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lg인 이상, 플레이오프는 경기가 아닌 전쟁이다. 

lg에게 지는 플레이오프는 야구팬의 기억이 존재하는 한 계속 회자되면서 놀림감이 되고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이다,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안경현의 동점홈런이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운 대첩으로 남는 것처럼..


그래서 이번 플레이오프에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lg팬들은 11년 만에 치르는 가을야구라 티켓파워에서 상당한 힘을 보여줬다. 10년 넘게 눌려온 설움을 한번에 터뜨릴 수 있는, 게다가 다시 언제 올지 모를 기회인데 그냥 집에서 볼 순 없었을게다. 구름같이 몰려드는 lg팬들,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1차전 잠실야구장은 lg팬들이 60% 정도 차지 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어렵게 티켓을 구해서 직관했는데, 외야쪽 두산 관중석에 태반이 유광점퍼였다. 그 한풀이에 다소 초반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과 팬은 혼연일체로 승리를 따냈다. 



1차전 승리는 의미가 있다. 넥센과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올라와 체력이 소진한 두산이 lg를 이길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확히는 박동희 빼고는 없었다. 그런 일방적인 전망과 열악한 살풀이 분위기 속에서 엮어낸 첫승은 남달랐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의 초보생인 lg로서는 첫 패배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압박감은 실제 시리즈 내내 lg를 에러로 괴롭혔다. 2차전은 리즈의 인생투구로 완패했다. 160km의 강속구와 140km의 슬라이더가 제구력을 갖추니 더 이상 어떻게 손 쓸 수가 없었다. 깨끗하게 손들었다. 그래, 리즈 너가 짱먹어라. 


그리고 맞은 두산 홈게임인 3, 4차전. 3차전에서 다소 피곤한 니퍼트를 올려 승부수를 던졌던 김진욱 감독의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힘 떨어진 구위를 노련한 운영으로 만회하며 3실점으로 막아줬다. 특히 9회초 4연타석 안타를 맞으면서도 홈에서 2명을 잡아낸 임재철과 민병헌의 보살은 역대급 충격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막아 5-4 승리. 두산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팀이란걸 lg에게 분명히 보여줬다. 마지막 4차전에선 lg팬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lg의 상징인 마무리 봉중근에게서 8회말에 홈런 1개, 3루타 2개, 안타 1개 등으로 단숨에 3점을 뽑아낸 것. 아마 lg팬들 뇌리에는 치욕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을 것이다. 


이로써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온갖 불리한 조건을 딛고 업셋을 성공시켜 '미라클 두산'의 위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lg팬에게는 트라우마이겠지만, 두산팬으로선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명승부도 남겼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삼성. 굳이 설명안해도 현존 최고 전력의 삼성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당연히 삼성이 우승이라고 하겠지만, 이미 미라클 두산의 힘으로 업셋을 이뤄온 만큼 충분히 해볼 만 하다. 또 하늘의 기운이 두산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이왕 여기까지 온거 끝을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우승을 해야 만년 준우승팀이란 오명도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죽기 살기고, 최!강!두!산! 화이팅~~!!!

 


잔인한 5월이 끝나면 찬란한 6월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6월의 현실은 냉혹했다. 


지금 6월은 찬란하기는 커녕 야구와 담을 쌓고 싶은 심정이다. 6월 들어 위닝 시리즈 한번 하더니, 엘지엔 어이없지 지고, 삼성에 스윕까지 당했다. 그것도 2연속 끝내기 홈런을 홍상삼이 맞아 가면서. 오늘로 5연패 늪에 빠졌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두산 홈페이지가 엘지 홈페이지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감독교체 성화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 영입 요구까지 나왔다. 막장의 끝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5월 위기는 팀 컬러가 실종되었다는데 있다. 김진욱 감독의 선발야구가 유명무실해지고, 그렇다고 두산의 전통적인 끈끈한 플레이가 살아나지도 못했다. 김진욱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야구를 기대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야구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한다. 야구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욱 감독은 선발야구가 김경문 감독의 불펜야구를 넘어서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5월엔 실패했다. 그리고 6월을 기대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6월도 승패에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징표들일랑 집어 치우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숫자가 주는 의미 보다 숫자 이면의 의지를 읽고 싶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는 법 아닌가. 우선 김진욱 감독이 지향하는 선발야구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걸 꼽을 수 있다. 니퍼트와 노경은 외 5이닝 2실점을 보여준 올슨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앞으로 몸관리를 잘한다면 6~7이닝도 소화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니퍼트, 나이트, 레이예스 등의 리그 특급 외국인 투수와 견줄 순 없다. 그러나 올슨이 앞으로 5~7승만 해준다면, 두산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용찬의 컴백이다. 현재 불펜피칭을 하고 있어 6월 안에는 컴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용찬의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직구가 그리워진다. 유희관도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쳐 불펜에만 두기에 아까운 실정이다. 그것도 삼성 장원삼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빌고 승은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크게 어필한 경기였다. 아마 김진욱 감독도 유희관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연패는 선수단의 힘이 아닌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뭔가 심적 부담을 안고 뛰는게 눈에 보인다. 득점 찬스에서 잔루를 남발하니 스윙도 점점 자신 없어지고, 스윙이 무뎌지니 타점이 주는 빈곤의 악순환인 상태다. 감독부터 화이팅을 외쳐야 한다. 감독이 주눅든 상태니 선수들이 힘이 날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김진욱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발야구가 부활해야 한다. 선발야구가 성과를 거두면 김진욱 감독의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질 것이고, 안정적인 선수단 운용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 김진욱 감독에 대한 진퇴 여부는 시즌 후에 거론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응원으로 선수단의 기를 북돋워줘야 할 타이밍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김선우가 두산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내 주위엔 김선우가 선발인 날엔 직관을 피하겠다는 팬들도 많다. 승패를 떠나서 답답한 투구를 보기 싫어서다. 마운드의 대들보여야 할 써니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팬 입장에서 보면 무뎌진 팔의 각도가 계속 눈에 밟힌다. 오버스로였던 폼이 언제부턴가 쓰리쿼터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사이드암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완만한 각도가 공의 위력을 떨어뜨린건지, 떨어진 공의 위력을 올리기 위해 각도를 내린건지, 그건 알 수 없다. 확실한건 전성기에 비해 팔이 내려갔다는 점이다. 어쨌든 140km가 안되는 직구와 횡으로 벌어지는 변화구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체력도 문제있어 보인다. 올해 가장 많이 던진게 90개였다. 5 2/3이닝이다. 이후 평균 60개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수준으로 보면 맥시멈 6이닝이고 현실적으로 5이닝을 목표로 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선발 목표가 고작 5이닝이라면 불펜에겐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김선우를 불펜으로 내릴 수도 없다. NC 손민한이 선발로 뛸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두산의 고민이다.결국 김선우가 선발인 날엔 불펜이 바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롱릴리프 역할이 중요해진다. 오늘 김상현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처럼. 


[사진 출처 : OSEN]


그렇다고 김선우의 가치를 폄하할 순 없다. 그가 두산에 기여한 바가 크고, 베테랑의 역할을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경험이 투수진에 미치는 영향을 가벼이 볼 수 없다. 다만 노쇠화에 접어든 김선우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 두산 코치진은 해법을 내놔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2008년 6승에서 시작해 2011년 16승으로 최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참고로 2012년 6승으로 급감한 뒤 올해 2승 5패 기록 중이다. 


머지 않은 날에 김선우 등판일이 글루미데이가 아닌 써니데이가 되리라 믿는다. 메이저리거는 분명 클래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재응이 제구력으로, 김병현이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각각 4승씩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오늘 경기는 엘지에게 졌다. 3회 박용택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후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준 계투진 덕분에 역전의 발판은 마련했는데, 거기까지 였다. 8회에 정의윤에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를 놓쳐 실점하면서 분위기를 뺐겼다.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한게 아쉽다. 그러나 이제 두산 마운드가 5월의 악몽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전투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내일은 반드시 이겨 현충일 시리즈를 위닝으로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선발은 니퍼트와 신정락이다. 



오늘 잠실 라이벌전이 기대된다고 하자 회사 선배가 말하더라. "엘쥐는 라이벌이 아냐. 앙숙일 뿐이지." 그렇다, 언제부터 엘지가 라이벌이었다고. 우린 그저 앙숙이었을 뿐이다. 한쪽이 지면 한쪽이 이기는 제로섬 게임처럼 엘지는 앙숙일 뿐이다. 라이벌엔 져도 앙숙에 지면 화나는 이유다. 


이번 현충일 시리즈에 더 관심이 모이는건 두 팀이 모두 상승세에 있기 때문이다. 악몽의 5월을 보낸 후 2연승 중인 두산과 최근 5연승 중인 엘지 모두 컨디션 최정점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이번 시리즈의 성패가 양팀의 6월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 게다가 두산은 불과 반게임 차로 엘지에 앞서 있다. 단순한 시리즈가 아닌 이유다. 앙숙전은 기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실력은 두번째이고 기싸움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리드하고 있어도 불안하다. 앙숙전은 분위기가 좌우한다. 점수 차가 몇점이건 간에 분위기가 넘어가면 5점 차든 10점 차든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


오늘 경기는 앙숙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9-7이란 점수가 말해주 듯 박빙이었다. 주키치가 일찍 무너져 게임은 쉽게 흘러갈 듯 보였지만, 앙숙전은 작은 플레이 하나에도 분위기가 넘어가기 쉽다. 도루 하나, 호수비 하나, 뭐 이런 것들이 분위기를 업시킬 수 있고 경기 흐름을 바꾸곤 한다. 그 역할이 오늘은 오지환이었다. 비록 5타수 1안타로 부진했지만, 그 1안타가 필승 계투조로 나온 이재우에게 뽑은 홈런이었다. 등판해서 제구가 잡히기도 전에 맞은 홈런으로 이재우는 안타와 볼넷을 내주고 내려가고 말았고. 베테랑 투수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이 홈런으로 엘지 타선은 살아났고 맹추격의 발판이 되었다. 만약 이재우 뒤를 이어 올라온 홍상삼이 분위기를 셧다운시키지 못했다면 오늘 경기 결과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불어 홍상삼은 비록 실점도 하고 9회 이대형에게 홈런도 맞긴 했지만, 자신감있는 공을 뿌렸다. 특유의 건방구름 잔뜩 낀 표정은 홍상삼이 컨디션이 좋을 때 짓는 표정이다. 그 표정에서 이미 승리를 예감하긴 했다. 


[사진 출처 : OSEN]


타선은 오늘도 뻥뻥 터졌다. 워낙 김진욱 감독이 주키치에 강한 타순을 짜긴 했다. 박건우-민병헌-김현수-홍성흔-오재원-허경민-양의지-김재호의 타순. 특히 오재원은 좌타자임에도 0.786의 가공할 타율을 갖고 있었고, 오늘도 2타수 1안타 1득점을 올렸다. 결국 주키치는 3이닝 5자책 6실점. 무려 104개를 던졌다. 홈런을 날린 홍성흔, 3안타의 민병헌도 잘했지만, 주목하고 싶은 선수는 김재호다. 손시헌의 백업도 억울한데 허경민에까지 밀리면서 존재감이 미미하긴 했다. 그러나 한풀이라도 하듯 오늘 4안타에 2타점을 올렸다. 타석수가 적긴 하지만 시즌 0.438의 고타율이다. 김재호를 평가할 때, 수비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공격력이 미흡하다고들 한다. 그게 저평가의 원인이 되었고. 아마 올 시즌에도 주전보다 백업으로 나올 날이 훨씬 많을 것이다. FA를 맞는 손시헌에 기회가 더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김재호는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능력이 있고 시즌은 긴 만큼,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분명 돌아갈 것이다. 


내일 선발은 김선우와 우규민이다. 김선우에겐 5이닝 2실점을 기대한다. 그동안 초반 3이닝은 잘 던지다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몰매를 맞기 일쑤였다. 앙숙전인 만큼 초반에 실점할 가능성도 크다. 오늘 막판에 보여준 엘지 공격력을 볼 때 분위기는 내일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규민 역시 긴 이닝을 소화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선발을 내리느냐의 싸움이 될 듯 싶다. 



외국인 투수 올슨은 허벅지 부상이다. 3년차 이정호가 메운다. 

에이스 니퍼트가 등 부상이다. 유희관이 5.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다. 

마무리 홍상삼의 공이 위력적이지 않다. 미스터 제로 오현택이 수호신으로 거듭 난다. 

고영민이 허리가 좋지 않다. 허경민이 고젯을 잊게 해준다. 

양의지가 홈 쇄도하다 넘어졌다. 박세혁이 호수비를 펼친다. 

정수빈 성장이 더디다. 동갑내기 친구 박건우가 버티고 있다. 

임재철이 초반 출장이 어렵다. 대신 민병헌이 거포 외야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게 화수분 야구의 바이블, 두산베어스의 요즘 모습이다. 팀을 2개, 3개로 나누어도 모자람이 없는 두산의 위력적인 뎁스다.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 하다. 위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은 포텐셜들이 더 있다. 최주환, 김재환, 김강률, 김동한, 이우성, 김인태, 류지혁, 안규영 등. 게다가 역대 최강의 포텐셜인 성영훈은 아직 시동도 걸지 않았다. 더욱 희망적인건 예전엔 타자들만 화수분이었는데, 이젠 투수까지 명함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왼손 파이어볼러만 터져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대체 이현호, 진야곱은 무얼 하고 있는지.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어린이날 시리즈를 위닝으로 이끈건 바로 이 화수분 덕분이다. 토요일 선발 출전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니퍼트의 부상으로 구멍이 나자 커피감독은 주저없이 유희관 카드를 빼들었고, 유희관은 보란 듯이 승리를 따냈다. 그것도 프로 첫 승이다. 135km 수준의 직구에 불과하지만 자신감 있는 투구와 미친 제구력으로 니퍼트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오현택은 또 어떤가. 마무리 역할을 유감없이 해주고 있다. 홈 플레이트에서 횡으로 변하는 공을 타자들이 쳐내기 쉽지 않다. 과거 이강철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이다. 김강률 같은 파이어볼러가 나온 후 올라온다면 타자들은 더더욱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야수도 진영이 탄탄하다. 가장 활약이 뛰어난건 허경민이지만, 이번 어린이날 시리즈에서 빛난건 단연 박세혁이다. 해태 박철우 선수의 아들로도 유명한 그는 원래 양의지, 최재훈에 이은 3번 포수다. 이토 코치의 황태자였던 최재훈에 밀려 백업 출장조차 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양의지의 컨디션 난조로 잡은 기회에서 그는 포텐셜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는 물론 블로킹까지 수준급이더라. 상대적으로 아쉬운건 도루 저지율과 타석에서의 자신감. 적어도 타격은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감안하면 충분히 개선되리라 본다. 대학 시절에도 나름 장타자였고. 이로써 두산은 주전 포수 양의지에 좌타 박세혁과 레이저 송구 최재훈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박세혁은 이두환을 보고 반해 포수를 하게 되었고, 롤모델은 요미우리의 아베란다


두산으로선 주전들의 잔부상이 많은 5월이 위기다. 더스틴 니퍼트, 양의지, 이용찬, 게릿 올슨, 김현수, 김동주, 이종욱, 김재호 등이 이런저런 부상으로 전력 제외되었거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반기 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어린이날 시리즈를 잡았으니 한시름 놓은 기분이다. 또한 작년 어린이날 시리즈 패배를 설욕까지 했으니 이번 주말 경기의 또 다른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오늘은 직관 갈 계획이 없었다. 요 며칠 술자리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일찍 귀가하여 쉴까 했는데, 회사 선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버렸다. 그 놈의 두산팬심이란게 뭔지. 누가 가자고 하면 귀는 펄럭귀가 되고 마음은 이미 잠실을 향해 날아간다. 


잠실구장에 들어설 무렵 이미 1회초부터 실점한 상태였다. 차안에서 선배와 써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나눴다. 내려간 팔의 각도, 떨어지는 직구 구속에,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멘털문제까지. 지금에서야 말하건대 오늘 선발이 써니여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장호연 같은 능글맞은 성격도 아니면서 140이 안되는 직구 구속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터. 써니는 너무 양반같은 성격이 흠이다. 그저 5회까지 엘쥐와 비슷하게만 꾸려나가주길 바랬다. 근데 바람은 바람일 뿐. 상대 타자들은 대놓고 휘두르고 있었다. 지켜보기 괴롭다. 중앙석에서 나와 구장 내에 있는 불량식품들로 대충 허기를 채웠다. 경기는 내내 9회말까지 답답한 상황을 연신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해댔다. 이거이거 5월의 악몽이 다시 반복되는건 아닌가 싶었다. 



얼마 전 포스팅 한 '4월의 허슬두'에서 언급했듯이 근자 몇년간 두산에게 5월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봄 햇살이 잠실벌에 내리 쬐기 시작하면 곰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무너지기 시작했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그 추락의 발단은 어린이날 시리즈였다. 봄날의 곰에게 엘쥐란 뭔가 꺼림칙한 존재였다. 잠실더비는 객관적인 전력 차이와 상관없는 기싸움이니까. 마치 고교야구와 비슷하다. 한번 말리면 계속 말리게 되는.


결국 어린이날 시리즈 첫 경기는 놓쳤다. 게다가 내일 선발 예정되어 있던 니퍼트가 아파서 한번 거른단다. 대신 선발은 유희관이다. 확실하게 경기를 매조지 할 수 있는 에이스가 빠진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자기 공을 두려움 없이 던질 수 있는 유희관이라니 기대는 갖게 된다. 


사진은 홍성흔이 홈런치고 들어오는 장면이다. 중앙석에서 찍으면 뷰가 탁 트인다. 게다가 홍성흔의 홈런이라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올해 홍성흔이 없었다면 두산의 클린업은 어땠을까 싶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계는 2할 7푼대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두목곰은 2군 안가는게 다행일 정도다. 홈경기 승률 50%도 안되는건 중심타선의 침묵 때문. 참고로 나의 올 시즌 직관승률은 제로다. 1무 3패. 언제쯤 승리의 직관을 할 수 있으려나. 



인터넷에 두산코칭스탭을 두고 말들 참 많습니다. '누구를 1군에 올려라', '누구를 내려라' 등 각자가 감독이 되어 이러콩 저러쿵 훈수두려 합니다. 물론 다 베어스팬들이고 두산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건 알지만요. 그런 글 읽을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리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팀 내부의 사정을 감독, 코치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지식의 양과는 상관없는 직접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코칭스탭의 결정이라면 믿고 따라주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특히나 최근 두산의 부진이 외부악재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에 기인한 결과이기에, 따끔한 질책보다는 따뜻한 포옹이 더 절실한 때입니다.

이번주는 전반적으로 우울했습니다. 라이벌전에서 밀렸구요. 한화와의 첫 경기도 직관갔었는데 패했고, 한화전도 위닝시리즈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그닥 실망스럽지는 않은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듯 보여서요. 금주 마지막 경기에서 어쨌거나 역전승으로 힘겹게 연패를 탈출했습니다. 병살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참 신기하구요. 상삼이가 퀄리티를 기록했다는 것도 대견스럽습니다. 거기에 외부악재에 대한 후유증이 서서히 씻겨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네요. 물론 상당 기간 이로 인한 비아냥은 들어야 할겁니다만... 에혀... 고인도 불쌍하고 태훈이도 안타깝네요. 

이효봉 해설위원은 들으면 들을수록 참 인간적인 해설위원이더군요. 핵심도 잘 짚을 뿐만 아니라 늘 약자의 편에 선다는게 느껴집니다. 하일성이 시원한 효자손이고, 이순철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이효봉은 따뜻한 손수건 같다고나 할까요? 들으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주는 두산 최고 라이벌들과의 일전이 펼쳐집니다. 스크(원정)와 싸대기(홈)를 연달아 만나네요. 오늘 시작한 반전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 위해선 다음주 선전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2승이나마 건질까 싶지만, 감히 4승을 예상... 아니 기대해봅니다. 젭알...!

덧글...
싸대기 3연전의 첫 금요일 경기 직관할까 하는데, 직관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되네요. ㅜㅜ


어느 팀이나 한 시즌 성패를 좌우하는 경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두산에게는 어린이날 시리즈가 그런 경기 가운데 하나죠. 아마 lg는 더 절박할겁니다. 늘 4월에 좀 치고 달리다가 어린이날 참패를 계기로 쭈욱 미끄러져 왔으니까요. 거의 어린이날 트라우마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근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네요. 1승 2패로 밀리면서 lg는 상승세를, 두산은 완만한 하향세를 당분간 그릴 듯 합니다. 우울하네요.

하지만 두산은 결국 이겨낼겁니다. 이번 시리즈에서의 패배가 타자들의 극심한 부진 때문이었으며, 투수들은 나쁘지 않았거든요. 찬스에서 살려내지 못한 몇번의 찬스가 점수로 연결되었다면 아마 두산은 쉽게 내주진 않았을겁니다. 뭐 모든 팀에 if라는 가정을 붙이면 우승못할 팀도 없겠지만, 어쨌든 두산이 강팀이란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구요. 그 부활의 계기를 누가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다음주 sk전이 전반기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리라 봅니다.

덧글...
신은 두산에게 최고의 야수를 주었지만, 최악의 왼손 불펜을 주었습니다. 시즌 전에는 최고의 야수가 최악의 왼손 불펜을 커버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어린이날 시리즈를 치르면서 반대의 상황을 우려하게 되네요. 특히 sk를 꺾기 위해서는 더더욱...

 

올시즌 두번째 직관 다녀왔습니다. 잠실 lg전. 기분 상당히 우울하더군요. 졸전 끝에 경기 놓쳤습니다. 타자들의 물방망이 심각하더이다. 시즌중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인 어린이날 시리즈의 첫 경기를 영봉패 당했는데요. 옆집과의 경기는 늘 기싸움이기에 자칫 lg에게 3연패에 몰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 두목곰 삼진, 이종욱의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게 패인이었네요. 임태훈의 피안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설사 박용택을 거른다해도 만루에서의 이병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10회 동안 안타 3개인가로 영봉패를 당한 타자들이 문제일 뿐...

덕분에 경기 끝나고 소주 두잔 마셨습니다. 뭐 동행한 선배와 다른 얘기 많이 해서 기분은 풀렸으나 혹시나 하는 음습한 기분은 유쾌할 수 없더군요. 반드시 2차전은 이겨야 합니다. 젠장...


두산은 올 시즌 개막 2연전을 LG와 잠실에서 대결했습니다. 1차전은 보고 2차전은 일이 있어 못봤는데요.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나요? 1차전은 이기고 2차전은 졌다고 하네요. 일단 1차전을 통해 본 두산은 아직 제대로 자신의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팀 영봉승을 거뒀다고는 하나, 니퍼트를 제외하곤 투수진이 불안했구요. 특히 용찬이는 왜 그렇게 자신없게 볼을 뿌리는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달세는 타자와 승부하기 전에 자신부터 다스려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할테구요. 타선도 강속구 투수 리즈를 처음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냥 불을 뿜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두목은 역시 두목이라는 점, 고젯이 부활 조짐을 보인다는 점을 빼곤 그냥 심드렁했네요. 이런 우려는 2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구요. 박현준에게 한점도 못내고 물러났다니 좀 어이가 없더군요.

Vs lg
1차전 : 4-0 니퍼트 승 개막 첫 승 니퍼트,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2차전 : 0-7 이혜천 패 [포토] 정운찬 ‘괴로울 땐 야구가 최고지’

더 화가 나는건 김현수와 양의지의 부상입니다. 시즌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주포 2명이 부상이란... 말이... 어휴... 음... 야구팬들에게 두산의 뎁쓰를 자랑하려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초반부터 우리 이러지 맙시다. 스크는 벌써 달아나고 있단 말입니다. 성큰감독님의 투정은 역시 엄살이었다는게 증명이 되었고, 두산은 아직 2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걸 자각하고 다시 투지를 불태우기 바랍니다.

두산 관중은 여전히 노도와 같은 응원으로 수도권 최고 인기팀임을 증명하고 있다는게 유일한 위안꺼리였던 2연전이었네요. 봄날의 곰에게 지금 필요한건 긴잠을 깨우는 왕자님의 키스입니다.

덧글 1...
라미레스는 퇴출이 결정되었다고 하네요. 2군에 가서도 그렇게 두드려 맞으니... 에혀... 당연한 선택이구요. 그나마 결정이 빠르게 나와서 다행입니다.

덧글 2...
정운찬 전총리님 심난한 마음 달래려 야구장을 찾으셨다는데, 혹떼러 왔다가 혹 하나 더 붙이고 가신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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