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동수선수가 두산에 밀리는 이유에 대해 고백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네요. 글쎄요. 읽어보니 그럴듯 하기도 하지만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진짜 이유는 짚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사 보기
[포커스] 최동수의 고백 'LG가 두산에 밀리는 이유' 우선 최동수선수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90년대까지는 LG가 우위를 점했다
2.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99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3. 두산은 긴축재정으로 비싼 선수 대신 기대주를 실전에 투입했다.
4. 이 기대주들이 창조적인 플레이를 했다
5. 구단의 기막힌 트레이드 타이밍도 한몫 했다.
최동수선수가 기자에게 이 정도 말한 것도 어쩌면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2% 부족합니다. 이건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구요. 두산의 LG에 대한 비교우위는 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좀더 뼈아픈 각성이 필요할 것 같네요. LG가 잘되어야 정말 피말리는 라이벌전이 될텐데요. 요새는 긴장타는 경기가 없어 좀 아쉽습니다.
우선 두산의 고공비행은 단연코 팀의 전통 때문입니다. 혹자는 운이다, 용병 잘 만난 탓이다 라고 폄하하는데 두산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거죠. 두산은 전통적으로 Team Chemistry가 강한 팀입니다. 가식적으로 동료를 위하는 팀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화이팅으로 서로를 격려합니다. 어떻게 확인하냐구요? 홈런치고 들어올 때, 끝내기 안타 칠 때, 수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우천 세리머니 펼칠 때 보면 압니다. 두산은 정말 선수들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축하해 주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아래 '구단별 우천 세리머니 점수'를 보고 판단해 보세요. 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걸 느낄 수 있을겁니다.
관련 블로그 보기
구단별 우천 세리머니 점수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저는 선수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추정할 뿐인데요. 팀의 전통이 확연해진건 아마 윤동균감독 항명파동을 겪은 이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팀의 고참급을 중심으로 생사고락(?)을 같이 한다는 믿음이 뿌리깊게 박힌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추정일 뿐입니다.
용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두산이 용병복이 많다는거 인정합니다. 역대 최고 용병 베스트 5 중에 우즈와 리오스가 두산출신이니까요. 하지만 Team Chemistry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우즈와 리오스는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리오스는 이미 기아시절에 퇴출당했던 선수였구요. 우즈는 지명당시 하위권에 있던 선수였죠. 가능성만 있던 선수들이 두산에 와서 활짝 만개한 겁니다.
리오스가 기아에 있었다면? 글쎄요, 하여간 지금의 리오스는 분명 아닐껍니다. 두 사람 모두 두산에 와서 지금의 우즈, 리오스가 된거죠. 이미 두 사람 모두 두산의 팀 분위기가 최고라고 인정한 바 있지요. 같은 맥락으로 두산에 유독 많은 무명선수의 급부상도 설명할 수 있을껍니다. 상호경쟁에 기반한 이타적인 두산의 Team Chemistry가 깜짝스타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건 구단도 코칭스탭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두산의 전통입니다.
최동수는 이걸 구단의 긴축재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그건 표면적인 상호관계에 불과하지요. LG에서 긴축재정 하면 미러클 두산같은 현상이 나올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LG도 한번 해보길 권합니다만, 전통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이런 구단의 전통을 만들고 지키는건 팀의 리더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를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양키스는 규율이 칼같은 구단이죠. 입단하는 순간, 동굴맨 자니 데이먼도 긴머리를 잘라야 했습니다. 지암비도 마찬가지구요. A-로드도 한동안 지터의 미움을 받아 팀에서 융화하는데 애 많이 먹었습니다. 이런 양키스의 독특한 전통과 규율을 지키는게 바로 지터의 가치입니다. 물론 지터는 수비와 공격 모두 리그 상위권에 속하지만요.
두산도 이런 키맨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도 많이 있었지만 현재는 바로 안경현과 장원진입니다. 안경현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장원진은 희생정신으로 음으로 양으로 팀의 사기를 뒷받침하거든요. 가끔씩 TV에 비친 덕아웃을 보면 장원진은 쉬임없이 박수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번에는 리오스가 장원진의 어깨를 장난스레 깨무는 모습도 봤는데요. 든든한 맏형의 역할을 하는게 장원진입니다. 그 밑에서 홍성흔, 최경환, 정수근 등이 선수들을 활기차게 이끌었구요. 적고 보니 두명은 롯데에 갔네요. 아쉽습니다.
고교야구에도 명문고와 신생고는 차이가 분명히 납니다. 같은 시설, (혹은 더 열악한 시설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감독,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라도 명문고에 있는 선수들은 왠지 여유있고 기본기가 탄탄하죠. 그런게 바로 두산의 힘입니다.
반면 LG는 아쉽지만 전통과 리더에서 두산에 비해 열악합니다. 전통은 이광한감독이었나요? 신바람 야구와 스타시스템 등으로 앞서가는 이미지를 많이 구축했는데, 개인플레이에 의존한 까닭에 전통으로 승화시키는데는 실패했죠. 그리고 리더도 LG에는 뚜렷하게 없습니다.
LG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할 기회가 있으면 따로 하기로 하겠습니다.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요. 어쨌든 LG가 두산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이를 갈아서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야구가 좀더 재밌어지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