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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들'은 평가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은 영화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은 무척 좋았구요. 일반인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죠. 좀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았던걸로 기억됩니다. 근데 직접 보니 그런 평가가 나올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충분이 이해를 할 수 있을꺼 같아요.

'구타유발자들'은 영화적 장치를 사용해 공포를 조성하지 않습니다. 무대도 벌건 대낮에 개방된 야외공간입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음향적 효과도 없죠. 근데 영화는 상당히 긴장감있게 진행됩니다. 그건 바로 영화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정상적인 등장인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기에 관객들은 편히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적절한 핸드핼드 카메라 사용으로 관객이 사건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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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이 원신연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죠. 참고로 원신연감독은 '세븐데이즈'도 만들었습니다. 역시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은 다르죠?

그리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는 이름값만으로도 웰메이드 영화임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하죠. 실제로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서로 출연하겠다고 자청했다는 후문도 있더군요. 영화를 볼줄 아는 안목과 훌륭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력이 명배우의 조건이라면 이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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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함축하는 메시지입니다. 영화 후반부 한석규의 중량감있는 등장으로 이 비정상적인 인물들의 관계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비이성적이면서도 극단적인 복수극을 가능하게 한 과거의 사건을 마지막에 가서야 보여준건 극적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적인 한석규의 죽음... 복수의 악순환을 끊는 감독 나름의 해결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석규 스스로 원초적인 복수의 씨앗을 스스로 제거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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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라듸오 데이즈'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1930년대 우울한 일제시대를 코믹하게 그려낸 발상이 재밌었고, 라디오 드라마라는 소재도 눈길을 끌 만했죠. 그리고 배우 류승범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습니다. 물론 KT 계열사인 싸이더스에서 만들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근데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실망도 쬐끔... 있는게 사실이네요. 조선 최초의 날방송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영화 시작하고 나서 한 30분간은 딱히 웃을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극장에서 간혹 웃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말이죠. 제가 웃음이 메마르지는 않은 편인데, 어쨌든 너무 웃겨야 한다는 작위적인 상황이 오히려 거북스러웠습니다.

상황의 전개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점수를 깎게 만들었구요. 예를 들면 경성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그 이후 별 다른 설명없이 회복했다는 점, 독립투사가 방송국에서 벌이는 격투와 너무나 어이없이 무너지는 일본순사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일본총독의 대처방식 등은 코미디라고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좀 삐걱거리는게 사실이죠.

그래도 영화는 무난한 엔딩으로 달려갑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개그맨들의 깜짝출연도 볼 만 하구요.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마지막에 보여지는 댄스 장면도 괜챦습니다. 마치 뮤지컬의 커튼콜을 연상케하더라구요. 다만 극장에서 보실 때는 기대치를 좀 낮춰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저번 포스팅에서 시간에 쫓겨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를 다 못 읽었다고 했었는데요. 오늘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을 확인했습니다. 교보빌딩에 일이 있어 갔다가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잠깐 본다는게 거의 한시간 넘게 선 채로 책을 보고 말았네요.

우선 소설 중간에 토우코의 호화스러운 생활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교민사회에서 부모가 재벌이다, 돈많은 사람의 애인이다 억측이 많았는데, 토우코가 유타카에게 고백하는 식으로 밝혀지죠. 그녀의 부는 엄청난 재벌이었던 전남편의 막대한 이혼 위자료였다는걸... 그리고 유카타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됩니다.  토우코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용하려 접근했다는 것이었죠. 토우코는 백인의 미녀에게 재혼한 전 남편에게 자기도 멋진 남자가 생길 수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카타를 유혹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토우코는 유카타에게 빠져버리게 되구요. 결혼을 앞둔 둘은 큰 혼란에 빠져듭니다.

어쨌든 토우코는 이별을 결심하죠. 유카타와 그의 약혼녀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한거죠. 토우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쿄로 떠나고 기약없는 작별을 합니다. 유카타는 토우코를 보낸지 3시간 후에 같은 공항에서 미츠코를 맞이하구요. 결국 이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둘은 방콕에서 꿈처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유카타가 방콕 취항 40주년 기념행사차 방문한 오리엔털 방콕 호텔에 토우코가 일본인 상대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던거죠. 그리고 둘은 다시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마치 예전의 격렬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이미 너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이별의 시간만큼이나 크죠. 항공사의 부사장이 되어버린 유카타는 너무 바빴고 토우코는 현실속에서 묻혀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카타는 토우코의 편지를 받고나서야 그동안 토우코가 자신을 잊지 못한채 독신으로 살아왔음을 알게 되구요. 그리고 다시 날아온 두번째 편지에는 암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적혀있었죠.

유카타는 급히 방콕으로 날아가 그녀를 만납니다. 창백하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토우코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을 받았던 기억중 어떤걸 떠올리겠느냐는 유카타의 질문에 사랑했던 기억을 간직하겠다고 말하죠.

이야기는 토우코의 죽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라는 역자의 메시지처럼 언젠가는 누구나 다 이별을 합니다.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죠. 죽음의 공포도 외로움도 온전히 혼자의 몫입니다. 토우코는 사랑했던 기억을 안고 갔기에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셈입니다. 그래도 쓸쓸한 여운은 어쩔 수 없이 진하게 남는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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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를 보고 그 매력에 완전히 빠졌었는데 이번엔 '24시(24 Hours)'입니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탈옥을 위해 벌이는 천재의 두뇌게임이라면, 24시는 정치상황을 둘러싸고 얽히고 설킨 음모론이죠. 누가 아군인지 누가 적군인지 모르는 혼재된 상황에서 시청자를 끊임없이 고민속에 빠뜨립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역시 시즌1을 시작하자마자 몇 편을 그 자리에서 스트레이트로 봐야했구요.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네요. 역시 웰메이드(Well-made) 미국 드라마는 스케일이 다르군요. 그냥 신변잡기 드라마와는 비교 불능입니다.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작할 때마다 Events occurs real time이라고 나오는데요. 드라마가 24시간 실시간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이런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상당히 창의적입니다. 누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드라마로 찍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직 시즌1의 4편을 보고 있는데 끝이 어떻게 될지 감잡기 힘드네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쓴 스포일러를 먼저 볼 생각은 전혀 없구요. 당분간 24시의 마력 속으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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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늦게 TV를 보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지만 줄거리가 중간 중간 생각 안나서 궁금증에 결국 끝까지 보게 되었죠. 어떤 영화는 반복해서 봐도 느낌이 다르다던데 이 영화가 그런 류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내용이야 뭐 다 아는거니까 생략하구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마지막에 흘러 여운을 깊게 남겨주더군요. 영화 제목이 '달콤한 인생'인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혀주는 나레이션입니다.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연상케 하네요.


어느날, 제자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제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스승은 걱정이 되어 제자에게 물었다.

"왜 우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어떤 꿈을 꾸었느냐?"
"아름다운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은 기이하여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이하여 눈물을 흘리느냐?"

그러자 제자가 답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수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노래를 부를꺼라는 기대치가 있죠. 김동률은 누구보다 그런 기대치가 한껏 높은 뮤지션입니다. 가사는 서정적이면서도 솔직하구요. 멜로디는 참 곱씹을수록 더 새록새록 향긋한 내음이 살아나오는 그런 음악이 김동률의 노래인거 같아요.

이번 5집의 신곡도 그런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군요. 지금 가장 주목받는 곡이 '다시 시작해보자'인데요. 잠정적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따뜻한 곡입니다. 누구나 화해의 전화를 하려고 망설였던 기억이 있을텐데요. 그런 고민을 해봤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노래네요.



헤어지자 요란할 것도 없었지
짧게 Good bye 7년의 세월을 털고
언제 만나도 보란 듯 씩씩하게 혼자 살면 되잖아

잘됐잖아 둘이어 할 수 없던 일
맘껏 뭐든 나를 위해 살아보자
주기만 했던 사랑에 지쳐서 꽤나 많은걸 목말라 했으니

그럼에도 가끔은 널 생각하게 됐어
좋은 영화를 보고 멋진 노래들을 때 보여주고 싶어서
들려주고 싶어 전화기를 들 뻔도 했어

함께 일때 당연해서 몰랐던 일
하나 둘씩 나를 번거롭게 했지
걸핏하면 툭 매사에 화를 내고 자꾸 웃음이 줄어만 갔지

내 친구들의 위로가 듣기 불편해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때
휑한 방안 보다 더 내 마음이 더 싫어 좀 울기도 했어

그럴 때면 여전히 널 생각하게 됐어
매일 다툰다 해도 매번 속을 썩여도
그런게 참 그리워 좋았던 일보다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날들

아무래도 나는 너여야 하는가봐
같은 반복이어도 나아질게 없대도 그냥 다시 해보자 한번 그래보자
지루했던 연습은 이제 그만하자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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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너무 인상적인 경우가 있죠. 영화의 분위기를 넘어 화면을 장악해 버리는 그런 음악... 영화 연애의 목적에 삽입된 정재형의 우리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라틴풍의 은은한 반주에 프랑스 샹송을 연상케 하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잘 버무러진 샐러드 같은 느낌이네요.

인터넷에서 이 노래의 동영상을 찾아볼까 했는데 딱히 없네요. 그냥 링크로만 걸어봅니다.
정재형의 우리의 사랑 들으러 가기


그토록 가득찬 그토록 치솟는 우리의 사랑
그토록 무모한 그토록 과감한 우리의 사랑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그토록 엄청난 그토록 불같은 우리의 사랑

끝없이 황홀한 우리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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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뒤늦게 프리즌 브레이크에 빠졌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시즌 1의 1편을 봤는데 그 이후로 15편까지 이틀 동안에 스트레이트로 몰아 봤죠. 정말 늪속에 빠져들 듯 순식간에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력에 매료되었습니다. 남들은 몇 년전에 석호필이다 뭐다 해서 난리였는데... 전 이제서야... ^^;;

보는 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어쩜 이렇게 방대한 시나리오를 촘촘히 박아넣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네요.

순간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드라마는 그동안 한류다 뭐다 해서 자만감에 빠져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아니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소재빈곤에 시달리고 있죠. 요새 뜨고 있는 드라마들 보면 한두개를 제외하곤 천편일률적으로 신변잡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고부갈등, 부부갈등, 연애갈등 등.. 가정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나마 소재의 단순성에서 탈피했다 하더라도 전문직을 소재로 했을 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연애가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통령의 음모나 탈옥, 핵개발 등의 거대담론과는 거리가 멀죠. 아직도 80년대 김수현식 가족 드라마가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는 자체가 발전이 더디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왜 그럴까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잠깐인지라 정곡을 꿰뚫는 예리함은 없고 생각나는 2가지만 써봅니다. 특히나 촬영현장과 관련된 이슈는 본 적이 없는 관계로 생략해야 할듯 싶구요.

우선 전문적인 작가가 없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의학, 법학 등 전문적인 영역을 다룰 수 있는 작가 부재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대본은 주로 지식이 아닌 경험의 소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가정내 갈등에 매달리고 있구요. 드라마 공식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개콘에서 드라마의 뻔한 스토리를 소재로 삼고 있을까요.

그리고 시청자층이 지나치게 주부에 포커싱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얘기일 수도 있는데, 소재의 빈곤이 시청자 층의 빈약함을 낳고 다시 소재의 단순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성을 TV 앞으로 유인할 수 있는 소재가 흔치 않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나 24시 등과 같은 미국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하지도 않았는데 열풍으로 이어지는건 이런 수요가 충분히 존재함을 반증합니다. 저도 국내 드라마는 재미없어서 거의 보지 않지만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서 새삼 재미를 느끼고 있거든요.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한류열풍이 2000년대 초반에 반짝하다가 요새 뜸해지고 있죠. 그 열풍의 중심이 배용준, 장동건 등 한류스타에 집중되어 있다는건 그들이 스크린에서 사라질 때쯤 한류도 식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만큼 취약한 구조죠. 80년대 홍콩스타들과 비슷하다고 봐야되구요. 이제는 한국드라마가 한단계 점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구조적인 업그레이드가 없으면 국내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드라마는 나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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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제목부터 시비 걸어봅니다. 바람피기 좋은날이 맞나요? 바람피우기 좋은날 아닌가요? 바람 피우다의 '피우다'와 꽃이 피다에서의 '피다'는 엄연히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철자법을 틀리게 적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 영화는 유부녀의 일탈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김혜수윤진서는 대조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죠. 김혜수는 노골적이면서 적극적인, 윤진서는 순진하면서도 귀여운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만큼 일탈을 범하는 스타일도 다르구요.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만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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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친구가 된 이후 남자는 액세서리일 뿐, 유부녀의 우정이 영화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두 유부녀는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지친 영혼을 다른 남자에게 위로받으려 했지만 그것도 한 순간일 뿐, 공허한 마음을 우정으로 메우게 되거든요. 흡사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자끼리 통하는 그 무엇을 찾게 됩니다. 물론 코믹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은 여자들만 있는,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의 노래공연으로 끝납니다. 노래는 '바람아 멈추어 다오'구요. 흠.. 스포일러인가요? 하여간 이 영화는 이런 의미에서 여성영화입니다. 그래서 극장에 유부녀들이 많았다는 감상평이 있었군요. 곁들여서 김혜수와 윤진서가 나누는 대화 중에 하나 옮겨봅니다.


윤진서 : 이 사람이 내 남편인지 저 컴퓨터 속에 남자가 내 남편인지 착각했다니까...
김혜수 : 어차피 사랑은 다 착각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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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스포일러 약간...) 솔직히 이 영화 여자 정혜는 단조롭습니다. 조금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루합니다. 제 스타일과는 그닥 맞지는 않은 영화라 할 수 있죠. 근데 중간에 끊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이 어떻게 결론을 이끌어낼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 기대는 은은한 모노톤으로 이어진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게 끝을 맺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 정혜는 어릴적 받았던 상처를 딛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홈쇼핑, 고양이, 화분 등을 매개로 지루한 일상은 변화없이 이어지죠. 그리고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니 만들어 냅니다. 우체국에 자주 찾아오는 남자에게 집으로 초대를 하죠. 의외의 변화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무심하게 약속을 깨뜨리게 되구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일상에서 과거의 상처가 밝혀지게 되죠. 정혜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시도도 하구요. 그리고 남자는 영화 막판에 여자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일상의 탈출이 시작되는거죠. 그렇게 영화는 끝이 아닌 듯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영화는 내용보다는 촬영기법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이라 흡사 프랑스나 유럽의 조용한 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극명하게 나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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