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선수들 중에서 이쁘지 않은 선수 한명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홍포는 남달랐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친구라고나 할까요. 홍성흔이 안타를 치건 못치건 그라운드에 서있는, 그리고 덕아웃에 앉아만 있어도 마냥 흐믓함을 안겨주던... 그런 존재였죠. 홍성흔이 타석에 들어서면 심장이 벌렁거렸고 포효하면 전율감에 온 신경이 들고 일어나 환호했습니다.

언제였나요... 2005년인가였던것 같은데요.
LG와의 어린이날 3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을 때 홍반장이 격하게 세리머니 하던 장면... 아마 두산팬이라면 다들 기억을 하실텐데요. 전 현장에서 짜릿함에 온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통쾌하게 이긴 것도 감격스러웠지만, 멋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홍성흔이라는게 너무 고마웠죠. 자기보다 팬과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야구하는 홍성흔이었기에 감동은 곱절이었습니다.

올해 홍포가 포수 마스크를 벗은 후 화리양의 시구를 받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죠. 딸에게 아버지는 꽤 괜챦은 포수였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보며, 꽤 괜챦은 포수일 뿐만 아니라 꽤 훌륭한 야구선수였다고 알게 될꺼라 생각했습니다. 자신때문에 팬들에게 비난받던 채상병에게 두산안방은 너의 자리라고 격려하던 모습, 수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들을 제일 앞에서 맞이해주던 모습, 채상병의 홈런을 누구보다 더 큰 웃음으로 맞아주던 모습... 훌륭한 야구선수 홍성흔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죠.


그런 그가 두산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롯데팬들은 홍성흔 응원가를 벌써 만들어 환호하고 있네요. 듣고 있노라니 눈물이 절로 납니다. 사무실에서 쪽팔리게 휴지를 찾게 될 줄은... 마치 누군가가 사랑하는 나의 여자친구를 채가면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무기력하게 바라보면서 질투심에 분노감에 어쩔줄 모르고 있네요. 난 이렇게 심장을 도려낸 듯한 아픔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작 두산구단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양준혁도 기아, LG를 거쳐 친정 삼성에 복귀했다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해보지만 상실감은 전혀 꿈쩍하지 않네요. 홍포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희망보다 지금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이 몸서리쳐질 뿐... 그리고 홍포가 롯데가서도 잘해주길 바랄 뿐...

홍반장이 싸이에 이렇게 남겼네요. 읽으면서도 울컥해지는군요. 

두산베어스 모든분들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팬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눈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덧글...
곰들의 대화에서는 구단에 항의하는 팬광고를 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더군요. 누군가 모금운동을 한다면 기꺼이 동참할까 합니다. 팬광고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한 두산팬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이런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참 서럽습니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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