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후덜덜한 V10, 축하합니다.
다른 팀들은 단자리 우승에서 아둥바둥대는데,
두자리 우승횟수라니 마냥 부러울 뿐이네요.

사실 여러모로 SK가 이기리라 봤었는데요. 우모의 예상을 깨고 기아가 정규리그 1위팀답게 우승했습니다. 그것도 9회말 끝내기 홈런이라니... 너무 부럽네요. 부러우면 지는건데... 저 자리에 우리 곰들이 있어야 하는데... 에혀... 하여간 잠실벌에 울려퍼진 무등산 호랑이들의 포효 쩌렁쩌렁했구요. 레젼드 종범神의 눈물도 멋있었네요. 종범神의 은퇴전이라 이번 우승이 더욱 의미가 깊어 보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곰돌이같은 허슬두 최경환의 3루타도 반갑네요. 어디서나 멋진 선수생활 하기 바랍니다. 3루에서 손을 번쩍 든 모습 짠하네요.

그리고 아쉽게 준우승한 SK 선수들 팬들 수고하셨습니다. 님들 덕분에 야구를 보면서 전의라는 것도 느껴봤는데, 막상 한국시리즈에서 지는 모습 보니 측은해 보이기도 하네요. 야구팬으로서 특히 채병용 응원합니다. 안좋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혼 보여줬네요. 오늘만큼은 모든걸 잊고 푹 쉬시길...

내년엔 기필코 V4!
Hustle DOO!


한국시리즈에서 SK가 다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2패로 지고 있다가 다시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는거 보면, 예삿팀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지금 분위기로는 SK가 훨씬 유리해 보이구요. 여차하면 두산에 이어 기아도 리버스 스윕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네요. 만약 이 기세로 SK가 3연속 우승을 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80년대 해태에 이어 2000년대 왕조를 구축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겁니다. 정말 김성근 감독은 대단한 승부사네요. 인정합니다.

그러기에 두산팬들중 상당수가 기아를 응원하는 것 같더군요. 대신 복수해달라는 뭐 그런 심리인 것 같은데... SK가 밉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기아를 응원하고 싶진 않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설사 SK를 기아가 제압한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까요? 오히려 SK가 우승해서 그 아성을 두산이 무너뜨리고 싶은 욕망만 커지지 않나요? 물론 그렇다고 SK가 3연속 우승하길 바라는건 아니고... 그럼 대체 뭐냐..? 사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입니다만... 어쨌든 누가 우승하든 한국시리즈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두산이 없는 한국시리즈가 그저 괴로울 뿐...

또 한가지 두산을 세컨팀으로 생각하는 야구팬들이 꽤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전통적으로 유순해서 미움을 덜 사는 것 같은데... 이 역시도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라이벌이 많은 팀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한화를 세컨팀으로 생각하는 우모로서도 두산과 한화의 매치는 마치 청백전같은 느낌이어서 긴장감이 떨어지죠. 그만큼 재미는 없는겁니다. 반면 뉴욕양키스는 보스톤과 앙숙이고, 메츠하고도 지역 라이벌이고, 다저스와도 과거 연고지 라이벌이죠. 그래서 매 경기 긴장도가 높습니다. 안티도 많지만, 그만큼 상품성은 높아지는거죠. 수원삼성도 마찬가지구요. FC서울과 라이벌이고, 성남과도 라이벌이고, 대전과도 라이벌 관계거든요.

이렇게 두산도 앞으로 많은 앙숙을 만들어야 더욱 관심을 모을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SK와 이미 앙숙이 되었구요. LG와는 한지붕 견원지간, 삼성과는 전통의 라이벌인데, 다른 팀과는 이렇다 할 갈등관계가 없네요. 되려 롯데와는 롯산 곰매기니 뭐니 그런 관계고, 기아와도 특별히 나쁜 관계가 아니고, 삼성마저 사이좋은 싸대기 동맹이 되어버렸죠.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는 사이여야 되는데... 쩝... 

이번에 한국시리즈에서 기아와 혈투를 벌여 철천지 앙숙이 되길 바랬는데...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구요. 더불어 기아가 우승하기를 기원하는 것도 영 마뜩챦네요. 반 SK 동맹으로 기아와 도원결의하는 것도 그래서 반갑지 않구요. 그냥 두산은 두산이면 되고... 기아는 기아 갈 길 가면 되고... 누가 우승하든 뭐... 그저 SK를 직접 끌어내리고 싶을 뿐입니다.


동문 모임이 있어 올해 마지막 경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중간중간 지인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요. 믿을 수 없는 스코어에 미친 사람 마냥 헛웃음만 연신 내뱉었네요. 그토록 갈망했던 승리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도저히 인정하기 싫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보다 참혹한 패배 앞에서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을 현장의 선수들과 두산팬들이 안쓰러웠네요.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그럴 때일수록 곁에서 응원 목소리 한번 더 내고 박수 한번 쳐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참 미안했습니다.

마지막에 자형이 보낸 문자가 가슴에 아리네요.

인생도 허무하고
야구도 허무하다

그동안 잘 싸워준 우리 곰돌이들 정말 수고 많았구요, 김경문 감독님도 욕보셨습니다. 프런트도 고생했구요.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앓이를 했던 우리 팬들도 이제는 한발짝 떨어져 야구를 편하게 보셨으면 합니다. 우모도 이제 야구에 뺏겼던 시선을 주위에 돌려볼까 합니다.

덧글...
술을 새벽까지 마시다 6시에 귀가했네요.
기쁨의 술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팬들은 내게 져도 멋진 승부였다고 말한다.
그것이 진심인가?

두산팬에게 이 광고 카피는 철심이 되어 심장에 박히는 느낌입니다.
져도 멋진 승부는 지난 2년간 흘린 눈물로 족합니다.
이젠 승리하고 싶습니다.

Revenge match Vs SK
닥치고 V4!




설마했는데... 또 졌습니다. 3차전의 패배가 충격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네요. 부두목 손시헌까지 에러를 했습니다. 큰 경기에서는 홈런보다 에러가 더 아픈 법인데요. 정근우는 수비에서 날랐고, 손시헌은 실수 하나로 분위기를 놓쳤습니다. 이제 슬슬 작년, 재작년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네요. 이런 기억 정말 싫은데 말입니다.

트라우마 :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정신 의학 용어로 과거의 충격이 현재가지 미치는 것을 말한다.

미묘한 차이에서 발생한 2번 연속 트라우마... 이제 삼세번의 심정으로 도전했는데요. 아직 완전히 치유하진 못했네요.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자꾸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니 선수들은 오죽할까요? 올해까지 말리면 정말... 정말... 헤어나기 힘든 상처를 입을텐데 말입니다. 4차전에서 지고 나자 더 이상 인터넷을 하고 싶지 않더군요. 그냥 무기력해져서 마냥 TV만 보며 바보같이 누워만 있었습니다. 뭔가에 빠지지 않으면 자꾸 그 상황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거든요. 예전 학력고사에서 떨어졌을 때도 그랬더랬죠.

트라우마 치료법 :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는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이 매우 빠른 편이며, 정신과적 장애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과적 장애가 나타나거나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경우는 만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증상은 30% 정도가 회복되며 40%가 가벼운 증상으로 판명되며 나머지 30% 정도는 증상이 심한 경우로 치료가 계속 필요하다. 정신과적인 치료는 사고 후에 몇 주 안에 시작해야 하며, 인지치료 및 행동치료, 최면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신경차단 치료요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약물은 삼환계 항우울제와 단가아민 산화효소억제제(MAO inhibitor),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fluoxetine), 항경련제(carbamazepine, valporic acid)를 복용한다.

야구용으로 만들어진 트라우마 치료법이 있다면 당장 적용하고 싶습니다. 선수들과 팬 모두 단체로 접종을 받으면 어떨까요? 화요일까지 기다리기도 짜증납니다. 이놈의 SK는 정말 떨어지지 않는 계절감기처럼 우리를 괴롭히는군요. 어쨌든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우리 곰돌이들 끝까지 힘내주기 바랍니다. 양팀 감독 모두 5차전 선발을 밝히지 않았는데... 아마 금민철과 채병용이 아닐까 싶네요. 생각 같아서는 노경은을 한번 기용해보는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SK가 의외의 카드에 약한 면도 있고, 여차하면 금민철을 바로 올릴 수도 있구요. 하여간 누가 선발로 올라오건간에, 마지막이니까 이를 악물고 던질겁니다.

무등산에 호랑이들이 이빨 보이며 웃고 있네요. 젠장...

닥치고 V4!


다 이긴 경기를 놓쳤습니다. 막판에 두개의 수비가 두산을 천당과 지옥으로 돌게 했습니다. 우선 첫번째 나온 이종욱의 다이빙캐치는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죠.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누가 봐도 중전안타였는데요. 그걸 기적적으로 잡고 2루에 던져 더블플레이를 잡아낸 장면은 3차전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 제패까지 넘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10회초 나온 정수빈의 수비는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오리무중으로 끌고 가버렸네요. 정수빈을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정수빈은 정말 잘 싸워줬구요. 다만 그 상황에서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 순간 놓쳤을 뿐입니다. 비록 시리즈의 분위기가 안좋은 쪽으로 흘러갈지언정 우리 정수빈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3차전을 만약 이겼다면 목요일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기아와 붙었을텐데, 일단 4차전에서 끝내기를 바래야겠네요. 개인적으로도 타격이 크네요. 토요일은 야구에 전념하고 일요일은 아기곰과 놀려고 했는데... 흠... 일단 뭐... 빡빡한 일요일을 보낼 것 같습니다.

닥치고 V4!


댐에 물이 넘치기 직전의 상황.
댐이 버티느냐 물이 넘치느냐의 팽팽한 긴장이 넘치는 순간,
댐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깁니다. 
결국 물이 댐을 넘기 전에, 댐은 스스로 터지고 맙니다.
그리고는 와르르 무너집니다.

SK와 두산의 2차전은 7회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투수전이었습니다. 세데뇨는 5이닝 무실점, 카도쿠라는 6.1이닝 1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100% 해냈구요. 임태훈도 박정권에게 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틀어막았죠. 윤길현 역시 삼진 2개 포함 범타로 1이닝을 무실점 호투했습니다.

이렇게 7회까지 1:1로 맞선 순간 8회초에서 두산이 2사 후 정수빈이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끌어가죠. 정수빈은 이종욱 타석 초구에 도루를 성공시키고, 정우람의 폭투때 3루까지 내달립니다. 이때 김성근 감독의 표정을 보니 고개를 저으며 이맛살을 찌푸리더군요. 그리고는 중견수와 우익수를 김강민과 조동화로 교체합니다. 김성근 감독의 특징이기도 한데 불리한 상황이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야수를 바꾸죠. 하지만 이종욱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2루타를 뽑아 냅니다. 그 수비 좋은 조동화도 어쩔 수 없더군요. 정말 통쾌한 순간이었네요. 김성근 감독의 승부수 쪽으로 보란 듯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으니까요. 그리고는 게임이 끝난겁니다. 이후 고영민의 투런홈런은 확인사살에 불과했구요.

인천상륙작전은 1차전 진지 구축에 성공한데 이어 2차전 승리로 상륙 개시를 감행한 셈입니다. 이제 남은건 잠실에서 인천상륙작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만 남았네요. 플레이오프 전에 3승 1패로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3연승으로 호랑이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방심하면 안되죠. 상대는 우리가 2연승하고도 4연패로 뒤집혔던 SK입니다.

1. 세데뇨
어제 포스팅에서 산업연수생 데뇨가 왠지 일을 낼 것 같다고 했었죠. 과거 리오스 출전 경기의 김을 빼기 위해 김광현을 출전시켰던 야신... 데뇨는 중간계투로 쓰기에 부족해 차라리 선발로 올린다는 달감독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모르긴해도 자존심 무지 상했을겁니다. 그런 경기에 졌으니... 게다가 달감독의 말도 거슬리지만, 본인이 직접 2, 3, 5차전을 잡겠다고 했었거든요. 어쨌든 두산 산업연수생 데뇨는 기술을 잘 배워 성과도 올리고 칭찬도 받았네요. 사장님의 평가는 어떨까요? 내년에도 남으라고 할까요..? ㅋㅋ

2. 이종욱
오늘 경기에서 가장 기쁜건 허슬심장 종박이 살아났다는 겁니다. 종박은 자타가 공인하는 허슬야구의 상징인데요. 그간 1번타자의 몫을 제대로 못해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런 종박이 결승 2루타를 날려주니 기쁨 두배네요. 게다가 1회에 보여준 화려한 주루플레이는 한국시리즈에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당연히 2차전의 Daily MVP는 종박이었구요. 종박과 고젯이 앞뒤에서 발야구를 보여주면 양키스도 막지 못합니다.

3. 고영민
고젯!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니 정말 걸리기는 한겁니까? 그 컨디션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날리다니요. 이럴꺼면 시즌 초반에도 감기에 한번 걸리게 해줄걸 그랬나요? 하하 역시 대단한 변태 고슨생이십니다. 달감독이 역할을 해줄 선수로 지목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코멘트겠거니 했는데, 나름 역할을 해주니 고맙네요. 수비도 탄탄하고, 야구 센스도 있고, 발도 빠르고, 펀치력까지 갖고 있으니 부러울게 없습니다. 고젯천하

4. 임태훈
애교의 볼은 참 좋습니다. 직구도 묵직하고 낮게 깔리죠. 배짱도 두둑하고 경험도 쌓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에 한명입니다. 하지만 박정권에게 이틀 연속 맞은거 보면 야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스포츠인가 봅니다. 물론 박정권이 거포란걸 부정하는건 아니구요. 잘 던지고 잘쳤습니다. 애교가 대견한건 홈런 맞고도 후속타자를 잘 잡았다는 점이네요.

5. 이용찬
2차전에서는 마무리에 실패했습니다. 한점차였던 1차전에서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는데요. 정작 세점차였던 2차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더니, 볼넷, 안타 연속 내주고 내려갔네요. 좀더 기다려줄 알았던 달감독도 매정할 때가 있군요.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것이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는 이용찬이 서 있으리라 믿습니다.

6. 고창성
대신 곱창이 게임을 매조지했네요. 1, 2루 상황에서 땅볼 2개로 가볍게 잡아냈습니다. 곱창이 플레이오프에서부터 공이 살아나기 시작했기에 올라오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네요. 표정도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여서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구요. 곱창의 시크한 무표정... 은근 매력입니다.


실질적인 한국시리즈 SK와의 첫 승부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첼로 레슨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고영민과 최준석이 홈런을 날렸더군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레슨 받으면서 마음 한편은 문학에 있었더랬죠. 근데 경기를 보니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는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글거렸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를 봤습니다.

최종 스코어 3:2로 두산이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지만, 역시 SK는 롯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적이더군요.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깜짝 4번으로 나왔던 이재원은 나이 어리지만 대담한 타격을 보여줬구요. 박정권도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임태훈에게 솔로홈런을 뺐었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승부처는 6회말이었네요. 세데뇨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성근 감독이 대타 이호준을 내세우죠. 이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바로 세데뇨를 내리고 고창성으로 응수합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이니까 내린 결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압승. 고창성이 삼진 2개와 땅볼로 가볍게 진압했습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노마크 찬스에서 안드로메다 슛을 날린 선수처럼 심각하게 굳어지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MVP는 단연 금민철입니다.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기초를 닦아줬죠. 대부분 SK 글로버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였는데, 이제는 금민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금민철이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계투진들도 너무 잘해줬네요. 세데뇨를 제외하고 고창성, 지승민, 임태훈, 이용찬 모두 철옹성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이용찬의 철벽 마무리는 눈물겹네요. 삼진 하나, 안타 하나, 병살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용찬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SK건 기아건 전혀 무섭지 않네요.

1. 금민철
준플레이오프 호투가 1회성이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모도 마음 한켠에 왠지 골든보이가 못미더웠는데요.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간 골든보이를 너무 띄엄띄엄 본 것 같군요. 어쨌든 빠르다고 공이 다 좋은건 아니고, 느려도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걸 증명해줬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골든보이겠죠?

2. 고영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고젯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겁니다. 글로버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계와 두목곰은 글로버에게 안타 하나도 뽑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글로버에게 고젯의 홈런은 골든보이에게도 적쟎은 힘이 되었죠. 달감독이 이번 SK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고젯을 지목했는데요. 스승의 믿음에 뛰어난 활약으로 보답했네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라더니 역시 고젯은 변태 고슨생입니다.

3. 고창성
곱창이 왜 신인왕 후보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세데뇨의 방화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잘 껐습니다. 2회 이후 점수내지 못한 상태에서 첫타자 볼넷을 내줘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1.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2개... 곱창 덕분에 주도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소 자신감없는 피칭을 하기도 했었는데, 대충 감을 잡기 위한 전초전이었나 보네요. KILL라인의 선두 곱창으로 돌아왔습니다.

4. 임태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걱정, 그리고 기대되는게 임태훈과 김재현의 승부였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홈런이 임애교나 팬들에게 큰 상처였거든요. 그런 안좋은 기억을 야신도 모를리 없죠. 8회 첫타자로 대타 김재현을 내더군요. 김재현이야 뭐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어서 임애교의 묵직한 직구도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넘어갑니다. 그런 김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네요. 순간 오늘 승리예감이 들었던건 우모만은 아니었을겁니다.

5. 이용찬
오늘 경기의 가장 마음 졸였던 순간이 9회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정상호를 6구만에 헛스윙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심장박동이 무한질주를 하더군요. 야신은 대주자 조동화로 바꿨구요. 거기 타자는 타점을 기록했던 백전노장 박재홍인지라 긴장감은 더했죠. 그 위기의 순간에도 다행히 이용찬은 자기 공을 던지더군요. 결국 박재홍의 타구는 고젯에게 굴러가 병살이 되었구요. 게임은 끝났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이용찬... 멋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꼭 북경올림픽 쿠바전을 연상시키네요. 여기서 만약...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면요. 만약 이용찬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플레이오프는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SK에게 90% 이상 넘어갔을겁니다. 용찬아 고맙다!

6. 김동주, 김현수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계는 2삼진까지 보너스로 받았구요. 기계가 삼진당하더라도 힘껏 스윙하겠다고 하더니... 이런거였나...? 싶네요. 두목곰은 진리니까 패스구요. 어쨌든 이겨도 기계와 두목곰이 허무하게 무너지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기계, 두목곰 화이팅해주삼!

덧글...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담대하게 잘 뛰어준 금민철, 이용찬, 임태훈이 몇살인지 아시나요? 86년생, 88년생, 빠른 89년생입니다. 아... 너무 배불러요~


우모의 준플레이오프 예상이 반만 맞았습니다. 두산이 올라가는건 맞았는데요. 1차전을 롯데가 이기면 5차전까지 갈꺼라고 봤는데... 두산이 가볍게 3승 1패를 거뒀네요. 어쨌든 곰돌이들의 무한 각목질 덕분에 흐믓한 추석을 보냈습니다.

이제 드디어 우리의 라이벌이자 주적인 SK를 상대하게 되었네요. 김경문 감독의 얘기대로 공수주 완벽한 팀인 만큼 걱정도 됩니다만, 역시 팬심으로는 이번만큼은 SK를 꺽으리라 예상합니다. 가장 큰 요인은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인데요. 사실 지난 2년간 패인은 SK가 잘했다기 보다, 너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쌓인 우리 곰돌이들이었구요. 지나친 승부욕으로 찬스에서 과감하지 못했죠. 하지만 김현수가 인터뷰에서 밝혔 듯이 부담없이 제 스윙을 하는 만큼, 좀더 성숙한 경기운영이 예상됩니다.

오히려 걱정스러운건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의 탈락으로 SK 선수들이 더욱 똘똘 뭉치게 되는 상황인데요. 이 3인방이 플레이오프에 나올 수 없다는건 두산으로서 분명 호재지만, 야구에서는 악재를 딛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기도 하거든요. 야구가 팀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SK가 한두 선수에 의해 좌우되는 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세명이 빠졌다고 SK를 방심해서는절대 안되죠. 대신 올라온 박현준, 이한진, 김원형이 절대 만만한 투수들이 아니기에... 게다가 김성근 감독의 변화무쌍한 작전(일명 꼼수)도 부담스럽습니다.

각설하고 나름의 예상을 해보면요. 역시 두산의 3승 1패입니다. 두산이 인천에서 1패 후 1승을 거둬 분위기 반전시킨 후 연승으로 3승 1패 승리하리라 봅니다. 롯데와 똑같은 시리즈 재연인데요. 매년 플레이오프에서 날았던 점에서 이종욱을, 마운드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임태훈이 제몫을 해주리라 믿습니다. 전문가들은 5차전까지 길게 예상했군요.

닥치고 V4!


두산이 2009년 정규리그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71승 2무 60패로 3위를 기록했는데요. 못한건 아니지만, 작년까지 2위였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후반기에 1위까지 달렸는데 기아에게 3연패를 당한게 컸네요. 이때 무너진게 3위까지 내려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 패배로 SK의 19연승 기록을 이어줬다는 점... 역시 치욕스럽네요.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에게 기선 제압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자랑스러운건 김현수가 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0.350 이상을 쳤고, 최다안타왕을 차지했다는 겁니다. 홈런도 20개 이상을 쳤으니 시즌전 자신이 목표한 바는 다 이뤘네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국민타자로의 등극... 머지 않았네요. 

가을야구를 앞둔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을 전망해보면 솔직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작년이 참 최적의 우승 찬스였죠. 올해는 작년보다 힘들구요. 우승확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 같네요. 극강의 SK도 그렇고 미친 듯 달려온 기아도 무섭습니다. 롯데는 어디 만만한가요? 냉정하게 평가하면 플레이오프까지가 올시즌 두산의 한계가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에혀... ㅜ.ㅜ

그래서 지금 라인업에서 좀 변화를 주고 싶네요. 그래야 포스트시즌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구요. 현재까지의 라인업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최근 좀 무기력했죠.

1. 이종욱 CF
2. 고영민 2B
3. 김현수 LF
4. 김동주 3B
5. 최준석 DF
6. 손시헌 SS
7. 이원석 1B
8. 최승환 C
9. 임재철 RF

근데 중간중간 부진한 선수들이 좀 보이죠? 임재철, 최준석이 일단 눈에 들어오는데요. 임재철은 타신으로 불리던 시즌 중반까지의 위용은 사라지고, 최근 뱃 스피드가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군 제대 이후 첫 풀타임 출장이라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게다가 심심챦게 에러까지도... 최준석도 광돈신이라는 닉네임이 쑥스러울 정도로 물먹은 방망이입니다. 1루 수비도 그닥 좋진 않구요. 조금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간 두명은 아래처럼 좀 바꿨으면 하네요.

1. 정수빈 RF
2. 이종욱 CF
3. 고영민 2B
4. 김현수 LF
5. 김동주 3B
6. 이성열 DF
7. 이원석 1B
8. 손시헌 SS
9. 용덕한 C

이 타순은 우선 단기전인만큼 수비를 중심으로 짠 타선이구요. 두산의 장기인 발야구를 극대화했습니다. 사실상 1~3번은 테이블 세터진이구요. 4~6번이 진짜 클린업이죠. 특히 정수빈의 1번 배치는 모험이긴 한데, 정수빈이 극강의 선구안을 갖고 있어 쉽게 물러나지 않는 스타일인걸 감안한거구요. 이종욱이 최근 잘 맞지 않은 것도 고려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성열이 눈에 뜨이죠? 이성열은 분명 변화구에 약점이 있죠. 그래서 그동안 주로 대타로만 썼는데 최준석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풀타임의 기회를 주고 싶네요. 왠지 근거없는 느낌인데, 올 포스트시즌에는 이성열이 작년 오재원처럼 뭔가 해주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리고 용덕한은 최승환보다 나은 블로킹 능력으로 선발했습니다. 조커로는 물론 최준석입니다. 최준석은 대타, 1루, 지명타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왼손 투수일 때 한방 날려주길 기대합니다. 오재원은 대주자, 대수비 등으로 쏠쏠하고, 김재호는 고영민의 백업으로 쓰면 되구요. 여차하면 외야수로 민병헌과 임재철도 뛸 준비를 하고 있죠. 포수로는 최승환도 있네요. 최승환도 좋긴 한데 용덕한이 블로킹이 더 좋아서 안정적인 수비요원으로 용덕한을 선발했습니다.

김경문 감독님이 어떻게 선발 라인업을 짤지 모르지만, 제 바램대로 가건 안가건 무조건 달감독님만 믿고 열렬히 응원하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2001년의 기적을 다시 이룰 수 있으리라 믿구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거침없는 곰들의 무한 각목질로 8년만의 우승을 이루기 기원합니다. 미러클 두산은 그냥 붙여진 칭호가 아니니까요.

덧글...
한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요.
7월에는 롯데가 돌풍을 일으켰고,
8월에는 기아가 무지막지한 승리를 따냈고,
9월엔 SK가 전무후무한 연승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렇다면 10월에 미치도록 질주할 팀은 어디인가요...?
올해는 무조건 '닥치고 V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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