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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본영화가 그렇지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Crying Out Love, in the Center of the World)' 역시 깔끔한 영상미가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스토리 또한 순정만화처럼 아름답고 몽환적이구요. 오래된 카셋트 테입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 또한 지극히 일본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니 워크맨을 보는 것도 꽤나 오래간만이네요.

근데 좀 지루한 느낌 지울 수 없네요. 진부한 멜로 드라마가 재탕 삼탕한다고 해야 될까요? 병에 걸려 죽는다는 설정도 그렇지만, 세상의 중심 울룰루에서 죽은 아키의 뼛가루를 뿌리는 것도 왠지 너무 뻔하다는 느낌입니다. 영화가 너무 예측 가능하면 긴장도가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추억이 아름다운건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소통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함을 제공해 줍니다. 남자 주인공 사쿠가 과거를 쫓아 떠난 여행에서 결과적으로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출발을 잉태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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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때 빌린 DVD를 이제사 다 봤습니다. 마지막이 '시카고' 였는데요.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못잡았던 영화입니다. 다 보고나니 그런대로 음악영화로서 괜챦은 연출력을 보여준 것 같아 그런대로 만족스럽네요. 음악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아마데우스'가 정말 압권이었는데요. 아마데우스 본 이후로 음악과 영상의 조합이 얼마나 유기적인가에 따라 영화의 수준이 결정된다는걸 알 수 있었죠. 최근에 본 '헤어스프레이'도 괜챦았구요.  

시카고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입니다. 르네 젤위거캐서린 제타존스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면서 시작되는데요. 황색언론의 선정주의와 황금 만능주의의 변호사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사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옵니다. 미국의 현실을 꽤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풍자적으로 묘사하는데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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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둘은 사회로 컴백하고 잘나가는 듀엣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죠. 자신들을 결백하다고 믿었던, 그리고 멋진 춤을 추면서 온몸으로 외칩니다. "인생은 SHOW다!"

영화에서 두 여주인공은 꽤 괜챦은 춤솜씨를 보여줍니다. 리처드 기어도 그렇구요. 영화 한편 찍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했을까 짐작이 가네요. 뮤지컬도 꽤 흥행에 성공했던걸로 아는데, 둘 중에 뭐가 원작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혹시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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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연애중은 예전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란 노래를 연상케 합니다. 노래 가사나 영화 스토리 모두 너무나 오래 사랑했기에 이젠 부부처럼 편안해져 사랑의 긴장이 이미 풀려버린 커플들을 얘기하죠. 이 커플들은 사랑을 하지만 뭔가2% 부족하다고 항상 느낍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드러내 얘기하기를 두려워하구요. 이미 변화가 두려운 관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의리로 사는 커플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커플의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래서 '맞다 내 얘기다' 라고 무릎을 탁 치는 상황이 여러번 등장하죠. 저도 보면서 여러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얘깃꾼에 머물지 않네요. 해결책까지 제시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봤겠지만, 쭈글쭈글하지만 행복하게 파안대소하는 노부부의 활짝 웃는 사진, 이게 바로 그 해결책이죠. 이 노부부처럼 편안한 친구같은 삶이 바로 오래된 커플의 정착지가 아닐까요?

포도가 숙성되면 와인이 되듯이, 사랑도 오래 되면 처음의 느낌은 당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포도맛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숙성이 안 된 와인을 의미하겠죠. 사람들은 포도의 시큼함과 와인의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갖길 원겠지만, 그건 시간과 타협해야 할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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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라듸오 데이즈'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1930년대 우울한 일제시대를 코믹하게 그려낸 발상이 재밌었고, 라디오 드라마라는 소재도 눈길을 끌 만했죠. 그리고 배우 류승범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습니다. 물론 KT 계열사인 싸이더스에서 만들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근데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실망도 쬐끔... 있는게 사실이네요. 조선 최초의 날방송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영화 시작하고 나서 한 30분간은 딱히 웃을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극장에서 간혹 웃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말이죠. 제가 웃음이 메마르지는 않은 편인데, 어쨌든 너무 웃겨야 한다는 작위적인 상황이 오히려 거북스러웠습니다.

상황의 전개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점수를 깎게 만들었구요. 예를 들면 경성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그 이후 별 다른 설명없이 회복했다는 점, 독립투사가 방송국에서 벌이는 격투와 너무나 어이없이 무너지는 일본순사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일본총독의 대처방식 등은 코미디라고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좀 삐걱거리는게 사실이죠.

그래도 영화는 무난한 엔딩으로 달려갑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개그맨들의 깜짝출연도 볼 만 하구요.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마지막에 보여지는 댄스 장면도 괜챦습니다. 마치 뮤지컬의 커튼콜을 연상케하더라구요. 다만 극장에서 보실 때는 기대치를 좀 낮춰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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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늦게 TV를 보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지만 줄거리가 중간 중간 생각 안나서 궁금증에 결국 끝까지 보게 되었죠. 어떤 영화는 반복해서 봐도 느낌이 다르다던데 이 영화가 그런 류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내용이야 뭐 다 아는거니까 생략하구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마지막에 흘러 여운을 깊게 남겨주더군요. 영화 제목이 '달콤한 인생'인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혀주는 나레이션입니다.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연상케 하네요.


어느날, 제자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제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스승은 걱정이 되어 제자에게 물었다.

"왜 우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어떤 꿈을 꾸었느냐?"
"아름다운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은 기이하여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이하여 눈물을 흘리느냐?"

그러자 제자가 답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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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너무 인상적인 경우가 있죠. 영화의 분위기를 넘어 화면을 장악해 버리는 그런 음악... 영화 연애의 목적에 삽입된 정재형의 우리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라틴풍의 은은한 반주에 프랑스 샹송을 연상케 하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잘 버무러진 샐러드 같은 느낌이네요.

인터넷에서 이 노래의 동영상을 찾아볼까 했는데 딱히 없네요. 그냥 링크로만 걸어봅니다.
정재형의 우리의 사랑 들으러 가기


그토록 가득찬 그토록 치솟는 우리의 사랑
그토록 무모한 그토록 과감한 우리의 사랑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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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제목부터 시비 걸어봅니다. 바람피기 좋은날이 맞나요? 바람피우기 좋은날 아닌가요? 바람 피우다의 '피우다'와 꽃이 피다에서의 '피다'는 엄연히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철자법을 틀리게 적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 영화는 유부녀의 일탈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김혜수윤진서는 대조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죠. 김혜수는 노골적이면서 적극적인, 윤진서는 순진하면서도 귀여운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만큼 일탈을 범하는 스타일도 다르구요.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만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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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친구가 된 이후 남자는 액세서리일 뿐, 유부녀의 우정이 영화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두 유부녀는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지친 영혼을 다른 남자에게 위로받으려 했지만 그것도 한 순간일 뿐, 공허한 마음을 우정으로 메우게 되거든요. 흡사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자끼리 통하는 그 무엇을 찾게 됩니다. 물론 코믹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은 여자들만 있는,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의 노래공연으로 끝납니다. 노래는 '바람아 멈추어 다오'구요. 흠.. 스포일러인가요? 하여간 이 영화는 이런 의미에서 여성영화입니다. 그래서 극장에 유부녀들이 많았다는 감상평이 있었군요. 곁들여서 김혜수와 윤진서가 나누는 대화 중에 하나 옮겨봅니다.


윤진서 : 이 사람이 내 남편인지 저 컴퓨터 속에 남자가 내 남편인지 착각했다니까...
김혜수 : 어차피 사랑은 다 착각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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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스포일러 약간...) 솔직히 이 영화 여자 정혜는 단조롭습니다. 조금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루합니다. 제 스타일과는 그닥 맞지는 않은 영화라 할 수 있죠. 근데 중간에 끊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이 어떻게 결론을 이끌어낼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 기대는 은은한 모노톤으로 이어진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게 끝을 맺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 정혜는 어릴적 받았던 상처를 딛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홈쇼핑, 고양이, 화분 등을 매개로 지루한 일상은 변화없이 이어지죠. 그리고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니 만들어 냅니다. 우체국에 자주 찾아오는 남자에게 집으로 초대를 하죠. 의외의 변화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무심하게 약속을 깨뜨리게 되구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일상에서 과거의 상처가 밝혀지게 되죠. 정혜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시도도 하구요. 그리고 남자는 영화 막판에 여자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일상의 탈출이 시작되는거죠. 그렇게 영화는 끝이 아닌 듯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영화는 내용보다는 촬영기법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이라 흡사 프랑스나 유럽의 조용한 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극명하게 나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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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라는 영화를 극찬하길래 언제가 한번 봐야지 했었습니다. 본 시리즈의 3편인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이 나오기까지 1편도 못봤었거든요. 그러다 이번 주말에 비디오가게에서 영화를 고르다 일단 1편부터 집었습니다. 덕분에 일요일 오후를 긴장감있게 보냈습니다.

예전에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영화를 상당히 인상깊게 봤었습니다. 최고의 반전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봤었죠. 본 아이덴티티는 이 작품과 이름이 유사한 관계로 아류작이 아닐까 했었구요. 별 신경 안쓰고 있었습니다.

근데 직접 보고나니 아이덴티티만은 못해도 그래도 액션영화로서 볼 만하더군요. 기억을 잃어버린 킬러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비밀을 하나씩 벗겨내는 내용입니다. 상당히 몰입도있는 시나리오와 자동차 추격장면, 킬러들의 진검승부가 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근데요, 007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꺼 같네요. 우선 남자 주인공 이름부터가 비슷합니다.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 우연일까요? 그리고 007이 영국첩보원의 이야기라면 본 시리즈는 미국 CIA구요. 007이 영국 첩보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작전을 펼쳤다면 본 아이덴티티는 서로 죽이려는 관계가 되어 버렸죠. 이건 좀 다르네요. 2, 3편에서는 어떨지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007에는 본드걸이 있다면 본 아이덴티티에도 이에 필적할 만한 마리(프랑카 포텐테)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양념같은 역할이죠.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작전에 끼어 들었지만 나중에는 기꺼이 남자주인공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주죠. 갈등이 해소된 영화 막판에 둘이 포옹하고 키스하는 문법도 유사하네요.

미국 CIA가 유럽에서 무법적으로 활개치고 다닌다는게 이상하긴 했지만 영화니까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그런대로 볼 만합니다. 제이슨 본 역할로 나오는 멧 데이먼도 연기 잘하구요. 조만간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도 봐야겠네요.


012

예전에 넘버3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던 적이 있었죠. 바로 내가 사는 아파트가 장소로 나왔거든요. 집 앞에 있는 유치원에서 찍었는데 최민식(검사)이 한석규(깡패)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었죠. 바로 우리집이 최민식이 사는 집으로 설정이 되어있었구요.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강제규감독이 이 근처에 살아서 그랬었다고 하네요.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를 눈여겨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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