 가볍게 6점을 뽑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네요. 최준석의 빨랫줄같은 홈런도 멋있었지만, 포문을 연 이종욱의 좌전안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김동주는 타석에 들어설 때 거의 다른 선수의 2배가 넘는 환호성이 나오는데요. 특히나 이종욱은 모든 관중을 열광케 하죠. 어려운 타석이었는데,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했습니다.

투수진은 선발 세데뇨가 5이닝을 4실점으로 막고 김상현, 임태훈, 이용찬이 차례로 막았습니다. 승리투수는 김상현, 홀드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이구요. 이중에서 임태훈은 2와 2/3이닝을 피안타없이 무실점으로 야무지게 막아냈습니다. 수훈선수 인터뷰도 어찌나 애교넘치게 하던지 잠실벌의 누나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더군요. 확실히 용찬이가 무뚝뚝한 장남이라면, 태훈이는 애교넘치는 막내딸 이미지입니다.


경기 중간에 안쌤이 1루수 대수비로 출장하더군요. 한회 막고 들어가서 타석에 들어서나 했더니, 김재현과 교체되었습니다. 그래도 타격치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안보는게 나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어디 가도 잘하는 모습 보고 싶네요. 홍포는 잘하고 있는데, 안쌤은 그닥 존재감이 없어서... 두산에서 코치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에혀...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잘하리라 믿습니다. 위 사진에서 1루주자는 고영민인데요. 두산에서 2루수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인지라 보는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2층 꼭대기에서 땡겨 찍어서 그닥 화질은 안습입니다.

덧글...
오늘 승리로 직관 4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직관승률이 꽤 좋았었는데 올해는 좀 안좋네요. 그래도 오늘 졌다면 5할로 떨어질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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