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뭐 선수를 보고 장래성을 판단할 수 있을만큼의 내공은 안되지만, 왠지 두산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선수들을 골라내는 느낌은 있거든요. 홍성흔 입단할 때도 그랬구요. 오재원, 민병헌도 그런 케이스고, 임태훈, 이용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찜했던 선수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
오재원의 타격폼은 초창기에 좀 독특했습니다. 야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요. 양 다리를 거의 붙다시피 좁힌 상태에서 투수가 공을 뿌리면 동시에 오른발을 뻗으면서 스윙하는 타법이었죠. 투구 타이밍을 오른다리로 뺏는 스타일이었는데요. 그런 타법은 컨택능력이 없으면 택하기 쉽지 않은 자세입니다. 유사한 자세로는 이치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오재원의 컨택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은 되지만, 불안전한 스탠스 때문에 변화구에는 좀 약점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스탠스를 처음부터 넓히고 타격을 하더라구요. 다른 타자들의 타격자세와 비슷해졌는데요.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타격감이 꾸준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김광림 타격코치의 작품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구요.
오재원 초창기 타격모습 포스팅 보러가기
8연승 이후 잠시 쉬었던 롯데와의 홈경기
그리고 우투좌타의 준족이라는 점도 오재원의 상당한 메릿입니다. 솔직히 호타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오재원의 스탯이 그 정도는 아니기에 우투좌타에 준족정도로만 썼는데요. 하지만 곧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오재원에 붙여도 전혀 쑥스럽지 않을 시점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1루, 2루, 3루, 유격수까지 모두 수비가 가능하다는 것. 프로에서는 굉장히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히딩크가 야구감독을 했더라면 제일 좋아했던 멀티플레이어가 바로 오재원일껍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를 쓰고나 대수비를 쓸 때, 선택의 폭을 확실히 넓혀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경기에서 1루, 3루로 주로 쓰고, 고영민이 빠질 때는 2루 이대수가 빠질 때는 숏스탑까지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삼성, 기아, LG 모두 오재원을 트레이드 요청할 정도로 여기저기 인기가 높습니다. 저번에 서정환 해설위원이 중계하면서 그러더군요. 자기가 그렇게 달라고 했는데 두산은 꿈쩍도 안하더라는... 그리고 LG도 원래 이재영과 오재원을 달라고 했었다고 하네요. 두산은 거절했고 대신 김용의를 보냈었죠. 삼성 선동렬감독도 마찬가지로 오재원을 원했었다고 하구요.
김경문감독은 오재원을 두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조만간 최다안타 타이틀을 딸 수 있는 선수라고... 김경문이 김현수를 이승엽을 능가할 선수로 평가했던 걸로 본다면 괜한 설레발은 아닌걸로 보여지구요. 만약 그게 현실이 된다면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에 이어 오재원이라는 호타준족 선수를 갖게 됩니다. 거의 곰이 날개를 단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답니다.
빠르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왠지 오재원이 일낼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최근에는 이종욱에 이어 2번타자로 오재원이 나서고 있습니다. 나름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구요. 근성이 있는 선수인 만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의 두산타선은 꽤 매력적이네요. 이종욱,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를 커버하구요.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이 클린업을 맡구요. 고영민 6번, 유재웅 7번으로 하위타순을 이끌어가고, 채상병과 이대수가 8, 9번을 맡으면 정말 두산은 쉬어가기 힘든 핵타선을 완성하죠.
게다가 김동주가 내년에 일본으로 간다고 가정하면 오재원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 1루만 홍지명이 오면 좋을텐데 말이죠. 홍지명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