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충동구매하듯 이 책을 집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들 중에 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저 하얀 표지에 제법 두거운 하드커버, 그리고 제목에 이끌렸을 뿐이다. (내가 본 책은 왼쪽 이미지와는 다른 하얀색이었다.) 

 

목차를 보니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약 2000년 간 아내라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기술한 책이었다. 다분히 서양의 관점이다. 동양 관점도 있을까 둘러봤지만, 딱히 보이지 않아 읽기로 했다. 꽤 두꺼웠지만, 첫 페이지를 열고 얼마 되지 않아 덮을 수 있었다. 그다지 어렵지도 그다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그냥 역사적인 서술에 가까웠다.

 

이 책에서 고대라 함은 성경에 나오는 시대를 뜻한다. 당시엔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 이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던 만큼 아내의 지위는 철저히 종속적이다. 결혼보다 하위 개념이며 가정이 평화로우면 아내의 역할은 충실히 했다고 평가받는 시대다. 하지만 결혼관에는 서로 다른 두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결혼이 종족번식과 관계있다고 믿는 유대교와 종교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기독교. 전자를 따르는 히브리인들에게는 아내가 행복의 대상이었기에 아내의 노출과 화려한 의상이 용인되었으나, 후자의 기독교인들은 이런 장신구들이 비난의 대상이었단다. 그럼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시각엔 두 종교에 차이가 없었다. 

 

그리스, 로마문명을 거치면서 여자의 소유물이라는 개념은 좀더 구체화된다. 결혼식이란 신랑과 신부 아버지 간의 계약이며 이를 증거하기 위해 예물을 주고 받는 것으로 발전한다. 식장에서 신부는 아버지에게서 신랑으로 인도되는 의식을 치르는 것도 그런 때문이며, 현재도 유효하다. 종교의 권위가 맹위를 떨치던 중세시대엔 섹스가 타락의 지름길로 치부되었다 정확히는 남성의 섹스 환타지는 암묵적으로 권장하되 여성의 그것은 철저하게 은폐시켜야 했다. 중세 신학이 육체는 죄악의 근본이며 결혼은 필요악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던 까닭이다. 역사 해석에서 종교적인 관점을 제외한 18세기 계몽사상가들 역시 여성의 종속성을 의심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성의 인식은 점점 성장하여 프랑스 혁명과 미국 공화정 설립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아내의 사회적 지위가 점차 확대되는 원동력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역사적 팩트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알고 싶은 내용은 빠져있다. 이후에 벌어지는 서부개척시대, 근대, 현대의 여성은 예상했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책 읽는 흥미는 급감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양 역사 속에서의 여성 인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미시적인 정보가 실려있으며, 페미니즘의 입문서로도 충분히 권할 만 하다.

 


사람의 홍채는 지문과도 같아 누구와도 겹칠 수 없다.

그러나 홍채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는 통계의 오류일까? 

아니면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 때문일까?


영화 'I Origins'는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과학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질문을 던진다. 우선 첫번째 주인공인 이안은 논리적이고 지적인 홍채 전문 과학자다. 이안은 진화과정에서 홍채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어떤 요소들을 이용해 눈이 없는 생물에 시각을 부여하여 창조론의 존립기반을 깨뜨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실제 실험으로 이를 증명해낸다. 그리고 두 번째 인물인 소피. 소피는 정형화되지 않은 도발적인 매력을 지녔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라 라틴계의 느낌을 지닌 그녀는 순탄하지 않은 가족사를 겪었다. 이안과의 만남을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으로 여길만큼 과학적인 사고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아니 과학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믿는다. 


살고 있는 도시 빼곤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현상에 이끌려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비극적인 엘리베이터 사고로 소피가 죽게 되면서 끝을 맺는다. 아마도 이안에게 소피는 한바탕 퍼부은 소나기 뒤에 떠오른 무지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할로윈 파티에서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 소피의 눈과 비슷한 광고사진, 연속되는 특정한 숫자 11, 그리고 11을 따라가다 지하철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확률적인 통계론 설명이 무의미하다. 규명할 수 있는 데이터만을 중시하는 이안에게 벌어진 기이한 사랑이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 하긴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게 사랑일 테지만..



이안의 삶속에서 사라진 소피는 7년 후 홀연듯 다시 나타나게 된다. 후배 연구원 카렌과의 사이에서 낳은 이안의 아기가 자폐증으로 의심된다는 병원의 연락이 오고 부터다. 병원에서 실시한 자폐증 검사방식에 의문을 품었던 이안과 카렌은 과학자답게 검사의 진의를 알아낸다. 그건 자폐증 검사가 아닌 홍채가 같은 두 사람의 연관성을 실험했던 것. 아기가 태어나기 바로 전 아기와 같은 홍채를 가졌던 사람이 사망했던 점에 주목해 병원은 아기에게 그 죽은 사람에 관한 사진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폈던 것이다. 아기는 놀랍게도 죽은 사람과 관련한 사진에 웃고 우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부터 이안과 카렌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가설, 즉 윤회설에 눈을 뜨게 된다. 물론 합리적인 의심의 영역에서 말이다. 


이제부턴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원치 않으면 이전 페이지로 이동하시길 권한다.


그러던 중 소피와 같은 홍채를 지닌 사람이 인도에 실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안은 고민 끝에 찾아 나선다. 아마도 두가지의 호기심이 이안을 인도로 이끌었을 것이다. 윤회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픈 이성적 호기심과 옛 사랑을 직접 확인하고픈 감성적 호기심.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찾은 대상자가 유의미한 실험 결과로 나오지 않자 크게 실망한다. 그런 그에게 펼쳐진 반전은 바로 대상자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여준 반응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대상자는 극심한 공포감에 이안에게 안겼던 것이다. 그리고 대상자의 눈을 바라본 이안은 꼬마에게서 소피의 눈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우는 대상자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는 이안이 대상자와 문을 열고 나서는 것으로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대상자는 소피와 같은 홍채를 지닌 7살 여자 아이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왠지 소피와 묘하게 일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윤회설을 얘기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과학을 증명하지도 않는다. 그냥 이안이 연구했던 눈 속에서 진화론의 증거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도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되 계몽적이지 않은 영화는 늘 박수의 대상이다. 게다가 짙은 여운의 결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준다면 기립박수도 아깝지 않다. 'I Origins'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꼬마곰이 좋아하는 영화 보러 갔다. 제목은 몬스터 대학교. 몬스터 시리즈 중 세번짼가 네번째다. 사실 꼬마곰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주인공 설리반 보다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 '부'다. 그냥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 아기인데, 꼬마곰에게는 가장 귀여운 모양이다. 몬스터 대학교에는 '부'가 출연하지 않지만, 어쨌든 영화는 재밌게 봤다. 



이 영화는 왜 마이크와 설리반이 몬스터 주식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과거로 돌아간 스토린데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설리반 보다는 마이크. 마이크의 빛나는 과거와 왜 설리반과 친해지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다 보니 역시 픽사 영화 답게 어른이 봐도 괜찮지 싶다. 특히 꿈을 잃지 않으면 언제든 이룰 수 있다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도 설득력 있게 다가 온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타인 설리반이 사실 처음엔 우편실 근무자였다는 설정도 요즘 같은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시사점을 준다. 



그리고 픽사의 보너스 애니메이션 The Blue Umbrella. 우중충한 도심 속에서 벌어지는 우산들의 러브스토리라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 동영상은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제격이다.  



만루 찬스에서 어이없이 병살타를 칠 때, 

불 끄라고 올려보낸 투수가 계속 포볼을 내줄 때, 

에러로 내준 점수로 두산이 질 때 듣는 음악이다. 



Walk, Foo Fighters


A million miles away.

Your signal in the distance.

To whom it may concern.

I think I lost my way.

Getting good at starting over.

Everytime that i return.


Learning to walk again.

I believ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Learning to talk again.

Can't you se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Do you remember the days.

We built these paper mountains.

Then sat and watched them burn.

I think I found my place.

Can't you feel it growing stronger.

Little conquerors.


Learning to walk again.

I believ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Learning to talk again.

I believ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Now!

For the very first time.

Don't you pay no mind.

Set me free, again.

To keep alive, a moment at a time.

That's still insde, a whisper to a riot.

The sacrifice, the knowing to survive.

The first decline, another state of mind.

I'm on my knees, i'm praying for a sign.

Forever, whenever, i never wanna die.

I never wanna die.

I never wanna die.

I'm on my knees, I never wanna die.

I'm dancing on my grave.

I'm running through the fire.

Forever, whenever.

I never wanna die.

I never wanna leave.

I'll never say goodbye.

Forever, Whenever.

Forever, Whenever.


Learning to walk again.

I believ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Learning to talk again.

Can't you see I've waited long enough?

Where do I begin?


Learning to walk again.

I believe i've waited long enough.


Learning to talk again.

Can't you see I've waited long enough?




매년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작년엔 와이프 친척들과 함께 봤었는데 중간에 소나기가 내려 고생했더랬다. 올핸 다행히 맑은 날씨여서 그런대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네에서 열리는 야외 음악회치곤 꽤나 알려진 행사라 관객들은 늘 많다. 아무래도 장한나라는 네임 브랜드 탓이리라. 주변에 주차하기도 어려울 정도.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매번 오디션으로 젊은 연주자들을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식이라 나름 의미가 있단다. 올해 연주곡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와 레스피키의 '로마의 축제'.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곡이지만, 제목만으론 무슨 곡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클라이막스 가니 아 이곡이구나 싶더라. 어쨌든 아기곰과 와이프와 돗자리와 간식거리 들고 잔디밭에 앉았다. 굳이 앞에 앉을 필요도 없다. 뒤쪽이라 해도 들릴 것 다 들리고 보일 것 다 보인다. 그런데 아무래도 야외 음악회이기에 콘서트홀보다는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연주 중간에 발 옆으로 뭔가 쥐 같은게 기어다니길래 자세히 봤더니 애완용 고슴도치. 다행히 뛰어다니진 않고 동작이 굼떠 사람들이 크게 놀라진 않았는데, 옆에 앉았던 부부 두명은 결국 돗자리 들고 뜨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주인이 고슴도치 없어진걸 알곤 찾아서 가방 속에 넣었다. 짧은 해프닝. 애완동물 간수 제발 잘 하시길..


사실 음악의 한 장르에 불과한 서양 고전음악에 너무 무거운 의미를 붙이지 않았음 싶다. 어느 시점엔 박수 치면 안되고, 어디선 박수 쳐야 한다는 식의 현식논리가 음악을 진정 즐기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이런 야외에서 편한 자세로 듣는 음악회가 난 좋다. 한가지 아쉬운건 서양 고전음악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음악도 이런 무대가 많아졌음 한다는 것. 정작 실내악에 어울리는건 서양 고전음악이고, 야외 음악은 우리 전통음악이 진수인데 말이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본 후 떠오른건 인생무상이었다. 계급갈등을 뚫고 일궈낸 통쾌한 승리를 기대했던 나로선 당황스러운 결말이다. 하지만 이 당황스러움은 실망이 아닌 신선한 충격에 가까웠다. 봉준호 다운 반전이랄까? 역시 거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덕분에 엔딩 크레딧이 오른 후에도 한참 동안 영화 메시지를 곱씹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빙하기에 처한 세상에서 노아의 방주 같이 달리는 기차를 배경으로 한다. 그 안에는 열차 칸마다 구분된 계급이 설정되어 있다. 노예와 비슷한 꼬리칸의 승객들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한칸 한칸 앞으로 전진한다. 이쯤 되면 영화의 결말은 대략 견적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상투적인 권선징악을 거부한다. 인간의 선과 악 혹은 사회의 안정과 혁명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악으로 여겨졌던 윌포드의 사회를 향한 고민이나, 선으로 여겨졌던 커티스의 과거 모두 충격적이다.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윌포드라면, 내가 커티스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지 않다.


이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 틸다 스윈튼


이 영화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과 상당히 비슷하다. 소재가 기차와 우주선으로 갈릴 뿐, 영화적 상상력이나 메시지는 도플갱어다. 질서가 잡혀있는 안정된 세계와 그 틀을 깨기 위한 노력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 혹은 새로운 창조물은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서 정(正)을 윌포드와 길리엄으로, 반(反)을 커티스로 본다면, 합(合)은 요나다. 특이한건 정(正)에 해당하는 윌포드와 길리엄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극이면서 동시에 한몸이었다는 점이다. 이건 막바지에 영화를 미궁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합(合)인 요나는 정(正)과 반(反)의 요소를 모두 갖춘 새로운 결합체다. 기차에서 태어난 까닭에 지구를 경험하지 못한 요나는 기차의 질서에 익숙한 정(正)이며, 어쨌든 반란세력에 합세한 역할은 반(反)에 해당한다. 그러나 요나는 기차를 벗어나 새로운 지구에 발을 내딛어 합(合)으로 승격되는 운명을 맞는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요나가 합(合)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 어차피 역사에서 우연과 필연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서 아쉬운건 각 등장인물의 복잡한 과거들이 상당 부분 대사로 풀어진다는 점이다. 영상으로 노출되는 소품이나 상징 등으로 암시를 해줬더라면 관객들을 더 큰 충격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텐데.. 하긴 그런건 '괴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강에 괴물의 등장 이유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밝혔더랬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고. 


한번쯤 사회와 인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에겐 강추, 적당히 잔인한 봉준호 스타일의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비추.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된 퀸시 존스 내한공연. 퀸시 존스를 마이클 잭슨 곡의 작곡자 겸 제작자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의 내한공연이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대략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퀸시 존스와 이런 저런 연을 맺고 있는 뮤지션들이 그의 80회 생일을 축하하는 공연을 연단다. 그럼 그렇지. 공짜표가 이렇게 쉽게 올리가 없다. 어쨌든 간만에 귀 좀 호강시켜주러 올림픽공원으로 나섰다. 


같이 간 선배와 간단하게 요기한 후 들어 선 공연장에서 놀란건 두가지. VIP석이 2층에도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감동이 적었던 공연 내용이다. 퀸시 존스 사단의 콘서트라고 이해는 하지만, 음악적 일관성 없이 걸그룹에서 베테랑 가수까지 각자 한두곡씩만 부르고 퇴장하는건 보기에 좀 민망했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게다가 마지막에 츨연진이 다 나와서 함께 불렀던 'We are the world'도... 좀 그랬다. 물론 퀸시 존스의 대표적인 히트곡인건 안다. 그냥 지금이 쌍팔년도인지 살짝 착각이 들었을 뿐. 그러고 보니 공연의 제목이 Quincy Jones The 80th Celebration Live in Korea다. 그래 퀸시 할아버지의 팔순잔치였던게다. 그걸 CJ E&M이 후원했을 뿐이고. 


이 공연에서 귀가 번쩍 뜨이게 한 가수가 있었다. 이름은 Siedah Garrett. 붉은 원피스의 늘씬한 몸매가 인상적이었던 그녀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기립박수를 받은 유일한 가수였다. 그녀가부른 'Man in the mirror'는 비스듬히 걸터 앉았던 나도 박수를 치고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노래는 메시지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보여줬다고나 할까? 감동적인 노래실력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마이클 잭슨의 백보컬로 유명했던 탓에 히트곡은 마이클 잭슨과 함께 부른 'I just can't stop loving you'가 눈에 들어왔다. 그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Siedah Garrett이었던거다. 




집에 오는 길에 Siedah Garrett이 부른 노래를 유튜브에서 반복해서 들었다. 마이클 잭슨을 회상하며 부른 이 동영상은 오늘 현장에서 받았던 전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녀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야구도 그렇지만, 노래도 현장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꼽는 마이클 잭슨 최고의 노래는 'Man in the mirror'다. 


I'm gonna make a change 
for once in my life 
It's gonna feel real good 
gonna make a difference 
Gonna make it right... 

As I turn up the collar on 
my favorite winter coat 
This wind is blowing my mind 
I see the kids in the streets 
with not enought to eat 
Who am I to be blind? 
Pretending not to see their needs 

A summer disregard a broken bottle top 
And a one man soul 
They follow each other on the wind ya' know 
'Cause they got nowhere to go 
That's why I want you to know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h) 

I've been a victim of a selfish kind of love 
It's time that I realize 
That there are some with no home not a nickel to loan 
Could it be really me 
pretending that they're not alone? 

A willow deeply scarred somebody's broken heart 
And a washed-out dream 
(Washed-out dream) 
They follow the pattern of the wind ya' see 
'Cause they got no place to be 
That's why I'm starting with me 
(Starting with me!)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Ooh!)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Ooh!)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Ooh!)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Change his ways - ooh!)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at..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at..) 
CHANGE!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Man in the mirror - Oh yeah!)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Better change!)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e change) 
(You gotta get it right while you got the time) 
('Cause when you close your heart) 
You can't close your... your mind! 
(Then you close your... mind!) 
That man that man that man that man 
With the man in the mirror 
(Man in the mirror oh yeah!) 
That man that man that man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Better change!) 
You know... that man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e chang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e change) 
Hoo! Hoo! Hoo! Hoo! Hoo! 
Na na na na na na na na na nah 
(Ooooh...) 
Oh no no no... 

I'm gonna make a change 
It's gonna feel real good! 
Cause I run UPT! 
(Change...) 
Just lift yourself 
You know 
You've got to stop it 
Yourself! 
(Yeah! - Make that change!) 
I've got to make that change today! 
Hoo! 
(Man in the mirror) 
You got to 
You got to not let yourself... 
brother 
... 
Hoo! 
(Yeah! - Make that change!) 
You know - I've got to get 
that man that man... 
(Man in the mirror) 
You've got to 
You've got to move! Come on! 
Come on! 
YOu got to... 
Stand up! Stand up! Stand up! 
(Yeah! - Make that change) 
Stand up and lift yourself now! 
(Man in the mirror) 
Hoo! Hoo! Hoo! 
Aaow! 
(Yeah! - Make that change!) 
Gonna make that change... 
come on! 
You know it! 
You know it! 
You know it! 
You know it... 
(Change...) 
Make that change.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원신연 등이다. 그중에서도 봉준호는 늘 첫 손에 꼽는다. 그는 좋은 감독 이전에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다. 영화 '괴물'은 보면 알 수 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만졌다면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뛰어난 영화적 완성도로 이끌어내는거 보면 분명 특별한 감독이다. 그런 그가 '설국열차'라는 새로운 영화로 충격파를 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만 해도 몇년 걸렸다는 봉준호 감독 인터뷰로 볼 때 기대를 안할 수 없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이미 원작 만화와 몇몇 인터뷰를 통해 대강의 스토리는 노출되어 있다. 얼어붙은 지구, 1년에 지구를 한바퀴 도는 기차, 그 안에 칸마다 구분되어 있는 계급, 그리고 계급 간 투쟁. 봉준호를 좋아하는건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웰메이드 영화에 그치는게 아니라 비수처럼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괴물'에 담겨있는 미국에 대한 시각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설국열차'는 계급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게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상당히 허무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다. 열차의 앞칸을 향해 돌파하지만 결국 그 끝엔 아무 것도 없을 수도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과 같은 결말을 연상케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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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기대는 곧 개봉과 함께 풀린다. 영화 개봉 전에 리뷰 카테고리에 글을 쓰기는 처음이지 싶다. 영화를 본 후엔 또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답답하다는 말 빼고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을까? 최강희감독의 한국대표팀을 보면 드는 느낌이다. 회사 사람들과 맥주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까 했건만 왠걸. 이건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경기일 뿐이다. 중간에 나왔다. 특히 이란에게 홈에서 당한 패배는 수모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근데 돌이켜 보면 한국축구는 히딩크를 기점으로 계속 하향세를 걸어왔다. 세계축구에 근접하기는 커녕 아시아 1위도 내준지 오래다. 문제는 성적이 아니라 패턴이 완전 퇴행적이라는데 있다. 오늘 이란과의 경기는 현재 수준을 정확히 말해준다. 이건 그냥 뻥축구다. 키 큰 스트라이커를 향해 날리는 무의미한 센터링, 중간 과정이 생략된 채 띄우기에 급급한 공격 패턴. 요새 어느 나라가 이런 초보적인 수준의 축구를 하는지 한심할 뿐이다. 


[사진 출처 : 일간스포츠]


문제의 핵심은 최강희감독이다. 줄기차게 최전방에 기용하는 김신욱과 이동국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할 뿐,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포스트 플레이는 확률이 떨어지는 전술이다. 줄기차게 올려봐야 열에 하나 정도 찬스를 만들 뿐. 민첩성이 떨어지는 선수 2명을 최전방에 배치하니 그만큼 미드필더 숫자는 모자라고, 그러다 보니 중앙선을 넘은 후 페널티박스까지 접근하는게 숏패스가 아닌 센터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작전은 페널티박스 안에 수비수가 밀집되면 높이의 장점을 살리기도 어렵다. 이게 최강희감독의 한계다. 특정 선수를 애지중지 아끼는건 개인적인 의리 차원에서 그쳐야 한다. 


지금 국가대표에 박지성처럼 줄기차게 상대 골문을 헤집고 다니는 선수가 있나? 당연히 없다. 그럼 패싱에 능하고 빠른 선수들을 중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수전환 느리고 공을 기다리는 스타일의 선수들이 중첩되어 있다. 사실 지동원도 돌파를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결국 손흥민이나 이청용, 기성용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데, 이동국, 김신욱, 지동원을 주 공격옵션으로 삼으니 아시아에서도 빡빡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사실 최강희감독은 죄가 없다. 스스로도 최종예선까지만 국대감독을 맡겠다고 했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축구협회는 능력있는 감독을 선임해서 월드컵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나가서 대망신 당하기 전에. 



영화 '전설의 주먹'은 대한민국 40대를 응원하는 영화다.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버티고 돈 벌어야 하는 아버지의 희생이 주인공이다. 소재는 격투기다. 그래서 예전 챔프란 영화도 떠올리면 대략의 스토리 라인이 그려진다. 실제로 영화는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강우석 감독 작품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반전은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전설의 주먹'이라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케이블TV 프로그램이 무대다. 처음엔 출연을 거절하지만, 가족 혹은 회사를 이유로 왕년의 주먹들이 격투 서바이벌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점점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은 디저트로 곁들여진다. 근데 영화는 어딘지 불편하다. 고교 시절 추억은 너무 작위적이다. 우연이 지나치면 영화라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법. 고교 동창들이 서바이벌로 모이게 되는 것도 그렇고,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에 떨어진 주인공이 동네 깡패들을 휩쓸고, 경찰의 장난에 의해 살인에 이르게 되는 것들도 지나친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PPL 혹은 홍보물 역시 그닥 반갑지 않다. CJ E&M의 XTM, 삼성 갤럭시 노트, 패드는 필요 이상 로고가 노출된다. 또 여자 PD의 무례한 말투도 거슬린다. 아, 사실 이 부분은 대단히 현실적이긴 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볼 만하다. 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황정민, 유준상, 이요원 등은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해준다. 그러나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등을 기억해 보면 이 영화의 한계가 대략 그려지지 않을까? 감독의 역량을 넘어서는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정직하게 담기는 감독의 역량만큼 영화는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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