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한국시리즈 SK와의 첫 승부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첼로 레슨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고영민과 최준석이 홈런을 날렸더군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레슨 받으면서 마음 한편은 문학에 있었더랬죠. 근데 경기를 보니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는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글거렸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를 봤습니다.

최종 스코어 3:2로 두산이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지만, 역시 SK는 롯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적이더군요.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깜짝 4번으로 나왔던 이재원은 나이 어리지만 대담한 타격을 보여줬구요. 박정권도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임태훈에게 솔로홈런을 뺐었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승부처는 6회말이었네요. 세데뇨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성근 감독이 대타 이호준을 내세우죠. 이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바로 세데뇨를 내리고 고창성으로 응수합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이니까 내린 결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압승. 고창성이 삼진 2개와 땅볼로 가볍게 진압했습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노마크 찬스에서 안드로메다 슛을 날린 선수처럼 심각하게 굳어지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MVP는 단연 금민철입니다.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기초를 닦아줬죠. 대부분 SK 글로버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였는데, 이제는 금민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금민철이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계투진들도 너무 잘해줬네요. 세데뇨를 제외하고 고창성, 지승민, 임태훈, 이용찬 모두 철옹성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이용찬의 철벽 마무리는 눈물겹네요. 삼진 하나, 안타 하나, 병살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용찬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SK건 기아건 전혀 무섭지 않네요.

1. 금민철
준플레이오프 호투가 1회성이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모도 마음 한켠에 왠지 골든보이가 못미더웠는데요.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간 골든보이를 너무 띄엄띄엄 본 것 같군요. 어쨌든 빠르다고 공이 다 좋은건 아니고, 느려도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걸 증명해줬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골든보이겠죠?

2. 고영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고젯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겁니다. 글로버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계와 두목곰은 글로버에게 안타 하나도 뽑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글로버에게 고젯의 홈런은 골든보이에게도 적쟎은 힘이 되었죠. 달감독이 이번 SK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고젯을 지목했는데요. 스승의 믿음에 뛰어난 활약으로 보답했네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라더니 역시 고젯은 변태 고슨생입니다.

3. 고창성
곱창이 왜 신인왕 후보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세데뇨의 방화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잘 껐습니다. 2회 이후 점수내지 못한 상태에서 첫타자 볼넷을 내줘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1.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2개... 곱창 덕분에 주도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소 자신감없는 피칭을 하기도 했었는데, 대충 감을 잡기 위한 전초전이었나 보네요. KILL라인의 선두 곱창으로 돌아왔습니다.

4. 임태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걱정, 그리고 기대되는게 임태훈과 김재현의 승부였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홈런이 임애교나 팬들에게 큰 상처였거든요. 그런 안좋은 기억을 야신도 모를리 없죠. 8회 첫타자로 대타 김재현을 내더군요. 김재현이야 뭐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어서 임애교의 묵직한 직구도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넘어갑니다. 그런 김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네요. 순간 오늘 승리예감이 들었던건 우모만은 아니었을겁니다.

5. 이용찬
오늘 경기의 가장 마음 졸였던 순간이 9회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정상호를 6구만에 헛스윙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심장박동이 무한질주를 하더군요. 야신은 대주자 조동화로 바꿨구요. 거기 타자는 타점을 기록했던 백전노장 박재홍인지라 긴장감은 더했죠. 그 위기의 순간에도 다행히 이용찬은 자기 공을 던지더군요. 결국 박재홍의 타구는 고젯에게 굴러가 병살이 되었구요. 게임은 끝났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이용찬... 멋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꼭 북경올림픽 쿠바전을 연상시키네요. 여기서 만약...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면요. 만약 이용찬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플레이오프는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SK에게 90% 이상 넘어갔을겁니다. 용찬아 고맙다!

6. 김동주, 김현수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계는 2삼진까지 보너스로 받았구요. 기계가 삼진당하더라도 힘껏 스윙하겠다고 하더니... 이런거였나...? 싶네요. 두목곰은 진리니까 패스구요. 어쨌든 이겨도 기계와 두목곰이 허무하게 무너지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기계, 두목곰 화이팅해주삼!

덧글...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담대하게 잘 뛰어준 금민철, 이용찬, 임태훈이 몇살인지 아시나요? 86년생, 88년생, 빠른 89년생입니다. 아... 너무 배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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