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우리들의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지
그럴리 없어 내 사랑만큼은 특별하다 생각하면 오산
어찌보면 요즘 그녀 평소와 다르진 않았는지
무심한 표정 싸늘한 말투 모든 것엔 그럴 듯한 이유
있을 때 잘해주기 떠난 뒤에 미련이 남지 않게
그녀에게 감사하기 어쨌거나 사랑했던 기억으로
문득 생각해보면 사랑한단 말 들은지 오래
내 농담에는 웃지도 않고 전화도 없으면 일단 의심
짜증은 왜 그리 자주 소문은 왜 그리 들려오고
그녀 수첩 속 우리들 사진 없어지면 확실한 변심
있을 때 잘해주기 떠난 뒤에 미련이 남지 않게
구차하게 굴지 말기 어쨌거나 사랑했던 기억으로
Culture
- 이승환식 이별 대처법,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08.01.02
- 아직 다 못 읽은 책... 안녕, 언젠가 2008.01.01
- 2008년의 첫 포스팅은 쓸쓸한 음악으로...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 2008.01.01
- 중년여성의 몽환적 판타지, 도쿄타워 2007.12.31
- 우수에 젖은 눈빛,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2007.12.29
- 폭발하는 애이불비(哀而不悲), 윤도현의 잊을께 2007.12.28
- 다중인격 연애사건, 두 얼굴의 여친 2007.12.27
- 약육강식의 정글 속 이야기, 비열한 거리 2007.12.19
- 메시지가 담긴 유쾌한 음악영화, 헤어스프레이 2007.12.16 2
- 김태희 버전의 엽기적인 그녀, 싸움 2007.12.15
이승환식 이별 대처법,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아직 다 못 읽은 책... 안녕, 언젠가
안녕 언젠가...
지난 일요일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입니다. 츠지 히토나리라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두껍지 않아 시간 때울 생각으로 집어들었죠. 비록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1975년 태국의 방콕에서 일본 이스턴 항공사 홍보부 직원인 유타카가 크리스마스에 있을 자신의 결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토우코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유타카를 지켜보던 관능적인 토우코가 며칠 후 유타카의 아파트를 방문하고 관계를 맺게 되구요. 둘은 급작스런 사랑을 맞게 됩니다.
친구가 오는 바람에 여기까지만 읽었는데요. 책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결말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이후는 이렇더군요.
토우코와 사랑에 빠진 유타카는 고민에 빠집니다. 안정적인 결혼과 성공이 보장된 미츠코와의 결혼이냐, 사랑에 빠진 토우코와의 사랑이냐... 하지만 유타카는 현모양처형인 미츠코와의 결혼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로부터 25년이 흐릅니다. 유타카는 어느새 전무로 승진하고,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구요.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출장을 오게 됩니다. 그리고 오리엔탈 방콕 호텔 직원으로 있던 토우코를 재회하게 되죠.
두 사람은 서로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음을 확인하지만, 2박 3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유타카는 일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뒤,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편지를 받게 되고, 다시 한번 방콕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하네요.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네요. 결말을 대충 훑고 나니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가벼운 갈등이 생기는군요. 요새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서 사고 싶긴 한데 말이죠. 그나저나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길래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마구 떠다니는 이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해 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건 참으로 많은 아픔을 내면화 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네요. 결국 수많은 고통을 삭혀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란걸 깨닫게 되니까요. 참 깨닫기 싫은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은 분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추억은 돌이킬 수 없기에 의미가 있는걸까요? 돌이킬 수 있기에 추억을 간직하는걸까요? 궁금합니다...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돼
죽을 만큼 사랑 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본문 중에서
2008년의 첫 포스팅은 쓸쓸한 음악으로...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
2008년의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첫날이란건 항상 설레임으로 가득하지만 2008년은 그렇진 않네요. 무거운 기분만이 가슴 한켠에 착... 가라 앉아 있습니다. 바다 위에 짙게 내려 앉은 안개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과 비슷하구요.
노라 존스의 음악을 들으니.. 더욱 그렇군요. 아래는 영화 도쿄타워에 삽입된 동영상입니다. 인터넷에 이 노래의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없네요. 아무래도 노라 존스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찍지 않았나 싶네요.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 검색하기)
しふみ:そのシャツ着てくれてうれしい
何がしたい?
とおる:何でも
しふみ:何でもって
시후미 : 그 셔츠 입고 와 줘서 기뻐
뭐 하고 싶어?
토오루 : 뭐든지
시후미 : 뭐든지라니..
Through the sleepless nights, I cry for you..
And wonder who is kissing you.
Oh, these sleepless nights will break my heart in two.
Somehow through the day, I don't give in.
I hide the tears that wait within
Oh, but then through sleepless nights I cry again.
Why did you go?
Why did you go?
Don't you know?
Don't you know?
I need you...
I keep hoping you'll come back to me.
Oh, let it be. Please let it be.
Oh my love please end these sleepless nights for me.
Oh my love please end these sleepless nights for me.
Oh my love please end these sleepless nights for me..
중년여성의 몽환적 판타지, 도쿄타워
도쿄타워는 40대 여성이 20대 초반의 남자와 사랑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인 시후미(구로키 히토미)는 20대 남자 토오루(주니치 오카다)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외모와 몸매를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후미는 잘나가는 CF 기획자인 남편과 부유한 삶을 살고 있고, 자기 또한 셀렉트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마디로 완벽한 여자로 나오지요. 게다가 토오루와의 사랑에서도 매달리기 보다는 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토오루가 시후미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듣고 그녀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사랑을 하구요.
이로써 이 영화는 일본의 중년여성은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판타지를 구현해줍니다. 100% 대리만족 시켜주죠. 삶에 찌들리지 않는 우아한 삶을 누리면서도 인정받는 자기 일이 있고, 능력있는 남편도 있으면서도 연하의 남자와 꿈같은 사랑도 하는... 그래서 도쿄타워는 기존의 남성중심의 로맨스 스토리를 거부합니다. 여성도 사랑을 지배할 수 있음을 대변해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에 치명적인 사랑을 하는 두사람에게 모든 것을 쥐어주지는 않지요. 결국 토오루는 실연에 가슴 아파하다 프랑스로 유학가고 시후미는 이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두사람은 모든걸 버린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영화적인 결말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와 Yamashita Tatsuro의 Forever mine이라는 곡이 나옵니다. 노라 존스의 곡은 감미롭고, 야마시타의 노래는 애절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네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Forever mine은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하구요.
아래 삽입된 뮤직비디오는 Forever mine인데요. 뮤비 내용이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몇번 보니 이루기 힘든 금지된 사랑이라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네요.
참... 그리고 이 영화에서 도쿄타워는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매개체입니다.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이 폭로되어 파탄 직전에 있을 때, 두 사람은 다른 장소에서 도쿄타워를 동시에 바라보며 통화를 하게 되죠. 사랑의 메신저와도 같은 역할입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도쿄타워입니다.
僕だけが
보쿠다케가
(나만이)
あなたを守れる
아나타오마모레루
(당신을 지킬 수 있어)
この世界でひとり
코노세카이데히토리
(이 세계에서 혼자)
僕だけが
보쿠다케가
(나만이)
あなたを愛せる
아나타오아이세루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他のどんな誰より
호카노돈-나다레요리
(다른 어떤 누구보다)
絹の雨に濡れながら
키누노아메니누레나가라
(비단의 비에 젖으면서)
夜明けまでずっと
요아케마데즛-토
(새벽까지 쭉-)
抱きしめていたい
다키시메테이타이
(꼭 안고 있고 싶어)
このまま
코노마마
(이대로)
さあ
사아-
(자-)
僕の胸で
보쿠노무네데
(나의 가슴에서)
腕の中で
우데노나카데
(팔 안에서)
忘れていた
와스레테이타
(잊고 있었어)
夢の續きを
유메노츠즈키오
(꿈의 연속을)
さあ
사아-
(자-)
呼びさまして
요비사마시테
(불러 깨어나)
溶けて行こう
토케테유코-
(녹아 들어가자)
僕と
보쿠토
(나와)
本当の愛の靜寂へ
혼토노 아이노 시지마에
(진실된 사랑의 정적으로)
いつだって
이츠닷-테
(언제나)
あなたを見ていた
아나타오미테이타
(당신을 보고 있어)
いくじなしの黃昏
이쿠지나시노타소가레
(패기없는 황혼)
强がりと
쯔요가리토
(강한척과)
孤獨なプライド
고도쿠나프라이도
(고독한 프라이드)
全てはもう幻
스베떼와모-마보로시
(모두는 이제 환상)
二度と
니도토
(두번 다시)
目覺めなくていい
메자메나쿠테이이
(깨지 않아도 좋아)
美しい橫顔に
우츠쿠시이요코가오니
(아름다운 옆얼굴에)
崩れ去ってしまえる
쿠즈레삿-테시마에루
(무너져 떠나버릴 수 있어)
さあ
사아-
(자-)
時の中へ
도키노나카에
(시간속에)
あなたは今
아나타와이마
(당신은 지금)
ありのままの
아리노마마노
(있는 그대로의)
自分にもどる
지분니모도루
(자신으로 돌아가)
さあ
사아-
(자-)
くちずけして
쿠치즈케시테
(입맞춰)
墮ちて行こう
오치테유코-
(타내려가자)
僕と
보쿠토
(나와)
永遠の愛の靜寂へ
에이엔-노아이노시지마에
(영원한 사랑의 정적으로)
悲しみを强さに變え
카나시미오쯔요사니카에
(슬픔이 강인함으로 변해)
暗闇に虹を燈す
쿠라야미니니지오토모스
(어둠운 곳에 무지개를 켜)
いつか
이츠카
(언젠가)
絹の雨に濡れながら
키누노아메니누레나가라
(비단의 비에 젖으면서)
夜明けまでずっと
요아케마데즛-토
(새벽까지 쭉-)
抱きしめていたい
다키시메테이타이
(꼭 안고 있고 싶어)
このまま
코노마마
(이대로)
FOREVER MINE
さあ
사아-
(자-)
僕の胸で
보쿠노무네데
(나의 가슴에서)
腕の中で
우데노나카데
(팔 안에서)
忘れていた
와스레테이타
(잊고 있었어)
夢の續きを
유메노츠즈키오
(꿈의 연속을)
さあ
사아-
(자-)
呼びさまして
요비사마시테
(불러 깨어나)
溶けて行こう
토케테유코-
(녹아 들어가자)
僕と
보쿠토
(나와)
本当の愛の靜寂へ
혼토노 아이노 시지마에
(진실된 사랑의 정적으로)
さあ
사아-
(자-)
くちずけして
쿠치즈케시테
(입맞춰)
墮ちて行こう
오치테유코-
(타내려가자)
僕と
보쿠토
(나와)
永遠の愛の靜寂へ
에이엔-노아이노시지마에
(영원한 사랑의 정적으로)
本当の愛の靜寂へ
혼토노아이노시지마에
(진실된 사랑의 정적으로)
FROM NOW ON
YOU'RE MINE. YOU'RE MINE
AND FOREVER MINE
우수에 젖은 눈빛,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하기엔 참... 아쉬운 가수입니다. 한국 가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가수였는데 말이죠. 김광석과 같은 가수가 그 이후로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타락한 TV보다는 통기타 라이브를 고집하는 그의 소박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 홍반장에서 김주혁이 부르기도 했었는데 역시 이 노래는 우수에 젖은 눈으로 김광석이 부르는게 제격인 것 같습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 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 이야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폭발하는 애이불비(哀而不悲), 윤도현의 잊을께
갑자기 노래방에서 한번 불러보고 싶어지네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길을 걷다 멍하니 너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너를
그리워하네 바보처럼
나보다 행복하기를 바래
내 생각하지 않기를 바래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다시는 내게 올 수 없게
안개처럼 사라져간
다시 못 올 그 지난날
함께한 추억
모두 흘려 보낼게
널 잊어야해 힘들어도
널 지워야해 기억 속에서
네가 떠난 후에 난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두 번 다시 울지 않을게
잊을께 잊을께
아직도 휴대폰에 네 이름
지우지도 못하고 있어
전화기 들고 한참을 서서
널 생각하네 바보처럼
안개처럼 사라져간
다시 못 올 그 지난날
함께한 추억 모두 흘려 보낼게
널 잊어야해 힘들어도
널 지워야해 기억 속에서
네가 떠난 후에 난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다시는 너를 찾지 않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아직도 너를 )
길을 걷다 멍하니 너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너를
그리워하네 바보처럼
잊을께 잊을께 잊을께
다중인격 연애사건, 두 얼굴의 여친
봉태규 주연인지라 대충 영화의 아다구니는 짐작은 갔구요. 부담없이 기분전환 할 겸 쭈~욱 봤습니다. 생각보다 꽤 재밌네요. 특히 봉태규는 어딘지 어리벙벙하고 멋진 캐릭터는 아니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이 폴폴 나는 배역을 주로 맡아와서 영화 선택에 믿음이 갑니다. '방과후 옥상'이라는 영화도 그랬구요. 꿀꿀할 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역에는 봉태규만한 배우가 없죠.
이 영화는 다중인격을 가진 여친을 만나서 벌이는 순진남의 해프닝입니다. 중간에 슬픈 장면도 나오지만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나구요. 정려원의 연기도 볼 만 하네요. 정려원은 본래 모습인 '유리'와 다중인격인 '아니'와 '하니'를 갖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봉태규는 '유리'가 아닌 다중인격인 '아니'와 '하니'를 만나서 '아니'를 사랑하게 되죠. 결국 '유리'를 위해 '아니'를 없애게 되고 봉태규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지만 중간의 과정이 재미있게 묘사되죠. 봉태규와 정려원이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술먹고 노래 부르는 장면이나, 봉태규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하는 정려원의 모습 등의 코믹한 상황 자체가 이 영화를 대변합니다. 결말도 로맨틱 코미디답게 끝을 맺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즐기기에는 부담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예전에 영화 '아이덴티티'에서 다중인격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다중인격의 코믹한 면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네요. 끝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개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참 재밌지 않냐? 모래는 손에 움켜지면 움켜질 수록 빠져나가는데... 마치 붙잡을 수 없는 시간 같아~"
"넌 담배구 난 재떨이야"
"왜여?"
"니가 사고치면 난 수습하고..."
"다 타면 버리겠네여"
"재떨이가 담배를 어떻게 버리니..."
약육강식의 정글 속 이야기, 비열한 거리
우선 그동안의 조폭영화와는 조금 다른 형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스토리가 상당히 리얼하구요. 조폭영화를 찍는 친구의 이야기가 나오는 액자구성도 특이합니다. 영화속에서 영화를 찍는 초등학교 동창 영화감독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그리고 중간 중간에 사랑이야기도 감초처럼 예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로는 조인성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조인성은 이제 얼굴로만 먹고사는 연예인이 아니라 진정한 배우임을 공인받을 정도로 호연했구요. 천호진, 남궁민, 이보영, 진구도 괜챦았습니다. 특히 현주 역을 했던 이보영은 조인성과 잘 어울리더군요. 신인인것 같은데 맞나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관심을 보일텐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인성과 이보영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을 지어질지 궁금했습니다. 내심 조인성이 모든걸 다 잃더라도 사랑만은 차지할 수 있기를 바랬는데, 영화제목처럼 모든게 허무하게 끝나 버렸네요. 어쩌면 그게 영화다운 결말인지도 모르지만요. 아쉽습니다.
이 영화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속한 인간 군상의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삼류깡패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스폰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조인성은 그걸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배신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온갖 나쁜 짓을 서슴치 않죠. 하지만 영화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조인성의 성공가도를 가만 놔두지는 않습니다.
냉혹한 조인성에게 초등학교 동창들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감성적인 면이 스며들게 됩니다. 잠시나마 우정과 사랑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비집고 조인성의 조직원은 또 다른 배신을 꾸미게 됩니다.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조인성의 주변인물들은 그다지 인간적이지 않았구요. 아니 처음과 달리 중요한 길목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동창도 결국은 배신을 하게 되고 세상은 정말 믿을 사람이 없다는 냉소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습니다. 어쩌면 스스로 쳐놓은 덫에 걸린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는 얘기도 떠오르네요.
하여간 조인성은 슬픈 결말을 맞이합니다. 부나방처럼 쫓았던 성공과 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게 되죠. 그래서 '비열한 거리'입니다. 요새 영화를 자주 보다 보니 영화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영화의 결말처럼 이 영화는 여운이 유쾌하게 남지는 않습니다. 자꾸 조인성의 잃어버린 사랑이 슬프게 눈에 밟힙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가슴 아프게 합니다.
메시지가 담긴 유쾌한 음악영화, 헤어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솔직히 다른 영화 예매가 마감되어서 할 수 없이 이 영화를 골랐는데요. 생각보다 괜챦네요. 그냥 마냥 웃고 즐기기에도 부담없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메시지를 음미해 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 특히 5~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춤과 패션이 잘 드러나 있구요.
영화는 마치 뮤지컬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휘감아 돕니다. 줄거리는 뚱뚱한 백인 여학생 트레이시가(니키 블론스키 역) 볼티모어의 지역방송국 쇼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구요. 그 와중에 일어나는 사회적인 갈등을 유쾌하게 묘사합니다. 날씬한 백인금발만이 미녀로 인정받는 세태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죠. 그리고 멋지게 해냅니다.
또한 5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미국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죠. 아직까지도 미국에선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니 그래도 괄목상대할 만큼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존 트라볼타의 명연기도 볼 만 합니다. 예전에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했던 연기와 필적할 만한 여장연기를 보여줬구요. 여자의 심리묘사도 깔끔하게 표현했습니다. 뮤지컬로도 상영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두개를 비교해 보는 것도 괜챦을 듯 싶습니다. 무엇보다 노래가 흥겨운 영화입니다.
김태희 버전의 엽기적인 그녀, 싸움
2001년에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그 전까지의 연인관계가 남성상위구조였다면 이를 완전히 뒤집어 왈가닥 여자에게 쩔쩔매는 소심한 남자라는 새로운 남녀관계를 보여줬죠. 이 커플 연기를 전지현과 차태현이 정말 잘 소화해냈구요. 덕분에 아직까지 전지현과 차태현하면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엽기적인 그녀의 김태희 버전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화 싸움입니다. 근데 커플의 조합이 김태희-설경구네요. 좀 언발란스하죠? 나이 차이도 그렇고 두 사람을 연인관계, 아니 부부관계로 인식하기엔 좀 간극이 있어 보입니다. 근데 보다 보니 그렇게 심하게 안어울리는 캐스팅은 아니구요. 그런대로 어울려 보인네요. 김태희의 연기도 우려만큼 그리 나쁘지도 않았구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이 영화는 하드보일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내세웠습니다. 어렵긴 한데 한마디로 잔인한 장면이 일부 있는 로맨틱 스토리라는 얘기죠. 그래서 중간중간에 잔혹한(?)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구요.
줄거리는 성격차이로 이혼한 설경구와 김태희가 벌이는 사랑과 전쟁 이야기입니다. 설경구는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예민결벽 과다집착형 새가슴 증후군으로 나오고, 김태희는 상대방의 사과만 요구하고 폭력을 일삼는 까칠녀로 연기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싸움을 일삼게 되죠. 그것도 나름 잔혹하면서도 귀엽게...
결론은 직접 보시는게 나을꺼 같구요. 전투본능 연인의 사랑답게 끝을 맺습니다. 싸우면서 정든다는 옛말을 실감나게 재현합니다. 전반적으로 재미는 있었구요. 두 사람이 벌이는 결투와 화해의 과정이 좀 어설프픈게 쪼~끔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