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계백이 황산벌로 나가는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요? 말에 오르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내가 죽든 네가 죽든 여기서 결판을 내자.' 라고 뇌까리지 않았을래나요. 김경문감독도 집에서 운동화 끈 매면서 비슷한 심정이었을겁니다. 수치적으로는 2패가 남았지만 정서적으로는 1패만 남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만큼 두산으로서는 오늘은 이유 불문하고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김성근감독은 또 꼼수를 냈네요. 선발로 김광현 대신 송은범을 낸겁니다. 일단 의외의 카드를 뽑음으로써 두산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구요. 대신 김광현은 체력을 비축시켜 5차전에 대비했네요. 작년 리오스에게 신예 김광현을 맞대결시켜 리오스를 자극했듯이, 오늘은 랜들과의 경기에 송은범을 올렸습니다. 역시 야신다운 결단입니다. 하지만 왠지 얄밉게만 보이는군요. 내가 너무 야박해졌나요?
타순도 SK는 전혀 새로운 순서로 채워졌네요. '이진영-박재상-김재현-박재홍-최정-정근우-나주환-박경완-김강민'으로 짰습니다. 생소하군요. 반면 두산은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멤버로 나왔습니다. 김재호가 이대수 대신 나왔다는 것 외엔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네요. 내심 타순조정을 해주길 바랬는데요. 달감독이 결국 뚝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4차전의 결과는 1:4 SK의 완승입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렸구요. 악몽같은 10월을 맞고 있습니다. 두번의 만루찬스를 놓친게 패인이네요. 자칫하다가는 안방에서 저들의 축포가 터지는걸 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치욕적인 상상이지만 말입니다.
1. 달감독이 지목한 김현수와 고영민
김경문감독이 김현수와 고영민을 좀 터뜨려줘야 할 선수로 꼽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터지고 있는 친구들인데요. 두산이 잘 나갔을 때는 두 선수가 중심에 있었RLDP, 오늘은 무조건 이 두명이 부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닥 좋지 않았네요. 특히 4회말에는 볼넷으로 나간 고영민을 1루에 두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별다른 작전도 없었죠. 근데 잘 때린 김현수의 공이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수의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 너무 안타깝네요. 그거 빠지기만 했으면 당연히 2, 3루였는데 말이죠. 김현수의 부진도 씻을 수 있었는데... 참 안되려니 이래도 안되나 싶더군요.
오늘 고영민은 볼넷을 2개를 고르고 안타를 뽑아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현수는 안타 없이 4타수 무안타 기록했었습니다.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네요. 그래도 김현수 지금까지 잘 해줬으니 아무런 불만 없답니다. ^^
2. 눈물겨운 랜들의 호투
랜들은 정말 수호신이었습니다. 7이닝 3실점으로 위기를 잘 넘겨줬구요.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줬습니다. 아마 올해 한국시리즈 최초의 퀄리티 스타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고맙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남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니 얼마나 눈물겨운지요. 정말 위기를 넘기는 순간마다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랜들의 얼굴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홀로 버티고 있는 맏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감상적인가요?
이상하게 SK는 랜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랜들의 변화구 제구력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쓰리볼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갈 수 있는 랜들이기에 SK타자들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죠. 아무쪼록 랜들이 다시 한번 선발로 등판해야 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원해봅니다.
3. 너가 있기에 두산이 있다, 김동주 홍성흔
김동주와 홍성흔은 오늘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김동주는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구요. 홍성흔은 찬스를 이어주는 안타를 고비마다 만들어줬죠. 이렇게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는 고참이 있기에 신참들도 나날이 발전하는거구요. 김동주, 홍성흔 같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있다는게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특히 김동주는 팔꿈치 부상으로 불편한 몸으로 4번타자 역할을 잘 해줬구요. 3루수비도 무난하게 펼쳤습니다. 벤치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도 김현수를 보듬어주며 매니저를 자임했다고 하던데, 안봐도 눈에 훤합니다. 그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4. 이제는 즐기면서 야구하자
김현수의 부진보다 더욱 걱정되는건 두산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만큼은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두산이었는데, 지금은 적쟎이 침체되어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몸놀림도 느리더군요. SK선수들과 대비될 정도로요. 어딘지 부담감에 주눅들었다고 할까요. 자신있는 플레이가 실종된게 참 아쉽습니다.
특히 9회초 이용찬의 패스트볼은 추격의지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진영의 우전안타 때도 고영민의 수비동작은 반쯤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구요. 1패 이상의 안좋은 징조가 패배의식인데요. 우리 선수들 힘들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한발 더 뛰어줬음 좋겠습니다.
이런 분위기로는 4차전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릴랙스하고 경기를 즐겨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수고많았는데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부담없이,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네요. 가끔 하늘도 보고, 관중석에 이쁜 여자 있는지도 둘러보고, 카메라는 누굴 찍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렇게 여유있게 경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당연히 랜들입니다. 퀄리티 스타트로 에이스의 위용을 지켜줬구요. 무려 7이닝을 막아줌으로써 불펜진의 소모를 대폭 줄였습니다. 덕분에 내일 남은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네요.
덧글 1...
2000년에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대결에서 3패 후 3연승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7차전에서는 퀸란의 뜬금포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끝까지 감동적인 투혼을 발휘했었죠. 이번에 다시 2000년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김성근감독은 또 꼼수를 냈네요. 선발로 김광현 대신 송은범을 낸겁니다. 일단 의외의 카드를 뽑음으로써 두산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구요. 대신 김광현은 체력을 비축시켜 5차전에 대비했네요. 작년 리오스에게 신예 김광현을 맞대결시켜 리오스를 자극했듯이, 오늘은 랜들과의 경기에 송은범을 올렸습니다. 역시 야신다운 결단입니다. 하지만 왠지 얄밉게만 보이는군요. 내가 너무 야박해졌나요?
타순도 SK는 전혀 새로운 순서로 채워졌네요. '이진영-박재상-김재현-박재홍-최정-정근우-나주환-박경완-김강민'으로 짰습니다. 생소하군요. 반면 두산은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멤버로 나왔습니다. 김재호가 이대수 대신 나왔다는 것 외엔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네요. 내심 타순조정을 해주길 바랬는데요. 달감독이 결국 뚝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4차전의 결과는 1:4 SK의 완승입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몰렸구요. 악몽같은 10월을 맞고 있습니다. 두번의 만루찬스를 놓친게 패인이네요. 자칫하다가는 안방에서 저들의 축포가 터지는걸 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치욕적인 상상이지만 말입니다.
1. 달감독이 지목한 김현수와 고영민
김경문감독이 김현수와 고영민을 좀 터뜨려줘야 할 선수로 꼽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터지고 있는 친구들인데요. 두산이 잘 나갔을 때는 두 선수가 중심에 있었RLDP, 오늘은 무조건 이 두명이 부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닥 좋지 않았네요. 특히 4회말에는 볼넷으로 나간 고영민을 1루에 두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별다른 작전도 없었죠. 근데 잘 때린 김현수의 공이 3루수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수의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 너무 안타깝네요. 그거 빠지기만 했으면 당연히 2, 3루였는데 말이죠. 김현수의 부진도 씻을 수 있었는데... 참 안되려니 이래도 안되나 싶더군요.
오늘 고영민은 볼넷을 2개를 고르고 안타를 뽑아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김현수는 안타 없이 4타수 무안타 기록했었습니다.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네요. 그래도 김현수 지금까지 잘 해줬으니 아무런 불만 없답니다. ^^
2. 눈물겨운 랜들의 호투
랜들은 정말 수호신이었습니다. 7이닝 3실점으로 위기를 잘 넘겨줬구요.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줬습니다. 아마 올해 한국시리즈 최초의 퀄리티 스타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고맙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남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니 얼마나 눈물겨운지요. 정말 위기를 넘기는 순간마다 가슴 뭉클해지더군요. 랜들의 얼굴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홀로 버티고 있는 맏아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감상적인가요?
이상하게 SK는 랜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랜들의 변화구 제구력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쓰리볼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갈 수 있는 랜들이기에 SK타자들이 그닥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죠. 아무쪼록 랜들이 다시 한번 선발로 등판해야 할텐데 말이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원해봅니다.
3. 너가 있기에 두산이 있다, 김동주 홍성흔
김동주와 홍성흔은 오늘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김동주는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구요. 홍성흔은 찬스를 이어주는 안타를 고비마다 만들어줬죠. 이렇게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는 고참이 있기에 신참들도 나날이 발전하는거구요. 김동주, 홍성흔 같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있다는게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특히 김동주는 팔꿈치 부상으로 불편한 몸으로 4번타자 역할을 잘 해줬구요. 3루수비도 무난하게 펼쳤습니다. 벤치의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도 김현수를 보듬어주며 매니저를 자임했다고 하던데, 안봐도 눈에 훤합니다. 그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4. 이제는 즐기면서 야구하자
김현수의 부진보다 더욱 걱정되는건 두산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만큼은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두산이었는데, 지금은 적쟎이 침체되어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몸놀림도 느리더군요. SK선수들과 대비될 정도로요. 어딘지 부담감에 주눅들었다고 할까요. 자신있는 플레이가 실종된게 참 아쉽습니다.
특히 9회초 이용찬의 패스트볼은 추격의지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진영의 우전안타 때도 고영민의 수비동작은 반쯤 포기한 듯한 느낌이었구요. 1패 이상의 안좋은 징조가 패배의식인데요. 우리 선수들 힘들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한발 더 뛰어줬음 좋겠습니다.
이런 분위기로는 4차전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릴랙스하고 경기를 즐겨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수고많았는데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처럼 부담없이,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그렇게 뛰었으면 좋겠네요. 가끔 하늘도 보고, 관중석에 이쁜 여자 있는지도 둘러보고, 카메라는 누굴 찍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렇게 여유있게 경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는 당연히 랜들입니다. 퀄리티 스타트로 에이스의 위용을 지켜줬구요. 무려 7이닝을 막아줌으로써 불펜진의 소모를 대폭 줄였습니다. 덕분에 내일 남은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네요.
덧글 1...
2000년에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대결에서 3패 후 3연승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록 7차전에서는 퀸란의 뜬금포로 무너지고 말았지만, 끝까지 감동적인 투혼을 발휘했었죠. 이번에 다시 2000년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