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大道廢(대도폐) : 대도가 폐하면 

有仁義(유인의) : 인이니 의니 하는 것이 나서고 

慧智出(혜지출) : 지략이니 지모니 하는 것이 설치면 

有大僞(유대위) : 엄청안 위선이 만연하게 된다 

六親不和(륙친불화) : 가족 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有孝慈(유효자) : 효니 자니 하는 것이 나서고 

國家昏亂(국가혼란) :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有忠臣(유충신) : 충신이 생겨난다

 

19. 

絶聖棄智(절성기지) : 성스런 체함을 그만두고 아는 체함을 버리면 

民利百倍(민리백배) : 사람에게 이로움이 백 배나 더할 것이다 

絶仁棄義(절인기의) : 인을 그만두고 의를 버리면 

民復孝慈(민복효자) : 사람이 효성과 자애를 회복할 것이다 

絶巧棄利(절교기리) : 재간 부리기를 그만두고 이익보려는 마음을 버리면 

盜賊無有(도적무유) :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此三者以爲文不足(차삼자이위문불족) : 이 세 가지는 문명을 위하는 일이지만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故令有所屬(고령유소속) : 그러므로 뭔가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見素抱樸(견소포박) : 물들이지 않은 명주의 순박한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 

少私寡欲(소사과욕) : <나>중심의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20. 

絶學無憂(절학무우) :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唯之與阿(유지여아) :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相去幾何(상거기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善之與惡(선지여악) :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相去若何(상거약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人之所畏(인지소외) :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不可不畏(불가불외) :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 

荒兮其未央哉(황혜기미앙재) : 얼마나 허황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가 

衆人熙熙(중인희희) : 딴 사람 즐거워하기를 

如享太牢(여향태뢰) : 모두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처럼 하고 

如春登臺(여춘등대) : 봄철 망두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는데 

我獨泊兮其未兆(아독박혜기미조) : 나 홀로 멍청하여 무슨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兒之未孩(여영아지미해) :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기만 한다 

儽儽兮若無所歸(래래혜약무소귀) : 지친 몸이나 돌아갈 곳 없는 사람과 같다 

衆人皆有餘(중인개유여) : 세상 사람들 모두 여유 있어 보이는데 

而我獨若遺(이아독약유) : 나 홀로 빈털터리 같습니다 

我愚人之心也哉(아우인지심야재) :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沌沌兮(돈돈혜) : 흐리멍텅하기만 한다 

俗人昭昭(속인소소) : 세상 사람들 모두 총명한데 

我獨昏昏(아독혼혼) : 나 홀로 아리송하고 

俗人察察(속인찰찰) : 세상 사람들 모두 똑똑한데 

我獨悶悶(아독민민) : 나 홀로 맹맹하다 

澹兮其若海(담혜기약해) : 바다처럼 잠잠하고 

飂兮若無止(료혜약무지) : 쉬지 않는 바람 같다 

衆人皆有以(중인개유이) : 사람들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而我獨頑似鄙(이아독완사비) :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게 보인다 

我獨異於人(아독이어인) :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은 

而貴食母(이귀식모) : 나 홀로 어머니 젖먹을을 귀히 여기는 것이다

 

21. 

孔德之容(공덕지용) : 위대한 덕의 모습은 

惟道是從(유도시종) : 오로지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온다 

道之爲物(도지위물) : 도라고 하는 것은 

惟恍惟惚(유황유홀) : 황홀할 뿐이다 

惚兮恍兮(홀혜황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象(기중유상) : 그 안에 형상이 있다 

恍兮惚兮(황혜홀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物(기중유물) : 그 안에 질료가 있다 

窈兮冥兮(요혜명혜) : 그윽하고 어둡지만 

其中有精(기중유정) : 그 안에 알맹이가 있다 

其精甚眞(기정심진) : 알맹이는 지극히 참된 것으로서 

其中有信(기중유신) : 그 안에는 미쁨이 있다 

自古及今(자고급금) : 예부터 이제까지 

其名不去(기명불거) : 그 이름 없은 적이 없다 

以閱衆甫(이열중보) : 그 이름으로 우리는 만물의 시원을 볼 수 있다 

吾何以知衆甫之狀哉(오하이지중보지상재) : 내가 무엇으로 만물의 시원이 이러함을 알 수 있었겠는가 

以此(이차) : 바로 이 때문이다

 

22. 

曲則全(곡즉전) : 휘면 온전할 수 있고 

枉則直(왕즉직) : 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 

窪則盈(와즉영) : 움푹 파이면 채워지게 되고 

幣則新(폐즉신) : 헐리면 새로워지고 

少則得(소즉득) : 적으면 얻게 되고 

多則惑(다즉혹) : 많으면 미혹을 당하게 된다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시이성인포일위천하식) :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를 품고 세상의 본보기가 된다 

不自見故明(불자견고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不自是故彰(불자시고창) :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不自伐故有功(불자벌고유공) :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고 

不自矜故長(불자긍고장) :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간다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지 않기에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 :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한다 

古之所謂曲則全者(고지소위곡즉전자) : 옛말에 이르기를, 휘면 온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豈虛言哉(개허언재) : 어찌 빈말이겠는가 

誠全而歸之(성전이귀지) : 진실로 온전함을 보존하여 돌아가시오

 

23. 

希言自然(희언자연) :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故飄風不終朝(고표풍불종조) : 회오리 바람도 아침 내내 볼 수 없고 

驟雨不終日(취우불종일) :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孰爲此者(숙위차자) : 누가 하는 일인가 

天地(천지) : 하늘과 땅이다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 하늘과 땅도 이처럼 이런 일을 오래 할수 없는데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 하물며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故從事於道者(고종사어도자) : 그러므로 도에서 일을 따르는 사람은 

道者同於道(도자동어도) : 도는 도에서 하나가 되고 

德者同於德(덕자동어덕) : 덕은 덕에서 하나가 된다 

失者同於失(실자동어실) : 잃음을 따르는 사람은 잃음과 하나가 됩니다 

同於道者(동어도자) : 도와 하나된 사람 

道亦樂得之(도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德者(동어덕자) : 덕과 하나된 사람 

德亦樂得之(덕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失者(동어실자) : 잃음에서 하나된 사람 

失亦樂得之(실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할 것이다 

信不足焉有不信焉(신불족언유불신언) : 신의가 모자라면 불신이 따르게 마련이다

 

24. 

企者不立(기자불립) :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설 수 있고 

跨者不行(과자불행) : 다리를 너무 벌리는 사람은 걸을 수 없다 

自見者不明(자견자불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은 밝게 빛날 수 없고 

自是者不彰(자시자불창) : 스스로 의롭다 하는 사람은 돋보일 수 없고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 :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自矜者不長(자긍자불장) :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다 

其在道也(기재도야) : 도의 입장에서 보면 

曰餘食贅行(왈여식췌행) : 이런 일은 밥찌꺼지 군더더기 같은 행동으로 

物或惡之(물혹악지) :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25. 

有物混成(유물혼성) : 분화되지 않은 완전한 무엇 

先天地生(선천지생) :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다 

寂兮寥兮(적혜요혜) :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고 

獨立不改(독립불개) : 무엇에 의존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周行而不殆(주행이불태) : 두루 편만하여 계속 움직이나 없어질 위험이 없다 

可以爲天下母(가이위천하모) : 가히 세상의 어머니라 하겠다 

吾不知其名(오불지기명) : 나는 그 이름을 모른다 

字之曰道(자지왈도) : 그저 <도>라 불러 본다 

强爲之名曰大(강위지명왈대) : 구태여 명명하라 한다면 <크다>고 하겠다 

大曰逝(대왈서) : 크다고 하는 것은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 

逝曰遠(서왈원) :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은 멀리 멀리 나가는 것 

遠曰反(원왈반) : 멀리 멀리 간다는 것은 되돌아가는 것이다 

故道大(고도대) : 그러므로 도도 크고 

天大(천대) : 하늘도 크고 

地大(지대) : 땅도 크고 

王亦大(왕역대) : 임금도 크다 

域中有四大(역중유사대) :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而王居其一焉(이왕거기일언) : 사람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人法地(인법지) : 사람은 땅을 본받고 

地法天(지법천) : 땅은 하늘을 본받고 

天法道(천법도) : 하늘은 도를 본받고 

道法自然(도법자연) :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26. 

重爲輕根(중위경근) :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이다 

靜爲躁君(정위조군) : 조용한 것은 조급한 것의 주인이다 

是以聖人終日行(시이성인종일행) : 그러므로 성인은 하루 종일 다닐지라도 

不離輜重(불리치중) :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다 

雖有榮觀(수유영관) : 화려한 경관이 있을지라도 

燕處超然(연처초연) : 의연하고 초연할 뿐이다 

柰何萬乘之主(내하만승지주) : 만 대의 전차를 가진 나라의 임금이 

而以身輕天下(이이신경천하) : 어찌 세상에서 가볍게 처신할 수 있겠는가 

輕則失本(경즉실본) : 가볍게 처신하면 그 근본을 잃게 되고 

躁則失君(조즉실군) : 조급하게 행동하면 임금의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7. 

善行無轍迹(선행무철적) : 정말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달린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善言無瑕謫(선언무하적) : 정말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나 티가 없다 

善數不用籌策(선수불용주책) : 정말로 계산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계산기가 필요없다 

善閉無關楗而不可開(선폐무관건이불가개) : 정말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는다 

善結無繩約而不可解(선결무승약이불가해) : 정말로 잘 맺어진 매듭은 졸라매지 않아도 풀리지 않는다 

是以聖人常善求人(시이성인상선구인) : 그러므로 성인은 언제나 사람을 잘 도와 주고 

故無棄人(고무기인) :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常善救物(상선구물) : 물걸을 잘 아끼고 

故無棄物(고무기물) :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是謂襲明(시위습명) : 이를 일러 밝음을 터득함이라 한다 

故善人者(고선인자) :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不善人之師(불선인지사) :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요 

不善人者(불선인자) : 선하지 못한 사람은 

善人之資(선인지자) : 선한 사람의 감이다 

不貴其師(불귀기사) : 스승을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不愛其資(불애기자) : 감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雖智大迷(수지대미) : 비록 지혜롭다 자처하더라도 크게 미혹된 상태이다 

是謂要妙(시위요묘) : 이것이 바로 기막힌 신비이다


28. 

知其雄(지기웅) : 남성다움을 알면서 

守其雌(수기자) : 여성다움을 유지하라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될 것이다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되면 

常德不離(상덕불리) : 영원한 덕에서 떠나지 않고 

復歸於孀兒(복귀어영아) : 갓난아기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白(지기백) : 흰 것을 알면서 

守其黑(수기흑) : 검은 것을 유지하라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되면 

常德不忒(상덕불특) : 영원한 덕에서 어긋나지 않고 

復歸於無極(복귀어무극) : 무극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榮(지기영) : 영광을 알면서 

守其辱(수기욕) : 오욕을 유지하라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되면 

常德乃足(상덕내족) :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復歸於樸(복귀어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樸散則爲器(박산즉위기) :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쪼개면 그룻이 된다 

聖人用之(성인용지) : 성인은 이를 사용하여 

則爲官長(즉위관장) : 지도자가 된다 

故大制不割(고대제불할) :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는 자르는 일을 하지 않는다


29. 

將欲取天下而爲之(장욕취천하이위지) : 세상을 휘어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吾見其不得已(오견기불득이) : 내가 보건대 필경 성공하지 못하고 만다 

天下神器(천하신기) : 세상은 신령한 기물 

不可爲也(불가위야)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할 수 없다 

爲者敗之(위자패지)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 그것을 망치고 

執者失之(집자실지) : 그것을 휘어잡으려는 사람 그것을 잃고 말 것이다 

故物或行或隨(고물혹행혹수) : 그러므로 만사는 다양해서 앞서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도 있고 

或歔或吹(혹허혹취) : 숨을 천천히 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빨리 쉬는 것도 있고 

或强或羸(혹강혹리) :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고 

或挫或隳(혹좌혹휴) : 꺾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것도 있다 

是以聖人(시이성인) : 따라서 성인은 

去甚去奢去泰(거심거사거태) : 너무함, 지나침, 극단 등을 피한다

30.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 무력을 써서 세상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其事好還(기사호환) : 무력을 쓰면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오게 마련이어서 

師之所處(사지소처) :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荊棘生焉(형극생언) : 가시엉겅퀴가 자라나고 

大軍之後(대군지후) : 큰 전쟁 뒤에는 

必有凶年(필유흉년) : 반드시 흉년이 따르게 된다 

善有果而已(선유과이이) :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不敢以取强(불감이취강) :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果而勿矜(과이물긍) :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果而勿伐(과이물벌) :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果而勿驕(과이물교) :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 

果而不得已(과이불득이) : 목적을 이뤘으나 할 수 없어서 한 일 

果而勿强(과이물강) : 목적을 이뤘으되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物壯則老(물장즉로) : 무엇이나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마련 

是謂不道(시위불도) : 도가 아닌 까닭이다 

不道早已(불도조이) : 도가 아닌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끝장이 난다


31. 

夫佳兵者(부가병자) : 훌륭하다는 무기는 

不祥之器(불상지기) : 상서롭지 못한 물건 

物或惡之(물혹악지) : 사람이 모두 싫어한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君子居則貴左(군자거즉귀좌) : 군자가 평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用兵則貴右(용병즉귀우) : 용병 때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 

兵者不祥之器(병자불상지기) :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非君子之器(비군자지기) : 군자가 쓸 것이 못 된다 

不得已而用之(불득이이용지) : 할 수 없이 써야 할 경우 

恬淡爲上(념담위상) : 조용함과 담담함을 으뜸으로 여기고 

勝而不美(승이불미) :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않는다 

而美之者(이미지자) : 이를 미화한다는 것은 

是樂殺人(시락살인) : 살인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夫樂殺人者(부락살인자) : 살인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則不可得志於天下矣(즉불가득지어천하의) : 세상에서 큰 뜻을 펼 수 없다 

吉事尙左(길사상좌) : 길한 일이 있을 때는 왼쪽을 높이고 

凶事尙右(흉사상우) : 흉한 일이 있을 때는 오른쪽을 높인다 

偏將軍居左(편장군거좌) : 둘째로 높은 장군은 왼쪽에 위치하고 

上將軍居右(상장군거우) : 제일 높은 장군은 오른쪽에 위치한다 

言以喪禮處之(언이상례처지) : 이는 상례로 처리하는 까닭이다 

殺人之衆(살인지중) : 많은 사람을 살상하였으면 

以哀悲泣之(이애비읍지) : 이를 애도하는 것 

戰勝以喪禮處之(전승이상례처지) :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를 상례로 처리해야 한다


32. 

道常無名(도상무명) : <도>는 영원한 실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엇인데 

樸雖小(박수소)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天下莫能臣也(천하막능신야) : 이를 다스릴 자 세상에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킬 줄 알면 

萬物將自賓(만물장자빈) : 모든 것이 저절로 순복할 것이요 

天地相合(천지상합) : 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여 

以降甘露(이강감로) : 감로를 내릴 것이요 

民莫之令而自均(민막지령이자균) :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고르게 될 것이다 

始制有名(시제유명) : 다듬지 않은 통나무가 마름질을 당하면 

名亦旣有(명역기유) : 이름이 생깁니다 

夫亦將知止(부역장지지) : 이름이 생기면 멀출 줄도 알아야 한다 

知止可以不殆(지지가이불태) :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는다 

譬道之在天下(비도지재천하) : 이를테면 세상이 도로 돌아감은 

猶川谷之於江海(유천곡지어강해) : 마치 개천과 계곡의 물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듦과 같다


33. 

知人者智(지인자지) :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自知者明(자지자명) :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이다 

勝人者有力(승인자유력) : 남을 이김이 힘있음이라면 

自勝者强(자승자강) :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이다 

知足者富(지족자부) : 족하기를 아는 것이 부함이다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 : 강행하는 것이 뜻있음이다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 제자리를 잃지 않음이 영원이다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 죽으나 멸망하지 않는 것이 수를 누리는 것이다


34. 

大道氾兮(대도범혜) : 큰 도가 넘쳐 있음이여 

其可左右(기가좌우) : 이쪽 저쪽 어디에나 

萬物恃之而生而不辭(만물시지이생이불사) : 온갖 것이 이에 의지하고 살아 가더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功成不名有(공성불명유) : 일을 이루고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 : 온갖 것 옷입히고 먹이나 그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는다 

常無欲(상무욕) : 언제나 욕심이 없으니 

可名於小(가명어소) : 이름하여 <작음>이라 하겠다 

萬物歸焉(만물귀언) : 온갖 것 다 모여드나 

而不爲主(이불위주) :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가명위대) : 이름하여 <큼>이라 하겠다 

以其終不自爲大(이기종불자위대) : 그러므로 성인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다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 그러기에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35. 

執大象(집대상) : 위대한 형상을 굳게 잡으십시오 

天下往(천하왕) : 세상이 모두 그대에게 모여들 것이다 

往而不害(왕이불해) : 그대에게 모여들어 해받음이 없을 것이다 

安平太(안평태) : 오직 안온함과 평온함과 평화만이 깃들 것이다 

樂與餌(락여이) : 음악이나 별미로는 

過客止(과객지) : 지나는 사람 잠시 머물게 할 수 있으나 

道之出口(도지출구) : 도에 대한 말은 

淡乎其無味(담호기무미) : 담박하여 별맛이 없다 

視之不足見(시지불족견) : 도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聽之不足聞(청지불족문) :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用之不足旣(용지불족기) : 써도 다함이 없다


36. 

將欲歙之(장욕흡지) : 오므리려면 

必固張之(필고장지) : 일단 펴야 한다 

將欲弱之(장욕약지) : 약하게 하려면 

必固强之(필고강지) : 일단 강하게 해야 한다 

將欲廢之(장욕폐지) : 폐하게 하려면 

必固興之(필고흥지) : 일단 흥하게 해야 한다 

將欲奪之(장욕탈지) : 빼앗으려면 

必固與之(필고여지) : 일단 줘야 한다 

是謂微明(시위미명) : 이것을 일러 <미묘한 밝음>이라 한다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 : 물고기가 연못에서 나와서는 안됨같이 

國之利器(국지리기) : 나라의 날카로운 무기도 

不可以示人(불가이시인) :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37. 

道常無爲而無不爲(도상무위이무불위) : 도는 언제든지 억지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 된 것이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키면 

萬物將自化(만물장자화) : 온갖 것 저절로 달라집니다 

化而欲作(화이욕작) : 저절로 달라지는데도 무슨 일을 하려는 욕심이 생기면 

吾將鎭之以無名之樸(오장진지이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이를 누른다 

無名之樸(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夫亦將無欲(부역장무욕) : 욕심을 없애노니 

不欲以靜(불욕이정) : 욕심이 없으면 고요가 찾아들고 

天下將自定(천하장자정) : 온누리에 평화가 깃들 것이다


노자를 굉장히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패턴이 있다. 무릉도원이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삶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해석은 현대의 힐링과 합쳐져 현실 참여 의지를 억누르고 자기 만족적인 수동적인 삶으로 인도하곤 한다. 개인의 문제를 수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건 개인적으론 나무랄 수 없으나, 이로 인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건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도덕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당시 춘추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피폐해진 민중의 현실을 벗어나 도피하고 싶은 처절한 이야기가 곳곳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덕경은 당시의 제후와 제자백가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하는 내용임에도, 마치 문명을 부정하는 안빈낙도로 해석하는 것은 고전을 제대로 읽는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이 글모음의 긴 생명력을 증명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다. 오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번역의 한계 때문인진 몰라도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우선 뫼르소라는 난해한 인물이 등장한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행태나 재판에서의 자기 변호 방식 등으로 보아 뫼르소는 보통 사람은 아니다. 여기에서 '보통이 아니다'라는 단어는 비범하다기 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치 20세기초 프랑스에서 살았음직한 일베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보면 일베충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는 일베충이 아니다. 그는 이방인이자, 부조리 인간일 뿐이다. 


우선 뫼르소는 제목 그대로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슬퍼하기 보다 자신의 욕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태양이 뜨겁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고, 이런 행위에 대해 관습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아니 그로서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했으나, 아무도 그 의견을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게 정확하겠다. 심지어 그는 죽음을 앞둔 시점 사제와의 만남에서도 신과 화해하지 않았다. 어쩌면 뫼르소로선 존재하지 않는 신과 화해할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관습과 괴리된 그를 품어줄 제도는 없었고, 그는 제도의 틀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말았다. 오직 그가 바라는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대에 오르는 것 뿐. 아마도 그 사형대만이 관습과 뫼르소가 유일하게 합의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기행위의 총합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적용하면, 관습과 융화될 수 없는 사고의 누적분이 바로 뫼르소인 셈이다. 어떤 글에는 작가인 카뮈마저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던데, 그렇다면 카뮈는 이방인을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을 그린 셈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카뮈는 뫼르소를 이방인으로도 부조리의 인간(L'homme absurde)이라고도 정의했다. 여기서 부조리의 의미는 부조리한 상태를 늘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뜻한다. 합리성을 지향하는 인간이 불합리한 외부세계와 끊임 없이 부딪치는 감정, 그 황당함이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뫼르소는 장례식에서 행해지는 여러 관습적 절차가 합리적이지 않았을 뿐이고,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가 뜨거운 햇살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태도는 불합리한 외부세계의 눈에 소시오패스처럼 비쳤을 뿐이다. 완전히 도덕적이지도 완전히 부도덕적이지도 않은 '부조리'를 의식하는 부조리 인간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법률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건 살인혐의로 기소된 뫼르소에게 가해지는 검사의 심문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의 행태가 아랍인을 살해한 혐의와 아무 관련 없는데도, 심문은 줄곧 뫼르소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마치 어머니 장례식에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할 정도라면(A), 아랍인을 고의로 살해했을 것이다(B) 라는 취지다. 하지만 A와 B는 뫼르소의 인식을 판단하는 추론일 뿐, 사건의 연속성과는 어떤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뫼르소의 변호인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재판관들도 뫼르소를 단죄하고 말았다.


참고로 상단은 어떤 출판사 표지에 등장한 사진이다. 처음엔 배우나 모델인줄 알고 사진에서 뫼르소의 반항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실제 모습임을 알고선, 역시 뫼르소는 카뮈의 분신이었구나 싶었다. 고뇌가 담긴 눈빛과 깊게 패인 주름살, 영락 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노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면서도 그 폭이 넓다. 논어는 정확하게 왕에 대한 충성, 부모에 대한 공경을 정의하지만 도덕경은 그렇지 않다. A=a가 아니라, A≠B, A≠C 즉, A가 아닌 다른 것들을 나열하여 A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도덕경에 등장하는 도라는 개념이 언어로 규정되는 순간 도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도덕경의 매력이자 마력인 듯 하다. 


12.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 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롱) :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진다 

馳騁畋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 말달리기 사냥하기로 사람의 마음이 광분하고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된다 

是以聖人爲腹(시이성인위복) : 성인은 배를 위하고 

不爲目(불위목) : 눈을 위하지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 그러므로 후자는 뒤로하고 전자를 취한다

 

13. 

寵辱若驚(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何謂寵辱若驚(하위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寵爲下(총위하) :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得之若驚(득지약경) :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失之若驚(실지약경) :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是謂寵辱若驚(시위총욕약경) :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고 한다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爲吾有身(위오유신) :내 몸이 있기 때문 

及吾無身(급오무신) : 내 몸이 없어진다면 

吾有何患(오유하환) : 무슨 고난이 있겠는가 

故貴以身爲天下(고귀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若可寄天下(약가기천하) :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若可託天下(약가탁천하) :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이다

 

14. 

視之不見(시지불견) :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名曰夷(명왈이) : 이름하여 <이>라 하여 보자 

聽之不聞(청지불문) :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名曰希(명왈희) : 이름하여 <희>라 하여 보자 

搏之不得(박지불득) :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名曰微(명왈미) : 이름하여 <미>라 하여 보자 

此三者(차삼자) : 이 세 가지로도 

不可致詰(불가치힐) : 밝혀 낼 수 없는 것 

故混而爲一(고혼이위일) : 그래서 세 가지가 하나로 혼연 일체를 이룬 상태 

其上不皦(기상불교) : 그 위라서 더 밝은 것도 아니고 

其下不昧(기하불매) : 그 아래라서 더 어두운 것도 아니다 

繩繩不可名(승승불가명) : 끝없이 이어지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도 없다 

復歸於無物(복귀어무물) : 결국, <없음>의 세계로 돌아간다 

是謂無狀之狀(시위무상지상) : 이를 일러 <모양 없는 모양>이고 

無物之象(무물지상) : <아무것도 없음의 형상>이라 한다 

是謂惚恍(시위홀황) : 이것을 <황홀>이라 하겠다 

迎之不見其首(영지불견기수) : 앞에서 맞아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隨之不見其後(수지불견기후) : 뒤에서 좇아도 그 뒤를 볼 수 없다 

執古之道(집고지도) : 태고의 도를 가지고 

以御今之有(이어금지유) : 오늘의 일을 처리하라 

能知古始(능지고시) : 태고의 시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是謂道紀(시위도기) : 이를 일컬어 <도의 실마리>라 한다

 

15. 

古之善爲士者(고지선위사자) :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微妙玄通(미묘현통) : 미묘현통하여 

深不可識(심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夫唯不可識(부유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故强爲之容(고강위지용) : 드러난 모습을 가지고 억지로 형용을 하라 한다면 

豫焉若冬涉川(예언약동섭천) :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猶兮若畏四隣(유혜약외사린) : 사방의 이웃을 대하듯 주춤거리고 

儼兮其若容(엄혜기약용) : 손님처러 어려워하고 

渙兮若氷之將釋(환혜약빙지장석) : 녹으려는 얼름처럼 맺힘이 없고 

敦兮其若樸(돈혜기약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소박하고 

曠兮其若谷(광혜기약곡) : 계곡처럼 트이고 

混兮其若濁(혼혜기약탁) : 흙탕물처럼 탁하다 

孰能濁以靜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 누가 탁한 것을 고요히 하여 점점 맑아지게 할 수 있을까 

孰能安以久動之徐生(숙능안이구동지서생) : 누가 능히 가만히 있던 것을 움직여 점점 생동하게 할 수 있을까 

保此道者(보차도자) : 도를 체득한 사람은 

不欲盈(불욕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16. 

致虛極(치허극) : 완전한 비움에 이르게 하고 

守靜篤(수정독) : 참된 고요함을 지키라 

萬物竝作(만물병작) :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吾以觀復(오이관복) :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 본다 

夫物芸芸(부물운운) : 온갖 것 무성하게 뻗어 가나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 결국 모두 그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 

歸根曰靜(귀근왈정) : 그 뿌리로 돌아감은 고요함을 찾음이다 

是謂復命(시위복명) : 이를 일러 제 명을 찾아감이라 한다 

復命曰常(복명왈상) : 제 명을 찾아감이 영원한 것이다 

知常曰明(지상왈명) :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이 밝아짐이다 

不知常(불지상) :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妄作凶(망작흉) : 미망으로 재난을 당한다 

知常容(지상용) : 영원한 것을 알면 너그러워진다 

容乃公(용내공) :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公乃王(공내왕) : 공평해지면 왕같이 된다 

王乃天(왕내천) : 왕같이 되면 하늘같이 된다 

天乃道(천내도) : 하늘같이 되면 도같이 된다 

道乃久(도내구) : 도같이 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沒身不殆(몰신불태) :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17. 

太上不知有之(태상부지유지) :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其次畏之(기차외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其次侮之(기차모지)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信不足焉(신불족언) :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有不信焉(유불신언) :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 

悠兮其貴言(유혜기귀언) :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功成事遂(공성사수)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百姓皆謂我自然(백성개위아자연) :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고


이쯤 읽으면 도덕경은 통치철학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나 16장과 17장은 하나로 해석하는 것이 무리 없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패권을 노리는 왕들과 제자백가들에게는 왕의 자격론이 중요했을 테고 노자의 도덕경은 그들의 논리적 무기가 충분히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16장에 왕(王)이 명문화되었음에도 신분으로서의 왕이 아닌 서열로서의 왕으로 해석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 것이 또 도덕경의 매력이니까.


모임에서 들은 얘기가 있다. 

"지배계층의 주관이 피지배계층의 객관이다."

"현자는 없다. 다만 현자를 알아보는 현자만 있을 뿐."


정말 도덕경에서도 찾을 수 없는 명언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자는 없다는 말은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도덕경을 음미하면서 느끼는 건 노자는 틀이 없다는 점이다. 후대 사람들이 여러 해석으로 틀을 만들지만, 그건 노자를 보는 게 아니라 노자를 통해 자신을 보는 것일 뿐이다. 노자가 실존인물이건 아니건, 그의 사상은 정치 철학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도 그 시대 왕과 제자백가들의 정치적 논박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6. 

谷神不死(곡신불사) : 계곡의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 

是謂玄牝(시위현빈) : 그것은 신비의 여인 

玄牝之門(현빈지문) : 여인의 문은 

是謂天地根(시위천지근) : 하늘과 땅의 근원 

綿綿若存(면면약존) : 끊어길 뜻하면서도 이어지고 

用之不勤(용지불근) : 써도 써도 다할 줄을 모른다

 

7. 

天長地久(천장지구)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니 

天地所以能長且久者(천지소이능장차구자) :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以其不自生(이기불자생) :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故能長生(고능장생) : 그러기에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 성인도 마찬가지 자기를 앞세우지 않기에 앞서게 되고 

外其身而身存(외기신이신존) : 자기를 버리기에 자기를 보존한다 

非以其無私邪(비이기무사사) : 사사로운 나로 하지 않기에 

故能成其私(고능성기사) : 진정으로 나를 완성하는 것 아니겠는가

 

8. 

上善若水(상선약수) :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불쟁) :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악) : 모두가 싫어한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이다 

故幾於道(고기어도) :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居善地(거선지) : 낮은 데를 찾아가 사는 지혜 

心善淵(심선연) : 심연을 닮은 마음 

與善仁(여선인) : 사람됨을 갖춘 사귐 

言善信(언선신) : 믿음직한 말 

正善治(정선치) : 정의로운 다스림 

事善能(사선능) : 힘을 다한 섬김 

動善時(동선시) : 때를 가린 움직임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는 일이 없으니 

故無尤(고무우) : 나무람을 받을 일도 없다

 

9. 

持而盈之(지이영지) :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不如其已(불여기이) :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다 

揣而銳之(췌이예지) : 너무 날카롭게 벼리고 갈면 

不可長保(불가장보) : 쉽게 무디어집니다 

金玉滿堂(금옥만당) :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莫之能守(막지능수) : 이를 지킬 수가 없다 

富貴而驕(부귀이교) : 재산과 명예로 교만해짐은 

自遺其咎(자유기구) : 재앙을 자초한다 

功遂身退(공수신퇴) :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나는 것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길이다

 

10. 

載營魄抱一(재영백포일) : 혼백을 하나로 감싸안고 

能無離乎(능무리호) :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專氣致柔(전기치유) : 기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能瓔兒乎(능영아호) : 갓난아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滌除玄覽(척제현람) :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能無疵乎(능무자호) : 티가 없게 할 수 있겠는가 

愛民治國(애민치국) :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能無知乎(능무지호) : “무위”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天門開闔(천문개합) :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能無雌乎(능무자호) : 여인과 같을 수 있겠는가 

明白四達(명백사달) : 밝은 깨닭음 사방으로 비춰 나가 

能無爲乎(능무위호) : 무지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겠는가 

生之畜之(생지축지) : 낳고 기르시오 

生而不有(생이불유) :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시오 

爲而不恃(위이불시) :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고 하지 마시오 

長而不宰(장이불재) :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시오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한다

 

11. 

三十輻共一(삼십폭공일) : 설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車之用(유차지용) :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 :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器之用(유기지용) :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室之用(유실지용) :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6장을 해석하는데 참으로 다양한 시각이 있다. 에로티시즘에서 페미니즘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에로티시즘도 페미니즘도 노자가 의도한 바로 볼 순 없다. 그건 현세 사람들의 의도가 개입된 해석일 뿐이다. 2,500년 전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지금으로부터 수 백년이 흐른 서기 2500년에 이성을 반대하는 반이성주의가 생겨났으며, 반이성주의가 21세기의 스티브 잡스를 반이성주의의 태두라고 주장한다 가정해보자. 그 근거는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Stay foolish, stay hungry"다. 어딘지 어색하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근거로 반이성주의로 해석하는 건 자유지만,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진의를 왜곡해선 안된다. 스티브 잡스는 그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젊은이들에게 항상 낮은 자세로 연구하고 도전하라는 연설을 했을 뿐이다. 그가 수 백년 후에나 등장할 반이성주의의 흐름을 예견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인문학 해석은 시대배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도덕경 1장에서 9장까지는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고, 10장은 그런 도를 너가 과연 실천할 수 있겠는가? 하고 묻고 있다. 당시의 시대를 대입하면 화자는 노자, 청자는 왕이나 제자백가, 즉 글을 읽을 수 있는 정치집단이었을 것이다. 결국 후대의 다양한 해석과는 상관없이 도덕경은 정치철학일 확률이 높다. 노자가 공자를 가르쳤다는 얘기도 도덕경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은 도서 정가제로 인터넷 서점마다 파격세일 경쟁을 할 때 구매했다. 이 책을 고른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가격을 맞추려다 장바구니에 넣은 케이스다. 그래서 크게 기대를 하고 보진 않았다. 부담없이 봤던 덕에 크게 실망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삼인조 좀도둑들이 침입한 잡화점에 날아오는 의문의 편지 한 통이 그들로 하여금 큰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것은 먼 과거로부터 날아온 고민 상담편지인 것. 이쯤 되면 소설 장르는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매컬리 컬킨의 영화 '나홀로 집에'처럼 코믹한 에피소드에 해피엔딩일 것이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소설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심지어 좀도둑들도 편지에 답장을 쓰는 등 타인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돌아보면 그들 역시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에 선택을 하고 그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이 힐링의 장소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그것도 30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공간으로서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일본 문학계에 흐르는 특유의 판타지 감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유치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감성 또한 여전하다. 만화처럼 현실감 없는 에피소드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기 보단 흐믓한 미소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 이게 일본 문학의 힘이다. 이런 소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는 센과 치히로의 수상한 터널은 나미야 잡화점의 편지함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들은 악하지 않은 인간군상들을 대변하며, 이 역시 나미야 잡화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교하자면 헐리웃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SF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는데 비해 일본은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선악이 분명한 서양사상과 동양사상의 차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문학과도 분명히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표지 그림을 참 잘 선택한 듯 하다. 이쁘기도 하지만 일본 문학의 차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을 때 표지 그림은 한 몫 단단히 했다. 소설 한 권에 이쁜 그림 한 첩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몇 천원이 아까울리 없다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후회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앙증맞은 그림 덕분에.



자국 중심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는 싫어하는 편이다. 여기에 타 문화에 대한 증오가 깔려있는 영화는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껏 보아왔던 람보, 수퍼맨 등의 부류를 싫어했던 이유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도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텁텁하다. 


이 영화에선 두가지 화두가 머릿 속에 맴돌았다. 


과연 영웅이란 무엇인가?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킨 미국 그리고 압도적인 미군전력의 엄호를 받는 스나이퍼의 활약상이 영웅으로 칭송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물론 그는 미국 보수진영 내에서 전설로 통한다. 그렇다고 시대와 지역을 떠나 보편적인 영웅이 되는 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선 그는 텍사스 출신의 가장 많은 전쟁 실적을 올린 씰의 스나이퍼일 뿐이고, 어떤 곳에선 저항군을 가장 많이 살해한 원흉으로 여겨질 것이다. 확실한 건 911테러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승자건 패자건 전쟁 후유증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STD)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고통을 준다는 게 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주인공 카일의 동생이 중얼거리는 대사도 그렇고, 귀향한 카일이 문득문득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그렇고, 카일을 살해한 참전군인의 이상행동도 그렇다. 어찌보면 참전군인 역시 전쟁의 피해자다.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행복에 우선순위는 고연 무엇일까 고민하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국제시장이 떠올랐다. 국제시장을 본적은 없지만 주위 얘기를 종합할 때, 국제시장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보수진영의 식욕을 자극할만한 조미료가 가득 뿌려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영화를 필요 이상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이 감독의 시선은 이렇구나 하고 보면 된다. 아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처럼 물처럼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지향하기에 현실참여를 권장하는 유가와는 대비되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도가는 현실도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해석한 노자의 도덕경은 꼭 그렇지는 않다. 유가의 성인처럼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훈계 자체가 현실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장.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名可名非常名(명가명비상명) : 이름을 이름 지으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無名天地之始(무명천지지시) : 이름이 없는 것을 천지의 처음이라고 하며 

有名萬物之母(유명만물지모) : 이름이 있는 것을 만물의 어미라 한다 

故常無欲以觀其妙(고상무욕이관기묘) : 그러므로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알고

常有欲以觀其徼(상유욕이관기요) : 늘 그 욕심이 있으면 그 자장자리만 본다 

此兩者同(차량자동) : 그런데 이 둘은 같은 것이다 

出而異名(출이이명) : 사람의 앎으로 나와 이름만 달리했을 뿐이다 

同謂之玄(동위지현) : 그 같은 것을 일컬어 현묘하다고 한다

玄之又玄(현지우현) :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 

衆妙之門(중묘지문) : 모든 묘함이 이 문에서 나오지 않는가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천하개지미지위미)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斯惡已(사악이) : 그러나 추한 것은 추한 것이다

皆知善之爲善(개지선지위선)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선한 것이 선하다고만 알고 있다 

斯不善已(사불선이) :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故有無相生(고유무상생) :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難易相成(난이상성) :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 이루며 

長短相較(장단상교) : 길고 짧음은 서로 겨루며 

高下相傾(고하상경) : 높음과 낮음도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음성상화) :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前後相隨(전후상수) :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시이성인처무위지사) :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로써 이를 처리하고 

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 :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해야 한다 

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 모든 일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고 

生而不有(생이불유) : 모든 것을 이루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 : 꿈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夫唯弗居(부유불거) :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是以不去(시이불거) :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

 

3장. 

不尙賢(불상현) :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말라 

使民不爭(사민부쟁) : 사람들 사이에 다투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말라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 : 사람 사이에 훔치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見可欲(불견가욕) : 탐날 만한 것 보이지 마시라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 사람의 마음 산란해지지 않을 것이다 

是以聖人之治(시이성인지치) : 그러므로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은 

虛其心(허기심) : 마음은 비우고 

實其腹(실기복) : 배는 튼튼하게 하며 

弱其志(약기지) : 뜻은 약하게 하고 

强其骨(강기골) : 뼈는 튼튼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 항상 사람들로 지식도 없애고 욕망도 없애고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무엇을 한다고 하지 못하게 한다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칙무불치) : 무위를 실천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4장. 

道沖(도충) : 도는 텅 비어있다

而用之或不盈(이용지혹불영) :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淵兮(연혜) : 그윽하도다

似萬物之宗(사만물지종) : 만물의 으뜸 같구나 

挫其銳解其紛(좌기예해기분) :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 주고 

和其光同其塵(화기광동기진) :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과 하나가 된다 

湛兮(담혜) : 맑고 또 맑아라

似或存(사혹존) : 저기 존재하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오불지수지자) : 나는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지만 

象帝之先(상제지선) : 하느님보다 먼저 있었음이 틀림없다

 

5장. 

天地不仁(천지불인) :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以萬物爲芻狗(이만물위추구) :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聖人不仁(성인불인) : 성인은 인자하지 않는다 

以百姓爲芻狗(이백성위추구) : 백성들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天地之間, 其猶槖籥乎(천지지간 기유탁약호) :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의 바람통과 같다

虛而不屈(허이불굴) : 비어 있으나 찌그러지지 없고 

動而愈出(동이유출) : 움직일수록 더욱더 내뿜는다 

多言數窮(다언수궁) :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不如守中(불여수중) :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1장과 2장은 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도란 무엇이다 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도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배제하는 기법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설명법이기도 하다. 일단 언어로 설명이 되는 순간 그것은 언어의 틀에 갇혀 본질과는 다른 의미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이 꽃으로 명명되는 순간 꽃의 본질과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가가 정명사상과 배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불가에서도 비슷한 문맥이 등장한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연꽃 한송이를 드는 것으로 대신 설법하는 염화미소처럼 말로 설명하는 순간 본질이 아닌 언어에 새롭게 정의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라고 하는 순간 도는 도가 아니라고 첫 말문을 연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도는 우주의 진리에 가깝지 않나 싶다. 분명 유가에서 말하는 도와는 다른 훨씬 더 큰 개념이다. 


일단 위의 해석은 대부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의를 달고 싶은 것은 2장과 3장의 성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문장 구조로 보면 위에서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是以를 붙이고 성인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즉 是以를 영어의 Therefore에 해당한다고 볼 때, 'A=a 是以 B=b'의 구조는 'A=a이므로 B=b여야 한다'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도덕경의 성인은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성인의 자격을 거론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3장을 노자의 우민정치로 해석하는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성인에 대한 자격론은 5장에서도 드러난다. 성인은 편애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기도 하나, 인하지 않다, 인자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5장의 첫 글을 보면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고 하는데, 만약 천지가 인자하다면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자연은 인자하지 않기 때문에 만물을 무심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댓구법으로 이어지는 성인도 인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성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자백가가 넘쳐나는 춘추전국시대에 도가가 바라보는 정치관이기도 하고, 유가에 대한 디스로 보여지기도 하다. 도가의 이상적인 정치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도가의 사상은 정치적으로는 아나키즘, 경제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독서 좀 한다는 사람들이 한 번씩 언급하는 책이 있다.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다. 원래 시류에 편승하는 듯한 책엔 큰 흥미를 느끼지 않지만, 조르바를 그런 책으로 분류할 순 없다. 오히려 조르바는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주문했고 다 읽어냈다.


소설은 예상과 달리 큰 재미는 없었다. 살아온 배경이나 성향 등 공통점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인생의 묵직한 주제까지 옥신각신 주고 받는 얘기가 울림이 있진 않았다. 또한 주인공 조르바가 실존인물이라는 팩트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 책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풀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조르바라는 인물이 가진 성향에 큰 매력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그걸 풀기 위해선 조르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조르바는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누군가 도덕관념이나 윤리의식을 들먹이면 "그딴거 개나 줘버려~" 라고 소리질러댔을 것이다. 그렇다고 천성이 나쁜 사람도 아니다. 다소 보는 입장에 따라 거칠다고 할지언정 말이다. 오히려 꽤나 인간적인 성품을 지녔다. 매사에 솔직하고 직선적이다. 그래서 뒤끝이 없다. 이 정도의 성격의 소유자라면 동네 어딘가에서 한 두명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르바의 진정한 매력은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철학은 아니지만, 투박한 행동으로 보여지는 삶에 대한 자세가 매우 진중하다. 무학의 깨달음이라는 건 조르바에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평소 끔찍하리만치 여성비하적인 언어와 막돼먹은 행동을 퍼붓지만, 정말 여성을 보호해야 할 때 용기있게 나서는 조르바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이 이 소설 속 화자인 카잔차키스의 캐릭터와 대비되어 더욱 극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조르바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 두 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조르바와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이를테면 카잔차키스와 비슷한 그룹. 이들은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많이 배워,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벼운 인생에 대한 갈증 또한 갖고 있다. 많이 움켜쥔 사람일수록 손을 가볍게 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아마 조르바를 보면서 원초적인 질투심이나 동경심을 많이 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조르바와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부류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조르바가 대변해준다고 믿는다. 아마도 주위 시선에 조르바를 언급하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느 정도 미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조르바와 같진 않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조르바가 많았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조르바 삶의 지향점은 종교와 이념에서 탈피한 인간의 영역과 일치한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붓다 등을 연구하는 카잔차키스가 놓쳤던 부분, 즉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조르바에게는 본능적으로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육체를 영혼의 부산물로 생각하는 공허함 역시 조르바는 단호히 거부한다. 어떤 거창한 이론적 배경으로 논쟁하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알게 된 무학의 깨달음으로 가볍게 무력화시킨다. 그런 그에게 이념 역시 그러하다. 혹자는 아무 때나 무례한 언어를 남발하는 조르바를 불편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르바의 솔직함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아니 인간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관대해지자. 꼰대처럼 굴지 말고.  


덧글.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안소니 퀸이 연기했다.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아마 조르바의 느낌을 보여주는데 안소니 퀸만한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거친 마초의 육체와 고뇌하는 주름살을 표현하기엔 그가 딱이다. 만약 국내영화로 만든다면 조르바 역으로 김어준을 추천한다. 연기만 뒷받침된다면 그 이상의 선택은 없다.



오랜 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지인의 소개로 보게 된 '라이프 오브 파이'.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이 영화를 어드벤처로 분류했다. 외견상 그럴 수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정확히는 휴먼 드라마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휴먼 드라마라는 분류는 없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과 또 자연을 극복해내는 인간의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에 어드벤처라는 분류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는 해석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는 예술 아닌가. 



우선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키워드는 두가지다. 바로 사건과 기억. 사건은 객관적인 현실이지만, 기억은 사건을 주관적으로 내면화한 또 다른 현실이다. 눈 앞에서 벌어진 현실과 그걸 머릿 속에 저장한 기억은 매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일수록 일치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엄청난 충격에 대한 방어기제가 스스로 발동되는 탓에 기억이 조작되기 때문이다. 이 조작이 대중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종교적인 영역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파이를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종교관을 갖고 있는 인물로 묘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지 않고서 수 백 일을 태평양에서 버텨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파이는 자신의 경험담을 아름답게 포장한 '기억'에 의존하여 풀어낸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 기억을 배제한 사건도 들려준다. 뜻밖의 반전에 관객은 충격을 받지만, 파이는 관객에게 묻는다. "Which story do you prefer?" 인생에 정답은 없다. 사건과 기억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주인공 이름 파이다. 원래 이름인 피싱이 발음상 불결한 탓에 갖게 된 별명 파이는 원의 지름에 대한 원 둘레의 비율, 즉 원주율을 뜻한다. 피싱이 학교에서 무한대 숫자인 원주율의 수 백 자리를 외워 얻게 되지만, 파이는 무한히 반복되는 인생사를 뜻한다. 파이를 수로 표현할 때 3.14라고 하지만, 3.14는 말 그대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정의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다. 유복했던 가정환경에서 자란 파이가 동물원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이민 가게 된 것도, 도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된 것도, 천신만고 끝에 멕시코 해안에 다다르게 된 것도 모두 끝을 알 수 없는 인생 파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원작자 얀 마텔은 수학에 강한 인도인의 특성도 물론 감안했을 것이다. 


또한 바다에서 같이 표류하는 인간과 호랑이를 현실감있게 그려낸 감독의 능력 또한 충분히 감탄해줘야 한다. 비현실적인 무술동작을 현실감있게 담아낸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이라면 역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철학적인 원작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이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미가 두 시간 넘는 영화를 십 분처럼 느끼게 했다.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소개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출판 과정의 특성상 출간되었을 때는 이미 트렌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 회장이라는 네임밸류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임에서 선택한 책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 번 읽어보는 수 밖에.


읽어보니 일개 기업 CEO가 쓰기엔 거대담론을 다룬 책이다. 거시경제학과 미래사회학을 섞어 놓은 듯한 내용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IT 업계를 선도하는 구글의 회장이라면 이 정도의 중후장대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게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은 인터넷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왔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차원 높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과 IT 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직지심경이 나온 이후 지식의 전파가 빨라졌듯이, 인터넷의 전파는 또 하나의 정보 고속도로로 기능했다. 그건 정보권력의 분산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의미한다. 에릭 슈미트는 온라인으로 하나 되는 지구촌에서 권력이 어떻게 나뉘어지고 어떻게 혁명을 야기하는지 실증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연결성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권력은 이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을 활용한다. 아쉽게도 그 예에는 대한민국도 포함된다.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온라인 기술 혁명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심각한 침해다. 검색엔진 기술의 향상과 광대한 개인정보의 수집이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자칫 국가권력의 개인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수 천 만건씩 해킹당한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너덜너덜해진지 오래다. 카카오톡 감청논란 또한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I Origins'에서는 홍채로 개인인증을 하는데 실제로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기술의 발전이 편의성을 증대시켜주지만 그만큼 통제하기 용이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예전에 구글에서 제작한 미래사회 예측 동영상을 본 게 기억이 난다. 위치기반으로 편리하게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였는데, 내가 느꼈던 건 신기함 보다는 무서움이었다. 개인 정보를 통합한 질서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개인은 구글에 모두 편입될 것이며 구글을 벗어난 개인은 불편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모인 개인정보는 구글의 검색력을 강화시켜주고, 이윤창출의 리소스가 되고, 다시 개인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에릭 슈미트는 이 책에서 온라인으로 변모할 세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구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은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IoT 혁명까지 감안한다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의 빅브라더를 문학적으로 그렸다면, 에릭 슈미트는 21세기의 빅브라더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 번 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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