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늘 깜짝스타가 나오는 팀이죠. 체계화된 팜시스템과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는 전통 덕분인데요. 그래서 다들 '미러클 두산'이라고 부릅니다. 뭐 '미러클 두산'에 대한 애증은 있지만, 그래도 허슬플레이로 무장된 깜짝스타를 보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네요.

올해 깜짝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많지만, 나름대로 뽑아보면 오재원, 이용찬, 박민석으로 압축되지 싶네요. 특히 오재원은 차세대 두산의 허슬플레이어로 이미 예약을 해놓은 상태구요. 이용찬은 묵직한 구위로 차세대 마무리로, 박민석은 핸섬한 용모와 두둑한 배짱으로 김경문감독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네요.

1. 오재원(282타수 70안타 0.248, 0홈런, 28타점, 볼넷 17, 삼진 62, 도루 28)
올시즌 기록으로 보면 오재원은 평범합니다. 아니 볼넷과 삼진수를 비교하면 좋은 선수라 할 수 없죠. 게다가 2007년이 0.259의 타율이었음을 감안하면 2008년이 결코 만족스러운 해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재원을 차세대 스타로 선정한건 다 이유가 있죠.


우선 오재원은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김경문감독 스타일에 부합하죠. 더구나 김동주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사통발달 쓸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건 그의 생명력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는걸 의미하죠. 그리고 오재원은 컨택능력이 뛰어납니다. 올해 경기에서 기억나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요. 어느팀과의 경기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주자가 1루인가에 있었는데 오재원이 푸시번트를 대면서  내야안타를 만들더군요. 번트 모션에서 가볍게 1, 2루간으로 툭 휘둘러버리는... 그래서 공은 투수도 2루수도 잡기 어려운 쪽으로 굴러갔죠. 그 장면을 보면서 컨택능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최다안타왕이 될 만한 자질을 가졌다고 한 바 있구요.

이런 컨택능력을 능가하는 주루플레이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루가 28개로 주루센스는 이미 인정받았죠. 두산이 고영민을 6번으로 후방배치해도 상관없는건 오재원이 2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입니다.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의 달리는 야구는 내년에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우모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건 바로 그의 허슬플레이입니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파워풀한 세리머니는 오재원을 더욱 매력있는 선수로 만들었죠. 야탑고 시절의 오재원에 관한 일화를 들어봐도 승부근성은 확실하네요. 앞으로 홍성흔의 뒤를 이을 두산의 오버맨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2. 이용찬(8경기 1승, 방어율 1.23, 1피홈런, 볼넷 2, 삼진 12)
이용찬은 사실 임태훈보다 더 기대했던 투수입니다. 고교시절의 스탯도 그렇지만 장충고 출신이라는게 더 매력적이었죠. 장충고는 고등학교 중에서 인성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더군요. 아무래도 정신적 토대가 기본이 되어 있는 선수와 아닌 선수는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프로에 온 후 이용찬은 부상관리 등으로 출전기회조차 없었죠. 그러다 이번 시즌 막바지에 출전하면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이용찬이 2009년 유력한 마무리 후보라고 했는데요. 150km에 육박하는 돌직구가 상당히 좋습니다. 전성기의 오승환을 연상케 할 정도죠. 약간 새침떼기 같은 이미지의 임태훈이냐, 돌부처같은 이미지의 이용찬이냐, 팬으로서는 초특급 투수 두명이 경쟁하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겠네요.

3. 박민석(15경기 1패, 방어율 1.63, 1피홈런, 볼넷 8, 삼진 8)
지난 여름에 경기장에서 이상한 풍경을 봤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5회 끝나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데요. 갑자기 여자팬들이 소리지르면서 사진을 찍더라구요. 알고보니 박민석을 카메라에 담기위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미 외모만으로도 스타 반열에 오른 박민석이 벌써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더군요.


근데 박민석은 외모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이드암이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피칭으로 유명하죠. 두둑한 배짱이 남다른데요. 그런 이유로 한국시리즈 때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마운드에 오르진 못했지만 덕아웃에서 느끼는게 많았을겁니다. 공도 빠른편이어서 143km 정도의 최고 시속을 갖고 있구요. 제구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공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사이드암의 특성상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볼이 많은데 그런 장점에 묵직함이 더해졌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제 두산에서도 든든한 옆구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의 세명은 2009년에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산에선 금방 도태되죠. 그게 프로의 생리구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으리라 보고 근성으로 무장해서 올 겨울 혹독하게 자신을 이기는 훈련하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그냥 바라만 봐도 배부른 세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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