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오재원을 처음 봤을 때 이 친구 참 두산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에는 발은 빠르고 수비도 괜챦은 것 같은데 타격이 그닥 수준급은 아니었었죠. 뭐 지금도 타격이 수준급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화이팅 넘치고 눈빛이 살아있어 허슬두의 대를 이어갈 재목감이라고 봤습니다.

제가 뭐 선수를 보고 장래성을 판단할 수 있을만큼의 내공은 안되지만, 왠지 두산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선수들을 골라내는 느낌은 있거든요. 홍성흔 입단할 때도 그랬구요. 오재원, 민병헌도 그런 케이스고, 임태훈, 이용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찜했던 선수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

오재원의 타격폼은 초창기에 좀 독특했습니다. 야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요. 양 다리를 거의 붙다시피 좁힌 상태에서 투수가 공을 뿌리면 동시에 오른발을 뻗으면서 스윙하는 타법이었죠. 투구 타이밍을 오른다리로 뺏는 스타일이었는데요. 그런 타법은 컨택능력이 없으면 택하기 쉽지 않은 자세입니다. 유사한 자세로는 이치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오재원의 컨택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은 되지만, 불안전한 스탠스 때문에 변화구에는 좀 약점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스탠스를 처음부터 넓히고 타격을 하더라구요. 다른 타자들의 타격자세와 비슷해졌는데요.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타격감이 꾸준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김광림 타격코치의 작품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구요.

오재원 초창기 타격모습 포스팅 보러가기
8연승 이후 잠시 쉬었던 롯데와의 홈경기

그리고 우투좌타의 준족이라는 점도 오재원의 상당한 메릿입니다. 솔직히 호타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오재원의 스탯이 그 정도는 아니기에 우투좌타에 준족정도로만 썼는데요. 하지만 곧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오재원에 붙여도 전혀 쑥스럽지 않을 시점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1루, 2루, 3루, 유격수까지 모두 수비가 가능하다는 것. 프로에서는 굉장히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히딩크가 야구감독을 했더라면 제일 좋아했던 멀티플레이어가 바로 오재원일껍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를 쓰고나 대수비를 쓸 때, 선택의 폭을 확실히 넓혀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경기에서 1루, 3루로 주로 쓰고, 고영민이 빠질 때는 2루 이대수가 빠질 때는 숏스탑까지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삼성, 기아, LG 모두 오재원을 트레이드 요청할 정도로 여기저기 인기가 높습니다. 저번에 서정환 해설위원이 중계하면서 그러더군요. 자기가 그렇게 달라고 했는데 두산은 꿈쩍도 안하더라는... 그리고 LG도 원래 이재영과 오재원을 달라고 했었다고 하네요. 두산은 거절했고 대신 김용의를 보냈었죠. 삼성 선동렬감독도 마찬가지로 오재원을 원했었다고 하구요.

김경문감독은 오재원을 두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조만간 최다안타 타이틀을 딸 수 있는 선수라고... 김경문이 김현수를 이승엽을 능가할 선수로 평가했던 걸로 본다면 괜한 설레발은 아닌걸로 보여지구요. 만약 그게 현실이 된다면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에 이어 오재원이라는 호타준족 선수를 갖게 됩니다. 거의 곰이 날개를 단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답니다.
빠르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왠지 오재원이 일낼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최근에는 이종욱에 이어 2번타자로 오재원이 나서고 있습니다. 나름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구요. 근성이 있는 선수인 만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의 두산타선은 꽤 매력적이네요. 이종욱,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를 커버하구요.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이 클린업을 맡구요. 고영민 6번, 유재웅 7번으로 하위타순을 이끌어가고, 채상병과 이대수가 8, 9번을 맡으면 정말 두산은 쉬어가기 힘든 핵타선을 완성하죠.

게다가 김동주가 내년에 일본으로 간다고 가정하면 오재원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 1루만 홍지명이 오면 좋을텐데 말이죠. 홍지명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두산이 삼성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0:9로 졌네요. 만약 이 경기를 이겼다면 한 시즌 전 구단 상대 스윕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추가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보기 드문 명승부였기에 아쉽다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 한편이 뿌듯하고 행복하네요. 두산 공격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김동주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도 이런 게임을 펼칠 수 있는 두산선수들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집중력이라면 SK인들 못넘을까요? 오승환도 실신 KO 직전까지 몰고 갔는데 SK 얀쯤이야...

5:0에서 5:2로, 다시 8:2에서 8:4로, 그리고 10:4에서 막판 10:9까지... 중간에 고영민의 실수만 없었다면 충분히 뒤집은 경기였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준 선수들 고맙네요. ^^

특히 오승환을 상대로 한 김현수의 쓰리런홈런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10:9로 한점차까지 쫓아가는 분노의 떡실신 방망이질이었는데요. 이후 한점이 모자라 연장까지 끌고 가진 못했네요. 태산을 쌓으려다 한줌이 모자란 듯한 느낌...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발견한 가장 흐믓한 소식은 바로 이용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겁니다. 그동안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접는줄 알았는데요. 오늘 등판해서 비록 실점은 했지만 마지막 이닝을 삼진 포함해 깨끗하게 삼자범퇴 시켜 미래 두산 마운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싹수를 보여줬네요. 사실 임태훈만큼의 포스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선수고, 예의바른 팀 장충고의 에이스였던 만큼 멘텔리티는 뭐 확실하거든요. 조만간 임태훈, 이용찬, 박민석 트로이카의 화려한 부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승리로 삼성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겼네요. 대단한 기록이고 역시 전통의 강자 다운 모습입니다.축하드리구요. 포스트시즌에서 롯데와 명승부 펼쳐주길 기대합니다. 흠... 오늘 롯데가 이겨서 1.5게임차까지 쫓아왔네요. 롯데팬들 헛된 희망들 버리시구요.  삼성과의 준플을 어떻게 대처할지만 고민해주시길...^^

아울러 본의 아니게 오늘 패배로 한화이글스 포스트시즌 진출 무산시켰네요. 화끈한 타력의 팀 한화를 두산 다음으로 좋아했는데 아쉽고 미안하네요. 지못미~ 한화 ㅜㅜ;; 


올시즌 삼성에게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두산베어스. 오늘 삼성전은 미리보는 플레이오프라고 할 수 있었죠. 게다가 선발투수 에니스는 지금까지 두산에게 강한 성적을 보였으니까, 어쨌든 포스트시즌 대비 예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다행히 경기는 이겼습니다. 물론 1승 이상의 자신감을 가진게 가장 큰 소득이라 하겠네요.

3회말 고영민의 도루에 이은 김현수의 결승타점으로 가장 두산다운 방법으로 선제점을 뽑은 이후 0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삼성은 안지환이 에니스를 이어받아 잘 던졌구요. 두산도 이혜천의 선발 5.2이닝 무실점에 이어 김명제도 2.1이닝 무실점으로 투수전을 이어갔죠.

두산은 후반에 찬스를 잡습니다. 8회말 이대수가 좋은 타격감으로 선두타자 안타를 뽑아내자 선동렬감독은 안지환을 내리고 조현근으로 이종욱과 대결하죠. 오늘의 승부처였죠. 이종욱의 보내기번트, 고영민의 볼넷으로 맞은 1, 2루의 찬스에서 김현수가 안타를 쳐서 주자 만루를 만들구요. 이어 김동주의 부상으로 교체되어 들어온 김재호가 올라오자 김상수라는 투수를 맞세우더군요.

근데 김상수가 누구죠? 빠른 88년생인거 보면 거의 고졸 1~2년차 같은데 이 중요한 시기에 듣보잡 신인선수라니 좀 의아했습니다. 김재호를 겨냥한 1:1 맞춤 투수기용인가요. 김재호를 삼진아웃 시켜버리네요. (흠냐리...) 역시 선동렬감독이 투수 키우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어 홍성흔도 좌익수 플라이로 잡으면서 김상수라는 이름을 각인시켜 버리네요. (아까비...) 김동주의 부상이 참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1:0으로 살얼음판 상황에서 정재훈이 마무리로 올라왔구요. 첫 타자 양준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서 불안한 출발을 보입니다. 예상대로 선감독은 양준혁 대신 이영욱 대주자로 바꾸고 현재윤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했죠. 하지만 정재훈은 삼진으로 셧아웃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우동균도 삼진으로 잡구요. 마지막 타자 인간 버퍼링 박한이도 좌익수 플라이아웃으로 돌려보내 게임을 매조지했습니다.

오늘의 수훈선수는 김현수와 정재훈이구요. 특히 정재훈의 1:0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승리를 지켜낸게 무지 기쁘네요. 정재훈의 부활없이는 우승은 힘들어지는데요. 오늘 승리로 예전의 게임오버 정재훈의 위용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한가지 재밌는건 두산안티 김건우 해설위원의 해설이었는데요. 두산이 패하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억누르며 해설하는게 어찌나 재밌던지... 역시 해설은 두산안티가 할 때 더 통쾌한 것 같습니다.

일단 삼성에 승리하면서 주말 3연전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구요.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지 모르는 삼성에게 승리할 수 있는 방정식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롯데보다는 삼성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두산베어스가 히어로즈를 대파하면서 2위 확정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남은 경기가10경기에 매직넘버는 6인데요. 롯데가 남은 경기에 전승한다고 해도 두산이 6승 4패만 하면 자력으로 2위 확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플레이오프 구상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어제 경기는 내년을 위한 리빌딩 차원에서 신진급을 많이 기용한 히어로즈였기에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쑥스럽구요. 타자들의 타격감 조율과 투수진 운용방안에 대해 여러 시험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어제 랜들이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는데요. 이젠 랜들의 구종이 국내 타자들에게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히어로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한게 아닌가 싶네요. 랜들의 계속된 부진은 내년도 재계약할지 고민이 될 것 같구요. 현재로서는 SK에게 강했다는 성적만이 랜들의 가치를 유일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반면 임태훈은 3회부터 롱릴리프로 나와서 7회까지 1인타 무실점으로 버텨서 마운드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네요. 그간의 부진을 이번 계기로 훌훌 털고 일어섰음 좋겠습니다.

타자쪽에서는 이대수가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만루에서 역전 싹쓸이 3루타로 승리타점의 주인공이 됐죠.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구요. 반면 고영민이 데드볼맞고 교체되었는데 별 탈 없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몸푸는 훈남들^^ 김재환, 박민석


5회 끝나고 클리닝 타임 때는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푸는 사진 올려봅니다. 김재환과 박민석 얼짱답게 누나 팬들한테 인기 엄청많더군요. 어찌나 박민석 이름을 불러대는지...^^;;

그리고 김동수선수가 2000경기 출장했다고 꽃다발 전달식을 갖더군요. 예전에 신인 때부터 영리한 투수 리드를 해서 두산을 꽤나 괴롭혔었는데, 벌써 2000경기라니 세월도 빠르네요. 꽃다발은 김동주가 전달했는데요. 꽃다발 받는 김동수 모습에 박노준단장이 언급한 노장퇴출 발언이 왠지 겹치네요. 씁쓸...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 새로운 감동영상이 올라왔다기에 퍼왔습니다. 매년 이런 영상을 만들어주는 구단도 고맙지만 볼 때마다 베어스에 대한 사랑을 새록새록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 좋습니다. 올해는 이런 동영상에서 나오는 가사처럼 꿈을 이루기를 바래봅니다.


I AM LEGEND... 멋있네요.
가을의 전설을 위해 칼을 갈고 있는 두산의 전사들과 함께 설레는 플레이오프와 가슴벅찬 코리안시리즈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올 가을 포스트시즌에는 어떻게든 그라운드에서 목놓아 응원할까 합니다.

again 2001~ 두산베어스 화이팅..


저도 1박 2일이 잘한게 없다는 면에서 지금까지의 네티즌 생각과 유사합니다.
근데 한번쯤 더 깊이 비판해야 할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연예오락이든 스포츠든 방송 프로그램에 매여있는 야구의 현실입니다.  

1박 2일이 가장 잘못한 점은 '방송 특권의식'이죠. 1박 2일 측은 '축하하러 부산까지 간 방송이니까 어느 정도의 천방지축은 용인되겠지'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대부분 그런 컨셉이니까요. 하지만 '방송이니까 모든게 용서된다'는 생각은 '방송만 되면 너의 권리는 좀 훼손되도 상관없어'라는 폭력과 동의어라는거 잊지 말았으면 해요.

근데 아이러니한건 1박 2일의 오바를 국민적 분노(?)로 격상시킨게 스포츠중계였다는거죠. 제가 보기엔 스포츠 프로그램도 프로야구를 뭐같이 알기로는 종이 한장 차이거든요. 한명재와 허구연은 예능 프로그램이 야구를 무시한게 기분 나쁘다라고 얘기했지만, 진짜 기분 나쁜건 자기 프로그램 영역에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그것도 타방송 프로그램이 설치고 다니는게 기분나쁜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네요. 정작 일요일 열린 사직대첩 경기시간이 2시로 변경된건 MBC 때문이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얘기를 할런지도 궁금해지구요.

방송사가 프로야구 중계를 2시로 편성하면 야구선수나 야구팬들은 무조건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것, 또한 '방송만 되면 너의 권리는 좀 훼손되도 상관없어' 라는 폭력의 또 다른 표현이거든요.

곧 포스트시즌이 열리는데요. 코리안시리즈는 공중파에서 중계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인 경우 보편적 채널에서 중계한다는 뭐 그런 원칙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덕분에 경기 끝나기 전에 '정규방송 관계로 끝까지 중계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라는 억지 사과 방송을 들어야 하는 것 또한 그닥 유쾌하진 않네요.

또 일본야구 중계도 마찬가지입니다. sbs에서 중계하는건 이승엽과 겹치는 순간 대체되기 일쑤죠. 시청률을 확인해보지느 않았지만 한국프로야구보다 딱히 높지도 않은거 같은데, 일단 일본에 거액의 방송중계권료는 지불했으니 안할 수도 없고 뭐 대충 그런 분위기에서 하는거 같긴 합니다.

거꾸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중계방송을 MBC가 아닌 KBS가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마 모르긴 해도 이용철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조화라는 등 말도 안되는 미사려구를 동원하지 않았을까요?  

이게 바로 방송사의 생리이자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어차피 방송사 직원끼리 하는건데 대충 넘어가자고 하는 편협한 동업의식이 프로야구를 우습게 보고있는건 아닌지 방송사 관계자들은 자문했음 좋겠구요. 결국 방송 권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파워를 KBO가 스스로 갖추지 않는한, 연예오락이든 스포츠든 프로야구를 그저 여러 프로그램 중의 하나 정도로만 여기는 상황은 계속 될껍니다. 좀더 KBO 관계자들이 각성해서 장기적으로는 EPL이나 메이저리그처럼 자체 사업루트도 확보하고 방송사 중계료도 제대로 된 값에 받을 수 있도록 자존감을 갖춰가길 바래봅니다.  


작게는 공 하나, 크게는 게임 하나가 꽤 오랜 기간동안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만약 이랬다면 결과는 엄청 달라졌을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건데요.
이런건 결과론에 근거한 말장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비효과'처럼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하죠.

(나비효과 1) 김형석의 홈런..!
사건은 1986년 9월 17일에 벌어집니다.
OB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공 한개로 엄청난 운명이 갈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9회말까지 점수는 3:1, 투수는 최동원, 타자는 김형석이었죠. 최동원은 19승째를 거둔 당대 최고의 투수였는데요. 중요한 길목에서 그만 김형석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맙니다. 이 홈런에 숨겨진 엄청난 의미를 마운드에서 어이없어 하는 최동원도 그 순간엔 미처 몰랐을겁니다. 
 

우선 이 홈런 한방으로 OB는 승리를 가져갑니다. 4:3으로 역전하게 되구요. 최동원은 이 홈런 한방으로 20승 투수의 꿈이 물거폼되죠. 그리고 이 경기의 승리로 OB는 반경기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작은 기적을 이룹니다. MBC청룡이 해태를 이기고 나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OB가 지기만 하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기에 홈런의 충격이 남달랐죠. 또 이 홈런으로 최일언은 가까스로 승률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애꿎게도 선동렬은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트리플 크라운을 뺏기고 말았죠.

김형석의 홈런 한방으로 벌어진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이런 '나비효과'는 또 있었습니다.

(나비효과 2) 김동주를 뽑은 주사위..!
1998년 두산과 LG의 주사위 던지기에서 김동주는 두산으로 LG는 조인성을 지명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이 역시 엄청난 파생효과를 몰고오게 되죠. 김동주는 고등학교 시절에 좌재현 우동주라고 할 만큼 김재현과 라이벌이었는데요. 김재현이 LG로 간 이상 두산으로 가고 싶어했다고 하네요. 더욱이 대학 3년 선배인 심재학과 사이가 별로 안좋아서 두산행을 원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두산으로 가게된 김동주 때문에 조인성은 LG로 입단했구요. LG는 포지션 중복을 우려해 99년에 홍성흔 대신 김상태를 지명하죠. 당연히 두산은 홍성흔이었구요. 참고로 두산의 고졸 우선 지명은 구자운이었고, LG는 김광삼이었습니다. 지금도 LG팬들은 이 때의 픽을 무척 아쉬워하는데요. 두산으로서는 10년 농사를 이 때 다 지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쾌거였습니다.


김동주는 우동수 트리오를 이루며 프로야구 사상 최강의 클린업트리오를 이루게 되구요. 홍성흔은 최고 포수의 자리에 오르게 되죠. 덕분에 우승도 2차례 하면서 명문구단으로 발돋움 하죠. 덤으로 한지붕 두가족 LG를 98년 이후 10년간 보약으로 삼게 된 것 역시 김동주와 홍성흔의 공이 상당하구요.

이렇게 공 하나 혹은 선택 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오는 '나비효과'가 며칠 전에도 발생한 것 같네요.  
바로 롯데전에서 코르테스에게 뽑은 유재웅의 홈런입니다.

(나비효과 3) 유재웅의 홈런..?
사직대첩 3연전을 시작하기 전 롯데의 기세는 한마디로 후덜덜이었죠.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연승만 거듭했으니까요. 반면 두산은 SK에게 연패하면서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였구요. 그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은 첫게임은 9회초까지 5:3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재웅은 마무리로 올라온 롯데의 수호신 코르테스에게 동점홈런을 뺏아 기어코 6:5로 승리하게 하죠. 그리고 첫 경기 극적인 승리 이후 여세를 몰아 두산은 사직대첩 3연전을 모두 스윕해 버렸습니다.

이 유재웅의 홈런 하나가 또 후폭풍을 가져올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유재웅의 홈런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요.

만약 유재웅의 홈런이 없었다면... 음... 분위기상 두산은 3연패에 몰렸을게 거의 확실하구요. 이번 시즌을 3위로 마감할 확률이 높았을겁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삼성에게는 올시즌 유난히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죠. 게다가 두산은 포스트시즌 직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펼쳐야 하거든요.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삼성에게 지지 않을까 싶구요. 대신 체력을 비축한 2위 롯데가 두산과의 혈투 끝에 올라온 삼성을 맞아 가볍게 이기고, 부산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업고 SK마저 꺽고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담 유재웅의 홈런으로 파급된 '나비효과'는 어떤걸까요?

일단 두산은 이번 3연전 스윕으로 편안한 2위 수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체력도 비축할 수 있구요. SK를 꺽을 좀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죠.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되구요. 삼성과의 대결에서 상처뿐인 승리 혹은 어이없는 패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 근거로는 경험부족이 큰 이유라 할 수 있구요. 어쨌든 가을야구를 이뤘다는 만족감에 목표의식을 잃은 결과라 할 수 있겠죠. 

반면 두산은 SK에게 설욕전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게 됩니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타오르는 두산 뚝심야구의 특성상 최초로 용병 한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우승을 일궈내는 기적을 연출하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올해 김경문감독에게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기운도 일조를 하구요.  

지금까지 유재웅의 홈런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해 예상해 봤습니다. 네, 물론 예상일 뿐이죠. 하지만 왠지 빅게임이었던 만큼 양팀에게 남기는 후유증 역시 적지 않을꺼란 예감이 강하게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올시즌 끝나고 예감이 맞는지 안맞는지 한번 지켜봐야겠네요. 므흣~^^


올 시즌 최고의 흥행카드, 두산과 롯데가 사직에서 맞붙었죠. 개인적으로는 롯데의 상승세 때문에 솔직히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요. 그래도 역시 우리 곰돌이 전사들은 적지에서 귀중한 1승을 거뒀습니다. 만약 졌다면 사직 3연패로 몰릴지도 모를 분위기였거든요. 일단 중요한 첫판을 이겼기에 나머지 두 게임에서도 좋은 경기 예상해 봅니다.

경기 중반 팽팽했던 투수전은 6회초에 균형이 깨졌습니다. 두산 채상병과 이대수가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이종욱의 번트가 그라운드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만루 찬스를 맞구요. 김현수의 안타로 2점, 홍성흔의 땅볼을 이대호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3점째를 뽑습니다. 역시 큰 경기에서는 실책이 나오는 팀이 지게되어 있죠. 이대호는 살을 더 빼야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6회말에서 롯데는 1점을 따라옵니다. 이대호가 적시타로 실책을 만회했죠. 하지만 김선우가 이어지는 위기를 더블플레이로 잘 마무리해서 6회말도 잘 넘기죠. 이때 고영민의 송구는 올림픽 때 마지막 송구랑 똑같더군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손목힘으로 강하게 던져서 아웃시키는... ㅋㅋ

그리고 8회말. 롯데는 이재우와 정재훈을 두들겨서 무려 4점을 냅니다. 2점차 역전도 역전이지만 정재훈이 마무리에서 실패를 했다는게 더 뼈아프더군요. 결국 두산의 마무리 문제는 올시즌 끝까지 숙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승환이 김동주에게 던진 볼이 빠지면서 자멸 분위기로 갈 뻔 했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9회초. 롯데의 막강 마무리 코르테스를 상대로 고영민이 안타를 치고 나가 슬슬 분위기를 만들었구요. 유재웅이 중월 홈런을 뽑아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순간 싸~해지는 사직분위기 정말 살벌하더군요. 카메라에 잡힌 두산팬들은 그냥 조용히 박수만 치더라는... 괜히 환호성 질렀다간 다굴 당할 분위기... 후덜덜...

그리고 연장 10회초에 최향남을 상대로 김동주가 홈런을 날림으로써 경기는 두산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더불어 정재훈 이후 금민철, 이승학이 잘 막았구요. 특히 김동주는 에러를 만회하는 홈런을 날려 두목곰의 체면을 살렸죠.

오늘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해도 김선우입니다. 김선우는 이제 확실한 두산의 토종 에이스죠. 묵직한 공은 타자들이 쉽게 치지 못하는 언터쳐블급이 되었구요. 유리하든 불리하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진중한 경기운영은 믿음직스럽기까지 하네요. 오늘은 6.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는 못얻었지만, 앞으로 리오스 이후 두산의 진정한 이닝이터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적지에서 열린 큰 경기였던 만큼 승리한 우리 전사들 칭찬 아끼고 싶지 않네요. 그야말로 웅전무퇴(熊戰無退)의 정신으로 불리한 조건을 이겨냈으니까요. 오늘 승리로 롯데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구요. 2위 싸움에서 한숨을 돌렸구요.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더라도 자신감을 갖게 하는 효과까지 얻었습니다. 

웅전무퇴(熊戰無退)
곰들은 전투에 임한 이상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님 WBC 감독직은 안맡으시는게 좋겠어요.
요모조모 따져봐도 그닥 매력적인 타이밍은 아니네요.
히딩크가 미련없이 한국을 떠난 이유를 잘 복기해보시길...

김경문감독이 그동안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WBC 감독직에 대해 완곡하나마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나 WBC 준비로 두산 감독직에 소홀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계약이 된다면 두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발언했다는군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두산도 어서 김경문감독과 재계약을 하기 바라구요.


그리고 하총장님!
김경문감독은 이제 전설로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요?

행여나 WBC에 실패해서 국민감독을 하루 아침에 안주꺼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경문감독에게는 이 정도까지 요구한게 적정하다고 보구요. 다른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게 순리라고 봅니다. 균등한 기회분배의 차원에서도 그렇고요. 이참에 아예 전임감독을 도입하는게 낫지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김시진감독에게 기회를 줘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능력도 출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히어로즈 창단 이후 상처받은 자존심을 세울 수도 있구요. 전통의 명가 현대유니콘스의 사령탑이었고, 투수 출신인 만큼 절묘한 투수운용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적역이라고 봅니다만...(쿨럭~)


홍성흔 응원가가 바뀐지 좀 시간이 흘렀습니다.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서 소식은 들었지만 야구장에 가서 처음으로 듣고 불러본건 어제였는데요. 기분이... 에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안타깝다 싶기도 하고, 뭐 좀 그러네요. 굳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홍성흔 응원가가 바뀐 이유는 롯데의 조직적인 방해 때문입니다. 원래 홍성흔 응원가를 언제부턴가 롯데가 응원가로 쓰면서 겹치게 되었구요. 홍성흔 응원가를 부를 때마다 롯데 응원단에서 앰프로 맞불을 놓는 바람에 서로 감정싸움으로 번졌죠.

개념있는 롯데팬들은 어디가 원조인지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요. 응원가를 모방해서 부르는건 그냥 뭐 봐주겠는데, 굳이 홍성흔 응원가를 부르는데 앰프를 틀어가며 맞불을 놓는건 좀 아니다 싶네요. 강민호 응원가를 다른 팀에서 똑같이 그러면 어떻게 생각될런지... 무슨 초등학교 운동회도 아니고...

응원단장이 홍성흔 응원가를 소개하면서 그러더군요.
홍성흔 선수가 직접 와서 노래와 가사를 줬다고...
딸인 화리가 좋아하는 노래가 꼬부랑 할머니니까 이걸로 해줬으면 한다고...

뭐 이왕 다 지나간 일이니 좋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로써 두산의 프랜차이즈 응원가는 동요라는 전통을 홍성흔이 잇게 되었네요. 안경현, 김동주처럼 말이죠. 참고로 홍성흔 응원가 올려봅니다.

홍성흔 응원가(꼬부랑 할머니)
두산의 홍성흔~ 두산의 홍성흔~
두산의 홍성흔~ 오오오~ 두산의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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