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드디어 거포영입을 했습니다. 아니 사실 거포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거구요. 타자인데 사진을 보니 포스가 거포필이 나네요. 부디 제2의 우즈 신화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그에 대한 요모조모를 마이너리그 기록에서 찾아 봤는데요. 대강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름 : Matthew Kyle Watson
출생 : 1978년생
신체 : 180cm 93kg
투타 : 우투 좌타

신체조건으로 봤을 때 그렇게 거구는 아니구요. 우투 좌타에 외야수라는게 특이하네요. 외야수를 본다면 김현수 좌익수에 이종욱 중견수는 붙박이니까 우익수를 볼 확률이 높겠습니다. 임재철, 이성렬, 민병헌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네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명 혹은 1루수로 뛸 수도 있겠지만요.

2008 시즌(AAA, Cyracuse Chiefs) 
0.290, 252타수 73안타, 2루타 18, 3루타 0, 홈런 5, 30타점, 볼넷 46, 삼진 47, 장타율 0.421, OPS 0.815

일단 왓슨의 AAA 성적을 분석하기 전에 한국야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느냐를 결정해야 합니다. 라소다는 AA급으로 평가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지만, 파워면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세기면에서는 AAA에게 뒤지지 않기에 일단 AAA와 AA의 중간 수준으로 보구요. 입단 첫 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약간 부진하다라는 가정을 하면 대충 AAA 성적이 국내리그 성적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AAA 성적을 국내리그 성적으로 환산하려면 타자의 한시즌 타석수를 400타석 정도로 계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다른 변수는 없고 단지 타석수만 늘어난다는 전제의 계산이므로 정확하지는 않다는거 감안하시면 되겠네요.

한국 프로야구 환산성적
0.290, 400타수 116안타, 2루타 28, 3루타 0, 홈런 8, 48타점, 볼넷 73, 삼진 75, 장타율 0.421, OPS 0.815

만약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뒀다면 외국인 거포치고는 그닥 좋은 성적은 아니네요. 참고로 가르시아는 0.283에 홈런 30개였구요. 브룸바는 0.293에 홈런 13개였습니다. 작년 성적이 좋지 않았던 클락도 0.246에 홈런 22개였다는걸 감안하면, 환산성적에 나오는 왓슨이라면 뭐 대어급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환산한 수치니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구요. 멘털적인 요소, 본인의 적응속도, 두산 특유의 팀 캐미스트리 등이 더해지면 폭발적인 크레이지모드의 선수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plz~)

하나 기록에서 맘에 안드는건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건데요. 오른손 투수에는 타율이 0.292인데 반해, 왼손에는 0.229에 불과하네요. 거의 7푼의 차이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팀이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를 줄창 올린다는 얘기거든요. 특히 SK, LG라면 출첵야구 분명 시작할겁니다. 그리고 왼손투수 약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타율이 0.250으로 나왔네요. 중심타자가 클러치 능력이 떨어진다는건 우울한 일입니다. 영양가 논쟁만큼 기분나쁜게 없거든요. 어쨌든 이번 동계훈련에서 왼손에 대한 집중적인 대비를 해야겠죠? 당연히 김광림코치가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이쯤에서 선수단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왓슨효과'를 고려해 봐야 하는데요. 우선 왓슨이 어느 정도 타격성적을 내준다는 가정 하에 김동주를 4번에 놓고 김현수 3번, 왓슨 5번으로 지그재그 타선을 구성할 수도 있구요. 우동수급으로만 가준다면 뭐 더 이상 바랄 나위 없겠습니다. 수비로 본다면 왓슨 합류로 인해 외야와 1루에 무한경쟁이 불가피하겠네요. 외야는 이미 꽉찼으니 죽음의 경쟁이구요. 1루도 결코 안심할 순 없을겁니다. 왓슨이 외야수비가 빼어나다면 이성렬이 1루로 전환하는 카드가 나올 수도 있을테고, 왓슨이 외야수비가 엉성하다면 1루 혹은 지명으로 돌려 최준석이 애매해질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올 스토브리그는 주전경쟁에서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자리는 중견수, 좌익수, 2루수 세자리 밖에 없습니다.

또 넘치는 자원을 활용해서 트레이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왓슨이 우익수에 안착한다면 민병헌, 이성렬, 임재철, 전상렬 등 넘치는 자원 중에 한명 정도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유격수 잉여자원과 둘을 묶어 선발투수 한명을 데려올 수도 있구요. 하여간 스토브리그에서 이렇게 오리무중이었던 때도 별로 없었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김동주는...?


야구가 없는 요즘은 주로 네이버의 다시보기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야구시즌이 돌아와야 다시 행복한 나날을 보낼텐데요. 우여곡절이 많은 올 스토브리그의 나쁜 기억도 내년도 변함없는 '미러클 두산'의 신화를 보면서 지우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뽑은 내년도 두산베어스에 기대되는 선수들을 포스팅해볼까 하는데요. 야구에 대한 지식이 그닥 많진 않은 상태에서 내맘대로 뽑은 주관적인 픽이란거 염두에 두시고 봤음 싶습니다.

우선 첫번째 뽑은 선수는 최주환입니다. 최주환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아직은 무명선수죠. 동성고 출신으로 2006년 계약금 6천만원에 입단했는요. 갸날픈 얼굴에 비해 방망이 돌리는 모습이 검객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내야수면서 우투좌타라는 드문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아직 1군 기록은 눈에 띄는게 별로 없네요. 게다가 포지션이 2루인 관계로 대한민국 2루수 고영민의 그늘을 벗어날 확률도 높아보이진 않구요. 하지만 2군에서는 거의 본즈놀이 수준의 활약을 보였고, 또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언젠가는 포텐셜을 터뜨려주리라 기대해보는 선수입니다.

2008 시즌 성적
1군 : 타율 0.267, 15타수 4안타, 6타점, 삼진 4, 볼넷 1 
2군 : 타율 0.345, 238타수 82안타, 11홈런, 55타점, 삼진 19, 볼넷 25, 도루5

우선 2008 1군 성적을 보면요. 워낙 출장경기가 적어 뭐라고 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타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주로 대타로 나서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2군 기록을 보니 거기서도 타점은 발군이었습니다. 타격 1위인 이병규가 0.426에 50타점인걸 감안하면 최주환의 클러치 능력은 가볍게 볼게 아니네요. 그리고 볼넷과 삼진의 비율도 참 착합니다. 선구안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봐야되구요. 아쉬운건 도루 숫자인데 발이 느린 편은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5개 밖에 안되네요. 김경문감독의 눈에 들려면 이번 겨울에 부단히 뛰어야 할 듯 싶습니다.

결국 북부리그 타격 2위 최주환은 2009 시즌이 1군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길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쉽게도 쉽지 않습니다. 1군의 내야 엔트리가 7명 정도로 봤을 때 오재원, 고영민, 손시헌, 이대수, 이원석, 김재호, 김동주, 최준석 등만 세어봐도 7명이 훌쩍 넘거든요. 김동주, 손시헌, 고영민, 오재원, 최준석을 안정권이라고 하면 결국 이원석, 김재호, 이대수 등과 함께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설사 시즌이 시작할 무렵에 유격수 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최주환이 들어갈 자리는 커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최주환의 수비실력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라는 소문이 있어 김경문감독의 눈에 들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빠른  뱃 스피드가 매력적이라는 점, 고영민의 경쟁상대를 붙여준다는 측면에서 깜짝 1군 엔트리 기용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무엇보다 최주환 자신이 이번 동계훈련을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적어도 김경문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는 주는 스타일이니까요. 그래서 탄생한게 김현수구요.

개인적으로는 최주환이 2루수비를 강화하고 클러치 능력을 키워서 고영민의 백업으로 일단 시작했음 합니다. 그리고 점차 경험을 쌓아 1루와 2루를 보는 멀티 내야수로 성장했음 하네요. 유격수와 3루수는 공을 잡고 던지는 스타일이 2루수와는 달라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거든요. 뭐니뭐니해도 최주환의 가장 큰 매력은 뱃 스피드입니다. 과거 전성기의 김재현을 연상시킬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만큼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충분히 주전자리도 노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김동주의 결정이 해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아직 일본인지, 한국인지, 혹은 미국인지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로 답답한 새해를 맞았네요. 두산팬으로서야 당연히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개인적인 야망을 팬심의 입장에서만 강제하는 것도 그닥 바람직하진 않아, 어디 가든 그의 결정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실망감을 주네요. 적어도 인간 김동주만 고려하고 두산 4번타자 김동주의 입장은 그닥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울러 팬의 입장에서도 섭섭함도 드는게 사실이구요. 만약 김동주가 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어떤 의사표시든 제대로 해야 합니다. 결정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두산은 당장 용병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헷갈리고 있거든요. 시간이 늦춰질 수록 좋은 용병을 뽑을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기에 답답함을 넘어 어떤 배신감까지 드는게 사실입니다. 김동주의 해외진출 강행의지는 개인사가 끼여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럴수록 자신을 낮추는 대인배의 모습... 참 아쉽습니다.


우선 전 두산이 적극적인 자세로 김동주를 예우해주기 원합니다. 어떤 기사에는 개인사까지 뒤치닥꺼리 하기 지쳤다고도 하는데 김동주에게는 그런 뒤치닥꺼리 이상의 가치가 있거든요. 프로야구사에 김동주만한 타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강타자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만큼 홍성흔처럼 허투루 협상하지 말고 진정 두산이 원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해외진출에 실패할 경우 상처입을지 모를 그의 자존심을 전적으로 세워주기 바랍니다. 그래야 국내리그에서 뛰는 동기부여가 가능하니까요.

일단 김동주가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설사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를 지지하는 마음에는 변함없습니다. 다소간의 섭섭함이 있다한들 10년 넘은 굵은 정을 끊을 정도야 되나요. 그리고 먼 훗날 21번과 함께 18번 저지가 영구결번으로 잠실구장에 휘날리기를 기원합니다.


안양한라가 라이벌 하이원에게 어제의 1:4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습니다. 무려 스코어 6:1로 대승을 거뒀죠. 어제 경기는 못봐서 잘은 모르지만, 오늘 경기도 스코어만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피리어드는 스코어상으로는 1:0으로 이겼지만 거의 몰리다시피한 열세였구요. 3피리어드도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우세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안양의 골리, 손호성의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렀을지도 모르겠네요.

1피리어드는 팽팽하게 1:1의 박빙 상황에서 2골을 넣으면서 순조롭게 끌고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피리어드 들면서 하이원의 파상공격에 많이 고전했네요. 다행히 한골을 더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3피리어드는 중반 이후 스코어가 5:1로 벌어지자 하이원이 약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었구요. 한골을 더 넣어 6:1로 경기는 승리했습니다. 우모가 관람한 두경기 모두 승리해서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집단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모가 앉은 자리에서 봤을 때, 승리한 안양한라 선수가 경기 끝난 후에 퍽을 골대로 툭 밀어 넣으려 하자 하이원의 용병이 기분이 상했던 듯 싶네요. 바로 치고 받고 싸우더군요. 그러자 다른 선수들끼리도 붙고 한동안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아이스하키가 어느 정도의 폭력을 용인하는 스포츠긴 하지만 직접보니 살벌하데요. 그리고 꽤 볼만 했습니다. ^^

다행히 난투극 이후 모두 악수하며 좋게 헤어졌네요. 돌아서면 다들 선후배, 동료사이인데 뭐 원수질 일은 없죠. 다만 라이벌이라는 점이 민감하게 작용한 듯 싶네요. 오늘도 경기장은 거의 꽉 들어찼는데요. 입장료는 안받고 대신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하더군요. 덕분에 선행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관중석에는 하이원 원정관중들도 꽤 오셨던데요. 한라 신입사원들의 패기넘치는 응원도 볼 만했구요.


특이했던건 오늘 경기에서 2피리어드 종료후 리틀한라 어린이팀의 시범경기였는데요. 스피디한 경기를 보다가 완만한 어린이 경기를 보니 너무 귀엽더군요. 얼음 위에서 제대로 몸도 못가누면서 퍽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안나올 수 없더라구요.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스하키를 짊어지고 나갈 대스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이 보기로 한 회사 선배가 안 온 모양이네요. 전화 안받더라구요. 딸이랑 같이 온다고 했는데... 흠... 일단 다음 홈경기가 1월 10일이니 다시 한번 꼬셔봐야겠습니다. ^^


WBC대표팀 2차 엔트리가 발표되었습니다. 김인식감독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긴 한데, 아쉬운 점이 있네요. 누가 뽑혀야 했는데 안뽑혔다는 수준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대표팀 구성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입니다. 우선 국가대표팀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개인사는 접어두고라도 태극마크를 달아야 하는게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어왔죠. 물론 대아(大我)를 위해 소아(小我)를 희생하는게 전통적인 충효관점에서 보면 당연한거겠죠. 하지만 미국의 경우 국가대표의 의미가 절대적인 영역은 아니거든요. 일본도 우리만큼 구속적이진 않습니다. 야구만 그런가요? 축구도 선진국의 경우 개인이나 클럽성적을 국가 대항전보다 우선시하는 풍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우리는 국가대표가 최고라는 명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요? 아니 그런 명제에 토라도 달면 역적이 되는걸까요?

우선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면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이구요. 전체주의와 대별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관습상 전체주의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게 많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국가가 보장하는 정치체제에서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는건 넌센스죠. 그런 의미에서 김인식감독의 '국가가 있기에 야구가 있다'는 발언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사실관계를 따지면 스포츠는 국가의 영속성과는 상관없이 존재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불편하거나 힘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거든요.

물론 김인식감독이 그런 정치적인 의미로 얘기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그 논리는 일제시대에 일왕에게 충성을 강요했을 때도 같은 논조였구요. 나치시대에 히틀러에게도 비슷한 톤의 충성발언이 횡행했더랬죠. 과거 아픈 기억이 있는 우리 민족으로서 과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네요. 너무 침소봉대한 것 같나요?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실이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데릭 지터가 미국대표팀을 뛰지 않는다고 매국노로 낙인찍는 집단 히스테리는 없거든요. 지터가 미국대표팀 선발을 거부한게 잘했다는건 아닙니다. 또 굳이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죠. 다만 지터같은 선수도, 도미니카 대표팀으로 뛰는 A-Rod도 개인 선택의 결과라고 너그러이 봐줄 수 있는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거구요. 그게 바로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사회의 모습인데, 우리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점 인정해야 합니다.

김인식감독은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한 박찬호, 이승엽을 또 굳이 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박찬호나 이승엽이 그간 국가에 봉사하지 않은 선수들도 아닌데, 여전히 대아(大我)는 소아(小我)에 우선한다는 전체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싶네요. 이렇게 뽑아 놓으면 어떻게든 뛴다고 본거겠죠. 결국 박찬호와 이승엽은 울며 겨자먹기로, 혹은 불타는 애국심으로 출전할지 모릅니다. 근데 그렇게 출전하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WBC 4강 성적이 우리네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 사회가 거부할 수 없는 집단주의 관습에 쩔어있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기사조차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문제의식조차 낯선 사회의 경직성, 사실 이게 더 무섭네요.

그리고 언제까지 박찬호, 이승엽이 한국야구를 떠받들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 올림픽 금메달만 따면 야구수준이 세계1위가 되는건가요? 북경에서 금메달을 따왔건만 아직도 KBO 총재는 여권핵심부에서 임명해야 되고, 지방 야구장은 붕괴직전의 위험속에 있고, 8개 구단 체제도 아슬아슬하고, 야구만 배워온 대다수 선수들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면 바로 사회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정글같은 현실에서 야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과위주의 엘리트 스포츠에만 집중해온 폐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곰꼬리...
괜히 국가를 위해 고생하시는 김인식감독님의 예를 들었지만, 글의 논조는 김인식감독님을 비판하고자 한건 아니었다는거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두산은 늘 깜짝스타가 나오는 팀이죠. 체계화된 팜시스템과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는 전통 덕분인데요. 그래서 다들 '미러클 두산'이라고 부릅니다. 뭐 '미러클 두산'에 대한 애증은 있지만, 그래도 허슬플레이로 무장된 깜짝스타를 보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네요.

올해 깜짝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많지만, 나름대로 뽑아보면 오재원, 이용찬, 박민석으로 압축되지 싶네요. 특히 오재원은 차세대 두산의 허슬플레이어로 이미 예약을 해놓은 상태구요. 이용찬은 묵직한 구위로 차세대 마무리로, 박민석은 핸섬한 용모와 두둑한 배짱으로 김경문감독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네요.

1. 오재원(282타수 70안타 0.248, 0홈런, 28타점, 볼넷 17, 삼진 62, 도루 28)
올시즌 기록으로 보면 오재원은 평범합니다. 아니 볼넷과 삼진수를 비교하면 좋은 선수라 할 수 없죠. 게다가 2007년이 0.259의 타율이었음을 감안하면 2008년이 결코 만족스러운 해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재원을 차세대 스타로 선정한건 다 이유가 있죠.


우선 오재원은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김경문감독 스타일에 부합하죠. 더구나 김동주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사통발달 쓸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건 그의 생명력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는걸 의미하죠. 그리고 오재원은 컨택능력이 뛰어납니다. 올해 경기에서 기억나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요. 어느팀과의 경기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주자가 1루인가에 있었는데 오재원이 푸시번트를 대면서  내야안타를 만들더군요. 번트 모션에서 가볍게 1, 2루간으로 툭 휘둘러버리는... 그래서 공은 투수도 2루수도 잡기 어려운 쪽으로 굴러갔죠. 그 장면을 보면서 컨택능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최다안타왕이 될 만한 자질을 가졌다고 한 바 있구요.

이런 컨택능력을 능가하는 주루플레이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루가 28개로 주루센스는 이미 인정받았죠. 두산이 고영민을 6번으로 후방배치해도 상관없는건 오재원이 2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입니다.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의 달리는 야구는 내년에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우모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건 바로 그의 허슬플레이입니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파워풀한 세리머니는 오재원을 더욱 매력있는 선수로 만들었죠. 야탑고 시절의 오재원에 관한 일화를 들어봐도 승부근성은 확실하네요. 앞으로 홍성흔의 뒤를 이을 두산의 오버맨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2. 이용찬(8경기 1승, 방어율 1.23, 1피홈런, 볼넷 2, 삼진 12)
이용찬은 사실 임태훈보다 더 기대했던 투수입니다. 고교시절의 스탯도 그렇지만 장충고 출신이라는게 더 매력적이었죠. 장충고는 고등학교 중에서 인성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더군요. 아무래도 정신적 토대가 기본이 되어 있는 선수와 아닌 선수는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프로에 온 후 이용찬은 부상관리 등으로 출전기회조차 없었죠. 그러다 이번 시즌 막바지에 출전하면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이용찬이 2009년 유력한 마무리 후보라고 했는데요. 150km에 육박하는 돌직구가 상당히 좋습니다. 전성기의 오승환을 연상케 할 정도죠. 약간 새침떼기 같은 이미지의 임태훈이냐, 돌부처같은 이미지의 이용찬이냐, 팬으로서는 초특급 투수 두명이 경쟁하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겠네요.

3. 박민석(15경기 1패, 방어율 1.63, 1피홈런, 볼넷 8, 삼진 8)
지난 여름에 경기장에서 이상한 풍경을 봤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5회 끝나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데요. 갑자기 여자팬들이 소리지르면서 사진을 찍더라구요. 알고보니 박민석을 카메라에 담기위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미 외모만으로도 스타 반열에 오른 박민석이 벌써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더군요.


근데 박민석은 외모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이드암이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피칭으로 유명하죠. 두둑한 배짱이 남다른데요. 그런 이유로 한국시리즈 때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마운드에 오르진 못했지만 덕아웃에서 느끼는게 많았을겁니다. 공도 빠른편이어서 143km 정도의 최고 시속을 갖고 있구요. 제구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공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사이드암의 특성상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볼이 많은데 그런 장점에 묵직함이 더해졌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제 두산에서도 든든한 옆구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의 세명은 2009년에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산에선 금방 도태되죠. 그게 프로의 생리구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으리라 보고 근성으로 무장해서 올 겨울 혹독하게 자신을 이기는 훈련하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그냥 바라만 봐도 배부른 세명이네요.


2008년은 훗날 돌이켜보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던 시즌으로 기록될겁니다. 우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는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구요. 그것도 SK에게 우승컵을 내줬다는게 쓰리네요. 그리고 홍성흔이라는 베어스의 영혼을 빼았겼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안경현, 이혜천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래도 베어스는 늘 위기의 순간에서도 투혼으로 일어서왔기에 내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올해 두산베어스를 책임졌던 선수들을 기억해보면 참 여러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모두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고... 일단 3명만 뽑아보면요.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랜들, 고영민, 김동주, 이재우도 있었지만, 기록과 허슬플레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이 두산 2위의 원동력이었죠.

1. 김현수(470타수 168안타 0.359, 9홈런, 89타점, 볼넷 80, 삼진 40)
김현수는 두 말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두산의 간판이구요.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차 이승엽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말 그대로 전도유망한 곰청년이죠. 내년엔 거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는 설레발 기사가 나오고 있긴 한데... 그러면 좋지만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88년생 스무살이니까요.


김현수의 장점은 성실함입니다. 야구에 대한 자세가 진중하고 겸손해서 늘 인터뷰해도 재미있는 답변이 나오진 않죠. 타격왕 경쟁에 대해 물으면 나오는 멘트는 한결 같습니다. 전경기 출장하는게 목표라고... 거의 외울 지경인데요. 그런 성실함과 겸손함이 있기에 내년에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하네요. 김광림코치도 현수에게만은 슬럼프가 없을꺼라고 단언하던데... 그 모습 변치 않길 바랍니다. 또 하나 김현수 칭찬할 점은 볼넷 숫자가 삼진의 두배라는 점이죠.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다는 얘기도 되지만, 투수의 공을 기다릴줄 안다는 것, 자기의 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게 극강의 타자로 성장한 배경입니다. 이러니 투수가 무서워 할 밖에요.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타격할 때 오른발을 들었다 놓기 때문에 변칙투구에 대한 대처가 늦다는 점입니다. SK 투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이런 변칙패턴으로 김현수에게 재미를 봤는데, 김현수로서는 오른발을 너무 높지 않게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2. 홍성흔(423타수 140안타 0.331, 8홈런, 볼넷 25, 삼진 35)
홍성흔은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해였습니다. 1999년 데뷔한 이래 3할을 넘겼던 적은 2004년 0.329가 유일했었죠. 그리고 올해 0.331로 대박을 터뜨렸구요. 그래서 FA 특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를 열정적으로 야구하는 스타일인지라 어느 팀에 가도 제 몫은 하고도 남는 선수죠. 롯데는 정말 복받은 팀입니다.


홍성흔하면 포수였는데 포수에 대한 능력은 현재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래서 내년 홍성흔의 성공여부는 우선 수비 포지션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포지션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 1루와 외야수, 그리고 포수를 왔다 갔다한다면, 롯데에서 자리를 못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지명타자로 뛰는게 가장 안전해 보이긴 하지만, 홍성흔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1루가 무난해 보이네요. 외야수를 하기엔 발이 빠르지 않아서...

강민호가 내년에 홍성흔과 다양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하던데, 두산전에서 홍성흔이 주먹을 불끈쥐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겉으로는 가슴아픈 침묵을, 속으로는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이종욱(458타수 138안타 0.301, 0홈런, 볼넷 52, 삼진 53, 도루 47)
이종욱이 있어 두산은 강합니다. 우승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롱런하는 선발투수, 강한 마무리, 철벽 유격수, 거포 4번타자, 그리고 최강의 리드오프를 꼽는데요. 두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드오프 이종욱이 있는한 강자로 군림할겁니다.


이종욱을 가끔 이용규와 비교하기도 하는데요. 이용규도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중견수 수비의 안정성과 범위에서 이종욱에 밀립니다. 이용규는 전진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어 뒤로 날라가는 볼, 즉 상하의 수비폭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종욱은 상하 좌우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범위를 지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겁니다. 공격과 주루능력은 두 선수 비슷하고, 창의적인 허슬플레이는 이종욱이 낫고, 송구능력은 이용규가 좀 낫지 싶네요. 하여간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1번과 중견수 자리는 이종욱이었다는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이종욱이 중장거리포도 가끔 터뜨렸으면 하네요. 홍성흔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메워야 하는 것도 있지만... 똑딱이 1번타자 보다는 중장거리형 호타준족이 훨씬 더 위력적이니까요. 그리고 늘 하던대로 허슬플레이 펼쳐주기 기대합니다. 다만 몸이 상할 정도로 과도하게 하지는 말구요. 보는 사람 가슴 아프답니다. 홍성흔이 없는 동안 우모의 유니폼은 39번 이종욱입니다.


안양한라 홈페이지에를 유심히 보니 아이스하키에 관한 정보가 많네요. 경기를 보면서 가졌던 궁금증이 많이 풀렸습니다. 안양한라는 자체 중계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예상했던대로 아프리를 통해 중계방송을 하고 있더군요. 지난 경기 하이라이트도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구요.


한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일본의 명문 아이스하키팀 Seibu Princerabbits가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해체했다고 하네요. 우모가 관전했던 그날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원인이 있었더라구요. 이제 리그가 7팀에서 6팀으로 줄었다니 이제 막 관심을 갖게된 아이스하키지만 참 아쉽네요.

홈페이지에 아래처럼 재미있는 내용이 있네요. 조금 유머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한편 서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여간 홈경기가 자주 열리지는 않지만 가급적 시간날 때마다 경기장에서 응원을 해야겠습니다. 겨울 스포츠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중계 안해주면 우리가 하면 되고...
기사 안써주면 우리가 쓰면 되고...
비인기종목이라고 놀리면...
인기종목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심정수하면 떠오르는건 우동수 트리오입니다. 과거 두산베어스의 전설적인 클린업 우동수 트리오의 한 축을 심정수가 담당했었죠.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우동수 트리오는 지금 세월이 흘러 우즈는 일본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고, 김동주는 일본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심정수는 은퇴했지만,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태 시절의 김성한-김봉연-김준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을 능가하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거포군단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런 심정수가 은퇴선언을 했습니다. 60억을 받고 삼성으로 간 이후에 그닥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해 먹튀의 이미지도 남아있지만, 두산팬에게 심정수는 아련한 추억이자 자부심이었죠. 한때 베어스가 두점베어스라는 오명을 썼을 때 팬들은 '심정수만 있었어도...' 하며 그의 장쾌한 홈런포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김동주, 홍성흔이 없는 중심타선을 보면서 도 한번 심정수의 추억을 떠올리지도 모르겠네요.

심정수는 94년 OB로 입단해서 현대에서 2001년~2004년, 삼성에서 2005년~2008년 선수생활을 보냈구요. 15시즌 동안 통산 2할8푼7리에 328홈런, 102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심정수의 하이라이트는 두산과 현대시절이었는데요. 특히 2000년 LG와의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날린 홈런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안경현이 장문석에게 9회초 투아웃에서 동점을 만든 이후 11회초에 날린 심정수의 결승홈런은 거포군단 두산의 정점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심정수는 플레이오프에서 안타 3개인가를 쳤는데 모두 홈런이었을겁니다. 부진했던 그를 믿어준 김인식감독도 대단했지만요,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날려준 심정수도 레젼드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심정수는 결국 무릎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많지 않은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생활은 정리하고 미국유학을 간다고 하네요. 뭐든 열심히 잘하기 바라고, 먼 훗날 우동수 트리오가 모두 잠실야구장에 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두산베어스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에 '미러클'이 있죠. 미러클... miracle... 기적이라는 뜻인가요? 이 단어에는 미러클이 지닌 중독성과 좌절감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어, 구단에게는 자기위안적 쾌감을, 팬에게는 정신적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미러클 두산'이란 용어는 매년 선수를 팔아먹어 예상순위에서는 하위권이지만, 실제 성적에서는 늘 상위권을 유지하기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심정수, 우즈, 정수근, 진필중 등이 이탈하던 2000년대부터 불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구단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훈장처럼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전 그닥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네요. 뉴욕양키스에게 미러클이라는 품위 저렴한 단어를 붙이지는 않으니까요.

명문구단의 정의를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전 뿌리깊은 구단의 역사가 있고, 구단이 집행하는 예산이 방대하고, 성적이 최상위급에 속하며, 선수들의 실력이 높고, 팬이 많아야 명문구단이라고 봅니다. 뉴욕양키스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이 속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뺏기는 구단은 명문구단이 되기 힘듭니다. 우선 역사가 훼손되고, 선수들의 충성도가 낮아지고, 팬들이 떠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두산구단의 최근 행보에 아쉬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겁니다.

이젠 김동주마저 떠난다고 하네요. 확정은 안되었지만, 거의 그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동주와의 이별은 일본에서 새출발하고 싶어하는 본인의 의지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죠. 또 설사 남는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여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에... 아쉽지만 이번에 두목곰이 꼭 일본으로 진출해서 성공하기 바랍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김동주가 떠난다는 가정 하에 두산의 내년 성적을 점치고 있더군요. 대개 '4강도 힘들다'와 '그래도 4강은 간다'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SK와의 복수혈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4강을 논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욱 기분이 안좋은건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야 하지만, 내도 문제라는거지요. 김동주,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 없이도 코리안시리즈를 간다면, 혹은 우승을 한다면, 구단에서 미러클 두산이라는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르거든요. 계속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홀대가 이어지고, FA에 대한 무관심으로 머니볼 게임만 하는 구단으로 전락할까 두렵습니다.

내년에 누가 되든 김동주, 홍성흔, 안경현, 이혜천을 커버하는 선수가 분명 나올겁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긴 한데... 어쨌든 분명 새로운 스타가 출현하겠죠. 두산의 탁월한 팜시스템은 타 팀들의 벤치마킹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야구팬들은 역시 '미러클 두산'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테구요. 하지만 정작 두산팬들은 좋아하다, 체념하다, 화내다를 반복하는 인지부조화에 허덕이겠지요. '미러클 두산'이 지닌 좌절감이 중독성 만큼이나 치명적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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