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lg인 이상, 플레이오프는 경기가 아닌 전쟁이다. 

lg에게 지는 플레이오프는 야구팬의 기억이 존재하는 한 계속 회자되면서 놀림감이 되고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이다,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안경현의 동점홈런이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운 대첩으로 남는 것처럼..


그래서 이번 플레이오프에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lg팬들은 11년 만에 치르는 가을야구라 티켓파워에서 상당한 힘을 보여줬다. 10년 넘게 눌려온 설움을 한번에 터뜨릴 수 있는, 게다가 다시 언제 올지 모를 기회인데 그냥 집에서 볼 순 없었을게다. 구름같이 몰려드는 lg팬들,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1차전 잠실야구장은 lg팬들이 60% 정도 차지 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직관했는데, 외야쪽 두산 관중석에 태반이 유광점퍼였다. 그 한풀이에 다소 초반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과 팬은 혼연일체로 승리를 따냈다. 



1차전 승리는 의미가 있다. 넥센과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올라와 체력이 소진한 두산이 lg를 이길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확히는 박동희 빼고는 없었다. 그런 일방적인 전망과 열악한 살풀이 분위기 속에서 엮어낸 첫승은 남달랐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의 초보생인 lg로서는 첫 패배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압박감은 실제 시리즈 내내 lg를 에러로 괴롭혔다. 2차전은 리즈의 인생투구로 완패했다. 160km의 강속구와 140km의 슬라이더가 제구력을 갖추니 더 이상 어떻게 손 쓸 수가 없었다. 깨끗하게 손들었다. 그래, 리즈 너가 짱먹어라. 


그리고 맞은 두산 홈게임인 3, 4차전. 3차전에서 다소 피곤한 니퍼트를 올려 승부수를 던졌던 김진욱 감독의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힘 떨어진 구위를 노련한 운영으로 만회하며 3실점으로 막아줬다. 특히 9회초 4연타석 안타를 맞으면서도 홈에서 2명을 잡아낸 임재철과 민병헌의 보살은 역대급 충격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막아 5-4 승리. 두산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팀이란걸 lg에게 분명히 보여줬다. 마지막 4차전에선 lg팬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lg의 상징인 마무리 봉중근에게서 8회말에 홈런 1개, 3루타 2개, 안타 1개 등으로 단숨에 3점을 뽑아낸 것. 아마 lg팬들 뇌리에는 치욕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을 것이다. 


이로써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온갖 불리한 조건을 딛고 업셋을 성공시켜 '미라클 두산'의 위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lg팬에게는 트라우마이겠지만, 두산팬으로선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명승부도 남겼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삼성. 굳이 설명안해도 현존 최고 전력의 삼성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당연히 삼성이 우승이라고 하겠지만, 이미 미라클 두산의 힘으로 업셋을 이뤄온 만큼 충분히 해볼 만 하다. 또 하늘의 기운이 두산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이왕 여기까지 온거 끝을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우승을 해야 만년 준우승팀이란 오명도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죽기 살기고, 최!강!두!산! 화이팅~~!!!

 


벙커 탈출은 잘 하는 대신 퍼팅은 잘 못하는게 두산야구다. 감동을 주는 승부는 많지만, 정작 그 만큼의 우승은 이루지 못한 팀. 그래서 더더욱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팀들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퍼팅까지 잘해서 꼭 그린자켓을 입었으면 한다. 


올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이다. 상대는 넥센. 껄끄럽다. 페넌트 레이스 막판까지 2위 싸움을 벌이다 4위로 추락했기에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게다가 2위는 lg인 탓에 자존심까지 상했더랬다. 어쨌든 이번 준플은 마뜩찮은 시리즈다. 그래서 그런지 1, 2차전 모두 아쉽게 내줬다. 박병호라는 괴물에 된통 당했다. 그가 날린 홈런은 니퍼트를 무너뜨렸고 목동에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목동에서 약했던 징크스가 현실화 됐다. 이렇게 되면 5차전까지 간다 한들 lg를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는 상황. 우울했다.


그리고 맞은 3, 4차전. 넥센에 박병호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최재훈이 있었다. 부진했던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최재훈은 믿기 어려운 활약을 투타에서 보여줬다. 포수의 제 1덕목인 투수 리드는 전성기의 박경완을 연상시켰고, 그가 날린 홈런 하나는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단기전에서는 누군가 미쳐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최재훈일 줄은 아마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이제 행복했던 잠실과는 이별하고 목동에서 마지막 결판을 남겨놨다. 사실상 4차전 승리로 분위기는 이미 우리가 가져왔다. 리버스 스윕을 예상하긴 했다. 남은 변수는 목동구장의 작은 사이즈일 뿐.



마지막 5차전. 선발은 유희관. 유희관을 나는 구세주라고 부르고, 130km 대의 아리랑볼을 나는 불꽃직구라 부른다. 유희관은 올 시즌 내내 초인적인 성적을 보여줬다. 그 성적을 혹자는 우연으로 격하시키기도 하지만, 유희관은 이를 실력으로 완전히 불식시켰다. 7이닝 1안타 9삼진 무실점. 완벽했다. 덩달아 이원석도 3점 홈런을 날려 9회말 투아웃까지 앞섰다. 그러나.. 그러나 넥센에는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니퍼트의 승부에서 기어코 3점 홈런을 날려버렸다. 혹시나 했던 동점이 눈앞에 펼쳐졌을 땐 허탈했다. 너무 진이 빠져 이대로 끝내기로 진다해도 아쉬울게 없었다. 오히려 이 괴로운 승부를 빨리 누군가 끝내주길 바랐다. 그리고 야구를 당분간 끊고 싶었다. 아마 두산 응원하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기나긴 승부 끝에 13회초 최준석과 오재원의 홈런으로 두산은 넥센을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리버스 스윕을 두산은 두번이나 해낸 것이다. 자랑스럽긴 했지만 심장병 걸릴지도 모를 경험을 했다. 누가 그랬다. 두산야구는 건강에 해롭다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 빠져드는건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플레이오프가 오늘부터 시작한다. 준플에 이겼을 때는 플레이오프는 덤이라 생각하자고 했는데, 막상 플레이오프 게임데이가 되니 막상 마음을 그렇지가 않다. 상대가 lg라 그런지 더더욱 전투력이 상승한다. 닥치고 V4!


미국에게 911사태가 트라우마라면, 두산에겐 508참사가 악몽이다.

숙적 sk에게 당한 508참사는 9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당한 경기를 말한다

당시엔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을 뿐.

 

그 악몽같은 참사를 912대첩으로 되갚아줬다. 이른바 리벤지에 성공한 것. 그것도 김광현의 호투와 박근영심판의 역대급 오심을 딛고 이뤄낸 쾌거다. 사실 이 경기를 내줬다면 선두권 싸움 보다 3, 4위권 싸움에 내몰릴 뻔 했다. 덕분에 lg에 2.5게임, 삼성과는 1게임 뒤진 3위를 유지했다. 4위 넥센과는 1.5게임차.

 

[이미지 출처 : 두산베어스 트위터]

 

912대첩의 히어로는 단연 김동한이었다. sk 마무리 박희수를 상대로 날린 역전 3점홈런은 두산팬 뿐만 아니라 야구팬 모두에게 그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간 2군에서 숨은 보석이라 얘기하는걸 몇번 듣긴 했었다. 1군에서 봤을 때도 타격자세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두산 내야진이 어디 김동한 한명 뿐이랴. 그러나 김동한은 이 한방으로 두산 야수진의 'One of them'에서 'Remarkable one'으로 등극했다. 최재훈도 빼놓을 수 없다. 추격을 알리는 3점홈런의 주인공이다. 레이저 송구에 비해 빈약한 타격으로 양의지의 백업에 불과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큰 일을 하나 해냈다.

 

또 한명 주목하고 싶은 선수는 바로 윤명준이다. 지금 마무리인 정재훈의 Plan B는 윤명준이 맡아줘야 한다. 직구 외에 결정구가 없는 홍상삼에 비해 구위는 조금 떨어져도 폭포수 같은 슬라이더를 갖췄기에 타자들이 더 어려워 한다. 게다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까지 보유해 마무리로 손색 없다. 윤명준은 곧 복귀할 이용찬의 컨디션에 따라 보직이 결정될 듯 하다.  

 

 

최재훈 인터뷰 장면

김동한 인터뷰 장면

박근영 심판의 오심장면

최재훈-김동한 무서운 백업.. 두산이 강팀인 이유

 

이제 912대첩을 발판 삼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해 질주할 때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삼성을 넘어 lg까지 단 2.5게임이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꿈 같은 'Again 1995'가 이루어지는 것.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1. 선우대영

예전에 선우대영이라는 좌완 투수가 있었다. 원년부터 박철순과 원투펀치를 이뤘고, 잘생긴데다 체격도 훤칠해서 꽤 인기가 좋았던걸로 기억되는. 당시 선우대영의 백넘버는 29번이었는데, 왠지 묵직한 느낌을 주는 이 번호가 개인적으로는 두산베어스의 든든한 좌완 이미지로 남아있다.

 

2. 장호연

암흑기에 두산을 지켰던 장호연. 장호연은 짱꼴라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독특한 가치관으로 유명했다. 인터넷이 없던 당시에도 그의 어록이 떠돌 정도.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게 이런거다. '방어율? 좋으면 좋죠. 그러나 나쁘면 어때요? 완투해서 1-0으로 지는 것 보단 10-9로 이기는게 훨씬 낫죠.'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야구란게 승리하기 위한 경기니까. 또 이런 말도 했다. '굳이 삼진을 잡을 필요가 어디 있어요? 삼진을 잡으려면 최소한 공을 세개를던져야 하잖아요. 그러기보다는 볼 한개를 던져 내야땅볼이나 외야플라이로 잡으면 훨씬 쉽습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또 그는 이렇게도 얘기했다. '20승 투수는 피곤해요 5년간 20승씩해서 100승을 올리는것보단 10승씩 10년간 해먹는게 야구선수로선 더 행복한 거 아니겠어요?.' 장호연은 이런 투수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갖진 못했지만, 능글능글한 투구로 통산 56 완투승과 16 완투승으로 역대급이다. 역대 1위는 74 완투승의 윤학길, 선동렬은 51 완투승, 최동원은 15 완봉승.(윤학길 기록은 게스트북에 남겨주신 불사조 21님의 댓글에 의해 수정함, 7/31) 


3. 유희관

지금 베어스의 29번은 유희관이다. 역시 좌완이고 선발이다. 위에서 밝혔 듯이 내게 29번은 든든한 좌완이다. 유희관이 좌완 29번의 명맥을 잇고 있으면서 투구내용은 장호연을 빼닮았다. 유희관이 장호연의 배짱까지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투구를 보면 짱꼴라 못지 않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유희관이 현재 당당한 두산의 기대주이자 기둥이 된건 두산의 희망이자, 동시에 비극이기도 하다. 그건 기존 두산 선발진의 몰락이기도 하니까. 사실 유희관은 상무 시절 활약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그의 느린 구속 때문에 변칙적인 스타일의 투수로 여겨졌다. 정확히 장호연의 그것과 일치. 그러나 그 느린 공 때문에 그는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세를 타게 됐다. 유희관이 던진 가장 느린 공은 70km 대로 알려져 있다. 예전 기억으로 사회인 야구에서 나오는 구속이 80~100km 정도였으니, 사회인 야구 아리랑볼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잘 때려내지 못한다. 그만큼 로케이션이 좋다는 얘기다. 


아마추어 관점에서 볼 때 유희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유연성이다. 유연성으로 보면 류현진과 비슷하다. 두명 모두 체형 자체가 굉장히 원형에 가깝다. 통통 튀는 고무공 같다고나 할까? 이런 유형은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큰 바람에 소나무는 부러져도 대나무는 유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희관은 이런 장점으로 100개 넘는 공을 던져도 별 탈이 없는 선발 체질이다. 시즌 초 셋업맨으로 키우려 했던 김진욱감독이 그를 선발로 돌린건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었지만 동시에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김선우와 이용찬이 올해 부진하지 않았다면 유희관이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이래서 야구는 정말 모르는 거다. 



참고로 지금 두산 마운드는 니퍼트-유희관-노경은-올슨-이정호 순 로테이션이다. 시즌 전과 비교할 때 니퍼트와 노경은을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이다. 그러나 올슨과 이정호가 아직은 믿음을 주지 못한 상황을 감안할 때, 유희관의 존재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잘한다는 칭찬 보다 고맙다는 표현이 더 유희관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유희관을 둘러 싼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토요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유희관이 던진 70km 대의 커브를 두고 진갑용이 굉장히 언잖았던 모양이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몇초 째려봤다. 야구를 투수와 타자가 서로 타이밍 뺐기 위한 싸움으로 본다면 유희관의 슬로 커브가 욕먹을 일이 아니다. 다만 최고참으로서 진갑용은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감히 나한테 이런 볼을?' 뭐 대충 그런 심리였던 것 같은데, 제발 그놈의 선배타령은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접어두시길. 이에 유희관이 사과한 모양인데, 그런 면에서 유희관은 장호연의 배짱을 따라가긴 힘든 듯 하다. 진갑용의 도발을 포함해 앞으로 유희관에겐 몇번의 고비를 맞을 것이다. 이미 두산의 주력투수로 떠올랐으니 각 팀의 분석도 더욱 세밀해질 것이고. 부디 군더더기 없는 선우대영의 구위와 맞아도 좋다는 장호연의 배짱으로 버텨나가길 바란다.  


올 시즌 이상하게 직관 승률이 안좋다. 1무 3패. 돈내고 야구장 갔는데 지면 열받을 것 같지만, 생각만큼 우울하진 않다. 그냥 푸른 잔디만 봐도 일단 기분은 좋아진다. 다만 직관 승리 좀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커질 뿐. 작년엔 그래도 승률이 좋았는데, 올해는 정말 별로다. 


언젠가 기록은 깨지기 마련. 그날이 왔다. 모임에서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 그것도 한번도 안가본 테이블 석에서 본다. 두산 구단 관계자 통해서 미리 13장을 예매하고 3루쪽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52만원어치다. 일찌감치 자리잡고 앉았는데, 카톡으로 메시지가 온다. 오늘 '미란다 커'란 친구가 시구한단다. 검색해보니 호주의 모델이다. 반응들이 뜨겁다. 평소 지각하던 선배들이 득달같이 달려온다. 특히 세번째로 도착한 선배는 오자마자 미란다 커를 찾았다. 그러나 그땐 이미 미란다가 시구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날 무렵이었다. 선배는 내가 준 표를 받아 쥐더니 바로 사람들 많은 쪽으로 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집어 든 핸드폰 카메라로 마구 찍어댔다. 미란다가 차타고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사실 시구하러 나올 때 본 미란다는 생각보다 늙어 보였다. 모델 특유의 핏은 참 착한데, 백인 특유의 푸석푸석한 피부가 좀 그랬다. 미리 말해줄걸 그랬나? 어쨌든 그 선배는 사진찍기에 성공했고, 자기를 보기 위해 차창을 내렸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이제 야구는 됐고 집에 가도 된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참고로 이 선배는 잘나가는 변호사다. 모임 사람들이 한명 한명 올 때마다, 난 표를 전달하러 들락날락 거려야 했다. 정작 내가 주장해서 찾은 야구장인데, 4회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도 틈틈히 확인한 스코어는 행복했고 올슨은 대견스러웠다. 


라면은 내무반에서 먹어야 제 맛이고, 치킨은 야구장에서 뜯어야 최고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맥주까지 마시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어제도 그랬다. 마주 보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얘기하는게 더 편하다. 남들은 필드에서 많은 얘기하며 친해진다는데, 난 그게 야구장이다. 게다가 경기도 이겼다. 6연패 뒤 2연승이다. 스크에게서 위닝시리즈를 가져왔다. 올슨이 리그 첫승을 신고했고 최재훈도 맹타를 날렸다. 술이 목구멍 뒤로 꿀꺽꿀꺽 넘어갔다. 


경기 끝나고 가진 뒷풀이는 경기장 밖 좌판에서 이어졌다. 다들 아스팔트 위에 앉아 술마셔 본지 정말 오랜 만이었다. 아마 대부분 학부 시절 이후 처음이었으리라. 경기 내내 이어진 흥겨운 분위기 탓도 있지만, 엉덩이를 타고 전해지는 아스팔트 촉감이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술 마시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제 오늘 밴드에 각자 올린 사진들 중 일부를 올려본다.



올 시즌 홍성흔의 영입을 두고 말이 많았다.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홍성흔이 내야를 본다면 1루인데, 이미 오재원, 최준석이 있다. 연쇄적으로 내야 윤석민, 김동주,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고영민에게도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외야를 본다면 수비력이 치명적이고 경쟁자 역시 넘친다. 지명타자로 세워도 포지션 중복은 마찬가지. 결국 팬들의 반발을 불렀다. 특히 팬들은 롯데 시절 홍성흔의 플레이와 부산 팬들에 대한 립서비스에 상처를 입었더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홍성흔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프로라면 자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니까. 팬들이 자팀 선수들에게 충성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홍성흔이라면 미워할 순 없다. 아마 팬들의 마음은 실연당한 연인이 돌아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있다. 바로 FA 영입을 했음에도 내부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구단이다. 포지션 중복을 각오하고 영입했다면 당연히 후속조치가 있어야 했다. 메이저리그나 NFL을 보면 몇개 구단이 연쇄적으로 트레이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명을 영입하면서 몇명을 내주고 다시 몇명을 받는 팀이 다른 팀에 또 트레이드를 하는. 왜 두산은 5월 전에 그런 트레이드를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최소한 야수 2~3명을 내주더라도 똘똘한 왼손 투수 내지는 솔리드한 선발급을 받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고, 지금은 시기를 놓쳤다. 이 부분은 올 시즌이 마무리 된 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선수의 무능은 한게임을 망치지만, 감독과 프런트의 무능은 한 시즌을 망치는 법이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올 시즌 홍성흔 성적은 준수하다. 6월 13일 현재 타율 2할 8푼 8리로 전체 22위지만, 타점은 37개로 리그 6위다. 클러치 능력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된다. 홈런도 6개로 팀내 1위, 리그 9위다. 이만하면 팀 4번타자로 어색하지 않은 성적이다. 아쉬운건 병살타 갯수와 삼진/볼넷 비율. 병살타는 김상현과 함께 9개로 전체 1위고, 볼넷/삼진 비율은 18/48이다. 어퍼스윙으로 형태로 풀스윙을 하는 스타일인만큼, 삼진을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하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모든걸 떠나 홍성흔은 팀 케미스트리와 정체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홍성흔이 있고 없고는 분명 차이가 있다. 작년까지의 롯데 타선을 보면 기복은 있을지언정 무서웠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고 그 중심에 홍성흔이 있었다. 올 시즌 롯데 관중감소를 두고 왈가왈부 많은데, 홍성흔 없는 롯데 선수단의 무기력증이 어느 정도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두산처럼 감독 카리스마가 약한 팀일수록 팀의 중심은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홍성흔은 허슬플레이의 대명사다. 두산이 '허슬두(Hustle DOO)'라는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갖게 된 것도 홍성흔이 일조했다. 상대팀으로부터 오버맨이라는 비난도 받긴 했지만, 홍성흔은 분명 선수들에게 엔돌핀이었다. 그의 몸짓 하나 세리머니 하나에 선수들의 기가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멘털 스포츠인 야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전력상승 효과다.  

 

홍성흔은 두산에서 데뷔했고 두산에서 은퇴를 할 것이다. 중간에 부산으로 잠시 외도했었지만,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손색이 없다. 홍성흔이 클럽하우스 리더로 있는 동안 우승을 한다면 섭섭했던 팬들의 마음까지 살 수 있지 않을까? 홍성흔도 그걸 잘 알기에 더욱 열성적으로 벤치워머의 역할도 할 것이다. 홍성흔이 클럽하우스 리더로 있는 2016년까지 최소한 우승 한번, 많으면 두번 정도 해줬으면 한다. 그게 허슬두라는 팀 정체성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홍성흔에게도 프랜차이즈 레전드가 될 수 있는 길이다.

 


1. 국가대표 축구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 1-0으로 겨우 승리. 골은 우즈베키스탄이 넣고 승점은 우리가 챙겼다. 이겼다고 경기를 보면서 내내 답답했던 가슴이 풀리는건 아니다. 

2. 두산 야구
SK에게 5-7 패배. 오늘로 6연패째.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못하는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합쳐 놓으면 엉망이다. 마치 눈썹없는 미녀 모나리자 얼굴 같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오후 6시쯤 비가 오길래 내심 우천취소가 되길 바랬었다. 상대투수가 김광현이기도 했지만, 요샌 선발이 좀 던지면 중간이 무너지고, 중간이 괜찮으면 타자들이 죽 쑤기 일쑤였다. 이럴 땐 그저 쉬는게 장땡이다.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돌파구가 안보인다는 점이다. 


오늘은 그렇게 수비를 잘하던 이종욱까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바람이 거세 쉽지 않은 플라이였다고는 하나, 잡아줬어야 했다. 투수가 신인인 이정호를 감안하면 더더욱. 어쨌든 놓쳤고, 선발 이정호를 내리는 빌미가 되었다. 허무하다. 그렇다. 국대 축구는 보는 내내 답답했는데 두산 야구는 보는 내내 허무했다. 어쩌다 이 팀이 이렇게 무너지게 된건지. 네이버 야구 사이트를 안들어간지도 꽤 됐다. 들어가봐야 한숨만 나오는걸... 게다가 내일은 한번도 이겨본 적 없다는 그 무시무시한 수요일이다. 선발이 니퍼트라고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수요일 징크스가 니퍼트의 키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걸...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전해주던가, 아니면 하루쯤 야구를 쉬던가, 한번쯤 쉼표를 찍어주는 것도 좋다. 



잔인한 5월이 끝나면 찬란한 6월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6월의 현실은 냉혹했다. 


지금 6월은 찬란하기는 커녕 야구와 담을 쌓고 싶은 심정이다. 6월 들어 위닝 시리즈 한번 하더니, 엘지엔 어이없지 지고, 삼성에 스윕까지 당했다. 그것도 2연속 끝내기 홈런을 홍상삼이 맞아 가면서. 오늘로 5연패 늪에 빠졌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두산 홈페이지가 엘지 홈페이지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감독교체 성화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 영입 요구까지 나왔다. 막장의 끝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5월 위기는 팀 컬러가 실종되었다는데 있다. 김진욱 감독의 선발야구가 유명무실해지고, 그렇다고 두산의 전통적인 끈끈한 플레이가 살아나지도 못했다. 김진욱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야구를 기대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야구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한다. 야구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욱 감독은 선발야구가 김경문 감독의 불펜야구를 넘어서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5월엔 실패했다. 그리고 6월을 기대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6월도 승패에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징표들일랑 집어 치우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숫자가 주는 의미 보다 숫자 이면의 의지를 읽고 싶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는 법 아닌가. 우선 김진욱 감독이 지향하는 선발야구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걸 꼽을 수 있다. 니퍼트와 노경은 외 5이닝 2실점을 보여준 올슨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앞으로 몸관리를 잘한다면 6~7이닝도 소화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니퍼트, 나이트, 레이예스 등의 리그 특급 외국인 투수와 견줄 순 없다. 그러나 올슨이 앞으로 5~7승만 해준다면, 두산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용찬의 컴백이다. 현재 불펜피칭을 하고 있어 6월 안에는 컴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용찬의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직구가 그리워진다. 유희관도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쳐 불펜에만 두기에 아까운 실정이다. 그것도 삼성 장원삼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빌고 승은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크게 어필한 경기였다. 아마 김진욱 감독도 유희관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연패는 선수단의 힘이 아닌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뭔가 심적 부담을 안고 뛰는게 눈에 보인다. 득점 찬스에서 잔루를 남발하니 스윙도 점점 자신 없어지고, 스윙이 무뎌지니 타점이 주는 빈곤의 악순환인 상태다. 감독부터 화이팅을 외쳐야 한다. 감독이 주눅든 상태니 선수들이 힘이 날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김진욱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발야구가 부활해야 한다. 선발야구가 성과를 거두면 김진욱 감독의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질 것이고, 안정적인 선수단 운용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 김진욱 감독에 대한 진퇴 여부는 시즌 후에 거론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응원으로 선수단의 기를 북돋워줘야 할 타이밍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김선우가 두산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내 주위엔 김선우가 선발인 날엔 직관을 피하겠다는 팬들도 많다. 승패를 떠나서 답답한 투구를 보기 싫어서다. 마운드의 대들보여야 할 써니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팬 입장에서 보면 무뎌진 팔의 각도가 계속 눈에 밟힌다. 오버스로였던 폼이 언제부턴가 쓰리쿼터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사이드암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완만한 각도가 공의 위력을 떨어뜨린건지, 떨어진 공의 위력을 올리기 위해 각도를 내린건지, 그건 알 수 없다. 확실한건 전성기에 비해 팔이 내려갔다는 점이다. 어쨌든 140km가 안되는 직구와 횡으로 벌어지는 변화구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체력도 문제있어 보인다. 올해 가장 많이 던진게 90개였다. 5 2/3이닝이다. 이후 평균 60개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수준으로 보면 맥시멈 6이닝이고 현실적으로 5이닝을 목표로 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선발 목표가 고작 5이닝이라면 불펜에겐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김선우를 불펜으로 내릴 수도 없다. NC 손민한이 선발로 뛸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두산의 고민이다.결국 김선우가 선발인 날엔 불펜이 바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롱릴리프 역할이 중요해진다. 오늘 김상현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처럼. 


[사진 출처 : OSEN]


그렇다고 김선우의 가치를 폄하할 순 없다. 그가 두산에 기여한 바가 크고, 베테랑의 역할을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경험이 투수진에 미치는 영향을 가벼이 볼 수 없다. 다만 노쇠화에 접어든 김선우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 두산 코치진은 해법을 내놔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08년 6승에서 시작해 2011년 16승으로 최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참고로 2012년 6승으로 급감한 뒤 올해 2승 5패 기록 중이다. 


머지 않은 날에 김선우 등판일이 글루미데이가 아닌 써니데이가 되리라 믿는다. 메이저리거는 분명 클래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재응이 제구력으로, 김병현이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각각 4승씩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오늘 경기는 엘지에게 졌다. 3회 박용택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후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준 계투진 덕분에 역전의 발판은 마련했는데, 거기까지 였다. 8회에 정의윤에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를 놓쳐 실점하면서 분위기를 뺐겼다.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한게 아쉽다. 그러나 이제 두산 마운드가 5월의 악몽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전투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내일은 반드시 이겨 현충일 시리즈를 위닝으로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선발은 니퍼트와 신정락이다. 



오늘 잠실 라이벌전이 기대된다고 하자 회사 선배가 말하더라. "엘쥐는 라이벌이 아냐. 앙숙일 뿐이지." 그렇다, 언제부터 엘지가 라이벌이었다고. 우린 그저 앙숙이었을 뿐이다. 한쪽이 지면 한쪽이 이기는 제로섬 게임처럼 엘지는 앙숙일 뿐이다. 라이벌엔 져도 앙숙에 지면 화나는 이유다. 


이번 현충일 시리즈에 더 관심이 모이는건 두 팀이 모두 상승세에 있기 때문이다. 악몽의 5월을 보낸 후 2연승 중인 두산과 최근 5연승 중인 엘지 모두 컨디션 최정점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이번 시리즈의 성패가 양팀의 6월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 게다가 두산은 불과 반게임 차로 엘지에 앞서 있다. 단순한 시리즈가 아닌 이유다. 앙숙전은 기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실력은 두번째이고 기싸움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리드하고 있어도 불안하다. 앙숙전은 분위기가 좌우한다. 점수 차가 몇점이건 간에 분위기가 넘어가면 5점 차든 10점 차든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


오늘 경기는 앙숙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9-7이란 점수가 말해주 듯 박빙이었다. 주키치가 일찍 무너져 게임은 쉽게 흘러갈 듯 보였지만, 앙숙전은 작은 플레이 하나에도 분위기가 넘어가기 쉽다. 도루 하나, 호수비 하나, 뭐 이런 것들이 분위기를 업시킬 수 있고 경기 흐름을 바꾸곤 한다. 그 역할이 오늘은 오지환이었다. 비록 5타수 1안타로 부진했지만, 그 1안타가 필승 계투조로 나온 이재우에게 뽑은 홈런이었다. 등판해서 제구가 잡히기도 전에 맞은 홈런으로 이재우는 안타와 볼넷을 내주고 내려가고 말았고. 베테랑 투수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이 홈런으로 엘지 타선은 살아났고 맹추격의 발판이 되었다. 만약 이재우 뒤를 이어 올라온 홍상삼이 분위기를 셧다운시키지 못했다면 오늘 경기 결과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불어 홍상삼은 비록 실점도 하고 9회 이대형에게 홈런도 맞긴 했지만, 자신감있는 공을 뿌렸다. 특유의 건방구름 잔뜩 낀 표정은 홍상삼이 컨디션이 좋을 때 짓는 표정이다. 그 표정에서 이미 승리를 예감하긴 했다. 


[사진 출처 : OSEN]


타선은 오늘도 뻥뻥 터졌다. 워낙 김진욱 감독이 주키치에 강한 타순을 짜긴 했다. 박건우-민병헌-김현수-홍성흔-오재원-허경민-양의지-김재호의 타순. 특히 오재원은 좌타자임에도 0.786의 가공할 타율을 갖고 있었고, 오늘도 2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결국 주키치는 3이닝 5자책 6실점. 무려 104개를 던졌다. 홈런을 날린 홍성흔, 3안타의 민병헌도 잘했지만, 주목하고 싶은 선수는 김재호다. 손시헌의 백업도 억울한데 허경민에까지 밀리면서 존재감이 미미하긴 했다. 그러나 한풀이라도 하듯 오늘 4안타에 2타점을 올렸다. 타석수가 적긴 하지만 시즌 0.438의 고타율이다. 김재호를 평가할 때, 수비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공격력이 미흡하다고들 한다. 그게 저평가의 원인이 되었고. 아마 올 시즌에도 주전보다 백업으로 나올 날이 훨씬 많을 것이다. FA를 맞는 손시헌에 기회가 더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김재호는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능력이 있고 시즌은 긴 만큼,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분명 돌아갈 것이다. 


내일 선발은 김선우와 우규민이다. 김선우에겐 5이닝 2실점을 기대한다. 그동안 초반 3이닝은 잘 던지다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몰매를 맞기 일쑤였다. 앙숙전인 만큼 초반에 실점할 가능성도 크다. 오늘 막판에 보여준 엘지 공격력을 볼 때 분위기는 내일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규민 역시 긴 이닝을 소화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선발을 내리느냐의 싸움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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