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기다렸던 프로야구가 드디어 개막했습니다. 올해 두산야구는 김동주의 컴백과 박명환의 FA 이적으로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웠죠. 특히 이혜천의 전력이탈은 무척 아쉽네요. 그래도 언제나 미라클 두산을 이뤄왔던 팀 전통으로 봐서 4위권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성적은 최하위네요. 우울합니다.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살맛 안납니다. 뭐 우리 엄니 얘기로는 두산에서 십원 한장 보태주지도 않는데 뭘 그리 열성이냐 그러시는데, 뭐 맞는 말입니다. 두산구단으로부터 물질적으로는 받은거 없습니다. 일방적인 짝사랑인 셈이죠.

근데 그게 그렇더라구요. 소시적부터 베어스는 나의 팀이다 생각해왔고, 지금은 뼈속 깊이 두산베어스 인(人)인가 봅니다.

어제는 강의를 듣는 중에도 경기 상황이 너무 궁금하데요. 무척 재미있는 강의였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죠. 그래서 와이브로폰으로 중간중간 봤는데, 결과는 2:1로 졌습니다. 어찌나 허탈한지...

집에 와서도 힘이 없네요. 원래 강의듣고 오는 날은 완전 피곤인데 어제는 2배는 더 힘들더라구요. 오늘은 이겼으면 좋겠는데, 날씨도 꾸물꾸물하네요. 그래도 힘내야겠죠?

두산베어스 화이팅~~


드림걸즈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영화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 흑인 중에서 가수, 가수 중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이너리티 그룹에서도 계층은 필연적으로 분화하게 된다. 머저리티로 편입된 그룹과 그렇지 않은 마이너리티들...

머저리티 그룹으로 도약한 마이너리티들이 정체성을 버리고 편입된 질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그들에게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음악적 고향은 어디인지 압축적으로 제시해준다.

#1 성공하려면 흑인 냄새를 지워라
실력은 있지만 코러스에만 머무르던 드림걸스가 주류음악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백인의 입맛에 맞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 선택은 리드보컬의 교체. 에피(제니퍼)의 파워풀한 흑인 소울은 백인에게는 부담스러웠기에 좀더 섹시한 디나(비욘세)가 리드를 맡아 보란 듯이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드림걸즈에게는 첫 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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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림걸즈의 성공과 커티스(제이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건 캐딜락을 팔던 자동차 세일즈맨인 커티스가 드림걸즈를 인기스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커티스가 없었다면 드림걸스는 절대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티스는 음악계의 더러운 생리를 잘 알고 있었고, 그 또한 이를 적절히 사용해 성공가도를 달린다. 치명적인 약점은 그의 음악은 그저 상품일 뿐, 영혼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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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공 이후 찾아온 자아발견
국내 연예계도 신인 때는 소속사에 절대 복종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되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꼭 돈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앵무새가 아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슬며시 배어나오는 것이다. 드림걸즈도 커티스에 의해 히트곡을 만들어냈지만 스스로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자아발견을 하게 된다. 더불어 터진 커티스의 비리와 냉혹한 인간성은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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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에디 머피의 노래솜씨
 진짜 부른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에디 머피가 직접 불렀다면 수준급의 재능을 갖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코믹한 이미지와 미워할 수 없는 악동기질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틱히 변두리 나이트풍의 헤어스타일은 또 하나의 볼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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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팁 하나..
역시 미국사회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존재하는 나라다. 마이애미의 어느 호텔에서 드림걸스가 흑인 최초로 공연할 때 사회자는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서 노래 부르고 나면 청소도 하고 갈껍니다..."(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뉘앙스의 조크를 사회자가 했다) 그리고 그런 비아냥에 박장대소하는 백인들과 못들은척 등장하는 드림걸스.

마이클 잭슨이 피부색을 하얗게 바꾼건, 성형으로 코를 높인건, 어쩌면 마이너리티가 머저리티로 살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머저리티가 되고 싶었던건지 백인이 되고 싶었던건지, 그건 마이클 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영화 도중에 잭슨 파이브 시절의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 흑인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 잭슨 파이브 시절의 마이클 잭슨은 정말 귀여웠는데, 지금은.... 쩝~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희미해졌을 뿐,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마이너리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대 아직도 꿈꾸는가?





며칠전 누나가 점프 공연 티켓을 준다고 했다. 스카이라이프 5주년 기념으로 스카이라이프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맙게도 아기곰은 누나가 맡아준다고 하니 정말 간만에 찾은 기회다.(이제는 맡겨도 될만큼은 컸다.^^ 기특한 놈... ) 동영상 작업하느라 금요일 밤새우다시피 해서 피곤했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용 공연장은 종로에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종로거리를 걸어보는 듯~ 버스타고 지나가긴 했지만 직접 걸어본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학부 시절에는 제집 드나들 듯 다녔는데...

조금 일찍 서둘러서인지 공연은 40분이나 남았다. 공연장 대기석은 비좁아서 밖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 와이프랑 차 한잔 한지도 꽤 오래 됐다. 엄니랑은? 언제 마신 적이 있었나..?? 바로 옆에 제법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자리를 잡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꽉 차서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에 나란히 셋이 앉았다. 녹차라떼와 스트로베리 라떼, 빵쪼가리 몇개. 깔끔한 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대충 허기도 채우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객석은 직원 가족들로 꽉 찼다.

소복같이 흰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90도 꺽어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객석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관객이 아닌 배우다. 벌써 퍼포먼스가 시작된 것이다. 관객에게 업어달라고 하는가 하면 의자사이를 헤집고 다녀 관객들을 전부 일어서게 하기도 했다. 그래도 흥겨운건 이 할아버지가 뭔가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 나온다. 사탕 나눠주던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사라지자 퍼포먼스의 막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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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격찬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무술과 코미디를 버무린 퍼포먼스라... 요새 같이 회사일 바쁘고 힘들땐 딱이다. 그냥 웃고 즐기면 그걸로 오케이다.

이 퍼포먼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이다. 재미있지만 무서운 할아버지, 50대 가장인 아빠, 주책스러운 엄마, 예쁜 딸, 술꾼이자 말썽꾸러기인 삼촌, 그리고 안경만 벗으면 괴력을 발휘하는 청년.(소개에는 son in law로 나온다) 모두 태권도와 태껸, 쿵후고수이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무술을 구사한다. 특히 말썽꾸러기 삼촌 캐릭터는 취권의 성룡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임창정의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스토리는 간단하다. 무술고수 집안에 어리버리한 도둑 2명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이야기의 전부인 셈. 워낙 대사가 큰 의미없는 Non-verbal이라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장면 하나하나의 상황이 중심이라 그냥 즐기면 된다.

공연 중간에 할아버지 고수가 진정한 무술고수를 찾아야 겠다고 객석으로 내려왔다. 왠지 느낌이 와이프가 선택될 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와이프가 복도쪽에 앉아 있어서 불려나가기는 좋아서... 근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명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ㅜ.ㅜ 무대위로 올라오란다. 에휴.. 오늘 내가 관객앞에서 웃음꺼리로 되고 마는구나...

그래도 당황하지 않은척 뚜벅뚜벅 올라갔다. 무대위는 점프를 많이 하는 퍼포먼스 특성상 굉장히 푹신했다. 객석쪽은 빛때문에 보기 힘들었다.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내가 무술의 고수인 만큼 실력을 보이랜다. 대련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폼이나 잡자. 모 늘 그렇듯이 내가 하는 시늉만 하면 배우들이 다 알아서 액션을 취해준다. 관객들은 그 상황이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는다. 이번에는 내 몸을 검색하겠다며 배우들이 뒤지는척 하더니 도끼니, 뻰찌니, 칼이니 이런걸 마구 쏟아낸다. 역시 고수라나 뭐라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지나가고 내게 수고했다며 공연 브로셔를 줬다. 살까 했었는데 잘됐다.

공연은 끝나고 배우들은 마지막 점프를 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무대인사에서 안경쓴 청년과 딸은 결혼예복을 나란히 입고 나오기도 했다. 제일 눈길 가는 배우는 삼촌역이었다. 익살스러운 동작과 연기력, 그리고 잠프실력도 제일 출중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점프에 캐스팅 된 배우들은 무술을 배우는걸까 아니면 무술 잘하는 사람들중 배우로 캐스팅 하는걸까? 그러기엔 너무 무술도 잘하고 연기도 잘해서...

점프는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아시아적인 이미지를 많이 담고 있다. 파란눈의 외국인이 보기에는 중국 퍼포먼스로 본다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이소룡, 성룡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좀더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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