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홍성흔의 영입을 두고 말이 많았다.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홍성흔이 내야를 본다면 1루인데, 이미 오재원, 최준석이 있다. 연쇄적으로 내야 윤석민, 김동주,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고영민에게도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외야를 본다면 수비력이 치명적이고 경쟁자 역시 넘친다. 지명타자로 세워도 포지션 중복은 마찬가지. 결국 팬들의 반발을 불렀다. 특히 팬들은 롯데 시절 홍성흔의 플레이와 부산 팬들에 대한 립서비스에 상처를 입었더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홍성흔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프로라면 자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니까. 팬들이 자팀 선수들에게 충성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홍성흔이라면 미워할 순 없다. 아마 팬들의 마음은 실연당한 연인이 돌아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있다. 바로 FA 영입을 했음에도 내부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구단이다. 포지션 중복을 각오하고 영입했다면 당연히 후속조치가 있어야 했다. 메이저리그나 NFL을 보면 몇개 구단이 연쇄적으로 트레이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명을 영입하면서 몇명을 내주고 다시 몇명을 받는 팀이 다른 팀에 또 트레이드를 하는. 왜 두산은 5월 전에 그런 트레이드를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최소한 야수 2~3명을 내주더라도 똘똘한 왼손 투수 내지는 솔리드한 선발급을 받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고, 지금은 시기를 놓쳤다. 이 부분은 올 시즌이 마무리 된 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선수의 무능은 한게임을 망치지만, 감독과 프런트의 무능은 한 시즌을 망치는 법이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올 시즌 홍성흔 성적은 준수하다. 6월 13일 현재 타율 2할 8푼 8리로 전체 22위지만, 타점은 37개로 리그 6위다. 클러치 능력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된다. 홈런도 6개로 팀내 1위, 리그 9위다. 이만하면 팀 4번타자로 어색하지 않은 성적이다. 아쉬운건 병살타 갯수와 삼진/볼넷 비율. 병살타는 김상현과 함께 9개로 전체 1위고, 볼넷/삼진 비율은 18/48이다. 어퍼스윙으로 형태로 풀스윙을 하는 스타일인만큼, 삼진을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하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모든걸 떠나 홍성흔은 팀 케미스트리와 정체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홍성흔이 있고 없고는 분명 차이가 있다. 작년까지의 롯데 타선을 보면 기복은 있을지언정 무서웠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고 그 중심에 홍성흔이 있었다. 올 시즌 롯데 관중감소를 두고 왈가왈부 많은데, 홍성흔 없는 롯데 선수단의 무기력증이 어느 정도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두산처럼 감독 카리스마가 약한 팀일수록 팀의 중심은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홍성흔은 허슬플레이의 대명사다. 두산이 '허슬두(Hustle DOO)'라는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갖게 된 것도 홍성흔이 일조했다. 상대팀으로부터 오버맨이라는 비난도 받긴 했지만, 홍성흔은 분명 선수들에게 엔돌핀이었다. 그의 몸짓 하나 세리머니 하나에 선수들의 기가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멘털 스포츠인 야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전력상승 효과다.  

 

홍성흔은 두산에서 데뷔했고 두산에서 은퇴를 할 것이다. 중간에 부산으로 잠시 외도했었지만,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손색이 없다. 홍성흔이 클럽하우스 리더로 있는 동안 우승을 한다면 섭섭했던 팬들의 마음까지 살 수 있지 않을까? 홍성흔도 그걸 잘 알기에 더욱 열성적으로 벤치워머의 역할도 할 것이다. 홍성흔이 클럽하우스 리더로 있는 2016년까지 최소한 우승 한번, 많으면 두번 정도 해줬으면 한다. 그게 허슬두라는 팀 정체성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홍성흔에게도 프랜차이즈 레전드가 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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