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도서관에 있는 DVD 코너에서 뭘 볼까 하고 고민하다 고른게 '연애사진(戀愛寫眞)'입니다. DVD 표지에 있는 '히로스에 료코(시즈루)'의 깜찍한 모습에 끌리기도 했지만, 왠지 겨울에는 따뜻한 로맨틱영화가 어울릴 것 같아서 빼들었죠. 전혀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없이 직감으로 선택했지만 그럭저럭 괜챦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분류하자면 로맨틱/멜로인데요. 기법상 약간의 슬랩스틱과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게 감미료 역할도 하지만, 조금은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네요. 특히 여자 주인공 시즈루가 룸메이트인 '코이케 에이코(아야)'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설정과, 남자 주인공인 '마츠다 류헤이(마코토)'까지 죽이려하는 장면은 다소 어설펐습니다. 갑작스런 멜로에서 호러물로의 전환이 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따뜻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건... '수년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는 남자의 기분은 어떨까?' 였습니다. 옛 연인에 대한 추억을 추억으로만 남겨놓을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변했나 확인해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던 것들이죠. 이 영화에서는 확인을 하면서 전혀 다른 결말로 치닫습니다만... 그 선택의 기준은 늘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무게로 다가옵니다. 뉴욕에서 옛 여자친구를 찾는 동안 남자는 과거 나눴던 사랑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것들을 깨닫고 더욱 사랑을 키워나가는데요. 그리움이 사랑으로 자가발전한 케이스죠. 하지만 상호작용에 의해 키워진 사랑이 아닌 감정인지라, 정작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수년간 여자친구의 감정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고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영화에서는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어느 정도 로맨틱하게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를 보면서 DSLR에 대한 구매욕이 마구 샘솟더군요. 두사람을 처음 엮어준 것도 캐논이었고, 두사람을 다시 이어준 것도 캐논이었는데요. 굳이 캐논이라는 매개체가 부럽다기 보다는, 사진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게 끌리더군요.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똑딱이에서 DSLR로 업그레이드를 하죠. 이제 똑딱이 생활이 거의 5년이 넘어서리 슬슬 바꿔볼까 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지름신이 내 옆에 앉아있는 기분이네요.


월남전을 둘러싸고 상반된 시각의 영화 두개를 비교하면 재밌을꺼 같은데요. 하나는 '고고70'이구요. 또 하나는 '님은 먼곳에' 입니다. '고고70'은 월남전으로 인해 초조해진 박정희가 국내 연예계를 탄압하면서 벌어지는 락밴드의 저항이 주제였구요. '님은 먼곳에'는 월남전에 참전한 남편을 찾아 떠나는 한국여인의 질긴 생명력이 주제였죠. 굳이 두 영화를 구분하자면 '고고70'이 사회가 규정한 관습에 순응해온 주인공이 방황하는 영화라면, '님은 먼곳에'는 국가가 압박하는 체제에 저항하는 주인공들의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먼저 '고고70'을 봐서 그런지 '님은 먼곳에'는 시나리오에서 여러 허점들을 노출하더군요. 현실적인 문제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죠. 가령, 국가와는 상관없이 돈벌러가는 위문공연단이 버젖이 월남파병선을 타고 가는 것이며, 군인도 아닌 민간인 신분의 여자가 남편을 찾아 전쟁터로 간다는 설정도 그렇거니와, 습격당하는 부대에서 위문공연단 트럭만 살아 나온다는 설정도 그닥 설득력을 얻기는 힘듭니다. '즐거운 인생', '왕의 남자'를 감독했던 이준익감독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의외네요.


수애는 영화 내내 수동적 위치에 처한 피해자입니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대구로 시집가 가혹한 시집살이를 하고 대를 잇기를 강요받죠. 하지만 남편은 부인 대신 애인에게 관심이 팔려있고, 설상가상으로 아무 말없이 월남으로 파병가구요. 이에 대한 시어머니의 분노는 애꿎은 수애에게만 집중되고, 수애는 견디다 못해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납니다. 왜 떠나는지 만나서 뭐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없이 수애는 그저 맹목적으로 전쟁터로 돌진하죠. 미국영화 '라이언 일병구하기'는 구해서 돌아온다는 타당한 목적성이라도 있었는데... 게다가 같이 간 공연단 대표 정진영은 사기꾼에 가까운 인물로 남편을 찾아준다는 말만 하고 수애를 이용하려고만 하구요. 하지만 정작 남편을 찾아낸건 피해자 수애였습니다. 수애의 홀홀단신 몸바친 노력의 산물이 없었다면, 남편찾기는 커녕 위문공연단도 역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동적이었던 수애가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하면서 비로소 영화는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 셈이죠.

결국 영화는 한국 여인의 강인한 잡초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월남전을 배경으로 했을 뿐이었고, 전쟁은 철이 덜든 남편을 위한 학습장에 불과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남편과 상봉한 수애가 껴안지 않고 따귀를 때린 점, 남편은 눈물을 떨구고 무릎을 꿇은 점 등을 봐도 알 수 있네요.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하지만, 보면서 '어 저게 가능한 얘기야?' 라고 관객이 의심하는 순간,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게 픽션인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이유일테구요.


영화 '고고70'은 음악과 시나리오가 맛있게 버무러진 샐러드같은 느낌입니다. 마치 잘짜여진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데요. 조승우야 워낙 뮤지컬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으니 두 말할 필요없지만, 의외로 신민아도 노래를 색감있게 잘 부르더군요. 춤솜씨도 괜챦구요. 신민아의 매력이 조승우만큼 영화에 어필할 줄은 몰랐습니다. 짜임새있는 시나리오에 잘 녹아든 연기에 탄탄한 연출이 된 영화를 보는건 언제나 유쾌하죠. '고고70'이 딱 그런 영화네요.


영화는 1970년대 락밴드 1세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메시지없는 음악영화는 아니구요. 암울한 유신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산업논리에 억압받는 문화논리의 항거가 담겨있죠. 월남이 공산화 된 이후, 박정희는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하에 대대적인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는데요.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코미디같은 일이었지만, 전 국민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죠. 그리고 이어지는 야간통행금지. 국민을 오로지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순종적인 집단으로 길들이려는 유신정권의 만행이었습니다.

이런 숨도 못쉬는 사회분위기에 나타난 락밴드 데블스는 젊은이들에게 짧게나마 자유를 느끼게 해줬는데요. 락과 고고댄스라는 새로운 유행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합니다. 야간통행금지가 풀리는 새벽 4시까지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는건 데블스가 처음이었으니 그럴만도 했겠죠. 하지만 당연히 오래가지는 못하구요.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연예계를 시범케이스 삼은 정권의 철퇴가 내리치자 모든 음악활동은 긴 침묵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장발단속, 금지곡, 대마초사건 등으로 사회의 쓰레기로 낙인찍혀 퇴물로 전락하죠.


하지만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건 내재된 두려움뿐이란걸 깨닫고 그들은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최루탄이 터지는 공연장에서 그들은 도망가는 대신 락을 선택하죠. 환호하는 젊음은 최루탄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저항정신이 바로 락이죠.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슬로우비디오로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뒤로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요. 데블스는 단순한 70년대의 뜨내기 밴드는 아니었나 싶어요. 영화 말미에도 나오지만 1세대 락밴드들에 대한 상징이었는데요. 유신이라는 획일적 집단주의에 반기를 든 용기있는 자유정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저항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었구요. 곱씹어 볼수록 괜챦은 영화네요, '고고70'.


뭐든 처음 살 때는 굉장히 아끼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좀 함부로 다루는 경향이 있죠. 첼로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더군요. 지금은 대충 케이스에 꾸겨넣고 아무데나 보관하는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네요.


How to Play the Cello : Tips on Cello Part 1



How to Play the Cello : Tips on Cello Parts: Part 2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Tuning Demonstration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Free Standing Storage Tips & Advice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Store a Cello



위의 동영상을 모으다보니 첼로 하드케이스를 하나 구입할까 살짝 고민하게 되네요. 그리 비싼건 아니지만 운반에는 오히려 더 무거운 측면이 있어서... 흠...


연습할 때 궁금했던게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딱히 HOW TO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지 않네요. 그냥 일단 해봐라, 그리고 해보면 한두마디 해주는 정도가 다인지라, 항상 의문속에 배우게 되더라구요. 동영상의 선생님처럼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그리고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다르게 하면 뭐가 안좋은지에 대한 배경설명이 있으면 더 좋을텐데 말이죠.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Plucking & Bowing Tips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Finger Position Tips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Play Cello Vibrato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Do Cello Double Bowing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Sliding Techniques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Double Bowing C Major Scale Demonstration



역시 일단 해보고 나서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 싶네요. 어쩌면 모든걸 먹기 좋게 상차려주는게 더 안좋을 수 있다는 선생님의 교습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쿨럭~


뭐든 가장 중요한게 기본인데요. 첼로도 활잡는 법과 보잉하는 법 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첼로를 배우면서도 내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드는 순간은 활을 잡고 있는 손이 아플 때죠. 개인레슨이 아닌지라 세세하게 봐주는게 없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늘 진도에만 신경썼지 자세에는 그닥 크게 생각안해서리...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Prepare a Cello Bow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Hold a Cello Bow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Position a Cello Bow



How to Play the Cello : Cello Bowing Techniques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Tune a Cello



How to Play the Cello : How to Do Legato & Staccato Cello Bowing



블로그에 몇가지 팁을 심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되새겨 봐야겠네요. 힘들지만 늘 기본에 충실하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늘 쉽게 이룰 수 있는건 애시당초 없으니까...


우모같이 클래식에 대해 아는게 일천한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첼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인데요. 차분하게 깔리는 음의 톤이 듣기 참... 감미롭네요. 왠지 안개낀 아침에 들으면 좋을꺼 같습니다. 근데 보잉하는 저 손놀림을 보면 대가는 아무나 함부로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어쩜 저렇게 현위의 활이 호수위의 백조처럼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건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Youtube 페이지 바로가기
Rostropovich plays the Prelude from Bach's Cello Suite No. 1

원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 동영상을 걸고 싶었는데 embedded 값이 없어 이 블로그엔 요요마로 대신합니다. 요요마 동영상은 연주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하지 않아 연주법을 제대로 볼 수는 없어 아쉽네요. 로스트로포비치의 동영상은 압권이었는데 말이죠.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귀신같은 보잉을 보려면 위의 링크 클릭...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미인도'를 봤습니다. 영화는 신윤복이 여자였고 김홍도와 강무라는 사내와 삼각관계였다는 가설을 토대로 제작되었기에, 소재가부터 무척 흥미로웠죠. 역사에 가정이 의미없다는건 교과서에나 적용되는 얘기구요. 영화에서는 꽤 괜챦은 스토리입니다. 게다가 외설스러움이 '색계'를 넘는 수위라는 얘기가 있어 한껏 기대가 컸었습니다. 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색계' 정도의 영화는 아니구요. 한번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센세이셔널한 소재에 비하면 긴장감은 좀 떨어지지만요.


연기는 전반적으로 괜챦았습니다. 김민선도 그렇고, 김영호도 그렇고, 김남길, 추자현도 그렇고, 평균 이상의 연기는 펼쳐줬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연기의 훌륭함에 비해 전체적으로 음... 조화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던데요. 배역끼리 서로 잘 안어울리는 듯한 느낌... 말로 표현하긴 뭐하지만 그런건 연출로 커버를 해야 하는건지 연기호흡을 더 맞춰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서두... 예를 들면, 추자현의 연기에서는 왠지 김영호를 한 때 사랑했던 팜프파탈의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구요. 특히 목소리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네요. 흠... 그리고 신윤복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강무 김남길의 연기도 터프한 매력과 순정파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중성적인 매력의 김민선은 캐스팅이 잘된 것 같구요. 연기파 배우 김영호도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더욱 아쉬운건 결말부분이었습니다. 시대의 금기를 넘나들던 신윤복, 김홍도, 강무 모두 철저하게 파괴되는 비극으로 끝나길 바랬는데요. 너무나 어진 왕 덕분에 한명의 희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한명도 사실 희생이라기 보다는 죽을 고비를 엄청나게 넘나든 후에 맞은 어이없는 죽음이었죠. 신윤복의 희생적 사랑을 강조하다보니 강한 여운의 맛을 없앴다고 봐야 하나요? 

그에 비해 '색계'의 결말은 안타까움을 넘어 허무함까지 느끼게 해줬죠. 그래서 영화에 대한 여운이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거구요. '미인도'가 어차피 영화적 상상에 기반한 픽션이라면 좀더 과감해질 필요도 있었을텐데요.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만약에 말이죠. 이렇게 결말을 지었다면 어땠을까요? 신윤복을 독차지하고 싶은 김홍도가 거제도로 귀양가는 강무를 중간에 사살하고, 김홍도를 되찾고 싶은 팜프파탈 설화의 간계로 신윤복은 왕에게 고초를 당하다 죽고, 또 이를 비관한 김홍도가 자살하는 걸로 끝맺었다면 말이죠. 그리고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에 세명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퍼즐맞추기처럼 숨어있다는 가설로 스토리를 꾸몄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에 진실이 숨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극대화시켜 더 큰 화제와 흥행몰이를 하지 않았을라나요. 마치 '다빈치 코드'처럼...

흠... 18세기 센세이셔널한 신윤복의 그림에 어울리지 않은 평범한 결론이어서 아쉬움에 지껄여 봤습니다.
  
덧글...
영화를 영화로만 봐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괜히 어줍쟎게 분석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자꾸 한마디 하게 되네요. 혹시 영화관계자가 이 포스팅을 보면 기분나쁘게 읽진 않았음 해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두고 극우파 지모씨같은 사람이 딴지거는 것도 귀챦을텐데 말이죠. 영화는 전반적으로 좋았답니다.^^
 

영화 '내일의 기억'은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와타나베 켄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화입니다. 와타나베 켄은 백혈병을 앓았다가 재기한걸로도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연기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가요. 알츠하이머 환자 역을 리얼하게 연기하네요. 에미코 역을 맡은 히쿠치 카나코도 잘하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대책없이 잔잔합니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되면서 직장에서 떠나고, 사회에서도 퇴출되고, 가족과도 어색해지는... 결국 혼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죠. '내 머리속의 지우개' 라는 영화와도 비슷할 것 같은데 보지 못해 모르겠네요. 근데 이 영화는 왠지 주인공이 환자가 아니라 중년남성인 것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평생 직장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가 문득 사회에서 버림받았을 때 느끼는 소외감, 가족과 어울릴 수 없는 외로움, 무능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은 비단 알츠하이머 환자만의 얘기는 아니죠. 은퇴한 중년이라면 누구나 사에키처럼 고뇌할 수 있을겁니다. 그런 케이스는 흔히 찾을 수 있구요.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중년남자들도 순수했던 과거로의 여행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향해 떠나는 여행...

하지만 영화에서는 에미코와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오히려 에미코를 기억에서 지우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자신을 찾아온 아내 에미코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죠. 알츠하이머 환자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어쩔 수는 없지만 참 슬프네요. 그리고 사에키가 에미코의 이름을 새긴 찻잔을 불에서 꺼냈을 때 컵의 귀가 깨져있던건 에미코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사에키 : 저는 역까지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에미코 : 네
사에키 : 저기... 저는 사에키입니다. 사에키 마사유키, 당신은..?
에미코 : 에미코에요. 가지에 달린 열매 에미코
사에키 : 에미코상이라... 좋은 이름이군요

남편을 찾아온 에미코와 사에키의 대화인데요. 에미코는 자신을 못알아보는 남편을 확인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은 사에키도 그렇지만 에미코도 안타깝네요. 사에키는 아름다운 에미코를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에미코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해야되나... 그렇게 에미코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애잔한 풍경으로 대신하고 영화는 여운을 남기며 끝맺습니다.

아... 기억을 더듬어보니 영화 도입부에 에미코가 사에키와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왔네요. 사에키가 에미코라고 쓰고 구웠던 바로 그 찻잔... 결국 에미코는 사에키의 곁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결론이군요. 흠... 

 

기분이 안좋거나 뭔가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릴때 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주로 헤비메탈이나 시끄러운 rock인데요. 이 노래도 감정을 순화시켜주는데 꽤 효과가 있습니다. 헤드윅 OST 삽입곡 중에 'The origin of love' 라는 곡입니다. 최근에 우모의 MP3플레이어 단골 음악이라는...


노래 가사도 좋지만, 나즈막한 목소리에서 절정에 이르는 선율도 괜챦구요. 파괴적인 드럼소리도 끌립니다. 영화 속에 헤드윅이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느낌을 상상하면서 들으면 가사는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구요. 가사는 좀 긴데요. 곱씹어들으면 마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사고의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계인 헤드윅이 보는 사랑과 성에 대한 관점, 그리고 분노가 잘 담겨져 있네요.

가사에 간혹 문법에 안맞는 부분이 보이는데요, 동베를린 이민자였던 헤드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When the earth was still flat
And clouds made of fire
And mountains stretched up to the sky
Sometimes higher
Folks roamed the earth like big rolling kegs
They had two sets of arms
They had two sets of legs
They had two faces peering out of one giant head
So they could watch all around them
As they talked while they read
And they never knew nothing of love
It was befor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Now there was three sexes then
One that looked like two men glued up back to back
They called the children of the sun
And similar in shape and girth was the children of the earth
They looked like two girls rolled up in one
And the children of the moon
Looked like a fork shoved on a spoon
They was part sun, part earth,
Part daughter, part son
The origin of love

Now the gods grew quite scared of our strength and defiance
And Thor said,
“I’m gonna kill them all with my hammer like I killed the giants”
But Zeus said,
"No, You better let me
Use my lightning like scissors
like I cut the legs off the whales dinosaurs into lizards.”
"And then he grabbed up some bolts
He let out a laugh
Said,
“I’ll split them right down the middle gonna cut them right up in half.”
And the storm clouds gathered above
Into great balls of fire

And then fire shot down from the sky in bolts
Like shining blades of a knife
And it ripped right through
the flesh of the children of the sun and the moon and the earth
And some Indian god
Sewed the wound up to a hole
Pulled around to our bellies
To remind us of the price we pay
And Osiris and the gods of the Nile
Gathered up a big storm
To blow a hurricane
To scatter us away
In a flood of wind and rain
A sea of tidal waves
To wash us all away
If we don't behave they'll cut us down again
And we'll be hopping around on one foot
And looking through one eye

Last time I saw you
We just split in two
You was looking at me I was looking at you
You had a way so familiar,
I could not recognize
Cause you had blood on your face I had blood in my eyes
But I could swear by your expression!
That the pain down in your soul
Was the same as the one down in my mine
That's the pain It cuts a straight line
Down through the heart
We called it love
We wrapped our arms around each other
Tried to shove ourselves back together
We was making love Making love
It was a cold dark evening Such a long time ago
When by the mighty hand of Jove,
It was a sad story
How we became Lonely two-legged creatures It’s the story of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Yeah,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