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도서관에서 DVD를 고르다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문구에 끌려 선택한게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 인데요. 솔직히 왜 13개 부문에 걸쳐 수상 후보에 올랐는지 조금 갸우뚱해지네요. 아마 노미네이트된 숫자만 홍보하는거 보면 실제 수상은 별로 못했지 싶군요. 하여튼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영화였습니다. 셰익스피어를 인간으로 조명한 시도는 뭐 괜챦았습니다만... 쿨럭...


영화는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연극대본을 쓰다 한 연극배우 소년에게 매료되었는데 알고보니 남장을 한 귀족처녀였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이 남장여인 '바이올라(기네스 펠트로)'는 아버지와 여왕의 명령에 의해 허울만 남은 귀족에게 시집을 가게 되어있구요. 이런 연유로 코미디로 기획되었던 '로미오와 쥴리엣'은 점점 비극으로 변질되어가죠. 그리고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 역경에는 셰익스피어가 유부남이라는 것도 포함되죠. 결국 '로미오와 쥴리엣'은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고 바이올라는 자신의 길을 떠나면서 영화는 종료됩니다.

영화는 물론 픽션일껍니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쥴리엣'을 이런 개인사를 배경으로 쓰진 않았을테구요.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처한 현실이 셰익스피어가 꾸미는 상상의 세계, 즉 연극 '로미오와 쥴리엣'에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된 상상의 세계가 또 다시 현실에 어떤 수준의 영향을 끼치는 구조는 역사를 뒤집어 보는 시나리오에서는 꽤 쓸만한가 보네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인도도 결국은 그런게 아닌가 싶구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장애인 여자와 비장애인 남자 간의 사랑을 다뤘습니다. 대개 이런 영화가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면, 이 영화는 단호히 배격합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거죠. 그런 면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어줍쟎은 동정심에 기반한 작위적 해피엔딩보다는 솔직하니까요. 


여자 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는 다리를 쓰지 못하기에 안에서는 늘 앉아서 생활을 하고, 밖에서는 유모차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반면 남자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평범한 대학생이구요. 어울리지 않는 이 두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고, 그리고 이별을 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감정과잉을 연출하지는 않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특별할게 없으니까.... 그냥 다른 비장애인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과 동일하기에... 혹시나 영화 끝 무렵에 떠난 남자가 돌아오기를 바랬던 관객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희망의 메시지를 빼먹진 않았네요. 조제가 유모차가 아닌 전동차를 타고 장을 보는 모습, 이제 수동적인 객체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전환하고 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내주죠. 감정의 큰 기복없는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담담하게 잘 녹아든 그런 영화였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헤드윅에서 들은 노래 중에 잔잔하면서 감미로운 노래가 있습니다. 토미가 헤드윅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반하기도 했었는데요. 바로 이 곡을 부를 때였습니다. 들을수록 귀에 착 달라 붙는 곡인데요. WIcjed little town은 헤드윅과 토미가 부른 두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가사는 서로 달라서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요. 헤드윅은 나중에 자신의 노래를 토미가 개사해서 부르는 것을 듣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죠. 둘다 노래를 참 잘 부르네요.

참고로 헤드윅이 부를 때 뒤에서 연주하는 동양여인들은 주한미군과 결혼해 미국에 정착한 코리안 어메리컨들입니다. 약간 오버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광희가 거슬리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는 영화일뿐... 흥분하지 말자.^^


You know, the sun is in your eyes
And hurricanes and rains
and black and cloudy skies.

You re running up and down that hill.
You turn it on and off at will.
There's nothing here to thrill or bring you down.

And if you've got no other choice
You know you can follow my voice
through the dark turns and noise of this wicked little town.

The fates are vicious and they're cruel.
You learn too late you've used two wishes like a fool
and then you're someone you are not,
and Junction City ain't the spot,
remember Mrs. Lot and when she turned around.

And if you've got no other choice
You know you can follow my voice
through the dark turns and noise of this wicked little town.



Forgive me,
For I did not know.
'Cause I was just a boy
And you were so much more

Than any god could ever plan,
More than a woman or a man.
And now I understand how much I took from you:

That, when everything starts breaking down,
You take the pieces off the ground
And show this wicked town
something beautiful and new.

You think that Luck
Has left you there.
But maybe there's nothing
up in the sky but air.

And there's no mystical design,
No cosmic lover preassigned.
There's nothing you can find
that can not be found.

'Cause with all the changes
you've been through
It seems the stranger's always you.
Alone again in some new
Wicked little town.

So when you've got no other choice
You know you can follow my voice
Through the dark turns and noise
Of this wicked little town.

Oh it's a wicked, little town.
Goodbye, wicked little town


일본 영화 특유의 로맨스/코미디 영화 한편 또 봤습니다. 왠지 통속적이고, 뻔한 스토리이고, 지나치게 깔끔하게 찍으려는 청결결벽증 스타일 때문에 일본영화가 거슬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본영화는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이번에 본 영화는 전차남(電車男 A True Love St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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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온라인 생활에만 몰입해 있는 오타쿠가 온라인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사랑을 얻게 된다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말이 오타쿠지 용기도 연애경험도 없는 거의 찌질이인데요. 사랑을 얻는 과정보다 용기를 내는 과정이 더 힘든 소심남이죠. 그런 그가 용기를 내어 사랑을 얻습니다. 남자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도 사랑의 고백으로 모두 행복해지고, 또 온라인 친구들도 찌질이의 성공기를 보고 또 힘을 얻는 사랑 바이러스 같은 영화죠.

영화에서 사쿠라다이역이 잠깐 나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내리는 역인데요. 일본 전철역은 왠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이어서 그런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절로 납니다. 예전에 일본의 어느 역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사쿠라다이역도 유사한 느낌을 주네요.


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는데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네요. 근데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주로 기억에 남더군요. 전체적으로는 김치 웨스턴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서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칭찬이고 아쉬운 부분은 영화보는 내내 계속 눈에 밟히더군요.

우선 스토리가 어색합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영화에서 완성도있는 스토리를 바란다는게 어쩌면 무리일 수 있겠지만, 설득력이 없는 영화는 눈만 즐겁게 할 뿐이죠. 어떤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그래도 구성이 탄탄했습니다. 줄거리를 이어나가는데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부분은 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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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영화는 세사람이 이어나가는 모험과 주변 인물들의 연계가 생뚱맞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붙여놨다고 해야할까요. 어떤 장면은 킬빌에서 보기도 했고, 어떤 장면은 정통 서부영화에서 본 듯도 합니다. 그래서 김치웨스턴이라기 보다는 서부영화에 대한 오마쥬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네요. 독립군과 일본군, 만주군, 마적 등의 상관관계는 아직도 의문이며, 그톨록 매달린 보물이 결국 석유라는 설정도 어설픕니다. 게다가 석유를 찾고 난 후의 사용처는 모호하게 끝내 허무하기까지 하더군요. (왜 석유를 찾은거였지?)

그리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말타고 추격하는 장면이나 격투하는 장면 등은 꽤 볼 만한데요. 오락적인 요소를 강조하다보니 비현실적인, 뭐 영화가 당연히 비현실적인 거긴 하지만, 장면 등이 서부영화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활극도 아닌 뭔가 애매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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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세명의 결투장면은 지근거리에서 총이 난사되지만 별로 맞는 것도 없고, 맞아도 죽지 않으며, 죽어도 그냥 죽지 않습니다. 이런 세명이 만주에서 최고를 다투는 총잡이라는게... 흠...쩝...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아마 캐릭터만 잘 살렸어도 이 영화는 수준급으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세명이 주인공입니다. 좋은 놈의 정우성, 나쁜 놈의 이병헌, 이상한 놈의 송강호가 각각의 역을 맡고 있죠. 하지만 정우성은 좋은 놈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지막한 목소리와 선이 약한 연기를 보여줬고, 이병헌은 나쁜 놈이라고 하기엔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는, 그래서 더 부각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히려 이병헌이 숀펜처럼 진정한 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텐데... 정우성과의 경쟁을 너무 의식했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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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송강호는 이상한 놈이라는 캐릭터에 딱 맞는 맞춤형 연기를 보여줘서 역시 송강호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하더군요. 결국 이 영화는 캐릭터 영화를 표방하지만 2/3의 캐릭터는 모호하고 1/3의 캐릭터만 살아있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하게 나왔습니다. 역시 연기자는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녹아들어야 하는가 봅니다.

만약 정우성과 이병헌이 송강호만큼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했을겁니다. 영화흥행은 물론이고 각종 캐릭터상품이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을테죠.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아쉽습니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참신한 영역 개척만큼 더욱 세심한 영화적 표현과 농익은 연기가 어우러졌다면 참 괜챦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더군요. 하지만... 영화는 한번은 볼 만 합니다. ^^
 

올림픽에 조금씩 싫증이 나기에 영화 하나 봤습니다. 그런데로 괜챦네요. 아무 생각없이 선택했다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이라는 영화인데요. 프랑스 영화의 경쾌함이 잘 묻어나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제는 좀 진부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계약 연애에 관한 얘기죠. 엄마와 누이 등쌀에 못이겨 선은 보지만 결혼이 정말 싫은 43살 노총각 향수 코디네이터, 루이스. 그리고 브라질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싶지만 뚜렷한 직업도 남편도 없어 입양에 애를 먹는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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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계약연애를 시작합니다. 루이스는 엠마를 소개시킨 후 가족의 마음에 쏙 들게 한 후 결혼식날 엠마가 펑크를 내면 더 이상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안하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에 루이스는 엠마를 고용하죠.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음모(?)는 엠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 이야기는 뻔한 스토리입니다. 계약연애 소재 영화가 늘 그렇듯이...^^

하지만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건 프랑스의 문화인데요. 개인주의 일색일 줄 알았던 프랑스가 가족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이런 문화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마치 한국의 전형적인 대가족 드라마같은 모습이 좀 낯설었다고나 할까요? 한국 드라마에 배우만 바뀐 듯한 느낌... 영화니까 약간은 과장되었겠지 하는 생각이긴 합니다만...


검색해보니 영화는 2006년작이네요. 여자 주인공은 샬롯 갱스브루인데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라 출연작을 봤더니 흠... 본 영화가 없네요. 어디서 봤더라...???


우천취소로 두산경기가 없는 한가한 토요일 오후...
스카이라이프에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스카우트>라는 영화를 봤는데요. 안봤으면 후회할 뻔 했네요. 배꼽잡게 웃다가도 결코 웃기지 않은 진한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감탄하곤 했습니다.

영화는 뭐 불세출의 야구선수 선동렬을 스카웃하기 위한 스카우터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인데요. 하지만 선동렬은 낚시일 뿐, 정작 주인공은 그 주변 인물들입니다.

우선 등장하는 이호창(임창정 역)은 야구만 아는 다소 무대뽀 스카우터인데요. 선동렬을 스카웃하러 광주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첫사랑을 만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중에 떨어진 깃발을 돌려주려고 나섰다가 졸지에 시위주동자로 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호창이 그런 캐릭터로 생각하면 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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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의 애인역으로 나오는 김세영(엄지원 역)은 과거 운동권 학생이었고, 전두환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으로 나오죠. 다소 단순무식한 이호창과 사랑에 빠졌을 만큼 순수한 면이 있는 여자죠.

영화는 이 두사람의 사랑이야기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5.18 민주항쟁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둔감했던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까... 하여간 선동렬 영화에서 선동렬은 그저 실마리에 불과합니다. 세월이 흐른뒤 김세영은 선동렬과 이종범을 TV에서 보며 이호창과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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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영화에서 선동렬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귀여운(?) 순돌이가 선동렬 역을 맡는데요. 의외로 비슷하더군요. 과연 둘중에 누가 더 기분이 나쁠지... ^^

그리고 영화 패러디한 부분도 재미있더군요. 김세영을 사랑하는 서곤태(박철민 역)가 당구대 위에서 시를 쓰는 장면은 아마데우스를 따온거 같구요. 이호창이 진압대원들의 머리를 밟고 김세영을 만나러 가는 장면은 크로커다일던디의 뉴욕 지하철역 장면과 유사하더군요.

이 영화 덕분에 두산경기 없는 무료한 주말 오후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야구없는 우울한 날엔 가볍고 재밌는 영화가 제격이군요.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은 본시리즈의 3편입니다. 왜 제이슨 본이 쫓기게 되었는지, 왜 그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못하는지 근원적인 궁금증을 풀어주게 됩니다. 1편인 본 아이덴티티를 재밌게 봐서 3편도 기대를 했는데 1편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에서 발전된게 없어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물론 1편이나 속편이나 다 비슷한 톤으로 가는게 당연하겠지만 난데없이 왠 여자가 조력자로 나타나고, 혼잡한 곳에서 뛰어난 지략대결을 보이는 것까지도 동일한 구조여서 그런지 신선도는 떨어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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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 자체로 본다면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의 스피디한 진행은 충분히 볼만 하구요. 2시간이 언제 끝났지 싶을 정도로 재미는 있네요. 한마디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멧 데이먼의 매력도 여전하구요.

다만 미국의 패권주의적 시각이 곳곳에 드러나서 좀 눈살을 찌푸리게 하네요. 남의 나라에서 그렇게 함부로 작전을 펼 수 있는지, 공공물을 파괴하고, 감시하고, 사람들을 쉽게 죽이고 하는게 그닥 현실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반감만 사게 되네요. 물론 영화적 장치인건 감안하고 봐야겠지만서두...

타문화에 겸손한 헐리웃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건 너무 큰 요구일까요?


요새 회사 일이 바빠 피곤함에 몸이 쩔어 있는데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밤늦게까지 꿋꿋이 본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틀에 걸쳐 봤는데요. '란도리'라는 영화입니다. 마치 동화같은 영화로 일본판 어린 왕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란도리의 주인공 테루는 어렸을 적 맨홀에 빠져 머리를 다친 이후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약간은 모자란 친구로 나오는데요. 할머니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빨래 도둑을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미즈에는 이 코인 빨래방에 찾는 손님으로 사랑의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상태구요. 이로 인해 미즈에는 아무 이유없이 물건을 훔치는 도벽까지 갖게 되었죠. 다소 불완전한 두 사람은 빨래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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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탁소를 벗어나면서 영화는 처음의 순수한 동화에서 약간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변질됩니다. 미즈에는 고향으로 내려가고 코유키를 찾아간 테루는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미즈에를 찾게 되는데요. 이 남자가 나중에 일본을 떠나면서 전 재산을 테루에게 물려줍니다. 이 부분이 조금은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인데요. 아무 이유없이 단지 테루의 순수한 모습이 좋다는 이유로, 그리고 백인의 글래머와 결혼하겠다는 계획으로 떠납니다.

아무래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테루의 모습을 이어가기 위한 영화감독의 영화적 장치가 아닌가 싶은데요. 보면서 좀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하지만 결국 코유키의 도벽이 경찰에 잡히면서 파국을 맞게 되죠.

테루는 다시 코인 세탁소로 돌아가는데요. 영화는 다소 몽환적인 테루의 상상도 곁들이면서 바닷가에 누워있는 테루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걸 압축적으로 보여주네요. 그리고 1년 후 미즈에는 출소하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물론 테루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미즈에를 맞이하죠. 그리고는... 해피 엔딩~

순수청년 테루는 재일 조선인을 그린 영화 고(GO)의 주인공인 쿠보즈카 요스케(窪塚洋介)가 맡았구요. 미즈에는 카토 코유키(加藤小雪)가 맡았습니다. 고에서는 요스케가 반항적인 이미지였던거 같은데 여기서는 정말 약간은 바보같은 모습을 귀엽게 잘 소화해냅니다. 그리고 영화 제목 란도리는 Laundry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노래 또 하나 올려봅니다. Radiohead의 Creep인데요. 여러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었죠.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Radiohead가 부른 버전이 가장 퇴폐적이고 음울한 분위기를 잘 살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왠지 분위기가 처지는 기타 소리에 읊조리는 보컬이 인상적이지 않나요?

근데 라디오에서 어떤 DJ가 그러는데 정작 Radiohead 본인은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중간에 나오는 일렉트릭 기타의 강렬한 파열음도 그런 의미에서 낸건데, 그게 오히려 매력이 되어버렸다는... 사실 여부를 떠나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When you were here before, couldn't look you in the eye
You're just like an angel, your skin makes me cry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And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g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I don't care if it hurts, I want to have control
I want a perfect body, I want a perfect soul
I want you to notice
When I'm not around
You`re so fucking special
I wish I was special

She's running out again
She's running out ....

Whatever makes you happy
Whatever you want
You're so fucking special
I wish I was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I don't belong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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