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승 1무 7패. 팀 타율 0.271 4위. 팀 방어율 3.10 1위.

승률 0.650. 전체 3위.


1. 긍정적인 면

봄날의 곰은 힘차게 기지개를 켰고, 4월의 베어스 성적은 아름다웠다. 그 핵심은 공격력. 두터운 야수진이 번갈아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고스란히 성적으로 나타났다. 과잉경쟁 피로도가 오히려 팀 전력에 독이 될 거란 시즌 전 예상은 기우였다. 정수빈이 주춤하자 민병헌이 메웠고, 이종욱이 부상당하자 박건우가 올라왔고, 고영민이 아프자 허경민이 그 이상을 해줬다. 정해진 주전자리란 말 그대로 없다. 


덕아웃엔 홍성흔이 있고 선수들은 홍성흔을 중심으로 뭉쳤다. 화이팅을 외치고 왁자지껄한 덕아웃 풍경은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홍성흔은 초반 타격감이 다소 부진했지만 찬스에서 만큼은 강했다. 타점은 15개로 7위. 이미 팬들은 돌아온 허슬두 홍성흔을 진심으로 반기기 시작했다. 


투수진도 성적이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이라는 부사를 굳이 내세운건 밑에 따로 적기로 하고. 반가운건 투수진에서도 화수분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점. 오현택과 유희관은 상무효과를 등에 업고 불펜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이정호는 선발까지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특히 정재훈-오현택-유희관으로 이어지는 JOY라인은 2009년 KILL라인이 부럽지 않다. 게다가 여전히 두산의 1번 에이스는 니퍼트가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2. 부정적인 면

 준수한 투수진 성적에 '아직은' 이라는 토를 단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올슨이 마뜩찮다. 왼손 파이어볼러는 아니더라도 이닝이터 역할은 해줘야 하는데 왠걸 다른 왼손투수보다 나은게 없어 보인다. 팀 순위에 부담이 없고 적응기간도 고려해줘야 하지만, 여전히 4월과 다름없는 5월을 보낸다면 교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승을 원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선발자원이 부족하다.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은 이용찬의 성공적인 복귀다. 다행히 이정호와 김상현이 선발을 맡고 있으나 중량감에서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 커피감독이 구상하는 마무리 홍상삼은 5월 중에 닻을 올려야 한다. 정규리그는 선발이 좋아야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마무리가 강해야 사는 법이다. 


왜 김동주의 공격력은 마모되었을까? 파워배팅은 차치하고 라도 날카로운 컨택능력도 무뎌졌다. 2할 5푼 홈런 1개의 성적은 김동주와 어울리지 않는다. 장타력을 겸비한 3할타자의 위용을 되찾아야만 두산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김동주의 부진은 두가지 숙제를 안겨준다. 하나는 포스트 김동주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팀 케미스트리. 김동주와 홍성흔이 쌍두마차로 팀을 이끌어야 팬들이 환영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3. 총평

홍성흔을 영입한 커피감독에게 팬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 커피감독이 결정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감독이란 자리는 욕먹는 자리다. 지나고 나니 야신이었지, 김성근감독도 현역 시절 욕 엄청 먹었더랬다. 


개인적으로는 홍성흔 영입을 신의 한수라고 봤다. 김동주, 윤석민, 최준석과 겹치는 그의 포지션은 얼피 무리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 세상에 존재하는건 아니고, 스탯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게 또 야구다. 숫자로 보여지는 홍성흔은 3할 언저리의 중장거리 타자지만, 숫자 이면에 감춰진 홍성흔은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클럽하우스 리더다. 게다가 그가 가진 무기는 완력이 아닌 긍정 바이러스다. 그게 팀 케미스트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건 자명한 일이다. 작년과 올해 롯데 덕아웃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두산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쟁 피로도가 극심한 팀일수록 홍성흔 같은 리더는 꼭 필요하다.


01


4. 덧글

어제 직관한 경기에서 정전은 아쉬움 반 흥겨움 반이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잠실구장에서 정전사태가 났다는건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관중들은 모두 핸드폰을 열어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자발적으로 노래하고 즐겼다. 가끔씩은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할 정도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