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올시즌 신인왕에 도전하는 아기곰 4인방에 대해서 포스팅했었습니다. 누구 하나 이쁘지 않은 선수 없는, 모두 새끼같은 존재들인데... 그중에서도 홍상삼은 참 요모조모 뜯어봐도 신통방통한 친구 같네요. 과거 충암고 시절에 워낙 똘끼넘치는 동영상이 떠돌았던걸 의식했는지, 아니면 원래 똘끼가 없던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홍상삼은 새색시 같은 과묵한 모습만 보여주더군요. 특히 인터뷰에서의 홍상삼은 똘끼의 홍삼으로 보기엔 많이 모자라죠. 좀 짬밥 좀 먹으면 본색을 드러내려나요.

홍상삼을 보면서 김광현을 떠올리는건 저 뿐만인가요?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도 그렇고, 슬라이더도 그렇고, 스플리터도 던지는 것 같은데, 다양하면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는 점... 참 기특합니다. 저번에 양준혁을 범타로 유도할 때 스플리터 연속으로 두번 던진 이유를 묻자 두번째는 무조건 배트가 나올꺼라 예상했다고 하더군요. 신인치곤 당돌한 얘기인데요. 어쨌든 그런 변화구 구사능력에 제구력까지 좋으니 선발로서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실제로 홍상삼은 볼넷 비중이 참 적은 투수구요. 초반에 삼진은 많이 있었는데 요새는 거의 맞춰잡는 형으로 변했더라구요.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투구수를 줄여 이닝이터로 변신하려면 맞춰잡는 요령은 반드시 터득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홍상삼은 괜챦은 선발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쉬운건 188cm라는 큰키에서 정통 오버스로우로 내리찍는다면 직구의 위력이 배가될텐데, 약간 쓰리쿼터에 가깝더군요. 김광현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죠. 우모가 김광현과 비교한건 구위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유사성 때문입니다. 김광현은 신인 선발투수로서 김성근 감독의 관리를 받으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으로 성장했죠. 홍상삼도 김경문 감독의 투구수 조절을 받으면서 천천히 그 가능성의 한계를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몸에 무리도 안가면서 김명제의 부진을 훌륭히 메우고 있죠. 첫 풀시즌 등판이라 이런 배려가 없다면 홍상삼은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려울겁니다. 특히 더운 여름이 오면 체력적인 한계는 금방 올꺼구요.

요새 가끔씩 상상하는게 있습니다. 예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신인 김광현의 깜짝 선발 등판으로 리오스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한국시리즈 제패했던 김성근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을 김경문 감독이 홍상삼을 기용해서 복수하는 그런 장면인데요. 두산이 한국시리즈 가면 경험상 김선우, 정재훈, 김상현 등으로 3선발 체제를 유지하겠지만요. 상대의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 혹은 버리는 경기에 부담없이 홍상삼을 출전시켜 승리도 챙기고 두산 마운드의 10년을 이끌 거목도 발굴하는 양수겸장을 꼭 성공시켰으면 합니다. 홍상삼은 경험이 부족한 반면 승부욕이 강해서 충분히 그런 히든카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올시즌 너무 잘나가면 포스트 시즌 3선발에 바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서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홍상삼은 똘끼가 충만한 투수입니다. 우리나라 투수들은 너무 얌전하고 개성이 약해서 거의 비슷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마운드에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타자와 승부하다가도 덕아웃에서는 여러가지 재능으로 분위기 띄워주는 홍삼을 보기 원합니다. 충암고 시절 홍상삼이 추던 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뭐 두산에 전임 홍씨들은 다 그 역할을 해왔기에 우리 홍상삼도 충분히 해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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