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5월의 마지막 날. 에이스 니퍼트가 올라왔는데도 졌다. 4연패다. 날개없는 곰은 수직낙하를 계속 했고, 상위권 팀들 보다 하위권 팀들이 더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6월이 왔다. 상대는 1위팀 넥센. 물량공세로 겨우 한게임 잡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경기는 넥센의 벤 헤켄을 유희관이 넉아웃시키면서 2연승을 달렸다. 5월의 악몽이 6월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6월의 시작은 찬란했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홍성흔이 얘기했단다. 두산 선수들에겐 5월 트라우마가 있다고. 맞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5월은 내리막을 타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두산 팬들이 언급하기 꺼려하는 그 사건 이후, 두산은 거짓말처럼 내리막길로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시즌을 5위로 마감했더랬지. 그리고 2011년 어린이 날 LG에 4-12로 대패하면서 김경문 감독이 사퇴하기도 했다. 당연히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그래도 오월동주라는 말처럼 5월이면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두목곰도 있었는데, 그 역시 완연한 노쇠화 분위기다. 


어쨌든 올해도 5월은 우울한 분위기로 마감했다. 9승 15패. 외견상 완전 망조는 아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선발과 불펜진이 무너진 최악이었다. 그나마 버텨준건 니퍼트와 노경은 뿐, 김선우, 김상현, 올슨은 사라졌고, 땜방 선발들은 버티기에 한계를 노출했다. 믿었던 미스터 제로 오현택도 몇차례 블론 세이브를 승을 날렸다. 중간에서 과부하 걸렸던 탓이다. 특히 SK에게 당한 10점차 역전패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정한 멘붕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이른바 508참사의 후유증으로 투수진들은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6월엔 올슨이 일단 올라왔고, 이용찬도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처음부터 작년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긴 어렵겠지만, 두산으로선 희망가를 부를 만 하다. 손시헌도 컴백한단다. 허경민과 김재호가 잘 막아주긴 했지만, 손시헌의 안정감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예전의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이종욱도 타격감이 살아났고, 윤석민도 홈런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건 기계의 안타. 이번주 내내 안타 1개 밖에 생산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안타를 뽑아내면서 부진탈출을 예고했다. 특히 덕아웃에서 이종우과 껴안으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은 컨디션 좋은 기계를 기대케 한다. 


다음 주가 또 하나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5연승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LG와 주초에, 1위 팀 삼성과는 주말에 만나기 때문. 5월과 다른 6월 분위기를 이어 나가려면 다음주 최소 3승 나아가 4승은 따내야 한다. 모두 어웨이로 치러진다. 



두산에서 왼손 투수는 귀하다. 누구 말대로 수맥 때문인진 몰라도 좋은 자원이 들어와도 잘 터지지 않는게 왼손 투수다. 윤석환 이후 임팩트 있는 왼손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팀의 평균 정도만 해줘도 좋으련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뽑아도 오른손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에서도 왼손 투수는 예외인가 보다.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왼손 투수는 주요 선수만 정리해도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남아있는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활약하고 있는 선수도 드물다. 유희관, 정대현 뿐이다. 개인적으로 장민익과 이현호는 아직 기대가 크다. 특히 이현호는 류현진 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는데, 어이없이 개에 물려 재활치료하는거 보면 수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이현호는 현재 상무에 있다.  


2003년 : 전병두(2차 1R)

2005년 : 조현근(2차 2R), 금민철(2차 4R)

2006년 : 남윤희(1차)

2008년 : 진야곱(1차)

2009년 : 유희관(2차 6R)

2010년 : 장민익(1R), 정대현(3R)

2011년 : 이현호(2R)


외부 수혈도 상황은 비슷하다. 채상병을 주고 데려온 지승민은 삼성 시절 권혁 다음으로 구질이 좋았지만, 간염 여파로 방출되었다. 금민철에 10억을 얹어 받았던 이현승도 2009년 전반기까지만 활약하고 2011년까지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 세데뇨는 KBO 사상 처음으로 산업 연수생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육성형 외국인 선수였고,  트위터리안으로 인기를 모았던 니코스키도 평작 이상의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왈론드도 비슷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실연의 상처로 부진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프로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고교야구도 아닌데.. 어쨌든 왈룐드는 그나마 포스트 시즌에서 미들맨으로 꽤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다. 가장 괜찮았던 외국인 선수는 레스였다. 2001년 기아에서 퇴출된 레스는 두산에서 202이닝을 던지고 16승을 거줬다. 2003년 요미우리로 갔다 돌아온 2004년에도 17승을 거둬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 다시 라쿠텐으로 갔다가 2008년 컴백했지만 3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을 올리곤 가족 건강문제로 시즌 중간에 떠나 버렸다. 



현재로선 이혜천이 왼손의 주축돌이 되어야 맞다. 그러나 이혜천은 만성적인 제구력 불안이 치명적이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일본에서 컴백한 2011년 시범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더랬다. 드디어 우리도 제대로 된 왼손 파이어볼러 가져보나 엄청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1승 4패 방어율 6.45. 역시나 이혜천의 제구력은 일본 유학으로도 교정되지 않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는 악습은 여전했다. 팬들의 원성은 63빌딩 보다 높았고 만리장성 보다 길었다. 


또 한명 해줘야 할 왼손 투수는 괜찮은 마무리 스콧 프록터를 포기하고 데려온 게릿 올슨이다. 최소 프록터, 최대 게리 레스 정도의 기대치였는데, 현재 스탯은 수염 난 이혜천이다. 구위는 그렇다 치고, 한계투구가 60개 정도라는게 실망스럽다. 당연히 두산 스카우터의 책임이다. 주로 중간에서 던졌던 선수를 선발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본 건 대체 어떤 근거였는지 묻고 싶다. 그저 아직 한국 무대에 적응 중이라는 미신 섞인 희망을 가져볼 뿐이다. 벌써 시즌이 6월인데도. 그리고 남는 선수는 정대현, 원용묵, 김창훈 정도다. 기대 보다 성장이 더디다. 정대현은 묵직한 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원용묵도 마찬가지. 한화에서 이적한 김창훈도 지금은 원포인트 릴리프지만, 사실 북일고 시절엔 첫 손에 꼽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팬으로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진 않다. 군 복무 중인 이현승과 이현호, 장민익이 있다.  이젠 노망주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진야곱도 대기하고 있다. '굿바이 홈런'의 배경 원주고 출신 함덕주도 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잠룡들이 이천에서 박박 기고 있을거라 믿는다. 이들이 왼손 투수들의 무덤인 두산 마운드에서 랜디 존슨 같은 대투수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연승이 사라지고 연패가 계속 되면 슬럼프라고 한다.

팀이 중심을 못잡고 팀 컬러를 잃어버리면 위기라고 한다.

 

지금 두산은 위기다. 단순히 몇 경기 패배했다고 위기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최근 두산의 팀 컬러가 실종되었기 때문에 위기라고 보는 것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끈끈한 팀웍을 바탕으로 허슬플레이와 창의적인 발야구를 해왔다. 그것은 보수적이기 보다 도전적인 팀 운영을 의미한다. 흔히 하는 말로 빅볼 팀이라고 하면 KBO에서 두산과 롯데 외에는 딱히 꼽을 팀이 없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의 개인 역량으로 빅볼의 롯데를 만들었지만, 두산은 팀 컬러 자체가 빅볼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빅볼이라 할 만한 팀이 없다. 두산 고유의 팀 컬러가 사라진게 가장 큰 이유다.

 

현재 두산의 팀 컬러는 무엇인가?

누구든 대답을 주저한다. 딱히 뭐라 정의할 수 없다. 선수들 면면은 훌륭한데 모아 놓으면 뭔가 애매하다. 투수를 선발, 중간, 마무리로 구분한다면 선발 니퍼트와 노경은, 중간 유희관을 제외하곤 주축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선발야구도 아니고 불펜야구도 아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무너졌다. 타선도 과거 우동수급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구단보다 화력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전성기의 김동주를 지금 김동주도 홍성흔도 최준석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우즈도 없다. 창의적인 주루 플레이는 오재원과 정수빈이 전담하고 있지만, 2000년대 후반 고영민의 변태 스타일을 따라가긴 어렵다. 수비는 이종욱으로 대표하는 허슬플레이를 정수빈과 허경민이 이어 받았지만, 아직 두산 기대치를 넘어서진 못한다.

 

[이미지 출처 : 최훈 카툰]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두 말 할 것 없이 김진욱 감독이다. 감독은 야구를 디자인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성적이 안좋아서인지 팀 내부 분위기를 두고 여러 말들이 들린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부풀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건 김진욱 감독이 홍성흔을 통해 팀 분위기를 일신하겠다고 했던 점이다. 이 얘기는 두가지 팩트를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작년 선수단 분위기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 또 하나는 감독 스스로가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 어쨌든 홍성흔이란 특출난 선수가 있어야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다는건 감독으로서 불행한 일이다. 톺아 보면 김진욱 감독 취임 당시 선수단 분위기는 환영 일색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김진욱 감독의 온화한 성품이 한몫 했을거고, 김경문 감독의 카리스마에 물린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약한 감독에게 필요한건 선수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인데, 아쉽게도 김진욱 감독은 이를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2가지를 꼽는다.

 

여기서부터는 어설픈 추정이므로 문단을 바꿔서 적기로 하자.

 

우선 극심한 경쟁 피로도다. 내외야는 3팀으로 나눠도 될 정도로 뎁스가 깊다. 그러나 야구는 어차피 9명만이 그라운드에 설 수 있고, 긴 페넌트 레이스를 감안해도 현재 선수층은 지나치게 두텁다. 이건 경기에 나가지 못하거나 1군에 오르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의욕저하를 가져다 준다는걸 의미한다. 자칫 개개인의 의욕저하가 좌절감으로 빠질 경우 선수단에 번지는 영향 또한 가볍지 않을 것이다. 트레이드가 필요한데 이마저도 실기한 느낌이다.

 

또 하나는 납득할 수 없는 투수진 운영이다. 타임 횟수를 착각해 투수 교체를 당했던건 애교로 치자. 최근 2군에서 올라 온 투수가 부진한 투구를 하자 교체 없이 계속 던지게 한 후, 다음 날 바로 2군으로 내린 적이 있었다. 여유 없는 불펜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겠지만, 이로 인해 그 투수가 받았을 심정은 어땠을까. 그걸 본 다른 투수들은 감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설픈 추정이므로 진위 여부를 따질 순 없지만,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소실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투수들을 한낱 부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감독에게 누가 충성을 하겠는가. 추정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그렇다면 김진욱 감독은 물러나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고 미숙한 운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즌 중 감독교체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건 팬들 화풀이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성적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그렇게 했던 팀들의 운명을 우리는 익히 봐왔다. 두산까지 그런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시즌 중에 교체하더라도 감독대행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팬들도 조금은 인내심을 갖고 응원해야 한다. 구단에 바라는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요한 희생양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지금 두산에게 필요한건 모멘텀이다. 근원지가 감독이건 선수건 팬들이건 모멘텀이 필요하다. 현재 두산 멤버는 우승을 노리기에 손색없는 수준이므로 뭔가 반전의 계기만 주어진다면 분명 반등은 할 것이다. 다만 모멘텀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지속하느냐가 핵심이며, 이에 따라 김진욱 감독의 성패와 두산 팀컬러의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찬규의 물벼락 세리머니가 야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은 인터뷰 중인 정의윤을 향해 날린 임찬규의 물벼락이 정인영 아나운서에게도 꽂히면서 시작되었다. 그간 이런 세리머니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물벼락 맞은 아나운서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넷심도 무례한 임찬규를 용서치 않았고, 임찬규에 대한 비난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방송사와 야구 관계자들의 자존심 대결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KBS N PD의 야구계 비하, 인성 논란에 대응한 이종렬 코치와 김정준 위원의 분노, 그리고 선수협의 사과문까지.

 

이 시끄러운 논란 이면에는 야구계와 미디어 간의 내재된 권력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와 미디어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다. 본능적으로 미디어는 스타를 만들고, 스포츠 스타는 관중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다시 방송사의 광고수입으로 직결되는 순환구조다. 그러나 이런 공생관계에도 권력관계는 생길 수 밖에 없다. 미디어의 관심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지는 비인기종목의 경우 미디어는 슈퍼갑이지만, 인기종목인 경우, 특히 야구 같은 국민스포츠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라운드 현장이 미디어에 제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하고, 오히려 미디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파워를 가진건 국내 스포츠에서 야구가 유일하다.

 

사실 구성원들의 면면도 태생적으로 다르다. 미디어 종사자들과 달리, 한국에서 야구선수란 학창 시절에 학업을 반쯤 포기했다는걸 의미한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미국을 쫓아 주말리그를 운영한다고 하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결국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이질적인 집단이 모이다 보니 잡음이 없을리 없다. 그동안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임찬규 사건은 어쩌면 이 두 집단 간에 그동안 나이브하게 유지되어 온 공생관계가 팽팽한 긴장관계로 재조정 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또 일정 부분 그런 긴장이 필요하다. 언론의 사명은 팩트 전달과 비판인데, 스포츠 쪽은 그 부분이 상당히 취약했던게 사실이기 때문. 이제 스포츠 업계에도 본격적인 스포츠 저널리즘이 작동하길 바란다. 더불어 민폐 끼치는 세리머니도 자중했으면 한다. 

 


2012년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프록터. 작년 마무리로서 프록터의 경험은 훌륭했다. 그렇지만 나이 때문인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프록터를 교체한다면 대체자원을 누굴 넣어야 할 것인가. 시즌 전 김진욱감독은 서슴없이 홍상삼을 지목했다. 구위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배짱으로 보나 홍상삼을 능가할 만한 마무리는 찾기 힘들었기 떄문. 그러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한마디로 낙제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위권에서 주춤대고 있는 두산 부활의 핵심은 홍상삼이다. 홍상삼이 살아나지 않으면 두산 성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우승대에 오르긴 힘들다. 페넌트 레이스는 선발이 강해야 롱런하지만, 단기 포스트 시즌은 마무리가 강한 팀이 우승 열쇠를 쥐기 때문이다. 포스트 시즌의  예상 상대인 삼성, 넥센은 오승환과 손승락이라는 불세출의 마무리가 버티고 있다. 이름값으로도 국내 최고의 마무리들이다. 이에 맞서려면 아무래도 홍상삼 정도는 되어야 붙어볼 수 있다. 마무리 홍상삼의 구위 회복이 옵션 아닌 필수조건인 이유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우선 홍상삼의 장점은 묵직한 직구다. 140km 후반대를 넘나드는 직구가 코너웍을 갖추면 알고도 치기 어려운게 홍상삼의 직구다. 그리고 투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날리는 130km 초반대의 포크볼 역시 국내 최고 수준. 이 두가지 만으로도 어느 정도 명함을 내밀 수 있지만 홍상삼은 간간히 커브와 슬라이더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무기도 보유했다. 또 하나 빼놀을 수 없는 장점은 홍상삼의 똘끼다. 충암고 시절부터 알아줬던 똘끼는 야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사하기도 했다.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플라이를 잡지 못한 동료 우익수에 날린 비난과 우승을 앞두고 덕아웃에서 펼친 짱구의 울라울라춤. 이 장면으로 적지 않은 안티팬도 거느리게 되었지만,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만약 홍상삼이 마무리 역할을 제대로 해 줄 경우 두산 마운드는 얼마나 높아질까? 적어도 삼성에 필적할 만한 파워는 가질 것이다. 선발이 5~6이닝을 소화해 줄 경우, 계투조로 좌완 유희관, 언더 변진수, 기교파 정재훈, 그리고 정통파 김강률을 적절히 섞어 쓸 수 있다. 김진욱감독이 다양한 카드를 들고 상대와 패싸움이 가능해 진다는 얘기다.그리고 필승카드로 오현택을 내세우고 홍상삼으로 경기를 매조지하면 환상 라인업이 완성된다. 특히 불펜 핵심인 JOY라인(정재훈, 오현택, 유희관) 중 정재훈을 재외한 나머지는 큰 경기 경험이 일천한 상태라, 마무리 홍상삼은 대체불가한 자원일 수 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선 자기 공을 제대로 뿌릴 수 있는 경험과 담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다행히 최근 홍상삼의 자신감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스로 신이 나야 잘 던지는 신명투수인데, 최근 신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투수관리를 잘해주는 김진욱감독이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서 부터 구위를 회복하고 마무리에 서서히 진입한다면 분명 두산의 시즌 전망은 밝아질 것이다. 홍상삼의 마무리 안착이 성공하고 12년 만의 우승가도엔 청신호도 켜지길 기대한다.



21승 1무 16패, 승률 0.568 3위

팀 타율 0.289 1위, 홈런 25개 3위

팀 방어율 4.59 7위, 에러 25개 4위


이상은 두산의 현재 성적표다. 3위를 달리고 있으니 나쁘진 않아 보인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러나 한꺼풀 들여다 보면 입원해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사는 말한다. "이대로 며칠 더 버티다간 수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빨리 입원수속 밟으시죠." 현재 두산의 진단결과다. 


두산의 문제는 투수력이 펑크났다는 점이다. 벌써 5월에만 기록적인 대패를 세번 당했다. SK에게 10점차 리드에서 역전당한 508 참사와 NC에게 17실점을 당한 치욕과 한화에게 14실점을 허용한 것, 모두 투수진의 책임이다. 게다가 NC와 한화는 올 시즌 최약체 팀들이고, SK는 전성기가 지났다. 단순한 패배 이상의 무게감을 갖는 성적표다. 


왜 갑자기 두산 투수진이 무너졌을까? 우선 선발진 붕괴가 가장 크다. 현재 두산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 뿐이다. 김선우, 노경은은 기대 이하의 컨디션이고, 이용찬, 올슨은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김선우도 현재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실질적인 로테이션은 니퍼트-노경은-땜방-땜방-땜방인 상황이다. 과거 리오스-랜들-비-비-비 였던 때가 있었다. 요샌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앞에서 6이닝을 먹어줘야 할 선발이 이 모양이니 중간은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대체자원으로 올라온 선수가 유희관, 이혜천, 이정호 등인데 깜짝선발은 뎁스 확인에는 좋을지 모르나 성적으로 크게 재미보긴 어려운 법이다. 유희관을 제외하곤 노출이 덜됐던 이정호와 들쑥날쑥 제구력의 이혜천은 이미 한차례 이상씩 탈탈 털린 상태다. 중요한건 앞으로도 쉽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올슨이 복귀를 한다 해도 이용찬과 김선우는 여전히 물음표다. 노경은은 작년의 노경은이 아니다. 결국 땜방으로 6월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계산. 유희관은 좌완 희소성으로 선발 전업하긴 어렵고, 시즌 전 선발로 점찍었던 이재우도 부상이고, 김상현은 커브 외엔 주무기가 없고, 이정호는 경험이 일천하다. 그렇다고 2군에서 올릴 자원도 마땅치 않은 상태. 서동환, 정대현, 임태훈, 김명성, 안규영 등은 1군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시작도 못한 상태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시계바늘을 잠시 2011년으로 돌려보자. 김진욱감독이 취임하던 해 던진 화두가 바로 선발야구다.  김진욱감독과 전임 김경문감독의 스타일을 가르는 지점에 선발야구와 불펜야구가 서 있다. 김경문감독의 불펜야구는 일단 리드를 잡으면 필승 계투진 투입으로 승리를 지켜내지만, 매경기 4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불펜진 과부하가 부작용이다. 현재 임태훈이 겪는 허리통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김진욱감독의 선발야구는 그간 취약했던 국내 선발진을 키워 10년의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 실제로 김진욱감독은 마무리 이용찬을 선발로 성공시키고 노경은을 국대급 선발로 키워내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김진욱감독에게 올 시즌 첫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김진욱감독이 취임한 2011년 이래 이렇게 선발야구가 무너진건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김진욱감독의 마운드 운영능력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김진욱감독 스스로 밝혔 듯이 5월 혹은 길게는 6월까지 버티는 달이 될 것이다. 주축투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어야 하는데, 그 운영의 묘는 김진욱감독과 정명원코치의 몫이다. 다행히 홍성흔을 중심으로 한 극강의 타력이 있어 아주 실망스런 결과를 보이진 않겠지만, 5할 이상의 승률을 쌓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남은 5월 일정인 넥센-휴식-롯데-넥센에서는 6~7승. 6월 일정인 LG-삼성-SK-휴식-롯데-한화-기아-NC에서는 12~13승 정도 올려야 하반기 반격이 가능할 것이다. 김진욱감독의 버티기 묘수를 기대해 본다.



두산 역사에 빛나는 승리 하나, 507 대첩

두산 역사에 감추고픈 치욕 하나, 508 참사.


10점차로 이기고 있다 9회말 끝내기 역전패 당한 믿지 못할 경기가 오늘 일어났다. 그것도 숙적 SK를 상대로 말이다.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어떻게 두산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화가 나지만, 사실 되짚어 보면 위기의 징후는 계속 있어 왔다. 투수진이 붕괴된 경고등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애써 묻어왔을 뿐이다. 


현재 두산은 강팀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4월까지는 그랬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우리 모두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 우선 어제까지 두산 승률이 6할이 넘는다? 그러나 좋아할 것 없다. 리그에 2할대 승률 팀이 두팀이나 있다. 이 팀을 제외하면 5할 언저리에 있었을 것이다. 뎁스가 두텁다? 물론 남부럽지 않은 뎁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야구장에 올라오는 선수는 9명 뿐이다. 뎁스는 장기 레이스에선 위력을 발하지만, 단기 레이스에선 다른 얘기다. 두산이 가을야구에는 꾸준히 참가하지만 주인공이 못되는 이유다. 팀 방어율이 어제 기준 3.48로 전체 1위다? 하지만 5선발 제대로 돌려보지도 못했고 계투진도 시즌 전 계획과 완전히 뒤틀려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선발진 중 그나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선수는 니퍼트와 김선우 뿐이다. 이정호, 김상현, 유희관, 이재우 등은 모두 계획에 없던 '플랜 B' 였다. 예쁘게 포장하면 화수분이지만 거칠게 폄하하면 잇몸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두산이 우승을 원한다면 투수 보강은 필수조건이다. 투수 보강을 하려면 트레이드가 유일무이한 답이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구단과 커피감독은 과감하게 트레이드 추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군입대할 선수들을 거론하며 모두 아쉬운 자원들이라고 보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건 핑계다. 아깝지 않은 자원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내 새끼 같은데 누군들 보내고 싶겠는가. 그러나 프로야구는 아마와 달리 비즈니스다. 주가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꺼리는건 일종의 배임일 뿐. 


그저께 기아와 SK는 김상현과 송은범을 교환했다. 대부분 SK가 패자라고 평했다. 아니다. 패자는 기아와 SK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패자다. 두 팀의 전력상승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하니까. 특히나 가을야구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은 두 팀인 만큼 실질적인 데미지는 두산과 삼성, 넥센일 것이다. 벌써 두산은 어제 김상현에게 카운터 펀치를 맞은 바 있다. 이제 두산도 좀 더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설 때다. 현재의 투수진은 4강권일 뿐 우승권은 분명 아니다. 이용찬과 올슨이 컴백한다 해도 트레이드 필요성은 유효하다. 사실 SK와의 트레이드는 우리가 했어야 했다. 송은범, 신승현.

  


외국인 투수 올슨은 허벅지 부상이다. 3년차 이정호가 메운다. 

에이스 니퍼트가 등 부상이다. 유희관이 5.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다. 

마무리 홍상삼의 공이 위력적이지 않다. 미스터 제로 오현택이 수호신으로 거듭 난다. 

고영민이 허리가 좋지 않다. 허경민이 고젯을 잊게 해준다. 

양의지가 홈 쇄도하다 넘어졌다. 박세혁이 호수비를 펼친다. 

정수빈 성장이 더디다. 동갑내기 친구 박건우가 버티고 있다. 

임재철이 초반 출장이 어렵다. 대신 민병헌이 거포 외야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게 화수분 야구의 바이블, 두산베어스의 요즘 모습이다. 팀을 2개, 3개로 나누어도 모자람이 없는 두산의 위력적인 뎁스다.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 하다. 위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은 포텐셜들이 더 있다. 최주환, 김재환, 김강률, 김동한, 이우성, 김인태, 류지혁, 안규영 등. 게다가 역대 최강의 포텐셜인 성영훈은 아직 시동도 걸지 않았다. 더욱 희망적인건 예전엔 타자들만 화수분이었는데, 이젠 투수까지 명함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왼손 파이어볼러만 터져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대체 이현호, 진야곱은 무얼 하고 있는지.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어린이날 시리즈를 위닝으로 이끈건 바로 이 화수분 덕분이다. 토요일 선발 출전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니퍼트의 부상으로 구멍이 나자 커피감독은 주저없이 유희관 카드를 빼들었고, 유희관은 보란 듯이 승리를 따냈다. 그것도 프로 첫 승이다. 135km 수준의 직구에 불과하지만 자신감 있는 투구와 미친 제구력으로 니퍼트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오현택은 또 어떤가. 마무리 역할을 유감없이 해주고 있다. 홈 플레이트에서 횡으로 변하는 공을 타자들이 쳐내기 쉽지 않다. 과거 이강철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이다. 김강률 같은 파이어볼러가 나온 후 올라온다면 타자들은 더더욱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야수도 진영이 탄탄하다. 가장 활약이 뛰어난건 허경민이지만, 이번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빛난건 단연 박세혁이다. 해태 박철우 선수의 아들로도 유명한 그는 원래 양의지, 최재훈에 이은 3번 포수다. 이토 코치의 황태자였던 최재훈에 밀려 백업 출장조차 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양의지의 컨디션 난조로 잡은 기회에서 그는 포텐셜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는 물론 블로킹까지 수준급이더라. 상대적으로 아쉬운건 도루 저지율과 타석에서의 자신감. 적어도 타격은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감안하면 충분히 개선되리라 본다. 대학 시절에도 나름 장타자였고. 이로써 두산은 주전 포수 양의지에 좌타 박세혁과 레이저 송구 최재훈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박세혁은 이두환을 보고 반해 포수를 하게 되었고, 롤모델은 요미우리의 아베란다


두산으로선 주전들의 잔부상이 많은 5월이 위기다. 더스틴 니퍼트, 양의지, 이용찬, 게릿 올슨, 김현수, 김동주, 이종욱, 김재호 등이 이런저런 부상으로 전력 제외되었거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반기 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어린이날 시리즈를 잡았으니 한시름 놓은 기분이다. 또한 작년 어린이날 시리즈 패배를 설욕까지 했으니 이번 주말 경기의 또 다른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오늘은 직관 갈 계획이 없었다. 요 며칠 술자리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일찍 귀가하여 쉴까 했는데, 회사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버렸다. 그 놈의 두산팬심이란게 뭔지. 누가 가자고 하면 귀는 펄럭귀가 되고 마음은 이미 잠실을 향해 날아간다. 


잠실구장에 들어설 무렵 이미 1회초부터 실점한 상태였다. 차안에서 선배와 써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나눴다. 내려간 팔의 각도, 떨어지는 직구 구속에,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멘털문제까지. 지금에서야 말하건대 오늘 선발이 써니여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호연 같은 능글맞은 성격도 아니면서 140이 안되는 직구 구속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터. 써니는 너무 양반같은 성격이 흠이다. 그저 5회까지 엘쥐와 비슷하게만 꾸려나가주길 바랬다. 근데 바람은 바람일 뿐. 상대 타자들은 대놓고 휘두르고 있었다. 지켜보기 괴롭다. 중앙석에서 나와 구장 내에 있는 불량식품들로 대충 허기를 채웠다. 경기는 내내 9회말까지 답답한 상황을 연신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해댔다. 이거이거 5월의 악몽이 다시 반복되는건 아닌가 싶었다. 



얼마 전 포스팅 한 '4월의 허슬두'에서 언급했듯이 근자 몇년간 두산에게 5월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봄 햇살이 잠실벌에 내리 쬐기 시작하면 곰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무너지기 시작했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그 추락의 발단은 어린이날 시리즈였다. 봄날의 곰에게 엘쥐란 뭔가 꺼림칙한 존재였다. 잠실더비는 객관적인 전력 차이와 상관없는 기싸움이니까. 마치 고교야구와 비슷하다. 한번 말리면 계속 말리게 되는.


결국 어린이날 시리즈 첫 경기는 놓쳤다. 게다가 내일 선발 예정되어 있던 니퍼트가 아파서 한번 거른단다. 대신 선발은 유희관이다. 확실하게 경기를 매조지 할 수 있는 에이스가 빠진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자기 공을 두려움 없이 던질 수 있는 유희관이라니 기대는 갖게 된다. 


사진은 홍성흔이 홈런치고 들어오는 장면이다. 중앙석에서 찍으면 뷰가 탁 트인다. 게다가 홍성흔의 홈런이라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올해 홍성흔이 없었다면 두산의 클린업은 어땠을까 싶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계는 2할 7푼대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두목곰은 2군 안가는게 다행일 정도다. 홈경기 승률 50%도 안되는건 중심타선의 침묵 때문. 참고로 나의 올 시즌 직관승률은 제로다. 1무 3패. 언제쯤 승리의 직관을 할 수 있으려나. 



13승 1무 7패. 팀 타율 0.271 4위. 팀 방어율 3.10 1위.

승률 0.650. 전체 3위.


1. 긍정적인 면

봄날의 곰은 힘차게 기지개를 켰고, 4월의 베어스 성적은 아름다웠다. 그 핵심은 공격력. 두터운 야수진이 번갈아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고스란히 성적으로 나타났다. 과잉경쟁 피로도가 오히려 팀 전력에 독이 될 거란 시즌 전 예상은 기우였다. 정수빈이 주춤하자 민병헌이 메웠고, 이종욱이 부상당하자 박건우가 올라왔고, 고영민이 아프자 허경민이 그 이상을 해줬다. 정해진 주전자리란 말 그대로 없다. 


덕아웃엔 홍성흔이 있고 선수들은 홍성흔을 중심으로 뭉쳤다. 화이팅을 외치고 왁자지껄한 덕아웃 풍경은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홍성흔은 초반 타격감이 다소 부진했지만 찬스에서 만큼은 강했다. 타점은 15개로 7위. 이미 팬들은 돌아온 허슬두 홍성흔을 진심으로 반기기 시작했다. 


투수진도 성적이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이라는 부사를 굳이 내세운건 밑에 따로 적기로 하고. 반가운건 투수진에서도 화수분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점. 오현택과 유희관은 상무효과를 등에 업고 불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이정호는 선발까지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특히 정재훈-오현택-유희관으로 이어지는 JOY라인은 2009년 KILL라인이 부럽지 않다. 게다가 여전히 두산의 1번 에이스는 니퍼트가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2. 부정적인 면

 준수한 투수진 성적에 '아직은' 이라는 토를 단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올슨이 마뜩찮다. 왼손 파이어볼러는 아니더라도 이닝이터 역할은 해줘야 하는데 왠걸 다른 왼손투수보다 나은게 없어 보인다. 팀 순위에 부담이 없고 적응기간도 고려해줘야 하지만, 여전히 4월과 다름없는 5월을 보낸다면 교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승을 원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선발자원이 부족하다.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은 이용찬의 성공적인 복귀다. 다행히 이정호와 김상현이 선발을 맡고 있으나 중량감에서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 커피감독이 구상하는 마무리 홍상삼은 5월 중에 닻을 올려야 한다. 정규리그는 선발이 좋아야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마무리가 강해야 사는 법이다. 


왜 김동주의 공격력은 마모되었을까? 파워배팅은 차치하고 라도 날카로운 컨택능력도 무뎌졌다. 2할 5푼 홈런 1개의 성적은 김동주와 어울리지 않는다. 장타력을 겸비한 3할타자의 위용을 되찾아야만 두산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김동주의 부진은 두가지 숙제를 안겨준다. 하나는 포스트 김동주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팀 케미스트리. 김동주와 홍성흔이 쌍두마차로 팀을 이끌어야 팬들이 환영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3. 총평

홍성흔을 영입한 커피감독에게 팬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 커피감독이 결정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감독이란 자리는 욕먹는 자리다. 지나고 나니 야신이었지, 김성근감독도 현역 시절 욕 엄청 먹었더랬다. 


개인적으로는 홍성흔 영입을 신의 한수라고 봤다. 김동주, 윤석민, 최준석과 겹치는 그의 포지션은 얼피 무리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 세상에 존재하는건 아니고, 스탯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게 또 야구다. 숫자로 보여지는 홍성흔은 3할 언저리의 중장거리 타자지만, 숫자 이면에 감춰진 홍성흔은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클럽하우스 리더다. 게다가 그가 가진 무기는 완력이 아닌 긍정 바이러스다. 그게 팀 케미스트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건 자명한 일이다. 작년과 올해 롯데 덕아웃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두산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쟁 피로도가 극심한 팀일수록 홍성흔 같은 리더는 꼭 필요하다.


01


4. 덧글

어제 직관한 경기에서 정전은 아쉬움 반 흥겨움 반이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잠실구장에서 정전사태가 났다는건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관중들은 모두 핸드폰을 열어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자발적으로 노래하고 즐겼다. 가끔씩은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할 정도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