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산의 1차전 승리를 평가하는 전문가 및 언론의 반응은 그닥 호의적이진 않았습니다. SK가 몸이 덜 풀려서 졌을 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투더군요. 그저 의외의 SK 패배로 시리즈가 6~7차전까지 갈 정도로만 치부하는 느낌입니다. 글쎄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두산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주요 길목마다 변수가 돌출했습니다. 그래서 경기흐름이 좀 둔탁하게 이어졌는데요. 큰 경기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경기는 양팀 모두 그런 뻑뻑한 플레이가 나왔기에 장군 멍군으로 끝났습니다. 3차전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이번 경기에서 5점이면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지금까지 두산이 승리했던 경기는 모두 5점 이상을 냈고, 졌던 경기는 모두 5점을 넘지 못했거든요. 더욱이 이재우를 제외한 두산의 허리와 마무리가 1차전에서 휴식을 취한 것을 감안한다면, 5점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죠. 하지만 의외로 임태훈이 무너지면서 인천 원정경기는 1승 1패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어웨이에서 1승을 거뒀으니 실망스럽지는 않구요. 이제는 차분히 잠실대첩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박재홍과 김동주는 양팀의 베테랑이죠. 베테랑이라면 정규시즌보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인데요. 오늘만큼은 박재홍과 김동주가 스타일을 구겼네요. 신인급 선수가 벌벌 떨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혀 박재홍, 김동주 답지 않았습니다.
먼저 박재홍은 4회초 김동주의 장타를 잡았다 놓치면서 돌글러브의 서막을 알렸죠. 근데 이 타구는 실수라기 보다는 김동주의 타구가 워낙 좋았기에 박재홍을 탓하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다음 홍성흔 타석에서 박재홍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합니다. 홍성흔이 우익수 앞에 앝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이걸 무리하게 노바운드로 잡으려다 뒤로 빠뜨렸죠. 이에 홍성흔은 3루로 내달렸구요. 1점을 헌납하는 동시에 추가 1점도 거저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김동주도 만만치 않았죠. 3회말 정근우의 평범한 3루쪽 타구를 잡아 어이없이 송구하면서 무사 1루의 위기를 자초하죠. 다행히 점수로는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선우의 체력과 의지를 쓸데없이 소모시켰습니다. 4회말에도 김동주는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두산벤치는 김동주와 오재원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리죠. 허허허... 1루수 김동주와 3루수 오재원은 처음보는 포메이션입니다. 마치 콜롬비아 골키퍼 이기타가 중앙선에까지 공을 몰고 나왔을 때를 연상시키네요.
2. 역시 야구는 허리싸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역시 중간계투가 승리에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선발인 김선우와 채병용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양팀은 본격적으로 불펜가동을 했구요. 승부는 이들 어깨에 의해 갈렸습니다.
우선 김선우는 4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마감했는데요. 3실점 중에는 에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김선우가 그리 나쁜 투구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의 위상에는 많이 못미치는게 사실이죠. 특히 147km를 넘는 직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가졌으면서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쌈닭같은 김선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천성이 착한 선수인지라 얌전한 투구만 하네요.
채병용도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습니다. 4이닝 4피안타 2실점이네요. 구위는 아주 좋았죠. 구석구석 꽂히는 제구력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실전경험이 없었던 투수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제구력 덕분에 참 3회까지는 잘 막아줬는데요.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4회부터 조금씩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박재홍의 에러로 채병용은 5회를 넘기지 못했죠. 결국 양팀의 승부는 중간계투로 넘어갔습니다.
SK는 정우람과 윤길현으로 중반 계투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정우람은 오재원을 견제아웃시키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윤길현은 삼진을 잡으며 두산타자를 셧아웃시켰죠. 이승호도 강속구를 바탕으로 왼손 타자 3명을 깔끔하게 잡아냈구요. 마지막 정대현도 오른손 타자들을 잡으면서 게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려스러운건 두산은 SK계투진에게 안타 하나 뽑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3차전을 생각할 때 심히 우울하군요.
두산 계투진도 위력에서 뒤질게 없지만 홈런 한방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정재훈은 명성에 걸맞게 5회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플라이, 삼진, 땅볼로 추가실점을 막았구요. 이후 2.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습니다. 특히 7회 정근우를 견제사시킨 후 주먹을 불끈쥐는 세리머니는 왜 정재훈인가 보여주는 짜릿한 장면이었죠. 다만 아쉬운건 아기곰 임태훈이었습니다. 임태훈은 나오자마자 김재현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재현에게 허용했었죠. 어쨌든 임태훈은 올해 성장통을 지독하게 앓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어 올라온 김상현이 잘막아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건 막았구요. 이승학과 이용찬도 그럭저럭 역할은 해줬습니다.
3. 1패보다 더 뼈아픈건...
2차전의 패배는 어웨이임을 감안하면 큰 탸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에서 불안한 점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있습니다. 일단 세가지인데요. 세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내내 두산을 괴롭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차전 한 경기를 통해 세가지의 아킬레스건이 나왔다는건 심히 못마땅하네요.
우선 수비불안입니다. 오재원이 3루를 맡으면서 안정을 꾀할줄 알았는데 오재원마저 에러를 범하면서 두산벤치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한 선수에 의한 실수는 그닥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선수가 실책을 반복하는건 왠지 꺼림칙하죠. 3루의 구멍으로 인해 투수들까지 덩달아 불안해졌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데요. 수비안정을 위해서는 김재호의 3루 투입까지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공격력이 약해지므로 최선은 김동주가 제 컨디션을 찾는겁니다. 김동주가 지금까지 수준급의 수비실력을 보여온 만큼 잘 이겨내리라 봅니다.
두번째는 임태훈의 충격이 걱정되는군요. 한국시리즈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 그리고 그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은 임태훈에게 적지않은 정신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탈락 등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왔기에 기대를 해봅니다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겁니다. 주위 선배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죠.
세번째는 이종욱의 부진입니다. 작년을 떠올리기는 싫지만 1차전의 활약 이후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종욱이 올해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가 나간 삼진이었습니다. 이종욱의 부진은 두산 전체 공격력의 30%가 손실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입니다. 이종욱선수! 부디 부진했던 기억은 인천에 두고 잠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예전의 활기차고 폭발적인 플레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정재훈입니다. 정재훈이 있었기에 게임의 무게중심을 중반까지 놓치지 않았었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그가 있기에 한국시리즈 제패의 꿈이 눈앞에 있습니다. 다른 투수들도 정재훈처럼 분발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경기는 주요 길목마다 변수가 돌출했습니다. 그래서 경기흐름이 좀 둔탁하게 이어졌는데요. 큰 경기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경기는 양팀 모두 그런 뻑뻑한 플레이가 나왔기에 장군 멍군으로 끝났습니다. 3차전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이번 경기에서 5점이면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봤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오프에서 지금까지 두산이 승리했던 경기는 모두 5점 이상을 냈고, 졌던 경기는 모두 5점을 넘지 못했거든요. 더욱이 이재우를 제외한 두산의 허리와 마무리가 1차전에서 휴식을 취한 것을 감안한다면, 5점은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죠. 하지만 의외로 임태훈이 무너지면서 인천 원정경기는 1승 1패로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어웨이에서 1승을 거뒀으니 실망스럽지는 않구요. 이제는 차분히 잠실대첩을 준비해야겠습니다.
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박재홍과 김동주는 양팀의 베테랑이죠. 베테랑이라면 정규시즌보다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인데요. 오늘만큼은 박재홍과 김동주가 스타일을 구겼네요. 신인급 선수가 벌벌 떨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혀 박재홍, 김동주 답지 않았습니다.
먼저 박재홍은 4회초 김동주의 장타를 잡았다 놓치면서 돌글러브의 서막을 알렸죠. 근데 이 타구는 실수라기 보다는 김동주의 타구가 워낙 좋았기에 박재홍을 탓하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다음 홍성흔 타석에서 박재홍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합니다. 홍성흔이 우익수 앞에 앝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이걸 무리하게 노바운드로 잡으려다 뒤로 빠뜨렸죠. 이에 홍성흔은 3루로 내달렸구요. 1점을 헌납하는 동시에 추가 1점도 거저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김동주도 만만치 않았죠. 3회말 정근우의 평범한 3루쪽 타구를 잡아 어이없이 송구하면서 무사 1루의 위기를 자초하죠. 다행히 점수로는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김선우의 체력과 의지를 쓸데없이 소모시켰습니다. 4회말에도 김동주는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두산벤치는 김동주와 오재원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리죠. 허허허... 1루수 김동주와 3루수 오재원은 처음보는 포메이션입니다. 마치 콜롬비아 골키퍼 이기타가 중앙선에까지 공을 몰고 나왔을 때를 연상시키네요.
2. 역시 야구는 허리싸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역시 중간계투가 승리에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선발인 김선우와 채병용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양팀은 본격적으로 불펜가동을 했구요. 승부는 이들 어깨에 의해 갈렸습니다.
우선 김선우는 4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마감했는데요. 3실점 중에는 에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김선우가 그리 나쁜 투구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의 위상에는 많이 못미치는게 사실이죠. 특히 147km를 넘는 직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가졌으면서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쌈닭같은 김선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천성이 착한 선수인지라 얌전한 투구만 하네요.
채병용도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습니다. 4이닝 4피안타 2실점이네요. 구위는 아주 좋았죠. 구석구석 꽂히는 제구력은 정규시즌 종료 이후 실전경험이 없었던 투수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습니다. 제구력 덕분에 참 3회까지는 잘 막아줬는데요.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4회부터 조금씩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박재홍의 에러로 채병용은 5회를 넘기지 못했죠. 결국 양팀의 승부는 중간계투로 넘어갔습니다.
SK는 정우람과 윤길현으로 중반 계투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정우람은 오재원을 견제아웃시키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윤길현은 삼진을 잡으며 두산타자를 셧아웃시켰죠. 이승호도 강속구를 바탕으로 왼손 타자 3명을 깔끔하게 잡아냈구요. 마지막 정대현도 오른손 타자들을 잡으면서 게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려스러운건 두산은 SK계투진에게 안타 하나 뽑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3차전을 생각할 때 심히 우울하군요.
두산 계투진도 위력에서 뒤질게 없지만 홈런 한방에 경기를 내줬습니다. 정재훈은 명성에 걸맞게 5회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플라이, 삼진, 땅볼로 추가실점을 막았구요. 이후 2.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습니다. 특히 7회 정근우를 견제사시킨 후 주먹을 불끈쥐는 세리머니는 왜 정재훈인가 보여주는 짜릿한 장면이었죠. 다만 아쉬운건 아기곰 임태훈이었습니다. 임태훈은 나오자마자 김재현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재현에게 허용했었죠. 어쨌든 임태훈은 올해 성장통을 지독하게 앓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어 올라온 김상현이 잘막아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건 막았구요. 이승학과 이용찬도 그럭저럭 역할은 해줬습니다.
3. 1패보다 더 뼈아픈건...
2차전의 패배는 어웨이임을 감안하면 큰 탸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에서 불안한 점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있습니다. 일단 세가지인데요. 세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내내 두산을 괴롭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차전 한 경기를 통해 세가지의 아킬레스건이 나왔다는건 심히 못마땅하네요.
우선 수비불안입니다. 오재원이 3루를 맡으면서 안정을 꾀할줄 알았는데 오재원마저 에러를 범하면서 두산벤치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한 선수에 의한 실수는 그닥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선수가 실책을 반복하는건 왠지 꺼림칙하죠. 3루의 구멍으로 인해 투수들까지 덩달아 불안해졌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되는데요. 수비안정을 위해서는 김재호의 3루 투입까지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공격력이 약해지므로 최선은 김동주가 제 컨디션을 찾는겁니다. 김동주가 지금까지 수준급의 수비실력을 보여온 만큼 잘 이겨내리라 봅니다.
두번째는 임태훈의 충격이 걱정되는군요. 한국시리즈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 그리고 그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은 임태훈에게 적지않은 정신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탈락 등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왔기에 기대를 해봅니다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겁니다. 주위 선배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죠.
세번째는 이종욱의 부진입니다. 작년을 떠올리기는 싫지만 1차전의 활약 이후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종욱이 올해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보여줬네요.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가 나간 삼진이었습니다. 이종욱의 부진은 두산 전체 공격력의 30%가 손실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입니다. 이종욱선수! 부디 부진했던 기억은 인천에 두고 잠실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예전의 활기차고 폭발적인 플레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정재훈입니다. 정재훈이 있었기에 게임의 무게중심을 중반까지 놓치지 않았었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그가 있기에 한국시리즈 제패의 꿈이 눈앞에 있습니다. 다른 투수들도 정재훈처럼 분발해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