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은 두산으로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입니다. 누구든 연패를 하면 치명적이지만, 두산은 2차전의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기에, 오늘까지 진다면 한국시리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봐야 되죠. 제가 달감독이라면 오늘 경기는 무조건 무조건 총력전입니다. 김광현이 올라오기 전 1승이라도 앞서야 하고, 잠실 첫 경기의 의미도 있고,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오늘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거든요.

3차전 SK 타선은 이혜천을 대비해 완전 성형수슬을 해버렸네요. 김재현은 아예 선발에서 제외했구요. 왼손은 이진영과 박재상만 남기고 모두 오른손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재원이 3번으로 올라온게 특이하네요. 반면 두산 타순은 오재원과 고영민의 타순을 서로 바꾸는 정도만 바꿨구요. 역시 양팀의 스타팅멤버에서도 팀색깔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감독의 '생각대로' 하는 야구와 선수가 '생각하는' 야구의 차이...

하지만... 경기는 졌네요. 3:1 상황에서 첼로레슨 받느라 못보다가 9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요. 마지막 김현수의 타구가 안타인줄 알았는데, 참 무심하게도 뻗지를 못하는군요. 멋진 끝내기 안타를 만들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로써 1승 2패가 되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연패를 하고 말았구요. 두산은 벼랑으로 몰렸습니다. 오늘 관전평은 제대로 경기를 못 보기도 했고 쓰기도 기분이 울적해서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1.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제가 한국시리즈 시작하기 전에 4승 1패 정도로 두산이 우승할꺼라고 했었죠. 이미 예상은 깨졌습니다. 2차전 패배 때 이미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요. 3차전까지 패배함으로써 작년의 악몽을 되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네요. 참 우울합니다. SK가 강하구나 새삼 느꼈구요. 장점이 딱히 두드러지는 않지만, 단점 또한 없는 SK가 야구를 얄밉게 잘하는구나 싶네요.

3차전을 꼭 이겨야 한다고 했던건, 2차전의 패배로 승률 50%의 균형을 맞춘게 아니라, 50% 이하의 승률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3차전 패배로 우승확률은 이제 4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2차전의 패배는 뼈아팠습니다. 그걸 당당하게 승리로 만회해주길 바랬는데, 일단 무산되었네요.

내일은 랜들과 김광현이 맞붙을겁니다. 랜들의 1차전 투구내용이 평소의 90% 이상이었다면, 김광현의 투구는 80% 수준이었기에, 4차전에서는 김광현의 구위가 더 좋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역시나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구요. 내일 경기까지 밀리면 우승 확률은 20%대로 떨어질겁니다. 상대가 SK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대로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2. 이대로 물러날 곰들이 아니다
두산에게서 희망을 찾으려면 지난 플레이오프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거둔 이후 2연패, 그리고 다시 3연승했더랬죠. 1승 2패로 몰렸을 때 분위기를 바꾼건 4차전의 대승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승의 이면에는 유재웅의 선발출전이 있었구요.

이제는 분위기를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나요? 김현수가 부진합니다. 전상렬의 체력이 부칠 때가 되었구요. 이대수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런걸 감안해서 선발 라인업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김현수를 5번이나 6번으로 내리구요. 전상렬 대신 유재웅을 선발카드로 쓰구요. 이대수 대신 김재호로 가는겁니다. 그렇게 되면 1~3번을 테이블세터진으로, 4~6번을 클린업으로 짜는게 가능해지구요. 왼손투수에 대비한 포석도 되죠.

1. 이종욱 CF
2. 고영민 2B
3. 오재원 1B
4. 김동주 3B
5. 홍성흔 DF
6. 김현수 LF
7. 유재웅 RF
8. 채상병 C
9. 김재호 SS

위의 라인업은 저만의 생각이기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광현과의 상대 전적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구요. 다만 1승 2패로 몰린 상황에서 김현수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타순조정은 불가피하지 않나 싶네요. 달감독도 어느 정도 변화를 꾀하지 않을까 싶구요.

만약 삼성과의 4차전에서 대승했듯이 SK와의 4차전에서 대승한다면, 그것도 김광현을 상대로 대량득점에 성공한다면, 분명 분위기는 또 달라질 겁니다. 이제는 그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미쳐주는 선수 한명이 필요합니다. 그게 누구이든 간에 한명만 나와준다면, 그 선수는 두산팬에게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3. 두려움없이 달려라
이번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기동력이 사라진 시리즈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도 이러다 패했구요. 이렇게 두산이 도루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참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인은 물론 박경완이기에 해결방법도 박경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박경완은 강견이기도 하지만 수를 참 잘 읽는 선수죠. 누가 이 때쯤 뛸 것 같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공을 빼기도 하구요. 투수에게 한템포 빠른 승부를 요구하기도 하죠. 그래서 천하에 이종욱도 박경완 앞에서는 과감하게 발을 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젠 두려움없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시도만이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에 주저해서는 안되죠. 단, 박경완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단독도루가 아닌 더블스틸이라든가, 딜레이드 스틸이라든가, 페이크 번투 이후 도루라든가 하는 변칙적인 작전이 유효하리라 봅니다. 특히 두산의 육상부가 2명 이상 주자로 나가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인 작전지시로 베팅을 걸어봐야죠. 선수들은 과감한 작전이 걸리면 한결 부담없이 뛸 수 있을겁니다. 두산은 뭐니뭐니 해도 기동력이 살아야 경기가 풀리니까요. 이제 두려움없이 내쳐 달릴 때가 되었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글쎄요. 아마 KBO는 최정을 뽑지 않았을까 싶은데, 우리 팀은 김동주를 선정하고 싶네요. 팔꿈치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수비해준 점, 4타수 3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점 등은 그래도 김동주의 두산베어스라는걸 확인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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