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잠실구장 직관을 세번 했다. 각각 본부석, 내야석, 외야석에서 했는데, 본부석이라고 마냥 좋은건 아니고 외야석이라고 또 무작정 단점만 있는건 아니더라. 나름 위치 별로 장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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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석은 일단 현장감과 안락감이 최고다.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으니 최준석 같은 타자가 들어서면 덩치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넓고 쾌적한 관람환경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와 느낌이 비슷하다.(그렇다고 퍼스트 클래스를 타본건 아니고) 실제 가서 보니 연간회원으로 본부석에서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시간과 돈만 많다면. 내야석은 응원하면서 스트레스 풀기에 적당하다. 개인적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야구응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름관중 속에서 묻혀있다 보면 절로 흥분되고 없던 용기도 내게 된다. 그렇게 목쉬도록 응원하고 집에 오는 길이라면 지더라도 스트레스는 별로 안받게 되더라. 끝으로 외야석. 외야석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보기엔 딱이다. 응원앰프로 시끄럽지 않으면서 한적하게 맥주 한잔 하기에 제격이다. 물론 외야석도 꽉찬 만원경기라면 아니겠지만. 호프집에서 TV로 야구 보는 것보다 야구장에서 캔맥주 마시는게 친구랑 얘기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재미도 훨씬 더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어디로 가느냐 보다 누구와 가느냐다. 어디로 간들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더라. 어제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 8회까지 외야석에서 스탠딩으로 응원했지만 피곤할 줄 모르게 시간이 훅 가버렸다. 안타칠 때마다 친구랑 춤도 추고. 본부석이었다면 꿈도 못 꾸었을 일.



중앙석에서 야구를 본다는건 비행기 1등석에서 여행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탁 트인 뷰도 그렇지만 넓직한 탁자와 옆사람과의 충분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은 꽤 그럴싸 하다. 게다가 일반석에 앉은 사람들을 보면 느끼게 되는 몹쓸 우월감까지. 그도 그럴 것이 그 황금좌석을 구단은 기자 중심으로 제공했고 나머지는 비싼 연간회원으로 채웠으니, 나같이 돈없고 시간 모자란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 뿐. 



그런 중앙석을 후배의 도움으로 한번 가볼 수 있었다. 후배왈 우선 표가 필요없단다. 중앙현관에서 초대한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된다는 것. 후배가 시키는대로 중앙현관에 가니 역시나 이름을 확인하곤 종이띠를 팔목에 채워줬다. 궁금증이 하나 풀리는 순간. 근데 종이띠가 좀 뜬금없긴 했다. 놀이동산도 아닌데 말야. 안으로 들어서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구단 사무실이 보이고 깔끔한 복도가 인상적이다. 일반석과 너무 비교된다고나 할까. 그리고 드디어 들어선 중앙석. 앞으로는 파란 잔디가 내 코앞에 드러누웠다. 선수들 등빨도 실감있게 다가왔다. 뒤로는 중계석. 그날따라 내가 좋아하는 이숭용위원이 해설하고 있었다. 입모양을 보면 뭘 말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한 거리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 하나. 중앙석 전용 도우미 통해 이런저런 커피나 음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더라. 아쉽게도 9회 끝나고야 알게 되었다.


선후배들과 여유롭게 맥주 마시면서 치킨 뜯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마시대 황제와 귀족들이 격투기를 좋아했던건 격투기의 재미를 만끽하기 보다 그들만의 사교클럽을 과시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하는. 일반 국민들과 격리된 공간에서 그들끼리 웃고 떠들며 느끼는건 분명 특권의식이었을게다. 잠실구장 중앙석에서도 꼭 경기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얘기하는 자체가 즐거웠다. 위에 언급했던 몹쓸 우월감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그런가? 경기의 승패는 그리 간절하진 않았다.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 그냥 좋은 사람들과 야구를 함께 본다는 자체가 좋았다. 


경기는 졌다. 시즌 첫 직관하는 날 시즌 첫 패를 당했다. 터벅터벅 걸어나오는데 밤바람이 시렸다. 역시 중앙석이 주는 달콤함도 두산 패배가 주는 쓰라림을 대신해줄 순 없나 보다. 후배는 호기있게 다음에도 중앙석에서 보게 해준단다. 그럼 고맙기야 하지만 부담주긴 싫다. 그리고 야구장에선 다소 불편하더라도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일반석이 아직은 내게 더 맞는 듯 하다. 1등석을 매일 타면 1등석도 이코노미석처럼 느껴질테니. 



1982년, 1995년, 2001년. 두산베어스가 우승한 해다. 


마지막이 2001년이니 그동안 무려 11번이나 우승컵을 다른 팀에 내줬다. 2000년대 후반 SK와의 라이벌전에서 한번은 우승했어야 하는데 그때 못한게 지금까지 흘렀다. 이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동주도 노쇠해 가고, 김선우도 어딘지 예전의 모습은 아닌만큼, 이들이 은퇴하기 전에 한번쯤은 더 우승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우승의 해가 올해가 되었으면 하는게 모든 두팬들의 심정이겠으나. 글쎄 일단 올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4강권의 전력에 겨우 턱걸이 하는게 두산의 전력이지 싶다. 


1. 투수진

우선 가장 중요한 투수력에 물음표가 너무 많다. 선발진은 니퍼트, 김선우, 노경은을 제외하곤 애매하다. 이용찬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고 올슨은 아직 시범경기에 등판하지도 않았다. 의외로 구위가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불펜 투구는 의미없다. 결국 이용찬과 올슨이 물음표를 지우기 전에 니퍼트와 김선우, 노경은이 최소한 작년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주야 한다. 중간계투진은 유희관, 윤명준, 이혜천, 변진수, 이재우, 정재훈, 김강률 등이 버티고 있고 마무리는 홍상삼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홍상삼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만큼 김강률의 마무리 카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홍상삼의 구위 회복이 열쇠고 그 해결에 따라 중간계투진의 성패도 갈릴 것이다. 전체적으로 투수진은 B+.


2. 야수진

두산 야수진을 두고 흔히들 행복한 고민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행복한 고민 역시 고민이다. 두산의 문제는 너무 많은 자원으로 인한 경쟁피로도다. 내외야 모두 중복되는 자원이 넘친다. 베스트 9을 1루 김동주, 2루 오재원, 3루수 허경민, 유격수 손시헌, 포수 양의지, 중견수 이종욱,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정수빈, 지명 홍성흔으로 봤을 때, 고영민, 김재호, 최재훈, 최준석, 민병헌, 최주환, 이원석, 윤석민, 임재철, 김인태,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 등은 벤치에 있거나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건 좋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군 혹은 주전이 될 확률이 희박하다면 그건 고문에 가깝다. 희망고문은 의욕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야수진은 A-.


결국 두산은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강화가 답이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야수진을 정리하고 새로운 투수진을 확보하는게 필요하다. 다소 손해를 본다 할지라도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고 야수진의 경쟁도를 다소 낮춰야 한다. 그 대상은 결국 주전 경쟁에서 밀린 1.5군 선수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기나 긴 페넌트 레이스의 승자는 어느 팀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빨리 바꾸는가에 달렸다. 


또한 홍성흔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산의 케미스트리를 긍정의 힘으로 바꿔줄 그의 영입은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나 역시 그의 영입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모든걸 말해야 한다. 홍성흔이 롯데시절 못지 않은 성적으로 팀 케미스트리 선봉에 설 경우 두산은 분명 작년과는 다른 팀으로 성장할 것이다.


예상 : 정규시즌 4위, 포스트시즌 2위

희망 : 정규시즌 2위, 포스트시즌 1위(제발 올해는 우승하길!!!)



Proctor comes in, Enemy gets out.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와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드디어 하키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챔피언결정전을 일본 사정상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불상사없이 잘 치르고 또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올해 우승한다면 3연속 우승인데 하키 불모지인 한국으로선 대단한 일이죠. 더불어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관심도 높아졌음 합니다.

나름 일찍 경기장을 찾았는데, 티켓사려는 줄이 꽤 길더군요. 거의 20분 정도 서서 샀던 것 같은데요. 짜증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하키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 경기장 안에는 당연히 매진으로 복도까지 앉아있는 상황이었구요. 우모는 자리 하나에 아기곰을 안고 지켜봤습니다. 개막전 행사는 그럭저럭 괜챦았으나 좀더 안양한라의 역사를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안양한라의 역사가 하키의 역사이기에... 개인적으론 재작년 우승순간도 큰 화면에서 봤다면 훨씬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개막전에 약한 징크스 떄문에 걱정은 했지만,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잘 마무리지었습니다. 1피리어드에 3득점 성공시키며 완승하는가 싶었는데, 왠걸 2피리어드에 3실점해서 역시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구나 했네요. 특히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리바운드를 내줘 먹은 골은 쫌 열받았습니다. 다행히 연장전에서 정병천의 골로 이기긴 했습니다만... 쿨럭~ 베스트 선수는 라던스키를 꼽고 싶구요. 새로운 외국인 선수 잭맨도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알렉스킴은 역시나 스틱웍이 한수위임을 보여줬는데 수비가담률에서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박우상, 송동환 등의 해외진출로 국내파들의 무게감이 떨어진건 사실이나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리란 기대는 해봅니다.

참 하이원으로 이적한 이유원은 여전히 민첩하더군요. 응원단도 많이 오고.. 중간에 이돈구와 마찰이 있긴 했지만 하키에서는 일상다반사입니다. 어쨌든 반가웠습니다.


두산팬 친구와 넥센전 잠실을 찾았습니다. 바빠서 사실 가기는 쉽지 않았으나, 넥센과의 첫 날 경기 관중석을 보니 가야겠다 싶었더랬죠. 달감독님의 사퇴로 분위기 다운되고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나, 팬들마저 의기소침하면 안되거든요. 이런 바램들이 모아졌는지 어쨌든 이겼습니다. 수훈선수는 승리투수인 이용찬,3점홈런 날린 장돈건이었네요. 

경기는 한 이닝 9점을 뽑은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였는데, 근래 보기드문 화끈한 불방망이쇼였습니다. 덕분에 여유있게 맥주마시며 직관했구요. 친구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선수는 김강률이었네요. 얘기로만 들었는데 고교 4대천왕으로 불릴만 하더군요. 큰키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꽤나 묵직했습니다. 시속 150km까지는 봤구요. 왠만하면 145km 이상을 던지더이다. 위기관리능력도 갖추어서 잘만 키우면 선발감으로 괜챦지 싶습니다. 이번엔 제발 마운드에서 화수분이 탄생했으면 하네요. 

두산은 올 시즌 내내 위기일겁니다. 외부환경이 너무 안좋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봐야 할겁니다. 올 시즌... 머리로는 기대가 안되지만, 가슴으로도 포기가 안되네요. 어쨌든 닥치고 V4!

덧글...
김재호 응원가 참 신나더군요. 오종학 작품 중에 이종욱 다음으로 좋습니다. 근데 응원가가 아무리 좋아도 ㅋㅋ가 출전안하면 응원가는...? 이제 우리 ㅋㅋ만 잘하면 됩니다.
 
 

인터넷에 두산코칭스탭을 두고 말들 참 많습니다. '누구를 1군에 올려라', '누구를 내려라' 등 각자가 감독이 되어 이러콩 저러쿵 훈수두려 합니다. 물론 다 베어스팬들이고 두산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건 알지만요. 그런 글 읽을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팀 내부의 사정을 감독, 코치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지식의 양과는 상관없는 직접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코칭스탭의 결정이라면 믿고 따라주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특히나 최근 두산의 부진이 외부악재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에 기인한 결과이기에, 따끔한 질책보다는 따뜻한 포옹이 더 절실한 때입니다.

이번주는 전반적으로 우울했습니다. 라이벌전에서 밀렸구요. 한화와의 첫 경기도 직관갔었는데 패했고, 한화전도 위닝시리즈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그닥 실망스럽지는 않은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듯 보여서요. 금주 마지막 경기에서 어쨌거나 역전승으로 힘겹게 연패를 탈출했습니다. 병살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참 신기하구요. 상삼이가 퀄리티를 기록했다는 것도 대견스럽습니다. 거기에 외부악재에 대한 후유증이 서서히 씻겨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네요. 물론 상당 기간 이로 인한 비아냥은 들어야 할겁니다만... 에혀... 고인도 불쌍하고 태훈이도 안타깝네요. 

이효봉 해설위원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인간적인 해설위원이더군요. 핵심도 잘 짚을 뿐만 아니라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게 느껴집니다. 하일성이 시원한 효자손이고, 이순철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이효봉은 따뜻한 손수건 같다고나 할까요? 들으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두산 최고 라이벌들과의 일전이 펼쳐집니다. 스크(원정)와 싸대기(홈)를 연달아 만나네요. 오늘 시작한 반전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 위해선 다음주 선전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2승이나마 건질까 싶지만, 감히 4승을 예상... 아니 기대해봅니다. 젭알...!

덧글...
싸대기 3연전의 첫 금요일 경기 직관할까 하는데, 직관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되네요. ㅜㅜ


예전 회사 동기들과 한화전 직관갔더랬죠.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제목처럼 졌구요. 제목처럼 짜릿했습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늘 반전의 씨앗은 자라고 있었죠. 그 씨앗은 폭풍처럼 성장했고, 결국 곰을 잡아 먹었습니다. 허탈했구요. 동기들과 아쉬움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아, 동기들중 한명은 lg팬이었는데 그날부터 두산팬으로 돌아섰네요. 왜 그랬을까요?

한화의 공격 참 무섭더군요. 장성호, 최진행, 정원석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파괴력도 상당하고, 덕아웃 분위기도 센 기가 느껴지더이다. 한편 한화가 세컨팀이기에 기쁘기도 했죠. 하지만 상대가 두산이다보니 우울하네요. 두산도 빨리 원기를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죠.

경기가 워낙 짜릿하다보니 늦게 끝났습니다. 덕분에 맥주한잔 못하고 다들 헤어졌는데요. 영화나 야구는 복기하는 자리가 때론 더 재밌고 유익한데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들 재밌었고 간만에 맘껏 소리질러 행복했다고 하네요. 저도 그랬답니다.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재미, 참 쏠쏠하네요.

덧글...
그나저나 구름관중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분위기 안좋은데도 몰려드는거 보면, 두산야구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층도 많이 두터워진것 같습니다.


금요일엔 두산팬들과 TV 직관하고, 토요일엔 집관하고, 일요일엔 아예 야구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뇌라는게 자활능력 혹은 위기대처능력을 갖고있어 더 이상 봤다가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듯 하니 스스로 관심분야를 바꿔버리더군요. 간만에 나가수와 1박 2일을 보며 바보상자에 고마워했습니다. 그래 이런거라도 있어야 내가 숨을 쉬지...

결과를 보니 또 아쉽게 졌네요. 경기는 못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또 삼성한테 1점차로 졌다는게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네요. 이렇게 익숙해져가는 패배에 한주에 1승씩이라도 챙기는게 어디냐 하는 맘이,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인생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면 사람사는 맛이 닝닝하겠죠. 발라드의 신 김연우도 떨어지는 마당에 두산이라고 용빼는 재주 있을까요? (근데 김연우는 예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재범, BMK, YB가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죠.) 그냥 그렇게 쿨하게 받아들이고 또 내일을 기대하면 되겠죠. 아, 내일은 야구가 없군요. 이젠 날짜까지... 차라리 없는 날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주는 lg와 한화전입니다. 둘다 잠실이지만 lg는 원정입니다. 상대를 고려해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맞을시 두산팬들의 인내력은 한계에 달할 듯 싶네요. 지금까지 자존심에 스크래치난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래도 두산팬들은 뚝배기같이 기다려 줄겁니다. 늘 그래왔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6월 첫 주말에 펼쳐지는 삼성전이 기다려집니다. 그래도 싸대기동맹인데 2승 1무로 갚아줘야 되지 않을까요? 으드득...


이번 한화전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부정적인 면은 일단 1승 2패로 밀렸구요. 1,110일만에 처음으로 5위를 했다네요. 그리고 간만에 5할 승부 밑으로 떨어졌구요. 니에베가 또 선발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두산이 몰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골프로 치면 OB를 범한 후 날린 공이 벙커에 빠진 격이네요.

그러나 우모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우선 지금의 부진은 전력의 하락세라기보다 투타의 언발란스로 인한 침체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안되지만, 어느 팀이나 이런 시기는 겪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그 기간을 줄이느냐의 문제죠. 몇해 전 조범현감독은 시즌 내내 6선발체제를 꿋꿋하게 지키며 우승을 일궈낸 바 있습니다. 팬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으면서 선발야구를 고집했었죠. 그 뚝심은 정말 인정해줘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야구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배짱이면 믿고 맡길 만 하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달감독님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이용찬을 선발로 키워보겠다는 마음씨가 느껴지거든요. 롱릴리프였던 이용찬을 덕아웃에서 나와 박수쳐주며 맞아주던 일, 좀 더 쓰고 싶겠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내려주는 모습 등은 앞으로 이용찬이 좀더 화이팅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봅니다. 이런 모습이 쌓여 지금은 어렵지만 분위기만 반전되면 빛을 발할 수 있게 될거구요.
그리고 두산은 니퍼트와 김선우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용찬이 선발의 한 축을 어느 정도 메워주리라 기대하고 있구요. 노경은과 니에베만 받쳐주고 임태훈이 올라온다면 투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타격은 현재 문제가 있으나, 워낙 부침이 심한 것이 방망이인지라 언젠가는 부담감을 떨치고 제 실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입니다. 5월에 어떻게든 +3 정도는 만들어야 할텐데 여정이 쉬워보이진 않네요.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을 묵묵히 지켜볼랍니다.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뚝심은 갖고 있으니까요.

덧글...
화요일 경기 직관했습니다. 다행히 이겼더랬죠. 아직 밤날씨는 바람으로 쌀쌀했는데 관중 많이 오셨더군요. 한화의 8회 육성응원 손발이 오글거리면서도 멋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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