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1995년이니까 군대에 있을 때 입니다. 한창 쫄병 시절인지라 내무반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군기 바짝 든 상태로 일만 하고 있었죠. 그날도 그냥 마대자루로 바닥 밀고 걸레로 침상 닦고 있었습니다.
한 내무반에 고참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있었는데요. 바로 두산(당시 OB)과 롯데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죠. 1995년의 챔피온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일병이 TV를 볼 수 있나요. 그랬다간 당장 집합 걸릴텐데요. 내무반 밖으로 들려나오는 고참들의 함성소리로 짐작만 할 뿐이었죠.
그러다 어렵사리 걸레로 침상을 닦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내무반은 후딱 닦고 TV가 있는 내무반에서 정말 광이 나게 닦고 또 닦고 했습니다. 다 닦아도 나가기 싫어서 눈치를 보며 밍기적 대고 있었죠.
그때 누구였는지 고참이 저를 보며 얘기하더군요.
고참 : "야 너 야구 보고 싶지?"
속에서는 "네!~~" 외쳤지만 그럴 수야 있나요.
쫄병 : (당황한듯) "아.. 아닙니다. 괜챦습니다."
고참 : "마 괜챦긴 뭐가 괜챦아. 보고 싶으면서 뭘~ 그냥 앉아서 봐"
쫄병 : (머뭇...)
고참 : "그냥 보래두~ 괜챦아. 내가 보라면 보는거야"
쫄병 : (긁적긁적) "아.. 예 알겠습니다!"
그 때 그 고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누가 면회오는 것보다 훨씬 더 반가운 말이었죠. 아쉽게도 그 고참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1995년의 우승은 좀 특별합니다. 박철순 형님이 13년을 기다려온 마지막 현역 우승이었거든요. 허리 디스크로 몇년을 재기했다 실패하고 다시 재기했는데, 현실적으로 95년이 형님에겐 거의 마지막 도전이었죠. 그런 까닭에 박철순은 우승한 후 그라운드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저도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속으로는 눈물을 엄청 흘렸구요.
아직도 마지막 투수 앞땅볼을 처리하던 권명철의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그라운드에서 뒤엉킨 선수들도 또렷이 기억하구요.^^
올해는 SK에 복수전으로 꼭 우승했음 싶네요. 그 때의 감격을 또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