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가 물결치고 있습니다. 최근 유행가에 대해 그닥 관심없는 우모도 알 정도면 상당히 히트치고 있는 노래임이 분명하겠죠? 적어도 오늘 소녀시대가 우모에게 '소원을 말해봐~'라고 나즈막히 속삭인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오늘 두산이 롯데를 아작내게 해줘!'

그렇습니다. 오늘 올시즌 전반기 최고의 빅매치 두산과 롯데의 3연전 첫날입니다.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과 7연승인지 8연승인지 미친 듯 달려오고 있는 폭풍질주 롯데가 자웅을 가리는거죠. 잠깐 작년을 돌이켜보면 2008 시즌 최고의 명승부 사직에서 두산은 유재웅의 9회초 홈런으로 동점을 10회초 김동주의 역전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3연전 스윕을 했구요. 유재웅의 홈런 하나로 두산은 시즌 2위를 했구오. 롯데는 4위로 떨어졌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두산은 힘이 떨어질대로 떨어졌구요. 롯데는 브레이크 없는 트럭처럼 무풍질주, 쾌도난마, 질풍노도, 쾌속항진 중입니다. 달감독님도 롯데가 무섭다고 하셨는데... 왠 안무섭겠습니까? 최강 SK를 그냥 무찔러 버렸는데요. 작년과 유사한 상황에서 두팀이 만났으니 오늘 잠실벌 난리나겠네요. 웅전무퇴(熊戰無退)의 정신으로 오늘 꼭 승리해줬으면 합니다. 분위기상 첫 경기 승리팀이 스윕갈 가능성 농후합니다.


홍성흔이 롯데에서도 잘해주고 있네요. 홍성흔이 롯데갔을 때, 애인을 뺏긴 느낌이었는데요. 뭐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 갔으니 더 잘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내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하는데, 부산팬들이 놔주려나 모르겠네요. 하여간 어제 경기는 홍성흔이 부산에 뼈를 묻을 수도 있는 경기여서리...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뭐 착잡합니다. 이런 오묘한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쩝...

홍성흔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팬들의 피를 끓게 하는 열정이 넘치는 선수입니다. 같은 플레이를 해도 혼이 담겨 있기에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지죠. 특히 팀에 대한 희생정신이 남달라서 주위에 사람이 모이고, 스스로  희망 바이러스가 되거든요. 그게 홍포의 진정한 매력이죠. 그래서 스탯만 보고 홍포를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선수는 스탯은 좋아도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만, 홍포는 존재만으로 팀에 플러스가 되는 최고의 허슬플레이어죠. 두산의 상징인 허슬두는 홍성흔, 이종욱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근데 9회말 동점타와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만든 홍성흔의 세리머니를 보니 조금 점쟎아졌다는 느낌이네요. 과거엔 오버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정말 화끈해서 관중들의 체온을 1도쯤 올려놨었거든요. 제가 직접 봤던 LG와의 어린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던 홍포의 세리머니는 최고의 오버였습니다. 그걸 본 LG팬들은 뒷목 잡으면서 악담을 퍼부었더랬죠. 어제는 아무래도 상대 투수가 구대성이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밝게 웃는 홍포를 보니 기분은 좋네요. 내친 김에 롯데는 1위까지 차지하겠다고 설레발이군요. 흠흠흠...

덧글...
근데 부산의 훌리건들은 어떻게 좀 안되나요? 관중석에서 2만호 홈런볼을 잡겠다고 UFC 경기를 펼쳤다는군요. 이쯤되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의 원년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지네요. 더욱 한심한건 프로야구의 가장 큰 고객인 부산팬들 눈치보는 KBO와 매스컴입니다. 언제 한번 포스팅하겠지만, 돈을 가장 많이 벌어준다고 마냥 관대한건 올바른 일이 아닙니다.


롯데와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8:7로 이겼습니다. 5:0에서 5:6으로 역전, 다시 6:6 동점 허용, 그리고 연장 10회에 7:6으로 끌려가다가, 7:7 동점, 마침내 연장 11회에 7:8로 끝내기 재역전승... 보기드문 명승부로 재미는 있었지만, 출혈이 크네요. 지토 김상현은 난타 당했구요. 여러 선수가 컨디션이 안좋고 부상당해서 주전 별로 없는 상태였죠. 특히 이원석이 홈쇄도하다가 강민호의 무릎보호대에 머리를 부딪쳐 엠뷸런스에 실려나가는 모습...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원석이 허슬두에 완전 녹아드는 플레이를 펼치니 이뻐 죽겠네요.

이 경기에서는 두산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선수들은 김현수와 용덕한 제외하곤 모두 후보선수들로 채웠는데도 5점차를 따라잡더라구요. 김동주는 팔꿈치가 안좋아서 막판에 대수비로 들어왔고, 최준석은 허벅지 근육통, 이종욱과 고영민, 최승환은 부상, 이원석은 오늘 중간에 실려나가고, 김재호도 이종욱과의 충돌 충격으로 2군행이죠. 이런 비상시국에 최주환, 이성렬은 정말 간만에 올라왔는데도 나름 잘해줬구요. 정수빈은 강력한 신인왕 포스 오늘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원석은 멀티 내야수로 든든했구요. 오재원도 제 몫은 다했네요. 그리고 오현택을 빼놓을 수 없죠. 김상현 무너지고 나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고창성에 이은 또 하나의 사우스포 무기를 얻었네요. 2군에서 이강철처럼 뱀처럼 휘는 공을 가졌다고 팬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는데 역시 허튼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신고선수에서 선발까지 올라간 신화가 또 하나 터지지 않을까 싶네요.

두산의 힘을 보여준 또 하나는 11회말 무사 1루에서도 무사 1, 2루에서도 절대 번트를 대지 않더라는거죠. 아마 SK나 LG였다면 분명 번트싸인 나갔을겁니다. 그냥 힘대 힘으로 밀어붙이는 뚝심... 두산팬이지만 자랑스럽네요. 그리고 그런 감독의 배짱을 묵묵히 성공시키는 선수들도 칭찬받을만 하구요.

반면 롯데는 안습이었습니다. 나름 초반에는 잘했지만, 이대호의 알까기 하나로 한 순간에 5점차 승리를 뺐겼죠. 롯데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수비인데요. 수비가 약한 팀은 돌풍은 일으킬 수 있어도 강팀은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습니다. 홍포도 어제까진 잘했는데 오늘은 5타수 무안타였네요. 가르시아도 그냥 그렇고... 하여간 오늘 경기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내일 선발은 세데뇨와 장원준이네요. 세데뇨가 가능성은 보이는데 좀 키우면 터질 것도 같습니다. 함 기대해보죠.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의 레젼드 박철순형님의 시구가 있다네요. 가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 못간다는게... 참... 쩝...

덧글...
종범형님의 500도루 1천 득점 축하드립니다. 다른 팀이지만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젼드로서 참 좋아하고, 또 노대통령 서거 애도기간 동안 500도루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강한 민주정신 고개 숙여 깊이 존경합니다. 형님 빼고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은퇴하기 전에 V10 이루고 싶다고 인터뷰 하셨던데... 음... 두산과 멋진 코리안시리즈 하고 싶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올해 꼭 코리안시리즈 올라오시길... 기원합니다.

기아 화이팅~ 종범신 화이팅~


"야 지금 홍성흔 타석이야. 빨리와~"
잠실운동장역을 막 뛰어 올라가는데 롯데팬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울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 실망감이 철철 흘러 넘치네요.
"아~ 근데 초구에 파울 플라이 아웃이야~ 어휴..."

롯데팬 선배는 표를 끊어놓고 경기장 안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구요. 우모는 회사에서 대충 일 마무리 짓고 뛰어 오면서 어디서 만날지 전화하는 통이었습니다. 그렇게 홍성흔의 두산전 첫 타석은 아웃으로 시작되었죠. 밖에서 치킨윙 사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홍포 생각만 맴맴 돌았습니다. '쩝... 이젠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오늘 경기는 시즌 전부터 점찍어 둔 꼭 봐야 하는 must have 였는데요. 이유는 뭐 다름 아닌 홍성흔 때문이었습니다. 갈매기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을 적으로 만나는 게임인지라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었죠. 기분은 그닥 유쾌하진 않았구요. 홍성흔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 지, 그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바티스투타가 골 넣고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파묻었을 때 피오렌티나 팬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그 기분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했구요. 그런 일이 두산팬들에게 닥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홍성흔의 오늘 성적은 데드볼 한개 포함 3타수 무안타였네요. 예전의 날카로운 스윙, 파이팅 넘치는 손짓은 찾아볼 수 없고, 허공만 가르는 방망이가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통쾌하게(ㅜ.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도 홍포는 수비가 끝나면 덕아웃 앞에서 제일 먼저 선수들을 맞이하는 버릇... 여전하더군요. 이런 홍포의 마음 씀씀이가 항상 믿음직스럽게 했었는데요. 간만에 보니 미소가 절로 그려지구요. 다만 상대 덕아웃에 서있는 모습... 그건 왜 그렇게 어색한지요. 마치 일장기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서있는 손기정옹을 보는 듯 했습니다. 또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있기 미안했는지 틈나는대로 불펜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몸을 푸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안스럽기도 했구요. 혹자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홍포를 몰라서 하는 얘기구요. 홍포를 오래 봐온 팬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죠. 성실하면서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홍포 아니 홍지명은 분명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습니다.

위의 사진은 모두 홍성흔을 찍은건데요. 이중 좌하단에 있는건 홍지명이 1루에 나가 있을 때 장면입니다. 나름 의미있는 그림이겠다 싶어 찍었던건데... 바로 1루수가 이원석이었거든요. 오늘 이원석은 선발 6번타자 1루수로 출장해서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습니다.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나는 이원석을 보면서 홍지명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어쨌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니까 홍지명도 더 분발하겠죠?


보너스로 불펜에서 이리저리 몸푸는 홍포 모습 올려봅니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글거리는 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런 눈빛이 10년간 두산의 덕아웃을 지켰는데... 에혀... 머지 않은 날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을 홍포를 기대해 봅니다. 성공한 갈매기로 돌아오길...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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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11:3으로 두산이 이겼습니다. 홍상삼이 잘 던졌는데 고비는 못넘겨 역전당한채 내려왔구요. 두산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질로 재역전시켰습니다. 김현수, 이원석의 홈런이 좋았구요. 손시헌의 적시타가 결정적이었네요.


롯데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1:5로 이겼습니다. 스코어 상으로는 시원한 대승인데요. 그닥 기분이 좋진 않네요. 롯데한테 이긴게 중요한게 아니라, 올시즌 우승하기 위해서는 에이스의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에이스 김선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4승을 챙겼지만, 방어율 4점대라는건... 쩝... 게다가 SK는 김광현이라는 특급 에이스가 서서히 위용을 찾아가고 있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네요.

김선우는 공이 나쁘지 않습니다. 140km 후반의 직구와 130km 대의 슬라이더가 있어서 리그 상위권인건 맞는데요. 정통파 투수이면서도 횡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꾸 김광현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김광현은 타점이 높아서 그런지 내리 꽂는다는 느낌인데, 김선우는 약간 밋밋해 보인다능...ㅡㅡ;;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지적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김선우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될 선수거든요. 두산이 올해 기필코 우승하기 위해서는 김현수보다는 김선우가, 이종욱보다는 이용찬이 잘해줘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김현수, 이종욱이 못해야 한다는건 아니구요. 단기전에서는 선발과 마무리가 강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어쨌든 오늘 김선우는 5이닝 4삼진 10안타(홈런 2 포함) 5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퀄리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닝이터도 아닌, 윤석환 투수코치에게 숙제만 잔뜩 안겨준 경기였네요. 내일은 홍상삼이 선발이라네요. 또라이 기질이 있는 홍상삼이 그간 2군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한번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부디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탄생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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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 넘어간 연인 홍성흔이 부상으로 출전을 못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하여간 맘이 아프지만 허슬갈매기의 모습도 보고 싶네요. 인터넷에는 경기 끝난 그라운드에 홀로 달리기하는 홍성흔의 사진이 올라왔더라구요. 여전하네요. 그 열정은... 뭘하든 잘 해낼겁니다.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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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곰 유니폼 입은 이원석은 오늘 투런홈런 날리며 수훈선수가 되었네요. 두 사람의 명암이 이렇게 갈리는걸 보면 야구는 정말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최근에 회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데요. 야구? 정말 몰라요~ 인생? 정말 더더욱 몰라요~


인터넷에 보면 가끔씩 순위 매기는 놀이를 하는데요. 가령 강남>분당>평촌>일산> 이라든가, 설대>연대>고대 라든가 하는... 어찌 보면 유치하기까지한 등수놀이에 댓글이 수없이 달리는거 보면, 우리 DNA에는 뭔가 서열의식 내지는 경쟁의식이 내재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죠. 어떤 팀의 팬이 많은가, 어느 팀이 명문인가 등등 유사 등수놀이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떤 팀의 관중동원능력이 좋은가 따지는 것도 있는데요. 관중동원수는 인기도와 직결되기에 팬들에 따라 주장이 많이 엇갈리네요. 객관적인 수치가 없는 상황에서 모두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니까 당연한거지만서두...

가끔씩 여론조사 방식으로 롯데가 삼성을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팀이라는 분석도 봤던 것 같고, 빅마켓인 두산, 엘지, SK, 롯데가 잘해야 프로야구가 산다는 얘기도 들리기도 하는데, 하여간 프로야구 인기팀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이어질겁니다. 참고로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보는 자료로는 롯데, 두산의 순이네요. 여론조사가 질문방식이나 대상 선정 등의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많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면, 경제적 가치는 내재적인 속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라 좀더 신뢰가 간다고 봅니다. 특히 구단을 매각할 때 이 자료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에 시장의 평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겠죠.


위의 표는 구단의 연고지 가치, 입장수익, 구단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수치입니다. 스타디움 가치는 입장수익이 높은 순... 즉, 관중도 많이 들어오고 객단가도 높은 팀이 유리하죠. 특히 브랜드가치라는 항목이 눈에 띄는데요. 여기서는 인지도를 말하더군요. 인지도는 롯데>삼성>두산>SK의 순이네요.

결국 시장의 평가는 롯데>두산>LG>삼성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다르게 봅니다. 특히 야구장에 갔을 때 느꼈던 관중수, 열정 등을 감안하면 롯데>두산>기아>삼성의 순으로 보고 싶네요. 롯데는 사직구장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응원이 이미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구요. 전통의 기아는 광주구장이 작아 관중동원수는 작지만 잠실에서는 늘 꽉 채워주고 있죠. 열정도 남못지 않습니다. 삼성도 마찬가지구요. 참고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이닝 커뮤니티도 보면 롯데>기아>두산 순으로 팬들이 많죠. 반면 LG는 최근 몇년간 두산 홈경기 때 거의 반도 못채워주고 있고, 한화와 SK는 좀 기대에 못미치는게 사실입니다. 히어로즈는 안습이구요.

또 주관적인 평가로 다시 돌아갔습니다만... 어쨌든 두산, 롯데, 기아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흥행이 이루어지고 전국적인 관중동원이 원활해지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관중동원이 최다였던 2008년과 1995년의 공통점은 두산과 롯데의 상위권 진입 및 포스트시즌 격돌이었으니까요.


두산의 홍성흔이 롯데로 간다는 뉴스가 떳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확실한 것 같네요. 게다가 롯데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올랐다고 롯데팬 후배가 그러더군요.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니.... 참 착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착잡? 그 정도 단어로는 감정표현을 다 할 수 없군요. 정말 슬픕니다. ㅜ.ㅜ

그런 속도 모르고 롯데팬 후배는 옆에서 '보상선수로 내야수가 낫겠슴까? 아님 외야수가 낫겠슴까?' 하네요. 지금 보상선수가 눈에 들어오나요? 그깟 보상선수 트럭으로 줘도 필요없습니다. 홍반장만 있음, 지터도 부럽지 않은데 말이죠. 불난 집에 부채질하던 후배는 저한테 헤드락 한번 당했구요. 여튼 한숨만 나옵니다.

홍성흔을 뺏기고도 두산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속상할 뿐이네요.

이제 야구를 봐도 야구가 아니고, 야구장을 가도 야구장이 아닙니다.
들이켜보니 올해는 정말 되는게 없군요. 젠장...


어디서 들었는데요. 로마가 번성했던건 개방된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로마는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건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중용했다는거죠. 심지어 식민지 사람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되었는데요. 로마의 이런 유연한 문화가 구성원의 강한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또 이런 충성심이 모여 역사에 남을만한 제국을 만들어 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랑 같이 퇴근하는 길에 롯데가 삼성에 진 이유에 대해서 토론(?)을 했었는데요. 저는 롯데가 삼성에 대비해 세가지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이대호를 1루나 지명으로 돌리고, 둘째, 강민호를 지명이나 대타로 돌리고, 셋째, 정수근을 어떻게든 출전시켜야 한다고 했죠. 이건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주변의 지인들에게 얘기했던 것인데요. 정말 롯데가 이기길 바라는 충정(?)에서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랬죠.

근데 '롯데를 사랑하는 부산출신 후배'는 이대호와 강민호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세번째 정수근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정수근은 롯데출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흠... 역시 롯데에도 순혈주의가 있구나 싶었죠.

정수근이 잘한건 없지만, 그래도 롯데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입니다. 손민한, 조성환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질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구요. 그리고 분위기를 띄울 수있는 톱타자란 면에서, 정수근의 결장은 롯데에게 재앙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인구나 김주찬 등이 선두타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선수가 앞에서 뚫어주는 것과는 차이가 크거든요.

어느 팬이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으로 입단해서 스타가 된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외부에서 온 선수, 특히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선수에 대한 포용력이 없다면, 그 팀은 변화하기 힘듭니다. 롯데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천방지축 이미지인 정수근이 딱 그 예가 되겠군요. 어쨌든 정수근에 대한 추억이 많은 저로서는 롯데에서도 잘해주길 바랬지만, 여러모로 롯데팬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다 정수근 선수의 덕이 모자란 결과가 아니겠나 싶네요. (아쉬워라..)

더불어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모팀이 왜 하위권에서만 노는지 생각해보면 실력을 무시한 텃새가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롯데는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롯데의 마지막 분전이 빛났지만 분전만으로 넘을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는 아니었나 봅니다. 아쉽게도 3박 4일 만에 롯데의 가을야구는 마감되었네요. 올해 준플레이오프를 사직에서 2경기, 대구에서 1경기로 끝내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죠. 시리즈 시작 전에 저도 삼성의 우세를 점친 바 있지만, 그렇다고 롯데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끌려가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패인은 뭐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경험부족이 크구요. 못지 않은 요인은 관중들의 비매너가 가을야구의 주인공에서 천덕꾸러기로 스스로 밀어넣은데 있습니다. 결국 롯데는 3연패로가 아닌 매너까지 포함해서 4연패로 준플레이오프를 마감한 것 같습니다.

오늘 야구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은 켜놨지만 첼로 연습하느라 눈여겨 중계를 보진 않았죠. 하지만 야구에는 흐름이 있는데요. 롯데는 열심히 따라가지만 뭔가 부족하고 삼성은 점수를 뽑아도 여유있게 뽑더군요. 이미 게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흐름이었습니다. 로이스터 매직은 물에 빠진 스펀지마냥 눅눅하기 이를데 없었구요. 오히려 그간의 참패를 만회하긴 위한 롯데의 체면치레 게임 성격이 짙었죠.

결정적인 장면은 4:2로 지고 있는 가운데 터진 양준혁의 홈런이었습니다. 베테랑답게 경기 후반에서 따라가는 동점홈런으로 팀을 구했구요. 이로써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8회에 터진 조동찬의 2타점 적시타는 양준혁의 날린 카운터펀치를 확인사살한 것에 불과했죠.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 속담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네요. 그리고 3게임으로 셧아웃시킴으로써 두산과의 일전에 체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되었구요. 두산으로서는 거북한 상대를 맞게 되었습니다. 두산과 삼성의 전력분석은 다음에 다시 포스팅을 하겠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두산이 연습경기에서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네요. 하지만 전 두산을 믿습니다. 경험없는 롯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걸 보여주리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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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마!'에 대항한 삼성 응원단의 '와!' 응원은 괜챦아 보이네요. 아마 내년엔 다른 팀들이 줄줄이 모방하지 않을까 싶네요. 견제구에 비방응원 안하는 두산은 뭐 다른 팀과의 차별화된 응원을 하기에 굳이 따라하지는 않았음 합니다. 괜히 진흙탕 싸움에 끼여들 필요없죠. 그냥 비방응원 안하는 전통을 계속 지켰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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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응원석에서 물병 등을 던지는거 TV에 여러번 잡혔습니다. 은박지로 빛 반사까지 했다면서요? 안타까운 마음이야 헤아릴 수 있겠지만 그냥 경기에서 지는게 낫지, 경기도 지고 매너도 지는건 두번 죽는거라는 것, 왜 모르시는지...? 자꾸 그러면 그럴수록 롯데팬들의 이미지는 X리건으로 굳어지는데 말이죠. 작년 두산팬들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졌을 때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모습,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는데요. 훨씬 아름답지 않나요?


롯데가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이제 한게임만 지면 더 이상의 가을야구는 없습니다. 올해 롯데 덕분에 프로야구 체온이 1도 올라간데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위의 롯데팬들과도 많은 교류가 있어 행복했구요. 비록 지금은 몰지각한 행동으로 가을야구의 주인공에서 불청객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2008년의 마지막 불꽃은 태워주길 바랍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겁니다. 한 시즌에서 감독의 역량으로 좌우되는 경기는 10게임 미만이라고 하죠. 하지만 로이스터는 잠자고 있던 롯데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고, 덕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로이스터의 능력이죠. 그 로이스터가 선수들에게 당부한 말이 No fear 라고 하던데,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두려움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불굴의 정신. 이거야말로 롯데 선수들이 지금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잃을게 없는데 뭘 망설이나요?
이제 원정경기에서 도전자로 시작하는데 눈치볼게 뭐 있나요?
그냥 하던대로 신나게 방망이 돌리면 됩니다.

경험부족으로 허둥댔던 지난 두 경기는 이제 잊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두려움 없이 덤비기 바랍니다. 그게 롯데의 진정한 모습이니까요. 지금은 뭘 준비한다기 보다, 자기도 모르게 가졌던 두려움을 떨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롯데의 분투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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