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의 3연전 첫경기는 완벽하게 졌습니다. 소시가 우모에게 '소원을 말해봐~' 라고 묻는다면, 롯데를 아작내게 해달라고 한다 했는데... 소시는 스케쥴이 너무 바쁜지 우모의 소원을 외면했네요. 아작내기는 커녕 오히려 처참하게 발렸습니다. 이로써 3연전 모두 스윕당할 확률이 커졌네요. 롯데의 기세가 폭풍이 아니라 쓰나미 수준입니다. 그래서 '해운대'라는 영화도 이 시기에 맞춰 개봉한건가요?

점수는 14:2로 대패였지만, 사실 공 하나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7회초인가요? 무사 만루에서 이대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홍성흔 타석에서 김상현의 폭투로 점수를 헌납한 것. 사실상 여기서 오늘 경기는 끝났었죠. 어쩌면 3연전을 가르는 폭투였는지도 모릅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롯데로 넘어가려던걸 억지로 잡아 끌어놨는데, 어이없는 실점으로, 두산은 도살장에 끌려갔거든요. 롯데는 무사만루에서 점수를 못낼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는 가르시아의 만루홈런으로 파운딩에 스탬핑까지 당했죠. 가정이긴 하지만 용덕한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블로킹을 워낙 잘하는 선수인지라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라나요...?

우모든 그래도 중간에 경기장에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끝까지 투지를 내뿜는 선수들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게임 하나 내줄지언정 분위기마저 뺏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끝내 우모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네요. 허탈하지만 그래도 이종욱 타석 때 응원가를 네번이나 불렀다는데 만족합니다. 그리고 내일과 모레 우리 곰들 열심히 뛰어주리라 믿습니다. 단, 큰 기대는 안하겠습니다.

덧글...
시즌 전 롯데가 1위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현실로 이어질까 갑자기 두려워지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SK도 발렸고, 기아도 졌네요. 상위권 4팀 중 롯데만 승승장구 중입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오는군요.


오늘 히어로즈와의 잠실 경기에 모처럼 나들이했습니다. 직관멤버는 아기곰, 할머니, 고모부, 우모 모두 4명인데요. 3대에 걸친 남녀노소 멤버이긴 하지만, 모두 허슬두 가족인지라 한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아기곰은 올시즌 첫 잠실행이었구요. 전보다는 함성소리에 놀라는 일이 적어지긴 했지만, 간혹 놀랄 때마다 아빠품으로 파고드네요. 그러다가 김동주 응원가에는 즉각 반응을 보이구요. 아기곰의 태교음악이 김동주 응원가여서인지 너무 좋아합니다.

오늘 경기는 12:8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기쁜 것이 바로 허슬심장 이종욱의 컴백이네요. 이종욱이 6회말 손시헌을 대신해서 대주자로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은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대주자 교체한다는 방송도 나오기전, 그를 알아본 팬들은 일제히 괴성으로 환영했구요. 순간 콘서트장인줄 알았습니다. 김현수, 임태훈이 등장할 때면 아이돌 그룹이 스테이지에 올라올 때처럼 '꺅~' 하는 여성팬들의 소리가 잠실벌을 울리곤 하는데요. 이종욱이 그럴 줄은 또 몰랐습니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통통 튀는 그의 모습이 어찌나 반갑고도 감격스러운지요. 특히 중견수 수비 들어가서 어려운 타구를 빠른 발로 잡아낼 때, 잠실벌은 또 한번 들썩거렸습니다. 너무나 큰 환호에 본인도 놀랐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모자를 벗어 답례하더군요.


역시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의 발야구가 살아야 빛을 발합니다. 이종욱은 대주자로, 고영민은 홈런과 3루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요. 이 두명은 실제 뛰지 않더라도 존재감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죠. 그리고 창의적인 플레이의 대명사구요. 어쨌든 두산의 발야구를 책임질 두명이 제 기량을 갖고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기곰을 안고 관중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히어로즈 관중석에 갔는데요. 비록 숫자는 적지만 팬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유니폼을 맞춰입고 목놓아 응원하는 모습이 상대이긴 하지만 참 아름다웠습니다. 현대왕조의 후예답게 늠름했구요. 여자팬들도 은근히 많아서 구단이 스폰서만 제대로 잡으면 다시 예전의 명가부활은 시간문제인 듯 싶네요. 꼭 히어로즈 팬들이 서울 연고팀답게 구름처럼 몰려들기 바래봅니다.

덧글...
SK가 롯데에 덜미를 잡혀 오늘부로 두산이 1위입니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1위 탈환했다는게 기쁘긴 하지만, 폭풍질주 롯데의 기세가 솔직히 무섭네요. 마침 다음 잠실 주중 3연전 상대가 롯데인데요. 구름관중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팬들 모두 잠실로 모여 롯데의 기고만장도 꺾고 1위 수성도 해봅시다.


간만에 야구장에 갔습니다. 회사가 잠실로 와서 좋은건 야구장이 가깝다는건데요. 정말 쫌만 서두른다면 경기 시작전에도 도착할 수 있겠더라구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잠실구장 안으로 들어오니 점수는 이미 1점을 주고 있더군요. 계속된 위기에 결국 2회에 2점을 줬구요. 우리의 지토 김상현이 안타를 좀 많이 맞더이다. 오늘은 박복한 승수를 챙기기 바랬는데... 자리잡고 눈여겨 구위를 보니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직구는 142km 정도구요. 커브와 슬라이더는 115km 내외였는데, 계속 맞는것만 봐서 그런가 직구가 좀 눅눅하더라구요. 좀더 빨랐으면 하는 바램... 그래도 5회까지 꾸역꾸역 2실점으로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 초반에는 정수빈의 3루타 이후 오재원의 내야땅볼로 1점 낸 것 외에는 그닥 찬스랄 것도 없는 밍밍한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로페즈가 두산에 강하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기아는 두산에 밥인데, 두산은 로페즈에 밥이네요. 엉성한 폼에 별로 힘들이지도 않는 것 같은데, 곰들은 사자에게 보여준 무한각목질은 어디 두고 올라온건지요. 그냥 예전 두점 베어스 보는 듯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로페즈의 호투가 눈부셨네요. 9회 끝까지 로페즈는 145km 직구 유지했구요. 9회 끝까지 곰들은 찬스를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아쉬웠던건 1사 3루에서 손시헌의 안타성 타구를 김상현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 홈에서 민병헌을 아웃시켰던 상황이네요. 그것만 빠졌더라면 동점만들고 1사 1루 찬스를 계속 이어갔을텐데... 인터넷에서는 민병헌이 굳이 홈 쇄도할 필요가 있었느냐, 어차피 강습타가 빠지면 걸어 들어오고, 잡히면 아웃될 확률이 큰데, 스타트가 애매했다고 비판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이 모든걸 판단하고 행동하기는 쉽지 않죠. 그리고 홈에서도 거의 세입에 가까워서리 심판이 세입을 줘도 무리 없었거든요. 뭐 두산이 못했다기 보다는 기아가 잘했습니다. 평소 돌글러브질 잘하던 김상현이 그 빨랫줄 타구를 잡아낼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래서 졌네요. 

그나저나 기아 포스트시즌에 올라오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선발투수진이 워낙 좋아서리 투수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단기전의 특성상 호랑이가 제대로 발톱 세울 것 같네요.

덧글...
다행히 SK도 히어로즈에게 져서 1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SK가 헤맬 때 좀 승차를 벌여야 할텐데 말이죠. 오늘은 호랑이도 잡고, 승차도 벌이고, 서울팀의 쌍끌이 이뤘으면 좋겠네요. 두산, 히어로즈 홧팅!


"야 지금 홍성흔 타석이야. 빨리와~"
잠실운동장역을 막 뛰어 올라가는데 롯데팬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울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실망감이 철철 흘러 넘치네요.
"아~ 근데 초구에 파울 플라이 아웃이야~ 어휴..."

롯데팬 선배는 표를 끊어놓고 경기장 안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요. 우모는 회사에서 대충 일 마무리 짓고 뛰어 오면서 어디서 만날지 전화하는 통이었습니다. 그렇게 홍성흔의 두산전 첫 타석은 아웃으로 시작되었죠. 밖에서 치킨윙 사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홍포 생각만 맴맴 돌았습니다. '쩝... 이젠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오늘 경기는 시즌 전부터 점찍어 둔 꼭 봐야 하는 must have 였는데요. 이유는 뭐 다름 아닌 홍성흔 때문이었습니다. 갈매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을 적으로 만나는 게임인지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죠. 기분은 그닥 유쾌하진 않았구요. 홍성흔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 지, 그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바티스투타가 골 넣고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파묻었을 때 피오렌티나 팬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그 기분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했구요. 그런 일이 두산팬들에게 닥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홍성흔의 오늘 성적은 데드볼 한개 포함 3타수 무안타였네요. 예전의 날카로운 스윙, 파이팅 넘치는 손짓은 찾아볼 수 없고, 허공만 가르는 방망이가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통쾌하게(ㅜ.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도 홍포는 수비가 끝나면 덕아웃 앞에서 제일 먼저 선수들을 맞이하는 버릇... 여전하더군요. 이런 홍포의 마음 씀씀이가 항상 믿음직스럽게 했었는데요. 간만에 보니 미소가 절로 그려지구요. 다만 상대 덕아웃에 서있는 모습... 그건 왜 그렇게 어색한지요. 마치 일장기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서있는 손기정옹을 보는 듯 했습니다. 또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있기 미안했는지 틈나는대로 불펜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몸을 푸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안스럽기도 했구요. 혹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홍포를 몰라서 하는 얘기구요. 홍포를 오래 봐온 팬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죠. 성실하면서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홍포 아니 홍지명은 분명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습니다.

위의 사진은 모두 홍성흔을 찍은건데요. 이중 좌하단에 있는건 홍지명이 1루에 나가 있을 때 장면입니다. 나름 의미있는 그림이겠다 싶어 찍었던건데... 바로 1루수가 이원석이었거든요. 오늘 이원석은 선발 6번타자 1루수로 출장해서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습니다.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나는 이원석을 보면서 홍지명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어쨌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니까 홍지명도 더 분발하겠죠?


보너스로 불펜에서 이리저리 몸푸는 홍포 모습 올려봅니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글거리는 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런 눈빛이 10년간 두산의 덕아웃을 지켰는데... 에혀... 머지 않은 날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을 홍포를 기대해 봅니다. 성공한 갈매기로 돌아오길... 꼭~

덧글...
경기는 11:3으로 두산이 이겼습니다. 홍상삼이 잘 던졌는데 고비는 못넘겨 역전당한채 내려왔구요. 두산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질로 재역전시켰습니다. 김현수, 이원석의 홈런이 좋았구요. 손시헌의 적시타가 결정적이었네요.


올 시즌 첫 잠실구장 출격했습니다. 결과는 3:1 승리로 2연승이네요. 두산은 선수단 전체에 힘이 느껴져서 질 것 같지 않았는데... 역시나 오늘도 이겼습니다. 아직 두경기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일을 낼 것 같네요. 두산선수들 젊기도 하지만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두터운 뎁스가 우승권으로 보여집니다. 간단한 직관 후기 올립니다.

오늘은 차를 끌고 갔는데요. 정말 사람들 엄청 많더군요. 잠실구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두줄로 길게 서있었지만, 결국 자리가 없어 탄천으로 돌렸구요. 관중도 많아서 계단에 앉은 사람들 꽤 많더군요. 하지만 관중수는 29,000명이 채 안되었다네요. 당연히 만원인줄 알았는데... 두산이 관중 뻥튀기는 커녕 관중 축소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며칠전 인터넷 예약으로 주차지연에도 불구하고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히어로는 최승환을 빼놓을 수 없네요. 뜬금포로 결승 투런홈런을 날리기도 했구요. 무리없는 투수리드도 좋았습니다. 이제 채상병에 불안해하던 두산팬들의 마음을 차지한게 아닌가 싶네요. 특히 유리한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안쪽을 찔러주는 직구 승부구...! 아주 잘 먹혔습니다. 자꾸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더라구요. 물론 정재훈의 송곳 제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죠. 2년 연속 SK에 무너진게 박경완에 꼼짝없이 당했기 때문인데요. 최승환이 타자심리를 꿰뚫는 경험만 더 쌓는다면, 두산의 아킬레스건 하나는 없는셈 쳐도 됩니다.


기아는 투수라인은 괜챦은데 타선이 영 아니더군요. 아직 제 기량을 찾지 못한 것 같네요. 특히 최희섭은 2땅-삼진-삼진-삼진으로 4타수 무안타였습니다. 여전히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듯한 자세는 변함없었고, 상체 힘으로만 휘두르더군요. 그리고 이틀 제대로된 활약을 못보여줘서 그런지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듯... 이런 최희'삽'을 박펠레와 허구라는 올해 큰 일을 해낼 선수라고 치켜세우기 바빴죠. 참고로 박펠레는 기아의 4강행은 당연한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었구요. 아마 박펠레의 그 예상을 듣는 순간 기아팬들은 재수 옴붙었다고 침을 퉤퉤 뱉었을겁니다. 벌써부터 엠팍에는 역시 박펠레의 저주가 기아와 최희섭에게 떨어졌다는 글들이 올라오네요. 안목없는 박펠레와 허구라의 삽질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흠...

하지만 양현종의 구위는 정말 수준급이더군요. 이대수를 내주고 양현종을 데려오고 싶었는데,이대수만주고 데려오기에는 좀 미안한 선수네요. 공도 빠르지만 제구도 잘되고 오늘 최승환의 뜬금포 빼고는 우리 타자들 혼줄 났었다능...

덧글...
팬북도 샀는데요. 얼마만에 구입하는 팬북인지... 마치 방학 통지서를 받아든 초등학생처럼 기분이 뽀샤시해지네요. 종이가 구겨지지 않게 조심조심 넘겨가면 봐야겠습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전적 3:3의 마지막 경기.
스코어 2:2에 마지막 3피리어드 17초 남은 상황.

이 정도라면 누구나 연장전을 떠올리겠지만, 19분 43초 시점에 통한의 골을 허용해서 안양한라는 결승행의 꿈을 접었습니다. 시계는 단지 17초 남겨놓은 상황이었죠. 순간 빙상장은 긴 침묵으로 접어들었고, 크레인스 선수들과 서포터스들의 감격적인 환호성만이 메아리를... 빙빙빙... ㅜ.ㅜ

오늘은 어제 경기에서 연장전 골든골로 아쉽게 패한 복수전이자, 혹시나 지기라도 하면 시즌 마지막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어제는 빙상장에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로 못갔던 터라, 오늘은 일찍부터 집을 나섰죠. 낮잠을 자고 있는 아기곰을 깨워 둘이 빙상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이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기를 빌었구요. 근데 경기 중요도를 감안하면 관중들이 꽉 찰 줄 알았는데, 평소와 다를 바는 없더군요. 한 80~90% 정도의 자리만 메워졌습니다. 게다가 한라대학교 학생의 동원관중을 생각하면 쫌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WBC 한일전의 여파가 아닌가 싶네요.

자리는 골리 뒤가 아닌 사이드에 앉았는데요. 앞쪽에는 일본에서 온 크레인스 서포터스 4명이 있더군요. 한명만 여자였는데, 세명은 나이대가 다양한 남자들이었습니다. 북과 확성기를 들고 응워나는 모습이 흡사 울트라 닛폰 같더라구요. 그래도 멀리 한국의 안양까지 온 열정은 존경스러웠습니다. 일본말을 좀 할 줄 알면 말이라도 건네보련만... 이 서포터스 네명은 오늘 최고의 경기를 본 셈이네요.

경기는 정말 팽팽했습니다. 1피리어드 시작하자마자 중앙선 부근에서 인터셉트 당해서 어이없이 첫골을 먹었죠. 쉽지 않은 경기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연속 두골을 성공시켜서 1피리어드를 2:1로 기분좋게 마감했네요. 특히 골리 뒤에서 돌면서 벼락같이 넣은 송동환의 역전골은 재치만점이었죠. 분위기는 곧 승리로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에서 동점골을 허용한 상태로 3피리어드에 들어갔죠. 결과는 앞에서 얘기한대로 17초를 남기고 장렬하게 무너졌습니다.  순간 머리를 감싸던 우모... 안타까움에 차마 선수들을 보지 못하겠더라구요. 에혀~~~

그래도 남은 17초 동안 골을 넣겠다고 골리까지 빼고 김기성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외국인 선수들로 채웠구요. 마지막 1초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골문을 두드렸죠. 어쨌든 결과와 상관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준 선수들이 자랑스러웠구요. 아이스하키를 안지 얼마 안되지만 두산베어스 같은 나의 팀을 얻게 되어 너무 행복하네요. 내년 2009-2010 시즌에는 안양한라 유니폼을 입고 빙상장을 찾을까 합니다. 비싸긴 하지만 같이 뛰는 선수들과 일체감을 느끼기에는 유니폼만한게 없죠. 

크레인스는 일단 일본 선수들이나 용병 선수들이나 모두 드리블에 능하더군요. 기본기가 탄탄하다는건데, 수비 두세명은 끌고 다니면서 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아쉬웠습니다. Radunske 같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국내파는 언제쯤 나올까요? 그리고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데 왠지 못미더운 느낌... 저만의 착각일까요? 하여튼 우리 선수들 하계훈련에서 열심히 기량 연마해서 내년 시즌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결국 올 플레이오프 전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2008-2009 Semi Final Playoff Results
Game 1 :   6-2   Anyang W @Anyang
Game 2 :   7-5   Cranes W @Anyang
Game 3 :   5-3   Anyang W @Kushiro
Game 4 :   9-0   Cranes W @Kushiro
Game 5 :   4-3   Anyang OTW @Kushiro
Game 6 :   3-2   Cranes OTW @Anyang
Game 7 :   3-2   Cranes W @Anyang

덧글 1...
올해 빙상장 찾으면서 느꼈던건데요. 빙상장에 오는 관중들 대부분이 가족단위라는 겁니다. 야구장도 가족단위가 많긴하지만, 그래도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가 더 많은데, 아이스하키는 엄마 아빠 손잡고 오는 어린아이들이 어찌나 많은지죠. 저변확대는 시간문제일꺼 같네요. 아쉬운건 미디어의 관심일 뿐...

이제 아이스하키 시즌이 끝난 만큼 야구시즌 개막이 곧 눈앞이네요. 생각만 해도 너무 흐믓하네요. ㅎㅎㅎ

덧글 2...
아기곰은 옆에 앉은 처음 보는 누나와 친하게 잘 놀더군요. 서로 과자도 교환하고 쎄쎄쎄도 하고... 역시 애들은 애들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뻘쭘해 하더니 익숙해지니까 바로 손을 잡고, 좀 있다가 얼굴을 만지고, 그리고는 바로 뽀뽀를 하는 아기곰...ㅡㅡ;; 음... 좀 놀랐다능...


안양한라가 라이벌 하이원에게 어제의 1:4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습니다. 무려 스코어 6:1로 대승을 거뒀죠. 어제 경기는 못봐서 잘은 모르지만, 오늘 경기도 스코어만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피리어드는 스코어상으로는 1:0으로 이겼지만 거의 몰리다시피한 열세였구요. 3피리어드도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우세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안양의 골리, 손호성의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렀을지도 모르겠네요.

1피리어드는 팽팽하게 1:1의 박빙 상황에서 2골을 넣으면서 순조롭게 끌고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면서 하이원의 파상공격에 많이 고전했네요. 다행히 한골을 더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3피리어드는 중반 이후 스코어가 5:1로 벌어지자 하이원이 약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었구요. 한골을 더 넣어 6:1로 경기는 승리했습니다. 우모가 관람한 두경기 모두 승리해서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집단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모가 앉은 자리에서 봤을 때, 승리한 안양한라 선수가 경기 끝난 후에 퍽을 골대로 툭 밀어 넣으려 하자 하이원의 용병이 기분이 상했던 듯 싶네요. 바로 치고 받고 싸우더군요. 그러자 다른 선수들끼리도 붙고 한동안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아이스하키가 어느 정도의 폭력을 용인하는 스포츠긴 하지만 직접보니 살벌하데요. 그리고 꽤 볼만 했습니다. ^^

다행히 난투극 이후 모두 악수하며 좋게 헤어졌네요. 돌아서면 다들 선후배, 동료사이인데 뭐 원수질 일은 없죠. 다만 라이벌이라는 점이 민감하게 작용한 듯 싶네요. 오늘도 경기장은 거의 꽉 들어찼는데요. 입장료는 안받고 대신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하더군요. 덕분에 선행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관중석에는 하이원 원정관중들도 꽤 오셨던데요. 한라 신입사원들의 패기넘치는 응원도 볼 만했구요.


특이했던건 오늘 경기에서 2피리어드 종료후 리틀한라 어린이팀의 시범경기였는데요. 스피디한 경기를 보다가 완만한 어린이 경기를 보니 너무 귀엽더군요. 얼음 위에서 제대로 몸도 못가누면서 퍽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 없더라구요.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스하키를 짊어지고 나갈 대스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보기로 한 회사 선배가 안 온 모양이네요. 전화 안받더라구요. 딸이랑 같이 온다고 했는데... 흠... 일단 다음 홈경기가 1월 10일이니 다시 한번 꼬셔봐야겠습니다. ^^


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겸, 홍성흔에 대한 상실감도 치유할 겸해서, 지난번에 농구장을 찾았었는데요. 결국 '나의 팀'은 찾지 못했었죠. 대신 아이스하키에 애정을 붙여볼까 해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드디어 두산베어스에 이은 또 하나의 '나의 팀'을 찾았습니다. 바로 국내 최고의 아이스하키 명문 '안양한라'인데요. 과거 전설적인 심의식 선수가 활약했던 팀이기도 했죠. 지금은 감독님이시라는...


일단 안양한라는 엠블럼이 맘에 드네요. 두산베어스와도 유사한 톤이구요. 게다가 마스코트도 곰입니다. 두산이 반달곰이라면, 한라는 백곰... 거의 자매구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죠. 전통의 명문이라는 점도 두산과 같구요. 이제 경기를 보면서 '나의 팀'에 대한 애정만 확인하면 됩니다.

첼로레슨 때문에 경기장에는 약간 늦게 도착했습니다. 부랴부랴 표를 끊고 들어가니 1피리어드는 종료했구요. 4:3으로 지고 있더군요. 경기장은 아담하지만 무척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스피디한 선수들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숨소리 목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현장감이 더욱 흥분시키더군요. 야구장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던데요. 아이스하키장의 특성상 약간 추웠구요.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담요를 덮고 있는 관중들도 눈에 띄었구요. 관중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경기장이 1,284명 수용가능하다고 했는데 평일에 80% 정도 찼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었네요. 특이한건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는건데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와 접했던 친구들인지라, 아이스하키를 가까이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아기곰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는 일본 Seibu Princerabbits와 맞붙었는데요. 이름이 좀 독특하죠? 보디첵이 난무하는 격렬한 스포츠팀 이름이 Princerabbits라니... 마스코트는 또 얼마나 귀엽던지 꼭 여자팀을 연상케 하더군요. 하지만 세이부는 49점으로 현재 1위하고 있는 팀입니다. 안양은 48점으로 2위를 마크하고 있구요. 하지만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는 거의 일방적으로 안양이 몰아붙여서 손쉽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36번 박우상선수가 헤트트릭을 기록했구요. 세이부는 1위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실한 뒷심을 보여준데 반해 안양은 한명이 2분 퇴장 받은 상황에서도 한골을 넣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는데요. 단독으로 몰고가면서 골리를 제치고 넣은 골은 정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아쉽게 그 선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정말 짜릿했습니다. 수비진영에서부터 거침없이 쇄도하던 모습이란... 후덜덜... ^^


2피리어드에 먹은 유일한 실점은 우리 팀 골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었네요. 걷어낸다는 것이 퍽이 스틱에 제대로 맞지 않아 상대 선수에게 갔고, 상대 선수는 비어있는 골문으로 쳐넣었죠. 축구에서 이기타의 헛발질이 골로 연결되었던 장면이 연상되더라는... 그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지했습니다.

처음 본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멋지게 역전승을 해서 더욱 기뻤구요. 중간에 흥겨운 rock 음악이 곁들여져 아기곰도 신명나게 관전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져지를 사러 나갔는데 안양한라 상점은 문을 닫더군요. 다음 경기가 이번달 27, 28일에 있으니 그 때 하나 구입해야겠습니다. 장내 안내방송에서 27일 경기는 자선경기로 입장료는 안받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안양지역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하네요. 좋은 의미로 행사를 하니만큼 많이들 왔으면 좋겠네요.

경기를 기분좋게 보고 나오는데 라디오의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야구와 농구만 얘기하고 아이스하키는 일언반구도 없네요. 좀 섭섭했습니다.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아이스하키인데 언론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네요. 대신 오늘 찍은 동영상도 몇개 올려놓습니다.


 


2차전은 잠실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고 왔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거의 만 하루가 지난 시간인데도, 목젖 부근이 아직도 칼칼하네요. 어찌나 함성을 질러댔는지 야구장에서 나올 무렵엔 극도의 피로감까지 몰려오더라구요. 이겼으면 모르겠는데 져서 그런가요. 허탈감까지 겹쳐 졸음까지 밀려오더군요. 이렇게 진이 빠지게 응원한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경기는 말 그대로 14회까지의 연장혈투 끝에 후련하게 패했습니다. 여기서 '후련하다'는 뜻은 잘했다기 보다, 정말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없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지 싶네요. 2차전 경기평은 직관 응원후기가 되겠네요.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1. 명불허전(名不虛傳) 랜들의 위기관리능력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는 처음 나오는 투수에 불과합니다. 양팀 감독이 승부에 물러섬이 없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교체 타이밍은 늘 한박자 앞섰죠. 랜들은 시즌 막판에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떨지 걱정을 갖게 했는데요. 2차전 내용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네요. 4이닝 1실점입니다.

가장 큰 위기는 4회였는데요. 안타없이 포볼 4개를 헌납하는 졸투를 했지만 다행히도 1점만으로 막아냈죠. 랜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차전과 다른 점은 김경문감독이 랜들을 빨리 내리기 보다는 한번 지켜보는 느낌을 주더군요. 1차전 승리의 여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하여간 랜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1점만으로 막고 마운드를 김상현에게 넘겨줬습니다.

2. 이제 여유마저 느껴지는 오재원
선취점은 오재원의 원맨쇼로 만들었습니다. 전상렬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오재원은 통쾌한 3루타를 뽑아내죠. 더불어 그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도 보여줬습니다. 항상 똑같은 세리머니인거 보면 따로 연습하는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지 싶네요. 참고로 두산의 홍성흔은 라이트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구요. 이종욱은 박수치는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죠. 이대수는 작은 키지만 폴짝 뛰어 때리는 배구선수 스파이크 세리머니구요. 두목곰 김동주는 두손을 번쩍드는 만세 세리머니입니다. 고영민은 상대의 하복부를 라이트로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인데요. 최홍만이 와서 좀 배웠으면 하는 타법이기도 하죠.


뭐 누구나 더 멋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지작렬상으로 홍성흔 다음으로 오재원을 꼽고 싶습니다. 선수들 사기도 높이고 관중들 엔돌핀도 콸콸 솟게 하는 오재원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는 그의 긴 팔과 다리에 참 잘 어울리네요. 덕분에 팬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고영민의 짧은 땅볼 때 3루에 있던 오재원은 득달같이 홈을 파고들어 3점째를 추가했죠. 홈에 쇄도하는 모습은 심장에 칼을 꽂으러 달려가는 무사를 연상시키더이다. 반면 박진만은 어제의 본헤드 플레이 여파인지 홈에 던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1루로 던졌구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오늘도 여유있게 이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초반에 3점의 리드를 하고 있었는데 연장까지 갈 줄은 누가 알았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3. 홍콩 할매귀신도 놀라는 전상렬의 완소 수비력
가을의 사나이, 아니 가을을 기다리는 할매 전상렬은 나이가 36세입니다. 올 시즌에는 그닥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두산에서 외야수 주전따기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죠. 리그 극강의 김현수, 이종욱 붙박이에 유재웅, 이성렬, 전상렬, 민병헌의 무한경쟁입니다. 이런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속에서도 늘 밀알같은 존재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전상렬은 두산의 든든한 자산이네요.

2차전에서도 두어번 정도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폴짝 뛰어 잡아내는 미기를 선보였습니다. 홍콩할매도 하기 힘든 뒤돌아 점프 캐치를 무리없이 해내는 할매 전상렬의 파인 플레이에 관중들은 전상렬을 연호했구요.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경기 내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편안하게 지켜봤네요.

생각해보면 그 흔한 개인 응원가 하나 없는 전상렬이지만, 팬들에게 괴성과 함께 싸인을 요청받는 스타도 아니지만, 두산의 고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가 참 고맙습니다.

4. 더블스토퍼의 진면목, 임태훈과 이재우
동점인 상황에서 올라와 임태훈과 이재우는 각각 3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이재우는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은 안했지만, 임태훈은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은근히 조마조마했었는데요. 다행히 과감한 정면승부로 삼성의 강타선을 무력화시켰죠. 특히 초반에는 직구에 비해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확연히 먼 곳으로 떨어져 두들겨 맞는거 아닐까 했는데, 잘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아기곰에서 점점 불곰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구요.


이재우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꽤 정확하게 제구해서 무리없이 3이닝을 막았습니다. 현재 두산 투수중에서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김경문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투수는 이재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과감성도 있구요. 제구력도 되구요. 경험도 있죠. 두산 불펜의 힘은 임태훈, 이재우의 더블 스토퍼가 있어 오승환이 부럽지 않습니다.

5. 부러져버린 날개 이용찬
김경문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명제를 임태훈보다 먼저 올린게 잘못이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볼 땐 이용찬을 가장 늦게 투입한게 더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14회 주자 1, 2루 상황에서 소방수의 임무를 맡긴건 이용찬에겐 너무 심한 압박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용찬 뒤로는 더 나올 투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이승학도 있긴 하지만 3차전 선발은 아껴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용찬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헉 지금 뉴스에서 보니 3차전은 이혜천이네요. 그럼 2차전에서도 결장한 이승학은 뭥미??)

초구가 볼로 잡히자 만루를 의식해 이용찬은 가운데 공을 던졌고, 상대적으로 노련한 신명철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4회 연장에서 신명철의 싹쓸이 3루타는 거의 사망선고였고, 김경문감독은 그냥 그에게 이닝을 맡겼습니다.

제가 전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과 함께 이용찬을 주목해야 한다고 포스팅했었는데요. 제가 바라던 시나리오는 이용찬의 선발등판이었습니다. 어차피 선발은 단기전에서 첫번째 나오는 투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덜하고, 의외의 카드가 오히려 파괴력이 클 수 있기에 그렇게 희망했더랬죠. 김경문감독과 제 생각이 달랐고 어쨌든 결과는 이용찬의 깜짝 활약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찬은 분명히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리라 믿습니다. 그의 포스를 믿기도 하지만,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개숙인 이용찬을 기다리며 격려해주는 선배선수들이 있기에 그 날은 반드시 올껍니다. (용찬아 힘내라! 승부에 연연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냥 야구를 즐기렴. 뒤는 선배들에게  맡기고~ 그리고 날개 부러진건 빨간약 바르면 바로 낫는다... ^^)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 아니 어제의 MVP를 뽑자니 좀 거시기 하네요. 이미 신명철은 뽑혀있으니 뭐 제가 뽑은들 큰 의미는 없겠죠. 하지만 두산선수로는 이재우와 임태훈으로 선정하고 싶네요. 무려 6이닝을 두 선수가 막아냈다는 점, 위력투로 투구로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땡긴 점, 향후 활약을 예고한다는 점 등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덧글 1...
선동렬감독의 2차전 승리소감을 보니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고 하네요. 2패를 안고 대구에 갔더라면 다시 잠실땅을 밟긴 힘들었을테니 당연한 각오였겠죠. 인터뷰 사진을 보면 승리의 기쁨에 배시시 웃고 있군요. 하지만 진정한 2차전의 승자는 선동렬감독이 아닌 김성근감독일꺼 같은 느낌은 왜일까요?

덧글 2...
두산 응원단의 응원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봅니다. 관중석 가장 꼭대기에서 찍어서 그라운드는 좀 멀지만, 관중들의 열기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덧글 3...
우연한 기회에 베어스 동호회 카페에서 2차전 표를 구했는데요. 표를 얻기 위해 이수역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먼 길이 수고스럽지 않았던건 표를 양도해주신 친절한 두산팬 덕분이었네요. 양도 받은 후에도 잘 보시라고 문자 넣어주신 이름 모를 4077님 감사합니다.


어제 갔던 히어로즈전까지 해서 올해 얼마나 경기장에 직접 갔는지 세어보니 꽤 되는군요. 무려 12번입니다. 뭐 야구매니아들이 봤을 때는 겨우?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나름 격하게 시간을 냈던 것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하여간 작년에는 많이 못갔는데 정말 올해는 틈나는대로 다녀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건 승률이 후덜덜 9승 3패라는 점입니다. 가끔 팬들중에 자기가 갈 때마다 지니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분 가끔 뵙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제가 많이 가야 두산이 많이 이길 것 같습니다. 포스트시즌도 어떻게든 한번 가야되는데 말입니다.

4.11  LG전         - 승리 - 잠실
5.10  롯데전       - 패배 - 잠실
5.11  롯데전       - 승리 - 잠실
5.22  한화전       - 승리 - 잠실
6.10  롯데전       - 승리 - 잠실
7.06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7.08  LG전         - 승리 - 잠실
7.10  LG전         - 승리 - 잠실
9.13  기아전       - 승리 - 잠실
9.16  SK전         - 패배 - 잠실
9.23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10.3  히어로즈전 - 패배 - 목동

팀별로 보니 롯데와 LG, 히어로즈가 3번씩으로 가장 많이 갔네요. 기아, SK, 한화는 각 1번씩 갔구요. 삼성은 이상하게 1번도 못갔군요. 내년에는 전구단 직관이라는 기록도 세워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7월 8일 LG전이었는데요. 김동주의 끝내기와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죠. 몇년전 5월 5일 어린이날 홍성흔의 끝내기를 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시구 후 단상에 올라 공연한 것도 동영상으로 찍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나저나 바다 엄청난 두산팬이더군요.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8천원으로 느끼는 행복 흔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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