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이 끝나면 찬란한 6월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6월의 현실은 냉혹했다. 


지금 6월은 찬란하기는 커녕 야구와 담을 쌓고 싶은 심정이다. 6월 들어 위닝 시리즈 한번 하더니, 엘지엔 어이없지 지고, 삼성에 스윕까지 당했다. 그것도 2연속 끝내기 홈런을 홍상삼이 맞아 가면서. 오늘로 5연패 늪에 빠졌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두산 홈페이지가 엘지 홈페이지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감독교체 성화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 영입 요구까지 나왔다. 막장의 끝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5월 위기는 팀 컬러가 실종되었다는데 있다. 김진욱 감독의 선발야구가 유명무실해지고, 그렇다고 두산의 전통적인 끈끈한 플레이가 살아나지도 못했다. 김진욱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야구를 기대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야구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한다. 야구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욱 감독은 선발야구가 김경문 감독의 불펜야구를 넘어서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5월엔 실패했다. 그리고 6월을 기대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6월도 승패에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징표들일랑 집어 치우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숫자가 주는 의미 보다 숫자 이면의 의지를 읽고 싶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는 법 아닌가. 우선 김진욱 감독이 지향하는 선발야구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걸 꼽을 수 있다. 니퍼트와 노경은 외 5이닝 2실점을 보여준 올슨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앞으로 몸관리를 잘한다면 6~7이닝도 소화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니퍼트, 나이트, 레이예스 등의 리그 특급 외국인 투수와 견줄 순 없다. 그러나 올슨이 앞으로 5~7승만 해준다면, 두산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용찬의 컴백이다. 현재 불펜피칭을 하고 있어 6월 안에는 컴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용찬의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직구가 그리워진다. 유희관도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쳐 불펜에만 두기에 아까운 실정이다. 그것도 삼성 장원삼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빌고 승은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유희관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크게 어필한 경기였다. 아마 김진욱 감독도 유희관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연패는 선수단의 힘이 아닌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뭔가 심적 부담을 안고 뛰는게 눈에 보인다. 득점 찬스에서 잔루를 남발하니 스윙도 점점 자신 없어지고, 스윙이 무뎌지니 타점이 주는 빈곤의 악순환인 상태다. 감독부터 화이팅을 외쳐야 한다. 감독이 주눅든 상태니 선수들이 힘이 날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김진욱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발야구가 부활해야 한다. 선발야구가 성과를 거두면 김진욱 감독의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질 것이고, 안정적인 선수단 운용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 김진욱 감독에 대한 진퇴 여부는 시즌 후에 거론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응원으로 선수단의 기를 북돋워줘야 할 타이밍이다. 



실질적인 한국시리즈 SK와의 첫 승부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첼로 레슨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고영민과 최준석이 홈런을 날렸더군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레슨 받으면서 마음 한편은 문학에 있었더랬죠. 근데 경기를 보니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는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글거렸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를 봤습니다.

최종 스코어 3:2로 두산이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지만, 역시 SK는 롯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적이더군요.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깜짝 4번으로 나왔던 이재원은 나이 어리지만 대담한 타격을 보여줬구요. 박정권도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임태훈에게 솔로홈런을 뺐었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승부처는 6회말이었네요. 세데뇨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성근 감독이 대타 이호준을 내세우죠. 이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바로 세데뇨를 내리고 고창성으로 응수합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이니까 내린 결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압승. 고창성이 삼진 2개와 땅볼로 가볍게 진압했습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노마크 찬스에서 안드로메다 슛을 날린 선수처럼 심각하게 굳어지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MVP는 단연 금민철입니다.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기초를 닦아줬죠. 대부분 SK 글로버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였는데, 이제는 금민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금민철이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계투진들도 너무 잘해줬네요. 세데뇨를 제외하고 고창성, 지승민, 임태훈, 이용찬 모두 철옹성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이용찬의 철벽 마무리는 눈물겹네요. 삼진 하나, 안타 하나, 병살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용찬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SK건 기아건 전혀 무섭지 않네요.

1. 금민철
준플레이오프 호투가 1회성이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모도 마음 한켠에 왠지 골든보이가 못미더웠는데요.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간 골든보이를 너무 띄엄띄엄 본 것 같군요. 어쨌든 빠르다고 공이 다 좋은건 아니고, 느려도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걸 증명해줬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골든보이겠죠?

2. 고영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고젯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겁니다. 글로버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계와 두목곰은 글로버에게 안타 하나도 뽑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글로버에게 고젯의 홈런은 골든보이에게도 적쟎은 힘이 되었죠. 달감독이 이번 SK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고젯을 지목했는데요. 스승의 믿음에 뛰어난 활약으로 보답했네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라더니 역시 고젯은 변태 고슨생입니다.

3. 고창성
곱창이 왜 신인왕 후보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세데뇨의 방화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잘 껐습니다. 2회 이후 점수내지 못한 상태에서 첫타자 볼넷을 내줘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1.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2개... 곱창 덕분에 주도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소 자신감없는 피칭을 하기도 했었는데, 대충 감을 잡기 위한 전초전이었나 보네요. KILL라인의 선두 곱창으로 돌아왔습니다.

4. 임태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걱정, 그리고 기대되는게 임태훈과 김재현의 승부였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홈런이 임애교나 팬들에게 큰 상처였거든요. 그런 안좋은 기억을 야신도 모를리 없죠. 8회 첫타자로 대타 김재현을 내더군요. 김재현이야 뭐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어서 임애교의 묵직한 직구도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넘어갑니다. 그런 김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네요. 순간 오늘 승리예감이 들었던건 우모만은 아니었을겁니다.

5. 이용찬
오늘 경기의 가장 마음 졸였던 순간이 9회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정상호를 6구만에 헛스윙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심장박동이 무한질주를 하더군요. 야신은 대주자 조동화로 바꿨구요. 거기 타자는 타점을 기록했던 백전노장 박재홍인지라 긴장감은 더했죠. 그 위기의 순간에도 다행히 이용찬은 자기 공을 던지더군요. 결국 박재홍의 타구는 고젯에게 굴러가 병살이 되었구요. 게임은 끝났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이용찬... 멋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꼭 북경올림픽 쿠바전을 연상시키네요. 여기서 만약...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면요. 만약 이용찬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플레이오프는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SK에게 90% 이상 넘어갔을겁니다. 용찬아 고맙다!

6. 김동주, 김현수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계는 2삼진까지 보너스로 받았구요. 기계가 삼진당하더라도 힘껏 스윙하겠다고 하더니... 이런거였나...? 싶네요. 두목곰은 진리니까 패스구요. 어쨌든 이겨도 기계와 두목곰이 허무하게 무너지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기계, 두목곰 화이팅해주삼!

덧글...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담대하게 잘 뛰어준 금민철, 이용찬, 임태훈이 몇살인지 아시나요? 86년생, 88년생, 빠른 89년생입니다. 아... 너무 배불러요~


오늘 기아와의 경기에서 10:9로 힘들게 이겼습니다. 스코어 만큼이나 참 재밌었구요. 긴장감도 팽팽했죠. 역시 명문팀끼리의 경기라 그런지 만원도 기록하고 분위기도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7:0의 리드를 결국 지키지 못하고 동점까지 갔다는 점... 두산팬으로서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네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용찬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겁니다. 그간 짱짱한 구위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었죠. 시즌 초반 안좋았던 기억을 반복한다는게, 또 그걸 극복하지 못한다는게 참 마음 아팠습니다. 근데 오늘 이용찬의 모습은 자신의 공을 믿고 칠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승부하더군요. 눈빛도 남달랐구요. 제구력도 좋았습니다. 덕분에 타자들은 맞추기에도 급급한 모습이었죠. 세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화끈하게 잡은 점... 감동이네요. 그야말로 너무나도 반가운 왕의 귀환입니다.

오늘 승리보다 더 기쁜게 바로 이런 이용찬의 모습을 봤다는거죠. 이용찬만 오늘처럼 중심을 잡아주면 포스트시즌을 3위로 올라가든 1위로 올라가든 큰 차이 없습니다. 대권 3수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 같네요. 누차 포스팅으로 언급했지만 올 시즌 두산 우승의 두 열쇠는 마무리와 포수구요. 그 중 핵심이 바로 이용찬입니다.

가을의 꿈이 이용찬과 함께 영글어가네요.
생각만 해도 배부릅니다.


10시가 훨씬 넘은 무렵에야 끝난 SK전, 패했습니다. 잠실구장을 나오는 길이 그냥 터벅터벅이네요. 왠지 막을 수 있었던 순간에 이해 안가는 투수교체로 홈런 맞고, 뒤집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SK의 교묘한 시간 끌기로 타이밍을 빼기고... 뭐 진거는 다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참 허무합니다. 이번 경기 패배로 2위 자리도 쉽지 않아졌네요. 9월의 질주를 바랬지만, 일단은 멈췄습니다.

선발 금민철은 잘했습니다.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할 일은 다 했죠. 어이없는 1루 송구 에러만 안했어도 무실점이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다음에 나온 투수들이었습니다. 고창성은 2루타 맞고, 안경현에게 1-1 상황에서 홍상삼에게 교체됐는데요. 뭔가 달감독님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해서 교체한건지는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이런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거든요. 홍상삼의 빠른 공이 노장 안경현의 느린 뱃 스피드를 누를 수 있을꺼라 판단한걸까요? 하여간 홍상삼은 동점 투런을 맞아 달감독의 승부수는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는 뭐 그냥 몰매 맞는 분위기였습니다. 막판에 우익수 조동화의 실수를 틈타 한점차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진 못했죠. 뭔가 2% 부족한, 아쉬운 경기였네요. 이기고 광주로 갔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투수는 다쓰고 진채로 내려가니 기아전에서도 그닥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아는 두산전에 또 에이스 투입하려고, 선발 등판순서를 조정했으니... 헐... 대단한 조뱀~

좀 화가 났던건... 6회인가요...? 윤길현에서 정우람으로 교체할 때였습니다. 9번 최승환이 볼넷으로 나가고 다음은 정수빈,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였으니 좌우놀이 좋아하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바꿀 타이밍이었겠죠. 근데 시간을 끌려고 그랬는지, 포수 정상호가 올라가서 한참을 얘기하더니 내려갈 때쯤, 코치가 어슬렁 올라와서또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야 투수를 교체하더군요. 여러 수법으로 맥을 끊는건 김성근, 김재박 감독의 특기인데요. 투수교체 시간까지 이용하는건 좀 너무하다 싶네요. 가뜩이나 시간이 늘어져서 짜증이 나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한가지 위로가 되는건 이용찬의 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비록 2.1이닝 동안 3안타 맞고 3실점 했지만, 그래도 공 자체는 참 묵직하더라구요. 2이닝은 잘 막았고 3이닝째 흔들리긴 했지만, 달감독이 마무리로 점지한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만 꾀한다면 참 괜챦은데 말이죠.

덧글...
두산베어스 팬인 정운찬교수가 총리로 내정되었습니다. 성향으로 볼 때 2mb와는 안어울리게 보이지만, 어쨌든 사회통합을 위해서 들어갔다고 하네요. 일단 뜻하신 바를 잘 이뤄주셨으면 하는데, 세종시를 무마하기 위해 충청인을 기용한, 즉 정권의 이용도구로만 쓰이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사실 한국의 총리란 실질적인 권력을 쥐었다기 보다는 얼굴마담에 가까워서리... 하여간 두산팬으로서 욕먹는 총리가 되시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두산이 자랑하는 KILL 라인이 최근 부진에 빠졌죠. 우선 이재우는 컨디션 저하로 2군에 내려갔구요. 이용찬은 마인드 문제인지 뭔지 하여간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창성은 방어율은 좋지만 최근에는 많이 얻어맞고 있죠. 그나마 임태훈이 잘 버텨줬는데, 지금은 혹사로 인해 많이 지쳤네요. 한마디로 지.리.멸.렬. 상태입니다.

선발이 강한 팀이 좋으냐? 마무리가 강한 팀이 좋으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장기전에는 선발 강한 팀이 유리하고, 한국시리즈처럼 단기전에는 마무리가 강한 팀이 무섭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닝이터 선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로테이션이 원활하고, 중간 계투들의 체력을 덜 소비시키니까 리그전에서는 빛을 발하죠. 하지만 마무리는 초긴박한 순간에 한점을 지켜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에, 단기전같은 빅게임에서 절대 유리합니다. 현재 선발왕국인 기아가 1등을 달리는 것과 SK가 정대현이라는 특급 마무리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구분을 한다는거지 반드시 그런건 아니구요. 선발이냐 마무리냐 라는 질문 자체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반증입니다.


두산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는 여러가지가 있죠. Hustle DOO, 허슬플레이, 발야구, 우동수 트리오, 뚝심의 야구, 창조적 야구, 그리고 KILL 라인까지... 이 모든게 살아야 두산이 올해 우승할텐데요. 그중에서도 KILL 라인의 부활은 절대적입니다. 두산은 진필중, 김경원을 제외하곤 전통적으로 시원한 마무리를 가져본 적이 없죠. 덕분에 매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요. 이용찬이 그 전통을 깨주길 바랬습니다. 아직 희망이 깨진건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9회 마지막 순간에 과감하게 그를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주저스러운 것도 사실이네요. 뒷문의 화룡점정인 마무리가 확실해야 나머지 그림이 그려지는데 참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하여간 우리 중간 계투진들... 남은 기간 체력관리 잘하면서 동시에 순위도 올려줘야 하는데요. SK, 기아 등 강팀과 맞붙는 이번주 투혼을 발휘해주길 기원합니다. 위에 KILL 라인의 삼진 퍼레이드 보면서 부활의 소망을 걸어보죠. 생각 같아서는 삼계탕이라도 돌리고 싶건만...


이용찬이 마무리로서 올시즌 우승에 기여할까요?
못할까요?

이 질문은 두산팬에게는 절실한 문제인데요. 확실한건 이용찬이 없다면 우승은 어렵다는겁니다. 꼭 이용찬이 아니더라도 믿음직스러운 마무리가 없다면 우승은 요원한 얘기죠. 역대 우승순간을 보면 100% 강력한 마무리의 매조지가 있었습니다. 끝내기로 우승한 케이스는 단 한번도 없었죠. 그만큼 마무리 투수는 최고의 순간을 차가운 심장으로 지켜내야 하는 냉철함과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를 지녀야 하죠. 지난 두번의 연속 준우승도 결국 포수와 마무리 열세가 불러온 참사였다고 봐야됩니다.

만약 이용찬이 마무리에서 안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줘서 실패한다면, 결국 이재우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하고, 이재우의 빈자리는 또 정재훈이 메워줘야 하는데, 이런 연쇄부도는 중간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고창성, 임태훈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되죠. 두산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지승민-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이 나오는 지킬(지-KILL)라인이 가동될 때입니다. 물론 그 핵심은 이용찬이구요.

그래서 올시즌 마무리 이용찬에 대한 기대는 차라리 염원에 가까웠죠. 부상경력이 있는 신인급 투수가 과연 그 힘든 자리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용찬은 지금까지 잘 해줬습니다. 22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구요. 초반 페타지니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던 악몽도 잘 이겨냈죠. 김경문 감독도 올시즌만 보는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키워야하는 선수라고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를 보는 안목에 일가견이 있는 달감독이니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이용찬에게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올시즌 챔피언이 되기에 이용찬이 아쉬운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만 하더라도 1점차 앞선 9회말 올라와서 안타 하나 없이 볼넷-땅볼-볼넷-땅볼-볼넷-볼넷으로 승리를 날렸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김시진 감독의 배짱 두둑한 작전...! 경기를 자세히 보면 볼넷 이후 땅볼이 두개 나왔는데요. 모두 평범한 유격수쪽이었죠. 그럼에도 주자가 살았던건 모두 히트앤런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김시진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 없었다면 이용찬은 병살로 터프세이브를 거둘 수 있었던거죠.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고 성공시킬 수 있었던 김시진 감독의 결단력... 참 대단하더라구요. 어쨌든 이용찬은 리그 마무리 1위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공은 짱짱하게 미트에 꽂혔지만, 너무 힘에만 의존하다보니 제구가 전혀 안됐네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휘어나가는게 이를 증명하죠. 박찬호의 라이징 패스트볼은 제구가 되면서 공 끝이 살아 있는데... 쩝... 하마터면 본의 아니게 데드볼도 두어번 나올 뻔 했습니다.

무릎에 문제가 있는건지, 마인드가 유약한건지,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올라와서 경기감각이 떨어진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용찬이 좀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으면 하네요. 기회는 감독이 제공하지만 기회를 잡는건 결국 자신이라는걸 명심하고 멋지게 해냈으면 합니다. 용찬아 형은 너를 격하게 믿는다...

덧글...
비록 히어로즈에게 9회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10회에서 손시헌의 싹쓸이 2루타와 고창성의 1.1이닝 무안타 호투로 8:5로 승리했습니다. 오늘 기아가 삼성에 졌으니 1위와의 게임차는 1.5로 줄었네요. 지금처럼 기아를 계속 추격권에 두기만 한다면, Shadow chaser 두산은 막판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두산이 한화와, 기아가 롯데와 경기했습니다. 두산경기를 보면서도 관심은 광주로 향했는데요. 두팀 모두 이겨서 2.5게임차를 유지했습니다. 두산, 롯데가 이기기 바랬건만... 인생이 뭐 생각되로 되나요? 현실에서 생각대로 안되니까 CF에서 생각대로 한다고 떠드는거겠죠?

두산은 선발 김선우가 6.1이닝 5실점으로 그런대로 막아줬습니다. 5회까지 잘 막다가 6회에 꽃범호에게 쓰리런을 맞아 한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구요. 이후 점수차를 더 벌려서 승리를 지켰습니다. 김선우는 그간 정상급의 구위를 갖고도 그닥 미더운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데요. 최근에 스플리터를 장착한 이후에 쉽게 쉽게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쨌든 아직은 에이스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용덕한...! 칭찬이 전혀 아깝지 않네요. 투수 리드도 훌륭했지만, 2안타로 5타점 올리는 맹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최승환보다 나은게 블로킹 솜씨였는데, 그 외에도 타격도 무시못하겠네요. 풋워크도 좋구요. 곧 상무에서 김재환까지 돌아오면 정말 볼 만 하겠네요. 홍포, 채포 다 나가도 포수 풍년이 들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는 세상입니다.

기아는 윤석민의 7이닝, 손영민의 1이닝, 곽정철의 0.2이닝, 유동훈 0.1이닝으로 팀 완봉승을 거뒀네요. 완벽에 가까운 마운드 높이로 11연승을 달렸구요. 김상현의 투런홈런이 결승타가 되었네요. 롯데는 4위싸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과연 누가 무한질주 기아차를 세울 수 있을지 시즌 후반기에 쓰나미로 등장했군요. 흠냘~

기아와의 승차를 좁히면 좋지만, 굳이 따라잡겠다고 지금 오버페이스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라톤에서도 선두보다는 선두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는 쉐도우 체이서(Shadow chaser)가 바람도 피할 수 있고,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어 좋으니까요. 다만 선두와의 간격을 놓치면 안되겠죠. 전에도 포스팅했지만, 두산은 그저 두산의 경기 스타일만 유지하면 되구요. 계속 2~3경기차를 유지하다 8월말 기아와의 진검승부에서 뒤집으면 됩니다.

다만 이용찬의 무릎이 안좋다는게 마음에 걸리네요. 마무리는 시즌전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는데, 그나마 이용찬이 잘 막아줬거든요. 김경문감독이 투구수 조절해주면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두산이 잘나가는 배경에 신인왕을 노리는 4인방이 있죠.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덕분에 두산은 마무리 부재, 김명제 부진, 이종욱 부상, 중간 피로도 증가 등의 고민을 덜었습니다. 이 4명이 없었다면 두산은 틀림없이 시즌을 참 힘들게 끌고 갔을텐데요. 화수분의 전통은 이들이 이끌어갑니다. 두산 4인방 외 경쟁자라면 롯데의 김민성 정도가 유일하겠네요. 초반에 안치홍과 김상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밀리는 상황이구요. 올해 신인왕은 단연코 두산 집안잔치입니다. 참고로 우모가 생각하는 수상 가능성은 위에 적은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의 순서와 동일하네요.

아무래도 신인왕을 타자가 차지하기는 힘들죠. 타자가 차지하려면 기본 3할이 되지 않는한 쉽지 않구요. 타이틀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죠. 반면 투수는 중간에서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줘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임태훈이 중간에서 준수한 성적으로 김현수를 제치고 따낸 바 있죠. 그만큼 투수는 타자에 비해 임팩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정수빈이 신인왕을 차지하기란 만만치 않을겁니다. 이종욱이 곧 컴백한다는 것도 그렇고, 두산의 외야수 뎁쓰도 북극 빙산만큼 두터워서 변수가 많죠.

하지만 투수쪽은 성대적으로 넉넉치 않은 자원이기에, 홍상삼, 이용찬, 고창성이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지 않는한 역할이 줄어들진 않을겁니다. 그렇다면 타이틀의 무게감에 따라 갈리는데요. 예상컨대 홍상삼이 10승을 올린다면 이옹찬이 세이브왕을 차지하지 않는 한 신인왕은 홍상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발투수로서 10승을 거둔다는건 의미있는 수치거든요. 세이브 1위는 8명의 투수 중에서 경쟁하는거지만, 선발투수 10승은 각팀 5선발 즉 40명중에서 경쟁하는거니까 좀더 인상에 깊이 각인되죠. 하지만 홍상삼이 10승에 미달하고 이용찬이 세이브왕을 기록한다면 당연히 이용찬에게 영광은 돌아갈겁니다. 반면 고창성의 홀드 기록은 선발승이나 세이브에 비해 아무래도 임팩트가 딸리는게 사실입니다. 임태훈처럼 투수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호성적을 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여간 누가 받든 간에 우리 새끼들이니 맘 푹놓고 경쟁을 즐기면 되겠네요. 당연히 누가 받든 상관없구요. 임태훈과 김현수가 경쟁하면서 커나갔듯이 그런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보기만 해도 너무 배불러서...^^;;

덧글...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모두 휩쓸었네요. 싸대기동맹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무한 각목질을 해댔더군요. 그래서 기쁘면서도 좀 미안하네요. 고창성 기용도 선동렬감독이 추천했다고 하던데... 흠... 그래도 삼성에게는 4강본능이 있으니 곧 올라오리라 믿습니다.


시즌 전 두산의 1루수 주전 후보는 오재원, 최준석, 이성열이었습니다. 이 3명을 특징별로 나눈다면 공수주 3박자의 오재원, 수비는 떨어지지만 장타력이 돋보이는 최준석, 호타준족의 기대주 이성열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큰 경기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 오재원이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최준석과 이성열은 타격이 일취월장해야 주전입성을 이룰 수 있을꺼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고 난 후 뚜껑을 열고보니 최준석이 정말 열심히 했다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 랭크되어 있고, 확실한 두산의 5번타자가 되었죠. 반면에 오재원은 약간의 전투력만 상승했고, 이성열은 아직 물음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재원은 수비와 빠른 발이 있기에 주전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이성열은 선풍기의 오명을 털어내지 못하는 한 쉽지 않을꺼 같네요.

도대체 최준석과 이성열의 차이는 뭘까요? 둘다 거포로서의 신체적 장점은 갖고 있는데, 성적에서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제가 보기엔 선구안으로 보이는데요. 최준석은 약점인 변화구 대처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거든요.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빠지는 볼, 혹은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그간 헛손질을 했었죠. 그러다보니 직구에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인구에 속지 않게 되면서 투수들이 던질 곳이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치다보니 안쪽, 바깥쪽, 직구, 변화구 모두 약점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된거죠. 하지만 최준석... 아직은 부족합니다. 볼넷 보다 삼진 숫자가 아직은 더 많습니다. 14개와 18개니까요.

이에 반해 이성열은 선구안이 안습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시력이 안좋다고도 하는데, 그보다는 타격폼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죠. 타격시 고개가 좌상향으로 미리 올라가는 듯 한데요. 그러다보니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볼에 속수무책입니다. 오늘은 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것 같은데, 정말 시력이 문제라면 시즌 전에 어떻게든 교정을 했어야 하니까, 어쨌든 그 역시 핑계에 불과합니다. 이성열은 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2번타자로 선발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번번히 찬스를 날려먹기만 하고, 결국 1사 1, 3루 찬스에서 정수빈에게 대타 교체되고 말았네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정수빈과 비교하면, 정말 정수빈은 극강의 선구안을 갖고 있습니다. 고졸 1년차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침착하고 또 변화구에 속는 일도 거의 없더군요. 8회말 2사 만루에서 결승 밀어내기 뽑아낸거 보면 예사 솜씨는 아니죠. 타격폼도 이성열은 건들거리는데 반해 정수빈은 안정된 상태에서 당겨치는 타법이구요. 하여간 언젠가 포텐셜을 터뜨려주겠지 하고 기대는 하지만, 이성열은 늘 희망고문이네요. 달감독이 언제까지 기회를 줄지 모르겠습니다만, 기회는 주어질 때 잡지 않으면 지나고 나면 바람일 뿐이어서, 이성열은 정말 정신 바짝차려야 됩니다. 외야는 임재철, 민병헌, 정수빈에 밀리고, 1루는 오재원, 최준석에 밀리는게 현실이거든요. 그나마 왓슨이 이천에 내려갔기에 그나마 잠실 공기 마시는 겁니다.

덧글...
오늘 삼성과의 더블헤더는 1승 1패 했습니다. 누가 싸대기동맹 아니랄까봐 사이좋게 나눠가졌네요. 토요일 비가 온게 아쉽게도 두산 7연승의 기세를 한풀 꺾어놨구요. 에이스라 하기엔 뭔가 쑥쓰러운 김선우의 부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두산이 강팀이지만 최강팀이 되기엔 2% 부족하구나 또 느끼게 해준 경기였네요. 확실한 에이스 없이 스크를 꺾는건 뭐...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천쌀밥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세데뇨에게 기대를 걸어햐 하나 봅니다. 에혀...

반면에 마무리 이용찬은 참 이쁘네요. 박빙의 승부에서 최형우, 양준혁을 삼진잡고 박진만을 내야땅볼로 셧아웃시켰습니다. 국내 최고의 152km 강속구, 종으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자신있게 뿌리는 기세등등한 모습... 예전 김경원과 진필중을 보는 듯 하군요. (흐믓~)


올 시즌 처음 만난 LG와의 3연전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그간 LG전은 재밌긴 하지만 긴장감은 그닥 없는... 그런 경기였는데요. 정말 간만에 긴장감 타는 승부를 봤네요. LG의 성장이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제 제대로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경기력으로 LG가 올라와서 다음 경기가 사뭇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라이벌전이라고 하면 두 팀의 순위가 어떠하든 항상 아슬아슬한 승부를 보여야 합니다. 한일전처럼 말이죠. 그리고 라이벌전은 실력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려서 경기 흐름이 중요시되는데요. 딱 이번 3연전이 그런 케이스였죠. 첫 경기에서는 김재호가, 세번째 경기에서는 이대형이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무너졌죠. 둘다 경기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입니다. 전형적인 라이벌전의 특징이기도 하죠. 덕분에 팬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LG와의 3연전이 어린이날 시리즈인데 직접 잠실로 출격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3연전을 보고난 느낌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1. 독기품은 LG... 너답지 않게 왜 그러니?
페타지니가 원래 이런 선수였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장타력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서운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페타지니의 모습은 전성기 우즈의 모습을 능가하네요. 1차전에서 3연타석 홈런이라니... 그것도 끝내기 만루홈런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닌데... 페타지니가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LG의 타선이 정말 후덜덜이더라구요. 게다가 정성훈의 날카로운 모습까지 더해져서 이제 LG타선을 얕잡아봤다간 큰코 다칠 듯 싶네요.

하지만 정말 LG가 달라진 모습은 다른 장면입니다. 최동수가 대타로 안타치고 들어갈 때 오버하는 모습... 그리고 안치용이 잘 친 타구가 이재우에게 잡혔을 때 헬멧을 집어던지던 모습... 작년까지 보지 못하던 투지네요. 어딘지 패배주의가 팽배했던 LG와는 다르더라구요.

2. 이용찬의 부활... 너라면 능히 해내리라 믿었다
세번째 경기에서 가장 행복했던건 LG전 승리보다 이용찬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입니다. 신인투수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다면 대개 심각한 트라우마로 슬럼프에 빠졌을텐데요. 이용찬은 씩씩하게 잘 이겨냈네요. 비록 세번째 경기 9회말에서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줬지만, 이진영을 병살로 잡고, 마지막 박병호를 삼구삼진으로 셧아웃시킨 모습은 너무나도 알흠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특히 1구와 2구를 안쪽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 잡고 3구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는 점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변화구 제구력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걸 증명하죠.

이로써 두산은 리그 최강은 몰라도 최고의 구위를 가진 마무리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경험만 착실히 쌓는다면 이용찬의 묵직한 존재감은 상대에게 공포로 느껴지겠죠. 행복하네요. ^^

3. 김동주의 존재감... 역시 두목은 두목!
김동주가 있는한 두산은 강팀일 수 밖에 없죠. 리그 최강의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 외에도 선배를 챙기고 후배를 다독거리는 마음 씀씀이 또한 본받을 만합니다. 과거 박경완은 인터뷰에서 김동주만큼 선배 예우 잘해주는 후배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첫 경기에서 끝내기 역전패를 하고 들어오는 후배들을 앞에서 맞아주는 모습은 감동이었죠. 팀의 리더로써 홍성흔의 역할까지 떠맡는 그의 모습에 그저 든든할 뿐이네요.

첫 경기는 김동주가 결장해서 졌지만, 그가 출장한 두번째, 세번째 경기에서 이겼다는 점... 왜 그가 두산베어스의 상징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덧글...
LG가 관중수를 제대로 잡기 시작했더군요. 세번째 경기를 예전같으면 만원이라고 발표했을텐데 22,000명 수준이라고 하는거 보니, 지난해 감사받고 나서 정신차린 모양입니다. 그동안 관중수 많다는걸 빌미로 인기구단이라 주장해왔는데, 조작하지 않고도 계속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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