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고70'은 음악과 시나리오가 맛있게 버무러진 샐러드같은 느낌입니다. 마치 잘짜여진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데요. 조승우야 워낙 뮤지컬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으니 두 말할 필요없지만, 의외로 신민아도 노래를 색감있게 잘 부르더군요. 춤솜씨도 괜챦구요. 신민아의 매력이 조승우만큼 영화에 어필할 줄은 몰랐습니다. 짜임새있는 시나리오에 잘 녹아든 연기에 탄탄한 연출이 된 영화를 보는건 언제나 유쾌하죠. '고고70'이 딱 그런 영화네요.


영화는 1970년대 락밴드 1세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메시지없는 음악영화는 아니구요. 암울한 유신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산업논리에 억압받는 문화논리의 항거가 담겨있죠. 월남이 공산화 된 이후, 박정희는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하에 대대적인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을 하는데요.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코미디같은 일이었지만, 전 국민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죠. 그리고 이어지는 야간통행금지. 국민을 오로지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순종적인 집단으로 길들이려는 유신정권의 만행이었습니다.

이런 숨도 못쉬는 사회분위기에 나타난 락밴드 데블스는 젊은이들에게 짧게나마 자유를 느끼게 해줬는데요. 락과 고고댄스라는 새로운 유행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합니다. 야간통행금지가 풀리는 새벽 4시까지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는건 데블스가 처음이었으니 그럴만도 했겠죠. 하지만 당연히 오래가지는 못하구요.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연예계를 시범케이스 삼은 정권의 철퇴가 내리치자 모든 음악활동은 긴 침묵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장발단속, 금지곡, 대마초사건 등으로 사회의 쓰레기로 낙인찍혀 퇴물로 전락하죠.


하지만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건 내재된 두려움뿐이란걸 깨닫고 그들은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최루탄이 터지는 공연장에서 그들은 도망가는 대신 락을 선택하죠. 환호하는 젊음은 최루탄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저항정신이 바로 락이죠.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슬로우비디오로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뒤로 하고...

하지만 생각해보면요. 데블스는 단순한 70년대의 뜨내기 밴드는 아니었나 싶어요. 영화 말미에도 나오지만 1세대 락밴드들에 대한 상징이었는데요. 유신이라는 획일적 집단주의에 반기를 든 용기있는 자유정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저항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었구요. 곱씹어 볼수록 괜챦은 영화네요, '고고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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