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유난히 LG에게 약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LG에게 전적이 밀린 해가 올해입니다. 그간 두산에게 LG는 한의원, 보약 등으로 통했는데요. 올해는 두산이 LG의 보약 신세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전 구단 상대로 앞서는데, 유독 히어로즈와 LG에게만 상대전적이 밀리네요. 이유는 뭐... 알 수 없죠. 그런거 알면 스포츠가 재미가 없을겁니다. 아무도 예측을 못하기에 짜릿한 스릴이 있는거 아닐까요? 하여간 LG에 밀리는 기분은 그닥 유쾌하지 않습니다. 마치 예전 방콕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태국에게 불의의 일격으로 1:0으로 졌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네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황당한... 그 무엇...

이번 주중 3연전에서도 2연패를 이미 당한 후 3번째 게임이었는데요. 스윕의 불길한 예감은 이미 짙게 깔렸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까이에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에 잠실로 갔습니다. 마침 여의도에서 세미나가 있어 롯데팬 선배와 같이 야구장에 갔네요. 롯데 경기도 아닌데 같이 가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롯데가 히어로즈랑 할 때 같이 응원갈까 하네요.

경기는 시원하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스코어일 뿐... 참으로 어려운 경기했습니다. 확실히 올해 LG만 만나면 말리네요. 빚맞은건 안타로 이어지고, 신인 투수에게 초반 끌려다니기까지 하고, 뭔가 밸런싱이 무너져 보이더군요. 고영민이 에러했을 때는 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딘가 쫓기는 듯한 선수들의 동작 좋지 않네요. 지고 있던 경기 겨우 역전시켜 놨는데, 쉽게 동점을 내주는 시소게임이었구요. 고창성도 연타 맞고, 임태훈도 동점타를 맞는 등 KILL라인이 힘겨웠던 하루였네요. 그래도 후반 막판 잡은 찬스에서 대량득점에 성공해 이기긴 했구요. 공격에서는 이종욱이 3안타를 때렸고, 김현수는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기계의 위용을 떨쳤습니다.

이번 LG전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로 자숙하는 차원에서 단체응원도 치어리더도 없애, 마치 메이저리그 보는 듯 했죠. 덕분에 선배와 맥주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고 간만에 호젖하게 관전했습니다. 이번엔 우익수 외야쪽에서 앉았는데, 그럭저럭 볼 만 하네요. 임재철, 안치용 등 양팀 우익수들이 던져주는 공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많고,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었구요.

다른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고, 두산 Vs LG, 롯데 Vs SK 두경기만 열렸는데요. 두산과 롯데가 이기길 기원했건만 두산만 이기고 롯데는 연장에서 어이없이 졌네요. SK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싶었는데... 참 거머리같습니다. 하여간 기아가 3경기 차이로 2위는 유지됐구요. 주말 3연전은 싸대기 동맹 삼성과 잠실에서 격돌합니다. 주말의 하이라이트는 기아와 SK가 맞붙는 문학경기가 되겠네요. 욕심 같아서는 3무 해줬으면 좋겠건만... 일단 기아의 질주를 SK가 막아줬으면 싶네요.

덧글...
39번이 정면에 마킹된 두산베어스 모자를 구입했습니다. 이종욱의 배번이 달린 검은색 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골랐는데, 제일 작은 사이즈인 XS만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XS...? 한번 써보니 들어가긴 하길래, 또 더 이상 품절이라고 하길래 소장가치를 보고 샀습니다. 써지긴 하는데, 음... 오래 쓰고 있으니 머리가 띵하네요. 피가 안올라오는 듯... 아무래도 아기곰에게 줘야할 것 같습니다. 흠... 혹시 39번 이종욱 모자 M이나 L 사이즈 파실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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