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과 와이프, 셋이 함께 영화를 본건 오랜만입니다. 토이스토리 2를 워낙 좋아하는 아기곰인지라, 아이패드로 DVD로 보기 무척 좋아합니다, 3편도 분명 좋아하리라 생각했었는데요. 아기곰이 어두운 극장에서 2시간 영화를 집중하기엔 아직 무리인가 보네요. 어찌나 꼼지락대던지 진정시키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주위에 피해를 주진 않고 끝까지 자리는 지켰습니다.

토이스토리가 인터넷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은 점에 비해선 좀 실망스럽더군요. 슈렉에 비해서는 확실히 주제의식이나 스토리가 떨어지고 이제 더 이상 토이스토리로는 뽑을 얘기가 없겠구나, 막판에 다 털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특히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장난감을 함부로 다루는 무질서한 캐릭터로 규정한 점은 좋게 보아주기 힘들더군요. 앤디의 성장에 대한 장난감들의 불안을 애먼 보육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돌리는 꼼수... 꼼수치곤... 질이 떨어져서 기분 나빴습니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생기는 무의식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 게다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픽사를 감안하면 더욱 괘씸했네요.

어쨌든 유쾌하게 주말을 보내려고 본 영화가 음... 관람료가 얼마였지? 하는... 휴우... 간만에 느껴보네요, 영화보고 본전 생각해보기는...

덧글...
평촌 CGV는 극장 운영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네요. 영화 도중에 극장안의 불을 10분간 켜놓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도 모자라, 그걸 사과한답시고 영화 상영 도중에 사과방송을 하는 통에 중요한 엔딩크레딧도 놓쳤습니다. 영화의 끝은 엔딩크레딧이 끝나야 끝난다는걸 왜 모르는지...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 이후 트렌드처럼 되어버린 복수 테마의 영화. 개인적으로 좋아라 합니다. 스토리 탄탄하고, 뭔가 두뇌를 써야 되고, 막판에 반전까지 있다면 딱이죠. 김형준감독의 '용서는 없다'가 그런 스타일의 영화더군요. 인터넷에서 후기를 봤을 때 느낌이 딱 왔죠. 특히 잔혹한 반전이라는데 끌렸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결말은 이렇겠구나 싶었는데, 대략은 맞춘 것 같네요. 하지만 그 잔혹한 결말이라는 부분에서는 반만 맞췄습니다. 설마 설마했는데, 감독은 끝까지 인정사정없는 잔혹모드로 설정했네요. 영화는 잘 만들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혐오하기도, 매니아가 되기도 할 것 같구요. 만약 '올드보이', '시크릿', '세븐데이즈', '구타 유발자들' 등의 영화가 불편했다면 보시지 않는게 좋을 듯 하네요.

근데 개인적으로 왜 자꾸 이런 영화가 좋아지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최근에 땡기는 영화는 스릴러면서도(호러물은 아님), 끝까지 결론을 알수 없는(막장 드라마는 싫음), 그리고 머리를 쓰는 영화입니다. 예전엔 머리쓰거나 복잡한 영화는 무지하게 싫어라 했는데... 말이죠. 나이가 드니 변하는 것도 참 많아지네요.


파이프를 물고 어떤 여인을 주시하던 홈즈는 그녀의 직업을 피아니스트라고 한번에 알아맞춥니다. 놀란 여인이 어떻게 눈치챘냐고 묻자, 손가락에 지문이 닳아있는걸 보고 알았다고 홈즈는 대답하죠. 여인은 또 묻습니다. 지문은 타이피니스트도 닳게 되는데 하필 왜 피아니스트를 골랐냐고... 홈즈는 대답합니다. 여인의 눈빛에 어린 예술적 감수성은 타이프를 친다고 생기는게 아니라고...

이렇게 어렸을 적 소설에서 읽었던 홈즈의 이미지는 지적이면서 관찰력이 뛰어난 천재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사는 외골수였구요. 싸움은 그닥 잘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위기에 빠지면 왓슨이 주로 구해주는 쪽이었죠. 그 이후 등장한 007, 인디아나 존스, 맥가이버 등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셜록 홈즈'는 홈즈를 문무를 겸비한 영웅으로 탈바꿈시켰네요. 액션은 007을, 재치넘치는 유머는 맥가이버를, 그리고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는 인디아나 존스를 닮았습니다. 특히 사이비 종교에 대항하는 모습은 인디아나 존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네요. 심지어 이종격투기까지 잘하는 슈퍼맨 홈즈입니다. 

영화를 보니 상상력을 발휘해 홈즈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잘 표현이 되었네요. 하지만 복잡한 영화 구도는 중간에 지루하게 느껴지게 하더군요. 관객의 궁금증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어 그랬겠지만, 왜 이렇게 결말이 났는지에 대한 해답을 막판에서야 줄줄이 늘어놓는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밀린 방학숙제를 개학이 다되어서야 해치우는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홈즈가 발견한 사소한 증거물들이 분명 어떤 의미가 있었음에도,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없이 지나가 버리는건 관객에 대한 배려부족이라고 봅니다. 앞서 상상하지 말고 무조건 나만 따라오라는 감독의 오만이죠. 대체 추리영화에서 추리를 빼면 뭘 보라는건지...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볼 만합니다. 일단 21세기형 홈즈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살렸구요. 추리영화이면서도 중간중간 양념처럼 들어간 코믹적인 요소, 액션 장면 등도 재밌었네요. 더불어 런던브릿지의 공사 장면 등 산업혁명이 빛을 발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모저모를 챙겨보는 것도 나름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잡아 공포를 유발하는 공포기제, 비논리적인 기적을 가능하게 한 과학도 흥미로웠네요. 그리고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교수가 있는걸로 보면 조만간 2탄도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소설이 단편으로 끊임없이 나왔던걸 보면 영화도 그렇게 되겠지요. 벌써부터 2탄이 기대됩니다.


올해 회사 연말회식은 1차 영화, 2차 맥주였습니다. 근데 선정한 영화가 '모범시민'이어서 이미 본 사람들끼리 다른 영화를 보고 2차에 합류하기로 했죠. 찾은건 '시크릿'이었습니다. 동료의 추천작이었는데, 나름 괜챦았네요. 오히려 추천한 동료는 감상소감이 별로라고 하더라구요. 역시 취향은 사람 얼굴 수만큼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덴티티'처럼 끝까지 긴장타면서 머리를 짜내야 하는 영화... 무지 좋아라 합니다.^^

영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스릴러를 부부간의 심리극 안으로 끌어들인 작품입니다. 우선 크게 보면 단순 살인사건이 마약과 연계되고, 형사조직과 조폭조직간의 대결, 적당한 비리, 복수와 얽혀져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요. 작게 보면 치유의지가 없는 부부간의 갈등이 단초를 제시한 셈입니다. 특히 불륜과 아이의 사고사 등이 부부에게 어떤 심리적 충격을 가하는지, 어디까지 분노기제가 작동하는지 잘 보여줬죠. 또한 치유법 또한 제시했네요. 블록버스터형 사랑과 전쟁과 비슷합니다.
 
영화에서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당한 아내와 그녀를 구하려는 형사,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밀고 당기는 카드놀이가 꽤 볼만하네요. 처음부터 영화는 아내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내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막판에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역시 반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상상했던 구도의 반전은 아니어서 영화 끝나고 좀 생각을 해야 했네요. 뒷자리에 앉았던 어떤 여자 관객 4명은 영화가 끝나고서 서로 어떤 내용이었나 토론까지 하더군요.

근데 톱아보니 영화가 어딘지 '세븐데이즈'와 비슷했습니다. 영화 막판의 반전도 그렇거니와 범인을 끝까지 숨긴채 영화를 진행시키는 방식도 유사하거든요. 근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세븐데이즈'의 시나리오 작가가 '시크릿'의 윤재구 감독이었네요. 그래서 '세븐데이즈'를 Saving My Daughter로 '시크릿'을 Saving My Wife라고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니 영화의 맥이 딱 잡히네요. 사랑하는 가족을 누명에서 구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성공하는데, 그 이면에 의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는 패턴... 어떻게 보면 어느 누가 감히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듯 합니다. 슈퍼맨으로 대표되는 단순한 권선징악적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높은 범주에 속하죠. 앞으로 윤재구 감독을 주목해야겠네요.^^

연기는 모두 잘했지만, 특히 재칼역의 류승룡이 탁월했습니다. 잔혹한 이미지의 조폭두목 역할을 류승룡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끼쳤구요. 다른 배우들도 괜챦았습니다. 차승원의 근육은 여전히 섹시했고, 송윤아의 선이 약한 연기는 오히려 반전의 묘미를 더했네요. 여하튼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덧글...
연말회식 영화는 회사 사정상 각자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내년엔 돈 많이 벌어서 회사돈으로 뮤지컬을 보고 싶다능... 흠냘...

 


간만에 영화 혼자 보러갔습니다. 창사기념일이다 휴가다 해서 모처럼 여유있는 평일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요. 와이프는 학교에... 아기곰은 어린이집에 가니... 뭐 딱히 할 건 없더라구요. 만만한게 영화죠. 아무 생각없이 아무 정보없이 '모범시민'을 예매했네요. 보고나니 음... 역시 사전정보 취득은 중요하구나... 느꼈습니다.

영화는 '법은 살인자와 타협해서는 안된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기 위한 주인공의 거대한 10년 프로젝트입니다. 포맷은 사적 응징을 소재로 한 '세븐데이즈'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러 감옥으로 들어간 '프리즌 브레이크'와 유사하네요. 하지만 원신연감독처럼 빠른 극전개를 그려내진 못해서 영화 중간중간 허점이 눈에 들어오구요. 주인공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설정한 주변인물들의 과도한 어리숙함이 아쉽기는 하네요.

중간중간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구요. 호러물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팜플렛에는 반전이라고 표기했지만, 반전이라고 할 만한 스토리는 없었구요. '본' 시리즈를 능가하는 최강액션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하여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고 즐기면 나름의 킬링타임은 될 만하네요. 그러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DVD로 원신연감독의 '세븐데이즈' 대여하기를 권합니다. 완성도 측면에서 훨씬 짜임새 있거든요.


스케일은 방대하지만 스토리는 좀 황당무계하다는게 재난영화의 특징이죠. 주인공에게 포커싱할 수 밖에 없는 영화적 특수성 때문이기도 한데요. 영화적 감동에 집착하다보니, 자연의 재앙에 대항하는 소수의 인간을 초인으로 과대포장하지 않을 수 없죠. 근데 이게 지나치면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됩니다. 영화 <2012>는 이런 재난영화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포맷을 보여줬네요. 장대한 스케일은, 뭐 말 할 필요도 없이, 헐리우드 기술이 총망라되어 볼만 한데요. 스토리의 황당무계함과 슈퍼맨 집착증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났네요. 미국사람들 영웅 참... 좋아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종말론은 태양의 이상 폭발로 인한 지구 내부온도의 급상승... 그리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화산, 지진, 쓰나미가 몰아쳐 결국 대륙이 이동된다는게 핵심입니다. 종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신천지가 열리는거죠. 지구가 폭발해서 모든 존재물이 없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지구의 종언이 아닌, 새로운 대륙을 잉태하기 위한 자연질서의 재편입니다. 이 거대한 천지개벽에 인간은 뭐 보잘 것 없는 낙엽과도 같구요. 하지만 주인공은 낙엽중에서도 슈퍼 울트라 낙엽입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도로를 거침없이 헤집고 뚫고 나가구요. 화산폭발도 피해 비행기를 띄우구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노아의 방주의 고장을 직접 고치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인 슈퍼 울트라 낙엽은 글쓰는 직업의 평범한 이혼남입니다. (돌싱 만세~)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 최후의 인류를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 노아의 방주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이른바 특권층들입니다. 제어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인류였기에, 아무래도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부자들에게 탑승권을 팔았던거죠. 비인간적이지만 현실감은 있습니다. 참고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서는 노아의 방주에 탑승하는 사람들을 능력에 기반해 선발하죠. 자율성, 사회성, 동기부여, 건강, 젊음, 가족이 없을 것, 전문기술 보유 등의 기준으로 나쁜 성향을 적게 가진 사람을 뽑는 방식인데요. 170만 지원에 14만 합격입니다. 아마도 베르베르는 인류가 능동적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상상했기에 이런 지원에 의한 선발방식을 택했을겁니다. 

슬프긴 하지만 이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특권층이 먼저 안전한 도피처를 확보한 다음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까요? 한국전쟁 때도 그랬구요. 베트남에서 탈출하는 미군들도 그랬으니까요. 만인은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이론상의 선언적 문구일 뿐, 현실은 냉혹합니다. 탑승권을 가진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 무시하는 눈빛을 보내는 영화속 장면은 그래서 더 슬프네요. 참고로 탑승비는 10억 유로였습니다. 물론 인당이구요. 10억 유로면 얼마죠...? 허걱...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진행되는 미스테리 영화를 좋아하는터라, '10억'이라는 영화가 진작에 땡겼습니다. 근데 직접 보니 극장에서 안본게 다행이네요. 스토리도 엉성하고 현실감이 전혀 없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좀 짜증이 났습니다. 아무리 한명이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드넓은 자연속에서 8명의 게임 참가자가 한명에게 농락당한다는 설정 자체가 관객을 농락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차라리 '큐브'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면 그럴싸 하기라도 했겠건만...

영화가 막판에 반전을 노리고 나름 노력은 했는데 역시 그닥 설득력있진 않았습니다. 그냥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힘들게 복수해야 하나? 하는 한숨만 나오네요. 그러고보면 영화 '아이덴티티'는 정말 대단한 시나리오입니다. 지금껏 '아이덴티티' 이상의 놀라운 결과는 본 적이 없었던 듯 싶네요. 이에 반해 영화 '10억'은 호주에 가고 싶다는 욕구만 잔뜩 느끼게 하구요.


영화 '국가대표'에 대한 칭찬이 많길래 주말에 관람했습니다. 인기 때문인지 예매하는데 애먹었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예매하긴 했지만, 집 주변의 왠만한 극장은 매진이더군요. 결국 와이프와 각각 다른 자리에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취소한거 겨우 겨우 끊었네요.

내용은 스키점프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구요. 캐릭터들의 독특한 성격을 중간중간 재미있게 가미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간가는줄 모르게 재밌게 봤네요. 특히 후반부엔 CG 기술 활용한 화면으로 짜릿한 기분마저 느끼게 해줬죠. 우리나라 CG 기술도 이만하면 꽤 괜챦지 싶네요. 다른 대회 관중들의 모습을 합성한 것도 그렇고, 캠캣이라는 카메라로 스키점프하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전달한 것도 수준급입니다. 덕분에 스키점프라는 생경한 스포츠에 대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네요.

사실 스포츠를 소재로한 영화는 긴박한 순간을 재현하는데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가령 권투라든가 야구라든가 하는 경기를 리얼하게 화면에 담아내려면, 어느 정도 과장스러운 몸짓이나 슬로우 비디오로 연기의 어색함을 커버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때론 영화속의 경기장면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스키점프는 몸과 몸이 부딪친다기 보다는 스피드가 메인인 관계로 영화적으로 표현하기에 그닥 어렵지 않죠. 마치 카레이싱 경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스키점프는 다른 경기에 비해서 카메라 친화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요소를 CG를 통해 제대로 구현했구요.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장면은 바로 이런 다이내믹한 스키점핑 장면들이었습니다. 마치 실제로 올림픽 중계를 보고 있는 듯한, 아니 좀더 극적으로 표현한 영상미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각각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연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극적 감동을 더했네요. 인간시대를 보는 느낌이랄까...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나, 가족끼리 서로 힘이 되어주는 스토리를 꽤 좋아하죠. 우모도 그렇구요.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영화의 감동을 배가하기 위해 막판에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은 좀 과잉감정이지 않았나 싶네요. 국가주의를 너무 강조한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구요. 적당한 선에서 여백의 미를 주는게 어땠을까 싶네요. 그리고 영화 도입부에 각 인물간의 관계도 억지스런 부분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캐릭터와 연계된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갔으면 완성도가 훨씬 높았을텐데요. 헌태와 흥철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 흥철이와 수연이가 애정을 키워가는 것, 헌태와 미국대표 주장과의 싸움 등은 다소 비약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추천할 만 합니다. 비록 주인공들이 소망했던 아파트나 병역면제같은 목표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너희들이 진정한 국가대표라는 방코치의 말처럼 태극마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구요.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번 보는 사람들도 많고 관련 팬카페들도 생겼다는데요.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국가대표 흥행대박을 기대해도 좋지 싶네요.

덧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현재 독일에서 FIS컵에 참가중이라고 하네요. 영화속의 이름과 똑같은 강칠구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구요. 지금까지는 그냥 흘려넘겼을 뉴스였는데... 기쁘네요, 축하합니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영화만 흥행되고 실제 주인공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년 동계올림픽은 또 하나의 감동적인 우생순 신화가 나왔으면 하네요.


쿠바의 음악을 처음 접한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라는 영화에서 였습니다. 국보급 원로가수 예닐곱명이 부르는 노래가 흥겨우면서도 왠지 한(恨)같은게 묻어있어 낯설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한민족은 라틴의 정서와 어느 정도 통하는게 있는가 봅니다. 이후 쿠바음악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쿠바는 음악적으로 동경의 도시가 되었는데, 영화 '리빙 하바나(For Love or Country : The Arturo Sandoval Story)'를 통해서 그런 생각이 좀더 생명력을 갖게 된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음악의 자유를 찾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던 실존 트렘펫 연주가 아르투로 산도발(Arturo Sandoval)의 이야기입니다. 70년대 쿠바에서는 카스트로와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었다네요. 그런 답답한 사회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재즈 뮤지션이 갈증을 느끼는건 당연한 일이었을테구요. 늘 탈출을 꿈꾸던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넬라는 그만...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공무원이었던 아내는 국가관이 투철한... 그래서 사상, 노선이 너무나 달랐던거죠.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마침내 마리아넬라는 남편을 통해 국가체제의 모순을 깨닫게 되고 같이 도미하는 계획에 동의하게 됩니다. 남편의 해외공연에 같이 동행하는 기회를 잡은거죠. 그러나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아들 레오넬은 징집대상이라 못가고 둘 사이에서 낳은 투리만  데리고 갑니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가족은 모두 재회하게 됩니다. 레오넬과 부모님들까지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성공하구요. 산도발은 그래미상을 세번이나 받은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얻는 것으로 피날레를 날립니다.

줄거리를 너무 노출했나요? 스포일러는 자제하려고 했지만, 이미 오래된 영화이기도 또 적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어쨌든 국가의 체제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건 당연한 명제지만, 심지어 5공화국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도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국가가 보장하게 되어 있죠, 실제는 거리가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어쩌면 헌법은 그런 당연한 권리가 이미 주어졌다고 명시하는게 아니라,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계몽하는 선언문같이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답답한 남북한의 상황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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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발 역은 앤디 가르시아가 맡았습니다. 원래 트럼펫을 연주한 경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트럼펫 연주? 연기? 잘하더군요. 느끼한 콧수염 때문에 한동안 앤디 가르시아가 아닌줄 알았습니다. 매력적인 쿠바 미인 마리아넬라를 연기한 배우는 미아 마에스트로구요. 이쁘긴 이쁘더군요. 어떻게 저런 입술을 갖고 태어날 수 있는건지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갑자기 안젤리나 졸리가 떠오르더군요.


주말에 와이프랑 조카들이랑 영화를 봤는데요.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가자는 말에 그냥 길을 나섰습니다. 영화 시작할 때까지 제목도 모르고 본 영화는 처음이네요. 블라인드 테스트 하는 느낌이었는데, 뭐 기대가 커서인가요? 영화 본 느낌은 그냥 그렇더군요. 완전히 미국의 10대들을 위한 영화여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능....

영화는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조카들은 이미 세번째 보는지라 누나와 자형도 이미 본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를 보낸거였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그렇지...ㅡㅡ;; 영화 제목은 '하이스쿨 뮤지컬 : 졸업반'이었구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적 재미보다는 미국 교육제도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주목했습니다. 보면 볼수록 연신 부러러워지더군요. 우리는 언제나 저런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영화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진로결정이 주된 스토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꼭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요를 받지도 않고, 명문대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더군요. 물론 스탠포드 같은 명문대를 가면 좋지만 그게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아니죠. 그냥 선택할 수 있는 원 오브 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과외도 없구요.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에서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가 가장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주위환경도 본인의 결정을 서포팅하는 수준이었구요.

우리는 그에 비하면 완전 꼭두각시 키우는 수준이죠. 그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자율권없이 오로지 시험만을 위해 점수 높이는 전략에만 몰두하고 있거든요. 그러려면 당연히 원리보다는 암기가 주를 이뤄야 되구요. 창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근대적인 교육시스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저 대학만 일단 가고보자는 분위기입니다. 모든건 대학입학하고나서 고민하자는건데... 게다가 자신의 진로가 대학과 별 상관없는 아이들은 5~6년을 그냥 허비하고 마는 셈이죠. 얼마나 비효율적인 제도인지... 게다가 이명박정권은 한술 더떠 전국 일제고사를 추진한다고 하네요. 좋아하는건 학원원장들 뿐이고, 불쌍한건 사교육의 쓰나미에 쓸려가는 우리 아이들뿐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주를 이루는 시대는 이젠 지났습니다. 그 시대에는 단기간에 효율을 높이는 인재가 필요했고 그런 식으로 교육을 했더랬죠. 하지만 이제 물량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가고 창의적인 시대가 왔습니다. 그에 맞는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윗분들이 70년대 포크레인 개념에서 벗어나질 않으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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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중에 졸업식 댄스파티라는 의미로 prom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더라구요. 영어 잘하는 조카에게 물어보니 그냥 prom이라고 하는데 느낌에 promnade의 준말이 아닌가 싶었죠. 물어봤더니 조카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던데, 찾아보니 promnade의 준말이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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