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이제 한게임만 지면 더 이상의 가을야구는 없습니다. 올해 롯데 덕분에 프로야구 체온이 1도 올라간데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위의 롯데팬들과도 많은 교류가 있어 행복했구요. 비록 지금은 몰지각한 행동으로 가을야구의 주인공에서 불청객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2008년의 마지막 불꽃은 태워주길 바랍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겁니다. 한 시즌에서 감독의 역량으로 좌우되는 경기는 10게임 미만이라고 하죠. 하지만 로이스터는 잠자고 있던 롯데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고, 덕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로이스터의 능력이죠. 그 로이스터가 선수들에게 당부한 말이 No fear 라고 하던데,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두려움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불굴의 정신. 이거야말로 롯데 선수들이 지금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잃을게 없는데 뭘 망설이나요?
이제 원정경기에서 도전자로 시작하는데 눈치볼게 뭐 있나요?
그냥 하던대로 신나게 방망이 돌리면 됩니다.

경험부족으로 허둥댔던 지난 두 경기는 이제 잊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두려움 없이 덤비기 바랍니다. 그게 롯데의 진정한 모습이니까요. 지금은 뭘 준비한다기 보다, 자기도 모르게 가졌던 두려움을 떨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롯데의 분투를 기원해봅니다.


어제 경기에서 처참히 무너진 뒤에도 로이스터나 롯데 선수들은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로이스터는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웃어넘겼고, 이대호는 '차라리 큰 점수차로 져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죠. 이런 여유가 2차전에서 실제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2차전을 지켜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롯데의 포스트시즌 적응력은 높아졌지만, 삼성의 노련함을 넘기에는 2% 부족했네요. 찬스에서 냉정하게 대처한 삼성의 베테랑 타자들, 그리고 정현욱-권혁-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철옹성같은 계투진은 김성근감독의 얘기대로 현재로서는 최강수준이더군요.이제는 두산의 상대로서 삼성이 조금씩 버거워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롯데가 막판 분발해서 5차전까지 끌고 가길 바래봅니다. (과연?)

이번 2차전은 롯데팬의 비신사적 관전으로 스스로 밸런스를 무너뜨렸다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왜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가을야구를 부산시민들은 스스로 망가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정작 큰 경기 초짜는 선수가 아닌 관중들이었나 봅니다. 2차전 중반 롯데가 한점씩 쫓아가는 흐름에서 선동렬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로 인해 분위기가 흐려졌는데요. 항의 내용은 다름 아닌 레이저였습니다. 레이저로 선수들과 코칭스탭의 눈에 쏜다는 것이었구요. 삼성 코치진은 손으로 레이저를 쏜 사람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빤히 보이는데서 의도적인 행위가 분명한거죠.

순간 롯데의 패배를 직감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이저로 이미 게임은 끝난거였습니다.

어제의 관중 소란으로 롯데는 이미 인터넷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렸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살린 공신에서 역적으로 하루아침에 급전직하한거죠. 어제의 사건만 없었다면 돈성이라는 악의 제국에 대항하는 부산 갈매기의 대결구도였을텐데, 무개념 꼴리건에 박해받는 삼성 사자로 바뀐겁니다. 덕분에 부산의 야구열기는 식어버렸고, 심지어 2차전은 매진조차 되지 않았죠.

야구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한데요. 롯데가 간신히 추격을 하려는 찰나에 레이저가 튀어나온건, 스스로 '악의 축'이라는 자괴감을 선수나 관중들에게 안겨주는 찬물이었습니다. 롯데로서는 재앙이었죠. 레이저는 관중에게 응원을 하면서도 뭔가 찜찜함을, 선수들에게는 플레이를 하면서도 왠지 떳떳하지 못한 기분을 갖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에 추격의 의지는 꺽였구요. 한 게임이 아닌 한 시즌의 농사를 모두 망친 결과로까지 이어졌다고 봅니다. 결국 롯데는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처럼 레이저의 저주를 안게 되었네요.

이후의 경기는 뭐 롯데의 반격다운 반격없이 밋밋하게 이어졌구요. 9회에 반짝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쳐 오승환의 세이브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로써 그토록 롯데팬들이 원했던 사직구장에서의 가을야구는 '삼성응원단상 점거'와 '레이저'로 얼룩진 2경기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는 선수들에게 왜 못쳤냐고 묻기 보다 관중들에게 왜 그랬냐고 묻고 싶은 시리즈가 되어버렸네요. 두산으로서도 삼성의 노련함을 깰 수 있는 비책 마련에 본격 돌입해야겠구요. 좀더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롯데가 대구에서 2승을 해준다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이구요. 아쉬운대로 1승이라도 해주길 기대해봐야겠습니다. 


듣기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며칠 전 포스팅에서 단기전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인데, 롯데는 수비가 약하고 만원경기 승률이 낮아 승산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었는데요. 결국 롯데는 가을야구의 초보티를 벗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롯데 선수들은 8년만에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사직구장 만원 관중앞에서 경기한게 불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차라리 부담이 덜한 대구에서 시작했더라면 타격이 이처럼 크진 않았을텐데요.

롯데 선수 중에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할 선수는 강민호였습니다. 동시에 가장 아쉬운 선수였죠. 강민호는 송승준을 안정적으로 리드해야 할 의무, 가르시아의 뒤에서 타점을 올려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네요. 송승준의 구위가 부담감 때문에 많이 무디긴 했지만, 강민호의 투수리드 또한 불안정햇습니다. 도루견제도 미숙했구요. 강민호는 경험의 미숙을 자신감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허구연은 말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포수 강민호는 가야 할 길이 먼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대호와 김주찬의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김주찬의 안타 후 2루까지 내쳐 달린건 삼성의 탄탄한 수비력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구요. 결국 본헤드 플레이로 따라가는 1타점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죠. 이대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펜스를 때리는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2루에서 여유있게 아웃되는 장면은 실소를 낳게 하더군요. 또 이대호는 무릎 이하로 구르는 땅볼에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왠만하면 잡을 수 있는 볼인데 근처도 못따라 가더군요. 리그 최하 수준의 수비력은 분명 롯데의 아킬레스건이죠. 살좀 빼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보기좋게 잠재웠어야 했는데 이대호는 실패한 셈입니다.


오늘 패배의 책임에서 로이스터가 빠져나갈 구멍은 적어 보입니다. 제가 로이스터의 책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건 바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라인업을 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로이스터는 변화를 줬어야 했습니다. 송승준, 강민호, 이대호 등 금메달 주역들의 체력을 비축시키면서 최기문이나 김주찬을 적극 활용했어야 하는데... 즉, 이대호나 강민호를 지명으로 돌리고 수비를 강화시킨 라인업으로 페넌트 레이스와는 다른 롯데를 준비했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롯데가 벌써부터 낙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롯데가 포스트 시즌 분위기에 적응해 나간다면 최소 4차전 이상 갈 것으로 보니까요. 일단 롯데로서는 내일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더욱이 손민한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이겨야죠. 롯데 선수들은 2연패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됩니다. 롯데의 멋진 분투를 기대해 봅니다.

덧글 1...
허구연의 편협한 해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의 출신지역과 출신고가 아무리 그쪽이라고 하더라도 TV방송에서 그처럼 편파적인 해설로 일관하는건 프로답지 못하죠. 선수들한테는 프로정신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프로답지 못한 처신을 하는건 왜 모르는지... 차라리 성득옹처럼 지역방송에서 마이크를 잡는걸 권해드립니다. 그게 본인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요?

덧글 2...
더불어 부산시민들이 좀 자중했으면 합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닌데 어떻게 아직도 오물을 경기장에 투척할 수 있나요? 또 그라운드에서 소란피웠던 1박 2일을 비난했던 시민들 아닌가요? 삼성응원단과 싸움을 벌이고, 삼성응원단상에 올라 행패부리고, 결국 삼성응원단이 등쌀에 못이겨 경기장에서 철수했다고 하던데, 사실이라면 무척 창피한 일입니다. 롯데팬들은 원정경기가서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혹여라도 어디 가든 응원단 숫자가 많다는 걸로 유세부린다면, 조폭과 다름없다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X리건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거...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롯데와 삼성이 8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준플레이오프를 갖습니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팬이지만, 객관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허접 예상기를 남기면요.
롯데이 창이냐, 삼성의 방패냐의 싸움에서 자꾸 방패가 승리한다에 마음이 기울어지네요.

일단 삼성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유는 바로 수비 때문입니다. 큰 경기에서는 홈런만큼이나 중요한게 바로 수비거든요. 과거 두산이 OB였을 때 캐세러스의 알까기로 무릎을 꿇고 말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기억하기 싫은 뼈아픈 순간이었는데요. 굳이 캐세러스의 수비실수를 여기에서 떠올리는건, 압도적인 전력차가 나지 않는 두 팀간의 대결에서는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주먹보다 카운터펀치를 맞지 않는 가드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규시즌에서 드러나는 수치에서는 롯데의 실책은 518개, 삼성은 596개로 오히려 롯데가 실책은 덜 범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시즌 중의 수치는 그다지 중요한건 아니구요. 큰 경기에서 정말 실수를 하지 않는게 키포인트인데, 그런 면에서 삼성은 롯데에 비해 비교우위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객관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 이미 밝혔습니다^^)

그 핵심은 김재걸과 박진만이 버티는 내야입니다. 전천후 수비능력을 보이는 김재걸, 유격수 수비에서는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박진만은 모두 베테랑으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게 장점이죠. 반면에 롯데의 핫코너 이대호는 수비능력에서 민첩하지 못하다는 점이 아킬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좁은 수비범위는 기록되지 않는 실책까지 포함할 경우 로이스터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대호를 1루나 지명으로 돌리는게 낫다고 봅니다만, 로이스터가 그럴 것 같진 않군요. (쿨럭)

또 하나는 롯데의 만원경기 승률이 낮다는 겁니다. 그 얘기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부산의 광적인 응원이 때로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저번 두산과의 사직대첩에서도 느꼈던건데요. 한번 분위기가 넘어가면 싸~~해지는 사직구장, 그리고 부산시민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선수들을 더욱 주눅들게 하는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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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력은 롯데, 경험은 삼성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정확히 승부를 예측하진 않네요. 워낙 지금까지의 예측이 성공했던 적이 별로 없어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닥 용기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어쨌든 롯데의 분위기가 휘몰아칠 경우 방패고 뭐고 다 쓸어버릴 것같은 느낌은 확실히 드는데요. 롯데가 그 계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그리고 언젠가 닥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는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결국 삼성의 실수보다는 롯데의 화이팅이 승패의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두팀 모두 화이팅해서 지난 1999년의 명승부를 재연해주셨으면 합니다.

덧글...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올라왔음 합니다. 두산이 올해 이상하게 삼성에 약했던 면도 있지만, 롯데와의 경기가 왠지 더 익사이팅하고 명승부가 될 것 같거든요. 올해 관중동원기록이 1995년을 추월했는데요. 1995년은 바로 두산과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붙은 해였습니다. 물론 우승은 두산의 몫이었구요. 그런 면에서도 롯데가 올라와서 'Again 1995'를 재현했음 합니다. 


어제 갔던 히어로즈전까지 해서 올해 얼마나 경기장에 직접 갔는지 세어보니 꽤 되는군요. 무려 12번입니다. 뭐 야구매니아들이 봤을 때는 겨우?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나름 격하게 시간을 냈던 것이라서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하여간 작년에는 많이 못갔는데 정말 올해는 틈나는대로 다녀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건 승률이 후덜덜 9승 3패라는 점입니다. 가끔 팬들중에 자기가 갈 때마다 지니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분 가끔 뵙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 제가 많이 가야 두산이 많이 이길 것 같습니다. 포스트시즌도 어떻게든 한번 가야되는데 말입니다.

4.11  LG전         - 승리 - 잠실
5.10  롯데전       - 패배 - 잠실
5.11  롯데전       - 승리 - 잠실
5.22  한화전       - 승리 - 잠실
6.10  롯데전       - 승리 - 잠실
7.06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7.08  LG전         - 승리 - 잠실
7.10  LG전         - 승리 - 잠실
9.13  기아전       - 승리 - 잠실
9.16  SK전         - 패배 - 잠실
9.23  히어로즈전 - 승리 - 잠실
10.3  히어로즈전 - 패배 - 목동

팀별로 보니 롯데와 LG, 히어로즈가 3번씩으로 가장 많이 갔네요. 기아, SK, 한화는 각 1번씩 갔구요. 삼성은 이상하게 1번도 못갔군요. 내년에는 전구단 직관이라는 기록도 세워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7월 8일 LG전이었는데요. 김동주의 끝내기와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죠. 몇년전 5월 5일 어린이날 홍성흔의 끝내기를 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다가 시구 후 단상에 올라 공연한 것도 동영상으로 찍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나저나 바다 엄청난 두산팬이더군요.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8천원으로 느끼는 행복 흔하지 않죠?


어제 두산이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를 확정지었기에 오늘 경기는 부담없는 승부였습니다. 그래서 김동주, 홍성흔, 이종욱, 고영민, 이대수, 채상병 등을 모두 빼고 백업 멤버들 위주로 라인업을 짰더랬죠. 대개 이런 경기는 맥빠지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이번 경기가 기대가 되더군요. 그동안 못봤던 선수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특히 김재환선수의 선발출장 여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오래간만에 야구장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저는 자전거타고 목동야구장에 갔구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목동인지라 먼저 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집이 아닌 회사에서 온 것이라더군요. 개천절까지도 출근을 한거 보면 바쁘긴 정말 바쁜 모양입니다.

목동야구장은 처음 왔는데요. 조금은 어설프긴 해도 야구장이 아담해서 경기 관전하기에는 잠실보다 낫지 싶습니다. 특히 선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보다 전용경기장에서 축구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경기장에 들어서자 포수 뒤쪽 중앙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게 참 반가웠습니다. 잠실은 기자들의 전용석이 되어서 왠지 심통이 났었거든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같이 자리를 잡고 전광판을 살펴보니 김재환이 선발출장했더군요. 기뻤습니다. 인천고 시절의 포스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구요. 내년부터 상무 입대한다니 한동안 못본다는게 아쉬워서 더욱 그랬죠.

선발 라인업도 무척 생소하네요. 김재호, 오재원의 테이블 세터진에 유재웅, 최준석, 이성열의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정원석, 김재환, 최승환, 전상렬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마치 시범경기를 보는 듯하더군요. 특히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한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김경문감독이 홍성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공격형 포수로 키우고 싶은 의중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네요.

목동야구장이 특이한건 외야석이 없다는건데요. 그래서 그런지 불펜이 외야에 있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장 너머로 구경하는 모습이 좀 웃겼습니다. 마치 단오에 처녀들의 널뛰기를 구경하는 동네 총각들처럼 보이더군요.

경기는 예상 외로 히어로즈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어제의 대패를 복수하는 듯 히어로즈 타자들은 신들린 방망이를 선보였구요. 선발 김선우는 5이닝 동안 8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는 김선우가 잘해야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보는데 하면서 연신 불안해했구요. 덩달아 저도 우울해지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꼬마가 즉석에서 격문을 작성해서 계속 들고 있던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이쁘장하게 생긴 꼬마가 김선우를 열렬히 응원하더군요. 아쉽게도 김선우가 오늘 영 아니어서 꼬마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대신 꼬마의 격문은 '김선우 괜챦아' 였구요.

5이닝 마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저녁을 먹을겸 매점으로 갔습니다. 잠실 먹거리와 비교해서 목동은 어떤지 궁금했는데요.단연 인기품목은 구워먹는 닭한마리 입니다. 줄이 가장 길어서 맛있으리라 생각하고 얼른 줄섰죠. 한마리에 11,000원인데요. 사장님도 친절하고 맛도 그런대로 괜챦았습니다.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소식가라 거의 혼자 다 먹느라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서두...

점수가 너무 벌어져서 이제 김재환의 활약으로 관심사를 포커싱했습니다. 김재환은 계속 잘 맞혔지만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가고, 삼진당하더니, 마지막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더군요. 오늘의 유일한 위안꺼리였습니다.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가 아웃되어서 타점까지는 올리지 못했지만, 어쨌든 김재환의 안타는 처음 봤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네요. 


목동야구장의 명물은 단연 턱돌이입니다. 적이지만 왠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지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호응이 괜챦더군요. 사진을 찍는 팬들도 많고 응원을 유도하는데 두산팬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춤추고 있는 두산 치어리더들이 뻘쭘해 보였다는...

턱돌이는 바쁩니다. 경기장을 고르기도 하고, 의상을 차려입고 선보이기도 하고, 투수의 투구모습도 봐주기도 하고, 관중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양팀 응원을 혼자 주도하기도 하고... 하여간 히어로즈 최고의 히트상품입니다. 언론에서 하도 띄워주니 이젠 연예인 같은 필마저 느껴지더군요.

경기 끝나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가까운 곳에서 맥주한잔 마셨습니다. 맥주집에 들어갈 땐 몰랐는데 화장실 가면서 확인해 보니 41층에 '스카이뷰'가 있는 현대41타워더군요. '스카이뷰'라면 걸쭉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화장실 나오면서 쓰윽 웃어줬습니다. 그 때 마시던 앱솔루트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죠.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와 오랫동안 얘기하고 술마시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두산광팬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경기장에 잘 못오는 선배'가 워낙 바빠서... 쩝...

참고로 오늘 뛴 자전거 거리는 약 52km 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20분(20분)
마의 언덕       20분(40분)
광명대교        20분(60분)
목동야구장     20분(80분)


2006년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이때까지 손시헌이 날라다니다 군대에 입대했었죠. 당시에 10승 투수급 활약이라고 언론에서 떠들 때였구요. 김재박이 아시안게임에 선발하지 않아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리오스의 모습도 그립고, 랜들도 고맙고, 홍성흔도 멋있고, 김동주의 웃음도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이종욱의 흑백동영상도 감동적이고, 고영민의 허슬플레이, 임재철의 다이빙캐치 모두 눈에 밟히는군요.


그리고 눈물을 훔치는 여성 두산팬의 모습 참 가슴 한편 찡합니다. 작년에도 눈물을 흘리던 팬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참 슬펐는데요. 올해는 기필코 2006년, 2007년의 한을 풀어야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두산선수, 팬 여러분.
나도 목놓아 응원하렵니다. ^^


타이론 우즈가 주니치에서 방출되었다고 하네요. 이에 스포츠신문들은 국내로의 컴백 가능성에 대해 설레발 치고 있는데요. 그것도 직접적인 관계없는 국내 감독의 얘기를 전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기사만 쓰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주니치에서 방출되었다고 일본에서 방출되는건 아닌 듯 싶은데 말이죠. 올해 0.276에 홈런 33개면 나쁜 수치는 아니니까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우즈가 일본 프로야구에 남아 잘 되었으면 하구요. 만약 한국 프로야구로 컴백한다면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우즈라는 야구선수를 세상에 알리게 된게 두산시절이었고, 우즈에게는 친정과도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아직도 그립네요. 흰 막대풍선을 빙빙 돌리며 '우~~즈! 우~~즈!' 하고 외치던 그 시절의 그 기억이요. 정말 우동수 트리오만 나오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죠. 우즈, 김동주, 심정수면 뭐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들이었으니까요. 감히 프로야구사상 역대 최고의 클린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음.. 누군가 또 시비걸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다만 우즈가 끝끝내 일본에서 방출된다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은 커질껍니다. 몸값도 떨어질꺼구요. 아쉬운건 두산의 보유권은 이미 끝났다는건데요. 그렇다면 삼성, LG, 두산, SK, 한화가 입질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삼성은 이승엽이라는 그림자가 워낙 짙어서 쉽지 않을꺼 같구요. 나머지 두산, 한화, LG, SK 등은 몸값만 적정하다면 당장 스카우트전에 뛰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산은 우즈와의 옛추억을 곱씹기 위해, 한화는 클락을 대신할 강타자를 얻기 위해, LG는 두산을 이길 킬러를 뽑기 위해, SK는 스타부재의 아킬레스건을 해소하기 위해...

우즈가 옛정을 생각해서 두산에 돌아올꺼라는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만, 결과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지켜봐야 겠습니다. 김동주가 일본가는 빈자리에 우즈가 온다면... 김현수, 홍성흔과 함께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푸힛..^^


두산이 LG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6:2로 졌군요. 매끄럽지 않은 공격으로 잔루도 많이 나왔습니다. 최근 십몇년간 LG와의 경기에서는 항상 쉬어가는 느낌, 혹은 충전하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약간 황당한 느낌이군요.

황당(荒唐)하다
: 품사(형용사)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 없다. 약팀에게 어이없이 졌을 때의 감정.
 ▷ 황당무계(荒唐無稽)하다
 ▷ 소문이 너무 황당(荒唐)하여 어이없다
 ▷ 황당(荒唐)하게 약팀에게 지고나니 어안이 벙벙하다

LG와의 경기에서 진건 그렇다치고,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행여나 승리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최근에 히어로즈에게도 지고, 한화에게도 지고, LG한테마저 졌거든요. 만약 롯데가 어제 오늘 SK에게 이겼다면 시즌 막판에 역전당할 뻔했습니다. 이번 패배를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시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올 시즌 LG전 마지막 경기의 패배는 내년 LG전에 방심하지 말라는 예방주사로 인식했음 합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은 13승 5패구요. LG도 이번 겨울에 좀더 강한 팀으로 리빌딩해서 내년에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 같이 해봤음 합니다. 이왕이면 포스트시즌 덕아웃 시리즈도 좋구요.

올핸 쫌 재미없었거든요?


어제 롯데가 9회말 투아웃까지 이기고 있다가 SK에게 끝내 역전당했다는군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보니 무척 아쉽게 졌네요. 롯데팬들 입에 거품물만 합니다. 롯데가 유재웅에게 홈런맞아 진 지난 두산과의 첫경기, 그리고 어제의 김강민의 끝내기로 진 경기를 만약 이겼다면, 현재 두산에 반게임차 앞서는 2위거든요. 역사에서 만약이라는게 큰 의미없지만 말이죠.

각설하고..

이 경기 덕분에 두산은 2위 수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수치 외에 롯데의 심리적 좌절감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2위 확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하지만 2위 확정보다 더 걱정스러운게 SK의 승리 청부사적 포스입니다. 어떻게든 뒤집고 마는 가공할 위력, 박수칠만 하더군요. 올해 두산이 우승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SK이기에 하이라이트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SK의 가장 큰 장점은 좀처럼 자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둑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만해선 뚫리지 않는 두터운 기풍이 강하듯, SK는 상대의 당일 컨디션이 좋아서 질지언정 지레 포기하고 무너지는 야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야구를 하지만, 질 때는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는 점에서 양팀의 차이도 엿볼 수 있네요. 특히 작년 코리안시리즈 우승, 코나미컵, 올림픽 등으로 SK의 주축 선수들이 고기맛을 알았다는 점. 이게 큰 경기에서 더욱 자멸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SK에 맞선 두산이 창의적인 야구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야구적 상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SK가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두산이 작년 코리안시리즈에서 진건 한마디로 박경완 때문인데요. 박경완의 훌륭한 투수리드, 발야구를 묶는 견제능력에 무너졌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베이스 더 가는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 공을 잡아내는 허슬 플레이, 그리고 상식을 깨는 창의적인 야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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