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지난 일요일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입니다. 츠지 히토나리라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인데 두껍지 않아 시간 때울 생각으로 집어들었죠. 비록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1975년 태국의 방콕에서 일본 이스턴 항공사 홍보부 직원인 유타카가 크리스마스에 있을 자신의 결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토우코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유타카를 지켜보던 관능적인 토우코가 며칠 후 유타카의 아파트를 방문하고 관계를 맺게 되구요. 둘은 급작스런 사랑을 맞게 됩니다.

친구가 오는 바람에 여기까지만 읽었는데요. 책을 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결말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이후는 이렇더군요.

토우코와 사랑에 빠진 유타카는 고민에 빠집니다. 안정적인 결혼과 성공이 보장된 미츠코와의 결혼이냐, 사랑에 빠진 토우코와의 사랑이냐... 하지만 유타카는 현모양처형인 미츠코와의 결혼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로부터 25년이 흐릅니다. 유타카는 어느새 전무로 승진하고,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구요.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출장을 오게 됩니다. 그리고 오리엔탈 방콕 호텔 직원으로 있던 토우코를 재회하게 되죠.

두 사람은 서로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음을 확인하지만, 2박 3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유타카는 일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뒤,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편지를 받게 되고, 다시 한번 방콕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하네요.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네요. 결말을 대충 훑고 나니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가벼운 갈등이 생기는군요. 요새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서 사고 싶긴 한데 말이죠. 그나저나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길래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마구 떠다니는 이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해 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건 참으로 많은 아픔을 내면화 했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네요. 결국 수많은 고통을 삭혀야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란걸 깨닫게 되니까요. 참 깨닫기 싫은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은 분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추억은 돌이킬 수 없기에 의미가 있는걸까요? 돌이킬 수 있기에 추억을 간직하는걸까요? 궁금합니다...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돼

죽을 만큼 사랑 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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