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훨씬 넘은 무렵에야 끝난 SK전, 패했습니다. 잠실구장을 나오는 길이 그냥 터벅터벅이네요. 왠지 막을 수 있었던 순간에 이해 안가는 투수교체로 홈런 맞고, 뒤집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SK의 교묘한 시간 끌기로 타이밍을 빼기고... 뭐 진거는 다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참 허무합니다. 이번 경기 패배로 2위 자리도 쉽지 않아졌네요. 9월의 질주를 바랬지만, 일단은 멈췄습니다.

선발 금민철은 잘했습니다.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할 일은 다 했죠. 어이없는 1루 송구 에러만 안했어도 무실점이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나온 투수들이었습니다. 고창성은 2루타 맞고, 안경현에게 1-1 상황에서 홍상삼에게 교체됐는데요. 뭔가 달감독님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해서 교체한건지는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이런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거든요. 홍상삼의 빠른 공이 노장 안경현의 느린 뱃 스피드를 누를 수 있을꺼라 판단한걸까요? 하여간 홍상삼은 동점 투런을 맞아 달감독의 승부수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는 뭐 그냥 몰매 맞는 분위기였습니다. 막판에 우익수 조동화의 실수를 틈타 한점차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진 못했죠. 뭔가 2% 부족한, 아쉬운 경기였네요. 이기고 광주로 갔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투수는 다쓰고 진채로 내려가니 기아전에서도 그닥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아는 두산전에 또 에이스 투입하려고, 선발 등판순서를 조정했으니... 헐... 대단한 조뱀~

좀 화가 났던건... 6회인가요...? 윤길현에서 정우람으로 교체할 때였습니다. 9번 최승환이 볼넷으로 나가고 다음은 정수빈,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였으니 좌우놀이 좋아하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바꿀 타이밍이었겠죠. 근데 시간을 끌려고 그랬는지, 포수 정상호가 올라가서 한참을 얘기하더니 내려갈 때쯤, 코치가 어슬렁 올라와서또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야 투수를 교체하더군요. 여러 수법으로 맥을 끊는건 김성근, 김재박 감독의 특기인데요. 투수교체 시간까지 이용하는건 좀 너무하다 싶네요. 가뜩이나 시간이 늘어져서 짜증이 나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한가지 위로가 되는건 이용찬의 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비록 2.1이닝 동안 3안타 맞고 3실점 했지만, 그래도 공 자체는 참 묵직하더라구요. 2이닝은 잘 막았고 3이닝째 흔들리긴 했지만, 달감독이 마무리로 점지한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만 꾀한다면 참 괜챦은데 말이죠.

덧글...
두산베어스 팬인 정운찬교수가 총리로 내정되었습니다. 성향으로 볼 때 2mb와는 안어울리게 보이지만, 어쨌든 사회통합을 위해서 들어갔다고 하네요. 일단 뜻하신 바를 잘 이뤄주셨으면 하는데, 세종시를 무마하기 위해 충청인을 기용한, 즉 정권의 이용도구로만 쓰이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사실 한국의 총리란 실질적인 권력을 쥐었다기 보다는 얼굴마담에 가까워서리... 하여간 두산팬으로서 욕먹는 총리가 되시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최고의 빅매치가 두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중 SK와의 원정 3연전, 그리고 주말 기아와의 잠실 3연전. 아마 이 6연전에서 올시즌의 향방이 얼추 완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팀 중 어느 한 팀이 삐꺽하다가는 1, 2위 싸움이 아닌 3위... 아니면 4위싸움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그야말로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승부가 펼쳐질겁니다. 그 승자가 두산이 되었으면 하는데... 흠...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군요.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standing small...

지난 광주 3연전에서 SK가 기아와 대등 혹은 위닝시리즈를 가져가길 바랬는데, 기아의 벽이 너무나 높네요. 오심으로 인해 약간 얼룩이 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기아는 현재 최강의 전력을 갖고 있구요. SK를 가볍게 스윕했습니다. 도대체 구톰슨, 로페즈,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 등의 선발이랑 맞대결하는 팀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요? 산넘어 산이 아니라 아예 넘사벽같은 친구들입니다. 선발이 약한 곰돌이네로서는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네요. 

그렇다고 SK가 호락호락하냐? 절대 그렇지 않죠. 4강에서 멀어질 팀으로 우모는 SK를 지목했습니다만, 솔직히 희망사항이구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가는데 망하지도 않은 부자야 뭐... 모르긴해도 최소 김성근 감독이 SK에 남아있는 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4강 혹은 우승을 넘볼겁니다. 내일은 글로버와 니코스키가 붙는데요. 니코스키의 친정을 향한 분노의 위닝샷 기원합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분명 두산이 앞서지만, 야구는 정말 모르는게 악재가 겹치면 선수들을 응집하게 해서 평소에 없던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그래서 늘 야구를 보면서 느끼는건... 겸손하라... 입니다. 어쨌든 삼성에게 신승했던 모드를 유지해서 SK전에 2승 1패 기대하네요.

그리고 기아... 금토일 주말 3연전의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예약은 안했지만 현장판매분으로 어떻게든 가볼까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잠실벌의 함성이 귓가에 왱왱 거리네요. 기아는 주루실력으로 마운드를 흔들지 않으면 점수내기 힘들죠. 최강의 선발진을 연타로 무너뜨리기는 기대하기 어렵구요.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임재철 등의 발빠른 주자들이 감행하는 도루와 센스 플레이로 투수에게 심리적 타격을 가하는게 주요 포인트입니다. 이를 위해선 극강의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거나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죠. 투수진은 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막겠다는 각오로 덤벼서 2승 1패 희망합니다.
 
6연전에서 4승 2패만 거둔다면 남은 일정에서 역전시키는 것도 꿈꿔볼만 하죠. 과거 두산은 마지막 경기에서 8연승인가를 거두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스토리를 극적으로 만들어주려면 한화가 기아에 고춧가루 뿌리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죠. 내일 류현진과 서재응이 맞붙는데요. 최근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화고 선발이 대한민국 대표왼손인 만큼 청양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곰들의 곡갱이질에 곁들여진 꼴찌의 반란이라면... 시청률 상승은 따논 당상입니다.


주적 SK와의 3연전 첫경기여서 회사 마치고 잠실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경기도 중요하지만 SK와의 경기는 왠지 지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응원의 목소리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찾았는데, 다행히 멋진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두산은 1위로 올라가고, 2위는 기아가 차지하고, 3위는 SK가 내려가고, 4위 롯데는 그대로... 네요. 그래봐야 1위와 4위는 승률 2푼 차이니까 그닥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고 봐야할겁니다.

경기는 4:0으로 끌려가던 6회 무사 만루에서 2번 이종욱의 1타점 적시타, 3번 김현수의 2타점 적시타, 그리고 5번 최준석의 3점 홈런으로 가볍게 6점을 뽑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네요. 최준석의 빨랫줄같은 홈런도 멋있었지만, 포문을 연 이종욱의 좌전안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김동주는 타석에 들어설 때 거의 다른 선수의 2배가 넘는 환호성이 나오는데요. 특히나 이종욱은 모든 관중을 열광케 하죠. 어려운 타석이었는데,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했습니다.

투수진은 선발 세데뇨가 5이닝을 4실점으로 막고 김상현, 임태훈, 이용찬이 차례로 막았습니다. 승리투수는 김상현, 홀드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이구요. 이중에서 임태훈은 2와 2/3이닝을 피안타없이 무실점으로 야무지게 막아냈습니다. 수훈선수 인터뷰도 어찌나 애교넘치게 하던지 잠실벌의 누나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더군요. 확실히 용찬이가 무뚝뚝한 장남이라면, 태훈이는 애교넘치는 막내딸 이미지입니다.


경기 중간에 안쌤이 1루수 대수비로 출장하더군요. 한회 막고 들어가서 타석에 들어서나 했더니, 김재현과 교체되었습니다. 그래도 타격치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안보는게 나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어디 가도 잘하는 모습 보고 싶네요. 홍포는 잘하고 있는데, 안쌤은 그닥 존재감이 없어서... 두산에서 코치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에혀...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잘하리라 믿습니다. 위 사진에서 1루주자는 고영민인데요. 두산에서 2루수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인지라 보는 느낌이 색다르더군요. 2층 꼭대기에서 땡겨 찍어서 그닥 화질은 안습입니다.

덧글...
오늘 승리로 직관 4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직관승률이 꽤 좋았었는데 올해는 좀 안좋네요. 그래도 오늘 졌다면 5할로 떨어질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미리보는 한국시리즈였던 SK와의 잠실경기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두산은 최근 5연패였기에 무척 중요한 고비였는데요. 이재우, 임태훈의 호투와 김현수의 장타로 대어를 낚았습니다. 이재우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구요. 벌서 4승이네요. 그리고 김현수는 홈런과 3루타를 포함한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오늘의 MVP로 뽑혔습니다. 77경기 만에 100호 안타를 돌파했네요. 특히 올스타 팬투표 1위 답게 좌투수 고효준을 상대로 우측으로 밀어넘긴 홈런... 역시 대단한 기계입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정상호였는데요. 박경완의 빈자리를 얼마나 잘 메우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박경완으로 인해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기에... 그의 부상을 메운 정상호에 대해 궁금한건 당연한거죠. 근데 정상호... 참 만만치 않은 선수더군요. 박경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허투루 볼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투수 리드도 괜챦았구요. 안정적이었습니다. 도루 저지도 한차례 기록했는데, 정수빈이 느린 스타트도 아니었는데 여유있게 잡아내더군요. 한국시리즈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타격도 나름 쓸 만 하더이다. 마치 로봇처럼 딱딱하게 서있는 폼이 좀 특이하긴 했는데, 임태훈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 타점도 얻어냈네요.

박경완이 시즌 후반기에는 나오겠지만, 설사 안나온다고 하더라도 정상호가 있으면 그닥 큰 걱정은 안해도 되지 싶네요. 역시 SK는 강팀입니다.

걱정스러운건 임태훈의 혹사입니다. 이긴다 싶은 경기마다 나가고, 또 최근엔 지고 있어도 팀 사정상 마운드에 오르고, 거의 준 노예수준이죠. 정재훈의 2군행으로 이재우가 선발로 나간 덕에 거의 두산 불펜을 혼자 짊어지고 있습니다. 성영훈이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은 감감 무소식이고... 묵묵허니 마운드에서 씽씽 던져주는 아기곰 임태훈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리고 이용찬도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히어로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후 후유증을 앓지나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네요. 가볍게 시즌 18세이브로 오승환과 함께 공동 1위입니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곰들이 다시 치고 올라갔으면 싶네요. 그동안 하위팀에게 뭇매를 맞았는데 전혀 곰답지 않았습니다. 영웅이와 쌍둥이는 다음에 만나면 혼내주기로 하고, 일단 라이벌 SK부터 다잡아놔야 한숨 돌리겠네요.

덧글...
어제 TV 카메라에 세데뇨가 방망이 갖고 있다가 두목곰한테 한대 맞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뭐 두목곰이야 장난 비스므리하게 왼손으로 머리를 툭 치는 수준이었는데, 한국정서에서야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세데뇨와 같은 외국인 선수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살짝 걱정했더랬죠. 하지만 왠걸... 세데뇨의 모습은 완전히 한국사람과 똑같더군요. 자리를 살살 피하며 겸연쩍어 하는 모습... 완전 군대에서 일병 모습이었습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구요. 세데뇨 참 귀엽네요. 이제 야구만 잘하자~


김선우와 김광현... 제대로 붙었습니다. 
2008년 한국시리즈의 후속판이자 미리보는 2009년 한국시리즈이기도 했죠.

오늘 두산과 SK 양강의 에이스끼리 선발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1, 2위팀 답게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줬네요. 최근 무박2일 경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잘해서라기 보다는 막장에 가까웠다는 야구팬들의 평이 많았죠. 하지만 두산과 SK의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 경기도 그렇고 야구의 묘미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진정한 명승부를 보여줬습니다. 경기 내내 심장이 잘근잘근 씹히는 느낌의 연속이었네요. 9회말 투아웃 만루에 투쓰리 풀카운트라는 보기 힘든 장면도 나왔죠. 그걸 임태훈이 9구까지 가는 승부끝에 김재현을 내야땅볼로 잡아냈구요. 오늘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봤으면 한마디 같습니다. "태훈아~ 니가 고생이 많다~"

결과는 두산의 4:2 역전승이었구요. 승리투수는 임태훈, 세이브는 이용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기쁜건 꼬꼬마 정수빈이 연장 12회에 결승 홈런을 쳤다는건데요. 워낙 선구안 좋고 히팅 포인트 뒤에서 잘 받쳐줘서 언젠가 터뜨리리라 예상은 했었는데 SK 가득염을 상대로 밀어서 좌측 홈런을 뽑아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종욱 없으면 정수빈, 고영민 없으면 김재호, 손시헌 없으면 이대수, 김동주 없으면 이원석... 정말 두산의 뎁스 정말 깊네요. 그리고 비록 12회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세이브를 끝까지 지켜준 이용찬, 참 잘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포인트는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 그리고 포수싸움에서 누가 이기냐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K에게 2년 연속 발린 이유가 바로 박경완이었다 보구요. 박경완에게 완벽하게 털렸기에 SK투수들이 실력 이상의 구위를 보였고, 덩달아 두산의 빠른 발야구까지 죽었더랬죠. 올해도 투수와 포수 싸움에서 밀리는 한 두산은 SK를 제치고 우승하기는 힘들껍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죠.

우선 선발투수 싸움은 김선우도 잘 던졌지만 김광현이 더 잘 했기에 판정패라고 볼 수 있네요. 김선우는 5이닝 4안타 1실점을 기록했는데요. 1실점도 자책이 아닌 1루수 실책으로 내준 점수였죠. 최준석이 잡을 수 있는 공을 그만 놓치는 바람에... 음... 우리의 오똘 오재원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 두리번) 두산이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수비로 기를 죽이곤 했는데, SK만은 예외네요. 하지만 김선우의 피칭도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불안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습니다. 꾸역꾸역... 덕분에 후반에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구요.

김광현은 7회까지는 완벽했지만, 8회에 동점을 허용해서 승리투수 기회를 놓쳤습니다. 김광현은 경기가 잘 안풀릴 때 얼굴이 상기된다거나, 심판이 안도와줄 때 멋적은 웃음을 짓거나, 에러가 나올 때 찡그리거나 하는 등의 감정변화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이럴 때 한번만 더 밀어부치면 김광현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역할이 이종욱에게 왔는데, 2사 1, 2루에서 그만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8구까지 끌고 갔음에도 아쉽네요. 그만큼 김광현이 잘 던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포수싸움은 용덕한이 선전했습니다. 투수 리드도 좋았구요. 인사이드 웍도 훌륭했습니다. 타격도 안타 2개나 쳐냈으니 이 정도면 준수했죠. 전 채상병, 최승환, 김진수, 용덕한 중에서는 용덕한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단 제대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투수와의 호흡면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상무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였기에 충분히 1군에서도 통하리라 봤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다는 점은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에겐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그래서 나름 용덕한의 별명으로 The Khan(더칸, 덕한)으로 지어줬는데요. 괜챦지 않나요...? 음... 아직 뭐 나만 부르는 별명이라는게 아쉽다능...

하지만 SK 박경완 역시 여전히 명불허전이더라구요. 수빈 어린이의 도루를 간발의 차로 저지했구요. 영리한 리드로 김광현의 구위를 더욱더 날카롭게 해줬습니다. 거의 20승급 포수라 불러도 손색없다능... 특히 가장 무서운 점은 발야구가 박경완 앞에서는 곰들의 빠른 야구가 꼬리 내리더란거죠. 좀 보란 듯이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 없나요? 정수빈은 두번이나 실패했구요. 물론 한번은 박경완이 아닌 투수 견제에 걸린거지만... 다른 선수들은 9회까지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걸려요. 악어는 사냥할 때 무조건 물속으로 끌고가죠. 이게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상대를 몰아가는거거든요. 이미 물속에 들어온 이상 게임은 끝나는거구요. 두산의 창조적인 베이스 러닝은 상대 팀에게는 완전 악몽일 뿐니다. 다행히 오재원이 10회에 도루 성공해서 이기긴 했습니다. 그나마 투수가 정대현이었기에 가능했구요. 역시 두산은 뛰어야 이깁니다.

덧글...
김현수가 3회 정근우의 평범한 안타를 쓸데없는 슬라이딩으로 놓쳐 2루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아무래도 타율 1위 경쟁을 벌이는 정근우였기에 잡으려는 의욕이 앞서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이걸 김경문감독은 놓치지 않고 지적했네요. 이종욱과 교체... 아마 김현수도 이걸 계기로 좀더 마음을 다잡길 바랍니다. 가뜩이나 김광현한테 약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오늘도 2타수 무안타였구요.


이겨도 찝찝한 경기가 있다면 져도 기분좋은 경기가 있죠. 전자의 경우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진 경기일테고, 후자의 경우 지더라도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였을 때의 느낌일텐데요. 오늘 SK와의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그닥 기분 나쁘지 않은 경기였네요. 8회부터 경기를 봐서 그 전까지의 흐름은 모르구요. 8회부터 보면 두산이 상당히 탄탄한 경기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K에 대한 두려움없는 플레이가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우선 임태훈의 빵빵 내리꽂는 공은 속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요. 고창성의 담대한 모습도 맘에 드네요.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용찬의 윽박지르는 공도 좋았구요. 2안타 2볼넷 2타점의 민병헌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정수빈... 정수빈을 빼놓을 수 없죠. 정수빈의 침착성과 선구안은 도무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이승호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에 몰렸으면서도 볼 세개를 골라내서 기어이 출루하고 말았죠. 이승호의 유인구가 절대 컨트롤이 안된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수빈은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정수빈의 안정된 폼이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면, 선구안은 아무래도 선천적인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간 경기경험을 계속 샇는다면 이종욱의 대를 잇는 허슬플레이어 나올꺼 같습니다.

경기는 9회가 하이라이트였네요. 우선 9회초 SK가 2점 내면서 앞서 나갔는데요. 임태훈이 방심한 틈을 타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죠. 흔들린 임태훈은 정근우의 2루 도루에 이어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내주고 말았죠. 안타맞은건 그렇다치더라도 박재상에게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한건 중계플레이에 미스가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9회말 원아웃에서 김동주가 안타치고 나가자,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구요. 김현수의 안타와 에러를 틈타 1루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밟는 센스를 보여줬죠. 그리고 최준석의 볼넷 이후 유재웅의 동점타로 6:6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나주환의 호수비로 무산된게 아쉬웠네요.

경기는 12회 연장전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무승부지만 사실상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양팀 모두 패자였네요.

덧글1 ...
안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섰네요. 12회말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얼굴이 새까맣고 깡 말랐더군요. 에혀... 하여간 SK유니폼의 안쌤이 아직은 낯서네요.

덧글 2...
11회말 금민철이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고창성 타석이었는데, 더이상 바꿔줄 선수가 없자,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금민철을 왼쪽 타석에 세웠는데요.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고등학교때 투수들이 타격연습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영훈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하여간 상당히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덧글 3...
오늘도 박재홍에 대한 야유는 이어지네요. 개인적으로 공필성코치에게 사과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재홍의 무개념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팬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게 그 이유겠죠. 그런 박재홍이 이용찬에게 데드볼을 맞았습니다. 이용찬은 바로 모자벗고 인사했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용찬이 더 어른스러워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요새 프로야구를 잘 못봅니다.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런데요. SK전 같은 빅경기를 결과만 보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리 곰돌이들이 SK를 박살냈더군요. (이 대목에서 승리의 V와 함께 살짝 웃어주시고...^^) 다른 어떤 팀에서 얻어낸 승리보다 더 기쁩니다. 올해 두산의 주적은 당연히 스크이기에... 참... 프로야구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손시헌이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 LG를 꼽았더군요. LG의 조인성도 마찬가지고 두산을 뽑았구요. 손시헌한테 살짝 실망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갔다온 후유증이나 사제물을 덜먹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올 시즌 두산의 주적은 SK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올해는 준우승의 한을 푸는게 제1의 목표니까요.

한 경기 가지고 설레발 떠는게 부정탈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SK는 올해 두산에 각오좀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년에는 SK가 백업멤버가 강하고, 수비도 좋고, 끈질겼는데... 올해는 두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SK에게 꿇릴게 없죠. 그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게 최승환의 화려한 등장인데요. 사실 작년까지의 코리안시리즈는 박경완에게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플레이오프까지 날았던 이종욱, 고영민의 발야구 실종은 모두 박옹의 작품이었거든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채상병의 투수리드 실력... 하지만 올해 최승환의 활약은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도루저지율은 뭐 이미 1위구요. 투수리드 뿐 아니라 경기 운영능력도 리그 최상위급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이런 최승환의 등장이 우모가 SK를 꺾을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지난 주말에 잠실로 출격하려 했는데 못갔고, 이번주도 쉽지 않네요. 어떻게든 핑크유니폼을 입고 있는 곰돌이들을 보고 싶은데... 그럴려면 이번주 목요일인데... 프로젝트는 계속 굴러가고... 빠져 나가기는 쉽지 않고... 흠... 참... 어렵네요. ㅎㅎ 하여간 궁즉통이라고... SK전에는 꼭 출격하고 싶습니다.


이혜천, 홍성흔에 이어 안경현도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앙숙인 SK와 계약했다고 하니... 내년엔 안쌤의 복수가 이어질텐데... 이걸 어떻게 바라보나...
에혀... 참 착잡하네요.

이로써 황금세대라 할 만한 두산의 OB세대는 김동주만 남았군요. 사실 김동주도 어찌 될런지는 모르죠. 쩝... 홍성흔의 롯데행에 하도 분해했더니 이제 안쌤의 SK행은 충격도 아닙니다. 어차피 올게 왔다고 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난로시즌에 두산팬하기 정말 힘들군요. 홍성흔의 경우 무성의한 두산구단에 화가 났었는데, 안쌤의 경우는 구단보다 김경문감독에게 섭섭한 감정이 드는게 사실이구요. 무슨 이유였는지 감독은 안쌤을 쓰지 않았고, 공공연히 퇴출만 언론에 흘렸거든요. 안쌤과의 사적 감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덕분에 안쌤은 무수한 소문에 시달렸죠. 사실 여부를 떠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에 비해 구단은 은퇴시 코치연수까지 제안했으니 안쌤에게 무지막지하게 박대했다고는 보지 않구요.

어쨌든 결과는 홍성흔은 롯데로, 안경현은 SK로, 이혜천은 야쿠르트로 날아갔습니다. 두산에 이 세선수만 있는건 아니지만, 특히나 좋아했던 선수들이었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구단의 홀대가 남아있는 두산 꿈나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에... 구단에 대한 실망이 없을 수 없네요. 그리고 구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를 깍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고객만족은 커녕 고객의 눈에 피눈물을 맺히게 하는 기업이 무슨 존재가치가 있을까요?
참고로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었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네요. 이맘 때쯤이면 이용 아저씨는 신나게 방송사 투어를 하시겠지만, 두산팬들은 마음 졸이며 잠실벌과 모니터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는데요. 어쩌면 올해 마지막일지 모르는 경기를 지켜보니 두산팬으로서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 흐르더군요.

제가 바라는 오늘 경기는 두산팬들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마음을 비운지는 꽤 됐구요. (아니 사실은 몇시간^^) 가을축제를 만끽하는 우리들에게 패배감보다는 긍지를 심어줄 수 있는 플레이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올시즌 선수들 덕분에 행복했으니까요.

결국 경기는 2:0으로 졌고 한국시리즈 우승은 SK가 차지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구요. SK 선수들도 우승할 만한 실력을 갖춰 지더라도 억울하진 않네요. 다만 우리의 귀염둥이 김현수선수가 마지막 병살타를 친 후유증을 오래 앓지나 않을까 걱정될 뿐... 

이제 겨우 스무살인 청년이 안기엔 너무 큰 짐이었나 봅니다. 결국은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는데요.  친한 롯데팬 선배는 그러더군요. 김현수에게 맡기기보다는 작전을 내는 것이 내년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승부가 어디 그런가요? 제가 김경문감독이었다해도 김현수를 믿고 맡겼을겁니다. 그 상황에서 믿음에 보답하고 못하고는 김현수의 몫이고, 본인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봅니다. 김현수가 일어서지 못하는 한 SK를 깨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어차피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김현수가 한방 쳐줘야 하는겁니다.

어쨌든 올 한해 두산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인생에서 항상 성공만 있는게 아니듯, 야구도 늘 우승할 수는 없겠지요.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 올해 두산선수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이종욱의 야구에 대한 진중한 자세는 늘 신선한 자극이 되었구요. 고맙습니다.

참, 오늘의 MVP는 퀄리티 스타트를 해준 김선우, 부상투혼을 펼쳐준 김동주, 늘 멋진 화이팅으로 두산을 지켜준 홍성흔을 비롯한 모든 두산선수들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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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중계방송은 KBS였는데요. 해설계 비호감의 선두주자인 이용철씨가 오늘따라 두산편을 들어주더군요. 근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거 알죠? 그냥 늘 하던대로 안티두산으로 일관하는게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반칙왕 오노가 태극기 손에 들고 미소지으며 다가올 때의 느낌처럼 당황스럽네요.


아마 계백이 황산벌로 나가는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말에 오르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내가 죽든 네가 죽든 여기서 결판을 내자.' 라고 뇌까리지 않았을래나요. 김경문감독도 집에서 운동화 끈 매면서 비슷한 심정이었을겁니다. 수치적으로는 2패가 남았지만 정서적으로는 1패만 남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만큼 두산으로서는 오늘은 이유 불문하고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김성근감독은 또 꼼수를 냈네요. 선발로 김광현 대신 송은범을 낸겁니다. 일단 의외의 카드를 뽑음으로써 두산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구요. 대신 김광현은 체력을 비축시켜 5차전에 대비했네요. 작년 리오스에게 신예 김광현을 맞대결시켜 리오스를 자극했듯이, 오늘은 랜들과의 경기에 송은범을 올렸습니다. 역시 야신다운 결단입니다. 하지만 왠지 얄밉게만 보이는군요. 내가 너무 야박해졌나요?  

타순도 SK는 전혀 새로운 순서로 채워졌네요. '이진영-박재상-김재현-박재홍-최정-정근우-나주환-박경완-김강민'으로 짰습니다. 생소하군요. 반면 두산은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멤버로 나왔습니다. 김재호가 이대수 대신 나왔다는 것 외엔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네요. 내심 타순조정을 해주길 바랬는데요. 달감독이 결국 뚝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4차전의 결과는 1:4 SK의 완승입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렸구요. 악몽같은 10월을 맞고 있습니다. 두번의 만루찬스를 놓친게 패인이네요. 자칫하다가는 안방에서 저들의 축포가 터지는걸 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치욕적인 상상이지만 말입니다.

1. 달감독이 지목한 김현수와 고영민
김경문감독이 김현수와 고영민을 좀 터뜨려줘야 할 선수로 꼽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터지고 있는 친구들인데요. 두산이 잘 나갔을 때는 두 선수가 중심에 있었RLDP, 오늘은 무조건 이 두명이 부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닥 좋지 않았네요. 특히 4회말에는 볼넷으로 나간 고영민을 1루에 두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별다른 작전도 없었죠. 근데 잘 때린 김현수의 공이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수의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 너무 안타깝네요. 그거 빠지기만 했으면 당연히 2, 3루였는데 말이죠. 김현수의 부진도 씻을 수 있었는데... 참 안되려니 이래도 안되나 싶더군요.

오늘 고영민은 볼넷을 2개를 고르고 안타를 뽑아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현수는 안타 없이 4타수 무안타 기록했었습니다.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네요. 그래도 김현수 지금까지 잘 해줬으니 아무런 불만 없답니다. ^^ 

2. 눈물겨운 랜들의 호투
랜들은 정말 수호신이었습니다. 7이닝 3실점으로 위기를 잘 넘겨줬구요.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줬습니다. 아마 올해 한국시리즈 최초의 퀄리티 스타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고맙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남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니 얼마나 눈물겨운지요. 정말 위기를 넘기는 순간마다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랜들의 얼굴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홀로 버티고 있는 맏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감상적인가요?

이상하게 SK는 랜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랜들의 변화구 제구력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쓰리볼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갈 수 있는 랜들이기에 SK타자들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죠. 아무쪼록 랜들이 다시 한번 선발로 등판해야 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원해봅니다.

3. 너가 있기에 두산이 있다, 김동주 홍성흔
김동주와 홍성흔은 오늘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김동주는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구요. 홍성흔은 찬스를 이어주는 안타를 고비마다 만들어줬죠. 이렇게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는 고참이 있기에 신참들도 나날이 발전하는거구요. 김동주, 홍성흔 같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있다는게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특히 김동주는 팔꿈치 부상으로 불편한 몸으로 4번타자 역할을 잘 해줬구요. 3루수비도 무난하게 펼쳤습니다. 벤치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도 김현수를 보듬어주며 매니저를 자임했다고 하던데, 안봐도 눈에 훤합니다. 그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4. 이제는 즐기면서 야구하자
김현수의 부진보다 더욱 걱정되는건 두산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만큼은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두산이었는데, 지금은 적쟎이 침체되어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몸놀림도 느리더군요. SK선수들과 대비될 정도로요. 어딘지 부담감에 주눅들었다고 할까요. 자신있는 플레이가 실종된게 참 아쉽습니다.

특히 9회초 이용찬의 패스트볼은 추격의지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진영의 우전안타 때도 고영민의 수비동작은 반쯤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구요. 1패 이상의 안좋은 징조가 패배의식인데요. 우리 선수들 힘들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한발 더 뛰어줬음 좋겠습니다. 

이런 분위기로는 4차전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릴랙스하고 경기를 즐겨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수고많았는데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부담없이,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네요. 가끔 하늘도 보고, 관중석에 이쁜 여자 있는지도 둘러보고, 카메라는 누굴 찍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렇게 여유있게 경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당연히 랜들입니다. 퀄리티 스타트로 에이스의 위용을 지켜줬구요. 무려 7이닝을 막아줌으로써 불펜진의 소모를 대폭 줄였습니다. 덕분에 내일 남은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네요.

덧글 1...
2000년에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대결에서 3패 후 3연승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7차전에서는 퀸란의 뜬금포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끝까지 감동적인 투혼을 발휘했었죠. 이번에 다시 2000년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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