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겸, 홍성흔에 대한 상실감도 치유할 겸해서, 지난번에 농구장을 찾았었는데요. 결국 '나의 팀'은 찾지 못했었죠. 대신 아이스하키에 애정을 붙여볼까 해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드디어 두산베어스에 이은 또 하나의 '나의 팀'을 찾았습니다. 바로 국내 최고의 아이스하키 명문 '안양한라'인데요. 과거 전설적인 심의식 선수가 활약했던 팀이기도 했죠. 지금은 감독님이시라는...


일단 안양한라는 엠블럼이 맘에 드네요. 두산베어스와도 유사한 톤이구요. 게다가 마스코트도 곰입니다. 두산이 반달곰이라면, 한라는 백곰... 거의 자매구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죠. 전통의 명문이라는 점도 두산과 같구요. 이제 경기를 보면서 '나의 팀'에 대한 애정만 확인하면 됩니다.

첼로레슨 때문에 경기장에는 약간 늦게 도착했습니다. 부랴부랴 표를 끊고 들어가니 1피리어드는 종료했구요. 4:3으로 지고 있더군요. 경기장은 아담하지만 무척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스피디한 선수들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숨소리 목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현장감이 더욱 흥분시키더군요. 야구장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던데요. 아이스하키장의 특성상 약간 추웠구요.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담요를 덮고 있는 관중들도 눈에 띄었구요. 관중들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경기장이 1,284명 수용가능하다고 했는데 평일에 80% 정도 찼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었네요. 특이한건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는건데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와 접했던 친구들인지라, 아이스하키를 가까이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아기곰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경기는 일본 Seibu Princerabbits와 맞붙었는데요. 이름이 좀 독특하죠? 보디첵이 난무하는 격렬한 스포츠팀 이름이 Princerabbits라니... 마스코트는 또 얼마나 귀엽던지 꼭 여자팀을 연상케 하더군요. 하지만 세이부는 49점으로 현재 1위하고 있는 팀입니다. 안양은 48점으로 2위를 마크하고 있구요. 하지만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는 거의 일방적으로 안양이 몰아붙여서 손쉽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36번 박우상선수가 헤트트릭을 기록했구요. 세이부는 1위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실한 뒷심을 보여준데 반해 안양은 한명이 2분 퇴장 받은 상황에서도 한골을 넣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는데요. 단독으로 몰고가면서 골리를 제치고 넣은 골은 정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아쉽게 그 선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정말 짜릿했습니다. 수비진영에서부터 거침없이 쇄도하던 모습이란... 후덜덜... ^^


2피리어드에 먹은 유일한 실점은 우리 팀 골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었네요. 걷어낸다는 것이 퍽이 스틱에 제대로 맞지 않아 상대 선수에게 갔고, 상대 선수는 비어있는 골문으로 쳐넣었죠. 축구에서 이기타의 헛발질이 골로 연결되었던 장면이 연상되더라는... 그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경기를 매조지했습니다.

처음 본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멋지게 역전승을 해서 더욱 기뻤구요. 중간에 흥겨운 rock 음악이 곁들여져 아기곰도 신명나게 관전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져지를 사러 나갔는데 안양한라 상점은 문을 닫더군요. 다음 경기가 이번달 27, 28일에 있으니 그 때 하나 구입해야겠습니다. 장내 안내방송에서 27일 경기는 자선경기로 입장료는 안받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안양지역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하네요. 좋은 의미로 행사를 하니만큼 많이들 왔으면 좋겠네요.

경기를 기분좋게 보고 나오는데 라디오의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는 야구와 농구만 얘기하고 아이스하키는 일언반구도 없네요. 좀 섭섭했습니다.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아이스하키인데 언론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쉽네요. 대신 오늘 찍은 동영상도 몇개 올려놓습니다.


 


잊으려 잊으려 애를 쓰다가도 어디선가 홍성흔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클릭하게 되네요. 지난 한국시리즈 때 이렇게 팀을 위해 희생하고 화이팅을 외치던 우리 홍반장이었는데 말이죠. 참... 나... 에혀... 베어스 홈페이지에 누군가가 이 동영상 링크를 걸어놨네요. 정말 이런 선수를 왜 놓쳤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혹시 번트 성공시키고 홈런친 것보다 더 좋아하는 선수 본적 있나요? 저렇게 환호해주는 동료들 본적이 있나요? 베어스에 그런 존재가 바로 홍성흔이었거든요. 베어스가 홍성흔을 잃은건, 보스턴이 베이브 루스를 뉴욕에 내준 것처럼 몇 세대를 두고 후회할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김민호, 장원진, 정수근, 홍성흔 등 분위기 메이커를 해주던 선수들이 참 고마웠죠. 안타 하나 타점 하나도 의미있지만, 야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닌지라 팀웍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런 all for one, one for all 정신에 밀알이 되어준 선수가 있었기에 지금의 베어스가 존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분위기 메이커들이 떠났으니 남아있는 누군가가 제2의 홍성흔이 되어줘야겠죠. 이종욱, 고영민, 임재철, 김현수, 민병헌, 이성렬 등 누가 되든 베어스의 전통을 이어줬으면 하네요...

홍성흔이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 베어스 팬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다고 하네요. 대충 읽어보긴 했는데, 두번 읽진 못하겠네요. 홍반장 롯데에서도 잘 해주길 바랍니다. 아놔~ 홍성흔 무쟈게 보고 싶네...


홍성흔, 이혜천, 안경현이 팀을 떠난 이후 두산베어스의 내년 라인업은 어떻게 변할까 싶어 한번 끄적여 봅니다. 김동주의 일본행 추진, 거포 트레이드, 용병 타자 영입 등의 변수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요. 일단 용병타자를 구해온다는 가정하에 객관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이 편파적으로 선정해 봅니다.

선발투수 : 랜들, 김선우, 정재훈, 김명제, 이원재
랜들, 김선우는 확정이라고 보구요. 나머지 2~3명을 두고 4명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싶네요. 정재훈, 김명제, 이승학, 이원재가 그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경문감독의 스타일상 정재훈과 김명제가 유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동계캠프에서 누가 어떻게 기량을 향상시키느냐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랜들, 김선우, 정재훈, 김명제에 이원재가 탑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승학의 구위가 올 포스트시즌에 그닥 좋지 않았던데 비해, 이원재의 성장세에 점수를 주고 싶네요.

중간계투 : 이재우, 임태훈, 성영훈, 박민석, 이승학, 김상현, 금민철, 진야곱
우완으로는 이재우, 임태훈, 성영훈, 박민석, 김상현 그리고 선발에서 탈락한 이승학이 유력할테고, 좌완으로는 금민철, 진야곱 등이 대상인데 좌완이 양적 질적으로 조금 약하다는게 고민이네요. 트레이드로 메워야 할 부분입니다. 생각같아서는 기아의 양현종이나 SK의 정우람 정도만 되도 땡큐인데요. 그보다는 진야곱이 몸무게 좀 불려서 150km 이상 던지고 제구력도 잡아서 특급 좌완으로 성장했음 싶습니다. 이승학은 아마 롱릴리프로 기용하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선발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네요. 그 외에 1군에 뽑지는 않았지만 기대되는 선수는 노경은선수인데요. 2003년에 3.5억으로 1차 지명을 받을만큼 기대가 컸는데, 그간 1군에서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죠. 올해는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해주기 바랍니다. 와일드카드로 원용묵도 빼놓을 수 없죠. 어느 정도 제구력만 확보된다면 왼손이 귀한 팀 특성상 1군 승격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무리 : 이용찬
두산은 마무리가 가장 문제인데요. 달감독이 이용찬으로 가겠다고 천명한 이상 동계훈련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이용찬으로 밀지 싶습니다. 하지만 이용찬이 공은 좋지만 초짜인지라 불안하죠. 그렇다고 성영훈으로 바로 갈 수도 없고... 예전에 서동환의 실패담도 있어서 신인의 마무리 기용은 왠지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라서요. 하여간 문제입니다. 정재훈이 마무리에 올라오면 정작가가 되어버리니 대안은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재우의 마무리 기용은 어떨까도 생각해 보는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포수 : 채상병
포수는 기용폭이 좁은 관계로 엔트리는 뻔하지 싶습니다. 채상병, 최승환, 용덕한이 거의 확실할테구요. 김진수가 변수긴 하겠네요. 김재환은 차세대로 키우느라 상무보냈으니 일단 성적과 컨디션 위주로 선발이 결정될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용덕한이 쿠데타를 일으켰음 싶은데요. 안정적인 투수리드를 중시하는 달감독의 스타일상 채상병이 유력하겠죠? 하지만 채상병은 어쩔 수 없이 홍성흔의 그림자가 있는 선수인지라, 잘하든 못하든 팬들의 과도한 질시가 이어질겁니다. 불쌍한 채상병....

1루수 : 오재원
타자로 용병을 구한다면 아마 1루, 우익수, 지명이 될겁니다. 용병을 지명으로 돌린다는 가정이라면 오재원이 될꺼구요. 최준석은 신체구조상 둔한 몸놀림과 센스로 1루를 차지하긴 어렵겠죠. 개인적으로는 오재원이 내년에 기량이 굉장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3할 2푼에 도루 30개 타점 70개 정도...? 흠... 좀 과하다구요? 글쎄요. 뚜껑을 열고봐야 하겠지만, 아마 홍성흔의 빈자리를 오재원이 채워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재원, 최준석 외에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이성렬인데요. 수비가 어느 정도 받쳐주지 않는한 주전자리를 차지하긴 어려운게 현실이네요. 최준석보다 파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재원보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니...

2루수 : 고영민
고영민은 두산베어스의 2루수가 아니라 이미 대한민국의 2루수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비센스와 주루능력은 리그 최강이고, 클러치 능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분명히 내년 WBC에서도 2루를 지키고 있을텐데요. 내년엔 홍성흔의 타격부재를 고영민이 어느 정도 상쇄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두산이 두점베어스로 전락하지 않겠죠. 고영민에 필적할만한 선수는 최주환, 정원석 정도인데 아마 수비백업이거나 대타 혹은 대주자 요원에 그치지 않을까 얘상해봅니다. 다만 최주환의 경우 우투좌타에다가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발도 빨라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주환의 아킬레스건은 돌글러브질인데요. 이번 겨울에 부단히 수비력 보강에 노력해야 할겁니다.

유격수 : 손시헌
두산의 유격수는 손시헌, 이대수, 김재호의 3파전인데 실력으로 보나 의지로 보나 손시헌이 단연 주전 유격수라고 봐야죠. 손시헌은 박진만의 대를 잇는 대한민국 유격수급이니까요. 이번 WBC에서 국제경험까지 쌓는다면 자신감까지 장착할테구요. 이대수가 트레이드카드로 떠오르는데, 기아에서 적절한 카드를 제시한다면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뜬금없이 김경문감독이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해서 좀 헷갈리긴 한데 주전급 유격수 2명은 두산으로서는 행운이자 짐이 될겁니다.

3루수 : 김동주
두산베어스 3루수가 김동주라는건 의심의 여지가 없죠. 다만 일본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의 변수가 남아있는데 현해탄을 건넌다면 오재원, 혹은 김재호가 3루를 지킬겁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네요. 어쨌든 두산에 남든 떠나든 김동주 본인을 위한 선택을 했음 합니다. 그가 일본행을 택한다 해도 섭섭해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동안 팀을 위해 정말 큰 일을 해줬으니까요. 그래도 남았으면 하는 마음은 팬으로서 당연히 있구요.

외야수 : 이종욱, 김현수, 임재철
중견수 이종욱과 좌익수 김현수는 이미 결정된건데, 우익수가 걸리네요. 후보자는 임재철, 유재웅, 민병헌, 전상렬, 이성렬 등 모두 5명인데요. 임재철이 군입대 전의 기량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임재철을 유력후보로 뽑습니다. 수비도 좋고 타율도 3할이었거든요. 그리고 오른손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고... 군 제대 이후 넘치는 의욕도 감안한다면... 임재철의 주전입성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싶습니다. 다만 매너남 유재웅이 실력에 비해 주전자리 얻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한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나 싶습니다. 이성렬도 한달을 줬으니까요. 민병헌도 참 아쉬운 선수이긴 한데요. 올해 어이없는 만세 몇번 불렀죠. 이번 겨울에 실수 줄이는 연습하고 타율도 높이면 주전 우익수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을겁니다. 3루나 홈으로 뿌리는 레이져 송구는 국내 최고 솜씨니까요.

지명타자 : 용병
2009년 성공여부는 지명타자의 활약이 관건입니다. 지명타자가 타율 2위 홍성흔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의해 성적은 판가름나겠죠. 용병을 뽑아온다는 가정하에서는 용병이 가장 유력한데요. 사실 맘속에는 추억의 우즈가 있습니다. 우즈만 와준다면야 정말 좋겠는데요. 본인은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인만큼 실현 가능성은 극히 적을겁니다. 만약 용병으로 투수 2명을 뽑는다면 최준석이 가장 유력해 보이네요. 그 외엔 이성렬이 정교함을 갖춘다면 가능성이 있겠구요. 유재웅이 우익수 경쟁에서 밀린다면 지명타자로도 활용할 수 있겠죠. 적다보니 갑자기 이두환이 생각나네요. 이용찬의 장충고 동기로 차세대 김동주로 기대를 모았던... 2군에서도 본즈급 활약이 없어서 1군으로 호출되지 않았는데요. 이번 전지훈련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올라왔으면 하는데 어떨런지...

위에 저은 편파적인 라인업으로 한번 가본다면 타순은 아래처럼 되겠군요. 컨디션에 따라서는 고영민이 2번으로 갈 수도 있겠구요. 만약 용병이 제대로 방망이질을 해준다면 홍성흔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고, 꽤 짜임새도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덕아웃 분위기는 확실히 차이나겠네요. 홍성흔의 해피 바이러스 전파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남아있는 곰들이 팀 케미스트리의 전통을 이어주리라 믿습니다.  

1. 이종욱 CF
2. 오재원 1B
3. 김현수 LF
4. 김동주 3B
5. 용병    DH
6. 고영민 2B
7. 임재철 RF
8. 채상병 C
9. 손시헌 SS

상황이 좋지 않지만 모쪼록 내년에도 좋은 성적으로 앙숙 SK에 복수를 해줬음 합니다. 아무리 봐도 아킬레스건은 지명타자와 마무리인데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틴다는 각오로 임해준다면 깜짝스타가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못잡았기에 구단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아있는 새끼같은 선수들을 봐서라도 응원은 그만둘 수 없으니... 참 기분 묘하군요. 기분좋게 응원하면 행복하련만... 


사랑했던 세 놈이 둥지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저마다 사연 한보따리씩 들고 갔는데요.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있을 때 잘해줄껄 하는 마음이 샘솟긴 하는데요. 에혀.. 근데 제일 불쌍한게 누군지 아세요? 바로 남아있는 놈입니다. 남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랄까...


1. 날아간 놈 이혜천...
일단 이혜천은 야쿠르트의 선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길 바랍니다. 두산에서 붙박이 선발한 별로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선발에서 일단 밀리지 않았음 해요. 더 나아가 10승 이상을 거뒀으면 하구요. 임창용의 성공스토리를 넘어서면 금상첨화구요. 대표 차출되었던 적도 없어서리 일본에서 눈에 익은 선수는 별로 없다는게 장점이겠네요. 그래도 현미경 일본야구를 극복해서 야쿠르트의 수호신이 되길...

그리고 4~5년 후 두산으로 컴백해서 멋지게 선수생활하고 은퇴해주는 센스... 발휘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비싼 몸값이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그쵸..?

2. 떠나간 놈 홍성흔...
OB에 박철순, 두산엔 홍성흔이라고 했는데, 아직 그 맘 변치 않았습니다. 홍성흔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들 심장을 관통하는 곰의 피까지 부정할 수가 있을까요? 곰이 날씨 따뜻한 부산에서 갈매기랑 논다고 생각하렵니다. 비록 홍성흔 따라 롯데로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은 늘 롯데를 주시할꺼구요. 정말 잘되길 기원합니다. 롯데팬들도 우리 성흔이 격하게 아껴주시기 바래요.ㅜ.ㅜ

그리고 홍반장 나중에 은퇴는 두산에서 하는 것 절대 잊지 않았음 합니다. 아무리 두산구단이 섭섭하게 한들 10년간 정들었던 팬들을 잊을 수야 있을까요?

3. 쫓겨난 놈 안경현...
안쌤은 솔직히 1년만 더 선수생활하고 이후 코치로 남아줬음 했습니다. 그건 안쌤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안쌤을 잃기 싫어서였죠. 하지만 안쌤의 선수생활 연장의지가 워낙 강했고, 그 역시 프랜차이즈 이전에 야구인으로서의 꿈도 있기에 존중해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K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과거로 부활했다는 소리는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경문감독의 단견이 입증될 정도로...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 듯이 안쌤은 로저 클레멘스의 컴백처럼 드라마틱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잠실에서 마이크를 들고 나타나 다시 팬들 앞에 서겠다는 외침... 이거 하나면 그간의 마음고생이 다 날아갈텐데 말이죠...

 

이혜천, 홍성흔에 이어 안경현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앙숙인 SK와 계약했다고 하니... 내년엔 안쌤의 복수가 이어질텐데... 이걸 어떻게 바라보나...
에혀... 참 착잡하네요.

이로써 황금세대라 할 만한 두산의 OB세대는 김동주만 남았군요. 사실 김동주도 어찌 될런지는 모르죠. 쩝... 홍성흔의 롯데행에 하도 분해했더니 이제 안쌤의 SK행은 충격도 아닙니다. 어차피 올게 왔다고 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난로시즌에 두산팬하기 정말 힘들군요. 홍성흔의 경우 무성의한 두산구단에 화가 났었는데, 안쌤의 경우는 구단보다 김경문감독에게 섭섭한 감정이 드는게 사실이구요. 무슨 이유였는지 감독은 안쌤을 쓰지 않았고, 공공연히 퇴출만 언론에 흘렸거든요. 안쌤과의 사적 감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덕분에 안쌤은 무수한 소문에 시달렸죠. 사실 여부를 떠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에 비해 구단은 은퇴시 코치연수까지 제안했으니 안쌤에게 무지막지하게 박대했다고는 보지 않구요.

어쨌든 결과는 홍성흔은 롯데로, 안경현은 SK로, 이혜천은 야쿠르트로 날아갔습니다. 두산에 이 세선수만 있는건 아니지만, 특히나 좋아했던 선수들이었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구단의 홀대가 남아있는 두산 꿈나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에... 구단에 대한 실망이 없을 수 없네요. 그리고 구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를 깍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고객만족은 커녕 고객의 눈에 피눈물을 맺히게 하는 기업이 무슨 존재가치가 있을까요?
참고로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었습니다.


두산베어스 선수들 중에서 이쁘지 않은 선수 한명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홍포는 남달랐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친구라고나 할까요. 홍성흔이 안타를 치건 못치건 그라운드에 서있는, 그리고 덕아웃에 앉아만 있어도 마냥 흐믓함을 안겨주던... 그런 존재였죠. 홍성흔이 타석에 들어서면 심장이 벌렁거렸고 포효하면 전율감에 온 신경이 들고 일어나 환호했습니다.

언제였나요... 2005년인가였던것 같은데요.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을 때 홍반장이 격하게 세리머니 하던 장면... 아마 두산팬이라면 다들 기억을 하실텐데요. 전 현장에서 짜릿함에 온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통쾌하게 이긴 것도 감격스러웠지만, 멋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홍성흔이라는게 너무 고마웠죠. 자기보다 팬과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야구하는 홍성흔이었기에 감동은 곱절이었습니다.

올해 홍포가 포수 마스크를 벗은 후 화리양의 시구를 받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죠. 딸에게 아버지는 꽤 괜챦은 포수였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보며, 꽤 괜챦은 포수일 뿐만 아니라 꽤 훌륭한 야구선수였다고 알게 될꺼라 생각했습니다. 자신때문에 팬들에게 비난받던 채상병에게 두산안방은 너의 자리라고 격려하던 모습, 수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들을 제일 앞에서 맞이해주던 모습, 채상병의 홈런을 누구보다 더 큰 웃음으로 맞아주던 모습... 훌륭한 야구선수 홍성흔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죠.


그런 그가 두산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롯데팬들은 홍성흔 응원가를 벌써 만들어 환호하고 있네요. 듣고 있노라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사무실에서 쪽팔리게 휴지를 찾게 될 줄은... 마치 누군가가 사랑하는 나의 여자친구를 채가면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무기력하게 바라보면서 질투심에 분노감에 어쩔줄 모르고 있네요. 난 이렇게 심장을 도려낸 듯한 아픔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작 두산구단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양준혁도 기아, LG를 거쳐 친정 삼성에 복귀했다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해보지만 상실감은 전혀 꿈쩍하지 않네요. 홍포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희망보다 지금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이 몸서리쳐질 뿐... 그리고 홍포가 롯데가서도 잘해주길 바랄 뿐...

홍반장이 싸이에 이렇게 남겼네요. 읽으면서도 울컥해지는군요. 

두산베어스 모든분들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팬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눈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덧글...
곰들의 대화에서는 구단에 항의하는 팬광고를 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더군요. 누군가 모금운동을 한다면 기꺼이 동참할까 합니다. 팬광고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한 두산팬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이런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참 서럽습니다. 많이...


두산의 홍성흔이 롯데로 간다는 뉴스가 떳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확실한 것 같네요. 게다가 롯데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올랐다고 롯데팬 후배가 그러더군요.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참 착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착잡? 그 정도 단어로는 감정표현을 다 할 수 없군요. 정말 슬픕니다. ㅜ.ㅜ

그런 속도 모르고 롯데팬 후배는 옆에서 '보상선수로 내야수가 낫겠슴까? 아님 외야수가 낫겠슴까?' 하네요. 지금 보상선수가 눈에 들어오나요? 그깟 보상선수 트럭으로 줘도 필요없습니다. 홍반장만 있음, 지터도 부럽지 않은데 말이죠. 불난 집에 부채질하던 후배는 저한테 헤드락 한번 당했구요. 여튼 한숨만 나옵니다.

홍성흔을 뺏기고도 두산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할 뿐이네요.

이제 야구를 봐도 야구가 아니고, 야구장을 가도 야구장이 아닙니다.
들이켜보니 올해는 정말 되는게 없군요. 젠장...


누가 제일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누구냐고 물어오면 늘 대답하는게 우모는 홍성흔입니다. 베어스만큼 홍성흔을 격하게 사랑하기에 홍성흔이 없는 베어스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홍성흔을 아끼는건 실력 이상으로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은 성실하면서도 이타적인 자세로 두산팬들뿐만 아니라 타팀팬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선수죠. 그리고 언제나 주위 사람들의 엔돌핀을 돌게 하는 희망 바이러스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두산을 떠난다는건 두산에게 정말 큰 타격이 될겁니다. 당장 두산팬들의 분노가 분열로 이어질 것이고, 두산팬들을 내년 야구장에서 보기 어렵게 되겠죠.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홍반장을 어쩧게 보겠습니까? 차라리 안보고 말지요. OB에 박철순이 있다면 두산엔 홍성흔이 있다는게 우리 팬들의 생각이거든요.

TO 두산구단...
홍성흔을 잡아야 하는 이유 중에 첫번째는 홍성흔의 가치입니다. 전에도 포스팅에서 얘기했지만 프랜차이즈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이 소중하거든요. 왜냐하면 그건 팬들의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머리속에서 홍성흔에 대한 기억을 이식수술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무모한 짓을 두산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홍성흔은 존재만으로도 두산의 팀컬러를 세워주는 선수입니다.

또 하나는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홍성흔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뉴욕양키스, 레알마드리드 등의 클럽명문들은 선수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법이죠. 지금 1~2억을 아끼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헐값에 주저앉힐 생각만 한다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처럼 머니게임만 하는 구단에 머물 뿐입니다. 두산이 명문구단이란걸 증명하기 위해선 팀을 대표할 수 있는 간판, 그리고 그 간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구단을 보고 후배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야구할 수 있는 충성심을 심어줘야 합니다. 기업을 하려면 일류기업이 되어야 하고, 야구단 운영하려면 명문구단이어야죠. 안그런가요..? 두산그룹..?

마지막으로 구단에 당부하고 싶은건 홍성흔을 보고 두산매니아가 된 수십만의 어린 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박철순을 보고 두산팬이 된 우모가 평생 두산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처럼, 야구를 보기 시작하면서 두산을 응원한 팬들에게 상처를 주면 돌이킬 수 없는 무형자산의 소실이 됩니다. 애초 프로야구의 기치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라는거 아니었나요? 초심으로 돌아가 1~2억에 어린 팬들의 가슴에 응어리를 남기지 않기 부탁드립니다.

TO 홍성흔...
솔직히 홍성흔은 학교후배라서 내 새끼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재원도 그런 케이스긴 합니다만... 어쨌든 홍성흔은 학연으로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선 두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 홍성흔이 좋은 대우를 받고 영원한 두산의 프랜차이즈가 되어주길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는 아마가 아니기에 돈이 중요하다는 것, 잘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딱히 할 말은 없어요. 가장의 의미를 알기에... 그래서 우즈, 리오스, 이혜천의 일본행, 그리고 김동주의 일본행 추진을 보며 아쉽지만 이해는 하는 입장이죠.

하지만 돈만큼 중요한 가치도 있다는 것 알아주었으면 해요. OB의 박철순, 해태의 선동렬, 삼성의 이만수, 롯데의 박정태, 한화의 장종훈, LG의 김용수처럼 어느 팀의 상징이 되어 평생 기억에 자리잡는다는 것, 그 역시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 아닐까요?

특히 LG에서 영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LG가 원하는건 홍성흔을 데려와서 전력을 강화한다기 보다 두산에 댓한 열등감을 홍성흔으로 뒤엎어보겠다는 수준의 전략이란거... 아마 본인이 더 잘 알겁니다. 한화라면 모르지만 LG는 가봐야 LG 적자들의 뒤치닥거리하는 용병일 수 밖에 없다는거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이제 곧 겨울이네요. 두산구단과 홍성흔선수 뜨거운 가슴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되 두산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정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잠실벌에서 홍성흔 응원가를 부르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워워워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두산에 홍성~흔! 워워워 두산에 홍성흔! (짝짝짝~짝)


아래 기사에 의하면 안경현은 사실상 두산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더구나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진 김경문감독이 3년 재신임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중재해야 할 구단이 감독의 손을 들어준 이상 안경현의 이적 혹은 은퇴는 기정사실로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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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내용인데요. 기사가 사실이라면... 휴~ 두산팬 노릇하기 참 힘듭니다. 어떤 구단은 다른 팀 FA를 뺏어오는데 혈안이 되어있는데 말이죠. 데려 오는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지켜만 달라는 팬들의 소박한 요구인데... 두산에겐 소박한 바램이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왜 매년 스토브리그만 되면 두산팬들은 가슴을 졸여야 하는지, 이것도 두산팬의 운명인가요?

갑자기 뉴욕양키스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가 떠오르네요. 2007년 5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서 7회말이 끝나자 조명은 스카이박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한 사나이를 비추죠. 바로 로저 클레멘스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뉴욕팬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죠, 'it's a privilege to be back'. 마이클 조던의 'I'm back'에 버금가는 감동을 줬던 장면으로 기억되는데요. 휴스턴에서 다시 뉴욕으로의 컴백을 깜짝쇼 형식으로 선언한겁니다나이가 40을 훌쩍 넘어버린 옛 스타의 컴백에 뉴욕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로 답했구요벅찬 감동으로 양키 스타디움은 흥분의 도가니로 들썩거렸습니다. 당시의 라디오 중계를 인터넷에서 찾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지요.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지 않나요?


팬들이 원하는게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팬들이 오랜 기간 구단과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이상, 그들의 추억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도 구단이 팬들에게 갖춰야 할 예의거든요. 구단이 사적인 감정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한다면, 두산이 안경현에게 그런다는건 아니지만, 팬들의 추억을 뇌에서 이식수술로 제거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설사 뉴욕에서 로켓맨이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뉴욕팬에겐 아쉬움일 뿐,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 하구요. 프랜차이즈의 가치는 누차 얘기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거든요.

안경현을 바라보는 우모의 생각은 참 복잡미묘합니다. 안경현도 두산의 보물이지만, 김경문감독도 두산의 프랜차이즈였고 뛰어난 감독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안경현과 김경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다만 양측이 타협점을 찾아서, 예를 들면 안경현의 플레잉코치 기용이 되겠네요, 양측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안되면 안경현이 다른 팀에서 뛰다가 클레멘스처럼 잠실구장에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도 상상해 봅니다. 아마 두산팬들은 눈물로 그를 환영하지 않을까요? 마치 객지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큰아들을 맞는 어머니처럼...


야구 관련 포스팅을 한 10일간 안썼습니다. 지난 한국시리즈 패배의 충격이 가시려면 야구와 격리된 최소한의 감정정화 기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관심도 끊었습니다만, 홍성흔 관련 소식에 자판앞에 앉지 않을 수 없게 하네요. 그리고 우모가 어떻게 야구없이 살 수 있나요? 자고로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사는 법입니다.

두산이 올해도 FA 때문에 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군요. 올해 FA는 김동주, 홍성흔, 이혜천인데요. 김동주은 팬들이 보내주기는 싫지만 보내줄 만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구요. 이혜천도 한번쯤 본인을 위해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갖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꺼라는 생각에 이별할 자세가 어느 정도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홍성흔은 절대 안됩니다. 홍성흔을 파는건 두산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의 가치는 여러 사람들이 수치를 들어 얘기합니다. 혹자는 올시즌 타율을 들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구요. 혹자는 수비 포메이션의 한계를 들어 FA 가치가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뭐 다 맞는 말입니다. 현재 스코어로만 보면 홍성흔은 타자로서는 매력있지만, 야수로서는 그닥 매력이 없는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홍성흔을 타자와 야수로만 평가한다면 그 사람은 야구를 숫자로만 보는 사람입니다. 100m 높이의 빙하를 눈에 보이는 크기로만 짐작하면 안되죠. 수면하에는 1,000m의 거대한 빙산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베어스의 홍성흔을 양키스의 데릭 지터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데릭 지터가 양키스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면, 홍성흔도 당연히 두산 유니폼 외에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두산에 어울리고, 두산스러운, 그리고 두산에서 가장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홍성흔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잠깐 지터에 대해 언급하면, 지터는 한 때 A-Rod, 가르시아 파라와 함께 메이저리그 3대 유격수라고 꼽혔던 뉴욕양키스의 간판선수죠. 공격도 좋아서 늘 3할 언저리를 유지하구요. 작전 수행능력도 훌륭해서 양키스에서 붙박이 2번을 맡고 있습니다. 찬스에도 강한 면이 있구요. 또 지터에게 허슬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죠. 여러모로 훌륭한 선수입니다. 외무도 수려해서 마돈나 등 여러 배우들과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구요. 하지만 데릭 지터를 수식하는 최고의 핵심어는 바로 리더십입니다. 그의 리더십은 양키스의 전통을 잇는 상징이 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치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A-Rod도 양키스에 입단했을 때는 지터에게 유격수를 내놔야만 했고, 말년에 지터에게 미움을 사 팀을 옮겼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지터의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물론 이런 지터의 리더십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에서 비롯되구요.


홍성흔 역시 기록으로 보면 데릭 지터만큼은 아니어도, 한국 프로야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선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0.331이라는 올시즌 타율도 그렇지만, 포수로서 기록한 0.291이라는 통산 타율도 대단하죠. 통산 홈런도 107개를 기록중입니다. 포수로서도 홍성흔은 두드러진 실력을 보유한 선수였구요. 포수왕국이라는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대번에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진갑용, 최기문을 트레이드 시킬 정도였으니 신인 때의 홍성흔의 기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덕분에 시드니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전포수를 차지하곤 했구요.

하지만 이런 외적인 홍성흔의 가치보다 더욱 빛나는 것이 바로 홍성흔의 허슬플레이와 리더십입니다. 지터와 동일합니다. 단언컨대 현재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홍성흔이 이 분야 최고라고 평가하는데요.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기적인 선수들, 구체적으로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팀에 마이너스입니다. 그런 선수들 두산에 온다면 쌍수를 들고 말리겠습니다. 한 트럭으로 줘도 필요 없습니다. 농구는 마이클 조던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지만, 야구는 엘렉스 로드리게스만으로는 우승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홍성흔의 이타적 심성은 두산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죠. 돈으로 따질 성질이 아닙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프랜차이즈로서의 홍성흔의 가치입니다. 홍성흔은 타팀 팬들에게 미워할 수는 있어도 싫어할 수는 없는 존재입니다. 타팀 팬들도 그의 허슬플레이를 보면 속이 뒤집어지지만,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면 마냥 부러워하거든요. 그게 바로 홍성흔입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로 인해 다른 선수들까지 활력이 전이되는, 바이러스 숙주같은 역할을 하는게 홍성흔이구요.

개인적으로는 10년 후 홍성흔이 박철순과 함께 두산의 레젼드로 남아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21번 영구결번에 이어 22번 영구결번도 해야 하구요. 코치, 감독도 오래 해서 허슬플레이와 팀 케미스트리가 두산베어스와 동의어가 되도록 버팀목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허슬플레이를 하지 않는 선수는 두산에서 주전이 될 수 없고, 이기적인 선수는 아예 두산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전통도 세웠으면 하네요. 뭐 이미 허슬플레이는 두산의 대명사가 되었지만요.

다행히 두산단장도 홍성흔 없는 두산을 상상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니 한숨은 놓입니다만, 홍성흔을 놓치는 경우는 털끝 만큼의 가능성도 두어서는 안됩니다. 다른 팀 FA 영입은 한해 농사에만 도움되지만, 두산맨 홍성흔은 구단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가는 의미가 있거든요. 홍성흔 없는 두산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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