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훗날 돌이켜보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던 시즌으로 기록될겁니다. 우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는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구요. 그것도 SK에게 우승컵을 내줬다는게 쓰리네요. 그리고 홍성흔이라는 베어스의 영혼을 빼았겼다는 점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안경현, 이혜천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래도 베어스는 늘 위기의 순간에서도 투혼으로 일어서왔기에 내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올해 두산베어스를 책임졌던 선수들을 기억해보면 참 여러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모두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고... 일단 3명만 뽑아보면요.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랜들, 고영민, 김동주, 이재우도 있었지만, 기록과 허슬플레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 김현수, 홍성흔, 이종욱이 두산 2위의 원동력이었죠.

1. 김현수(470타수 168안타 0.359, 9홈런, 89타점, 볼넷 80, 삼진 40)
김현수는 두 말할 필요 없습니다. 이제는 두산의 간판이구요.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차 이승엽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말 그대로 전도유망한 곰청년이죠. 내년엔 거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는 설레발 기사가 나오고 있긴 한데... 그러면 좋지만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88년생 스무살이니까요.


김현수의 장점은 성실함입니다. 야구에 대한 자세가 진중하고 겸손해서 늘 인터뷰해도 재미있는 답변이 나오진 않죠. 타격왕 경쟁에 대해 물으면 나오는 멘트는 한결 같습니다. 전경기 출장하는게 목표라고... 거의 외울 지경인데요. 그런 성실함과 겸손함이 있기에 내년에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게 하네요. 김광림코치도 현수에게만은 슬럼프가 없을꺼라고 단언하던데... 그 모습 변치 않길 바랍니다. 또 하나 김현수 칭찬할 점은 볼넷 숫자가 삼진의 두배라는 점이죠.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다는 얘기도 되지만, 투수의 공을 기다릴줄 안다는 것, 자기의 공으로 만들 수 있다는게 극강의 타자로 성장한 배경입니다. 이러니 투수가 무서워 할 밖에요.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타격할 때 오른발을 들었다 놓기 때문에 변칙투구에 대한 대처가 늦다는 점입니다. SK 투수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이런 변칙패턴으로 김현수에게 재미를 봤는데, 김현수로서는 오른발을 너무 높지 않게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2. 홍성흔(423타수 140안타 0.331, 8홈런, 볼넷 25, 삼진 35)
홍성흔은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해였습니다. 1999년 데뷔한 이래 3할을 넘겼던 적은 2004년 0.329가 유일했었죠. 그리고 올해 0.331로 대박을 터뜨렸구요. 그래서 FA 특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를 열정적으로 야구하는 스타일인지라 어느 팀에 가도 제 몫은 하고도 남는 선수죠. 롯데는 정말 복받은 팀입니다.


홍성흔하면 포수였는데 포수에 대한 능력은 현재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래서 내년 홍성흔의 성공여부는 우선 수비 포지션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포지션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경우, 1루와 외야수, 그리고 포수를 왔다 갔다한다면, 롯데에서 자리를 못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지명타자로 뛰는게 가장 안전해 보이긴 하지만, 홍성흔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1루가 무난해 보이네요. 외야수를 하기엔 발이 빠르지 않아서...

강민호가 내년에 홍성흔과 다양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하던데, 두산전에서 홍성흔이 주먹을 불끈쥐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겉으로는 가슴아픈 침묵을, 속으로는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이종욱(458타수 138안타 0.301, 0홈런, 볼넷 52, 삼진 53, 도루 47)
이종욱이 있어 두산은 강합니다. 우승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롱런하는 선발투수, 강한 마무리, 철벽 유격수, 거포 4번타자, 그리고 최강의 리드오프를 꼽는데요. 두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드오프 이종욱이 있는한 강자로 군림할겁니다.


이종욱을 가끔 이용규와 비교하기도 하는데요. 이용규도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중견수 수비의 안정성과 범위에서 이종욱에 밀립니다. 이용규는 전진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어 뒤로 날라가는 볼, 즉 상하의 수비폭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종욱은 상하 좌우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범위를 지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겁니다. 공격과 주루능력은 두 선수 비슷하고, 창의적인 허슬플레이는 이종욱이 낫고, 송구능력은 이용규가 좀 낫지 싶네요. 하여간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1번과 중견수 자리는 이종욱이었다는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이종욱이 중장거리포도 가끔 터뜨렸으면 하네요. 홍성흔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메워야 하는 것도 있지만... 똑딱이 1번타자 보다는 중장거리형 호타준족이 훨씬 더 위력적이니까요. 그리고 늘 하던대로 허슬플레이 펼쳐주기 기대합니다. 다만 몸이 상할 정도로 과도하게 하지는 말구요. 보는 사람 가슴 아프답니다. 홍성흔이 없는 동안 우모의 유니폼은 39번 이종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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