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늘 깜짝스타가 나오는 팀이죠. 체계화된 팜시스템과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는 전통 덕분인데요. 그래서 다들 '미러클 두산'이라고 부릅니다. 뭐 '미러클 두산'에 대한 애증은 있지만, 그래도 허슬플레이로 무장된 깜짝스타를 보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네요.

올해 깜짝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많지만, 나름대로 뽑아보면 오재원, 이용찬, 박민석으로 압축되지 싶네요. 특히 오재원은 차세대 두산의 허슬플레이어로 이미 예약을 해놓은 상태구요. 이용찬은 묵직한 구위로 차세대 마무리로, 박민석은 핸섬한 용모와 두둑한 배짱으로 김경문감독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네요.

1. 오재원(282타수 70안타 0.248, 0홈런, 28타점, 볼넷 17, 삼진 62, 도루 28)
올시즌 기록으로 보면 오재원은 평범합니다. 아니 볼넷과 삼진수를 비교하면 좋은 선수라 할 수 없죠. 게다가 2007년이 0.259의 타율이었음을 감안하면 2008년이 결코 만족스러운 해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재원을 차세대 스타로 선정한건 다 이유가 있죠.


우선 오재원은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김경문감독 스타일에 부합하죠. 더구나 김동주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사통발달 쓸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건 그의 생명력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는걸 의미하죠. 그리고 오재원은 컨택능력이 뛰어납니다. 올해 경기에서 기억나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요. 어느팀과의 경기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주자가 1루인가에 있었는데 오재원이 푸시번트를 대면서  내야안타를 만들더군요. 번트 모션에서 가볍게 1, 2루간으로 툭 휘둘러버리는... 그래서 공은 투수도 2루수도 잡기 어려운 쪽으로 굴러갔죠. 그 장면을 보면서 컨택능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최다안타왕이 될 만한 자질을 가졌다고 한 바 있구요.

이런 컨택능력을 능가하는 주루플레이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루가 28개로 주루센스는 이미 인정받았죠. 두산이 고영민을 6번으로 후방배치해도 상관없는건 오재원이 2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입니다.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의 달리는 야구는 내년에도 유효합니다.

그리고 우모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건 바로 그의 허슬플레이입니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파워풀한 세리머니는 오재원을 더욱 매력있는 선수로 만들었죠. 야탑고 시절의 오재원에 관한 일화를 들어봐도 승부근성은 확실하네요. 앞으로 홍성흔의 뒤를 이을 두산의 오버맨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2. 이용찬(8경기 1승, 방어율 1.23, 1피홈런, 볼넷 2, 삼진 12)
이용찬은 사실 임태훈보다 더 기대했던 투수입니다. 고교시절의 스탯도 그렇지만 장충고 출신이라는게 더 매력적이었죠. 장충고는 고등학교 중에서 인성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더군요. 아무래도 정신적 토대가 기본이 되어 있는 선수와 아닌 선수는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프로에 온 후 이용찬은 부상관리 등으로 출전기회조차 없었죠. 그러다 이번 시즌 막바지에 출전하면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이용찬이 2009년 유력한 마무리 후보라고 했는데요. 150km에 육박하는 돌직구가 상당히 좋습니다. 전성기의 오승환을 연상케 할 정도죠. 약간 새침떼기 같은 이미지의 임태훈이냐, 돌부처같은 이미지의 이용찬이냐, 팬으로서는 초특급 투수 두명이 경쟁하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겠네요.

3. 박민석(15경기 1패, 방어율 1.63, 1피홈런, 볼넷 8, 삼진 8)
지난 여름에 경기장에서 이상한 풍경을 봤습니다. 야구장에 가면 5회 끝나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푸는데요. 갑자기 여자팬들이 소리지르면서 사진을 찍더라구요. 알고보니 박민석을 카메라에 담기위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미 외모만으로도 스타 반열에 오른 박민석이 벌써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더군요.


근데 박민석은 외모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이드암이지만 상당히 공격적인 피칭으로 유명하죠. 두둑한 배짱이 남다른데요. 그런 이유로 한국시리즈 때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마운드에 오르진 못했지만 덕아웃에서 느끼는게 많았을겁니다. 공도 빠른편이어서 143km 정도의 최고 시속을 갖고 있구요. 제구력도 수준급이고, 특히 공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사이드암의 특성상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볼이 많은데 그런 장점에 묵직함이 더해졌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제 두산에서도 든든한 옆구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의 세명은 2009년에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산에선 금방 도태되죠. 그게 프로의 생리구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으리라 보고 근성으로 무장해서 올 겨울 혹독하게 자신을 이기는 훈련하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그냥 바라만 봐도 배부른 세명이네요.


2차전은 잠실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고 왔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이 거의 만 하루가 지난 시간인데도, 목젖 부근이 아직도 칼칼하네요. 어찌나 함성을 질러댔는지 야구장에서 나올 무렵엔 극도의 피로감까지 몰려오더라구요. 이겼으면 모르겠는데 져서 그런가요. 허탈감까지 겹쳐 졸음까지 밀려오더군요. 이렇게 진이 빠지게 응원한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경기는 말 그대로 14회까지의 연장혈투 끝에 후련하게 패했습니다. 여기서 '후련하다'는 뜻은 잘했다기 보다, 정말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없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지 싶네요. 2차전 경기평은 직관 응원후기가 되겠네요.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1. 명불허전(名不虛傳) 랜들의 위기관리능력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는 처음 나오는 투수에 불과합니다. 양팀 감독이 승부에 물러섬이 없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교체 타이밍은 늘 한박자 앞섰죠. 랜들은 시즌 막판에 그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떨지 걱정을 갖게 했는데요. 2차전 내용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네요. 4이닝 1실점입니다.

가장 큰 위기는 4회였는데요. 안타없이 포볼 4개를 헌납하는 졸투를 했지만 다행히도 1점만으로 막아냈죠. 랜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차전과 다른 점은 김경문감독이 랜들을 빨리 내리기 보다는 한번 지켜보는 느낌을 주더군요. 1차전 승리의 여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하여간 랜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1점만으로 막고 마운드를 김상현에게 넘겨줬습니다.

2. 이제 여유마저 느껴지는 오재원
선취점은 오재원의 원맨쇼로 만들었습니다. 전상렬과 이종욱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오재원은 통쾌한 3루타를 뽑아내죠. 더불어 그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도 보여줬습니다. 항상 똑같은 세리머니인거 보면 따로 연습하는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지 싶네요. 참고로 두산의 홍성흔은 라이트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구요. 이종욱은 박수치는 세리머니가 전매특허죠. 이대수는 작은 키지만 폴짝 뛰어 때리는 배구선수 스파이크 세리머니구요. 두목곰 김동주는 두손을 번쩍드는 만세 세리머니입니다. 고영민은 상대의 하복부를 라이트로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인데요. 최홍만이 와서 좀 배웠으면 하는 타법이기도 하죠.


뭐 누구나 더 멋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지작렬상으로 홍성흔 다음으로 오재원을 꼽고 싶습니다. 선수들 사기도 높이고 관중들 엔돌핀도 콸콸 솟게 하는 오재원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세리머니는 그의 긴 팔과 다리에 참 잘 어울리네요. 덕분에 팬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고영민의 짧은 땅볼 때 3루에 있던 오재원은 득달같이 홈을 파고들어 3점째를 추가했죠. 홈에 쇄도하는 모습은 심장에 칼을 꽂으러 달려가는 무사를 연상시키더이다. 반면 박진만은 어제의 본헤드 플레이 여파인지 홈에 던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1루로 던졌구요.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오늘도 여유있게 이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초반에 3점의 리드를 하고 있었는데 연장까지 갈 줄은 누가 알았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3. 홍콩 할매귀신도 놀라는 전상렬의 완소 수비력
가을의 사나이, 아니 가을을 기다리는 할매 전상렬은 나이가 36세입니다. 올 시즌에는 그닥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두산에서 외야수 주전따기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죠. 리그 극강의 김현수, 이종욱 붙박이에 유재웅, 이성렬, 전상렬, 민병헌의 무한경쟁입니다. 이런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속에서도 늘 밀알같은 존재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전상렬은 두산의 든든한 자산이네요.

2차전에서도 두어번 정도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폴짝 뛰어 잡아내는 미기를 선보였습니다. 홍콩할매도 하기 힘든 뒤돌아 점프 캐치를 무리없이 해내는 할매 전상렬의 파인 플레이에 관중들은 전상렬을 연호했구요.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경기 내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편안하게 지켜봤네요.

생각해보면 그 흔한 개인 응원가 하나 없는 전상렬이지만, 팬들에게 괴성과 함께 싸인을 요청받는 스타도 아니지만, 두산의 고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가 참 고맙습니다.

4. 더블스토퍼의 진면목, 임태훈과 이재우
동점인 상황에서 올라와 임태훈과 이재우는 각각 3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이재우는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은 안했지만, 임태훈은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은근히 조마조마했었는데요. 다행히 과감한 정면승부로 삼성의 강타선을 무력화시켰죠. 특히 초반에는 직구에 비해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확연히 먼 곳으로 떨어져 두들겨 맞는거 아닐까 했는데, 잘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아기곰에서 점점 불곰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구요.


이재우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꽤 정확하게 제구해서 무리없이 3이닝을 막았습니다. 현재 두산 투수중에서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김경문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투수는 이재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과감성도 있구요. 제구력도 되구요. 경험도 있죠. 두산 불펜의 힘은 임태훈, 이재우의 더블 스토퍼가 있어 오승환이 부럽지 않습니다.

5. 부러져버린 날개 이용찬
김경문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명제를 임태훈보다 먼저 올린게 잘못이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볼 땐 이용찬을 가장 늦게 투입한게 더 큰 실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14회 주자 1, 2루 상황에서 소방수의 임무를 맡긴건 이용찬에겐 너무 심한 압박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용찬 뒤로는 더 나올 투수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이승학도 있긴 하지만 3차전 선발은 아껴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용찬은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헉 지금 뉴스에서 보니 3차전은 이혜천이네요. 그럼 2차전에서도 결장한 이승학은 뭥미??)

초구가 볼로 잡히자 만루를 의식해 이용찬은 가운데 공을 던졌고, 상대적으로 노련한 신명철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4회 연장에서 신명철의 싹쓸이 3루타는 거의 사망선고였고, 김경문감독은 그냥 그에게 이닝을 맡겼습니다.

제가 전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과 함께 이용찬을 주목해야 한다고 포스팅했었는데요. 제가 바라던 시나리오는 이용찬의 선발등판이었습니다. 어차피 선발은 단기전에서 첫번째 나오는 투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덜하고, 의외의 카드가 오히려 파괴력이 클 수 있기에 그렇게 희망했더랬죠. 김경문감독과 제 생각이 달랐고 어쨌든 결과는 이용찬의 깜짝 활약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찬은 분명히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리라 믿습니다. 그의 포스를 믿기도 하지만, 이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개숙인 이용찬을 기다리며 격려해주는 선배선수들이 있기에 그 날은 반드시 올껍니다. (용찬아 힘내라! 승부에 연연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냥 야구를 즐기렴. 뒤는 선배들에게  맡기고~ 그리고 날개 부러진건 빨간약 바르면 바로 낫는다... ^^)

뽀너스 #1. 오늘의 MVP
오늘의 MVP, 아니 어제의 MVP를 뽑자니 좀 거시기 하네요. 이미 신명철은 뽑혀있으니 뭐 제가 뽑은들 큰 의미는 없겠죠. 하지만 두산선수로는 이재우와 임태훈으로 선정하고 싶네요. 무려 6이닝을 두 선수가 막아냈다는 점, 위력투로 투구로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땡긴 점, 향후 활약을 예고한다는 점 등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덧글 1...
선동렬감독의 2차전 승리소감을 보니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고 하네요. 2패를 안고 대구에 갔더라면 다시 잠실땅을 밟긴 힘들었을테니 당연한 각오였겠죠. 인터뷰 사진을 보면 승리의 기쁨에 배시시 웃고 있군요. 하지만 진정한 2차전의 승자는 선동렬감독이 아닌 김성근감독일꺼 같은 느낌은 왜일까요?

덧글 2...
두산 응원단의 응원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봅니다. 관중석 가장 꼭대기에서 찍어서 그라운드는 좀 멀지만, 관중들의 열기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덧글 3...
우연한 기회에 베어스 동호회 카페에서 2차전 표를 구했는데요. 표를 얻기 위해 이수역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먼 길이 수고스럽지 않았던건 표를 양도해주신 친절한 두산팬 덕분이었네요. 양도 받은 후에도 잘 보시라고 문자 넣어주신 이름 모를 4077님 감사합니다.


어제 꿈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요즘 포스트시즌이 되니 머리 속이 야구로 가득 차서 가끔 꿈에서도 상황별 작전을 짜곤 한답니다. 덕분에 자다가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나빠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제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두산이 4:0으로 지고 있는데, 만루찬스에서 김현수가 등장합니다.
김현수는 싹쓸이 3루타를 쳐서 역전시키죠.
그리고 나머지 타자들도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대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꿈을...

믿어지시나요? 오늘 플레이오프와 거의 유사한 장면을 마치 데자뷰처럼 꿈속에서 본겁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0:4에서 5:4로 뒤집는 순간 온 몸에 돋는 그 소름은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갑자기 달인의 말씀이 불현듯 스치는군요. '데자뷰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흠... 하여간 나도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한하기도 했답니다.

서론은 이만 각설하고 경기평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건 삼성은 역시 전통의 강팀이라는거죠. 초반이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더군다나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나 신인급이나 집중할 수 있다는건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앞으로 두산이 1승했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1.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
솔직히 '2루심의 오심으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분명 오심이었거든요. TV 카메라에 잡힌 슬로우비디로는 분명 이대수의 발이 먼저 닿았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고, 두산도 오심으로 득을 볼 수 있기에 굳이 오심으로 제목을 뽑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도루 실패로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죠. 저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박경완의 도루저지로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구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는 이어진 3회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었죠. 아무리 이대수의 도루실패가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선우였다는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네요. 게다가 만루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다면 김선우의 부진은 우울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혜천은 최형우를 밀어내기 데드볼로 실점한 이후 그럭저럭 잘 막아서 4점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그나마 기복이 심한 이혜천을 고려한다면 연타를 맞지 않은게 행운이라 할 수 있겠죠?

2. 천부적인 타격 DNA를 타고난 고영민
삼성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린건 4회 고영민의 3루타였습니다. 2사 1루에서 낙차큰 슬라이더를 커트하듯 쳐낸 것이 우익선상을 가른거죠. 휘둘렀다기 보다 컨택만 했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욕심없이 밀었구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은 또 다른 타격을 해야 한다는걸 몸소 보여준 셈이죠. 흡사 이치로의 컨택히트를 보여주는 듯 알흠다웠습니다.^^ 검객이 사과를 자르듯 춤추는 타법은 앞으로 고영민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하네요. 흔히들 고영민을 두고 '세계 최초의 2익수'다, '이종욱을 능가하는 도루센스를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젠 '천부적인 타격 DNA를 보유했다'는 수식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고영민의 안타가 오늘 경기에서 의미있는건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거의 이닝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볼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를 받아쳤죠. 예전에 LG와의 경기에서 옥스프링을 9회 내려버린 안타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두산은 흐름을 탔고, 배영수는 1점을 더 내준 후 정현욱으로 강판되었습니다.

3. 김경문의 숨겨둔 비수, 롱릴리프 정재훈
이혜천이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자 김경문감독은 이혜천을 내리고 정재훈을 투입하더군요. 정재훈이 누군가요? 아무리 작가라고도 놀림받지만 두산의 마무리입니다. 초강수를 둔거죠. 저는 정재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김경문은 선수파악이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더랬죠. 대신 선발에서는 괜챦은 기량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국 정재훈을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김경문은 그를 롱릴리프로 선택한겁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올려 정재훈을 배려했구요.

김경문의 히든카드는 성공했습니다.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구요.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마무리 이재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어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수훈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집단 마무리체제 첫 날 가동 이상무입니다. 뉴스에서는 돌려막기라고 하더군요. ^^

4. 이종욱의 발야구는 박진만도 춤추게 한다
두산팬들은 이종욱을 흙강아지라고 부르는데요. 늘 그라운드를 안방처럼 뒹굴고 허슬플레이를 펼쳐 팬들은 제발 안타 못쳐도 좋으니 살살하라고 부탁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흙강아지의 진면목을 발휘했네요. 특히 7회말의 플레이는 왜 이종욱이 허슬심장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구요. 김동주의 짧은 외야 플라이 때 허를 찌르는 언더베이스로 결승득점을 뽑아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한거죠.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재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구요. 다른 팀이었다면 그저 만루는 그대로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 삼성 수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단연 '이종욱 효과'입니다.


무너진 삼성 수비의 정점은 박진만이 찍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2루주자 김현수는 고영민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쇄도하는데요. 박진만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는 냅다 홈으로 뛴거죠. 박진만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아마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가장 아쉬워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이었기에, 그들의 영웅 박진만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겁니다. 아울러 김현수도 이젠 발야구의 기본을 마스터한 듯 보이네요. 물론 모두 허슬심장 '이종욱 효과'입니다.

5. 그리고 명실상부한 스타로 탄생한 오재원
제가 누차 포스팅에서 얘기했듯이 오재원이 살아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됩니다. 오늘 오재원은 그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네요. 많이 긴장했을텐데 동점 안타를 뽑아냈구요. 도루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견고한 수비는 물론이구요. 특히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한 환호동작은 그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도 쳐야 되지만,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터프한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적어도 두산에서는 그래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오재원은 홍성흔의 대를 이을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오재원이 잘 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안경현인데요. 우리의 안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건 오재원이라는 예비스타의 존재 때문이죠. 안쌤을 존경하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두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오재원은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하면 생길 내야의 공백도 오재원이 잘 메워줘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싸워줬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오재원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뽀너스 #1. 그래서 뽑은 오늘의 MVP는 이종욱!
오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묵묵히 안방을 지켰던 채상병, 가을의 사나이답게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대수, 큰 경기에 강한 할매 전상렬, 안타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김동주, 역시 안타는 없었지만 늘 화이팅이 넘치는 홍성흔, 부진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에이스인 김선우 등 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욱은 오늘의 MVP로 뽑히기에 손색이 없네요. 비록 실제로는 오재원이 뽑혔지만, 이종욱은 허슬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뽑았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삼성수비진을 농락했고, 4타수 3안타 1타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에 제 마음대로 이종욱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야구하는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종욱은 제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라고... 그래서 저의 두산 져지는 39번 이종욱입니다.

오늘 승리로 두산은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좀더 가까워졌죠. 하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삼성은 결코 그냥 물러나는 나약한 팀이 아니며,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방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는 그저 8승 중 1승을 챙겼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鬪魂 V4!


단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작두탄 감독과 누구도 못말리는 선수. 일단 첫번째는 거의 검증이 되었고, 두번째가 문젠데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크레이지 모드로 돌입했으면, 아니 돌입해야 하는 선수를 적어봅니다. 왠지 느낌이 이 크레이지 플레이어에 의해 플레이오프가 간단하게 끝날꺼 같은데, 실제로는 어떨른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오재원입니다. 오재원은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인데요. 그만큼 오재원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고, 향후 오재원의 역할 여부에 따라 일본진출이 예상되는 김동주의 공백을 메울 수도 있는 선수이기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선수입니다. 일단 오재원의 활약이 중요한건 그에 의해 타순이 조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죠.

일단 오재원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일 때의 타순입니다.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오재원(1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고영민(2B) 7. 유재웅(RF) 8. 채상병(C) 9. 이대수(SS)

이 타순은 고영민이 6번으로 배치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기복이 심하지만 클러치 능력이 있는 고영민을 홍성흔 뒤에 배치함으로써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구요. 더불어 하위타선에서의 기동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영민에게 테이블 세터로서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타순인거죠. 물론 전제는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야 합니다. 이렇게 오재원을 2번에 기용하는 타순은 시즌 말미에 몇번 시도가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보여집니다.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가 왼손이기에 상대팀의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표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김현수가 왼손이라고 딱히 약하지도 않구요. 이보다는 오재원이 왼쪽 타석에 들어섬으로써 이종욱의 기동력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재원의 활약이 없을 때의 타순을 볼까요? 이 때는 오재원에게 공격보다는 수비를 더 기대하는 건데요. 왠지 타순이 파괴력이 떨어져 보이는건 어쩔 수 없네요.

[테이블 세터진]
1. 이종욱(CF) 2. 고영민(2B)
[클린업트리오]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홍성흔(DH)
[하위타선]
6. 유재웅(RF) 7. 이대수(SS) 8. 채상병(C) 9. 오재원(1B)

일단 이종욱에서 홍성흔까지는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재웅의 한방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유재웅으로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순이 불안하고 기동력도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상대팀에서는 5번까지만 잘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타순인거죠. 상하위타선의 불균형이 걱정됩니다. 그리고 고영민에게 과도한 역할이 갈 수도 있습니다. 고영민은 스타일상 어떤 타순에서도 잘할 수 있지만, 뜬금포를 기대할 수 있는 약간은 부담없는 6번이 어울릴 수 있다고 보여져요. 이런 면에서 고영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재원의 2번 기용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타순이죠.

게다가 이종욱-고영민보다는 이종욱-오재원의 조합이 보다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 이종욱이 1루에 있을 때 고영민이 타석에 있으면 왠지 서로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죠. 고영민은 커트해내면서 자기의 공을 기다리는 스타일이기에, 이종욱이 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는 않게 되거든요. 차라리 오재원으로 하여금 왼쪽 타석에서 포수를 견제하게 하면서, 진루타를 치게 하는게 투수를 더욱 괴롭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오재원의 스타성인데요. 오재원은 얼마든지 큰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LG와의 경기였나요? 3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오재원의 입에서 '식빵'이라는 단어가 카메라에 잡혔죠. 그 이후 오재원에게 식빵이라는 별명이 추가되었는데요. 뭔가 중요한 타이밍에서 꼭 해내고 말겠다는 어떤 의지같은게 느껴지는 선수가 바로 오재원입니다. 수비에서도 허슬플레이를 잘하구요. 두산의 팀컬러와 잘 어울리는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한가지 불안한건 의욕이 넘치다보니 오재원이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한다는겁니다. 주루사를 한다든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약점이 있긴 하죠. 하지만 백업을 오래하다 보니 경기감각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구요. 최근에는 수비가 약한 최준석을 대신해 1루수 주전이 되고나서는 안정감은 높아졌습니다. 오재원의 똘끼가 약점을 커버해주리라 믿습니다.^^

김경문감독은 아마 1루수로 오재원을 거의 점찍었을겁니다. 일단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요. 이대호처럼 수비폭이 좁은 선수는 단기전에서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기에 최준석은 대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로 이대호는 올림픽에서도 지명으로 주로 뛰었습니다. 또 오재원은 1, 2, 3루 및 유격수까지 수비가 가능하기에 선수활용폭을 넓히는데 적합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김재호, 정원석, 최준석, 그리고 안경현까지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가 있죠.(안경현이 뽑혔으면 좋겠는데...) 오재원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이런 상항에서 오재원이 공격과 주루에서 크레이지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김경문감독은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 그리고 두산은 어렵지 않게 삼성을 요리할 수 있을테구요. 경험이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쇠한 삼성의 내야는 오재원의 방망이와 발앞에 정신 못차리기를 기원해보면서 플레이오프를 기다려 봅니다.

덧글 1...
포스팅을 막 마치고 나니 오재원을 중용한다는 기사가 떳네요. 김경문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네요. "2번 타자에 대해 기존 고영민(24)과 전천후 내야요원 오재원(23)을 놓고 고민했는데 오재원을 2번에 놓고 고영민을 6번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재원의 타격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좌타자에 발이 빨라 병살을 막는 데도 유리한 편이다." 후덜덜...가끔씩은 저도 뭔가 신끼가 도는건 아닌지 스스로 놀랄 때가 아주 가끔씩은... 있답니다.


전에 오재원을 처음 봤을 때 이 친구 참 두산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에는 발은 빠르고 수비도 괜챦은 것 같은데 타격이 그닥 수준급은 아니었었죠. 뭐 지금도 타격이 수준급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화이팅 넘치고 눈빛이 살아있어 허슬두의 대를 이어갈 재목감이라고 봤습니다.

제가 뭐 선수를 보고 장래성을 판단할 수 있을만큼의 내공은 안되지만, 왠지 두산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선수들을 골라내는 느낌은 있거든요. 홍성흔 입단할 때도 그랬구요. 오재원, 민병헌도 그런 케이스고, 임태훈, 이용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찜했던 선수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

오재원의 타격폼은 초창기에 좀 독특했습니다. 야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요. 양 다리를 거의 붙다시피 좁힌 상태에서 투수가 공을 뿌리면 동시에 오른발을 뻗으면서 스윙하는 타법이었죠. 투구 타이밍을 오른다리로 뺏는 스타일이었는데요. 그런 타법은 컨택능력이 없으면 택하기 쉽지 않은 자세입니다. 유사한 자세로는 이치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오재원의 컨택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은 되지만, 불안전한 스탠스 때문에 변화구에는 좀 약점을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스탠스를 처음부터 넓히고 타격을 하더라구요. 다른 타자들의 타격자세와 비슷해졌는데요.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타격감이 꾸준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김광림 타격코치의 작품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구요.

오재원 초창기 타격모습 포스팅 보러가기
8연승 이후 잠시 쉬었던 롯데와의 홈경기

그리고 우투좌타의 준족이라는 점도 오재원의 상당한 메릿입니다. 솔직히 호타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오재원의 스탯이 그 정도는 아니기에 우투좌타에 준족정도로만 썼는데요. 하지만 곧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오재원에 붙여도 전혀 쑥스럽지 않을 시점이 오리라 확신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1루, 2루, 3루, 유격수까지 모두 수비가 가능하다는 것. 프로에서는 굉장히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히딩크가 야구감독을 했더라면 제일 좋아했던 멀티플레이어가 바로 오재원일껍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를 쓰고나 대수비를 쓸 때, 선택의 폭을 확실히 넓혀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김경문감독도 오재원을 경기에서 1루, 3루로 주로 쓰고, 고영민이 빠질 때는 2루 이대수가 빠질 때는 숏스탑까지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삼성, 기아, LG 모두 오재원을 트레이드 요청할 정도로 여기저기 인기가 높습니다. 저번에 서정환 해설위원이 중계하면서 그러더군요. 자기가 그렇게 달라고 했는데 두산은 꿈쩍도 안하더라는... 그리고 LG도 원래 이재영과 오재원을 달라고 했었다고 하네요. 두산은 거절했고 대신 김용의를 보냈었죠. 삼성 선동렬감독도 마찬가지로 오재원을 원했었다고 하구요.

김경문감독은 오재원을 두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조만간 최다안타 타이틀을 딸 수 있는 선수라고... 김경문이 김현수를 이승엽을 능가할 선수로 평가했던 걸로 본다면 괜한 설레발은 아닌걸로 보여지구요. 만약 그게 현실이 된다면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에 이어 오재원이라는 호타준족 선수를 갖게 됩니다. 거의 곰이 날개를 단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답니다.
빠르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왠지 오재원이 일낼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최근에는 이종욱에 이어 2번타자로 오재원이 나서고 있습니다. 나름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구요. 근성이 있는 선수인 만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쳐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의 두산타선은 꽤 매력적이네요. 이종욱, 오재원이 테이블 세터를 커버하구요.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이 클린업을 맡구요. 고영민 6번, 유재웅 7번으로 하위타순을 이끌어가고, 채상병과 이대수가 8, 9번을 맡으면 정말 두산은 쉬어가기 힘든 핵타선을 완성하죠.

게다가 김동주가 내년에 일본으로 간다고 가정하면 오재원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 1루만 홍지명이 오면 좋을텐데 말이죠. 홍지명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죽음의 9연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두산베어스가 8연승을 달렸습니다. 특히 어제는 9회에 최준석의 극적인 역전 쓰리런 홈런으로 또 하나의 드라마를 일궈냈죠. 근데 이번 롯데 주말 3연전의 첫 경기에서는 그만 롯데에 첫 판을 물리고 말았습니다. 뭐 첫 날은 멀리서 오신 손님 접대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험...

빅경기인 만큼 경기장 주변엔 경기 시작 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더군요. 암표상까지 여기저기 눈에 띄었구요. 줄서 있는 동안 롯데 유니폼 입은 팬들도 많고, 평소엔 자주 못듣던 부산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고, 하여간 롯데팬들의 야구사랑은 정말 못말리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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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뒤에 서있던 여학생 둘은 어찌나 크게 롯데 야구 얘기를 떠들던지,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집안 모두 롯데팬이고, 자기도 롯데팬인데, 누구누구는 잘해서 좋고 누구누구는 못해서 재수없다는 등 뭐 정신없이 까르르 웃으면서 얘기하더군요. 한편 듣기 싫으면서도 열정 하나는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매표소 문도 열기 전의 상황입니다. 이미 암표상이 돌아다니고 있었을 때죠. 제 뒤로도 꽤 오래 줄을 서있었구요.

경기는 뭐 그냥 저냥 졌습니다. 두산은 선발투수 이승학이 워낙 부진했고 반면 롯데 맥클레리는 2실점 완투의 빛나는 피칭을 보여줬죠. 직구만 던져서 직클레리라고 불리던데 멀리서 봐서 직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게감이 있는 공을 던지더군요. 덕분에 두산 타자들 방망이만 6~7자루 뽀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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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스코어 차이를 벌려나가니까 롯데 팬들 엄청 좋아하더군요. 노래도 메들리로 여러개 나오구요. 주요 선수는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응원가가 울려 퍼집니다. 왜 사직야구장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특히 가르시아의 응원가는 너무 재밌더라구요. 응원단장이 마친 무슨 합창단의 지휘자처럼 손짓을 하자 관중들이 "아~ 아~ 아~ 아~" 하고 목소리르 가다듬더니 "가! 르시아 시아~ 시아~" 하며 할렐루야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데, 두산관중들도 웃으면서 흥얼거리더군요. 저도 집에 오는 길에 계속 흥얼거리는거 보면 중독성도 있나봐요. 응원가가 촌스러우면서 너무 웃깁니다. 가르시아는 자기 응원가를 좋아할런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두산은 예전에 선수마다 응원가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개개인의 응원가보다는 팀 응원가에 주력하는거 같습니다. Team first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여지긴 하는데요.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예전처럼 한두개쯤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양팀 관중들 분위기도 좋아서 롯데에서 시작한 파도타기 응원을 두산관중들이 받아줘서 완전히 한바퀴 풀로 돌기도 했구요. 오재원이 이대호의 파울타구 쫓아갈 때 롯데 덕아웃으로 떨어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는데요. 이 때 오재원에게 롯데 관중들도 격려의 박수를 쳐주기도 했습니다. 공공의 적 SK와 경기할 때와는 사뭇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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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오재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이 선수는 타격모습이 독특합니다. 준비자세는 이치로와 비슷한데요. 타격자세는 웅크렸다가 투수가공을 던지면 앞으로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치는 타법입니다. 타격센스도 있고, 수비범위도 넓고, 발도 빨라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형의 내야수죠. 지금까지의 모습보다 앞으로 기대를 더 크게 하는 선수입니다.

비록 지금은 안샘의 출전으로 오재원은 대주자나 대타요원으로 주로 출장하는데,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면 분명 일낼꺼라 보여집니다. 전 제2의 이종욱 수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두산베어스...
주말 3연전의 1차전은 졌지만 2차전, 3차전은 반드시 쾌승하리라 기대해봅니다.

스피두! 파워두! 허슬두!
아자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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