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면서 상대편이 이렇게 불쌍하게 보였던 적이 없었던 경기.
미친듯이 휘둘러대는 방망이. 정말 만화같은 일이 실제 일어났다.

한국시리즈 한 이닝 최다점수 뽑아냈던 가공할 곰들의 방망이질 앞에 삼성 투수들은 무기력하게 입맛만 다셨을 뿐. 이 경기는 회사에서 퇴근하기 전에 봤었는데 연신 웃음만 짓던 일이 기억난다.


기네스북에도 오를만한 대기록의 사나이 송원국.
그는 프로야구 첫타석 초구 끝내기 만루홈런의 주인공이다. 내 기억에는 MLB에도 없는 전무후무한 대단한 기록이다.


이후 송원국은 은퇴하여 지금은 그라운드에 없다는게 아쉽지만 이 동영상 하나로 그는 오랫동안 회자될게 분명하다. 특히 이 동영상은 편파방송을 하던 해설자의 힘없는 멘트가 인상적이다.



2001년 6월 13일 잠실 해태전.

9회말까지 6:6에서 연장전에 돌입하는데 두산은 10회초 4점을 내주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10회말에 두산은 미라클 두산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마지막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우리의 안쌤~ 너무 듬직한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런 뚝심이 있었기에 2001년 우승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다.


두산베어스의 전설적인 507 대첩.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5점을 뒤집은 이 경기는 야구는 9회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증명한다.

이 살인적인 전율을 경험한 야구팬들은 이 경기를 507 대첩으로 부른다.
이날은 두산베어스기를 집앞에 달아놓아도 되지 않을까~



507대첩’ 9회초 투아웃부터 5점차를 뒤집다.


9회초 투아웃, 스코어는 5-10.


누가 봐도 한 쪽으로 기운 상태. 승부를 지켜보던 팬들도 결과를 예상하고 대부분 떠나버렸고 덕아웃에서도 슬슬 자기 짐들을 챙기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나온 안경현의 안타. 모두가 그러려니 했다. 다음타자 홍성흔도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쳤다.


그런데 다음 타석에 들어선 강혁이 우측을 넘기는 파울홈런을 치자 관중석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고 결국 상대투수 차명석이 자신감있게 승부하지 못한 탓에 볼넷을 얻어 만루를 만들었다. 보다 못한 LG 이광은 감독이 마무리 최향남 투입을 지시했다. 점수차는 컸지만 주자가 꽉 차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향남이 의욕 있게 던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걸. 최향남도 마음먹은 대로 던지지 못하고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타석에 섰던 김민호는 가만히 서서 타점 하나를 챙긴 셈이었다.


분위기를 감지한 김인식 감독은 최후의 보루로 이도형을 대타로 내세웠다. 8회에 최훈재를 이미 대타로 써버려서 ‘한방’이 있는 이도형이 마지막 카드였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던 최향남은 바깥쪽 직구를 택했고 이도형은 그걸 시원하게 밀어쳤다. 우중간을 가른 주자일소 2루타. 스코어는 어느새 9-10으로 순식간에 박빙의 승부가 되었다.


그래도 원아웃만 잡히면 LG의 승리로 끝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장원진이 집중력을 발휘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죽을 힘을 다해 뛴 대주자 이종민이 홈을 밟으면서 한국야구역사상 가장 극적인 동점 승부를 만들어냈다.


우즈의 삼진으로 9회말로 넘어갔고 LG는 선두타자 이종렬이 볼넷을 얻고 출루, 유지현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 두산을 압박했다. 다음타자는 김재현. 9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5타수 4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던 상황. 역시 그 감을 속일 순 없었는지 김재현은 우전안타성 라인드라이브를 때려냈고 이대로 끝내기안타가 되는 듯 싶었으나 공은 1루수 강혁의 글러브 속에 빨려 들어갔다. 온 힘을 던져 건져낸 다이빙캐치였다.


곧바로 이어진 10회초 두산 공격. 심정수와 안경현이 연속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고 홍성흔이 유격수 플라이로 투아웃이 되었지만 강혁이 우익선상을 가르는 2루타로 대망의 역전에 성공했다. 5-10을 11-10으로 만든 기적. 두산팬들은 이날을 507대첩으로 기억한다.

<글 출처 : Xports 윤욱제 기자,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원문 발췌>


경기기록표 (2000년 05월 07일)

구단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연장 득점 안타
두산 2 0 2 1 0 0 0 0 5 1 11 14
LG 1 0 3 4 0 1 1 0 0 0 10 16

양팀간 전적[두산 3승0무3패] 잠실구장[관중 26551명] 경기시간 4시간 27분

두산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10회



통산
타율
정수근
좌비 유비 좌비 二땅볼 4 0 0 0 .310
전상열 6
4구 0 0 0 0 .000
이도형 9
우중2 1 0 1 3 .217
주좌 이종민 9
0 1 0 0 .190
좌중 장원진 9
一비 우안타 투땅볼 三실책 삼진 중안타 6 1 2 1 .322
우즈
4구 좌선2 삼진 4구 삼진 삼진 4 2 1 0 .316
김동주
좌선2 유안타 삼진 삼진 유직선 삼진 6 1 2 1 .375
심정수
좌안타 4구 4구 二비 유땅볼 4구 3 1 1 2 .284
안경현
삼진 사구 사구 4구 좌안타 4구 2 1 1 0 .373
홍성흔
우안타 포一병 유땅볼 삼진 중안타 유비 6 1 2 0 .388
강혁
삼진 우선2 우안타 포파비 4구 우선2 5 2 3 1 .351
홍원기
중비 좌월2 중비 3 0 1 1 .395
최훈재 8
포파비 1 0 0 0 .143
김민호 8
4구 삼진 1 1 0 1 .167
2루타:6  3루타:0  홈런:0  도루:0  잔루:13 42 11 14 10 .315


LG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10회



통산
타율
유지현
4구 좌안타 4구 유땅볼 우안타 투희번 3 4 2 0 .311
김재현
중안타 중안타 유안타 二땅볼 우안타 一직선 6 2 4 1 .313
이병규
삼진 중안타 중희비 중안타 4구 삼진 4 2 2 2 .314
양준혁
좌선2 一땅볼 중안타 중안타 포파비 二땅볼 6 1 3 2 .224
최익성
삼진 좌안타 좌중2 一땅볼 유땅볼 좌안타 6 0 3 4 .370
윤현식 10
0 0 0 0 .000
안상준
포파비 좌비 三땅볼 우안타 삼진 유땅볼 6 0 1 0 .258
안재만
삼진 4구 삼진 2 0 0 0 .364
김선진 6
三땅볼 우비 2 0 0 0 .228
김정민
삼진 1 0 0 0 .233
조인성 3
삼진 중비 삼진 三땅볼 4 0 0 0 .239
이종열
삼진 중안타 4구 一땅볼 4구 3 1 1 0 .268
2루타:2  3루타:0  홈런:0  도루:1  잔루:11 43 10 16 9 .275


두산 경기 회수 타자 투구 타수 안타 4사 삼진 실점 자책 방어율
최용호 0.0 6 0 1 0 3 17 75 15 6 2 6 4 4 8.50
이혜천 4.9 16 3 1 1 2 14 56 11 6 2 1 5 5 2.78
김유봉 6.5 20 3 0 1 1⅓ 6 19 6 2 0 1 1 1 1.27
차명주 7.2 15 0 1 1 1⅓ 6 26 5 1 1 1 0 0 4.50
진필중 8.8 12 2 2 8 2⅓ 8 31 6 1 1 1 0 0 1.12


LG 경기 회수 타자 투구 타수 안타 4사 삼진 실점 자책 방어율
류택현 0.0 12 2 1 0 2⅓ 14 52 12 6 2 2 4 4 7.17
신영균 3.6 2 0 0 0 0⅔ 4 17 3 2 1 0 1 1 3.38
이승호 4.1 9 0 1 0 2⅔ 11 40 9 1 2 2 0 0 1.26
최원호 6.3 5 2 0 0 1⅓ 6 26 4 0 2 2 0 0 2.33
차명석 8.9 10 0 0 0 1⅔ 9 32 7 2 2 2 3 3 7.20
최향남 9.9 6 0 1 3 1⅓ 10 39 7 3 3 3 3 3 2.70


데일리 베스트 = 두산 강혁(연장 10회 역전 결승 2루타 포함 5타수 3안타 1타점)
최고수비 = 두산 강혁(9회 김재현의 강습타구 다이빙 캐치)
홈런 = 없음
심판 = 오석환(주심), 허운, 이영재, 최수원
기록정리 = 정효진 명예기자

실책 = 안상준(6회)
도루 = 양준혁 2호(4회, 2-3루)
도실 = 홍성흔(2회, 1-2루)
주루사 = 이종열(9회, 2루)
견제사 = 홍원기(4회, 2루)
폭투 = 류택현(심정수) 신영균(안경현) 최용호(이상 3회, 안재만) 이혜천 2개(4회
포일 = 없음


2005년 5월 5일 어린이날.

이 날은 큰아버지와 자형과 함께 야구를 봤던 날이었다. 큰어머니 병간호 하시는 큰아버지도 뵐 겸, 야구도 같이 관람할 겸, 겸사겸사 잠실구장을 찾은 터였다.


비록 큰아버지는 LG팬이셨지만 당시 야구장에서 같이 소리쳐 보니 밖에서 뵐 때와 너무 달랐다. 든든한 아버지를 다시 뵙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돌아가신 아버지와 생전에 한번이라도 야구장에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배어나오던 하루였다.

경기는 너무 극적으로 두산이 승리했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홍성흔의 허슬플레이가 제 값을 하던 경기였다. 내  생애 이렇게 극적인 승리가 있었을까 감격해 했던 날이었다. 언제 봐도 가슴 벅찬 승리의 순간. 홍성흔의 헬멧쇼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두산베어스의 507대첩에 이은 또 하나의 505쾌첩이라 할 만 하다.


회사에서 담당 회식을 어떻게 할지 우리 수석부서에서 정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그동안 삼겹살에 소주 일색이었던 회식에 모두 지쳐 있었지만, 사실 회식이란게 그 자체로 달갑지 않아서 영 마뜩챦았다. 차라리 일찍 퇴근시키는게 재충전에 더 좋은데 말이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내야겠기에 영화보며 맥주 마시기를 제안했는데 그냥 그대로 통과되고 말았다. 안하는게 더 좋은데... ㅜ.ㅜ

어쨌든 '괴물' 개봉하는 날에 맞춰 회사동료들과 일찍 퇴근했다. 대부분은 화제작 '괴물'을 보지만 그래도 일부는 '한반도'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긴 영화까지 회사사람들이랑 같이 봐야 하느냐는 생각에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난 강우석감독은 별로였고 봉준호감독을 신뢰하고 있었으니 선택은 당연히 '괴물'이었다.

선택은 탁월~ 그 자체였다. '살인의 추억' 보다 짜임새는 덜 했지만, 메시지나 흡인력은 훨씬 나았다. 봉감독은 나를 배신한 법이 없다. 별을 주라고 하면 주저없이 ★★★★★ 쏜다.





배우들의 연기도 물샐틈없이 이어져 well-made 영화라 평을 받은 이유를 알만 했다. 특히나 변희봉씨의 연기는 묵은 장맛의 우수성을 재확인 시켜줬다. 소시민의 이미지, 못난 아들을 감싸는 아버지, 그리고 가족을 위해 모든걸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을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가 연기하는 듯 매끄러웠다.


마지막 '괴물'에 공격당하기 직전 변희봉씨의 미소는 전율감마저 느끼게 해주는 명장면이었다.(살짝 눈물이 핑 돌았다) 변희봉씨는 '살인의 추억'에서 그리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었음에도 맛깔스러운 연기가 눈에 선했는데, '괴물'에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연기력에 걸맞는 비중을 찾았다.


역시나 영화 끝나고 맥주집으로 옮긴 이후 회식 분위기는 좋았다. 다들 회사 얘기는 빼고 영화 얘기로 꽃을 피웠다. 영화는 이 맛에 혼자보면 제 값을 못뽑는 것 같다. 영화라는 텍스트보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각자의 해석을 듣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영화보든 동안 발견못했던 텍스트의 의미를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을 땐 음.. 이사람 이런 면도 있었네~ 하는 신선한 발견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보고 맥주 한잔 걸치면 시간이 어느덧 택시잡아야 할 시간이 다가와 과음않고 귀가하게 되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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